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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가 사랑한 여인의 모든 챕터: 챕터 2071 - 챕터 2080

2479 챕터

2071장

고승겸의 말에 기모진의 검은 눈썹이 번쩍 치켜올려졌다.기모진은 강자풍의 품에 안겨 있는 딸을 바라보았다.기모진의 눈빛을 보고 소만리와 강자풍은 동시에 뭔가가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그들이 의아해하고 있는 사이 전화기 너머 고승겸은 전화를 끊어 버렸다.소만리는 기모진의 곁으로 다가갔다.“모진, 무슨 일이야?”기모진은 눈을 낮게 내리깔고 근심이 가득한 소만리를 쳐다보았다.그는 소만리에게 말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잠시 고민했다.소만리는 기모진의 모습을 보고 의아해하며 물었다.“모진, 왜 그래?”기모진은 소만리가 너무 걱정할까 봐 염려되어서 말하기가 꺼려졌다.그러나 그는 과거에 그들 사이에 생긴 많은 오해들이 이렇게 해서 생긴 것임을 돌이켜 보고는 숨기지 않고 소만리에게 말했다.“여온이 몸에 난 반점은 단순 피부병이 아니라 누군가가 손을 썼기 때문이야.”기모진은 차분하게 소만리에게 설명했지만 그의 눈썹에는 짙은 어둠이 드리워져 있었다.“뭐라고?”“누가 그런 거야?”소만리와 강자풍은 동시에 충격을 받았고 옆에 있던 이반은 영문을 몰라 그들에게 바짝 다가왔다.“붉은 반점이 누군가 일부러 손을 썼기 때문이라고요? 누가 그런 악랄한 짓을 해요? 어린아이한테 도대체 누가 그런 짓을 한단 말이에요!”이 말을 듣고 소만리의 머릿속이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듯 멍해졌다.“고승겸이에요? 정말 그런 거예요?”소만리는 기모진을 쳐다보며 물었다.기모진은 고개를 끄덕였다.소만리를 걱정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녀를 속일 수는 없었다.“이 나쁜 놈!”강자풍은 순식간에 분노가 치솟았고 얼굴빛이 무섭게 어두워졌다.하지만 강자풍은 지금 기여온을 안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감정을 폭발시킬 수가 없었다.소만리는 불안해서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고승겸이 방금 전화로 뭐라고 했어? 그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기모진을 바라보며 소만리가 물었다.“내일 여온이를 데리고 옛 흑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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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2장

”여온이가 널 많이 의지하고 있어.”기모진의 눈빛이 굳어졌다.“계속 내 딸을 돌봐주고 싶었던 거 아니야? 그렇다면 지금 나한테 당장 증명해 보여 봐. 그래야 내 소중한 딸을 너한테 맡길 수 있어.”기모진의 말을 듣고 강자풍은 갑자기 정신이 멍해졌다.강자풍이 미처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기모진은 기여온에게 다가가 볼에 가볍게 뽀뽀를 했다.“여온아, 엄마 아빠는 볼일이 좀 있어서 지금 나가 봐야 해. 이따가 여온이 데리러 올 테니까 그때까지 자풍 오빠랑 같이 있어. 오빠 말 잘 듣고, 알았지?”소만리와 기모진이 잠시 떠난다는 걸 알아듣고 기여온은 서운한 기색을 보이며 눈썹을 찌푸렸다.“아빠.”오밀조밀 작은 입을 움직이며 아빠라고 부르는 기여온의 눈빛이 쓸쓸해 보였다.소만리는 기모진과 함께 기여온을 향해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여온아, 엄마 아빠가 일 끝나면 얼른 올 테니까 자풍 오빠랑 잠깐 있어, 응?”기여온은 더 이상 떼쓰지도 않고 서운한 기색도 거두며 작은 머리를 끄덕였다.그 모습을 보니 기모진은 적잖이 위안이 되었다.기여온에 대한 걱정은 잠시 미뤄두고 이제 기모진은 고승겸을 상대하기 위해 가야 했다.그는 소만리의 손을 잡았다.“소만리, 우리 먼저 호텔로 돌아가자.”“그래.”소만리는 더 이상 묻지 않고 기여온에게 뽀뽀를 한 후 기모진을 따라갔다.“기모진이 고승겸이라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혼자 위험에 몸을 날리지는 않겠죠?”이반은 궁금하고 걱정스러운 마음에 강자풍에게 물었다.강자풍은 생각에 잠긴 듯 그들이 떠난 쪽을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나한테도 책임이 있어.”“자풍, 뭐라구요?”이반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강자풍을 바라보았다.강자풍은 이에 대해 더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여 품에 안긴 기여온을 바라보았다.“여온아, 걱정 마. 오빠가 여온이 엄마 아빠한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게 할 거야.”그는 기여온에게 약속하듯 말했다.호텔.밤이 늦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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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3장

이 말에 소만리는 아무 말도 못 하고 고개만 끄덕거렸다.그녀는 마음이 진정되지 않아 자꾸만 손가락을 꼼지락거리고 있었다.“어젯밤 대책을 강구해서 고승겸을 찾아간다고 말했는데 자고 일어나 보니 그 사람은 방에 없었어. 핸드폰도 연결이 안 돼.”너무나 불안한 나머지 소만리는 자신의 심장이 점점 쪼그라드는 것 같았다.“기모진이 혼자 고승겸을 만나서 무슨 일이 생기지나 않았는지 너무 걱정돼.”“너무 걱정하지 마. 내가 누나랑 같이 가고 있잖아. 핸드폰이 연결되지 않는 건 신호가 잘 안 잡혀서 그럴 수도 있어.”강자풍은 소만리가 자꾸 불안한 생각을 하지 않길 바라면서 위로의 말을 건넸다.소만리도 기모진이 아무 일 없이 무사하기를 누구보다 바라지만 불쑥불쑥 솟아오르는 불안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차로 십여 분 정도 달리자 흑강당 옛 건물에 도착했다.앞에 있는 큰 건물을 보자 소만리는 옛 기억이 되살아났다.기여온이 강자풍의 형 강어에게 납치당했다고 기모진이 생각했던 그때 그녀는 이곳에 한 번 온 적이 있었다.그때 강연이 기모진을 좋아하게 되면서 이후 불행하고 성가신 일들이 줄줄이 일어났다.소만리는 곧바로 차에서 내려 얼른 대문을 향해 달려갔다.문이 열려 있는 걸로 보아 조금 전에 누군가 들어간 것 같았다.소만리가 건물에 들어서니 먼지 냄새가 확 풍겨왔다.그동안 이곳에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고 당연히 청소하는 사람도 없었을 것이다.“모진, 당신 여기 있어? 모진.”소만리는 기모진의 이름을 부르며 안으로 들어갔지만 아무도 그녀의 부름에 응답하지 않았다.그녀는 자신의 심장 박동이 요동치는 것을 느꼈고 목소리도 점점 떨리기 시작했다.고승겸은 만반의 준비를 다 해놓고 기모진을 이곳으로 끌어들였을 텐데 기모진이 혈혈단신 혼자 몸으로 호랑이 굴에 들어온 격이니 이것은 분명 처음부터 기울어진 승부였다.강자풍도 차를 세운 뒤 얼른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고 차에서 나가려는데 누군가가 건물 밖으로 나오는 모습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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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4장

고승겸을 바라보는 소만리의 눈에서 날카로운 빛이 뿜어져 나왔다.“내 남편 어디 있어? 모진은 지금 어디 있냐구?”얼굴이 타들어가는 소만리를 보며 고승겸은 시큰둥하게 웃으며 말했다.“나와 기모진 사이에는 매듭지어야 할 일이 있어. 이대로는 안 되지. 자신의 딸이 무사하길 바란다면 무언가를 희생해야지, 안 그래?”비열한 고승겸의 말에 소만리는 손을 번쩍 들어 고승겸의 멱살을 덥석 잡았다.“고승겸, 얼른 말해. 내 남편 지금 어디 있냐구!”고승겸은 소만리의 추궁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무표정한 얼굴로 소만리의 손을 뿌리치며 능글스레 야비한 미소를 지었다.“걱정하지 않아도 돼. 지금 기모진은 호흡도 있고 심장도 뛰고 있어. 당분간은 죽지 않을 거야.”당분간은 죽지 않을 거라고?소만리는 심장이 터져 버리는 것 같았고 기모진이 지금 매우 위험한 상황에 있다는 걸 확신했다.“고승겸, 이 악랄한 인간!”소만리의 눈은 경멸하는 빛으로 터져 버릴 듯했다.“당신 같은 사람이 산비아의 군주가 되겠다는 망상을 하다니, 당신의 정체를 모두에게 폭로한 것을 조금도 후회하지 않아.”소만리의 말에 고승겸의 얼굴에 맴돌던 비열한 미소가 일순 사라졌다.자신이 계획했던 원대한 꿈은 소만리와 남연풍의 연합으로 무참히 망가져 버렸다.그는 지금 다시 그때 상황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분노가 끓어올랐다.분노에 휩싸인 고승겸은 소만리의 손을 확 잡아당겼다.“소만리, 나더러 당신 뺨이라도 때려 달라는 말이야? 제발 날 자극하지 마!”소만리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차갑게 말했다.“당신 하고 싶은 대로 해. 미리 나한테 말할 필요 없어. 설마 내가 순진하게 당신이 날 봐 줄 거라고 생각하는 줄 알아?”“소만리...”“그 손 놔요!”강자풍이 기세 좋게 앞으로 나와 소만리의 손목을 잡고 있던 고승겸의 손을 밀쳤다.강자풍은 앞으로 나와서 소만리를 자신의 뒤로 오게 하고는 고승겸에게 맞섰다.“고승겸, 남자라면 여자는 괴롭히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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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5장

소만리와 강자풍은 무장한 사람들이 강자풍을 에워싸는 것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덩치가 크고 특수 장비를 착용한 남자들이 고승겸을 겹겹이 에워싸고 있었다.고승겸은 그 사람들을 알고 있는 듯 크게 놀라지도 않고 냉소적으로 웃기까지 했다.“여기까지 찾아오다니.”그가 경멸하듯 눈을 들어 저항하려고 할 때 무장한 사람들 뒤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들이 여길 찾아온 것이 아니라 당신이 여기 있다고 내가 알려준 거야.”말소리가 끝나자 고승겸의 눈에 남연풍의 모습이 들어왔다.남연풍은 휠체어를 탄 채 고승겸을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하지만 남연풍은 소만리와 강자풍의 모습도 보았다. 그들이 여기에 온 것은 그녀가 예상하지 못한 의외였다.남연풍은 소만리가 여기에 있을 줄은 몰랐다.그리고 남연풍은 사실 강자풍이라는 사람은 본 적이 없지만 기여온이 F국에서 의지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은 들어 알고 있었다.점점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남연풍을 보며 고승겸의 눈에는 자조하듯 허탈한 빛이 가득 밀려왔다.“정말 당신이 저 사람들한테 내가 여기 있다고 말했어?”고승겸은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 듯했고 남연풍은 그런 고승겸을 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고 침착하고 다부진 목소리로 말했다.“당연하지. 내가 알려주지 않았으면 저 사람들이 어떻게 산비아에서 여기까지 추적해 올 수 있었겠어?”남연풍의 대답에 고승겸은 소리 내어 웃다가 눈을 감았다.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을 때 고승겸은 어둠을 가득 실은 사냥개의 눈빛으로 무섭게 남연풍을 노려보았다.“당신은 내가 정말 싫은 모양이군. 내가 죽길 바라는 거지?”고승겸은 담담한 얼굴을 하고 있는 남연풍을 향해 물었다.남연풍은 오랫동안 자신이 사랑해온 남자의 얼굴을 냉랭하게 바라보다가 끝내 눈앞이 흐려지기 시작했다.“지금 되돌아와도 늦지 않아.”“되돌아와?”고승겸이 허망한 듯 가볍게 웃으며 남연풍의 말을 반복했다.그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점점 더 광기 어린 얼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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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6장

”내 말이 맞지? 당신 나랑 함께 죽고 싶은 거잖아.”남연풍은 담담하게 그를 바라보다가 찬바람이 살랑살랑 불러오자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그래, 나도 이미 지쳤어. 당신이 죽고 싶으면 날 데리고 가. 우리 엄마 아빠 그리고 사택이 다 너무 보고 싶어...”남연풍의 말에 고승겸의 눈빛이 흐려졌다.그의 목젖이 울렁거렸다. 목이 메인 듯 그가 울먹였다.“좋아.”그는 입을 열어 이렇게 말했다.“그럼 우리 함께 지옥에 가자.”그는 절망적인 말을 하며 남연풍의 목을 천천히 졸랐다.남연풍은 여전히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은 채 고승겸의 손이 점점 그녀의 목을 조르는 것을 느끼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고승겸, 남연풍을 놔줘!”소만리는 고승겸을 막으려고 했지만 강자풍이 그녀를 붙잡았다.“위험해! 가지 마! 저 사람은 미쳤어.”“하지만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잖아...”“펑!”소만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갑자기 총알이 발사되는 소리를 들었다.뒤이어 검붉은 피가 그녀의 눈앞을 뒤덮었다. 고승겸이 총에 맞은 것이었다.남연풍의 목을 움켜쥐고 있던 그의 팔에서 피가 흘러나왔다.남연풍은 무장 경찰들이 실제로 그를 향해 총을 쏠 줄은 몰랐다.비록 고승겸이 많은 죄를 저질렀지만 그는 여전히 산비아 왕실 사람이었다.그를 잡으러 왔더라도 그의 안전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다.그런데 그들은 그를 향해 총을 쏘았다.고승겸은 남연풍의 목을 조르던 손을 힘없이 떨구었다.그가 그녀의 목을 조르긴 했지만 실제로 남연풍을 목 졸라 죽일 생각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남연풍이 넋이 나간 듯 멍하니 그 자리에 얼어 있는데 갑자기 총소리가 또 한 번 들렸다.고승겸의 다리에 그대로 총알이 박혔다.남연풍은 눈시울을 붉히며 외쳤다.“승겸!”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고승겸의 이름을 부르며 무장 경찰들을 막았다.“쏘지 마세요! 쏘지 말라구요!”두 눈이 붉어진 그녀가 소리쳤다.“승겸이가 누군지 다들 잊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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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7장

남연풍의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그녀는 고승겸을 목놓아 외치다가 휠체어에서 넘어지며 고승겸의 몸에 가까이 엎드렸다.이를 본 소만리는 남연풍에게 달려가 그녀를 부축했다.“남연풍, 당신부터 우선 일어나서 앉아요.”“아니에요. 나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남연풍이 고승겸의 팔을 꼭 껴안았다.“생명에 지장은 없을 거예요. 남연풍, 우선 당신 몸부터 생각해요.”소만리가 위로했다.하지만 여전히 고승겸에게서 손을 떼지 못하는 남연풍은 울면서 고개를 가로저었고 의식이 없는 고승겸을 바라보기만 했다.“소만리, 당신은 나와 달라요. 당신은 그가 죽었다고 해도 조금도 개의치 않을 수 있지만 난 아니에요. 난 이 사람이 너무 걱정돼요.”“나도 걱정돼요!”소만리는 강조하듯 목소리를 높였다.남연풍은 소만리의 말에 어리둥절했고 의아한 표정으로 소만리를 쳐다보았다.소만리는 표정이 굳어진 채 입을 열었다.“고승겸이 어디로 모진을 데려갔는지 모르잖아요. 모진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해요. 그래서 나도 당신처럼 고승겸이 생명에 지장이 없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구요.”그 말을 들으니 남연풍의 마음이 한결 가라앉는 것 같았다.총을 든 무장 경찰들이 고승겸에게 다가왔고 그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고승겸을 차에 태웠다.소만리는 강자풍과 함께 남연풍을 휠체어에 앉혔다.남연풍도 고승겸과 함께 차에 타고 싶었지만 무장 경찰들은 그녀를 허락하지 않았다.남연풍은 자신이 산비아 경찰에게 고승겸을 잡으라고 신고한 것이 잘못된 행동은 아니었는지 갑자기 회의가 들었다.아니야. 잘못되지 않았어.만약 그녀가 이렇게 하지 않았다면 고승겸은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반복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정말 이번 생은 다시 돌이킬 수 없게 된다.적어도 지금 그에게는 변화의 기회가 있는 것이다.소만리는 흑강당 옛 건물 안에서 기모진을 찾지 못했다.그녀는 강자풍과 함께 남연풍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남연풍은 고승겸이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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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8장

강자풍은 마음속에 품었던 모든 의혹을 한꺼번에 털어놓았다.남연풍은 어리둥절해하면서도 마음속에는 말할 수 없는 죄책감이 밀려왔다.“당신이 의심하는 그대로예요. 맞아요. 난 예전에 고승겸과 한편이었어요. 그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했었죠. 자존심도 없는 바보였어요.”남연풍이 씁쓸하게 미소 지었다.남연풍이 자신을 이렇게까지 표현하자 강자풍은 놀라면서도 내심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남연풍은 소만리를 도와 기여온을 구해 주었었다.강자풍은 겸연쩍은 듯 헛기침을 두어 번 하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음, 저, 전 그저 여온이가 걱정되는 마음에 그냥 한 말이에요. 그러니 너무 마음에 담아 두지 마세요. 사실 고승겸과 달리 당신은 전혀 그럴 마음이 없었다는 거 잘 알아요.”강자풍은 남연풍이 확실히 고승겸과는 다른 결의 사람이라는 걸 느꼈다.만약 남연풍이 정말 나쁜 사람이었다면 여온이는 고승겸의 손아귀에서 구출되지 못했을 것이다.강자풍의 말을 듣고 남연풍은 담담하게 웃기만 할 뿐이었다.사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든 그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남연풍, 이 시약은 당신이 개발했으니 해독제도 조제할 수 있겠죠? 그렇죠?”소만리는 기여온의 팔에 얼룩덜룩하게 난 반점들을 보자 마음이 타들어갔다.남연풍은 그 종이를 티 테이블 위에 살짝 내려놓았다.“고승겸은 당신을 속이지 않았어요. 이 제조법은 사실이고 지금 당장 해독제가 없는 것도 사실이에요. 내가 해독제를 제조하는 건 어렵지 않지만 레시피에 필요한 재료들을 다 구할 수 있을지 그게 의문이에요.”“걱정하지 마세요. 이반에게 부탁하면 될 거예요.”강자풍은 자신 있게 말했다. 남연풍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내 초조한 표정으로 변했다.“고승겸을 걱정하고 있는 거죠?”소만리는 남연풍의 안색이 나빠지는 것을 보고 그 이유를 단번에 짐작했다.“네, 그 사람이 걱정돼요.”남연풍은 이렇게 대답하는 자신을 보며 헛웃음이 나왔다.그가 생명에 지장이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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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9장

전방 멀지 않은 곳에 책상이 하나 있었는데 그 위에 놓인 물건을 보고 소만리는 잠시 동안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다.겨우 마음을 진정시킨 그녀가 가까이 달려가 보니 기모진의 핸드폰과 결혼반지가 핸드폰 불빛을 받아 선명하게 보였다.소만리는 결혼반지와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분명 기모진이 이곳에 온 것은 틀림없었지만 그 후 어디로 갔는지 소만리는 짐작도 할 수 없었다.기모진에 대한 고승겸의 원한이 사무치게 깊다는 것을 생각하자 소만리는 더욱 안절부절못했다.“모진.”소만리는 손에 든 핸드폰과 결혼반지를 움켜쥐고 그의 이름을 살며시 불렀다.“안 돼. 소만리, 정신 차려. 진정해야 해.”소만리는 끊임없이 자신의 감정을 달래며 스스로 냉정해지려고 애썼다.그녀는 핸드폰에 있는 붉은 점을 보면서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강자풍이 그녀를 이곳으로 데려와 그녀가 먼저 안으로 들어갔고 그녀가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고승겸이 건물에서 나왔으니 기모진은 아직 여기에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설마 기모진이 아직 여기 있단 말이야?”여기까지 생각한 소만리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녀는 어두컴컴한 건물을 핸드폰 불빛에 의지한 채 이곳저곳 뒤졌다.하지만 그녀가 건물 전체를 다 찾아보아도 여전히 기모진에 대한 조그만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소만리는 정신이 반쯤 나간 모습으로 강자풍의 집으로 다시 돌아왔다.집으로 돌아온 소만리를 보고 강자풍은 고승겸이 깨어났다는 소식을 제일 먼저 알렸다.그러나 강자풍은 그의 의식이 아직 흐릿하다는 말도 덧붙였다.이 말은 고승겸이 소만리에게 기모진에 대한 어떤 유용한 정보도 줄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기모진은 도대체 어디에 있을까. 그녀의 마음이 막막해졌다.시간은 1분 1초가 흘렀지만 소만리는 제대로 잠을 청할 수가 없었다.그녀의 마음은 허공에 매달린 풍선처럼 이리저리 갈피를 잡지 못했고 그녀는 괴로운 밤을 지새우고 있었다.잠 못 드는 밤 소만리가 몸을 뒤척이다가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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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0장

”그때 그가 내 삶에 들어와 한줄기 빛처럼 나의 암울한 미래를 비춰 주었죠. 그 후로 난 나 자신을 되찾고 스스로 자신감이라는 것을 갖게 되었어요.”남연풍은 희미한 미소를 지었지만 이내 달빛 속에 흩어졌다.그녀의 눈빛은 점차 빛을 잃어갔다.“하지만 내 자신감은 결국 그에게 빼앗기고 말았죠...”남연풍은 쓴웃음을 지었다. 소만리는 남연풍이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하는지 이해할 것 같았다.“당신의 이런 심정 충분히 이해해요.”남연풍의 곁으로 천천히 걸어오는 소만리의 작은 얼굴엔 엷은 미소가 흘렀다.“예전에 나도 당신처럼 그랬어요. 사랑하는 남자 앞에서는 자존심도 없이 그 사람만을 사랑했지만 그런 맹목적인 사랑은 결국 자신을 불구덩이 속으로 몰고 가는 불나방과 같은 사랑이라는 걸 나중에야 깨달았죠.”“아쉽게도 난 너무 늦게 깨달았어요.”남연풍은 회한이 가득 담긴 눈을 들어 소만리를 바라보았다.“당신도 그때 기모진을 맹목적으로 사랑했지만 당신은 나와 달랐을 거예요. 만약 기모진이 잘못된 길을 갔다면 당신은 반드시 그를 막았을 거예요. 하지만 난 고승겸을 막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의 악행을 곁에서 도왔고 결국 그는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가게 된 거죠.”“그에게도 아직 돌아올 기회가 있어요.”소만리가 눈썹을 살짝 비틀며 말했다.“남연풍, 제발 날 한 번만 더 도와줘요.”“내가 고승겸에게 기모진의 행방에 대해 물어주길 바라는 거죠?”소만리는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모진이 지금 어딘가에 갇혀 있을 텐데 도무지 찾을 수가 없어요. 너무 걱정이에요.”남연풍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가 입을 열었다.“고승겸이 어떤 마음으로 그러는지 마음속에 어떤 꿍꿍이를 하고 있는 건지 나도 잘 모르겠어요. 그가 이렇게 생을 마감하고자 마음을 먹었다면 나한테 한마디도 말해 주지 않을 거예요. 그렇지만 어떻게든 한번 해 볼게요.”남연풍은 소만리에게 약속했고 다음날 아침 일찍 그들은 고승겸이 있는 병원으로 향했다.고승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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