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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황제가 사랑한 여인: Chapter 2051 - Chapter 2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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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1장

고승겸의 말에 운전기사는 하마터면 핸들을 놓칠 뻔했다.이건 연애하는 커플들의 대화가 아니었다.운전기사는 백미러를 통해 싸늘하고 도도한 표정을 짓고 있는 고승겸을 무의식적으로 쳐다보았다.순간 고승겸과 눈이 마주친 운전기사는 얼른 눈을 피했고 이윽고 소만리의 차분하고 침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당신이 무슨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 툭 털어놓고 솔직하게 말해 봐. 내 딸을 이용해 날 협박할 필요 없어.”“허어.”담담한 소만리의 모습을 바라보며 고승겸은 냉랭하게 웃었다.“소만리, 담담한 척하지 마. 당신 속이 얼마나 타들어가는지 다 알아.”소만리는 소매 속에 감춰진 두 손에 살짝 힘을 주었다.고승겸은 이제 소만리의 표정으로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다 꿰고 있는 듯했다.소만리의 눈에서 근심이 가득 흘러내리는 모습을 보고 고승겸은 더욱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소만리, 난 내 아이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을 거라고 말했었지. 만약 당신 아이가 어떤 위험도 당하지 않기를 바란다면 당신이나 기모진은 반드시 약간의 대가를 치러야 해.”고승겸의 말에 소만리는 눈을 들어 깊은 시선을 보냈다.고승겸은 차갑게 눈을 치켜뜨며 말했다.“내가 계획한 완벽한 인생은 이미 당신들에게 무참히 파괴되었고 나와 남연풍의 아이도 사라졌어. 남사택과 초요는 한날한시에 죽어 버렸고 나와 남연풍은 다시 과거로 되돌아갈 수도 다시 시작할 수도 없어...”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내 인생은 이미 정상에서 완전히 바닥으로 고꾸라졌어. 소만리, 내가 기모진에게 어떻게 복수를 하면 좋을까? 당신이 한번 말해 봐.”고승겸의 깊은 눈동자에 짙은 원한이 배어 있었다.소만리는 지금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자신이 이성적으로 고승겸에게 얘기한다고 해도 그가 들어 주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다.게다가 이 모든 일이 자신이 일으킨 과오 때문임을 그는 절대 인정하려 들지 않을 것임을 알고 소만리는 아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운전기사는 차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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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2장

”고승겸, 고승겸! 안 돼! 고승겸! 여온이 가만히 내버려 둬!”“딸깍.”남연풍의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고승겸은 문을 열었다.문 앞에서 기다리던 소만리는 문득 방 안에서 소란스러운 말소리가 들리자 심장박동이 요동치기 시작했다.“여온아!”소만리는 순간 고승겸의 품에 안긴 기여온을 보았다.“엄마.”기여온은 소만리를 보자마자 작은 입으로 엄마라고 외쳤다.남연풍은 문 앞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의아한 표정으로 다가가 보았더니 그곳에 소만리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소만리?”남연풍은 깜짝 놀랐다. 그녀의 등장이 내심 너무나 반가웠다.소만리의 모습에도 놀랐지만 남연풍은 기여온이 ‘엄마'라고 외치는 소리에 더더욱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남연풍은 기여온의 목소리가 이렇게 맑고 고운지 처음 알았고 ‘엄마’라는 소리를 듣자 왠지 소만리가 너무 부러웠다.기여온은 소만리를 보자마자 얼른 소만리를 향해 다가가려고 몸을 기울였다.“여온아.”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을 몇 달 동안이나 보지 못했으니 소만리의 심경은 형용할 수가 없었다.그러나 고승겸은 소만리를 저지하며 말했다.“멈춰!”“고승겸?”“난 단지 당신한테 한 번 보여 줄 생각이었어. 딸이 무사한지 아닌지 봤으니 된 거 아냐?”소만리는 눈썹을 찡그렸다.“고승겸, 내가 이미 여기까지 왔잖아. 그러니까 조금만 더 아이와 시간을 보내게 해 줘. 당신 시간 많이 방해하지 않을게.”남연풍은 소만리의 말뜻을 알아듣고 옆에서 거들었다.“소만리를 들여보내. 내가 당신 대신 두 모녀를 지켜볼 테니까.”“날 대신해서 두 모녀를 지켜본다고?”고승겸은 비웃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당신한테 두 모녀를 보라고 한다면 아마 당신들 세 사람이 여기서 사라질 것 같은데.”“...”남연풍은 잠시 말을 잃었다.“그래, 당신이 그렇게 말한다면 내가 허락할게.”고승겸은 결국 남연풍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기여온을 바닥에 내려놓았다.소만리의 얼굴에 말할 수 없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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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3장

남연풍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소만리와 기여온이 서로 껴안고 있는 모습을 음흉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고승겸을 보고 남연풍은 왠지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소만리, 어떻게 F국에 오게 된 거예요?”남연풍은 자신이 느끼는 불안한 마음을 떨쳐 보려고 고심하다 입을 열었다.소만리는 꼭 껴안고 있던 기여온을 살짝 놓으며 휠체어에 앉은 남연풍을 바라보았다.그녀는 남연풍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었지만 우선은 기여온의 마음을 달래고 나서야 기여온의 손을 잡고 천천히 일어서며 시선을 고승겸에게 고정시킨 채 조용히 입을 열었다.“고승겸, 나한테 조금만 시간을 줘. 나 여온이 데리고 도망치지 않을 거야. 당신이 나한테 어렵게 이런 기회를 줬다는 거 알아. 그러니 걱정 마. 내 딸의 안위를 걸고 모험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고승겸은 불만스러운 듯 남연풍을 바라보며 소만리의 말을 받아들였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돌아서서 방을 나갔다.소만리는 고승겸이 문 앞에서 지키고 있을 것임을 알고 있었고 고로 나가고 싶어도 나갈 수가 없다는 것도 알았다.하지만 고승겸이 방을 나가자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온몸이 경직되고 억압적인 느낌은 들지 않았다.“여온아, 엄마가 언니랑 할 말이 있어. 우리 여온이 착하지.”소만리는 몸을 구부려 기여온을 향해 부드럽게 말했다.기여온은 고분고분하게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끄덕였다.소만리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남연풍을 향해 똑바로 섰다.“여온이가 이렇게 잘 지낼 수 있었던 건 당신이 살뜰히 돌봐줬기 때문이에요. 너무 고마워요.”소만리는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전했다.남연풍은 소만리에게 고맙다는 말을 들을 줄은 몰랐다.소만리의 말을 들으니 왠지 마음이 뭉클해지면서도 자조적인 웃음이 나왔다.“고맙다는 말은 하지 않아도 돼요. 그저 내가 지은 죄를 조금이라도 만회할 수 있다면 다행이라는 생각뿐이에요. 길지 않은 날이지만 평범한 사람처럼, 그리고 다른 사람들 눈에 좋은 사람처럼 되어 보고 싶었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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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4장

남연풍의 말이 무덤덤하게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그녀는 미래에 대한 아무런 기대도 없는 사람 같았다.“사택이도 죽고 초요도 죽었어요. 내가 지은 죄를 피하기 어려워요. 게다가 지금 이 꼴로는 살아서 속죄할 수도 없으니 차라리 병으로 천천히 나를 괴롭히다 죽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몰라요.”마음이 많이 위축되어 있는 남연풍을 보고 소만리는 그녀를 위로하려고 다가섰는데 갑자기 기여온이 기침을 하는 소리를 들었다.소만리는 긴장한 얼굴로 기여온 앞에 쭈그리고 앉았다.“여온아, 어디 아파?”기여온은 수정 같은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었다.“아빠.”“여온아, 아빠 보고 싶어?”소만리가 부드러운 미소로 물었다.기여온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작은 입을 가볍게 열었다.“엄마, 아빠.”“여온아, 엄마가 말하는 거 잘 들어. 우선 당분간은 이 언니 옆에서 얌전하게 잘 지내고 있어. 그러면 엄마가 며칠 후에 여온이 데리고 집으로 갈 거야. 그때 여온이는 아빠와 오빠 그리고 동생도 만날 수 있을 거야.”소만리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이를 달래었다. 사실은 집으로 데려가기 어렵다는 말을 차마 하지 못했다.그러나 기여온은 철이 든 아이였다.기여온은 지금 어떤 상황인지 잘 모르지만 소만리의 말을 잘 알아듣고는 남연풍의 옆으로 갔다.어린아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말에 따르자 소만리는 더욱더 안쓰러운 마음으로 기여온을 껴안았다.“여온아, 엄마가 약속할게. 꼭 데리러 올게. 얌전하게 엄마 기다리고 있어.”소만리는 재차 약속하며 마음속으로 꼭 여온이를 데리고 가리라 다짐했지만 기여온의 안위를 생각하면 경솔하게 함부로 행동할 수 없었다.“걱정하지 마세요. 내가 당신 딸 잘 지켜줄게요.”남연풍은 소만리에게 말했다.“난 고승겸이 아직 완전히 인간성을 상실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는 어린아이에게 손을 대지는 않을 거예요. 그가 최종적으로 노리는 건 기모진이니까요.”이 말을 듣고 소만리는 조금 걱정이 되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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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5장

고승겸이 경고하자 소만리도 이에 지지 않고 경고했다.말을 마친 소만리는 기여온을 바라보면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인사를 했다.“여온아, 안녕.”기여온은 희고 보드라운 손을 들어 소만리를 향해 흔들었다.“엄마.”기여온의 여리고 고운 목소리가 소만리의 귀에 아프게 미끄러졌다.소만리도 안타까운 마음을 달랠 길이 없었지만 이제는 떠날 수밖에 없었다.소만리가 떠나자 고승겸은 방문을 닫았고 고승겸은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남연풍은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고승겸을 보며 긴장하기 시작했다.소만리가 방금 건네준 핸드폰에서 무슨 소리라도 날까 봐 그녀는 마음이 조마조마했다.하지만 불안한 마음도 잠시 남연풍의 머릿속에는 고승겸이 자신을 데리고 F국에 온 진짜 목적이 떠올랐다.고승겸은 남연풍에게서 이상한 점을 눈치채지 못한 채 입을 열었다.“소만리랑 무슨 얘기했어?”남연풍은 정신이 번쩍 든 듯 고개를 들어 남자를 쳐다보았다.“내가 소만리랑 할 얘기가 뭐가 있겠어. 여온이랑 잘 지내달란 얘기뿐이지 뭐.”“그래?”고승겸은 믿지 않는 눈치였다.“당신들 사이 좋았잖아. 같이 연합해서 나한테 맞서려고도 했었고 말이야. 방금도 당신들은 날 어떻게 상대할지 상의하지 않았어?”고승겸은 농담을 하듯 가벼운 말투로 말했지만 남연풍은 그가 진지하게 말하고 있고 게다가 그의 짐작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녀와 소만리는 방금 확실히 뭔가 상의하기는 했었다.다만 얼마 되지 않아 고승겸이 나타나는 바람에 많은 얘기를 하진 못했다.“당신과 소만리가 한통속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어. 그뿐만 아니라 두 사람이 손을 잡고 날 높은 자리에서 끌어내릴 줄은 정말 몰랐어.”고승겸은 한껏 비꼬며 말하다가 옆에 있는 기여온에게 시선을 돌렸다.“엄마 만나서 좋았지? 아빠도 보고 싶어?”기여온은 눈을 깜빡일 뿐 고승겸의 말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왜? 너 아빠 보고 싶지 않아?”고승겸은 시큰둥하게 계속 말을 이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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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6장

조그마한 어린아이에게 이렇게 크고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을 줄은 몰랐다.남연풍은 눈가가 뜨거워지며 살며시 기여온의 손을 잡았다.“고마워, 여온아. 언니 꼭 행복할게. 여온이도 행복해야 해. 언니는 여온이가 곧 엄마 아빠를 만날 수 있을 거라 믿어.”그녀는 갑자기 뭔가가 생각난 듯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남연풍이 핸드폰을 무음으로 조정하려고 보니 이미 소만리가 무음으로 조정해 놓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소만리는 아주 작은 부분까지 조심하며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던 것이다.남연풍은 충전기가 따로 없었으므로 배터리 소모를 줄이기 위해 저전력 모드로 바꿨다.그때 핸드폰 화면이 환해지며 소만리의 가족사진이 보였다.무심코 바라본 가족사진에 남연풍의 눈에는 어쩔 수 없는 부러움이 솟아올랐다.다섯 식구가 얼마나 행복했을까.할 수만 있다면 그녀도 다음 생에는 이렇게 온전하고 아름다운 가정을 꾸리고 싶다.소만리는 호텔을 나와 호텔 입구에 잠시 서 있는데 갑자기 강자풍이 나타났다.강자풍이 이곳에 올 줄은 몰랐다.“여온이가 이 호텔 안에 있는 게 맞아?”강자풍은 초조한 기색으로 물었다.“고승겸이 여온이를 데리고 몇 호실에 있는 거야? 어서 말해 줘.”“강자풍, 네가 여온이를 걱정하는 마음은 충분히 알겠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경거망동할 수는 없어. 네가 섣불리 사람을 데리고 올라가서 여온이를 구하려고 한다면 더 큰 사고가 날지도 몰라.”소만리는 침착하게 강자풍에게 일렀다.강자풍은 언짢은 듯 호텔 입구에서 잠시 머뭇거리다가 결국 소만리의 말을 듣고 그곳을 떠났다.강자풍은 차 안에서 소만리에게 상황을 설명했다.“방금 기모진이 전화를 했길래 핑계를 댔어.”그는 핸드폰을 건네주며 자신과 기모진이 주고받은 메시지를 보여 주었다.기모진은 그녀와 아이들에 대한 걱정으로 심장이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하지만 소만리는 지금 남연풍에게 자신의 핸드폰을 준 상황이었고 쓸 수 있는 전화라고는 강자풍의 핸드폰밖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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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7장

강자풍은 소만리의 표정을 살피며 말했다.“누나, 날 믿어줄 수 있겠어?”소만리는 이 말을 듣고 잠시 멈칫하다가 입을 열었다.“그러니까 넌 내가 여온이를 데려가길 원하지 않는다는 거네. 그런 뜻이야?”“누나, 솔직히 말해서 난 여온이가 누나와 함께 돌아가는 게 너무 아쉽고 안타까워.”“...”이 말에 소만리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다물어 버렸다.그녀는 강자풍의 말에 어떻게 반박해야 할지 몰랐다. 그 아이는 보배로운 그녀의 딸이었다.“당신과 기모진, 그리고 당신 가족들이 모두 걱정하고 있다는 거 알아. 하지만 만약 여온이가 누나와 함께 돌아간다면 앞으로 다시는 여온이를 못 볼 것 같아서 그래.”“어째서 여온이를 다시 못 볼 것 같아? 네가 보고 싶다면 언제든지 와서 만나면 돼. 설마 나와 기모진이 널 말리겠어?”소만리는 의아하게 여기며 물었다.“아니, 나 스스로 다시 경도에 갈 일은 없을 거야.”강자풍은 가벼운 한숨을 내쉬며 차창 밖을 바라보았다.이 말을 듣고 있던 소만리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녀는 강자풍의 말에 공감할 수 없었다.이 세상에서 진정으로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는 일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그녀는 강자풍의 마음속 깊은 상처를 영원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하지만 가족을 잃은 고통이 어떤 것인지 그녀는 헤아릴 수 있었다.소만리는 지금의 강자풍에게는 어떤 위로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자풍과 함께 돌아온 후 소만리는 이반의 회신을 기다리고 있었다.지금 상황으로 볼 때 고승겸은 이반의 아버지로부터 만족스러운 대답을 얻지 않으면 기여온을 풀어주지 않을 것이다.이튿날 소만리는 일어나자마자 방 밖에서 누군가가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그녀는 황급히 얼굴을 씻고 방을 나갔고 강자풍과 이반이 2층 거실에서 무슨 말을 주고받는 것을 보았다.그녀가 다가가자 이반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려왔다.“아버지는 고승겸의 친구를 치료할 시간을 도저히 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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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8장

남연풍이 지금 전화를 받기 불편한 상황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소만리는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점심 무렵 소만리는 마침내 남연풍에게서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남연풍은 고승겸이 점심을 사러 나간 틈을 타서 겨우 소식을 전할 수 있었다.또한 남연풍은 일부러 몸이 아프다고 꾀병을 부려 고승겸에게 약국에 가서 존재하지도 않는 약을 사 오라고 말했다.이 말을 전해 들은 소만리는 곧장 호텔로 달려갔다.소만리는 자신이 기억하고 있던 호실로 가서 바로 벨을 눌렀고 남연풍은 소만리가 온 소리를 듣고 바로 문을 열려고 갔으나 역시나 문이 잠겨 아예 열리지 않았다.“고승겸이 밖에서 문을 잠갔나 봐요. 소만리, 문밖에 뭔가 걸려 있는 거 없는지 살펴보세요.”소만리는 즉시 방문 좌우를 둘러보았고 손잡이에 뭔가 걸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승겸은 남연풍이 기여온을 데리고 몰래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여러모로 공을 들인 것 같았다.소만리는 재빨리 문고리에 묶인 끈을 풀었고 남연풍은 이내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었다.문이 열리자 소만리는 기여온의 귀엽고 작은 얼굴을 보았다.“엄마.”소만리를 본 기여온이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다.“여온아.”소만리는 손을 뻗어 작은 뺨을 어루만졌다.“소만리, 얼른 여온이를 데리고 가세요. 더 늦으면 고승겸이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눈치챌 거예요. 아마 곧 돌아올 거예요.”소만리는 기여온의 손을 잡았다.“당신도 나랑 같이 가지 않을래요?”남연풍은 잠시 뜸을 들였다가 자조 섞인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처음에는 나도 그를 떠나고 싶었어요. 떠나서 다시는 그 사람과 엮이고 싶지 않았지만 그가 나를 데리고 F국에 온 이유가 날 치료하기 위해서라면 그런 생각을 단념하려고요.”소만리는 남연풍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승겸의 마음속에 그녀에 대한 사랑이 깊고 그녀 또한 그를 향한 마음이 그와 다르지 않음을 소만리는 충분히 짐작하고 있었다.“소만리, 내 걱정은 말고 어서 가세요. 고승겸이 날 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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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9장

소만리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승겸에게 들키는 순간 그녀와 기여온은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일이 더 복잡해질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그녀는 손을 들어 기여온의 작은 머리를 감싸 쥐었다.“여온아, 엄마한테 더 가까이 붙어. 고개 들지 말고 있어.”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당부했고 곧바로 기여온을 안고 돌아섰다.소만리는 엘리베이터 문이 완전히 열리는 소리를 들었고 동시에 고승겸의 발자국 소리가 멀지 않은 그녀의 뒤에서 들려오는 것을 느꼈다.그녀는 고승겸이 자신의 뒷모습을 알아볼까 봐 너무 빨리도 걷지 못하고 고승겸의 주의를 끌지 않도록 최대한 정상적인 걸음걸이로 걸었다.기여온은 고분고분하게 소만리의 말에 따르며 작은 머리를 소만리의 목에 푹 엎드린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기여온은 아직 어렸지만 자신의 엄마가 뭔가 걱정하는 것 같아 더욱 힘차게 소만리를 끌어안았다.기여온의 움직임을 감지한 소만리는 고개를 숙이고 아이를 달랬다.“여온아, 겁내지 마. 엄마 여기 있어.”기여온은 작은 머리를 살짝 끄덕이기만 하고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고승겸은 점심을 사 들고 서늘한 표정을 한 채 방으로 향했다.그는 약국을 대여섯 군데나 돌아다녔지만 남연풍이 부탁한 약은 구할 수 없었다.결국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인터넷을 검색해 본 고승겸은 남연풍이 말한 그런 약은 없다는 것을 알았다.그녀가 그를 속인 것이었다.그렇다면 그녀가 그를 속인 이유는 무엇일까? 그를 속이고 무엇을 하려던 것이었을까?고승겸은 생각할수록 수상한 느낌이 들어 발걸음을 재촉했다.소만리는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최대한 정상 속도처럼 걷다가 갑자기 뒤에서 발자국 소리가 점점 다급해지는 것을 눈치채고는 고승겸이 자신을 발견한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느꼈다.초조한 마음에 소만리가 뒤를 돌아보려던 순간 고승겸도 뭔가 수상한 낌새를 느꼈는지 소만리를 눈여겨보기 시작했다.엘리베이터를 막 내렸을 대는 고승겸도 자세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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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0장

고승겸은 소만리같이 총명한 여자는 분명 모두가 예상하는 뻔한 방식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일부러 그의 판단을 흐리게 할 요량으로 아래쪽 계단을 선택하지 않고 위쪽 계단으로 올라갔을 것이라고 예상했다.그런데 소만리는 고승겸이 생각지도 못한 곳을 선택했다.그곳은 위쪽도 아래쪽도 아닌 바로 계단 통로의 철문 뒤였다.소만리는 심장이 튀어나오는 것 같았다.그녀는 고승겸이 위쪽으로 올라가는 발걸음 소리가 멀어지고서야 자신의 입을 막은 손바닥을 걷어내고 홱 돌아섰다.“쉿.”소만리가 막 입을 열려고 하자 남자는 자신의 입에 검지를 갖다 대며 소만리의 품에서 기여온을 끌어당겨 자신의 품에 안았고 다른 한 손으로는 그녀의 손을 잡고 지체 없이 계단 통로에서 빠져나와 엘리베이터로 향했다.고승겸은 몇 층인가를 올라가다가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기여온을 안은 소만리가 이렇게 멀리 달아날 수는 없었다.방금 그가 뒤쫓아온 뒤 복도 전체가 조용하고 아무 소리도 나지 않을 걸로 보아 소만리가 딸을 안고 계단을 오를 가능성은 없어 보였다.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고승겸은 잽싸게 몸을 돌려 아까 왔던 층으로 되돌아갔다.그가 철문 뒤를 살피자 그 좁은 공간에서 온기가 느껴졌다.고승겸은 눈을 가늘게 뜨고 얼른 엘리베이터로 달려갔다.그가 뒤쫓아가는 순간 엘리베이터 문이 천천히 닫히고 있었고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 사이로 기여온을 안은 소만리의 모습이 보였다.그리고 소만리는 어떤 남자의 손을 잡고 있는 것 같았다.호텔 엘리베이터는 속도가 빨랐다.고승겸이 엘리베이터로 달려갔을 때 소만리를 태운 엘리베이터가 이미 1층에 도착해 버렸다.그는 다시 쫓아가도 늦을 것임을 직감했다.“소만리, 이번엔 당신이 똑똑했던 게 아니라 내가 너무 방심했기 때문이야.”고승겸은 엘리베이터를 바라보며 차가운 미소를 흘렸다.“이렇게 딸을 데려간다고 해서 안전이 보장된다고 생각하지 마. 사흘도 안 돼서 날 다시 찾으러 올 테니까.”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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