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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황제가 사랑한 여인: Chapter 2041 - Chapter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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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1장

”사장님?”고승겸은 종업원이 부르는 호칭을 들으며 의아한 느낌이 들었다.종업원은 여전히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 분은 저희 카페 사장님이세요.”종업원이 이렇게 말하자 고승겸은 드디어 무슨 말인지 알게 되었다.그는 이반이라는 사람에 대해서도 좀 알아보았다.F국에서 명망 있는 부잣집 도련님인 이반은 놀기 좋아하는 성격이지만 꽤 전문적이고 뛰어난 소아과 의사였다.가족들 중에는 엘리트가 많았고 거의 대부분이 의사였다.이런 부잣집 도련님이 카페에 투자해서 사장님으로 불리는 일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고승겸은 마음속에 의심을 품고 위층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종업원은 고승겸이 올라가는 것을 보고는 카페 입구 문으로 가서 조심스럽게 문을 잠갔다.고승겸은 이반에게 정확한 답변을 들을 생각으로 가득 차 있어서 다른 생각은 아예 하지 않았다.그러나 그가 2층으로 올라가자마자 그의 눈동자에는 소만리의 냉엄한 얼굴이 비쳤다.고승겸의 발걸음이 멈칫했고 그의 눈빛은 매섭게 주위를 훑어보고 있었다.아무도 없는 홀을 바라보며 그는 차츰 뭔가를 깨달았다.이반은 아예 여기에 없었고 아무런 메시지도 없었다는 것이 벌써 수상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소만리가 F국에 왔다니 고승겸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우연은 아니겠지?그는 냉엄하고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소만리를 바라보았다.“당신의 인간관계는 정말 남다르군. 내가 연락하고 싶은 사람이 당신과도 아는 사이였다니, 좀 놀라운데.”고승겸은 비아냥거렸다.“이반이 당신을 위해 이런 자리를 마련한 걸 보니 당신들은 보통 사이가 아닌 모양이야.”“이반과 난 몇 번 만났을 뿐 잘 알지는 못해. 날 위해 이렇게 당신을 만나게 해 준 건 단순한 호의일 뿐이야.”“호의?”고승겸의 얼굴에 웃음이 짙어졌다.“그렇지만 난 당신이랑 할 말이 아무것도 없어.”고승겸은 이 말을 던지고는 발길을 돌렸다.“고승겸, 당신이 내 딸 숨겼지?”소만리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고승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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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2장

”고승겸, 다 큰 어른이잖아. 그런 식으로 빙빙 돌려 빠져나가려고 하지 마.”“그래, 빙빙 돌리지 않을게.”고승겸이 드디어 인정했고 돌아서면서 날카롭고 깊은 눈동자를 소만리에게 단단히 고정시켰다.“소만리, 딸 보고 싶지? 당신과 교환하면 돼.”소만리는 눈썹을 찡그렸다.“나랑 뭘 바꾼다는 거야?”“당신과 강자풍, 이반이 모두 아는 사이니까 당신이 이반에게 부탁해서 그의 아버지가 남연풍을 치료하도록 허락을 받아오면 당신 딸을 돌려주지.”고승겸이 이렇게 제안하자 소만리는 가벼운 웃음을 날리며 말했다.“이반과 난 그저 우연히 만난 사이일 뿐이야. 난 그를 설득할 능력이 없어. 그의 아버지를 설득할 능력은 더더욱 없고.”“당신은 할 수 없지. 그렇지만 강자풍은 할 수 있어.”그는 자신이 말하는 것에 절대적인 확신을 가진 듯했다. 소만리도 고승겸의 눈에서 결연한 의지를 볼 수 있었다.그가 기여온을 조건의 대상으로 내세운 것은 인간말종다운 처사였지만 남연풍을 향한 마음만큼은 진심인 것처럼 보였다.“어때 소만리? 생각해 볼 필요가 있나?”고승겸은 건들거리며 말했고 아까 자리를 피하려던 마음은 사라졌는지 이제는 한가롭게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난 시간이 많지만 당신 딸이 당신을 기다릴 수 있을지 모르겠군.”고승겸은 분명히 소만리를 위협하고 있었다.소만리는 그의 말을 듣고 주먹을 불끈 쥐였다가 심호흡을 하며 천천히 주먹을 풀었다.그녀는 몸을 돌려 창가에 앉아 있는 고승겸을 바라보았다.그녀가 처음 그를 만났을 때처럼 그의 얼굴은 표정 하나 없었지만 전체적으로 흐르던 신사의 품격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승겸은 지금 편집증적 성격으로 치달았고 인간성을 상실한 악마의 모습이 되어 가고 있었다.“이반이 남연풍을 구하는 일에 응하든 응하지 않든 그건 당신이 내 딸을 납치해 간 것과 상관없는 일이야. 별개라고. 고승겸, 이 두 가지 일을 엮으려 하지 마.”“당신의 그 말은 그럼, 우리의 거래가 성사될 수 없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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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3장

이반이 제안에 응하자 고승겸의 입가에는 환한 미소가 번졌다.의외의 수확인 셈이었다.원래 고승겸은 기여온으로 기모진에게 복수하려고 했지만 지금은 더 큰 것을 얻은 느낌이 들었다.기여온이 그에게 뜻밖에도 가장 효과적인 바둑알이 된 형국이었다.“당신 아버지가 날 만나겠다고 동의하기 전에는 아무도 기여온을 만날 생각하지 마세요.”“고승겸!”강자풍은 약간 짜증이 났다. 화가 난 강자풍의 모습에 고승겸의 웃음은 더욱 짙어졌다.“왜? 화가 나? 당신이 화를 내 봐야 아무것도 바뀌는 건 없어.”고승겸은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계단을 내려가려고 했다.막 두어 걸음 가다가 그는 다시 이반을 돌아보았다.“좋은 소식 기다리고 있을 테니 빠른 시일 내에 연락주세요.”이반은 이렇게 미치광이처럼 자기 마음대로 날뛰는 사람은 처음 보았다.그러나 미치광이처럼 날뛰는 고승겸의 광기를 잠재울 만한 방법이 없었다.고승겸이 흡족한 얼굴을 하고 떠나는 뒷모습을 보며 강자풍은 화가 난 듯 손을 들어 벽을 내리쳤다.퍽 하는 소리와 함께 소만리는 강자풍의 얼굴에 근심과 번뇌가 가득 차 있는 것을 보았다.이반은 강자풍이 초조해하는 모습을 보고 더 이상 지체하지 않았다.“자풍, 그럼 난 집에 가서 아버지를 만나 이 일을 의논해 볼 테니 조금만 기다려요.”강자풍은 끓어오르는 짜증과 불안함을 가라앉히며 얼굴을 가다듬고 이반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건넸다.“이반, 고마워요. 이제 여온이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당신뿐이에요.”“친한 친구 사이에 고맙다는 말 하는 거 아니에요. 남도 아니고. 그럼 나 먼저 갈게요.”이반은 소만리를 항해 고마운 마음을 담아 미소를 지었다.소만리가 이반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할 겨를도 없이 이반은 황급히 돌아섰다.이반의 지시로 커피숍 직원이 소만리와 강자풍에게 커피를 두 잔 가져다주었다.이렇게 큰 커피숍에 소만리와 강자풍 두 사람만이 남았다.주위는 고요하게 내려앉았다.어색한 분위기를 이기지 못하고 강자풍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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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4장

그러나 강자풍을 바라보는 소만리의 눈빛은 점점 더 미안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맞아. 강어와 강연은 인간성을 거스르고 도덕에 위배되는 일을 많이 저질렀어. 난 강연을 싫어했어. 아니 심지어 죽도록 원망했어. 그녀가 경연의 총에 죽임을 당하자 난 자업자득이라 생각했어. 강어가 냉엄한 법의 집행을 받았을 때도 난 마땅히 그가 받아야 할 죄를 받은 거라고 생각했어. 그렇지만 그들이 모두 너의 혈육이라는 사실은 간과했어.”소만리가 여기까지 말하자 강자풍은 소만리가 무슨 의미에서 자신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는지 알 것 같았다.“그동안 나와 내 가족만 생각하고 널 조금도 배려하지 못한 것이 너무 미안해.”이 말에 강자풍의 미간이 일그러졌고 자신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말로만 항상 네 친구라고 했지 정작 그럴 만한 자격은 없었던 거야. 친구라면 이반처럼 너의 감정을 배려하고 위로해 주었어야 했어.”“네가 왜 나와 기모진에게 원한을 품었는지 이제야 이해가 가.”소만리는 자책하는 듯 쓴웃음을 지었다.“강연이 경연의 총에 맞아 죽고 모진이 모함을 당했을 때 넌 모진을 무조건적으로 믿으며 진짜 범인을 찾기 위해 함께 백방으로 뛰어 주었는데 난 너한테 위로의 말도 한마디 하지 않았어. 결국 넌 친누나를 잃은 건데 난 그 생각을 못 했어.”얘기를 하다 보니 더욱더 소만리의 마음이 무거워졌다.“강자풍, 정말 미안해. 난...”“그만해.”강자풍이 소만리의 말을 끊었고 이미 두 눈을 붉어져 있었다.“더 이상 말하지 마.”그는 소만리가 더 이상 말하지 못하도록 막았고 그렁그렁해진 눈물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뚝뚝 떨어졌다.소만리는 일어나 티슈를 건넸다.“날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거 알아.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고맙다는 말 한마디뿐이야. 고마워. 여기서 마음 좀 가라앉히고 가. 나 먼저 갈게.”소만리는 강자풍의 앞에 놓인 테이블 위에 티슈를 올려놓고 계단으로 걸음을 옮겼다.“누나.”강자풍에게서 오랜만에 들어보는 정감 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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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5장

”사실 난 당신과 더 이상 친구가 되고 싶지 않았어. 기모진과 어떠한 왕래도 하고 싶지 않았고.”강자풍은 솔직히 털어놓았다. 이 사실은 소만리를 적잖이 놀라게 했다.짐작한 대로 강자풍은 그들 부부와 연락을 끊을 생각이었던 것이다.“그럼 나중에는 왜 우리와 연락한 거야?”소만리가 물었다. 강자풍은 아무런 표정 없이 대답했다.“한 사람 때문에.”소만리는 바로 작고 귀여운 얼굴을 떠올리며 말했다.“여온이 때문에?”강자풍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소만리도 그를 따라 웃었지만 마음은 아팠다.“안타깝게도 내 딸은 항상 힘든 상황에 처하는 것 같아.”“하지만 난 믿어.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여온이는 다 이겨낼 거야.”강자풍은 확신에 찬 눈빛으로 말했다. 소만리도 역시 같은 생각이고 꼭 그렇게 되길 바란다.“어쩌면 너와 여온이가 인연이 있나 봐.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너의 골수가 여온이의 골수와 일치할 수 있었겠어?”강자풍도 부인하지 않고 동의했다.“나도 그렇게 생각해.”그는 미소를 지었고 눈에는 더욱 심오한 빛이 감돌고 있었다.그는 줄곧 자신과 기여온이 특별한 인연이 있다고 믿었다.이제 그들에게도 뭔가 떼려야 뗄 수 없는 끈이 생긴 것 같았다.소만리와 강자풍은 향기로운 커피를 마시며 부드럽게 부서지는 따스한 아침 햇살을 만끽했다.번화한 도시의 구석구석을 햇살이 환하게 밝히는 것을 보며 두 사람은 모처럼 마음의 긴장이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30분 정도 지났을 때 강자풍은 이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그러나 점점 굳어가는 강자풍의 표정을 보며 소만리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잠시 후 강자풍은 전화를 끊었다.“어떻대? 이반이 뭐라고 했어?”강자풍은 소만리를 보고 잠시 말을 하지 못하다가 겨우 입을 열어 말했다.“이반이 지금 오고 있다니까 오면 자세히 얘기해요.”강자풍이 이렇게 말하는 걸 보고 소만리는 일이 간단치 않음을 확신했다.강자풍과 향기로운 커피를 마셨지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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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6장

강자풍의 말을 듣고 있자니 소만리의 얼굴빛이 점점 일그러졌고 심장이 불안하게 뛰기 시작했다.그녀는 기여온의 몸 상태가 이렇게까지 회복된 것도 쉽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다.만약 이 상태에서 또다시 악화된다면 엄마인 그녀로서는 정말 견디기 힘든 일이 될 것이다.그녀는 기여온에게 어떻게 더 나은 치료를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그러나 이런 일을 억지로 밀어붙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강자풍과 이반은 점점 일그러져가는 소만리의 표정을 말없이 살피고 있었다.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들은 소만리가 엄마로서 얼마나 마음이 힘든지를 헤아릴 수 있었다.“고승겸을 잠시 속일 수 있는 방법이 있어요.”잠자코 생각해 보던 강자풍이 입을 열었다.소만리를 정신이 번쩍 들었다.“나도 그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해.”“내가 뭘 말하려는지 알아?”강자풍은 깜짝 놀란 눈으로 소만리를 쳐다보았다. 소만리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알 것 같아.”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이반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도대체 무슨 방법을 말하는 거예요?”“이반.”소만리는 이반을 향해 진지한 눈빛을 보냈다.“이런 방법이 당신의 아버지를 곤란하게 할 수도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다른 방법이 없으니 당신 아버지를 설득해서 고승겸을 한 번 만나게 해 보면 어떨까요?”“그래, 이반. 다시 돌아가서 당신 아버지를 한 번만 더 설득해 주세요. 당신 아버지가 고승겸을 한 번 만나 상담하기만 하면 돼요. 꼭 가까운 시일 내에 진료 날짜를 잡아야 하는 것은 아니에요.”강자풍은 이반에게 건의했다.이반은 강자풍과 소만리의 말뜻을 알아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곧바로 그들의 의견에 찬성하며 몸을 일으켰다.“바로 가서 아버지랑 상의해 볼게요.”“정말 고맙고 또 죄송해요, 이반.”소만리가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말했다.이반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의사이고 더구나 여온이는 내 환자이기도 하니까 나한테도 이런 노력을 할 의무와 책임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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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7장

”그렇지 않아? 기여온을 데려온 것은 기모진에게 복수하기 위해서잖아?”남연풍은 고개도 들지 않고 냉소적으로 쏘아붙였다.고승겸은 남연풍이 자신을 이렇게 볼 줄 알았다는 듯이 아무 해명도 하려 하지 않았다.“내가 당신을 데리고 F국에 온 진짜 목적을 곧 알게 될 거야.”고승겸은 사뭇 진지하게 말하고는 눈을 내리깔고 사과를 먹고 있는 기여온에게 시선을 돌렸다.“원수의 딸은 이렇게 즐거운 표정으로 사과를 먹는데 내 자식은 세상에 나와 보지도 못하고 이슬처럼 사라졌으니, 흥.”고승겸은 냉소를 지으며 갑자기 손을 뻗어 기여온 앞에 놓인 과일 쟁반을 쓸어 버렸다.꽈당 하는 소리와 함께 과일 쟁반이 바닥으로 널브러졌다.기여온은 고승겸의 행동에 깜짝 놀라 눈이 동그래졌다.그녀는 맑고 큰 눈을 멍하니 뜨고 화가 잔뜩 나 있는 고승겸을 바라보았다.이를 본 남연풍이 고승겸을 향해 호통쳤다.“고승겸, 다 큰 어른이 되어 가지고 이게 뭐야? 마음에 불만이 있거든 얼마든지 다른 방법으로 풀어낼 수 있잖아. 왜 이렇게 어린아이에게 화를 내는 거야?”그녀는 호통을 치다가 갑자기 비아냥거리는 웃음을 날렸다.“아이가 없으니 망정이지 그 아이가 태어났더라면 당신 같은 아버지가 있어서 슬펐을 거야.”이 말을 들은 고승겸은 삽시간에 눈동자가 분노로 차올랐다.“우리 아이가 세상에 나왔다면 내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로 키웠을 거야. 이 아이가 누구야? 이 아이는 내 아이가 아니잖아. 그런데 왜 내가 예의를 갖춰 잘 해 줘야 하는 거야?”“남의 아이는 아이가 아니야?”남연풍은 실망감이 가득 찬 눈으로 고승겸을 바라보며 되물었다.“당신 도대체 왜 이렇게 된 거야? 당신 마음속의 원한을 위해 이렇게까지 냉혈한이 되어야만 해?”그녀는 고승겸은 쳐다보지도 않고 기여온에게 손을 내밀었다.“여온아, 이 아저씨 신경 쓰지 말고 언니랑 같이 방에 가자.”기여온은 남연풍의 말을 듣고 그녀의 손을 잡고 뒤돌아섰다.고승겸은 짜증스러운 듯 겉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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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8장

강자풍은 말을 하면 할수록 얼굴에 미소가 번졌고 한편으로는 마음이 저릿하게 아파왔다.“아무 걱정없이 천진난만하게 놀아야 할 나이인데. 난 여온이가 그런 식으로 철이 들길 바라지 않았어.”소만리는 강자풍의 말뜻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도 같은 마음이었기 때문이다.아이는 원래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커야 하는데, 그녀의 아이들 기란군과 기여온은 어려서부터 이미 그렇게 철이 들어 버렸다.소만리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가슴이 먹먹해져 오며 죄책감이 사정없이 그녀를 옥죄었다.“누나 이제 좀 쉬어. 나도 방으로 가서 좀 쉴 테니까. 내일 아침 일찍 이반의 집으로 같이 가자.”“그래.”소만리가 고개를 끄덕였고 돌아서는 강자풍의 뒷모습을 보며 고맙다는 말을 하려다가 괜한 생각이 아닐까 하는 마음에 입을 다물었다.강자풍이 떠난 후 소만리는 기모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소만리가 지금 강자풍의 집에 있다는 사실을 안 기모진은 적잖이 놀랐다.“강자풍이 당신한테 여온이를 만나게 해 준다고 했어?”영상 속 남자는 짙고 긴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질문을 마구 쏟아내었다.소만리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강자풍이 그렇게 해 줬어. 그리고 그동안 얽히고설킨 오해도 다 풀었어.”이 말을 듣고 기모진은 깜짝 놀랐다.“소만리,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래? 강자풍이 우리한테 왜 갑자기 그렇게 변했던 거야? 그리고 여온이는? 우리 여온이 봤어?”이 말을 듣고 소만리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녀는 재빨리 정신을 가다듬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말하려고 애썼다.“여온이는 몇 가지 검사할 것이 있어서 오늘 밤은 병원에서 지켜보기로 했어. 내일 아침에 다시 병원에 갈 거야.”소만리의 대답을 들은 기모진은 어딘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깊이 생각하지 않고 소만리와 애틋한 마음을 주고받으며 만사에 조심하라는 당부의 말을 남긴 채 전화를 끊었다.소만리는 가만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혹여라도 기모진이 기여온에 대해 더 많이 물어볼까 봐 통화 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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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9장

불안해하는 강자풍의 목소리가 떨어지기가 무섭게 카페 아래층에서 띠링띠링 하는 소리가 났다.문이 열리며 풍경이 울리는 소리였다.오늘은 영업을 하지 않기로 했으니 지금 이 시간에 들어오는 사람은 단 한 사람 고승겸밖에 없었다.곧이어 예의 바르게 인사를 하는 점원의 목소리가 들렸다.“고 선생님, 오셨습니까? 사장님과 다른 친구분들이 이미 위층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마실 것은 무엇으로 준비할까요?”고승겸은 종업원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스쳐 지나갔고 계단을 향해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겼다.2층에 이르자 고승겸의 눈에 소만리와 강자풍이 함께 있는 모습이 들어왔고 고승겸은 불만스러운 듯 눈살을 찌푸렸다.“당신들 왜 여기 있어?”강자풍이 벌떡 일어섰다. 얼굴빛은 고승겸보다 더 냉랭했다.“고승겸, 당신이 만나려는 교수님이 이미 와 있어요. 우리는 당신이 요구한 일을 다 했으니 당신도 약속대로 이행하길 바라요.”“허어.”고승겸은 시큰둥한 미소를 지으며 소만리와 강자풍을 스쳐 지나 바로 이반의 아버지 앞으로 다가갔다.고승겸은 눈앞에 서 있는 인물이 자신이 조사한 사진 속 인물과 동일인임을 확인하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닥터 노, 안녕하세요. 저는 고승겸입니다. 제 친구의 건강 상태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하고 싶습니다.”이반의 아버지는 자상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였다.“말씀해 보세요. 병세를 들어보고 어떤 치료 방법이 좋을지 생각해 보겠습니다.”고승겸도 미소를 지었지만 뭔가 찜찜한 듯 소만리를 비롯한 세 사람을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닥터 노와 단둘이서 얘기하고 싶으니, 나중에 기여온을 만나고 싶으면 잠시 모두 자리를 비켜 줘.”“고승겸, 당신...”강자풍은 기가 차다는 듯 말을 끝맺지 못하고 어안이 벙벙하다가 소만리의 손에 이끌려 뒤로 물러났다.“그냥 나가서 기다리자.”소만리는 눈을 내리깔고 차갑고 도도한 눈빛으로 고승겸을 바라보며 말했다.“저 사람 우리에겐 신의가 없을지 몰라도 자신의 소중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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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장

소만리는 강자풍이 약속한 것을 꼭 지킬 거라는 믿음이 갔다.그만큼 강자풍이 기여온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졌기 때문이다.30분 정도 지났을 때 마침내 소만리는 계단에서 인기척이 나는 소리를 들었다.고승겸과 이반의 아버지가 얘기가 끝난 것 같았다.아래층에 있던 세 사람은 동시에 일어났고 고승겸이 먼저 성큼성큼 걸어 내려오는 것을 보았다.“고승겸.”소만리가 제일 먼저 나서서 고승겸의 길을 막았다.“여온이를 우리한테 데려다주지 않아도 되지만 적어도 날 먼저 만나게는 해 줘. 내 딸이 괜찮은지는 알아야 할 거 아냐.”고승겸은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말했다.“아직 구체적인 치료 방안이 나오지 않았으니 당분간은 딸을 볼 수 없어.”“고승겸, 너무 한 거 아니에요? 매사에 융통성 있게 해야 당신의 소중한 친구에게도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은 안 해요?”강자풍은 담담한 어조로 말했지만 엄연히 협박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그래, 그럼 만나게 해 주지. 그렇지만 당신만 만날 수 있어.”고승겸의 눈빛이 소만리의 아름다운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당신은 지금 나랑 같이 가. 저 사람들은 따라오지 못하게 해. 저 사람들이 우릴 미행하고 있다는 걸 나한테 발각되기라도 한다면 그 즉시 아이를 만날 생각은 포기해야 해.”고승겸은 말을 마치자마자 홀연히 그 자리를 떠났다.소만리는 강자풍과 이반에게 따라올 필요가 없다는 신호를 보내고 빠른 걸음으로 고승겸을 뒤쫓았다.강자풍은 혹시라도 소만리가 위험해질까 봐 따라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이반이 그를 막는 바람에 발걸음을 멈췄다.“자풍, 가지 마세요.”“소만리가 위험해질 수도 있어요. 고승겸 저 사람은 신용 따위 없는 사람이라구요.”“다만 그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친구가 몸이 회복되길 원할 때만 빼구요.”이반은 고승겸의 뒷모습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이 말을 듣고도 강자풍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마음 같아서는 사람을 시켜 몰래 뒤를 쫓게 하고 싶었지만 고승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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