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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황제가 사랑한 여인: Chapter 2021 - Chapter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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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장

남연풍은 어리둥절했다. 기여온이 건네준 것이 무엇인지 짐작도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그녀는 천천히 시선을 내려 기여온이 쥐여 준 작은 카드를 바라보았다.남연풍이 가만히 바라보니 그것은 기여온이 자신을 소개하는 작은 카드였다.카드에는 기여온의 인적 사항과 현재 거주지가 적혀 있었고 기여온의 현재 건강 상태도 쓰여 있었다.그 카드를 보고서야 남연풍은 기여온이 정말 말을 할 수 없는 아이라는 걸 확신하게 되었다.만약 길을 잃어버리는 상황을 대비해 누군가 마음씨 좋은 사람이 그녀를 자신의 집에 데려다 주길 바라는 마음에 지니고 다니던 카드였던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그 노력이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고승겸이 어떻게 아무 대가 없이 기여온을 되돌려줄 수 있겠는가?이때 고승겸도 기여온이 남연풍에게 건네준 카드를 보았고 성큼성큼 걸어와 남연풍이 들고 있던 카드를 빼앗듯 가져갔다.고승겸은 힐끔 쳐다보더니 입가에 경멸의 미소를 지으며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카드를 휴지통에 집어던지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섰다.기여온의 귀여운 눈썹이 일그러졌고 그녀는 돌아서서 휴지통으로 간 뒤 고승겸이 버린 카드를 주워 자신의 주머니에 조심스럽게 넣었다.남연풍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기여온을 쳐다보았다.어린 소녀의 마음을 생각하니 너무나 마음이 아팠지만 정작 그녀가 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이 상황에서 고승겸이 그녀의 말을 들어줄까?그럴 리는 없을 것이다.남연풍은 휠체어를 움직여 기여온의 곁으로 다가갔다.“기여온이라고?”남연풍의 말에 기여온은 작은 머리를 들어 그녀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남연풍은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여온아, 잠시 동안만 여기서 지내고 있어. 적당한 기회를 봐서 집에 데려다줄게.”기여온은 남연풍이 하는 말을 알아들은 듯 눈을 깜빡이며 조용히 소파 쪽으로 가서 앉았다.남연풍은 기여온의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휠체어를 옮겨 방으로 들어왔다.고승겸은 어느새 베란다에 서서 담배를 피우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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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장

기여온은 지금 정상적이고 건강한 아이가 아니라는 점이 강자풍의 마음을 한없이 불안하게 만들었다.기여온의 병은 아직 회복기에 있기 때문에 언제라도 다시 불안정한 상태로 될 여지가 있었고 그렇게 된다면 재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게 된다.그는 그의 눈앞에서 기여온을 납치해 간 검은 옷의 남자가 도대체 누구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하지만 그는 이 남자가 결코 평범한 납치범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검은 옷의 그 남자는 바로 기여온을 향해 돌진해 와서 아이를 낚아채 갔다.강자풍이 어떻게 해야 할지 답답한 마음에 안절부절못하고 있는데 갑자기 하인이 부리나케 뛰어 들어왔다.기여온의 소식이라도 있는 줄 알았던 강자풍은 소만리가 현관에서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소만리?”강자풍은 어안이 벙벙했다. 설마 소만리가 기여온이 납치된 걸 알아차렸단 말인가?아니다.그럴 리가 없다.기여온이 납치된 것은 불과 몇 시간 전이었다.그 시각이면 소만리가 비행기에 있었을 때인데 이렇게 빨리 나타날 수가 없다.“나야.”소만리가 걸음을 옮기며 강자풍에게 다가갔다.“내가 강 선생 방해한 건가. 난 그냥 내 딸 보러 왔어.”소만리는 이곳에 오게 된 이유를 당당하게 밝혔다.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그동안 강 선생이 내 딸을 잘 돌봐줘서 정말 고마워. 강 선생이 나와 내 남편에게 뭔가 불만이 있어서 내 딸을 데려가지 못하게 할 거라는 걸 알아. 그렇지만 적어도 한번 만나게 해 줄 수는 있겠지?”강자풍은 소만리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했지만 지금은 기여온을 만나게 해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소만리에게 기여온이 납치되었다는 말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소만리는 강자풍이 아무 말이 없자 마음이 아파왔다.“강 선생, 그 정도는 들어줄 수 있잖아? 여온이는 내 친딸이라구.”“당신의 친딸인 게 뭐, 뭐 어쨌다는 거야?”강자풍이 갑자기 입술을 들썩이며 냉담한 어조로 되물었다.“소만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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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장

기여온의 이름이 아래층에서 희미하게 들리자 소만리는 얼른 몸을 돌려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강자풍은 소만리가 아래층으로 내려오는 발자국 소리를 들었는지 일부러 문 쪽으로 걸어가며 소만리를 피했다.강자풍의 그런 움직임을 눈치챈 소만리는 더 빠르게 걸어 쫓아갔지만 강자풍에게 가까이 갔을 때 이미 그는 전화를 끊어 버렸다.“강자풍, 방금 누구랑 통화한 거야? 여온이랑 관련 있는 거 아니야? 너 여온이를 어디로 데려갔어?”“강자풍, 빨리 말해!”소만리는 타는 듯한 마음을 부여잡고 강자풍을 추궁했으나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소만리, 더 이상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마. 난 당신한테 기여온이 어디에 있는지 말해 주지 않을 거야.”강자풍의 대답은 냉혹하면서도 인정사정없었다.소만리는 그가 자신과 기모진에 대한 오해로 이런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소만리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못내 섭섭하기도 했다.“강자풍, 우리가 처음 알았을 때 난 우리가 항상 좋은 친구로 지낼 것이라고 생각했어. 그런 우리가 지금 왜 이런 관계가 되었는지 정말 모르겠어.”소만리는 자신도 모르게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강자풍, 여온이는 아직 어린아이야. 그 아이는 아무것도 몰라. 몸도 아파서 엄마 아빠의 보살핌과 손길이 필요해. 제발 내 딸 돌려줘. 네가 나와 내 남편을 어떻게 대하더라도 다 감당할게.”강자풍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가 소만리의 말을 듣고서야 고개를 돌려 그녀의 시선을 마주했다.“여온이가 아프다는 걸 알고 난 이미 의사를 불러서 여온이를 치료해 줬어. 여온이는 지금 나랑 같이 있는 게 훨씬 나을 거야. 내가 검사 보고서들도 다 사진 찍어서 당신들한테 보여줬잖아, 안 그래?”“네가 여온이에게 잘 대해주는 건 알지만 여온이는 내 딸이야.”소만리는 자신이 여온이의 엄마임을 강조하며 강자풍이 조금이라도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 주길 바랐다.그러나 강자풍은 전혀 이해하려 들지 않으며 가벼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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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장

”그 차가 지금 어디에 있어요? 네, 알겠어요. 바로 갈게요.”강자풍은 통화를 마친 후 급히 차를 몰고 집을 나섰다.잠시 후 그는 어느 렌터카 가게에 도착했다. 직원은 강자풍을 어떤 차 앞으로 데려갔다.강자풍은 CCTV 화면을 반복적으로 본 뒤 이 차가 기여온을 데려간 남자가 운전한 차라는 것을 확인했다.“이 차가 맞아요. 차를 빌린 사람 연락처가 있나요?”강자풍은 간절하게 물었다.직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렌터카 이용자들의 자료를 강자풍에게 건넸다.그런데 강자풍이 자료에 적혀 있는 번호를 전화를 걸자 없는 번호라는 안내가 흘러나왔다.알고 보니 이 남자는 오래전부터 납치를 계획한 것이었다.“그 사람 언제 차를 반납하러 왔어요? 어떻게 생겼어요?”“30분 전쯤에 키가 크고 깡마른 남자가 검은색 옷을 입고 왔었어요. 마스크를 하고 목도리도 두르고 있어서 어떻게 생겼는지는 잘 모르겠어요.”“지금 당장 CCTV 좀 확인해서 보여주세요.”강자풍은 명령조로 직원에게 말했고 직원은 지체하지 않고 바로 가게 밖을 향하고 있는 CCTV 화면을 찾아 강자풍에게 보여 주었다.강자풍의 긴 눈썹이 깊고 예리하게 CCTV 속 인물들을 쫓았고 10여 초의 화면을 몇 번이나 돌려보고 난 뒤 갑자기 머릿속에서 번쩍하고 특정 인물이 떠올랐다.“설마 그 사람이...”강자풍의 마음에 짚이는 사람이 있었다. 그의 심장이 불안하게 뛰기 시작했다.그는 급히 항공사에서 근무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최근 며칠 동안 고승겸이라는 남자 승객이 혹시 산비아에서 F국으로 온 적이 있는지 좀 알아봐 줘.”강자풍의 친구는 재빠르게 자료를 뒤져 보았지만 고승겸이라는 사람에 대한 정보는 찾을 수 없었다.강자풍은 아무 소득 없이 전화를 끊었다.그저 자신의 착각이었을까.돌이켜 생각해 보니 고승겸 정도의 인물이라면 가짜 이름으로 비행기에 탑승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 같았다.강자풍은 잠시 생각해 본 후에 마침내 고승겸의 전화번호를 차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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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장

고승겸의 행동에 동정 따위는 조금도 존재하지 않았다.아니 지금 그의 행동은 야만적이기까지 했다.기여온은 몸이 밀린 채 당황한 표정으로 고승겸을 바라보았다.고승겸은 여온을 째려보며 말했다.“뭘 봐, 응? 말도 못 하는데 귀에도 문제가 있는 거야? 내가 네 몫은 없다고 말했잖아, 못 알아듣겠어?”“고승겸.”남연풍은 이런 고승겸의 태도를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고승겸, 당신 지금 미쳤어? 어떻게 어른이 되어서는 몇 살밖에 안 되는 어린아이를 괴롭힐 수가 있어?”남연풍의 질책에도 고승겸은 대수롭지 않은 듯 웃었다.“누가 소만리와 기모진 같은 부모 밑에서 태어나래? 날 탓할 문제가 아니야.”그는 시큰둥하게 말하고는 돌아서서 남연풍의 휠체어를 밀고 다이닝으로 향했다.기여온은 소파에 홀로 앉아 고승겸과 남연풍의 뒷모습을 조용히 바라보았다.기여온은 손을 들어 홀쭉한 아랫배를 만져 보았다.배가 좀 고프긴 했다.평소 이맘때 같았으면 강자풍과 함께 밥을 먹고 있을 것이었다.하지만 지금은 굶을 수밖에 없다.기여온은 닭똥 같은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고 잠자코 생각해 보았다.이 남자는 누구일까?왜 날 여기로 데려왔을까?이 사람들은 아마도 내 부모님을 아는 것 같다.기여온의 작은 머리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의문이 떠올랐다 사라졌다.그녀는 쓸쓸하게 눈을 내리깔았다.엄마, 아빠.여온은 엄마와 아빠, 그리고 오빠가 보고 싶었다.한편 남연풍은 밥맛이 없어서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다가 기계적으로 밥을 입에 밀어놓고 있는 고승겸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수저를 들고 고기와 반찬을 집어 들고 휠체어를 돌렸다.“당신 지금 뭐하는 거야?”고승겸이 그녀에게 소리쳤다.“내가 말했지. 저 아이 몫은 없다고.”남연풍은 휠체어를 잠시 멈추었지만 고승겸에게 고개를 돌리지는 않았다.“당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들었지만 난 저 어린아이를 괴롭힐 수 없어.”“괴롭혀? 뭘 내가 괴롭힌다는 거야? 한두 끼 굶는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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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장

남연풍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기여온을 바라보았고 잠시 후 기여온이 건네는 쪽지를 받았다.남연풍이 쪽지를 집어 들고 보니 ‘고마워요, 언니’라는 말이 앙증맞은 글씨로 쓰여져 있었다.고마워요.남연풍은 울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그녀는 평생 착한 일을 한 적이 없었고 잘못을 뉘우쳤을 때는 이미 폐인이 된 후였다.지금 누군가가 자신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니 그녀는 갑자기 자신이 폐인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적어도 조금은 쓸모 있는 인간이 된 것 같았다.강자풍은 고승겸이 기여온을 데려갔다는 물증은 없지만 심증적으로는 확신이 있었다.그리고 CCTV에 찍힌 남자의 몸매로 보아 강자풍이 기억하는 한 이런 모습의 윤곽과 몸매는 오직 고승겸뿐이었다.강자풍은 F국에서 이미 넓은 인맥을 확보하고 있어서 누군가를 찾으려면 찾지 못할 리도 없었다.그러나 강자풍은 기여온이 마음에 걸렸다.비록 기여온이 골수 이식에 성공하긴 했지만 아직 그녀의 몸은 회복기에 있어서 조심해야 했다.강자풍은 기여온이 다시는 어떤 신체적인 손상을 입지 않길 간절히 바랐다.강자풍이 초조한 마음을 달래지 못하고 안절부절못하고 있을 때 갑자기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발신자 정보를 확인한 강자풍은 깜짝 놀랐다.바로 고승겸의 전화였기 때문이다!강자풍은 일단 통화 버튼을 눌렀으나 너무도 뜻밖이라 얼른 대답할 생각도 못 하고 있는데 전화기 너머에서 고승겸의 목소리가 유유히 들려왔다.“어떻게 강자풍 도련님이 내 전화를 받을 생각을 하셨을까? 예전에는 내 번호 차단해 둔 것 같더니 이제 해제했어?”강자풍은 고승겸과 유유자적하게 대화할 기분이 아니었지만 너무 직설적으로 물었을 경우 고승겸이 바로 부인할까 봐 걱정되는 마음을 애써 감추고 차분하게 물었다.“그런 거 없어요. 그냥 산비아에서 오셨다는 소식을 뉴스 통해 들었어요. 항공사에 다니는 친구로부터도 당신이 F국에서 왔다는 말을 들었구요.”강자풍은 가벼운 말투로 담담하게 말했다.“당신이 내가 사는 곳으로 오셨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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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7장

”소, 소만리. 당신이 왜 여기 있어?”강자풍은 소만리를 보고 얼굴이 하얘졌다.그녀가 언제부터 여기에 있었는지 무엇을 들었는지 가늠할 수 없어서 강자풍은 더욱 머리카락이 쭈뼛 솟았다.소만리는 굳은 표정으로 강자풍을 바라보았다.“방금 누구랑 통화한 거야? 여온이는 어떻게 된 거고? 그리고 네가 어떻게 고승겸을 알아?”소만리는 거침없이 추궁했고 예리한 눈빛에는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힘이 느껴져서 그녀 앞에 서 있는 강자풍을 저절로 오금 저리게 했다.“강자풍, 내 딸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똑바로 말해! 고승겸과는 또 어떻게 알게 된 사이야?”소만리가 묻는 말에 강자풍은 눈썹만 잔뜩 찌푸린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소만리는 강자풍의 이런 태도를 보고 갑자기 뭔가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알겠어. 어떻게 된 건지 드디어 알겠다구.”소만리는 모든 걸 다 깨달은 듯 표정이 일순 굳어지며 말했다.“고승겸 맞지? 그가 우리 사이에서 이간질을 한 거지? 그랬기 때문에 네가 갑자기 나와 모진을 대하는 태도가 돌변한 거야!”소만리의 말에 강자풍은 강하게 부인했다.“그 사람과는 아무 상관없어.”강자풍은 두 눈을 번쩍 들어 소만리의 눈을 똑바로 마주 보았다.그의 눈빛이 갑자기 사나워졌다.“기모진이 강연의 곁에 있었던 건 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거 아니었어? 당신들에 대한 내 믿음을 이용해서 결국 내 형의 회사를 무너뜨렸고 간접적으로 경연이 강연을 죽이게 한 것도 다 사실이잖아.”원망 섞인 강자풍의 말을 듣고 소만리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그 일에 관해서는 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아. 강자풍, 난 네가 이렇게 비이성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거 알고 있어. 그리고 네 형과 누나가 왜 그렇게 죽었는지 넌 분명히 알고 있다고 생각해.”“우리를 미워해도 좋고 복수를 해도 좋아. 결자해지니까. 그렇지만 내가 지금 알고 싶은 건 오직 하나야. 내 딸, 여온이 지금 어디 있는 거야?”소만리는 침착하게 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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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8장

기여온은 아직 어렸지만 자신에 대한 남연풍의 선의와 친절은 느낄 수 있었다.남연풍은 거동이 불편했지만 기여온을 정성스럽게 화장실로 데리고 가서 간단하게 목욕을 시켰다.기여온은 갈아입을 여분의 옷이 없었기 때문에 남연풍은 아이가 입고 있던 옷을 그대로 입혀야 했다.남연풍은 기여온을 데리고 침실로 향했고 그때 고승겸이 갑자기 나타나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남연풍, 지금 뭐하는 거야?”고승겸이 쌀쌀한 어조로 물으며 눈을 낮게 내리깔고 기여온을 노려보았다.“내가 이 꼬맹이를 데려온 건 당신이 이 아이를 돌보라고 한 게 아니라구.”남연풍은 못마땅한 듯 얼굴을 찌푸리고 있는 고승겸의 눈을 마주 보았다.“고승겸, 사람은 신용을 지켜야 돼. 내가 당신 말만 잘 들으면 이 아이는 괴롭히지 않겠다며? 당신이 그렇게 약속했으면 지켜야지.”“내가 당신한테 약속한 건 잊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신이 이 아이에게 음식을 가져다주고 목욕을 시키고 재워야 한다는 뜻은 아니야.”“내가 좋아서 하는 거야.”남연풍은 무심하게 대답하면서 고개를 돌려 기여온에게 손을 내밀었다.“여온아, 언니랑 방에 들어가자. 오늘 밤에 우리 같이 잘까?”기여온은 고승겸의 냉혹한 눈매를 바라보다 고개를 돌려 다정하게 웃고 있는 남연풍의 얼굴에 천진난만한 시선을 떨어뜨렸다.기여온은 작은 머리를 살며시 끄덕이며 고분고분하게 남연풍의 제안에 응했다.남연풍은 살짝 미소를 지어 보이며 기여온의 작은 손을 잡고 방으로 들어갔다.고승겸은 남연풍의 이런 행동이 탐탁치가 않았다.그는 자신이 남연풍에게 왜 이런 행동을 승낙한 것인지 갑자기 후회가 밀려왔다.강자풍의 손에서 기여온을 납치해 올 계획을 주도면밀하게 세운 건 기모진에게 철저히 복수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던가?그런데 지금 이 상황은 뭐란 말인가?그는 베란다로 나와 담배 한 개비에 불을 붙여 초조하게 담배연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그는 눈을 가늘게 떴다. 눈앞에 적막한 어둠을 마주하고 보니 갑자기 피식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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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9장

”당신 다 들었어?”고승겸은 빙빙 돌리지 않고 바로 물었다.남연풍도 담담하게 입을 열어 물었다.“이반이라는 사람 누구야? 당신 이 사람 만나서 뭘 하려고?”고승겸의 차분한 눈빛이 남연풍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고 그는 아무 말도 없이 화장실로 향했다.그가 해명할 뜻이 없는 것처럼 보이자 남연풍은 그의 뒷모습을 향해 차갑게 일갈했다.“그래, 난 알 필요도 없는 사람이지. 난 자존심 없는 광대처럼 행동했었어. 그저 겸이 도련님의 지시나 따를 뿐이었지.”고승겸의 발걸음이 멈췄다.그가 고개를 돌렸을 때 남연풍은 이미 물 잔을 들고 방안으로 들어갔고 침실 문을 굳게 닫았다.광대?고승겸은 눈을 내리깔고 비웃음을 날렸다.다음날 이른 아침.남연풍은 일어나자마자 고승겸이 이미 외출한 사실을 알았다.식탁 위에는 아침 식사가 놓여 있었다. 고승겸이 차려놓고 간 것이 분명했다.식탁을 물끄러미 바라보니 2인분을 준비해 둔 것 같았다.남연풍은 자신의 뒤를 따라오는 기여온을 바라보았다.고승겸이 기여온을 위해 아침을 준비했단 말인가?그는 고집이 세고 말투도 강경하지만 사실 마음속에는 여전히 선량한 면이 있었던 걸까?남연풍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기여온을 데리고 얼굴과 손을 씻긴 뒤 기여온에게 아침 식사를 건넸다.“여온아, 어서 먹어. 굶으면 안 돼.”남연풍은 다정하게 미소를 지었다.기여온은 고분고분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귀여운 손을 내밀어 아침밥을 받았다.남연풍이 아침 식사를 하는 기여온의 귀여운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노라니 어느새 눈가가 촉촉해지며 가슴이 아려왔다.남연풍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평평한 아랫배에 손이 갔다.그녀와 고승겸의 아이도 무사히 세상에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남자아이였을까 아니면 여자아이였을까?여자아이였으면 예쁘고 또렷하게 생겼겠지?고승겸과 그녀의 외모가 출중했기 때문에 남연풍은 살짝 이런 생각도 해 보았다.그런데...아이는 이미 그녀를 떠난 지 오래였다. 게다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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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장

아파트 현관 문은 단단히 잠겨 있었다.아예 문도 열 수 없는데 어떻게 여온을 데리고 여길 나갈 수 있겠는가?남연풍은 안타까운 듯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돌려 기여온을 바라보았다.기여온이 눈을 깜빡이며 호기심 어린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남연풍은 미소를 머금고 기여온을 부드럽게 바라보며 미안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미안해, 여온아. 언니가 지금은 널 집으로 보내줄 방법이 없어.”남연풍이 말하는 뜻을 알아챈 기여온은 귀여운 미소를 지으며 마치 당신 잘못이 아니라는 듯 남연풍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았다.“참, 여온아. 엄마 아빠 핸드폰 번호 혹시 기억해? 언니가 여온이 엄마 아빠한테 전해하면 되는데.”말하는 순간 남연풍은 기여온이 준 카드가 떠올랐다.그 카드에는 기여온의 가족들 연락처가 있었다.어젯밤 고승겸이 그 카드를 휴지통에 버렸다는 기억이 떠오른 남연풍은 이내 고개를 돌려 휴지통 옆으로 다가갔다.그녀는 더럽다는 생각도 하지 않고 휴지통 속으로 손을 넣어 뒤적거려 보았다. 그러나 카드는 보이지 않았다.역시 진작에 휴지통은 말끔히 처리되었던 것이다.고승겸이 그렇게 치밀할 줄은 몰랐다.하긴 그녀가 생각해 낼 수 있는 것을 고승겸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을까?남연풍이 힘없이 휴지통을 내려놓는 순간 기여온이 작은 쪽지를 들고 남연풍 앞으로 다가왔다.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 쪽지를 받아든 남연풍은 눈이 동그래졌다.그 쪽지에 전화번호가 적혀 있는 것이었다.남연풍은 깜짝 놀라며 미소 지었다.“여온이 정말 똑똑해!”기여온은 입을 앙증맞게 앙다문 채 숨겨진 보석마냥 달콤한 보조개를 살짝 띄운 채 미소 지었다.사실 기여온은 소만리와 기모진의 핸드폰 번호를 기억하지 못한다.쪽지 위에 쓰인 전화번호는 사실 강자풍의 것이었다.강자풍이 그동안 기여온에게 자신의 핸드폰 번호를 기억하라고 누누이 일러준 결과였다.그는 언젠가 기여온이 길을 잃어버렸을 때 인적 사항을 적어 둔 카드도 없을 경우를 대비해 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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