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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황제가 사랑한 여인: Chapter 2011 - Chapter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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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장

호정은 공장 주위를 둘러보면서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살펴보았다.소만리는 공장 책임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이야기가 끝나면 소만리는 공장 안을 둘러볼 것이다.호정은 소만리가 향수가 생산되는 상황을 검사하지 않길 바랐다.그래서 그녀는 옷을 갈아입으러 들어가는 소만리를 보고 아무 부끄러움도 없이 시끄럽게 그녀를 불렀다.호정은 어쨌든 시작한 일이니 끝장을 보아야만 했다.“소만리!”소만리는 옷을 갈아입고 공장에 들어가려는데 갑자기 호정이 황급히 안으로 뛰어오는 것을 보고 의심스러운 듯 호정을 바라보았다.“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어? 급하지 않으면 좀 기다려. 나 공장 둘러봐야 해.”소만리가 호정에게 말하자 호정은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당연히 중요한 일이니까 내가 이렇게 당신을 급하게 찾는 거겠죠.”호정은 초조한 표정으로 말하며 소만리의 뒤를 따르던 상사와 매니저를 힐끔 쳐다보더니 갑자기 눈빛이 바뀌었다.그녀는 갑자기 억울하고 연약한 척 연기하기 시작했다.“아가씨, 아니 대표님. 제가 이제야 이해했어요. 저는 대표님과 다툴 자격이 없다는 것을 잘 알아요. 나와 기 선생님 사이에 일어난 일은 그냥 우연한 사고였어요.”호정은 갑자기 그 일을 언급하며 그녀와 기모진 사이에 일어난 일을 사람들 앞에서 폭로하게 되었다.소만리의 눈빛이 무겁게 가라앉았고 뒤에 있던 상사와 매니저는 모두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하지만 호정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계속 말을 이었다.“대표님, 난 기 선생님 하나만을 바라보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경도로 달려왔어요. 나한테 남은 건 이제 아무것도 없어요. 그저 경도에서 삼시 세끼 잘 먹고 잘 살고 바람과 비를 피할 곳만 있으면 그걸로 만족해요. 제발 절 쫓아내지 말아 주세요. 기 씨 집안의 하인이 되라고 해도 기꺼이 받아들이겠어요!”호정은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고 눈에는 눈물마저 반짝이고 있었다.소만리의 뒤에 서 있던 상사와 매니저는 이 광경을 바라보며 어색한 기침을 내뱉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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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장

”네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거, 그게 지금 내가 말하고 있는 거야.”소만리는 설명하기도 귀찮고 호정과 더 이상 다투기도 귀찮았다.“네가 정말 깨달았다면 날 따라와서 열심히 배워. 그렇지 않으면 어떤 자리에서든 함부로 부적절한 말을 내뱉어서는 안 돼. 알겠어? 경고하는 거야.”소만리는 결단력 있고 단호하게 호정에게 경고했고 당당한 눈빛으로 호정의 얼굴을 훑고 난 후 공장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호정은 자신이 조작한 데이터를 소만리가 확인하게 될까 봐 얼른 달려가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소만리, 거기 서요. 소만리!”“이 사람 못 들어오게 해.”소만리는 호정의 말은 무시한 채 공장 문밖을 지키는 보안요원들에게 분부를 내리고는 당당한 발걸음을 이끌고 공장 안으로 들어갔다.호정은 보안요원에게 저지당하고 말았다. 소만리가 들어가는 뒷모습을 보고 호정은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그녀는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문밖에서 기다렸다.소만리가 혹시라도 조작된 데이터를 발견할까 봐 마음이 불안불안했다.30분 정도 지났을 때 소만리는 상사와 매니저를 동행하고 공장에서 나왔다.매니저는 미소를 지으며 소만리에게 공손하게 말했다.“대표님 걱정하지 마세요. 주문하신 대로 완벽한 제품을 만들 겁니다. 제품이 납품되는 시기도 대표님이 지정한 날짜에 맞출 테니 걱정 붙들어 매세요.”“그래요. 수고하셨어요.”소만리는 예의 바르게 웃으며 돌아섰다.호정은 소만리가 나오는 것을 보고 아무런 행동도 없이 그 자리에 서서 두 눈으로 똑바로 소만리를 바라보았다.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같았다. 혹시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한 걸까?호정은 묵묵히 생각에 빠졌다.소만리는 호정의 행동에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고 옷을 갈아입고 가방을 들고나와 회사로 다시 돌아가려고 했다.호정은 그제야 소만리를 따라 차에 올랐다.공장 안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서 안달이 나 있던 호정은 태세를 전환할 수밖에 없었다.호정은 소만리와 함께 뒷좌석에 앉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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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장

소만리의 강렬한 눈빛에서는 호정에게 한 치의 거짓말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읽혔다.호정은 약간 찔려서 머뭇거리다가 일부러 시선을 피하며 차창 밖을 내다보았고 고민스러운 듯 웃으며 말했다.“무슨 다른 방법이 있어요? 나도 살아야 하니까 타협할 수밖에요.”호정은 달갑지 않은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난 당신과 싸울 능력이 전혀 없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어요. 처음에는 너무 순진해서 막무가내로 나갔던 거예요. 기 선생님은 내가 따라갈 수 있는 남자가 아니었어요.”호정은 매우 슬픈 눈빛으로 한숨을 내쉬며 눈을 내리깔았다.“기 선생님은 아주 매력적인 분이에요. 내 신분도 모르고 함부로 불나방처럼 덤볐으니, 아휴...”호정은 이 말을 내뱉으며 다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소만리는 조용히 호정을 바라보며 그녀가 하는 말을 잠자코 들었다.“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이것 말고 또 있어?”소만리는 의미심장하게 물었다.호정은 어리둥절해하면서 고개를 들었고 소만리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하고 싶은 말은 이게 다예요. 전 아가씨가 나 같은 소인배가 저지른 잘못을 너그러이 용서해 주시고 기 씨 집안에서 지내며 열심히 일을 배울 수 있게 아량을 베풀어 준다면 그저 바랄 게 없어요.”호정의 얼굴은 사뭇 진지해 보였다. 소만리도 더 이상 캐묻지 않고 담담하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다음 며칠 동안 호정은 소만리를 따라 회사를 들락날락하며 퇴근 후에는 기 씨 집으로 돌아왔다.호정은 바지런하게 집안 일도 도우면서 기모진의 환심을 사려고 했다.하지만 기란군은 매우 영리하고 똑똑한 아이였다.호정의 얼굴에서 흘러나오는 미소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것이 아님을 기란군은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소만리 역시 이 모든 것을 눈치채고 있었고 호정에게 기란군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완곡하게 말하면서 맡은 업무만 잘 하면 된다고 일렀다.호정은 말로는 알았다고 대답했지만 마음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질투심은 더욱더 불타올랐다.호정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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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장

호정의 얼굴에선 뭔가 재미난 구경거리를 앞에 둔 사람처럼 비열한 웃음이 번지고 있었다.고객이 향수를 들어 시향지에 한번 펌핑을 한 다음 시향지를 코끝으로 가져가는 것을 그녀는 똑똑히 지켜보았다.하지만 고객이 시향을 끝내기도 전에 호정은 어디선가 희미하게 맡아본 듯한 향이 주변에서 퍼져 나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희미하고 은은한 이 향은 분명 그날 소만리의 작업실에서 맡았던 향이었다!작업실에서 맡았던 향이랑 완전히 똑같은 향이었던 것이다!“그래, 바로 이거예요. 정말 상쾌하고 좋군요.”감탄사를 연발하는 고객의 반응에 호정은 정신을 가다듬었다.호정은 이 고객이 또 다른 향수를 집어 들고 향을 시험해 보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여러 개를 시향했지만 품질과 향은 모두 똑같았다.이 향들은 그날 소만리가 작업실에서 만든 샘플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이었다!호정은 이런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고 마음이 점점 불쾌하고 답답해져 왔다.“기 사장님, 그리고 대표님. 이번 제품은 너무나 만족스럽습니다. 고맙습니다. 감사의 뜻으로 우선 호텔 식당에 예약을 해 두었는데 같이 저녁 식사라도 했으면 좋겠습니다.”고객은 소만리와 기모진을 극진하게 대우했다.소만리는 눈을 들어 기모진과 눈빛을 주고받고는 흔쾌히 응했다.“네, 그러시죠. 그럼 이따 저녁에 뵐게요.”“네, 나중에 뵙겠습니다.”고객은 아주 만족스러운 얼굴로 창고를 떠났다.소만리는 선반에 늘어선 상자들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성취감이란 이럴 때를 말하는 것이리라.기모진은 그녀의 뒤로 다가가 손을 들어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소만리, 평생 당신처럼 현명하고 훌륭한 아내를 얻게 되어서 난 정말 행운아야.”그의 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소만리의 귓가로 살짝 미끄러져 들어왔다.그의 마음속에서 울려 퍼지는 감동의 물결이 그대로 그녀에게 전해지는 것 같았다.그녀는 웃으며 돌아섰고 멍한 얼굴로 그 자리에 얼어붙은 호정을 바라보았다.호정도 이때 소만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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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장

호정은 소만리가 하는 말을 듣고 눈을 내리깔아 소만리가 화면에서 가리키고 있는 내용을 보았다.그제야 호정은 소만리가 이미 자신이 저지른 일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호정의 얼굴빛이 삽시간에 변했고 눈동자가 흔들리더니 매우 난처한 듯 어쩔 줄을 몰랐다.소만리는 그런 호정의 모습을 한 치의 미동도 없이 담담하게 바라보고 있었다.“그때 모진이 너한테 경고했었지? 내 작업실에서 어서 나가라고. 거기 있는 물건은 아무것도 건드리지 말라고 했었지?”호정은 이대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이를 악물고 반항했다.“내가 뭘 건드렸다고 그래요? 나한테 누명 씌우려 하지 마세요.”“내가 널 억지로 누명을 씌운 건 없을 텐데. 네가 더 잘 알고 있잖아, 안 그래? 내 작업실 CCTV에 잘 찍혀 있어. 어때? 두 눈으로 한 번 확인해 볼래?”“...”소만리가 CCTV를 언급하자 호정은 잠시 아무 말도 없이 머뭇거렸다.호정은 잔잔한 호수같이 차분한 소만리를 멍한 눈으로 바라보았다.자신이 반박할 근거가 아무것도 없음을 깨닫자 호정은 태세를 전환하여 아예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덤벼들기 시작했다.“소만리, 당신 진작에 알고 있었으면서 왜 날 그렇게 떠보는 거예요? 당신 곁에서 일을 배워도 좋다고 허락한 것도 날 이렇게 우습게 만들 심산으로 그랬던 거죠! 그렇죠?”“내 곁에서 일을 배우고 싶다고 한 이유가 이런 우스운 꼴을 보고 싶었기 때문 아니야?”소만리가 놀라지도 않고 엷은 미소로 띠며 되물었다.“다만 일어난 일들의 결과가 널 실망시켰을 뿐이잖아.”“당신...”“너, 어떻게 그렇게 순진할 수가 있어?”“...”소만리가 자신을 두고 순진하다고 하자 호정은 얼굴을 찌푸렸지만 소란을 피우지 않고 잠자코 소만리의 설명을 들었다.“이 데이터는 네가 조작하고 싶다고 해서 조작되는 게 아니야.”소만리는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들어 자신의 머리를 가리켰다.“...”“내가 데이터를 잘못 기억해서 향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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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장

기 선생님의 눈에 내가 가증스럽게 보였다니!호정은 더욱 억울한 마음이 들었고 눈시울이 붉어지며 눈물까지 떨어졌다.그녀는 화가 나서 손을 들어 선반 위의 향수병들을 가차 없이 쓸어내렸다.“기모진, 소만리, 당신들 너무 잔인해요!”호정은 소만리와 기모진을 항해 이렇게 말한 후 황급히 돌아서서 도망쳤다.기모진은 검은 눈썹을 찡그렸다. 도망치는 호정을 신경 쓰는 것이 아니라 바닥에 떨어진 향수가 아까워서였다.“몇 개 부서져서 수량이 모자라게 됐군. 오늘 공장에 야근하라고 일러야겠어.”기모진은 말을 하며 전화를 하려고 했다. 소만리는 그런 기모진을 말렸다.“괜찮아. 소 사장님께 잘 말하면 몇 병 없어졌다고 뭐라고 하시지 않을 거야.”기모진은 쪼그리고 앉아 깨진 향수병을 주웠다.“내가 마음이 아픈 것은 당신의 결과물이 이렇게 부서져서야.”이 말을 듣고 소만리는 마음이 따뜻해졌다.그녀는 웃으며 기모진 곁으로 가서 쪼그리고 앉아 그와 함께 흩어진 향수를 깨끗이 정리했다.“아마 그녀는 다시 돌아올 거야.”소만리가 추측했고 기모진은 소만리가 호정을 지칭하고 있는 것임을 알았다.“그 여자 그만 상대해. 솔직히 말해서 너무 이상한 여자야.”소만리는 기모진의 말에 동조하며 입을 열었다.“호정은 자신감이 너무 넘쳐. 가장 어이없는 것은 여전히 자신이 옳다고 믿는다는 거야.”“소만리.”기모진이 일어나 소만리의 손을 잡았다.“그 여자 다시는 생각하지 마.”“알았어.”소만리는 방긋 웃었다.“이틀 후에 나 F국에 갈 거야.”“여온이를 데려올 생각이야?”“응. 나 여온이 꼭 데려오고 싶어.”소만리는 서글픈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강자풍이 동의하든 안 하든 한번 해 보려고 해.”“나도 같이 갈게.”기모진는 기대를 가득 품은 눈으로 소만리에게 말했다. 그러나 소만리는 단호하게 그의 말을 거절했다.“안 돼. 당신은 여기 남아서 기란군과 우리 막내아들 잘 돌봐야지. 이 일로 호정이 자극을 받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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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장

고승겸은 노발대발하며 전화를 끊었다.남연풍은 그가 왜 그렇게 화를 내는지 전화기 너머의 사람이 누구인지도 몰랐다.고승겸이 그녀를 F국으로 데려왔다는 것만 알 뿐이었다.결코 추적을 피해서 온 것이 아니었다. 분명 무슨 이유가 있는 것 같았다.고승겸은 전화를 마치고 핸드폰을 소파에 아무렇게나 던졌다.그는 양미간을 잔뜩 찌푸렸고 안색도 매우 나빠 보였다.잠시 후 그는 눈을 감고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몇 분 동안 자신의 감정을 가다듬은 후에야 베란다로 나왔다.남연풍은 고승겸을 향해 얼굴조차 돌리지 않았다.고승겸은 지금 남연풍이 왜 자신을 이렇게 대하는지 마음속으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서운해하지도 않았다.사실 남연풍의 마음속에 여전히 자신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고승겸은 너무도 잘 느끼고 있었다.“난 지금 나가서 필요한 생필품을 좀 사 올 테니까 당신은 여기 있어. 아무 데도 가지 말고.”고승겸은 남연풍이 아무 데도 나가지 않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이렇게 당부했다.남연풍은 스스로 자조하며 말했다.“하반신이 마비가 된 장애인이 어디 나가서 물놀이라도 할 줄 알아?”이 말을 듣던 고승겸은 눈살을 찌푸렸다.그는 남연풍이 일부러 자신을 향해 이렇게 쏘아붙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남연풍의 말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그는 남연풍에게 다가갔다. 남연풍은 고승겸이 다가와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마치 생기를 잃은 사람의 탈을 쓴 인형 같았다.고승겸은 남연풍을 그대로 안고 침대로 데려가 이불을 살짝 덮어주었다.“곧 돌아올게.”그는 곧장 돌아서서 집을 나섰다.남연풍은 현관 쪽을 바라보며 한동안 초점 없이 멍하니 시선을 고정시켰다.그녀는 고승겸이 생필품을 사는 그런 간단한 일로 집을 나서는 것이 아님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결코 그런 간단한 일로 나간 것이 아닐 것이다....오후가 되자 햇빛이 더욱 맑고 화창한 날씨가 되었다. 모처럼 날씨가 너무나 좋았다.강자풍은 기여온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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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장

고승겸은 눈빛이 어두워진 채 렌터카로 돌아왔다.20분 후쯤 고승겸은 강자풍이 기여온을 안고 돌아오는 것을 보았다.고승겸의 차는 강자풍의 차 뒤쪽에 세워져 있어서 고승겸은 강자풍과 기여온의 일거수일투족을 쉽게 관찰할 수 있었다.이윽고 강자풍은 시동을 걸었고 고승겸은 이를 바짝 뒤쫓았다.강자풍은 기여온을 데리고 바비 인형 가게에 들어갔다가 다음으로는 디저트 가게에 들어가서 잠시 앉아서 휴식을 취한 뒤 집으로 돌아왔다.고승겸은 며칠 동안 관찰한 결과 강자풍이 기여온을 데리고 외출하는 것이 매일 이런 과정을 거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승겸은 이 과정을 완벽히 머릿속에 각인시켰다.한편 남연풍은 고승겸이 매일 같은 시간에 밖에 나가는 것을 두고 의심스럽게 생각했지만 도대체 무엇을 하러 가는 것인지 가늠할 수 없었다.남연풍이 몇 번인가 슬쩍 물어도 봤지만 고승겸은 말하기를 꺼리며 말끝을 돌리기 일쑤였다.고승겸이 그런 모습을 보일수록 남연풍은 더욱 의심스러웠다.그날 오후도 어김없이 고승겸은 다시 집을 나섰다.남연풍은 휠체어에 앉아 잠시 고민한 뒤 그의 뒤를 밟아 보기로 결심했다.그녀가 아파트 입구에 나오자마자 차 한 대가 빠르게 지나갔고 찰나 속에 익숙한 옆얼굴이 그녀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녀는 까맣게 모르고 있었지만 알고 보니 고승겸은 차를 렌트했던 것이다.남연풍은 거동이 불편했지만 다행히 장애인 전용 택시를 부를 수 있었다.다만 남연풍이 차에 오르고 나자 고승겸의 차는 이미 쌩하고 지나가 버린 뒤여서 그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 수 없었다.그녀는 운전기사에게 교외로 좀 돌아다녀 달라고 부탁했다.F국에 온 지 얼마되지 않아서 어디가 재미있는지 모르겠다며 그냥 바람을 좀 쐬고 싶다는 핑계를 대었다.운전기사는 이해한다는 듯 남연풍을 싣고 돌아다니다가 시내에서 가장 번화한 공원을 찾았다.그런데 뜻밖에도 그곳에서 남연풍은 아까 눈앞에서 쌩하게 지나가던 고승겸의 차를 발견한 것이었다. 그녀는 갑자기 소름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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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장

남연풍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승겸의 행동을 지켜보았다.그가 며칠 동안 계속 그 차를 미행한 이유가 이 어린 소녀를 납치하기 위해서였던 걸까?그런데 이 어린 소녀는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남연풍이 놀라서 어안이 벙벙해져 있던 사이 고승겸은 재빨리 어린 소녀를 차에 태우고 시동을 걸었다.이때 디저트 가게에서 혼비백산한 듯한 강자풍의 모습이 나타났다.그의 표정은 매우 초조했고 눈에는 걱정이 가득했다.남연풍은 강자풍을 잘 알지 못했지만 지금 강자풍이 얼마나 불안해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기사님, 얼른 가 주세요.”남연풍이 핸드폰을 보고 있던 운전기사를 다그쳤다.운전기사가 차창 밖을 내다보니 아까 계속 따라왔던 차가 없어져 있었다.“아가씨, 이제 어디로 모실까요? 아까 그 차를 계속 따라가야 하나요?”운전기사가 정중하게 물었다. 남연풍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요. 방금 그 차에 타고 있던 사람은 내가 잘못 본 사람이었어요. 내 친구가 아니었어요. 사람을 잘못 봤나 봐요. 기사님, 처음에 내가 탔던 곳으로 데려다주세요.”“네, 알겠습니다.”운전기사는 재빨리 대답하고 차에 시동을 걸었다.돌아오는 길에 남연풍은 줄곧 마음이 어지러웠다.고승겸이 F국에 온 이유가 이것 때문인 걸까?낯이 익은 그 어린 소녀는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고승겸은 왜 그 어린 소녀를 납치한 것일까?한편 고승겸은 기여온을 차에 태운 뒤 곧장 아파트로 차를 몰았다.그는 내리기 싫어하는 기여온을 완력으로 끌어내어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올라갔다.고승겸은 기여온이 말을 할 줄 모르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을 놀래킬 일도 없다는 사실이 적잖이 만족스러웠다.그러나 고승겸이 기여온을 데리고 아파트로 돌아와 보니 남연풍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그는 아파트 전체를 뒤져 보았지만 남연풍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남연풍이 지금 그 모습으로 어디를 갈 수 있을까?고승겸의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그는 기여온을 바닥에 내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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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장

그게 아니라면 낯선 사람을 보아서 두려움에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일까?남연풍은 기여온의 얼굴을 찬찬히 보았고 이목구비에 흐르는 표정에서 소만리와 기모진의 그림자가 비치는 것 같았다.순간 남연풍은 정신이 번뜩 들었다. 이 아이가 기모진과 소만리의 아이란 말인가?남연풍이 이런 짐작을 하고 있을 때 고승겸은 쾅 하고 문을 닫았다.그는 절대로 기여온을 놓아주지 않을 생각이었다.“기모진과 소만리의 딸이야?”남연풍이 마음속에 품은 의혹을 털어놓았다.고승겸은 이 말을 듣자 입을 열지 않고 침묵으로서 남연풍의 질문에 대답했다.남연풍은 고승겸의 침묵으로 충분히 대답을 얻을 수 있었다.그녀는 기여온의 얼굴에 시선을 돌린 뒤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당신이 F국에 온 이유가 이 아이 때문이구나.”남연풍의 말에 고승겸은 곧바로 부인했다.“아니야.”“아니라고?”남연풍이 비웃음을 실어 말했다.“고승겸, 기모진에게 복수하고 싶은 거잖아, 아니야? 당신은 끝내 자신이 이 모양 이 꼴로 전락하게 된 것이 기모진과 소만리 때문이라고 생각하겠지. 그래 안 그래?”그녀의 말이 떨어지는 순간 고승겸은 남연풍을 향해 홱 돌아섰고 표정과 눈빛이 돌변했다.“그래, 기모진과 소만리 때문에 내가 이 모양으로 전락했다고 치자고. 그럼 우리 아이는?”“그 아이는 기모진이 죽인 게 아니야!”“남연풍, 도대체 무엇이 당신을 이토록 의욕 없는 모습으로 만든 거야? 당신은 이렇지 않았어!”“예전에 난 당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살았었지.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난 나 자신만을 위해 살고 싶어.”고승겸은 어이가 없는 듯 웃었고 두 눈은 이미 벌겋게 달아올랐다.“당신은 기모진과 소만리를 도와서 당신이 사랑하는 남자의 앞길을 망쳤어. 그것도 모자라 우리의 혈육을 죽인 사람의 하수인이 되려는 거야?”고승겸은 휠체어 양쪽 팔걸이를 홱 잡아당기며 차갑고 음흉한 얼굴을 남연풍의 눈앞까지 가져갔다.“남연풍, 잘 들어. 난 절대 기모진과 이대로 끝내지 않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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