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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황제가 사랑한 여인: Chapter 1991 - Chapter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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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장

감정이 격양되어 있던 호정은 갑자기 기모진이 이런 말을 꺼내자 어리둥절했다.하지만 기모진의 눈빛은 어느 때보다 더 타오르고 있어서 누구도 함부로 접근하거나 우롱할 수 없었다.“이 일은 당신과 나 사이에 일어난 사적인 일이야. 그러니 나한테 개인적인 배상을 요구할 수도 있었는데 당신은 방법을 잘못 썼어.”기모진의 목소리와 눈빛은 점점 차가워졌다.“당신은 우리 회사 로비에서 소란을 피우고 내 아내 앞에서 죽겠다며 위협을 했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 내 아내가 당신을 괴롭힐 것처럼 말을 했어. 그것도 모자라 당신 뱃속의 뭐? 아이라고? 어?”기모진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아이라고?”기모진이 자신을 비아냥거리는 말을 들으며 호정은 주위에서 자신에게 쏟아지는 의심의 눈초리를 느꼈고 점차 마음이 위축되었다.그러나 그녀는 이내 초조한 마음을 가다듬고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내가 말한 건 모두 사실이에요...”“사실이라고?”기모진은 냉담하게 호정의 말을 끊었다.“무엇이 사실인지 지금부터 말해 주지. 똑똑히 들어.”기모진은 가늘고 긴 눈을 가라앉히고 매혹적인 얇은 입술을 가볍게 움직이기 시작했다.“사실은 내가 일찍이 정관수술을 했어. 말하자면 난 내 아내와의 사이에 낳은 세 아이 이외에는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뜻이야.”“...”호정은 기모진의 말을 들은 후 표정이 확 굳어졌다.기모진이 정관수술을 받았다니!이것은 그녀가 아무리 해도 생각해 내지 못할 일이었다!호정은 자신이 한 거짓말이 기모진과 소만리의 관계를 깨뜨릴 수 있고 소만리에게 나쁜 평판을 안겨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기모진이 이런 수술을 받았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기모진은 소만리를 위해서 그런 수술을 한 것일까?호정은 할 말을 잃고 생각에 빠졌다.마음속에서 질문과 의혹이 한데 엉키더니 결국 소만리에 대한 질투와 분노로 변질되었다.뭔가 대단한 일이 폭로될 것이라고 잔뜩 기대하고 있던 기자들은 기모진의 말을 듣고는 모두 충격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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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장

호정은 입술을 깨물며 달갑지 않은 시선으로 기모진과 소만리 두 사람이 떠나는 모습을 노려보았다.그녀는 거짓말을 하기 전에 몇 가지 일을 제대로 조사하지 못한 자신의 실수를 뼈저리게 느꼈다.하지만 지금 아무도 그녀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고 하지만 기모진과 육체적 관계가 있었던 것은 엄연한 사실이었다!그날 산비아 궁전에서 있었던 일을 그녀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기모진은 소만리를 데리고 차로 돌아왔고 차가 움직여 집으로 향하는 동안 두 사람 사이엔 어색한 침묵만이 감돌았다.기모진이 다리를 다쳤기 때문에 운전은 소만리가 했다.기모진은 한동안 두 사람 사이에 감돌던 침묵을 깨뜨리며 입을 열었다.“위험할 뻔했잖아. 회사 로비에서 그런 난동을 부리는 여자는 절대 선한 사람일 수 없다는 걸 알았어야지. 어떻게 그렇게 함부로 위험을 무릅쓰고 그 여자를 만날 생각을 해?”기모진의 말은 그녀를 책망하는 것처럼 들렸지만 사실은 그녀를 걱정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가득 차 있었다.이 점은 소만리도 마음속으로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바로 입을 열어 잘못을 인정했다.“걱정하게 해서 미안해.”기모진은 소만리에게 잘못을 강요할 생각은 없었다. 그는 다정하게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소만리는 기모진의 손길을 느꼈고 빨간 신호등에 차가 멈춰 서자 기모진에게 햇살처럼 밝은 미소를 보였다.“모진, 이제 어떻게 할 거야?”“소만리, 당신 그 여자가 불쌍하다고 생각해?”소만리는 고개를 저었다.“그 여자는 거짓말을 했어. 그 여자는 임신하지도 않았고 난 그 여자를 괴롭히려고 사람을 쓴 적도 없어. 하지만 당신과 그 여자 사이에...”“소만리, 그 얘기는 그만해.”기모진은 눈살을 찌푸리며 화제를 돌렸다.“그 여자는 고승겸에게 속아서 이용당한 거야. 유일하게 그 여자가 불쌍하게 여겨지는 점은 고승겸에서 이용당했다는 거야.”“그 여자는 고승겸에게 이용당한 게 아니야.”소만리가 말했다.“그 여자는 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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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장

남연풍은 고승겸을 향해 포효하며 그를 향해 강하게 비난의 화살을 쏘았다.그런 남연풍을 지켜보던 고승겸은 천천히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사실 그도 이미 뉴스를 보긴 보았다.그가 어떻게 그런 것들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수 있겠는가?인터넷으로 뉴스를 접한 고승겸의 침울한 얼굴에 점점 미소가 번졌다.고승겸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는 모습을 보고 남연풍은 가슴속에서 너무나 크나큰 아픔을 느꼈다.그녀는 고승겸이 이런 모습으로 변하게 되는 것을 조금도 바라지 않았다.남연풍의 눈시울이 저절로 붉어졌다.“대답해, 고승겸.”고승겸은 핸드폰 화면에서 눈을 떼고 침대 위로 핸드폰을 살짝 던졌다.“맞아. 내가 했어.”그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퉁명스럽게 말했고 흥미진진한 듯한 표정을 하며 말했다.“원래는 모든 것이 내 통제하에 있었는데 당신과 소만리한테 한 방 크게 얻어맞았지.”고승겸은 유유히 말을 뱉으며 침대 곁으로 다가가 천천히 앉았고 느릿느릿 수저를 들어 남연풍에게 떠먹여 주려고 했다.“난 내가 완전히 진 줄 알았는데 뜻밖에 또 다른 일이 일어났군.”그의 차가운 눈빛은 핸드폰 화면에 클로즈업된 사진을 향하고 있었다.호정이라는 이름의 시중이었다.고승겸은 낮은 목소리로 웃으며 말했다.“기모진의 매력이 정말 굉장한가 봐. 그가 우리 집에 오자마자 그 시중이 한눈에 반했지 뭐야. 난 기모진을 어떻게 처리할까 머리를 굴리며 고민하고 있었는데 마침 딱 그 여자와 마주쳤지 않겠어.”고승겸은 숟가락을 들고 남연풍의 입에 천천히 가져다주며 말했다.그러나 남연풍은 내키지 않아서 손을 들어 고승겸의 손을 밀어내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계속 말해. 도대체 기모진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고승겸은 남연풍의 말에도 개의치 않고 계속 그릇에 수저를 휘저으며 말했다.“당신은 여전히 기모진을 신경쓰는군.”그의 모습은 질투하는 것 같기도, 비아냥거리는 것 같기도 했다. 뒤이어 그는 계속 말을 이었다.“난 아무것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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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장

그는 남연풍에게 밥을 한 술 더 먹이고 천천히 이야기를 계속했다.“나중에 기모진의 의식이 환각제의 영향을 받기 시작했을 때 난 그를 다른 방으로 데리고 가라고 지시했어. 그 방에는 이미 시중이 일찍부터 그를 기다리고 있었지. 기모진과 마찬가지로 그녀도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이미 환각제를 먹은 상태였고.”여기까지 듣고 난 남연풍은 그 이후의 상황을 듣지 않고도 알 것 같았다.“당신은 두 사람을 환각 상태로 만든 뒤 서로와 스킨십을 했다고 착각하게 만든 거야, 그렇지?”남연풍은 스스로 결론을 내렸고 고승겸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는 실망감이 가득했다.“고승겸, 당신은 정말 구제불능이야.”고승겸은 숟가락을 들다가 잠시 멈칫하며 말했다.“내가 구제불능이라고?”그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이어 말했다.“남연풍, 당신은 미쳤어. 정말 미쳤던 거야.”“내가 미쳤다고?”“당신이 미치지 않았다면 어떻게 기모진을 도울 수가 있어? 당신이 미치지 않았다면 어떻게 소만리를 도와줄 수가 있냐고? 당신 우리 아이가 어떻게 죽었는지 정말 잊었어?”고승겸의 표정이 갑자기 험악해져 갔다.“시약은 당신이 개발한 것이니까 이 모든 결과는 당신이 자초한 거라고 말하지 마! 이 모든 건 기모진의 잘못이야! 다 기모진 때문이라구! 기모진이 AXT69 시약을 당신 몸에 주입했기 때문에 우리 아이가 세상에 나올 수 없게 된 거라구. 당신이 이 비극을 자초한 거야.”아이를 언급했을 때 고승겸의 얼굴에는 감정이 복받쳐 올랐다.그의 눈은 순식간에 광풍이 몰아쳐 어둠으로 휩싸였고 곧 폭풍우가 몰아칠 것 같았다.폭발할 듯 뿜어내는 고승겸을 차분하게 바라보던 남연풍의 눈빛이 점점 싸늘하게 멀어져 갔다.“허허. 허허.”남연풍이 헛웃음을 지었다.“당신 지금까지도 우리 아이가 어떻게 죽었는지 이해 못했구나.”남연풍의 말을 듣고 고승겸의 눈빛이 번쩍였다.“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남연풍은 싸늘한 눈초리로 고승겸을 바라보았다.“고승겸, 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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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장

강자풍은 낯선 전화번호를 보고 뭔가 문제가 생겼음을 직감했고 누가 전화를 걸었는지도 알 것 같았다.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고승겸이었다.“난 당신 전화번호를 차단했어요. 더 이상 내가 당신과 엮이고 싶지 않다는 걸 알 텐데요.”“정말 기모진을 그냥 놔둘 거야? 네 형과 누나의 죽음을 이렇게 아무런 복수도 하지 않고 내려놓을 수 있어?”고승겸은 강자풍을 자극하기 위해 부추기기 시작했다.그는 강자풍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고 잠시 후에야 전화기 너머에서 강자풍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고승겸,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말하지만 난 다시는 당신과 연락하고 싶지 않아요. 내 집안 일에도 더 이상 끼어들 필요 없어요.”강자풍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끝내자마자 전화를 바로 끊었다.고승겸은 전화기 너머로 ‘뚜뚜뚜뚜'하는 소리를 들으며 손가락을 강하게 오므렸다.그의 눈에서는 참을 수 없는 분노가 흘러나왔다.잠시 후 그는 어딘가로 또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연결되자마자 그는 바로 지시를 내렸다.“내일 F국으로 가는 비행기 표 두 장 빨리 준비해.”말을 마친 고승겸은 점점 어두워지는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천천히 잡아당겼다.“기모진, 그래.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혈육을 잃는다는 게 어떤 건지 똑똑히 느끼게 해 줄게.”그는 차갑게 내뱉고는 돌아서서 남연풍의 방으로 향했다.남연풍은 침대에 앉아 넋을 잃은 채 생각에 잠겨 있다가 갑자기 고승겸이 되돌아오는 것을 보았다.남연풍은 고승겸이 자신에게 뭐라고 말을 할 줄 알았는데 고승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옷장 앞으로 걸어가 다짜고짜 물건을 정리하기 시작했다.무언가를 깨달은 남연풍이 물었다.“당신 어디 가려고? 설마 할아버지께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채 정말 평생 이렇게 숨어 지낼 생각이야?”다짜고짜 물건을 정리하던 고승겸의 손길이 남연풍의 말이 떨어지자 서서히 멈추었고 그는 천천히 남연풍을 돌아보았다.“내가 왜 잘못을 인정해야 하지? 내가 뭘 잘못했길래? 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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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장

기여온은 눈을 깜빡이며 밖을 가리켰다.강자풍은 기여온이 무엇을 말하려는 건지 단번에 알아들었다.“여온이가 밖에 놀러 가고 싶은 거구나?”기여온은 사뭇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강자풍은 기여온의 귀여운 손을 잡았다. 갑자기 마음이 아파왔다.사실 강자풍도 매일 방에만 갇혀 있는 기여온의 답답함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그러나 기여온의 몸을 생각하면 강자풍은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기대에 가득 찬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기여온의 눈빛을 보며 강자풍은 그의 친구 이반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이반은 흔쾌히 강자풍에게 만족스러운 대답을 주었다.“최근 여온이의 상황이 꽤나 안정적이라 외출해도 될 것 같아요. 그렇지만 날씨가 맑아야 하고 바람도 차지 않아야 해요. 30분 이상은 아직은 무리구요.”이반의 말을 듣자 강자풍의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그는 기뻐서 기여온의 앞에 웅크리고 앉아 그녀의 작은 머리에 있는 모자를 쓰다듬었다.“여온아, 오빠랑 밖에 나가 볼까?”기여온은 이 말을 듣자마자 좋아서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여전히 말을 할 줄 모르지만 강자풍은 이런 정도의 반응으로도 매우 만족했다.요 며칠 F국의 날씨는 매우 맑았고 조금 춥긴 했지만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다.강자풍은 기여온을 조심스럽게 보호하며 그녀를 데리고 밖을 한 바퀴 거닐었다.집안으로 돌아온 후 그는 기여온을 안고 침실로 돌아와 다정하게 기여온을 침대에 눕혔다.나이 지긋한 가정부는 옆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자풍 도련님은 여온양에게 정말 자상하고 배려가 넘치세요. 이런 오빠가 있으니 여온양의 건강은 틀림없이 빨리 회복될 거예요.”가정부는 그렇게 말하며 돌아섰지만 강자풍은 가정부가 한 말을 되새기며 괜한 생각에 잠겼다.오빠.그는 기여온의 오빠일까?아니다.그들은 아무런 혈연관계가 없다. 그렇지만 확실히 강자풍은 기여온에게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그는 이 착하고 천사 같은 아이를 잘 돌보고 싶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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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장

전화를 끊으려던 강자풍이 소만리의 말에 멈칫했다.화면 속 소만리의 눈빛은 매우 간절해 보였다.소만리가 자신에게 무슨 말을 하려는지 어렴풋이 짐작한 강자풍은 그럼에도 전화를 끊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소만리도 이런 상황을 예상한 듯 입을 열었다.“강자풍, 나 이틀 후에 F국에 한 번 다녀오려고. 그때 나 여온이를 집으로 데리고 오고 싶어.”소만리의 말을 듣고도 강자풍은 전혀 놀라지 않은 듯했다.그도 이미 예상한 바였다. 아마도 소만리와 강자풍 사이에 놓인 공통의 문제였기 때문일 것이다.강자풍은 핸드폰 화면을 쳐다보고 있을 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소만리도 이런 결과를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그럼 한 번 만나게라도 해 주면 안 되겠어?”소만리가 한발 물러서서 요구하자 강자풍은 잠시 망설인 뒤 입을 열었다.“그때 만나서 다시 얘기해.”말을 마친 강자풍은 얼른 영상통화를 끊었다.소만리는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다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옆에 있던 기모진을 보았다.“소만리, 너무 걱정하지 마. 적어도 이제 강자풍은 우리와 얘기는 하려고 하잖아.”기모진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를 위로했다.소만리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며 기모진의 어깨에 살포시 머리를 기댔다.“여온이 너무 보고 싶어.”기모진은 손을 들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그동안 너무나 많은 일이 일어나 우리를 괴롭혔잖아. 우리 이번에 F국에 가면 기분 전환 좀 하자.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여온이도 집으로 데리고 오고. 그럼 우리 이제 한 가족이 다 모이는 거야.”“나도 당신이랑 기분 전환하고 싶어. 하지만 당신 다리가 아직 다 낫지 않았잖아. 당신을 너무 많이 움직이게 할 수는 없어.”소만리는 근심으로 가득 찬 갈색 눈동자를 들어 기모진을 찬찬히 바라보며 당부했다.“잘 들어. 지금 당신한테 가장 중요한 것은 다친 다리를 잘 낫게 하는 거야.”기모진은 손을 뻗어 소만리의 손을 잡고 안타까운 듯 입술에 키스를 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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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장

예전에 위청재는 소만리를 이런 태도로 대하지 않았었다. 그녀는 소만리를 싫어하고 귀찮아했었다.그러나 지금 위청재는 언제든지 소만리를 보호하려는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 같았다.정말 인생사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일이다.기모진은 천천히 일어나 베란다로 나갔다.호정이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며 대문 앞에 서 있는 것이 똑똑히 보였다.그녀의 뒤편에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는 기자들이 먹이감을 사냥하듯 숨을 죽이고 있었다.이윽고 기모진의 시선에 소만리의 모습이 나타났다.날씬한 몸매에 가볍게 걸친 그녀의 외투가 우아하고 차분하게 옷자락을 휘날리고 있었다.소만리의 카리스마는 그 어느 때보다 더 빛났고 바람을 가르며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눈빛은 좌중을 압도하고 있었다.기모진은 매의 시력에 버금갈 정도로 눈이 밝은 탓에 호정이 소만리를 보는 순간 갑자기 표정이 음산해지는 것을 보았다.기모진은 차가운 눈빛으로 상황을 지켜보았고 언제든지 내려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대문 앞.호정은 창백해 보이는 얼굴로 두 눈을 빤히 뜨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소만리를 바라보았다.소만리는 침착하게 호정에게 다가가 직설적으로 말했다.“하고 싶은 말이 있거나 목적이 있으면 바로 말해. 시간 낭비하지 말고.”그녀는 몇 발치 떨어져 있는 기자들을 향해 한 번 힐끔 쳐다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이렇게 추운 날씨에 다들 여기서 찬바람 쐬면서 시간 낭비하지 말고 어서 말하라구.”호정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소만리의 대담한 태도를 참고 볼 수가 없었다.호정은 소만리를 노려보다가 갑자기 냉소를 터뜨리기 시작했다.“사실 당신도 지금 이 상황이 엄청 신경 쓰이고 싫죠? 아닌 척하느라 욕보시네요.”호정은 한껏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소만리에게 다가섰다.“내 며느리한테 가까이 가지 마!”위청재는 호정의 접근을 막았다.“아니, 너! 기자들을 데리고 우리 집 앞에 온 목적이 뭐야! 너 똑바로 말해 봐! 너 원하는 게 뭐야!”호정은 발걸음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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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장

소만리는 눈을 가늘게 뜨고 기자들이 있는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어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저한테 생각이 있어요.”“당연히 난 네가 무슨 생각이 있을 거라고 믿어. 그렇지만 저 여자를 집안으로 들이면 저 여자가 우릴 너무 편하게 볼까 봐 걱정되어서 그래.”소만리는 그 말을 듣고 가볍게 웃었다.“편하게 보고 안 보고 할 것도 없어요. 그냥 보통 손님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손님?”위청재가 의아한 눈빛으로 되물었다.“저 여자가 회사 로비에서 그 소란을 피우는 동영상을 내가 보지 않았다면 나도 저 여자를 손님으로 대할 수 있었을 거야.”위청재는 답답한 듯 소만리의 뒤를 따르며 당부했다.“저런 여자랑 자꾸 마주치는 거 좋지 않으니 조심해.”소만리는 눈을 내리깔고 손등에 싸인 거즈를 보며 말했다.“이미 한 번 당했으니 두 번은 안 당할 거예요.”“그럼 다행이다.”위청재는 한숨을 돌렸다. 문 앞에서 멀지 않은 곳에 진을 치고 있던 기자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그들은 호정이 일을 크게 벌이는 모습을 찍기 위해 온 것인데 지금 소만리가 호정을 집안으로 들여 버렸다.소만리가 호정에게 어떻게 대할 것인지 그들로서는 알 길이 없었다.기자들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그저 문밖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기 씨 집안 대문을 함부로 침입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집 안.위청재는 들어가자마자 가정부에게 소만리의 막내아들을 위층으로 데려오게 했다.소만리는 가정부에게 차와 간식을 준비하라고 일렀다.“호정, 그렇게 오랫동안 소란을 피웠으니 피곤하지? 홍차랑 간식 좀 먹고 기운 차린 후에 우리 얘기하자.”호정은 소만리의 말을 듣고 시큰둥한 표정으로 티 테이블 위에 놓인 다과를 힐끔 쳐다보았다.“난 이딴 홍차 따위를 마시려고 온 게 아니에요. 난 내 자신에게 정의를 되찾아 주려고 왔다구요.”소만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그럼 당신이 원하는 정의가 뭔지 말해 봐.”“기 선생님이 날 책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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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장

소만리가 지금 말한 것은 기모진이 결국 자신을 책임진다는 얘기인 건가?그럼 자신이 기 씨 집안으로 들어오는 것에 동의한다는 뜻이란 말인가?그 찰나의 순간 호정의 머릿속에서 수많은 의혹이 떠올랐다.모두가 놀란 가운데 호정은 위청재가 소만리를 끌어당겨 한쪽 끝으로 데리고 가는 것을 보았다.호정은 위청재가 소만리에게 다가가 귓속말로 속삭이는 것을 보았지만 둘이 무슨 말을 주고받는지는 듣지 못했다.“소만리, 무슨 소리야? 지금 저 여자를 여기 데리고 있겠다고 말한 거야?”위청재는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소만리를 바라보았다.소만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네, 저 여자가 저렇게 단호하게 모진한테 책임지라고 요구하고 있으니 일단 저 여자를 집안으로 들이려구요.”“뭐, 뭐라고?”위청재는 깜짝 놀라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도저히 소만리의 생각을 이해할 수 없었다.“소만리, 너 미쳤어? 네가 그러자고 해도 모진이 동의하지 않을 거야!”“나도 동의해요.”갑자기 기모진의 목소리가 귓가로 미끄러져 들어왔고 소만리와 위청재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언제 내려왔는지 기모진이 계단참 끝에 서 있었다.소파에 앉아 있던 호정은 기모진의 모습을 보고는 벌떡 일어섰다.그녀의 눈에서는 벌써 그를 사모하는 감정으로 달아올라 있었다.“기 선생님.”호정은 기모진을 부르며 천천히 그를 향해 걸어갔다.기모진은 호정의 시선을 외면하고 소만리의 맑은 눈동자를 내려다보았다.두 사람은 서로 마주 보며 웃었다.기모진과 소만리 사이에는 말 한마디도 오가지 않았지만 마치 속마음이라도 털어놓은 것 마냥 한순간에 서로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소만리를 향해 깊고 애틋한 시선을 보내던 기모진은 이내 차가운 표정으로 호정을 바라보았다.“그렇게 이 집안에 들어오고 싶다면 그렇게 해줄게.”기모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호정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물었다.“기 선생님, 정, 정말이에요? 정말 날 책임지는 거예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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