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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가 사랑한 여인의 모든 챕터: 챕터 2001 - 챕터 2010

2479 챕터

2001장

위청재는 이 여자가 감히 자신에게 이렇게 말할 줄은 몰랐다.그녀는 너무 놀라 심장이 벌렁벌렁해서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소만리는 얼른 위청재를 다독였다.“어머니, 진정하세요. 제가 위층으로 모시고 갈 테니까 좀 쉬세요.”위청재는 손사래를 치며 눈살을 찌푸렸다.“필요 없다. 난 너희들이 당최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르겠구나. 더 이상 관여하고 싶지도 않아.”위청재는 말을 끝내고는 돌아서서 위층으로 올라가려다가 휙 돌아서서 호정을 불만스러운 눈빛으로 노려보았다.“너희들이 무슨 소란을 피우든 상관하지 않아. 그렇지만 내가 죽는 한이 있어도 저 여자는 절대 우리 집안에 들일 수 없어!”위청재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화를 내었다.소만리와 기모진은 서로를 바라보았고 위청재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는 그들도 어쩔 수 없었다.호정은 위청재의 태도가 심히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자신이 이곳에 머물 수 있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매우 만족스러웠다.처음 고승겸의 집에서 일하게 되었을 때도 고승겸의 저택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품이 대단해서 보통 사람들은 발도 들여놓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다.기 씨 집안은 고승겸의 저택만큼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경도 제일의 귀족 집안이었다.마찬가지로 이 집 대문에 들어오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기 씨 집에 기거한 후로 호정은 더 이상 예전처럼 다른 사람 시중들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녀는 청소도 하지 않았고 다른 사람에게 차를 가져다주지 않아도 되었다.반대로 그녀는 일상생활하는 데 항상 시중드는 사람이 있어서 매우 편안하게 지내고 있었다.위청재는 정말이지 호정을 보고 싶지 않았다.소만리와 기모진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러는지도 몰라서 위청재는 결국 당분간 사화정의 집에 가서 머물게 되었다.위청재는 매일 사화정과 함께 거리 구경을 하며 애프터눈 티도 마시면서 오히려 훨씬 기분이 상쾌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소만리는 이틀 동안 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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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장

호정은 불만스러운 듯 소만리를 노려보았다.소만리는 날카로운 눈동자를 한껏 치켜세웠다.“내 물건에 손대지 말라니까.”그녀는 차가운 어조로 주의를 준 후 호정의 손을 뿌리치고 돌아섰다.“나가. 내 일에 방해하지 말고. 지금 이 시간에 나가면 애프터눈 티를 즐길 수 있을 거야.”소만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호정을 뚫어져라 바라보다가 뭔가 소리를 듣게 되었다.소만리가 고개를 돌려 보니 호정은 그녀가 만든 향수에 다시 손을 뻗어 집어 들었다.이것은 현재 유일한 완제품이었다. 바로 오늘 저녁에 고객에게 시향하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호정은 눈살을 찌푸리고 있는 소만리를 바라보며 그녀가 이 향수에 굉장히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호정은 입꼬리를 구부리고 웃으며 향수를 높이 든 다음 손을 놓으려는 몸짓을 했다.“소만리, 이 향수 되게 신경 쓰이나 봐요?”호정은 거만한 얼굴로 향수 뚜껑을 열었다.시원한 숲 향기가 코끝으로 퍼져나가 마음을 상쾌하게 하는 향이었다.“이게 바로 고급 조향사가 만든 향수예요? 정말 냄새가 너무 좋은데요. 하지만 내가 지금 손을 놓아 버리면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겠죠?”호정은 소만리를 위협하려는 의도로 말했지만 소만리는 오히려 웃음이 터져 나왔다.“그래서? 당신은 또 나한테 어떤 조건을 내걸고 싶은 건데?”“나 같은 게 어떻게 감히 당신한테 조건을 제시할 수 있겠어요? 난 당신이 아주 영리하다는 걸 알아요. 그래서 말인데...”호정은 향수를 한번 쳐다보았다가 입가에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웃었다.곧 이 향수가 바닥에 떨어져 물거품이 되는 것을 상상하는 듯했다.이윽고 호정은 눈도 깜짝하지 않고 그대로 향수병을 떨어뜨렸다.바로 그때 한 줄기 검은 그림자가 눈 깜짝할 사이에 그녀에게 달려들었다.호정이 달려드는 사람을 똑똑히 보았을 때 이미 기모진은 바닥으로 추락하던 향수병을 손으로 받은 뒤였다.호정은 얼굴이 사색이 되었고 어쩔 줄 몰라하며 기모진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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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장

소만리와 기모진은 호정의 행동에 깜짝 놀라 발걸음을 멈췄다.세상 억울한 표정을 한 채 호정은 불만스럽게 그들을 쳐다보며 말했다.“기 선생님, 선생님은 이미 내가 이 집에 머무는 걸 허락해 주었고 날 책임지겠다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왜 매일 소만리와 함께 있기만 하고 나는 이렇게 내팽개쳐 두는 거예요?”호정은 직설적으로 물었다. 하지만 이렇게 다짜고짜 묻는 그녀의 모습은 너무 순진하고 어리석어 보였다.고승겸에게 이용당하는 것도 모른 채 고승겸에게 휘둘린 것도 모자라 그렇게 해서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 말해 봐야 뭘 하겠는가.호정의 말을 들은 기모진은 호정에게 일일이 설명하기도 귀찮은 듯 소만리의 어깨를 감싸고 눈을 내리깔더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소만리에게 말했다.“소만리, 별것 아닌 사람 때문에 우리 기분을 망치지 말고 어서 가자.”그는 다정하게 말했다.소만리도 더 이상 호정과 말다툼하고 싶지 않아서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기모진은 삽시간에 냉엄해진 얼굴로 소만리를 끌어안고 호정의 곁을 싸늘하게 지나갔다.두 사람은 말 그대로 완전히 그녀를 무시했다.호정은 두 사람의 행동에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라 입술을 깨물었다.기모진의 품에 안겨 편안하게 호위를 받으며 떠나는 소만리를 보며 호정의 눈빛에는 질투심이 불같이 타올랐다.그녀는 화가 나서 씩씩거렸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호정은 소만리가 여러 방면에서 자신보다 뛰어나고 완벽하다는 건 인정하지만 자신이 훨씬 젊다는 건 큰 강점이라고 생각했다!스무살, 얼마나 꽃다운 나이인가.게다가 그녀의 이목구비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눈부시게 아름다운 편이기도 했다.상큼 발랄하고 싱그러운 매력을 좋아하는 남자들에게 그녀는 여전히 매력적인 여자였다.어차피 기모진도 남자라 이 법칙에서 피해 갈 수 없을 것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그러나 그녀가 모르는 한 가지가 있다. 하필이면 기모진은 예외 중의 예외라는 것이다.“흥.”호정은 답답한 듯 콧방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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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장

기모진은 소만리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깊은 그의 눈동자에는 그녀를 향한 미안함으로 가득 찼다.“그때 내가 조금 더 경계했더라면 이런 걱정은 처음부터 하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기모진은 마음속에 갑갑하게 들어차 있던 죄책감을 토로했다.“호정이 그날 그렇게 소란을 피워서 기 씨 그룹과 모 씨 그룹의 주식이 모두 상당한 영향을 받았어.”“그 여자가 계속 이렇게 소란을 피운다면 당신이 하고 있는 프로젝트와 주문이 모두 취소될 수도 있어.”“당신 너무 억울하게 해서 미안해. 그렇지만 지금은 이 방법밖에 없어.”미안하다는 기모진의 말을 들으며 소만리는 그에게 활짝 웃어 보였다.“이건 내가 생각해 낸 방법이야. 그리고 난 억울하지 않아. 일에는 완급 조절이 필요해. 난 호정이라는 여자가 우리의 감정에 그 어떤 영향도 주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아. 게다가 난 그 여자의 존재가 조금도 동정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해.”소만리의 눈에는 모처럼 냉엄한 빛이 끓어올랐다.“그 여자는 처음부터 당신을 겨누고 있었고 불순한 마음으로 접근했어. 우리가 지금 그녀를 무시하고 있는 것에 그녀는 조금도 불평해서는 안 되는 거야.”말을 마친 소만리는 안타까운 듯 한숨을 내쉬었다.“오히려 난 어머니가 더 안타까워. 어머니는 우리를 오해하고 화가 나서 우리 친정으로 가 버리셨잖아.”기모진은 이 말을 듣고 웃으며 말했다.“지금까지 이렇게 오랫동안 우리를 보셨을 텐데 어떻게 우리의 성격을 아직도 모르실까? 우리 부부가 모처럼 이렇게 함께하게 되었는데 어떻게 다시 떨어질 수가 있겠어? 그건 도리어 악랄한 마음을 품고 우리에게 접근한 나쁜 사람에게 목적을 달성시키게 해 주는 꼴이 되는 건데. 안 그래?”“어머님도 조만간 이해하실 거야.”소만리가 말을 마치자 갑자기 핸드폰에서 알림음이 울렸다.그녀는 눈을 내리깔고 핸드폰을 보더니 이내 눈살을 찌푸렸다.“참 재미있게 돌아가는군.”“왜 그래?”기모진이 물었다. 소만리는 웃으며 핸드폰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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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장

호정은 원래 소만리가 승낙할 때까지 꽤 긴 시간이 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에 소만리가 이렇게 흔쾌히 승낙할 줄은 몰랐다.호정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서도 눈빛만은 소만리를 노려보고 있었다.“당신 입으로 승낙한 것이니 절대 번복하면 안 돼요.”“난 내가 한 말과 약속을 절대 번복하지 않아. 그리고 한 가지 일러둘 게 있어. 향을 제조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니 절대 중도에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호정은 소만리의 말을 듣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가벼운 미소를 날렸다.“이렇게 날 배려해 주다니 고마워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어렸을 때부터 온갖 고초를 다 겪어 봤기 때문에 전 어떤 것도 두렵지 않아요.”호정의 말에서 소만리는 이 여자의 성격이 왜 이렇게 앞뒤 분간 못하고 설치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지금까지 그 여자가 겪은 온갖 경험 때문에 이런 천지분간 못하는 성격이 된 것 같았다.그러나 그런 성격은 자랑할 만한 것은 아니다.“소만리, 나 이제 당신한테 조향법을 배우게 된 거예요?”호정은 기다렸다는 듯이 캐물었다. 소만리는 고개를 끄덕였다.소만리는 눈을 들어 기모진에게 안도의 눈빛을 보내면서 걱정하지 말라는 듯 눈을 깜빡였다.호정은 만면에 미소를 띤 채 기모진을 바라보았고 기쁜 마음에 이 남자에게 몇 마디 하려고 하는 순간 그의 눈에서 소만리를 향한 사랑스럽고 다정한 눈길을 눈치채고는 이내 얼굴이 일그러졌다.호정은 언짢은 듯 자신도 모르게 이를 악물고는 주먹을 불끈 쥔 채 소만리의 발걸음을 따라 조향실로 향했다.소만리는 우아하게 작업실로 걸어 들어가 자연스럽게 작업대 앞으로 나와 태블릿PC를 집어 들었다.호정은 아까 자신이 한 행동을 떠올렸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며 걸어갔다.“뭘 보는 거예요?”소만리는 담담하게 화면을 바라보며 대답했다.“내가 저장해 놓은 조향 데이터를 보는 거야.”“오.”호정은 방금 알아들은 사실인 양 소만리에게 다시 물었다.“그럼 이제 뭐부터 하면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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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장

호정은 소만리가 하는 말을 들으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눈에는 의심과 경멸로 가득 찼다.“소만리, 당신은 너무 자신만만한 것 같아요.”“이 정도 자신조차 없다면 어떻게 손님들이 비싼 값을 치르고 나한테 향수를 의뢰하겠어? 안 그래?”“흥.”호정은 동의할 수 없다는 듯 가볍게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난 무슨 일이든 내가 열심히 노력하면 반드시 보답이 있을 거라고 믿어요! 당신이 지금 조향 능력이 뛰어난 건 그냥 오랫동안 이 일을 했기 때문에 숙련되었을 뿐이에요. 뭐 특별할 게 없는 거죠.”과도한 자신감이 가득 묻어나는 호정의 말을 들으며 소만리는 어떤 반론도 하지 않았다.호정의 그런 성격을 모르는 바 아니었기 때문이었다.고승겸 앞에서 한없이 겁을 먹고 작아지던 그녀와는 달리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고 자만심이 강했다.소만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호정에게 자신의 곁을 허락했다.소만리가 향을 만들 때 호정도 옆에서 지켜보며 주의 깊게 작업에 몰두했다.그러던 중 소만리는 화장실에 잠시 가려고 문을 나섰는데 뜻밖에도 문밖에서 기모진을 만났다.기모진은 소만리의 손목을 잡고 자신의 사무실로 데리고 갔다.“소만리, 왜 그 여자한테 허락해 줬어?”기모진은 마음속에 품고 있던 의혹에 대해 단도직입적으로 그녀에게 물었다.그에게 있어 소만리의 결정은 너무나 당혹스러웠기 때문이었다.“무슨 일이 있어도 내 의견을 지지해 줄 거잖아, 당신?”소만리가 농담하듯 배실 배실 웃으며 말했다. 기모진은 순간 어리둥절했다.“물론 난 당신의 의견은 뭐든지 지지하지만 지금 이 상황은 아무리 양보해도 이해가 되지 않아서 말이야. 저 여자가 너무 당신 가까이 있는 게 난 걱정돼.”“걱정하지 마. 저 여자는 진심으로 나한테서 뭘 배우고 싶은 게 아니야.”이 말을 들은 기모진은 애프터눈 티를 마셨을 때 소만리가 보여주었던 핸드폰 속 CCTV를 떠올렸다.순간 기모진은 소만리가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단번에 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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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장

”잘못된 거?”소만리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호정을 바라보며 평온한 말투로 설명했다.“잘못되었다는 게 어떤 상황을 말하는 거야? 수치 하나하나가 계약서에 다 명시되어 있고 양측은 계약서상의 규칙을 책임지고 지킬 의무가 있어.”호정은 이전에 회사에서 일해 본 경험이 없어서 소만리가 이렇게 묻자 잠시 정신이 멍해졌다.하지만 호정이 알고 싶은 것은 소만리가 난처한 상황에 몰리느냐 아니냐였다.잠시 생각하던 호정은 가볍게 입을 열어 말했다.“난 지금 기 씨 집안 사람이니 당연히 내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기 씨 그룹의 상황이죠. 그게 아니면 내가 뭘 묻겠어요?”“기 씨 집안 사람?”소만리는 이 말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며 입꼬리를 살짝 구부리고 웃었다.호정은 그런 소만리의 모습을 보며 따라 웃었다. 왠지 소만리가 지금 자신을 비웃는 것 같았다.“왜 웃어요? 기 씨 집안에 들어오는 걸 허락한 거 아니었어요? 기 선생님도 나를 책임지겠다고 했는데 이래도 내가 기 씨 집안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는 거예요?”호정이 불만스러운 얼굴로 되물었다.“우리 하던 얘기로 돌아가자.”소만리는 화제를 되돌려 놓으며 유유히 입을 열었다.“만약 데이터에 잘못된 부분이 있고 그것이 우리 측 책임이라면 당연히 우리 회사가 책임져야 하지. 배상금에 대한 것은 둘째 치고라도 우선은 무엇보다 회사의 명성에 크나큰 영향을 입게 되지.”소만리는 작은 얼굴에 다소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막힘없이 말했다.“비즈니스맨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신용과 평판이야. 그리고 기 씨 그룹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다국적 기업이야. 평판에 영향을 받으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게 돼. 만약 내 옆에서 열심히 배우고 싶다면 우선 이것부터 명심하는 게 좋을 거야.”소만리는 마지막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호정은 소만리의 말을 진지하게 듣다가 갑자기 뭔가가 떠오른 듯 입을 열었다.“그 영향이 심각하게 좋지 않다면 ...”그녀는 뭔가 깨달은 척하며 말을 이었다.“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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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장

”이분은...”소만리는 호정을 보며 남자에게 소개했다.“이분은 오늘 처음 저를 따라 향수를 배우려고...”“소 사장님, 안녕하세요. 저는 이호정이라고 합니다. 저는 기 사장님 사람입니다.”“...”소씨 성을 가진 남자는 이 말을 듣고 자신도 모르게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소만리는 호정이 일부러 이런 말을 한 것임을 알고 있었고 이미 이 고객이 오해하기 시작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소만리는 미소를 지으며 자연스럽게 호정의 말을 정정해 주었다.“이 아가씨는 나한테 향수 만드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업무상 필요 때문에 지금은 기 씨 집안에서 살고 있구요. 그러니 기 씨 집안 손님이라고 할 수 있죠.”그러자 고객은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아, 그런 거군요.”“네.”소만리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호정은 불만스러운 눈으로 소만리를 노려보았다.호정은 기모진과의 관계를 강조하고 싶었는데 갑자기 소만리의 예리한 말주변 때문에 그 의도가 사장되고 말았다.호정은 소만리의 날카로운 이런 눈빛을 이전에는 본 적이 없었다.그녀의 눈빛은 한겨울 살을 에는 듯한 추위처럼 순식간에 상대를 압도했다.호정은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용기가 없어져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그녀는 입을 오므리고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채 갑자기 꿀 먹은 벙어리마냥 소만리 곁에 앉았다.소만리는 소씨 성을 가진 고객과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다.한 시간 동안 고객은 향수를 시향했고 향수가 마음에 흡족한 듯 주문량을 더 늘리겠다고 했다.비록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기다린 만큼 가치가 있었다며 소만리와 새로운 계약을 체결했다.호정은 옆에서 지켜보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이 계약은 곧 파기될 것이고 그때 그 책임은 오로지 소만리가 지게 될 것임을 알고 있었다.오후에 소만리가 저장해 놓은 데이터를 그녀가 완전히 조작해 버렸기 때문이었다.그 데이터대로 향수를 생산하게 된다면 처음 시향한 향수과는 완전히 다른 향이 생산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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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장

소만리는 강단있게 그러나 아주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그녀의 눈에 비친 기세는 마치 발밑에서 꿈틀거리는 소용돌이를 감춘 태풍의 눈 같았다.호정은 냉엄한 표정을 짓고 있는 소만리를 멍하니 바라보았다.소만리는 입을 오므리고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소만리를 처음 본 순간부터 지금까지 그녀는 소만리가 온화하고 부드러운 그야말로 부잣집에서 곱게 큰 여자라는 느낌이 강했고 무슨 일이 있어도 평온하고 담담한 모습을 보아 왔다.그러나 오늘 밤 소만리의 눈빛은 평소와는 뭔가 달랐다.그녀의 눈빛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가 유난히 매서웠다.호정은 소만리의 이런 기세에 압도당한 자신을 어쩔 수 없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아까 당신이 고객 앞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 알아?”소만리가 차갑게 물었다. 호정은 그 말을 듣고 어리둥절해하면서 고객 앞에서 했던 말들을 떠올려 보았다.그녀는 스스로 기모진의 사람이라고 말했다.호정은 마음속으로 약간 조마조마했고 언짢은 표정을 한 소만리를 바라보다가 오히려 과장된 얼굴로 소만리를 경멸하듯 쳐다보며 냉소를 날렸다.“내가 뭐랬길래요? 내가 뭘 잘못했어요? 나와 기 선생님은 원래...”“처음부터 그 일은 네가 부끄러움도 모르고 고승겸과 짜고 내 남편을 덮쳤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야. 일이 성사가 된 후에도 넌 뻔뻔스럽게 스스로를 내 남편의 사람이라고 떠벌리고 다니고 있어.”소만리가 잠시 말을 멈추었다.그녀의 눈에 경멸의 눈빛이 가득 들어찼고 얼굴이 점점 붉어지고 있는 호정에게 시선을 던졌다.“같은 여자 입장에서 난 너 같은 여자 아주 경멸해.”“...”“더욱 낯 뜨겁게 하는 일이 뭔 줄 알아? 회사까지 와서 나한테 그 낯 뜨거운 일을 거들먹거리는 거야. 흥.”소만리는 차가운 표정으로 눈썹을 치켜들고 호정을 보며 가볍게 웃었다.“일이 이렇게 되었다고 해서 설마 네가 정말 우리 기 씨 집안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정말 나를 이길 수 있겠어? 나를 능가해서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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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장

소만리는 호정이 자신을 계속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소만리는 지금 호정에게 누가 이 집의 안주인이고 누가 기모진의 유일한 사랑인지 알리고 싶었다.기모진은 당연히 호정의 기분 따위 신경 쓰지 않았고 차 안에 또 다른 여자가 있다는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한 채 소만리와 함께 다정한 모습으로 집안으로 들어갔다.기란군은 이미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있었다.소만리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기란군은 너무나 반가워서 달려가며 엄마라고 불렀다.“엄마, 엄마. 방금 여온이랑 통화했는데 여온이가 나보고 엄마, 아빠 보고 싶다고 그랬어.”기란군은 말을 하다가 조그마한 미간을 앙증맞게 찡그렸다.“그런데 여온이 모습이 조금 힘이 없어 보였어. 여온이 아직도 아픈 거야?”힘이 없다.소만리는 기란군의 말을 듣고 여온의 상태를 걱정하기 시작했다.그녀는 걱정되는 마음에 가슴이 아렸지만 사랑스러운 미소로 다가온 아들에게 손을 들어 환한 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여온이가 아마 엄마 아빠 오빠 보고 싶어서 힘이 없나 봐. 누군가가 너무 보고 싶고 하면 그렇게 보여. 그렇지만 집에 돌아오면 바로 힘이 나지.”기란군은 눈을 깜빡이며 소만리가 한 말을 진지하게 듣고 있다가 잠시 후 되물었다.“그럼 여온이 병은 어떻게 된 거야? 나은 거야?”“그럼. 당연하지. 며칠 후에 엄마가 일이 끝나면 여온이 데리러 갈 거야.”“정말?”기란군의 예쁜 눈이 별처럼 반짝거렸다. 아이의 환한 미소에 소만리도 덩달아 환하게 웃었다.“그럼, 엄마가 꼭 여온이 데려올게. 약속해.”“너무 잘 됐다!”기란군은 펄쩍펄쩍 뛰며 소만리를 껴안았다.“엄마, 우리 이제 밥 먹으러 가요.”“그래.”소만리는 웃으며 대답했고 아들의 손을 잡고 다이닝으로 향했다.호정은 그들이 다이닝으로 향하는 모습을 본 후에야 천천히 거실로 들어섰다.소만리와 기모진, 그리고 기란군까지 단란하고 화기애애한 가족이 함께 식사를 하러 가는 모습을 보고 갑자기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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