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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황제가 사랑한 여인: Chapter 1981 - Chapter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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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장

여자는 돌아서려는 코코를 말렸다. 그러면서 경멸하는 눈빛으로 소만리를 노려보았다.“왜 이 여자를 밖으로 내보내려고 하는 거예요? 소만리, 나랑 당당하게 얘기할 자신이 없는 거예요?”여자는 히죽히죽 웃으며 도도한 눈빛으로 말했다.코코는 이 상황을 보자마자 이 여자가 문제를 일으켜 소란스럽게 할 요량으로 온 것임을 알아차렸다.그러나 소만리는 담담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그래서 지금 나랑 얘기를 하고 싶은 거야? 아니면 내 비서랑 얘기를 나누고 싶은 거야? 다들 성인이잖아.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 그러니 시간 낭비하지 말고 말해 봐. 코코, 가서 일 봐. 여기 커피는 안 가져와도 돼.”“...”여자는 이 말을 듣고 얼굴이 약간 굳어졌다.코코는 순간 소만리의 말뜻을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섰다.코코는 이 여자가 도대체 무엇을 하러 왔는지 궁금했지만 엿듣지는 않고 바로 그 자리를 떠났다.고객 응접실 안.소만리는 우아하게 몸을 돌려 의자를 당겨 앉았다.그녀는 강한 카리스마를 풍겼지만 우아함을 잃지 않았고 당당하게 앞에 앉아 있는 여자를 마주 보았다.여자는 못마땅한 듯 소만리를 노려보았고 소만리는 담담한 표정으로 훑어보았다.전에 고 씨 집안에서 입었던 옷차림과는 달리 눈앞에 앉아 있는 여자는 매우 여성스러운 치마를 입고 있어 외모가 꽤나 출중해 보였다.소만리는 이 여자를 자세히 볼 기회가 없었는데 이제야 자세히 볼 기회가 생긴 것이다.어쨌든 고 씨 집안 시중으로 뽑힐 정도였으니 외모와 몸매가 나쁘지 않았다.이 여자의 성질에 대해서는 이미 고 씨 집안에서 겪어본 터라 소만리는 충분히 알고 있었다.이 시중을 처음 만났을 때도 고승겸이 소만리를 약혼녀라고 소개하자 이 여자는 매우 거만한 태도로 그녀를 대했다.왜냐하면 소만리와 기모진 두 사람 사이에 뭔가 눈길이 오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시중은 소만리가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것을 보며 약간 불편한 듯 몸을 돌렸다.소만리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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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장

버럭하는 시중을 보고 소만리는 자신의 감정을 유지하려고 애썼지만 시중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듣고는 눈썹을 살며시 찡그렸다.“고승겸이 당신과 내 남편을 엮어준 거야?”소만리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서 되물었다.“그러니까 처음부터 너는 내 남편과 무슨 일이 발생할지 알고 있었다는 말이야?”소만리의 놀란 모습을 보니 왠지 호정의 마음이 후련했다.그녀는 팔짱을 낀 채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난 처음부터 확실히 기 선생님이 마음에 들어서 어떻게 접근할지 고심하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깨달았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서 내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다는 것을. 내 몸을 포함해서요!”“...”시중의 말에 소만리는 깜짝 놀랐다. 그녀는 호정이 한 말을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다.이것이 자존심이라는 걸 가진 여자로서 할 수 있는 말인가?호정이라는 여자는 보통내기가 아닌 것 같았다.소만리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이목구비가 정교하게 들어찬 작은 얼굴에 아무런 표정 없이 말했다.예의 차린 미소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그래서 호정씨는 어떻게 하고 싶은 거야?”“기모진이 나를 책임져야죠!”호정은 고집스럽고 분명하게 마음에 준비해 두었던 말을 했다.“책임져? 내 남편한테 어떤 책임을 지라는 거야?”소만리가 담담하게 추궁했다.호정의 두 눈가에 소만리에 대한 질투심이 타오르기 시작했다.“당신네 집안이 부자라는 건 알지만 난 돈이 아니라 사람을 원해요!”호정은 오래전부터 계획했던 것처럼 당당하게 말했다.소만리는 그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웃음이 튀어나왔다.호정의 안색이 갑자기 나빠지며 물었다.“소만리, 왜 웃어요?”“호정씨가 너무 순진해서. 그래서 웃음이 나네.”“...”호정은 잠자코 있다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소만리,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예요?”“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내 남편은 당신을 책임질 필요가 없고 오히려 책임은 당신한테 추궁할 수 있다는 거야.”“...”이 말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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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장

”호정, 방금 당신이 말했듯이 고승겸이 당신과 내 남편 사이의 일을 주선했다는 걸 당신은 알고 있었어. 게다가 고승겸이 그런 부도덕한 방법으로 내 남편을 당신과 ‘엮었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그렇지?”소만리는 호정에게 방금 스스로가 한 말을 상기시켰다.호정은 어리둥절했다. 소만리가 지금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것인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그러나 이어 들려오는 소만리의 말에 호정은 바로 정신을 차렸다.“그래서 당신은 고승겸의 의도를 알고도 그가 꾸민 부도덕한 계획을 거부하지도 않고 스스로 원해서 행동했으면서 고결한 척 자신을 희생했다고 주장하는 거야?”“...”호정은 당황한 표정으로 소만리의 시선을 황급히 피했다.“당신은 스스로 원해서 한 짓이었어. 게다가 고승겸이 일부러 기모진을 함정에 빠뜨리려는 것을 알면서도 남편의 의식을 흐릿하게 만들어 일을 저지른 거지. 이 일에 있어서 유일한 피해자는 내 남편이야. 당신이 다른 사람의 책임을 따질 자격이 있어? 따질 자격이 있는 사람은 내 남편이야.”소만리의 말을 듣고 호정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소만리, 당신...”“입 다물어.”소만리는 당차게 호정의 말을 끊었고 차갑고 날카로운 눈매로 그녀를 쏘아붙였다.“그렇게 비열한 수단으로 사람으로서 하지 못할 치사한 짓을 저지르고도 뻔뻔스럽게 소란을 피우다니!”“...”“마지막으로 한 마디 더 하자면, 고승겸은 당신을 도와줄 마음으로 내 남편을 엮어준 게 아니야. 그는 단지 당신을 바둑판의 바둑알로 이용했을 뿐이야. 만약 그가 좋은 사람이었다면 지금 도망자로 전락하지 않았겠지.”소만리는 하나하나 따져가며 호통을 쳤고 호정은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한 채 한 마디도 뱉지 못했다.그녀는 원래 기모진을 만나러 왔는데 기모진은 만나지 못하고 뜻밖에 소만리를 만나 한바탕 치욕을 당하고 말았다.호정은 이를 악물고 화가 나서 소만리를 노려보다가 갑자기 쥐고 있던 주먹을 풀고 경멸하듯 웃었다.“소만리, 계속 담담한 척 버터 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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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장

소만리는 눈썹을 찌푸렸다.이 여자가 앞뒤 분간도 못하고 제멋대로 날뛸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호정은 분명 스무 살쯤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는데 성질 한번 정말 대단했다.젊어서 그런지 정말 보이는 게 아무것도 없는 사람 같았다.지금은 아직 출근 시간이라 회사 아래층 로비에 사람들이 많았고 호정의 울부짖는 소리가 멀리서도 들릴 만큼 쩌렁쩌렁 울렸다.소만리는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등에 업고 당당하게 걸어 나와 앞에 나섰다.핸드폰을 들고 아침부터 이상한 짓을 하는 여자의 모습을 찍고 있던 직원들은 소만리가 나타나자 어찌할 바를 몰라하며 핸드폰을 내리고 딴청을 부렸다.호정도 소만리가 오는 것을 보았지만 계속 소란을 피우는 행동을 했다.호정은 애써 슬픈 표정을 지으며 눈을 들어 소만리를 못 본 척하다가 갑자기 돌아서서 소만리에게 달려갔다.그녀는 소만리에게 달려가 소만리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울먹거렸다.“아가씨, 제가 잘못했어요. 당신이 기 선생님과 싸울 때 기 선생님한테 달려가 그를 위로해서는 안 되는 거였어요. 게다가 기 선생님과 그런 부적절한 행동은 더더욱 해선 안 됐어요. 제가 잘못했어요. 더 이상 절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정말 제가 잘못했어요!”“...”“제가 기 선생님과 한 행동이 당신을 매우 슬프게 했다는 거 알고 있어요. 그렇지만 일부러 그런 건 절대 아니에요. 전 기 선생님이 결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어요. 저는 기 선생님을 산비아에서 처음 만났고 점점 그를 진심으로 좋아하게 되었어요. 하지만 제가 잘못했다는 걸 알고 있어요. 앞으로 다시는 기 선생님과 만나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 당신도 이제 절 좀 건드리지 말아 주세요. 그리고 제 뱃속의 아이도 제발 건드리지 마세요.”용서를 비는 것 같기도 기모진을 규탄하는 것 같기도 한 호정의 말에 주변 사람들은 물론 소만리 옆에 있던 코코조차도 깜짝 놀랐다.소만리에게도 이런 상황은 정말 예상 밖이었다.겉으로는 근심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슬픈 척 표정을 짓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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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장

소만리는 예리한 관찰력으로 이 여자가 어떤 행동을 할지 알아차렸다.소만리가 뭔가 방어 태세를 취하려고 하자 호정은 갑자기 주머니에서 과도를 꺼냈다!호정은 벌떡 일어나 한 손으로 과도를 움켜쥐고 자신의 손목을 겨누었다.주변에 있던 여직원들은 겁에 질려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소만리는 호정의 동작을 보고 당연히 이 여자가 수작을 부리는 것이라는 걸 알았다.하지만 소만리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코코를 불러 경찰에 신고하고 구급차를 부르게 했다.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주변에 몰려들었고 저마다 수군거리기 시작했다.호정은 이제 두 번째 작전을 펼쳐야 할 때라고 스스로 생각했다.과도를 움켜쥔 호정은 자신의 손목을 바라보며 마치 몸부림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소만리는 호정이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대충 짐작했지만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호정, 비이성적인 행동하지 마. 만약 당신이 이런 행동으로 당신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면 당신은 여전히 너무 순진한 거야.”호정은 칼을 든 자신의 행동에도 아무런 동요 없이 침착한 소만리의 모습을 보고 불쾌한 듯 입술을 깨물고 마침내 결심을 했다.그녀는 마치 세상 가련하고 불쌍한 역할을 맡은 배우처럼 많은 사람들 앞에서 소만리를 향해 울부짖었다.“아가씨, 제가 오늘 한 행동이 당신을 불쾌하게 했다는 거 알아요. 제가 지금 이대로 돌아간다고 해도 당신은 다른 사람을 시켜 절 괴롭힐 거라는 것도 알아요. 이러나저러나 모두 결과는 같아요. 그렇다면 전 차라리 여기서 끝내겠어요. 그게 나아요!”호정의 말은 의심할 여지없이 소만리를 잔인하고 악독한 여자로 묘사했고 호정의 말에 넘어간 구경꾼들은 점차 소만리를 의심하게 되었다.하지만 소만리는 이런 의심 따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그녀는 아무런 기색도 없이 아름다운 눈을 깜박이며 호정을 바라보다가 말없이 미소만 지었다.호정은 소만리가 어떻게 이런 행동을 보일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속으로는 그렇지 않으면서 일부러 겉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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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장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뭔가 묵직한 물건이 땅에 떨어졌다.소만리는 뭔가를 짐작하고 얼른 뒤돌아보았다.역시나 호정의 왼쪽 손목에서 검붉은 피가 굽이굽이 흘러내렸다.피로 물든 과도는 바닥에 아무렇게나 내동댕이쳐져 있었다.호정의 얼굴은 곧 창백하게 변했고 그녀는 이를 악물고 소만리를 노려보며 말했다.“소만리, 내가 죽으면 당신이 범인이 되는 거예요.”호정은 이를 악물고 말을 했고 몸은 점점 축축 처지며 힘없이 바닥 위에 늘어졌다.아무리 호정의 행동이 비이성적이었다고 해도 목숨이 걸린 문제이니 만큼 소만리도 그녀의 행동에 대해 더 이상 따지지 않고 호정을 일으키려고 얼른 달려갔다.하지만 호정은 소만리를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당신 도움은 필요 없어요. 소만리, 여기서 날 돕는 척하지 마세요. 당신은 내가 죽기를 원하잖아요!”호정은 온 힘을 다해 소만리의 소매를 잡아당겼다.“여러분, 잘 보세요. 이 소만리라는 여자가 절 죽이려고 괴롭혀요! 내가 이 여자 남편이랑 하룻밤을 보냈거든요!”“뭐...”진실을 알 리 없는 구경꾼들은 호정의 말에 모두 저마다 한 마디씩 거들기 시작했다.“저 여자가 한 말이 정말이야?”“설마 그럴 리가요. 기 사장님이 얼마나 부인을 사랑하는데요. 어떻게 밖에서 다른 여자랑 바람을 피울 수 있겠어요?”“진짜가 아니라면 저 여자가 어떻게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손목을 자르고 자해할 수 있겠어? 잘못하다간 자신의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건데 말이야.”주변에서 의아해하는 소리가 들리자 호정은 조용히 입꼬리를 잡아당겼다.자신의 행동이 이미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 같았다.그녀는 한 마디 더 해서 그들이 가지는 의혹의 불씨에 기름을 더 부으려고 했지만 피가 흘러내리면서 의식이 점점 흐려졌다.이윽고 호정은 소만리의 몸에 힘없이 풀썩 쓰러졌다.소만리는 바로 몸에 걸친 흰 가운을 벗고 호정의 손목을 묶기 시작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구급차가 도착했고 의료진이 달려와 의식을 잃은 호정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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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장

소만리는 기자에게 추궁을 당하고도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고 여유롭게 미소를 지으며 카메라를 향해 당당하게 걷다가 입을 열었다.“최근 몇 년 동안 저와 제 남편을 둘러싼 여러 가지 억측이나 모함, 심지어 너무나 터무니없는 뉴스들 많이 보셨잖아요. 그것들이 사실인 적 한 번이라도 있었어요?”소만리가 엷은 미소를 지으며 되물었다.“기자님들이 더 잘 아시잖아요?”기자들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았고 그중 한 명이 다시 물었다.“그럼 부인은 방금 저 여자가 일부러 기모진 사장님을 흠집 내러 왔다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사실은 기 사장님과 저 여자 사이에는 아무런 일도 없었는데도요?”기자의 말을 들은 소만리는 잠시 정신이 멍했다.그녀는 거짓말에 서툴렀다. 그녀의 기억에 기모진과 저 시중 사이에 일어난 일이 파편처럼 확실히 자리 잡고 있긴 했다.“부인, 왜 말씀을 안 하시는 거죠?”“설마, 이 일이 정말 사실인가요? 방금 그 여자가 손목을 그으며 자살하려고 했는데 연기하는 게 아니었던 거죠? 누가 자신의 목숨을 걸고 저런 연기를 하겠어요?”소만리의 표정을 탐색하듯 기자는 꼬치꼬치 캐물었다.소만리는 순간 정신을 번쩍 차렸다.“상대방을 비방하는 행위는 법적으로 책임을 져야 합니다. 내가 이렇게 말했으니 당신들 무슨 말인지 잘 알 거예요, 그렇죠?”“...”소만리의 말에 기자들은 더 이상 캐묻지 못했다.소만리가 홱 돌아서는 뒷모습을 보면서 아무도 감히 다가가려 하지 못했다.사무실로 돌아온 소만리는 방에서 여분의 옷을 갈아입었다.옷을 갈아입고 나오자마자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다.기모진이었다. 분명 그녀를 부르는 사랑스러운 벨소리였지만 소만리는 지금 그 벨소리가 너무도 초조하게 들렸다.소만리가 핸드폰을 들고 잠시 망설이다가 통화버튼을 눌렀다.기모진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귓가에 흘러 들어왔지만 실상은 걱정이 가득한 목소리였다.“소만리, 회사에 무슨 일 생긴 거 아냐?”그는 바로 물었다.“방금 누군가한테 전화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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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장

소만리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의사의 진료실을 나와 곧바로 병실로 향했다.그러나 병실에 도착하기도 전에 소만리는 수많은 기자들이 병실 입구를 에워싸고 있는 것을 멀리서 보았다.소만리는 이 사람들이 뭐 하나라도 꼬투리를 잡으려고 병실 입구를 지키고 있다는 것을 잘 안다.그들은 호정의 입에서 더 강력하고 자극적인 말이 나오기를 원했고 호정이 한 말이 모두 사실임을 증명하길 원했다.그렇게 해야 그들이 쓴 기사가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할 수 있기 때문이다.소만리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바로 핸드폰을 들고 돌아서서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안녕하세요. 저는 1201호 환자 가족인데요. 옆의 병실 앞이 너무 시끄러워요. 왜 그렇게 시끄러운 거예요? 시끄러워서 도저히 우리 가족이 쉴 수가 없어요. 빨리 사람을 불러 좀 처리해 주세요.”병원 측에서는 소만리의 민원을 받고 잠시 후 경비원을 불러 기자들을 쫓아내었다.몇 분 후 병실 입구는 순식간에 깨끗해졌다.소만리는 그제야 호정의 병실 입구로 가서 작은 창문을 통해 호정이 침대에 누워 편안히 쉬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호정은 혼수상태도 아니었고 오히려 원기왕성해 보였으며 얼굴에 웃음까지 띠고 거즈로 둘러싸인 자신의 손목을 바라보고 있었다.소만리는 손을 들어 가볍게 노크를 하고 문을 밀고 들어갔다.호정은 고개를 들어 소만리를 보았고 호정의 얼굴에 잠시 미소가 머물렀다가 이내 굳어지더니 다시 엷은 미소를 지었다.“소만리, 벌써 찾아왔어요? 입구에 있던 기자들, 당신이 다 물리친 거죠? 내가 그들에게 진실을 말할까 봐 두려워서요?”호정의 득의양양한 표정을 보며 소만리는 이 여자가 보통이 아니라는 생각을 또 한 번 하게 되었다.적어도 호정은 그녀의 주변에서 계속 소란을 피울 것이고 그것만으로도 소만리와 기모진의 생활은 많이 어지러워질 것이다.“소만리, 난 죽어도 당신들이랑 함께 죽을 거예요. 나 혼자 이렇게 손해 보고 있지 않을 거라구요!”호정은 갑자기 화가 나서 소만리를 노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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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장

호정은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갑자기 험악한 표정으로 소만리를 향해 달려들었다.마치 소만리와 함께 죽기를 각오한 사람 같았다.소만리는 자신의 손등에 난 상처를 돌볼 겨를도 없이 급히 호정의 공격을 피해야 했다.“네가 이렇게 이성을 잃은 행동을 하기 전에 네 가족을 먼저 생각해 봐.”소만리는 호정을 타일렀다. 자신의 손등에서는 갈라진 틈으로 점점 더 많은 피가 흘러나왔다.가능한 한 빨리 상처에서 피가 나오는 걸 막아야 했다.소만리는 자신의 혈액형이 희귀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이렇게 피를 많이 흘리면 문제가 생길 수 있어 곤란한 지경이 빠질 거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호정은 소만리의 말을 듣고 오히려 기고만장한 모습으로 말했다.“하하하, 가족이라고? 나한테 가족이 있었다면 어떻게 그런 허드렛일이나 하는 일에 뛰어들었겠어요!”호정은 소만리를 향해 포효했고 자신의 신분에 대한 증오심을 품고 있다는 것을 소만리는 알 수 있었다.칼을 움켜쥔 호정의 손이 가늘게 떨리며 소만리 쪽으로 향했고 눈에는 질투심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소만리, 당신은 왜 이렇게 팔자가 좋아요? 당당한 귀족 집안에서 태어나 평생 걱정 없이 호의호식하다가 훌륭하고 완벽한 남자까지 만났으니 당신 인생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겠죠. 하지만 난, 왜 나만 이런 건데요?”호정은 마음속에 품고 있던 불만을 토로하며 두 눈이 온통 시뻘겋게 변했다.“내 부모님은 남존여비 사상이 뼛속까지 물든 사람이었어요. 난 태어나자마자 다른 곳으로 보내졌고요. 양부모님은 나에게 매우 친절했지만 찢어지게 가난했어요. 공부시켜줄 돈도 없어서 학교도 제대로 못 다녔는데 양부모님은 성년도 되지 않은 나한테 아르바이트라도 해서 돈을 벌어오라고 강요했어요. 얼굴이라도 반반하게 생기지 않았더라면 난 고 씨 집안에도 들어갈 수 없었을 거예요!”호정은 말을 하면 할수록 감정이 격해졌고 칼을 쥔 손도 더욱 떨리기 시작했다.시간이 흐를수록 소만리의 얼굴은 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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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장

소만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곁눈으로 당황한 얼굴을 하고 있는 호정을 힐끗 보고는 기모진을 따라 문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기 선생님!”호정은 기모진의 뒷모습을 향해 소리쳤다.“기 선생님! 난 산비아에서 일부러 당신을 찾아 여기 왔다구요! 이렇게 무자비하게 날 무시하지 마세요! 기 선생님!”귀에 거슬리는 호정의 목소리가 멀리서 계속 들려왔다.기모진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고 최대한 빨리 소만리를 데리고 얼른 상처를 치료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이때 쫓겨난 기자들이 어디에서 튀어나왔는지 소리를 듣고 몰려왔다.그들은 기모진을 인터뷰하고 그와 호정의 관계에 대해 확실하게 캐묻고 싶었지만 기모진에게 다가서기도 전에 그의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무시무시한 기세에 눌려 모두들 돌아갔다.경도에서 기모진은 그들이 감히 함부로 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함부로 미움을 샀다가는 어떤 후환이 닥칠지 모르는 일이었기 때문이다.기모진은 소만리를 데리고 곧바로 응급실로 갔다. 의사는 신속하게 두 사람의 손에 난 상처를 치료했다.서로의 손에 싸인 거즈를 보며 소만리는 가슴이 너무나 아파서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이 일은 내가 처리한다고 했잖아. 당신이 나타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소만리는 힘없이 한숨을 내쉬며 기모진의 손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그런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우린 부부야. 일을 처리해도 내가 해야 해. 내가 연루된 일이잖아.”기모진은 소만리의 손을 잡고 입술에 갖다 대며 살며시 키스를 했다.소만리는 자신이 또다시 다칠까 봐 기모진이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다.그렇지만 기모진과 호정이 서로 만나게 된다면 사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소만리는 생각했다.하지만 소만리는 지금 기모진의 눈에서 그녀 못지않은 단호함을 엿볼 수 있었다.“소만리, 우선 당신 집에 가 있어. 내가 지금 그 여자한테 가 볼게. 가서 분명하게 말할 거야.”“모진.”소만리는 그를 붙잡고 굳은 표정을 지었다.“그 여자는 지금 감정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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