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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가 사랑한 여인의 모든 챕터: 챕터 1971 - 챕터 1980

2479 챕터

1971장

이 사람은 다름 아닌 결혼식이 시작되기 전에 기모진과 함께 있었던 그 시중이었다.소만리는 기모진을 찾고 있었고 이 시중이 기모진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을 것 같아서 소만리는 한걸음에 달려갔다.소만리는 이 시중의 이름이 무엇인지 몰라 부르기도 어려웠고 해서 얼른 쫓아갈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소만리가 시중을 향해 달려가는데 갑자기 시중이 돌아섰다.시중은 소만리를 보지 못한 듯 곧장 어떤 방 앞으로 가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문을 밀고 들어갔다.소만리는 뭔가 수상한 느낌이 들어서 재빨리 뒤쫓았다.방 문이 닫히려는 찰나에 소만리는 얼른 손을 넣어 문을 밀고 들어섰다.그녀가 막 방에 들어서자마자 안에서 시중의 가냘픈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원래는 그냥 가려고 했는데 막상 가려니 아쉬워서 다시 왔어요. 그런데 기 선생님이 이렇게 깨어나셨을 줄은 몰랐네요.”소만리는 시중의 목소리를 똑똑히 들었고 잠시 그 자리에 멈추었다가 바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순간 소만리는 상반신을 벗고 침대에 앉아 있는 기모진을 보고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정신이 아득해졌다.기모진은 의식이 아직 제대로 깨어나지 않은 듯 가늘고 긴 손가락을 관자놀이에 대고 눌렀다.그의 짙은 눈썹은 잔뜩 찌푸려져 있었고 안색도 몹시 나빠 보였다.소만리는 심호흡을 하며 자신의 감정을 추스렸다.“모진.”기모진이 소리를 듣고 관자놀이를 누르던 손짓을 멈췄고 침대 옆에 서 있던 시중과 함께 고개를 돌려 소만리 쪽을 보았다.소만리가 눈앞에 보이자 그는 깜짝 놀라 정신이 번쩍 들었다.“아가씨, 어떻게 아가씨가 여길?”시중은 소만리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되물었다.“아가씨는 겸이 도련님과 결혼식을 올리고 있지 않았어요? 왜 여기 나타났어요?”시중은 의아한 듯 물었고 소만리는 덤덤한 표정으로 시중을 쳐다보다가 곧장 기모진에게 시선을 옮겼다.그녀는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옷을 주워 들고 손으로 깨끗이 정돈한 후 기모진의 몸에 걸쳐 주었다.“아가씨, 뭐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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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장

소만리.시중은 똑똑히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소만리는 이 시중이 얼마나 도도한지 짐작할 수 있었다.“게다가 기 선생님과 저는 방금 남녀 사이의 관계를 맺었단 말이에요. 그러니 나야말로 기 선생님을 돌볼 자격이 있는 사람이죠.”시중의 말이 소만리의 귓가에서 맴돌았다.소만리의 목구멍에 갑자기 뭔가가 걸린 것처럼 그녀는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그러나 소만리는 바로 정신을 다잡았고 그녀가 기모진을 뒤돌아보려고 하던 순간 기모진이 갑자기 손을 뻗어 그녀의 손목을 꽉 잡았다.소만리의 갈색 눈동자가 번쩍였고 그대로 기모진의 부드러운 눈빛에 부딪혔다.그러나 따뜻하던 그의 눈빛은 이내 날카로운 매의 눈빛이 되어 옆에 서 있던 시중에게 향했다.“내 가까이 있어야 할 사람 중에 내 여자 소만리보다 더 자격이 있는 사람은 없어. 요 며칠 동안 날 돌보게 해 준 걸로 난 너한테 충분히 체면을 세워줬다고 생각해. 그렇지만 만약 소만리에게 이런 식으로 대항한다면 난 너와 목숨 걸고 싸울 거야.”“내, 내 여자 소만리?!”시중은 경악하며 눈알이 휘둥그레졌다.“기 선생님, 지금 내 여자 소만리라고 했어요?”기모진은 시중을 쳐다보기조차 귀찮다는 듯 바지를 챙겨 들고 욕실로 천천히 들어갔다.방 안에 있던 소만리는 침대에서 내려와 얼굴에 짙은 어둠이 드리워진 시중을 향해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진작에 당신한테 말했었지. 기모진한테는 이미 사랑하는 여자가 있다고. 내가 당신한테 충고해 줬잖아.”소만리는 옷차림이 단정하지 못한 채 서 있는 시중을 돌아보며 한마디 더 덧붙였다.“당신이 지금 스스로에게 한 짓은 누구도 원망할 수 없어.”“...”시중은 얼굴이 붉어졌고 목을 길게 빼고 머쓱해했다.“소만리, 그게 무슨 뜻이에요? 당신은 기 선생님에게 어떤 사람이에요? 무슨 근거로 그렇게 말하는 거예요? 그리고 당신은 분명 겸이 도련님의 아내인데 왜 자꾸 기 선생님과 이렇게 가까이 지내는 거예요? 기 선생님은 또 왜 당신을 내 여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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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장

시중은 정신이 멍해졌다. 지금 자신이 들은 것을 믿을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었다.그녀는 방금 일어난 일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며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무슨 뜻이죠? 도대체 그게 무슨 뜻이냐구요?”시중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멍하니 소만리와 기모진을 바라보았다.그들이 부부라니?그렇다면 소만리는 왜 겸이 도련님과 결혼하려고 했을까?도저히 그녀의 머리로는 답을 생각할 수 없었다.고승겸은 왜 시중인 자신과 기모진을 엮어주려고 했던 것일까?“소만리, 당신한테 할 말이 있어.”기모진은 미안한 마음을 품은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소만리는 고개를 끄덕였다.“당신이 나한테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여기는 말하기 좀 그러니까. 우리 우선 여길 떠나자. 내가 이미 내일 아침 비행기 티켓 예약해 뒀어. 우리는 내일 집에 가는 거야.”기모진은 의아한 듯 눈살을 찌푸렸다.“고승겸이 당신을 괴롭히지 않을까?”소만리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고승겸은 지금 자기자신도 지키기 버거울 걸.”기모진은 이 말을 듣고 잠시 의아해하다가 이내 다정하게 웃으며 소만리의 손을 잡았다.시중은 돌아서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언짢은 얼굴을 하고 그들 앞으로 달려갔다.“기 선생님, 설마 그냥 가시는 거예요? 난 그게 처음이었는데 이렇게 무책임한 사람이었어요?!”소만리와 기모진은 발걸음을 멈췄고 시중의 말에 기모진의 얼굴에는 갑자기 언짢은 기색이 떠올랐다.그는 서둘러 해명하려 하지 않았고 그저 미안한 눈빛으로 소만리를 바라보았다.시중은 더욱 슬픈 표정을 하면서 이번에는 눈에 눈물까지 그렁그렁한 채 기모진을 주시했다.그녀의 눈에는 억울함과 쓸쓸함이 가득해 보였다.“기 선생님, 난 진심으로 선생님을 좋아해요. 방금 일어난 일은 내가 스스로 원해서 한 거예요. 그래서 전 너무 기뻐요. 그러니 제가 당신과 같이 가게 해 주세요. 앞으로도 기 선생님을 잘 돌볼게요.”“절대, 절대 그럴 가능성은 없어.”기모진은 단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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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장

시중은 극도로 화가 나서 주먹을 불끈 쥐며 이를 악물고 소만리를 노려보았다.“소만리, 당신 완전히 미쳤군요!”시중은 화가 나서 욕설을 퍼부었고 마음속에는 질투심이 활활 끓어올랐다.“좋아하는 남자가 다른 여자와 관계를 맺었다고 하는데도 그렇게 담담하게 웃다니. 완전 미친 여자야!”소만리는 대수롭지 않은 듯 웃으며 말했다.“뭐, 남자는 기회가 생기면 마다하지 않는 것이 정상인 것이지. 다시 말하지만 당신도 기쁘다고 했잖아? 생각해 봐. 당신이 원해서 한 일에 대해 누구를 원망할 수 있겠어? 안 그래?”“...”시중은 입을 다물었다.더 이상 소만리에게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그저 소만리를 노려보고만 있었다.그러나 소만리는 시중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든지 전혀 개의치 않았고 핸드폰을 거두어들이며 기모진의 팔을 잡고 다정하게 웃었다.“모진, 이제 가자. 내가 이미 택시 불렀어. 우선 호텔로 먼저 가자.”기모진은 소만리와 시중이 입씨름을 하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이때도 소만리의 말을 잠자코 들을 뿐 아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소만리의 손을 잡고 산비아 궁전을 떠났다.택시 안에서 소만리는 기모진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그녀는 기모진의 어깨에 머리를 살짝 기대었다.눈을 지그시 감으니 한없이 편안한 안정감이 밀려드는 것 같았다.기모진은 그의 넓은 어깨를 소만리에게 내어주며 그녀를 감싸 안았다.그녀의 편안한 미소를 내려다보았다. 왠지 모르게 그의 마음속에는 그녀에 대한 미안함이 물씬 피어올랐다.“소만리, 언제 최면에서 깨어난 거야?”기모진이 다정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어제.”소만리는 자초지종을 설명하기 시작했다.“남연풍이 내 최면을 풀어줬어. 그녀는 정말 똑똑한 사람이야.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 좋은 머리를 가지고 대부분의 시간을 잘못된 곳에 써 버렸지 뭐야.”그녀는 남연풍의 처지를 생각하다 안타까운 듯 한숨을 내쉬었고 예쁜 눈을 들어 기모진의 촉촉한 눈을 바라보았다.“그 여자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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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장

남연풍은 어느새 멀리 내달리던 생각을 다잡았다.희뿌연 하늘에서 보슬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그녀의 마음이 편치 않았다.그녀는 몸이 불편한 자신을 차에 태워준 운전기사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기사는 모자와 마스크를 깊이 눌러쓴 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친절하게 그녀를 차에 태운 뒤 휠체어를 접어 트렁크에 넣었다.차에 탄 남연풍은 넋이 나간 듯한 표정으로 말없이 창밖을 내다보았다.운전을 하던 기사는 이따금씩 눈을 들어 백미러로 그녀를 힐끔 쳐다보았다.남연풍은 차창 밖만 계속 쳐다보고 있어서 운전기사가 자신을 힐끔 쳐다보는 줄도 몰랐다.빗줄기가 계속되자 남연풍은 자신의 마음에도 억수같이 비가 내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유일한 가족이 죽었고 그녀를 살뜰히 보살펴 주던 친구도 죽었다.그리고 그녀는 자신이 앞장서서 가장 사랑하는 남자의 앞날을 망쳐 놓았다.남연풍은 자조 섞인 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인생도 참 기구하다고 생각했다.정말 이런 실패한 인생도 없을 것이다.그녀는 스스로를 비웃으며 가만히 앉아 있었는데 차는 어느새 아주 먼 곳으로 내달렸다.차가 어디로 가는지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던 남연풍은 갑자기 주변이 낯선 것을 확인하고는 지금 가고 있는 방향이 공항으로 가는 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녀는 자신의 고향인 경도로 돌아가려고 했다.그러나 이 길은 분명 공항으로 가는 길이 아니었다.남연풍은 경도가 고향이긴 했지만 이곳 산비아에서도 오랫동안 살았기 때문에 모든 길이 다 익숙했다.“기사님, 이 길은 공항으로 가는 길이 아닌데요. 방향을 잘못 잡으신 거 같아요.”남연풍이 기사에게 말했다. 그러나 기사는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고 계속 운전했다.처음에 남연풍은 기사가 잘못 운전한 줄 알았지만 운전기사가 자신의 말을 무시하자 이건 뭔가 잘못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기사님.”남연풍이 다시 소리를 질렀지만 운전기사는 여전히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그녀는 조바심이 났다.비록 그녀는 자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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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장

차창 밖을 내다보던 남연풍은 눈앞에 보이는 집이 왠지 낯익어 보였다.이때 고승겸은 비바람을 무릅쓰고 차 옆으로 다가와 문을 열고 몸을 굽혀 그녀를 거침없이 차에서 안아올렸다.“고승겸, 일이 이 지경이 되었는데 아직도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또 다른 잘못을 저지르고 싶은 거야?”고승겸은 남연풍의 비난에도 벙어리처럼 입을 꾹 다물었다.“고승겸!”“아무 말도 하지 마.”고승겸은 마침내 입을 열었지만 걸음을 멈추지는 않았다.그는 남연풍을 집안의 소파에 앉힌 뒤 다시 차로 돌아가 트렁크에서 짐과 남연풍의 휠체어를 들고 들어와 문을 닫았다.창밖에는 비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었고 하늘은 수많은 별들을 품은 채 어두컴컴해져 있었다.고승겸은 따뜻한 느낌의 전등과 집안을 따뜻하게 데워 줄 난방을 켰다.12월 한겨울의 찬 기운을 조금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금세 집안 공기가 훈훈해졌다.고승겸은 겉옷을 벗고 남연풍의 맞은편에 천천히 앉더니 빨간 사과를 하나 집어 들고 깎기 시작했다.남연풍은 차가운 시선으로 고승겸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다가 아예 입을 다물었다.그녀는 고승겸이 도대체 무엇을 하고 싶은 건지 지켜볼 작정이었다.고승겸은 사과를 깎는 동안 한 번도 남연풍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그는 사과를 하나 다 깎고서야 동작을 멈추었다.“지금 이런 결과에 만족해?”고승겸이 무겁고 경직된 공기를 가르며 입을 열었다.그는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짙은 그의 검은 눈동자를 들어 올리며 평온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남연풍을 바라보았다.“내가 모든 사람들로부터 의심을 받는 순간 당신까지 나서서 그럴 줄은 정말 몰랐어.”고승겸은 자조 섞인 웃음을 날리며 손에 쥐고 있던 과도를 테이블 위에 던지듯 놓았다.이윽고 그는 들고 있던 사과를 아무렇게나 쓰레기통에 던져 버렸다.그는 갑자기 일어서서 훤칠한 키와 꼿꼿한 몸을 내세우며 천천히 남연풍에게 다가갔다.반짝이는 불빛을 등에 업은 거대한 그림자가 내리쳐 마치 짙은 어둠이 남연풍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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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장

시약?남연풍의 안색이 달라졌고 눈을 굴리며 생각해 보았지만 고승겸이 말한 시약이 어떤 것인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애초 고승겸의 명령으로 개발된 시약의 종류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고승겸의 얼굴에 나타난 야릇한 웃음을 보며 남연풍은 등골이 오싹해졌고 섬뜩한 기분이 그녀의 가슴을 파고들었다.“소만리와 기모진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당신과 작당모의를 해서 날 우롱시킨 사람한테 관심이 있는 거야? 아니면 기모진한테 관심이 있는 거야?”“...”남연풍은 지금 눈앞에서 이런 말을 하고 있는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그녀는 고승겸의 표정을 보고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마치 온몸이 분노로 활활 타오르는 사람처럼 그의 눈 속에는 오로지 증오의 불꽃만 보였다.그가 아직도 소만리와 기모진을 원망하고 있는 걸까?남연풍은 가슴이 초조해졌다.아무리 생각해도 고승겸이 방금 말한 그 시약이 무엇인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고승겸은 남연풍의 얼굴에서 불안과 초조함을 읽었다.그는 마음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으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한편 소만리와 기모진은 이미 경도로 돌아온 지 며칠이 지났다.요 며칠 동안 소만리는 기모진에게 뭔가 걱정거리가 많은 듯 그의 얼굴에서 짙은 그늘을 보았다.그의 다리 상처가 아직 낫지 않아서 걷는 것에 불편함을 느껴서 그런 걸까 하고 그녀는 잠시 생각했지만 기모진은 이런 사소한 일을 걱정할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더욱이 다리 부상은 의사에게 이미 철저한 검사를 받았고 기본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대답을 들은 터였다.이날 소만리는 멀리 F국에 있는 딸과 통화를 한 후 서재로 기모진을 찾으러 갔다.하지만 문 앞에 다다르자마자 그녀는 기모진이 손이 들고 있던 종이를 신경질적으로 구겨 바닥에 던지는 모습을 보았다.그의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 것 같았다.소만리는 산비아에서 돌아온 뒤부터 기모진의 상태가 좀 이상하다고 여겨졌다.그녀는 자세히 묻고 싶었지만 기모진이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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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장

소만리의 갑작스러운 손길에 기모진은 잠시 멈칫했다.그는 자신의 심장박동이 요동치는 것을 느꼈지만 그다지 즐겁고 유쾌한 느낌은 아니었다.“모진, 당신 뭔가 걱정하는 거 있지? 그렇지?”소만리는 결국 입을 열었고 정말로 기모진은 뭔가 숨기고 있는 사람처럼 살짝 놀라는 표정이었다.기모진은 이 말을 듣고 눈을 들어 고개를 가로저었다.“내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바로 당신이야.”“그래?”소만리가 웃었다.“소만리, 내가 아까 다른 생각하다가 컵을 못 받아서 이런 사단이 났지 뭐야.”기모진은 빨갛게 달아오른 그녀의 발등을 애타는 듯한 손길로 쓰다듬었다.그러나 실상 그녀의 화상은 그다지 심한 정도가 아니었다.소만리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나도 당신이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는 거 알아. 이런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야. 그렇지만 내가 견딜 수 없는 것은 당신이야. 아무리 큰 걱정거리가 있어도 나한테 말하려고 하지 않는 당신 때문에 걱정이라고.”소만리의 말을 듣고 기모진의 얼굴이 약간 굳어졌다.소만리는 마음을 다잡고 결국 말을 꺼냈다.“그 시중, 그 여자와 관련이 있는 거야?”이 말을 듣고 기모진의 얼굴이 얼어붙어 버렸다.소만리는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그날, 그 여자와... 정말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거야?”“...”어렵게 말을 내뱉은 소만리는 점점 굳어져 가는 기모진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았다.그의 이런 표정이 심상치 않은 일이라는 걸 말해 주었다.소만리의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그녀는 깜짝 놀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그녀도 이런 상황을 너무 깊이 생각하고 싶지 않았지만 지금 주위의 분위기는 점점 더 무겁게 가라앉기 시작했다.잠시 후 기모진은 깊은 눈동자를 들었고 어찌할 바를 몰라하는 그녀의 아름다운 눈을 바라보았다.“소만리, 나 고승겸이 파 놓은 함정에 빠진 것 같아.”기모진의 엄청난 말이 소만리의 귀를 사정없이 때렸다.함정에 빠졌다.소만리는 속으로 이 말뜻을 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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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장

소만리가 이렇게 말하자 기모진은 잠시 어찌할 바를 몰랐다.하지만 그녀가 혼자 조용히 있고 싶어 하는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소만리, 나 서재 밖에 있을 테니까 무슨 일 있으면 불러.”기모진은 이렇게 말하고 돌아서 나가려고 했다. 그때 소만리가 그의 손을 잡았다.“모진, 당신 다리 아직 다 안 나았으니까 최대한 움직이지 말아야 해. 내가 방으로 가 있을게. 당신은 여기 있어.”말을 마친 소만리는 기모진의 손을 놓고 서재 문으로 향했다.기모진의 마음이 갑자기 허전해졌다.기모진의 다리도 부상당하긴 했지만 지금 그녀의 다리도 화상으로 다치긴 마찬가지였다.그러나 지금 이 순간 그녀가 가장 아픈 곳은 마음이었다.기모진은 정말 화가 났다. 당시 잠깐 방심한 탓에 시중의 행동을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그는 그 케이크가 문제가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그는 머릿속에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는 그때의 상황을 곰곰이 떠올려 보았다.어떻게 그가 소만리 이외의 여자에게 손을 댈 수 있었을까.아무리 생각해도 스스로의 행동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자신도 이런데 하물며 소만리는 어떻겠는가.소만리는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조용히 앉아 기모진과의 결혼사진을 뒤적거렸다.이윽고 위청재가 어린 아들을 데리고 방으로 들어왔고 위청재는 아이가 엄마한테 가고 싶다고 해서 데리고 왔다고 말했다.소만리는 아들을 안았다.천진난만한 아이의 작은 얼굴을 바라보니 그녀의 얼굴에 드리워졌던 근심도 점차 사라졌다.“똑똑똑.”부드럽고 낭랑한 노크 소리가 가락이 있는 장단처럼 들려왔다.소만리는 눈을 들어 문 쪽을 바라보았다. 누가 문을 노크하는지 그는 이미 알 것 같았다.“들어와요.”그녀가 입을 열자 바로 방문이 열렸고 기모진이 천천히 문을 열고 들어왔다.소만리가 아이를 안고 있는 모습을 보고 그의 미간에도 자애로운 부정이 자연스럽게 피어올랐다.기모진은 침대 곁으로 가서 앉았고 아이는 그를 보자 작은 입을 벌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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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장

아니면 너무나 실망스러워서 더 이상 관여하고 싶지 않은 걸까?기모진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물음표가 떠올랐고 그의 마음은 더욱 혼란스럽고 괴로워졌다.소만리는 기모진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빙긋이 웃으며 손을 들어 약간 긴장한 듯 굳어 있는 기모진의 손을 잡았다.“괜찮다고 한 건 거짓말이야. 하지만 이건 분명히 당신 잘못이 아니야. 고승겸이 일부러 만든 상황이야. 당신과 나 사이에 틈이 생기길 바라겠지만 난 고승겸이 원하는 대로 내버려 두지 않을 거야.”소만리는 마음속에 있는 말을 털어놓았다.“모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우리 사이에는 너무나 많은 고난이 있었어. 나에 대한 당신의 감정을 어떻게 내가 모를 수가 있겠어? 그래서 난 누군가가 우리 사이의 감정에 영향을 끼치는 것을 바라지 않아. 이 불쾌한 기억을 시간이 얼른 희석시켜 주길 바랄 뿐이야.”소만리의 말을 들으니 기모진의 마음이 요동쳤다.그의 아내 소만리는 그를 다 이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를 조금도 탓하지 않았고 오히려 위로해 주기까지 했다.이렇게 되자 기모진은 더욱더 스스로를 탓하게 되었고 소만리를 더욱 아껴주어야겠다고 다짐했다.이 일은 이렇게 넘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기모진도 잘 안다.비록 그의 마음에서 완전히 죄책감을 지울 수는 없겠지만 이로 인해 그와 소만리의 감정에 변화가 생기는 것은 한 치도 용납할 수 없었다.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그들이 여기까지 온 길은 정말 험난함 그 자체였다.잠시 후 기모진은 소만리의 눈을 바라보며 비로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좋아.”“그래.”소만리는 기모진의 손을 놓았다.“그래, 그럼 막내랑 좀 놀아줘. 난 회사에 좀 다녀올게.”“회사? 회사에는 왜?”“한동안 산비아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어. 이전에 고객이 주문한 향수를 아직 완성하지 못했어. 더 이상 늦추면 계약을 위반할 수도 있어.”소만리는 미소를 지으며 몸을 돌렸고 기모진의 볼에 몸을 굽혀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우리 아들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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