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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황제가 사랑한 여인: Chapter 1951 - Chapter 1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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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1장

소만리는 소리가 나는 쪽을 돌아보았다.온몸에 명품 운동복으로 도배한 몸집이 큰 남자가 넓은 어깨에 가방을 비스듬히 걸치고 오는 모습이 보였다.마치 방금 운동을 마치고 오는 것 같았다.이 남자는 20대 중반으로 이목구비가 입체적이었고 의연한 표정은 잘생긴 얼굴을 돋보이게 해 주었다.그러나 이 잘생긴 외모에는 약간 건들거리는 느낌도 없지 않아서 전체적으로 보면 편하게 큰 부잣집 도련님처럼 보였다.소만리는 이 남자를 다시 한번 자세히 쳐다보았다.남자의 미간에서 흐르는 표정이 어딘가 모르게 고승겸과 약간 닮은 것 같았다.소만리가 보아하니 고승겸의 사촌 정도 되는 사람 같았다.이윽고 이 남자는 자신의 이름을 말하며 얇은 입술 한 귀퉁이를 가볍게 말아올려 웃음 짓더니 소만리의 곁으로 다가갔다.“미래의 내 사촌 형수님,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고승겸의 사촌동생 고승근이라고 합니다.”고승근.소만리는 머릿속으로 그의 이름을 되뇌어 보았다. 생소한 이름이었다.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일어나 예의 바르게 손을 내밀며 반갑게 인사말을 건넸다.“안녕하세요, 소만리입니다.”“소만리.”고승근은 그녀의 이름을 곰곰이 곱씹듯 중얼거렸고 세상 불손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어 소만리의 손을 잡았다.“소만리라는 이름 참 좋네요. 그런데 고승겸이라는 이름과는 어울리지 않아요.”그는 웃으며 그녀의 손을 놓았고 아까 중년의 여인 옆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승근아, 공 다 쳤어? 피곤하지 않아? 일단 뭐 좀 마셔.”“고마워요, 엄마.”고승근은 예의 바르게 고맙다는 말을 했다.“내가 네 엄마인데 고맙다고 할 게 뭐 있어?”여자는 웃으며 고승겸에게 환한 미소를 보냈다.그랬다. 이 여자는 고승근의 엄마였다. 어쩐지 아까부터 고승겸을 곤란하게 만드는 말만 하더라니.보아하니 이 여자와 그의 아들은 고승겸에게 왕실 계승권을 그리 쉽게 양보할 것 같지 않아 보였다.“승근이가 지금 좀 피곤해서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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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2장

소만리는 차창 밖의 야경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어둡게 가라앉은 고승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승겸, 그 고승근이라는 사람이 계속 당신의 심기를 건드리는 말을 하던데, 당신이랑 무슨 원한이라도 있는 거야?”고승겸은 비록 기분이 언짢은 상태였지만 애써 참으며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사촌동생인데 그 아이도 왕실 계승권을 노리고 있어.”“아, 그런 거였구나. 어쩐지 그 사람이 계속 당신을 건드리는 것 같더라고. 특히 그 사람 엄마는 더 하고.”“그 여자.”고승겸은 얼음장 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고 곧바로 시선을 소만리의 얼굴에 고정시켰다.소만리는 그의 행동을 이상하게 여기며 물었다.“승겸, 왜 그래?”“소만리, 내 말 잘 들어. 내일 내가 시키는 대로 해, 꼭 그렇게 해야 해.”고승겸이 심각한 표정으로 신신당부했다. 소만리는 그의 말을 듣고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당연히 당신 말대로 할 거야.”고승겸은 소만리의 말이 마음에 드는 눈치였지만 여전히 그의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그는 손을 뻗어 상의 주머니를 더듬었으나 그가 찾고자 하는 물건을 찾지 못했다.차가 고승겸의 집에 도착하자 고승겸은 소만리에게 서재로 바로 따라오라고 했다.소만리가 서재로 들어가 보니 그는 책상에서 무언가를 찾는 듯 뒤적거리고 있었다.소만리는 옆에 서서 미소를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결국 고승겸은 서랍 속에서 그가 찾고 싶었던 물건을 찾았다.그것은 바로 그가 소만리에게 최면을 걸 때 사용했던 회중시계였다.그렇다. 그는 마음이 놓이지 않았던 것이다.그래서 그는 다시 한번 소만리에게 최면을 걸어 그녀에게 완벽하게 그녀의 임무를 가르치기로 결심했던 것이다.“소만리, 지금 이 회중시계를 잘 봐.”고승겸은 소만리를 향해 바로 최면을 걸었다.왜냐하면 그는 깊은 최면에 걸린 소만리는 이미 자신의 생각과 주견이 없다고 생각했고 반드시 그의 지시에 따르게 된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역시나 소만리는 그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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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장

소만리는 일어나서 주변을 둘러보았다.고승겸은 소만리가 혼자 편안하게 소파에서 쉴 수 있게 자리를 피해 준 것이었다.소만리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그녀는 아까 고승겸이 그녀에게 말한 세 가지 일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임무 수행이라기보다는 명령에 가까웠다.잠시 후 소만리는 서재를 나왔고 기모진이 있는 방을 지나갈 때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이 늦춰졌다.때마침 방 문이 열려 있었고 소만리는 고승겸의 주치의가 기모진의 상처에 드레싱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기모진 옆에는 그를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시중이 다정하게 곁을 지키고 있었다.소만리는 걸음을 멈추고 평온한 듯 보이는 눈앞의 광경을 가만히 바라보았다.“의사 선생님, 기 선생님의 상처는 잘 아물고 있나요? 나중에 후유증은 생기지 않을까요?”시중은 기모진의 부상을 걱정하며 의사에게 물었다.그 의사는 이 말을 듣고 웃으며 대답했다.“기 선생님의 부상은 오늘 내일 그렇게 빨리 나을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시간이 좀 걸려요. 지금으로서는 후유증이 남을지 어떨지 말하기 어려워요.”“그렇구나.”시중은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근심 어린 얼굴로 말했다.“의사 선생님, 선생님 의술이야 워낙 뛰어나시니 우리 기 선생님은 잘 나을 거예요. 이렇게 완벽하고 훌륭한 남자인데 어떻게 다리가 불편한 오점을 남길 수 있겠어요.”자신을 걱정하는 시중의 말을 들으면서 기모진은 아첨하는 그 여자의 말을 얼른 끊고 싶었다.하지만 그는 지금 소만리와 고승겸의 결혼식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 참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그때 그가 무심코 눈을 들어 올리는 순간 소만리의 큰 눈과 마주쳤다.“소만리 씨.”기모진의 얇은 입술 사이로 자연스럽게 소만리의 이름이 흘러나왔다.시중은 그 말을 듣고 의아한 듯 되뇌었다.“소만리?”그녀는 호기심에 가득한 표정으로 기모진의 시선을 따라가 보았고 방문 앞에 서 있는 소만리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아가씨.”소만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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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장

시중은 첫눈에 반한다는 게 이런 것이구나 마음속으로 생각했고 부푼 꿈을 꾸며 입을 열었다.“걱정하지 마세요. 그동안 제가 최선을 다해 기 선생님을 돌볼 거예요. 곧 완전히 회복하는 모습을 보게 될 거예요.”시중은 자신감에 넘쳐서 우쭐대었고 기모진을 향해 수줍은 미소를 날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기모진은 시중의 눈빛을 보고 자신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을 눈치챘지만 비록 소만리가 지금 제정신이 아니더라도 그녀가 오해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별말씀을요. 사실 내 부상은 그렇게 심각한 정도는 아니에요. 최선을 다해 날 돌봐줄 필요 없어요. 다 큰 성인인데 나 스스로도 잘 돌볼 수 있으니 수고하지 않아도 돼요.”시중은 이 말을 듣자 발그레하게 홍조를 띠고 있던 얼굴에 수줍은 미소가 점차 사라졌다.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기모진을 쳐다보았다.“기 선생님, 그 말 뜻은...”“다른 뜻은 없고 그냥 혼자 푹 쉬고 싶다는 생각뿐이에요. 그게 빨리 낫는 데에 더 도움이 될 것 같아요.”“...”시중의 눈에는 마지막 남은 한 가닥 기대가 산산조각이 나는 것 같았다.“기 선생님 왜 그렇게 말씀하세요? 방금 선생님이 분명히 말씀하셨잖아요? 다 나으면 선생님에게 가장 소중한 여자를 데리고 집으로 가겠다고.”“그렇게 말했죠.”기모진은 침착하게 대답했다.“그런데 그 여자가 당신일 리 없잖아요? 당신과 알게 된 지 하루도 안 되었는데 어떻게 당신과 그런 감정이 있겠어요?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해요.”기모진은 자연스럽게 소만리의 얼굴에 시선을 옮겼다.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입가에 희미한 미소만 번질 뿐이었다.그러나 여자로서 시중에게도 예리한 육감이라는 것이 있다.기모진이 말할 때 소만리를 그윽하게 쳐다보는 눈빛을 시중은 알아차렸다.설마 기 선생님이 말한 그 여자가 아가씨라고?만약 그렇다면 그건 너무 터무니없는 일이었다!시중이 가만히 보니 소만리도 지금 기모진을 그윽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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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장

소만리는 시중이 자신에게 불만이 있는 것 같은 눈치였지만 그래도 상냥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네, 그래요. 물어볼 게 뭔데요?”“아가씨와 기 선생님은 전부터 알고 지냈는지 묻고 싶어서요.”시중은 직설적으로 물었다. 소만리는 입술을 오므리고 가볍게 웃었다.“왜 그런 생각을 했어요?”“아, 별거 아니에요. 그냥 아가씨가 기 선생님을 바라보는 눈빛이 조금 다른 것 같아서요.”시중의 말속엔 뼈가 있었고 그녀는 머뭇거리지 않고 계속해서 말했다.“아가씨는 내일 겸이 도련님과 결혼하시잖아요.”소만리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네, 저도 알아요. 그건.”시중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그럼 아가씨도 다른 사람한테 기회를 좀 주세요. 겸이 도련님 이외의 남자에게는 관심 두지 마시구요. 아가씨는 예쁘게 생겨서 쉽게 남자들을 설레게 할 수 있으니까요.”시중은 돌려 말하는 법이 없었다. 과도한 솔직함에다 질투하고 있는 내색도 강하게 풍겼다.그러나 소만리는 화를 내지 않고 엷은 미소만 지으며 말했다.“내가 다른 남자에게 관심을 두었나요? 좀 더 분명하게 말해 보세요. 잘 알아듣지 못하겠네요.”“이렇게 말하는데도 못 알아들어요?”시중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소만리를 바라보다가 단도직입적으로 밝혔다.“난 기 선생님을 매우 좋아하고 그분과 좀 더 관계가 발전되기를 바라고 있어요.”사실 소만리는 시중이 기모진에게 첫눈에 반했다는 걸 진작 알아차렸지만 시중 앞에서는 방금 알아차린 듯한 표정을 지었다.“당신이 기 선생님을 좋아하는군요. 그렇다면 당신에게 꼭 해야 할 말이 있어요. 기 선생님은 결혼했고 아내도 있는 남자예요.”“아내요?”시중은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그럴 리가요? 기 선생님에게 아내가 있다면 어떻게 겸이 도련님과 아가씨 결혼식에 데리고 오지 않았겠어요?”“그의 부인이 아마도 결혼식에 참석할 시간이 없었나 보죠.”소만리는 이유를 대었다. 시중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아니에요. 보통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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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6장

”난 이미 우리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어. 당신을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을 거야.”고승겸이 약속하듯 말했다.남연풍은 그의 말에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고 휠체어를 돌려 침대 쪽으로 갔다.“그래, 고 선생. 잘 들었어. 그러니 이제 돌아가도 돼. 나도 잘 준비해야 해.”남연풍의 시큰둥한 말에 고승겸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찬찬히 바라보았다.“내가 한 말을 믿기 힘들고 남사택과 초요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것도 알아. 그렇지만 당신과 나의 관계는 그 누구도 바꿀 수 없어.”고승겸의 한마디 한마디가 유난히 쩌렁쩌렁 울리는 것 같았다.그러나 남연풍은 그의 말을 들은 체 만 체하고 더더욱 무관심했다.고승겸은 더 이상 스스로 거북함을 자초하고 싶지 않아서 곧바로 남연풍의 방을 나갔다.그는 방을 나서자마자 시중을 불러 남연풍의 잠자리를 봐 주라고 일렀다.사실 그는 그녀를 안고 침대에 눕혀 주고 싶었지만 남연풍이 지금 자신에게 강하게 저항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더 이상 그녀에게 다가가는 것은 그녀에게 위화감과 거부만만 더 안겨줄 뿐이라고 생각했다.고승겸은 돌아서서 다시 기모진이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시중은 방금 끓인 죽을 가지고 와서 기모진에게 가져가려고 하다가 마침 고승겸이 오는 것을 보았다.고승겸을 향한 그녀의 태도는 소만리를 대할 때와는 달리 거만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마치 사자 앞에 전전긍긍하는 사슴처럼 조심스러웠다.그녀는 천천히 죽 그릇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방 문 앞으로 물러나 있었다.기모진은 침대에 기대어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었다.그는 고승겸의 얼굴을 보기 싫었고 아무 얘기도 하고 싶지 않았다.고승겸은 자신을 완전히 무시하는 기모진을 불만스럽게 바라보았다.“내일 소만리와 함게 산비아 왕궁에서 결혼식을 올릴 거야. 그렇지만 걱정하지 마. 내가 반드시 당신을 결혼식장에 앉혀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여인이 모든 사람들 앞에서 나와 부부가 되는 모습을 똑똑히 보게 할 거니까.”“거 참 기대되는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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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장

고승겸의 물음에 시중은 삽시간에 온몸이 굳어지며 극도의 공포감에 휩싸였다.“아, 아니에요. 전 엿듣지 않았어요. 감히 어떻게 엿듣겠어요...”시중은 전전긍긍하며 말했고 얼굴은 점점 창백해졌다.원래 기분이 좋지 않았던 고승겸은 제대로 바른 말을 하지 않는 시중의 모습에 불쾌함이 더했다.“정말 엿듣지 않은 게 확실해? 그렇다면 넌 내 눈과 지능에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아니면 네 말이 너무 허술하다고 생각하지 않아?”그 말을 들은 시중은 놀라서 손에 땀이 났다.“겸, 겸 도련님...”“고 씨 가문은 너같이 분별없는 시중은 필요 없어. 당장 여기 고 씨 가문에서 나가. 이번 달 월급은 한 푼도 받을 수 없을 거야.”고승겸은 매정하게 말을 마치고는 발걸음을 옮겼다.시중은 눈시울이 붉어지며 다급하게 쫓아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말했다.“겸 도련님, 저, 저는 정말 기 선생님과의 대화를 엿들으려고 한 것이 아닙니다. 단지 기 선생님을 좀 더 신경 쓰고 싶은 마음에 그랬던 거예요. 정말 다른 뜻은 없어요. 겸 도련님, 제발 절 쫓아내지 마세요. 제발 저에게 기회를 주세요.”시중이 애걸복걸했다.고승겸은 시중의 얘기를 듣고 천천히 발걸음을 멈추었다.그는 애가 타는 듯 조마조마해하는 시중의 얼굴을 곁눈질했고 검은 눈썹을 번쩍 치켜세우며 찡그렸다.“기모진을 신경 쓰고 싶었다고?”“...”시중이 고승겸의 말을 듣자마자 어리둥절해하면서 창백했던 두 뺨에 붉은 홍조가 서서히 일어났다.시중의 얼굴빛이 변하는 것을 본 고승겸은 순간적으로 그녀의 마음을 알아차렸다.알고 보니 시중은 기모진을 마음에 두고 있었던 것이다.그는 별로 놀라지도 않았다.기모진처럼 외모도 좋고 기품도 있는 남자가 여자한테 호감을 사는 건 당연한 일이다.하물며 이런 얄팍한 시중의 처지에서는 더더욱 그럴 일이었다.고승겸은 시큰둥하게 미소를 지었다.시중은 다시 목을 움츠리고 두 손을 휘저으며 불안한 표정으로 서 있는데 갑자기 고승겸이 묻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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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장

”겸 도련님, 고맙습니다. 겸 도련님 정말 고맙습니다!’시중은 연신 고맙다는 말을 했으나 이내 근심이 되살아났다.“그런데 겸 도련님, 얼마 전에 아가씨가 말씀하시길 기모진이 이미 결혼한 몸이라던데 그게 사실인가요?”고승겸은 이 말을 듣고 눈빛이 묘하게 달라졌다.“소만리가 언제 너한테 그런 말을 했어?”“얼마 안 되었어요.”시중은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아가씨도 제가 기 선생님을 좋아한다는 것을 눈치챈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저에게 기 선생님이 아내가 있다고 말해 주었고요.”그 말을 들은 고승겸의 얼굴빛이 차분하게 가라앉았지만 이내 그의 얼굴에 음흉한 미소가 번졌다.“맞아. 기모진은 결혼했어. 그렇지만 그와 그의 부인은 이미 헤어졌으니 너한테도 기회가 있는 셈이지.”“정말요!”시중은 이 말을 듣고 몹시 흥분하기 시작했고 자신이 추태를 부린 것 같은 느낌에 이내 얼른 고개를 숙이고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승겸은 시큰둥한 얼굴로 시중을 힐끔 쳐다보고는 입을 열었다.“이 일은 내가 널 대신해 주도적으로 추진해 볼 테니 넌 내 말만 잘 믿고 따라와, 알겠어?”시중은 기쁘기 그지없었다. 어떻게 고승겸의 제안을 마다하겠는가.“겸 도련님, 걱정 마세요. 꼭 잘 따를게요! 기 선생님과 제가 함께 할 수만 있다면 뭐든 다 할 수 있어요!”허.고승겸은 속으로 차갑게 비웃었다.이 시중은 기모진에게 굉장히 빠져들어 있었다.하긴, 기모진이 누구였던가.경도 제일의 태자 나리에 얼굴은 조각처럼 빚어진 데다 여자를 미치게 하는 매력까지 지니고 있으니 어찌 이런 여자가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이제 이 시중은 기모진에게 복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고승겸의 도구가 될 것이다.침실.소만리는 조용히 침대에 누워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달빛에 은은히 빛나는 수정등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녀는 왼손을 들어 텅 빈 손가락을 바라보며 빙긋이 웃다가 눈을 감고 이내 잠이 들었다.다음날 아침 일찍 시중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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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장

고승겸은 소만리에게 직진했다.그의 짙은 남색 연미복이 완벽한 바디라인을 뽐내며 시선을 압도했다.그는 담담하게 남연풍의 옆을 스쳐 지나 소만리의 곁으로 다가갔다.그는 소만리를 바라보며 양미간에 옅은 웃음기가 맴돌았지만 그의 웃음은 눈앞에 있는 소만리에게는 와닿지 않았다.“소만리, 당신 오늘 너무 눈부셔.”그는 곁눈으로 옆에 있는 남연풍을 힐끔 보면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다.“준비되었으면 이제 우리 산비아 왕궁으로 가자.”소만리는 고개를 끄덕였다.“응.”그녀는 매우 협조적이었고 먼저 발걸음을 내디뎌 문 쪽으로 걸어갔다.문밖에 있던 스타일리스트가 부랴부랴 달려와 소만리에게 부케를 쥐여 주었다.사람들이 하나 둘 흩어지자 남연풍도 뒤따라 돌아섰다.고승겸은 남연풍의 뒤를 따르며 말했다.“당신이 저 웨딩드레스를 입었다면 더 아름다웠을 거야.”“허, 허허.”남연풍은 비꼬며 말했다.“얼굴이 망가진 절름발이는 뭘 입어도 추해. 고승겸 설마 날 열일곱, 열여덟 살쯤으로 착각하는 거 아니야?”“...”고승겸은 할 말이 없어 멍하니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남연풍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쌩하게 떠났다.말과 행동에 고승겸에 대한 미련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것 같았다.그는 남연풍이 저렇게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고승겸은 헛헛한 마음을 감추며 발걸음을 옮겼다.산비아의 왕궁.으리으리한 궁전은 지금 이 순간 이미 하객들로 가득 들어찼다.모두들 목이 빠져라 오늘의 주인공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지금은 아직 시간이 조금 일러 모두들 서로 즐겁게 이야기를 하며 작은 다과를 곁들이고 있을 뿐이었다.기모진은 다리를 다쳐서 당분간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었다.고승겸은 사람을 시켜 특별히 기모진을 궁전 로비로 데리고 왔고 그 시중에게 한시도 기모진의 곁에서 떨어지지 말라고 지시했다.기모진은 시중이 자신에게 지대한 관심이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최대한 피하고 싶었지만 이 여자는 찰거머리처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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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장

역시 그건 나만의 착각이 아니었어. 소만리가 나한테 마음이 쓰이는 것 같았어.비록 그녀의 생각은 고승겸에 의해 통제된 상태였지만 그녀의 잠재의식 속에 나는 여전히 그녀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으로 남아 있는 거야.소만리는 궁전의 복도를 지나 2층 테라스에서 아래를 바라보고 있었다.많은 하객들 속에서도 그녀는 한눈에 기모진의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그는 비교적 구석진 자리에 혼자 앉아 있었다.아니, 혼자가 아니라 그 시중이 기모진 옆에 딱 붙어 서 있었다.소만리는 조용히 기모진을 바라보았다. 그의 잘생긴 얼굴에 온화한 웃음이 감돌고 있는 것이 보였다.마치 시중과 즐거운 대화라도 나누고 있는 것 같았다.소만리는 눈썹을 일그러뜨리며 뒤돌아가려고 했는데 뒤에서 갑자기 희롱하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안녕하세요, 예쁜 사촌 형수님.”소만리는 발걸음을 가볍게 내디뎠다. 이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보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고승근은 양손을 바지 주머니에 꽂은 채 세상이 발아래에 있는 듯한 웃음을 지으며 그녀에게 다가왔다.지난번 캐주얼한 차림이었던 그에 비해 오늘 고승근은 아주 제대로 격식을 차린 복장을 하고 있었다.빳빳하게 다림질한 블랙 셔츠에 블랙 슈트를 매치해 세련되고 당당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안녕하세요, 고승근 씨.”소만리가 입꼬리를 살짝 말아올리며 인사했다.“사촌 형수님, 서먹서먹하게 대하지 마시고 이제 우리도 곧 가족이 되는데 승근이라고 불러주세요.”고승근은 경망스러운 말투로 지금 눈앞에 있는 소만리를 바라보았다.잠시 소만리를 빤히 바라보던 고승근은 입에 발린 찬사를 늘어놓았다.“여자들이 웨딩드레스 입은 모습을 많이 봤지만 사촌 형수님만큼 아름답지는 않았어요.”소만리는 이런 칭찬은 많이 들어서 아무런 감흥도 없이 대꾸했다.“고마워요.”소만리는 고승근과 더 이상 말을 섞고 싶지 않아서 몸을 돌렸는데 고승근이 그녀를 불렀다.“미래의 사촌 형수님, 잠시 얘기 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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