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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가 사랑한 여인의 모든 챕터: 챕터 1931 - 챕터 1940

2479 챕터

1931장

고승겸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남연풍이 휠체어를 멈추었다.남연풍이 자신의 말소리를 듣고 휠체어를 멈추자 고승겸의 얼굴에는 모처럼 밝은 미소가 번졌다.“연풍, 지금 당신 마음속엔 내가 고집불통에다 잘못도 깨닫지 못하는 나쁜 놈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거 알아. 하지만 당신은 내 평생 유일한 여자야.”고승겸의 말을 듣고 남연풍은 휠체어 스위치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촉촉하고 영롱한 그녀의 눈에 이슬이 맺혔지만 그녀는 눈물이 떨어지지 않도록 애써 참았다.그녀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묵묵히 휠체어 스위치를 다시 누르고 현관 쪽으로 갔다.고승겸은 멀어지는 남연풍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며 심장이 차갑게 식는 듯했고 눈빛도 어둡게 가라앉았다.“기모진, 너도 곧 나의 이런 고통을 맛보게 될 거야.”고승겸이 혼자 중얼거리고 서 있는데 마침 그의 핸드폰에 메시지가 왔다.그는 메시지를 힐끔 보더니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떠올랐다.“드디어 왔군, 기모진.”고승겸은 중얼거리면서 어디론가 출발했다.그가 문 입구에 다다르자 수행원들이 황급히 그를 향해 걸어왔다.“무슨 일이야?”고승겸이 차가운 어조로 물었다.“기모진이 이미 문 앞에 도착해 있습니다.”수행원이 보고했다. 고승겸은 차갑게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말했다.“난 이미 기모진을 기다린 지 오래됐어.”그는 말을 마치고 발걸음을 재촉하며 밖으로 나갔다.그 수행원은 확신 없는 눈빛으로 고승겸을 바라보았다. 뭔가 의아해하는 것 같았다.기모진은 원래 바로 소만리를 찾으러 오려고 했지만 아들이 갑자기 납치되어 아들에게 가느라고 많은 시간을 허비해 버렸다.이 모든 것은 고승겸이 시간을 끌 요량으로 일부러 파놓은 함정이라는 것을 기모진도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납치된 아들을 내버려둘 수는 없는 일이었다.“기모진, 우리가 이렇게 빨리 다시 만날 줄은 몰랐네.”고승겸의 여유로운 목소리가 앞쪽에서 들려왔다.기모진은 그 소리를 듣고 눈을 들어 거만한 고승겸의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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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2장

아무리 무서운 호랑이 굴이라고 하더라도 기모진은 의연하게 뛰어들었을 것이다.기모진의 이런 심리를 고승겸도 진작에 꿰뚫어보고 있었다.고승겸은 기모진 앞에서 길을 안내하다가 거실에 도착하자 시중에게 지시했다.“미래의 사모님을 모시고 내려와.”시중은 고승겸의 말을 듣고 즉시 위층으로 올라가 어떤 방으로 들어갔다.미래의 사모님?기모진은 마음속에 의문이 들었다.전에 안나와 고승겸이 결혼은 했지만 안나는 지금 자신이 저지른 죄로 인해 감옥에 있는 상태였다.아마 고승겸은 그동안에 벌써 안나와의 혼인 관계를 취소했을 것이다.그런데 그가 벌써 또 결혼을 했단 말인가?그럼 신부가 남연풍?기모진의 머릿속에서 의문이 파도를 일며 출렁이고 있었다.고승겸은 기모진의 눈빛을 보고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고 곁눈으로 2층을 힐끔 쳐다보았다.“기 선생, 나와 결혼할 여자가 누군지 지금 생각하고 있는 거야? 곧 만날 수 있을 거야.”고승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계단 위쪽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기모진은 괜히 가슴이 두근거렸고 눈을 들어 올리는 순간 그 자리에 얼어붙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소만리!”기모진은 소만리의 이름을 부르며 계단을 향해 황급히 달려갔다.그러나 소만리는 경계하며 발걸음을 멈추었고 의혹에 가득 찬 눈빛으로 기모진의 얼굴을 보다가 고승겸에게 시선을 옮겼다.“승겸, 이 사람 누구야? 이 사람이 날 부른 거야?”“...”기모진은 이 말을 듣고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는 고승겸이 방금 한 말을 그제야 완전히 이해하게 되었고 고승겸이 말한 깊은 최면이라는 것도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고승겸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소만리에게 다가가 말했다.“소만리, 겁내지 마. 내 친구니까 걱정할 거 없어. 우리 결혼식에 참석하려고 온 거야.”고승겸의 설명을 들은 소만리는 그제야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그랬구나.”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기모진에게 다가가 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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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3장

이 말을 들은 소만리는 희미한 미소를 짓고 있는 기모진을 돌아보았다.고승겸의 시선도 그녀의 시선을 따라 움직였다.고승겸은 기모진이 그녀에게서 뭔가 듣기 위해 미끼를 던지고 있는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하지만 고승겸은 걱정하지 않았다.비록 전문적인 최면술사라고 하더라도 소만리에게 걸린 깊은 최면은 풀 수 있는 것이 아니었고 하물며 최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기모진은 말할 것도 없었다.“그게 무슨 뜻인지...”소만리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기모진을 바라보았다.“내가 뭔가를 여쭤봐야 하는 건가요?”기모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여전히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입을 열었다.“아직 내 이름을 묻지 않았잖아요.”소만리는 잠시 정신이 멍해졌다.기모진이 쓸데없는 말을 하는 것 같아서 그녀는 어안이 벙벙할 뿐이었다.그러나 소만리는 웃으며 물었다.“성함이 어떻게 되세요?”“기모진, 기모진입니다. 내 이름.”기모진은 얼른 소만리의 질문에 대답했고 곧이어 계속 말을 이었다.“내 아내는 날 모진이라고 부르는 것을 좋아해요.”“...”소만리는 기모진의 깊고 아름다운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기 선생님,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혹시 부인께서 함께 오시지는 않으셨나요?”기모진은 소만리의 밝고 활기찬 눈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그녀도 왔어요. 지금 나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어요.”소만리는 놀라워하며 기모진 뒤쪽으로 시선을 돌려 보았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아서 순간 기모진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그러나 소만리는 추궁할 뜻은 없었고 예의를 갖춰 기모진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저와 승겸의 결혼식에 와준 기 선생님과 부인께 감사드려요.”기모진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소만리씨는 나에게 고맙다고 할 필요가 없어요. 우리 사이에 평생 고맙다는 말은 필요 없어요.”이 말을 듣자 소만리는 다시 한번 물었다.“기 선생님은 왜 그런 말을 하세요?”“네? 잊었어요? 그게 아니라면 혹시 고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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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4장

소만리는 지금 자신의 기억 속에 기모진이라는 사람은 없지만 기모진의 언행으로 보아 그가 왠지 고승겸과 잘 아는 사이라는 느낌이 들었다.이때 마침 시중이 들어와서 여지경이 두 사람에게 사당에 다녀오라고 했다는 말을 전했다.고승겸은 시간을 지체하기 싫어서 소만리를 데리고 나갔고 떠나기 전에 경호원들에게 기모진을 잘 감시하라고 일러두었다.사실 고승겸이 처음에 기모진을 일부러 집으로 불러들여 소만리를 보게 한 것은 기모진의 마음을 좀 더 힘들게 하려고 의도한 것이었다.그러나 그의 목적은 달성도 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기모진에게 유리하게 만들어 버렸다.하지만 고승겸은 마음에 깊이 담아두지 않았고 옆에 있는 소만리를 보고 입가에 미소를 떠올렸다.기모진은 위층으로 올라갔지만 그의 시선은 줄곧 소만리를 따라다니고 있었다.소만리가 차를 타고 떠날 때까지 기모진은 한시도 눈을 떼지 않았다.소만리,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은 나야. 우리가 처음 만난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서로에 대한 우리의 감정은 영원히 변하지 않을 거야.기모진은 묵묵히 마음속으로 생각하며 자신의 마음을 굳혔고 자신을 향한 소만리의 마음도 이와 같을 것이라고 확신했다.다만 이번 기회에 고승겸이라는 작자는 반드시 해결해야 했다.기모진은 다시는 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고 소만리가 다시 위험에 빠지는 것은 더더욱 싫었다.한참을 미동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 서 있던 기모진은 그제야 발걸음을 옮겼다.그는 누군가가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고 그것은 생각할 필요도 없이 고승겸의 경호원이라는 것을 알았다.기모진은 담담하게 앞으로 걸어갔고 깊고 날카로운 눈빛들이 그의 온몸을 주시하고 있었다.아래층 경호원들은 기모진의 주변을 살피며 한시도 눈을 떼지 않았다.기모진은 계속 걸어가다가 어느 방 입구를 지날 때 무의식적으로 안을 들여다보고 손으로 문을 살짝 밀어 보았다.“어, 선생님.”어떤 시중이 갑자기 복도 반대편에서 달려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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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5장

이층 침실.남연풍은 휠체어를 몰고 발코니까지 걸어갔고 기모진은 그녀가 멈출 때까지 그녀의 뒤를 따랐다.예전 같으면 기모진은 남연풍과 단둘이 있지 않았을 것이고 한 마디도 하고 싶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이미 그녀에 대한 선입견을 내려놓았고 그녀에 대한 신뢰도 조금은 쌓였다.“당신이 꼭 올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바로 고승겸의 집으로 들어올 줄은 몰랐어.”남연풍은 감개무량한 듯 눈을 들어 기모진을 바라보았다.“당신 같이 함께 걱정해 주고 배려해 주는 사람이 있어서 소만리는 정말 행복하겠어.”기모진은 남연풍의 말을 듣고 괜스레 마음이 무거워졌다.그는 처음부터 소만리에게 온전한 행복과 애정을 주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기모진이 지금 눈앞의 남연풍을 보니 예전의 날카롭고 매서운 눈빛은 사라지고 없었다.그러나 이렇게 여유롭게 수다를 떨며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내가 당신을 따라 들어온 건 그런 얘기를 하려고 한 게 아니야.”기모진은 바로 묻고 싶은 것을 향해 돌진했다.“당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나한테 알려 줘.”지금의 기모진에게는 다른 말을 할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남연풍은 소만리의 현재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고승겸은 소만리를 아주 깊은 수준으로 최면을 걸었어. 최면에 걸린 소만리를 만난 적이 있는데 그녀는 고승겸을 지금까지 가장 사랑했던 남자로 여기고 있어.”헉.이 말을 들은 기모진의 가슴에는 미세하지만 농밀한 통증이 밀려오는 것 같았다.그도 사실 최면에 걸린 소만리를 만났고 지금의 고승겸을 ‘사랑’하고 있는 그녀를 어쩔 수 없이 마주해야 했지만 실상 그런 최면에 걸려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그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게 바로 고승겸이 자신에게 하려던 복수인 건가?기모진은 마음속으로 차갑게 웃었다. 이 남자의 수법은 정말 상상초월이었다.“사실 소만리가 사랑하는 사람은 당신이고 고승겸은 그녀의 마음에 거짓 베일을 씌웠을 뿐이야. 그 베일이 너무 얇고 튼튼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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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장

하지만 고승겸이 소만리와 혼인을 하면 왜 순조롭게 왕실 계승권을 쟁취하게 되는지 기모진으로서는 알 길이 없었다.설마 소만리도 산비아의 왕실과 무슨 연관이 있단 말인가?“전에 고승겸과 소만리이 결혼할 때는 당신이 나타나서 엉망이 되었으니 이번에는 고승겸이 반드시 당신을 원천봉쇄하려고 할 거야. 아예 당신에게 그럴 기회조차 주지 않는 거지.”남연풍은 기모진에게 주의를 단단히 주고 싶었다.그녀의 눈에서는 진지하게 그의 안위를 걱정하는 빛이 역력했다.“난 그 사람을 너무도 잘 알고 있어. 그 사람은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정말 못할 짓이 없는 사람이야. 사람을 해치는 독소를 개발했다는 게 최고의 증거지.”“기모진, 사실 당신 마음이 여전히 날 경계하고 있다는 걸 알지만 지금 내가 한 말은 꼭 기억해 줬으면 좋겠어. 무슨 일이 일어나도 고승겸에게 강경하게 맞서지 마. 당신은 꼭 기억해야 해. 소만리는 당신이 필요하다는 걸.”기모진은 모처럼 남연풍의 눈에서 진정성을 보았다. 이 순간만큼은 그녀의 진정성이 그의 마음에 닿았다.그가 남연풍에게 뭐라고 말을 하려는 순간 방 문이 거칠게 열렸다.고승겸의 경호원은 굳은 얼굴로 기모진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왔다.남연풍은 재빨리 휠체어를 조종해 기모진에게 다가와 앞을 막았다.“누가 내 방에 들어오래? 나가.”남연풍은 강경한 눈빛으로 경호원을 쏘아붙였다.경호원은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고 불만스러운 표정을 했지만 남연풍을 함부로 건드리지는 못했다.“연풍 아가씨, 저는 겸이 도련님의 뜻에 따라 기 선생님을 찾으러 왔습니다. 저를 난처하게 만들지 마세요.”“내가 당신을 난처하게 만들었어?”남연풍이 되물었다.“내가 지금 당장 고승겸한테 가서 경호원인 당신이 내 방으로 갑자기 들어와서 내 휴식을 방해했다고 일러바친다면 그가 바로 당신을 이 집에서 내쫓을 것 같아, 아닐 것 같아?”“...”경호원의 얼굴이 굳어졌다. 남연풍의 말이 마음에 걸리는 게 분명했다.“됐어. 난 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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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7장

기모진은 잘난 척하려고 그런 말을 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이 얼마나 능력이 있는지 잘 알고 하는 말이었다.그는 고승겸의 경호원들 역시 뛰어난 인물이라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았지만 이들에게는 그의 적수가 없다고 확신하고 있었다.기모진이 이런 말을 하자 경호원들은 심한 모욕감을 느꼈다.다 덤벼 보라고?이것은 분명 그들을 무시하는 것이었다!그들은 오히려 경도 제일의 귀족 나부랭이가 얼마나 능력이 있는지 한번 보려고 했을 뿐인데 이렇게 뻔뻔스러운 말을 하다니!“가자!”선두에 선 경호원이 호령을 하자 다른 경호원들도 다 함께 우르르 몰려갔다.그들은 매우 자신만만했고 기모진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한들 그들에게는 적수가 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설령 기모진이 정말 그런 능력이 있다고 해도 두 주먹으로는 그들 여럿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여겼다.그러나 막상 덤벼들어 보니 그들은 자신들이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기모진의 몸놀림은 민첩하고 빠를 뿐만 아니라 정확성도 그들이 따라잡을 수 없는 것이었다.결국 몇 분 만에 경호원들의 반은 쓰러져 있었고 기모진은 여전히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한 상태였다.심지어 기모진은 옷자락 하나 흐트러지지 않았다.이 남자는 결코 그들이 쉽게 넘어뜨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이때 우두머리인 듯한 남자가 손을 들어 입가의 피를 닦으며 일어섰고 여전히 여유롭고 우아한 기모진을 보니 감히 불복할 수 없는 분한 마음이 솟구쳤다.사실 그들은 기모진을 죽일 생각으로 덤벼든 것이었다.기모진이 죽으면 번거로운 일들이 한 번에 해결될 수 있는 것이었다.기모진이 어찌 그 사람들의 마음을 모를 수가 있었겠는가.그러나 그는 담담한 눈빛으로 눈앞에 서 있는 남자들을 보며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은 모습으로 말했다.“계속할 거야? 계속하고 싶으면 내가 계속 상대해 주지.”그 경호원들은 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으며 음흉한 눈빛으로 말했다.“기모진, 너무 일찍 기고만장해하지 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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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장

’퍽'하는 소리와 함께 경호원의 몸이 풀밭에 내동댕이쳐졌다.“아앗.”경호원이 비명을 질렀다.기모진은 마치 왕처럼 높은 곳에서 남자를 흘겨보더니 고개를 돌려 나머지 경호원들을 바라보았다.하지만 다른 경호원들은 기모진을 두려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그들 역시 그들의 실력으로는 기모진을 당해낼 수 없다고 확신하고 있었고 뭔가 다른 꼼수를 써야만 했다!기모진에게 내동댕이쳐진 경호원은 기모진의 꼿꼿하고 당당한 뒷모습을 보고 조용히 양복 안주머니에서 권총을 꺼냈다.그는 기모진의 종아리에 총구를 겨누고 기모진의 주의가 소홀한 틈을 타서 방아쇠를 당겼다.그러나 기모진의 관찰력은 그들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예리했다.경호원이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기모진은 민첩하게 피했다.총알은 기모진의 곁을 스쳐 지나갔고 기모진 앞에 서 있던 경호원의 종아리를 그대로 통과해 버렸다.“앗!”총에 맞은 경호원은 고통에 몸부림쳤고 총을 쏜 남자가 그 모습을 보고 혼비백산했다.기모진이 몸을 돌려 총을 쏜 남자에게 얼음장같이 차가운 눈빛을 쏘아붙였다.“역시 고승겸의 사냥개답군. 잘난 척할 뿐만 아니라 이렇게 기습적으로 사람에게 총구를 겨누기도 하는군. 당신 주인은 당신한테 손님 대접을 이렇게 하라고 가르쳤나?”“정확히 말하면 기모진은 나의 손님이 아니라 나의 원수지.”고승겸의 목소리가 반대편에서 울려왔다.기모진은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 유유히 걸어오는 고승겸을 노려보았다.기모진은 고승겸의 뒤를 보며 소만리의 모습을 찾았지만 그녀는 보이지 않았고 고승겸 혼자 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승겸도 기모진의 마음을 눈치채고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입꼬리를 찡그렸다.“당신, 소만리를 찾는 거야?”고승겸은 가볍게 웃으며 물었다. 기모진이 얼마나 소만리를 걱정하는지 고승겸은 알고 있었다.고승겸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기모진의 뒷모습을 보며 말했다.“소만리는 당신 주변에 있어.”고승겸의 말을 듣고도 기모진은 바로 고개를 돌리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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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장

고승겸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었다.“기모진, 산비아에 온 걸 환영해. 그렇지만 이번에는 당신 마음대로 돌아갈 수 없을 거야.”고승겸은 다시 권총을 장전하고 기모진의 심장을 겨누었다.그는 피가 멈추지 않고 계속 흐르고 있는 기모진의 종아리를 힐끔 쳐다보며 음흉하고 낮은 소리로 웃었다.“많이 아프지? 하지만 그 아픔은 곧 사라질 거야. 곧 모든 감각을 잃게 될 테니까.”그는 시선을 기모진의 몸에 고정시키고 천천히 손가락을 움직였다.“기모진, 지옥으로 떨어져 내 아들에게 속죄해.”“그만해!”고승겸이 기모진을 향해 쏘려고 하는 순간 그를 막는 애타는 목소리가 들렸다.움직이던 손가락을 멈추고 고승겸은 눈을 들어 2층 베란다를 보았다.남연풍이 휠체어에 앉은 채 이쪽을 보고 있었다.남연풍은 긴장되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뒷마당에서 벌어지는 광경을 바라보았다.“고승겸, 당신이 기모진을 죽인다면 난 지금 여기서 떨어질 거야.”남연풍의 목소리가 유난히 고승겸의 귀에 날카롭게 박혔다.불만스러운 듯 눈살을 찌푸린 고승겸은 더 이상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다.“당신은 나한테서 점점 더 낯선 사람으로 변하고 있어.”남연풍은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나도 이제 그런 비겁한 짓을 하지 않는데 왜 당신은 양심에 어긋나는 짓까지 스스럼없이 하는 거야?”“이게 양심에 어긋나는 일이야?”고승겸은 냉소를 터뜨리며 남연풍을 향해 날카로운 시선을 던졌다.“남연풍, 당신은 정말 죽은 우리 아이가 안타깝지 않아?”고승겸의 질문이 남연풍의 가슴을 아프게 찔렀다.그녀가 어떻게 안타깝지 않을 수 있겠는가?그러나 정말 방법이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그 아이는 낳을 수 없는 운명이었다.게다가 남사택과 초요가 죽은 마당에 그녀도 따라 죽고 싶은 마음이었고 아이를 데리고 함께 세상을 떠나고 싶었다.그녀는 자신이 이렇게 생각한 것이 이기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 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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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장

고승겸은 언짢은 표정을 지었고 많이 초조해 보였다.말이 끝나자마자 그는 화가 난 듯 그 자리를 훌쩍 떠나버렸다.주변에 있던 경호원들은 비록 내키지는 않았지만 고승겸의 명령을 따르며 기모진을 방으로 데리고 치료하게 해 주었다.기모진은 자신의 몸을 더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서 잠자코 경호원을 따라 방으로 돌아왔다.이윽고 고승겸의 주치의 닥터 육이 도착했고 남연풍도 뒤따라 방으로 들어왔다.기모진의 안색은 매우 창백했고 피를 많이 흘려서인지 완전히 힘이 쭉 빠진 채 녹초가 되어 침대에 기절하듯 누워 있었다.옆에서 지켜보던 남연풍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의사 선생님, 어때요? 부상이 심각한가요?”닥터 육은 기모진의 상처를 살피며 남연풍의 질문에 입을 열었다.“연풍 아가씨,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아마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을 겁니다.”남연풍도 당연히 기모진의 상처가 생명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라는 걸 알았지만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그럼 치료하는 데 얼마나 걸릴까요? 정상적인 보행에 지장을 줄까요?”“영향이 없지는 않을 거예요.”닥터 육은 솔직하게 말했다.“총상을 입었으니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면 다른 합병증을 일으킬 수도 있어요. 앞으로 한 열흘이나 보름 정도는 제대로 걷기 힘들 것 같습니다.”닥터 육의 대답을 들은 남연풍의 표정이 무겁게 내려앉았다.열흘이나 보름 동안 걸을 수 없다는 것은 기모진이 소만리를 제대로 데려갈 수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소만리가 최면이 풀리더라도 산비아에서 무사히 빠져나갈 수가 없게 되었다.“정말 걱정되는 모양이군.”이때 고승겸의 목소리가 뒤에서 울렸다.남연풍은 그제야 고승겸이 왔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그는 말끔하게 옷을 갈아입고 나타났다.외형적인 모습은 여전히 우아하고 멋있었지만 온몸에서 풍기는 차가운 기운은 전혀 우아하고 온화한 모습이 아니었다.남연풍은 고승겸의 말을 무시하고 담담한 얼굴로 앞만 바라보았다.정신을 잃고 누워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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