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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가 사랑한 여인의 모든 챕터: 챕터 1941 - 챕터 1950

2479 챕터

1941장

”소만리.”기모진은 문으로 들어오는 소만리를 향해 다정한 목소리로 외쳤고 어두웠던 그의 눈동자에 환한 빛이 되살아났다.그는 다시 일어나 앉으려다 너무 갑작스럽게 몸을 움직이는 바람에 다리에 난 상처를 건드리고 말았다.“앗.”그는 고통스러운 듯 낮은 신음 소리를 내었다.그는 평소 같았으면 이 정도 통증으로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을 테지만 소만리를 보고 있노라니 본능적으로 그녀의 관심과 걱정을 갈망하게 되었다.그러나 소만리는 기모진이 아파하는 모습을 보고도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평온했고 기모진이 아파하는 모습에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그녀의 관심과 사랑을 갈망하던 기모진의 마음에 찬물이 끼얹어지는 것처럼 차갑게 얼어붙었다.그는 어쩔 수 없이 스스로를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만약에 소만리가 최면에 걸리지 않았더라면 고승겸에게 모든 생각과 사상을 송두리째 세뇌당하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바로 그를 걱정하고 신경 썼을 것이다.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소만리를 보며 기모진은 눈앞에 그들 사이에 놓인 침묵을 어떻게 깨야 할지 몰랐다.그는 마음속으로는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손을 잡고 싶었지만 최면에 걸린 그녀가 그의 행동에 거부 반응을 보일까 봐 조심스러웠다.그는 그녀가 자신을 배척하고 미워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기모진은 마음속에 수많은 갈등으로 끙끙대고 있었고 결국 소만리가 먼저 말을 할 때까지 잠자코 있어 보기로 했다.그러나 소만리의 시선은 그의 몸에 있지 않은 것 같았다.그녀는 방을 한 번 둘러보고 나서야 기모진의 몸에 시선을 던졌다.“승겸이 당신한테 왔었다면서요? 그 사람 어디에 있어요?”“...”소만리가 입을 열어 한 말에 기모진의 심장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그의 마음은 이전보다 조금 더 차가워졌다.알고 보니 그녀는 그를 보러 온 것이 아니었다. 그런 그녀에게 어떻게 그를 걱정하는 마음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그녀는 단지 지금 그녀가 사랑하고 있는 사람을 찾으러 왔을 뿐이었다.기모진은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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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장

”괜찮아요.”소만리는 자연스럽게 기모진의 손을 피하며 물 잔을 집어 들었다.“기 선생님이 몸에 기력이 없어 보이시니 시중을 불러 살펴보라고 할게요.”소만리는 말을 마치며 또 가려고 했다.기모진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손을 뻗어 소만리의 손목을 덥석 잡아당겼다.소만리는 발걸음을 내딛다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기모진의 손을 뿌리쳤다.“기 선생님, 이게 무슨 짓이에요?”그녀는 아름답고 날카로운 눈매를 들어 올리며 불쾌함을 가득 실은 눈빛으로 기모진을 쳐다보았다.기모진은 화가 난 소만리의 눈을 바라보다가 낙담한 듯 눈을 내리깔았다.“소만리씨, 당신을 보니 누군가가 생각나서 그만... 미안합니다.”기모진은 슬픈 표정을 지었고 가늘고 깊은 그의 눈에는 끝없는 쓸쓸함이 물들어 있었다.소만리는 기모진의 모습을 보고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다고 느꼈다.그녀는 더 이상 화를 내지 않고 궁금한 마음이 들어 기모진에게 물었다.“날 보고 누구를 생각하셨는데요?”“당신을 보니 내 아내가 생각났어요.”기모진은 소만리의 눈을 똑바로 마주 보았다.“소만리씨도 아마 믿지 못할 거예요. 내가 가장 사랑하는 내 아내와 당신이 너무나 닮았다는 걸.”“그래요?”소만리는 의아해하는 듯한 목소리로 말하며 기모진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의 표정이 너무나 진지했다.“혹시 당신 아내 사진 가지고 있어요?”“물론 있죠.”기모진은 소만리가 이렇게 묻기를 기다렸다는 듯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소만리와 함께 찍은 사진을 찾아내어 소만리에게 보여 주었다.핸드폰을 넘겨받은 소만리는 사진을 보고 깜짝 놀라 눈을 번뜩였다.이것은 그냥 닮은 수준이 아니라 완전히 똑같았다.기모진은 소만리의 반응을 조심스레 살폈고 그녀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소만리, 바로 당신이잖아. 내 사랑하는 아내.이 세상에서 당신과 똑같이 생긴 사람은 절대 없어.당신은 유일한 사람이야.소만리는 사진을 몇 장 보다가 잠시 머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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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3장

기모진은 눈으로 뭔가 말을 하는 듯한 소만리의 깊은 가을색 눈동자에 모든 신경을 집중시켜 바라보았다.소만리도 눈을 들어 그를 똑바로 마주 보았다. 그녀의 눈은 여전히 깊고 매혹적이었다.“기 선생님.”소만리가 입을 열었다.“소만리.”그때 마침 고승겸이 나타나 소만리의 말을 끊었다.기모진의 눈빛에 담긴 기대는 단번에 산산조각이 났다.고승겸은 문 앞에 서서 침대에 앉아 있는 기모진을 돌아보았다.고승겸의 눈은 차갑고 도도한 빛을 띠고 있었고 양쪽으로 말려올라간 입꼬리는 자신감에 가득 찬 승리의 기운을 내걸고 있는 듯했다.잠시 후 고승겸은 기모진에게 쏟았던 시선을 거두며 눈을 낮게 깔고 소만리를 바라보았다.“소만리, 당신 나 찾고 있었어?”고승겸의 말투가 부드럽기 그지없었다.기모진은 그런 고승겸을 보고 당연히 그가 다정한 척 연기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기모진의 눈에는 그것이 아무리 다정하다고 하더라도 거짓된 고승겸의 행동에는 가시가 돌기를 가득 세우고 있는 것 같았다.소만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내일 결혼식 때문에 당신과 상의하고 싶은 게 있어서.”“그랬군. 그럼 서재로 들어가서 이야기해.”고승겸은 말을 마치더니 소만리의 어깨에 손을 올려 그녀를 감싸 안으려고 했다.그러나 고승겸의 손이 소만리의 어깨에 닿기도 전에 기모진의 눈에는 불타는 분노의 눈빛이 이글거렸다.이를 포착한 고승겸은 가볍게 비웃으며 그녀의 어깨에 올리려던 손을 거두었다.소만리는 고승겸의 이런 행동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녀는 그저 방금 자신이 끝내지 못한 말을 생각하고 있었다.소만리는 돌아서며 방 문에 손을 갖다 대었다. 순간 그녀의 시선은 저절로 기모진의 몸으로 향했다.그녀의 눈에는 기모진의 눈빛이 유난히 심각해 보였고 심각함을 넘어 뭔가 근심이 드리워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걱정하고 있다. 그가 뭘 걱정하고 있는 걸까?소만리는 도저히 알 수가 없어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때 고승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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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4장

”겸 도련님 무슨 일로 부르셨습니까?”고승겸은 앞에 놓인 태블릿 PC를 집어 들고 싸늘한 눈빛으로 힐끔 수행원을 보았다.“내일 현장 진행을 위한 준비는 다 되었어?”“겸 도련님, 걱정 마십시오. 모든 것이 다 준비되었습니다. 제가 두 번이나 점검했으니 아무 문제 없을 것입니다.”수행원은 힘주어 말했다.고승겸은 만족스러운 듯 손가락으로 태블릿을 가볍게 두드렸다.“그럼 기모진은?”그가 또 물었다. 수행원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설령 내일 그가 나타난다고 해도 바꿀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을 것입니다.”“그래.”고승겸은 그제야 완전히 만족했다.“그럼 절대 실수하지 마. 실수해선 안 돼.”“실수는 절대로 없을 것입니다.”“그럼 됐어.”고승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여지경이 서재 문으로 들어왔다.고승겸이 수행원에게 눈짓을 하자 수행원은 눈치 빠르게 얼른 그 자리를 떠났다.“다 준비됐어?”“준비 다 됐으니 내일 결혼식만 기다리세요. 이번에는 차질이 없도록 할 거예요.”여지경은 고승겸의 말에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이번? 설마 그럼 지난번 결혼식도...”“네. 전 처음부터 소만리의 신분 때문에 마음에 들어 했던 거예요. 그녀는 기모진을 견제하는 데 이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녀 자체로도 이용할 가치가 아주 높거든요.”이 말을 듣고 여지경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고승겸은 여지경의 표정이 굳어지는 것을 보고 말을 덧붙였다.“어머니도 내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세요?”여지경은 이 말을 듣고 고개를 가로저었다.“이 길이 워낙 쉽지 않은 길이잖니. 지름길이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지.”“저를 이해해 주셔서 기뻐요.”고승겸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지금 저를 인정해 주시는 분은 어머니뿐이에요.”“연풍이는?”여지경은 남연풍의 상황을 물었다. 고승겸은 안색이 굳어지며 말했다.“여전히 그냥 그래요.”여지경은 고승겸의 말을 알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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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장

친구일 뿐만은 아니다.소만리는 남연풍의 말에 잠시 머뭇거리더니 의혹에 가득 찬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그의 친구일 뿐만은 아니라는 건...”“난 그와 연인 관계였고 그의 아이를 임신하기도 했어요.”남연풍은 솔직하고 당당한 눈빛으로 소만리의 눈을 마주 보았다.남연풍은 소만리의 눈에 의아한 빛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지금의 소만리는 전혀 자신의 말을 믿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았지만 남연풍은 숨기지 않고 말했다.“그 아이, 나와 그 사람이 지은 죄가 많아서, 그래서... 이 세상에 나올 수가 없었어요.”이 말을 하는 순간 남연풍의 눈시울은 어느새 붉게 물들었다.남연풍은 그 아이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여전히 뼈에 사무치는 아픔을 느꼈다.소만리는 남연풍이 하는 말을 가만히 듣고 있다가 생각에 잠긴 듯 눈썹을 찌푸렸다.내일이면 자신의 신랑이 될 사람이 눈앞의 여자와 이런 서사가 있었다는 게 믿기지가 않았다.소만리는 묵묵히 생각에 빠졌다. 그러나 자신의 마음에 상실감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잠시 후 비로소 입을 연 소만리는 온화한 미소를 띠며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미스 남, 이 말을 해주려고 일부러 여기 온 거예요?”남연풍은 소만리의 말을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소만리가 담담하게 웃는 것을 보며 남연풍도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소만리, 그거 알아요? 지금 당신이 생각하는 것은 진짜 당신의 생각이 아니에요. 지금 당신의 생각은 완전히 고승겸에 의해서 통제되고 있어요. 고승겸이 당신에게 최면을 걸었거든요.”남연풍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하면서 자신과는 다르게 평온한 얼굴을 한 소만리를 바라보았다.“사실 내가 한 번 시도해 볼 수는 있어요. 하지만 당신은 내 말을 믿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아요.”“그건 당신이 틀렸어요.”소만리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입술을 들썩였다.소만리의 대답을 들은 남연풍은 어리둥절했고 영문을 몰라 소만리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뭐라구요?”“난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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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6장

남연풍이 소만리에게 최면에 대한 일을 꺼내서는 안 되었다.“소만리, 당신 내 친구랑 얘기하고 있었어?”고승겸이 다정하게 웃으며 다가왔고 남연풍을 친구라 칭했다.남연풍은 눈을 들어 그를 흘겨보더니 이내 휠체어 방향을 틀었다.고승겸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대수롭지 않은 듯 딴청을 부렸지만 그의 눈빛만은 남연풍의 뒷모습에 고정되어 있었다.“미스 남이 기분이 안 좋은가 봐.”소만리가 입을 열어 세 사람 사이의 어색한 침묵을 깼다.고승겸은 말없이 남연풍에게서 시선을 거두며 말했다.“방금 무슨 얘기 나눴어?”소만리는 맑은 갈색 눈동자를 들어 올려 고승겸의 그윽한 눈동자를 바라보았다.“아무것도 아니야. 미스 남이 나와 당신을 축하하러 온 거야. 남연풍이 무슨 최면 어쩌구 하는 말을 했지만 난 그게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최면?”고승겸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아마도 남연풍이 당신한테 내가 최면술을 할 줄 안다고 말해 주려고 했나 봐.”“승겸, 당신 최면술 할 줄 알아? 그런데 왜 난 그것에 대해 아무런 기억이 없는 거지?”소만리는 손을 들어 관자놀이를 살짝 눌렀다.“소만리, 어디 불편해?”고승겸은 다정하게 그녀를 살폈고 소만리는 눈썹을 찡그렸다.“나 조금 어지러워. 가서 좀 쉬어야 할 것 같아.”고승겸은 시계를 보며 말했다.“저녁에 호텔에서 가족끼리 간단한 식사를 할 거야.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방에 가서 좀 쉬어. 난 가서 내일 있을 결혼식 준비 좀 점검하고 올게.”“응.”소만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군말 없이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고승겸은 돌아서는 소만리의 뒷모습을 슬쩍 보다가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미간이 점점 좁혀져 갔다.그는 곧장 남연풍의 방으로 가서 문을 밀고 들어갔다.남연풍은 그가 올 줄 알았는지 덤덤한 눈빛으로 고승겸을 맞았다.“할 말 있으면 얼른 해. 나 쉬어야 해.”남연풍은 냉랭하게 말했다.고승겸은 그녀에게 다가왔다. 비록 언짢은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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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장

남연풍은 방문을 열고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을 보고 깜짝 놀랐다.“소만리, 당신이...”“놀랐어요?”소만리가 엷게 웃으며 오른손을 들어 가볍게 쥔 주먹을 펼쳐 보였다.작은 물건이 소만리의 손끝에 매달려 대롱대롱 움직였다.“아까 나한테 필요하다고 말했던 거 이거 아니에요?”소만리가 물었다. 남연풍은 소만리가 들고 있는 회중시계를 보고 갑자기 생각이 흐려졌다.남연풍은 여전히 의아했다.“당신 정말 가지고 왔네요.”소만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남연풍의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남연풍은 갑자기 어안이 벙벙해졌고 마음속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들이 솟구쳤다.“우리 이제 한번 시도해 봐도 되지 않을까요?”소만리가 남연풍에게 회중시계를 건네며 말했다.남연풍은 손을 들어 회중시계를 받아들었다. 가슴이 뭉클했다.“지금 이 순간 날 믿어줘서 고마워요.”남연풍은 마음이 조금 벅찬 듯 고마움을 표현하다가 갑자기 눈빛이 굳어지기 시작했다.“이제 시작해도 되겠어요.”그녀는 누군가가 갑자기 들이닥치는 것을 막기 위해 방 문을 걸어 잠궜다....기모진은 줄곧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었다.그는 마음속으로 소만리가 너무나 걱정되었지만 그의 현재 상황은 그가 함부로 행동하지 못하게 막았다.그러나 이렇게 가만히 누워만 있을 수 없었다.그가 막 일어나려고 했을 때 방 문 손잡이가 천천히 움직이더니 곧 방 문이 열렸고 시중이 한 명 들어왔다.기모진이 전에 남연풍의 방으로 들어가려고 했을 때 그를 저지했던 시중이었다.이 시중은 처음에는 그를 저지했으나 그의 미남계에 넘어가 그를 아주 다정하게 대했었다.시중은 기모진이 깨어나는 것을 보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기 선생님, 깨셨어요?”시중의 목소리는 달콤했고 말투도 아주 상냥했다.“전에는 제가 선생님이 겸 도련님 친구인지 몰랐어요. 선생님이 다치셨다고 해서 일부러 뵈러 왔어요. 내 자매들이랑 순번을 바꿔서 오늘부터 며칠 동안은 제가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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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장

기모진은 과자를 들고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내일 당신의 겸 도련님 결혼식은 어디에서 거행되나요?”그러자 시중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대답했다.“산비아 궁전에서 거행하는데 기 선생님 청첩장에 쓰여 있지 않나요?”“물론 써 있죠. 그냥 확인하려고요.”기모진은 그럴듯한 대답을 했다. 시중은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고 오히려 그를 추켜세웠다.“기 선생님, 정말 신중하시네요. 하지만 선생님 다리가 불편하시니 내일 결혼식 가실 때 조심하셔야 해요.”“아, 네 고마워요. 조심할게요.”기모진은 예의 바르게 대답했다.시중은 기쁨으로 넘쳐흐르는 얼굴로 기모진을 훑어보았고 그 모습을 본 기모진은 무덤덤하게 시선을 돌렸다.“듣자니 당신의 그 겸 도련님이 몇 달 전에도 결혼했다고 그러던데, 왜 이렇게 빨리 재혼하는 거예요?”시중은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약간 변했고 조금 꺼림칙한 표정으로 문 쪽을 힐끔 확인하고서야 목소리를 낮추며 입을 열었다.“지난번에는 그 안나라는 여자였는데요. 겸이 도련님은 그 여자를 전혀 좋아하지 않았어요. 게다가 겸이 도련님과 그 여자는 단지 형식적인 혼인이라고 들었어요. 그런데 이번 결혼에 대해서는...”시중은 눈썹을 찡그렸다가 다시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이 소만리라는 사람은 아주 예쁘게 생겼어요. 경도 사람이고 집안이 부유하고 사회적으로도 지위가 대단하다고 들었어요. 겸이 도련님은 소만리라는 사람을 무척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시중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몇 달 전에 겸이 도련님이 이미 소만리와 한번 결혼했다고 들었어요. 결혼식날 어디선가 훼방꾼이 나타나서 소만리를 데려갔대요.”기모진은 시중의 말을 들으며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이 시중은 그 ‘훼방꾼'이 지금 눈앞에 있는 남자라는 걸 전혀 모르고 있었다.시중이 알고 있고 들은 것을 죄다 말하는 것을 종합해 보니 아마도 이 시중은 나중에 새로 고용된 사람인 것 같았다.“그런 일이 있었군요.”기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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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9장

소만리.기모진은 마음속으로 소만리의 이름을 불렀다.그는 소리 내어 그녀를 불렀다가 혹여라도 그녀가 두려워할까 봐 조심스러웠던 것이다.마음을 가다듬은 후 기모진은 다정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소만리는 기모진의 시선을 마주 보다가 다친 그의 종아리로 눈길이 갔다.“기 선생님, 몸도 안 좋으신데 방에서 쉬시지 않구요?”기모진의 가슴이 따뜻하게 녹아내렸다.“지금 나 신경 쓰는 거예요?”소만리의 표정이 약간 굳어졌다.“기 선생님은 장난을 좋아하세요? 난 전혀 웃기지 않는데요. 다친 환자가 의사의 지시에 따라 잘 치료하지 않고 돌아다니니 마음에 걸리는 것뿐이에요.”소만리의 태도가 냉담해졌고 심지어 그녀의 표정도 한층 매서워졌다.“기 선생님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부인 때문에 매우 걱정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당신 부인이 지금 당신의 모습을 본다면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사람이 다친 것도 모자라 아랑곳하지 않고 이렇게 소홀히 몸을 다루면 어떻겠냐구요?”이 말을 듣고 기모진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내가 다쳤다는 걸 아내가 알면 엄청 마음 아파할 거예요.”“그렇겠죠. 그러니 이제 방으로 돌아가서 누워 있어요. 당신을 아끼는 사람들이 당신을 걱정하게 만들지 마시고요.”소만리는 돌아서는 기모진을 옆에서 도와주었고 그를 위해 방 문을 열어 주었다.“제가 부축해서 방으로 데려다줄게요.”소만리는 기모진에게 거절할 기회도 주지 않고 바로 행동에 옮겼다.기모진은 소만리의 진지하고 엄숙한 모습에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했다.그는 순순히 말을 들으며 방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미스 모는 이따가 고승겸이랑 저녁 식사하러 갈 예정이죠?”기모진이 일부러 궁금한 척하며 곁눈으로 소만리를 힐끔 보며 물었다.“네, 이따가 승겸이랑 가족들하고 간단한 식사를 하고 올 거예요.”소만리가 얼른 대답했다.기모진은 이 대답을 듣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마음 같아서는 가지 말라고 잡고 싶었지만 그는 결국 아무 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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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장

기모진은 자신의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왠지 소만리가 지금 약간 질투를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시중은 소만리의 말을 듣자 수줍은 듯 얼굴이 발그레 물들었다.“기 선생님, 몸을 생각해서 어서 드세요.”시중은 또 한마디 권하며 큰 눈을 반짝거렸다.기모진은 소만리를 한번 보고 나서 시중의 손에 든 과자를 받았다.“고마워요.”“기 선생님, 고마워할 필요 없어요. 선생님을 돌보는 것은 제 몫이니까요.”시중은 수줍은 표정으로 말하며 소만리를 향했다.“걱정 마세요. 제가 기 선생님 잘 돌볼게요. 이따가 겸이 도련님과 호텔에서 간단한 식사를 하신다고 들었는데 어서 가 보세요.”시중의 말을 듣자 하니 마치 소만리를 이곳에서 어서 쫓아내고 싶은 의중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소만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그럼 방해되지 않게 전 이만 가 볼게요.”말을 마친 후 소만리는 돌아섰다.“아가씨, 안녕히 가세요.”시중은 웃으며 소만리를 떠나보냈다. 기모진의 시선은 온통 소만리의 뒷모습에 꽂혀 있었다.그러나 시중이 얼른 그에게 다가와 소만리를 향한 그의 시선을 차단시켜 버렸다.“기 선생님, 어서 드세요.”그녀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기모진은 원래 입맛도 없었고 시중의 부담스러운 돌봄도 받고 싶지 않았지만 방금 소만리가 한 말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았다.그는 잘 쉬어야 한다. 그래서 꼭 상처를 빨리 치료해야 한다.소만리는 문밖을 나가 문을 닫으며 살짝 눈을 들어 음식을 먹고 있는 기모진을 보았다.그녀는 웃는 듯 마는 듯 살짝 입꼬리를 움찔거리다가 문을 닫았다.기모진은 곁눈으로 소만리가 살짝 미소를 짓는 모습을 보았다.그녀가 왜 미소를 지었는지는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왠지 그의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 들었다.소만리가 날 보고 웃었어?기모진은 잠자코 생각에 빠졌다가 문득 입에서 뭔가 이상한 냄새가 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저녁 7시쯤, 고승겸은 돌아와서 소만리를 데리고 산비아에서 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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