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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가 사랑한 여인의 모든 챕터: 챕터 1911 - 챕터 1920

2479 챕터

1911장

그 남자는 눈알이 휘둥그레지며 얼굴을 일그러뜨렸다.소만리가 그렇게 깔끔하게 그의 아랫도리를 걷어찰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그는 아파서 꽥꽥 소리를 지르며 안고 있던 기란군을 반사적으로 내려놓았다.소만리는 얼른 달려가 기란군을 덥석 껴안았다.“기란군!”소만리가 어린 아들을 품에 꼭 감쌌다.“엄마, 난 괜찮아 걱정하지 마.”기란군이 소만리의 마음을 안심시켜주었다. 기란군은 어렸지만 엄마가 자신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소만리는 더 이상 이 두 남자를 상대하기 싫어서 기란군을 안고 차를 타고 얼른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그런데 그녀가 차에 타려고 문을 열었을 때 갑자기 누군가 그녀의 뒤통수에 총구를 갖다 대는 느낌이 들었다.“소만리, 지금 우리랑 가고 싶지 않아도 가야 돼.”뒤에 있는 남자는 위협적인 말투로 말했다.기란군은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남자가 자신의 엄마에게 총구를 들이대며 협박하는 것을 보았다.그래도 소만리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그녀는 천천히 시선을 들어 올려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만약 당신이 능력이 있다면 지금 당장 날 쏴 죽여 봐. 당신이 날 쏴 죽일 수 없다면 내가 집으로 가는 길을 막지 마.”“...”총을 손에 쥔 남자는 소만리가 이런 상황에서 전혀 두려워하지 않을 줄은 몰랐다.남자는 총구를 들이대고 소만리를 위협하려고 했지만 지금은 스스로 좀 당황하고 있었다.소만리를 데리고 가지 못하면 그들은 임무를 완수할 수 없다.임수를 완수하지 못하면 앞으로 그들에게 가혹한 벌이 내려질 것이다.소만리는 두 남자가 아무런 움직임도 반응도 보이지 않자 기란군을 차에 태우고 문을 닫은 후 몸을 돌려 총을 겨누고 있는 남자를 향했다.“어때? 쏠 거야? 안 쏠 거면 난 가야겠어.”“...”이 말을 듣고 남자는 방아쇠를 당기고 있는 손가락을 살짝 움직였지만 역시나 방아쇠를 당길 용기가 나지 않았다.소만리는 남자의 표정과 행동을 보고 입술을 오므리고는 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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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장

고승겸은 의미심장하게 말했고 두 남자는 고승겸이 하는 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고승겸은 두 남자에게 따로 뭐라고 설명하지도 않고 바로 서재를 나와 남연풍의 침실로 향했다.시중이 남연풍의 몸을 닦아주다가 고승겸이 들어오자 하던 일을 멈추고 눈치 있게 밖으로 조용히 나갔다.남연풍은 고승겸을 힐끔 쳐다보더니 언제나처럼 차갑게 그의 시선을 피했다.고승겸도 더 이상 남연풍의 이런 태도에 개의치 않고 침대 곁으로 걸어가 시중이 놓고 간 수건을 집어 들고 세숫대야의 미지근한 물에 적신 뒤 천천히 남연풍의 얼굴로 가져갔다.남연풍은 그런 그의 행동이 역겨웠다.“당신도 알다시피 난 지금 당신이 너무 보기 싫어. 나가.”남연풍은 주저하지 않고 강하게 그를 거부했다.고승겸은 잠시 동작을 멈추었다가 남연풍이 말을 마치자마자 다시 수건을 그녀의 얼굴에 가져다 대었다.남연풍이 또 피하려 하자 고승겸은 다른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잡아 꼼짝 못 하게 했다.“고승겸, 대체 뭘 원하는 거야?”남연풍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그녀는 지금 조용히 있고 싶을 뿐이었다.고승겸을 볼 때마다 비참하게 죽은 남사택과 초요가 떠올라 너무나 괴로웠다.이 고통은 그녀의 마음속에서 영원히 극복할 수 없는 트라우마가 되었다.그러나 고승겸은 남연풍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남연풍의 뺨을 닦아주었고 다음에는 손을 잡고 손바닥을 닦고 손가락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닦아주었다.남연풍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고승겸, 언제까지 날 이렇게 괴롭힐 참이야? 지금 이런 내가 너무 비참하다고 생각하지 않아?”남연풍의 말이 떨어지자 고승겸의 동작이 멈췄다.“그때 우리 사이는 참 좋았어. 우리가 언제부터 이렇게 낯선 사이가 되었는지 나도 잘 모르겠어.”그가 갑자기 혼잣말처럼 말하며 남연풍의 몸을 계속 닦아주었다.“그때 당신이 떠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지금 한 쌍의 커플이 되어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고 편안하게 생활하고 있지 않았을까?”“고승겸,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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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3장

사화정의 말을 들은 소만리는 가슴이 먹먹해졌다.사화정이 얼마나 그녀를 보살펴주고 싶었는지 어떻게 그녀가 모를 수 있겠는가.악마 같은 여자가 나타나 원래 부귀영화를 누렸어야 할 천금 같은 자식인 소만리를 희생양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그러나 소만리는 후회하지 않았다.왜냐하면 불행히도 자신이 누렸어야 할 모든 것을 다른 여자에게 빼앗겼지만 마음씨 착한 외할아버지를 만났기 때문이다.소만리는 수저를 들고 사화정이 자신을 위해 만든 아침밥을 정성껏 맛보았다.사화정은 자신이 만든 음식이 소만리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어쩌나 노심초사하며 소만리 옆에 서 있었다.소만리가 흐뭇한 미소를 짓자 사화정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어때? 입에 맞아?”소만리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입에 딱 맞아요. 정말 맛있어요. 역시 엄마 솜씨는 일품이야.”사화정은 이 말을 듣고 마음이 뭉클해졌고 자신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그녀는 울컥하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소만리는 사화정의 얼굴에 감정이 요동치는 것을 보고 급히 손을 뻗어 사화정의 손을 잡았다.“엄마, 왜 그래?”사화정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눈물을 머금은 두 눈으로 안타까운 듯 소만리를 바라보았다.“그렇게 여러 해 동안 네가 고생을 하며 지내고 있었는데 엄마는 아무 도움도 주지 못하고 오히려 널 나쁘게 몰아붙이고 상처를 주었어. 난 정말 나쁜 엄마야.”사화정이 또 예전의 마음 아픈 일들을 떠올리자 소만리는 일어나 사화정을 위로했다.“엄마는 좋은 엄마야. 소만영이 엄마의 친딸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어도 엄마는 소만영을 친딸처럼 대했어. 내가 엄마 곁에서 자랐다면 정말 사랑받고 자랐을 거야.”“소만리...”사화정은 소만리의 말을 들으니 더욱 마음이 쓰라렸고 손을 들어 소만리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안타까워했다.“불에 탄 집은 곧 복구될 거야. 다 복구가 되면 엄마, 아빠는 돌아가서 거기서 지내게 될 거고. 엄마는 정말 아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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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4장

소만리의 마음도 안정되어 갔지만 여전히 마음 한 켠에 여온이에 대한 걱정을 지울 수 없었다.매일 짧은 영상만으로 여온이를 만나는 게 전부였다.소만리는 언제 한번 F국에 가서 딸을 직접 만나봐야겠다고 생각했다.그러던 중 그녀는 회사에서 중요한 두 가지 프로젝트를 맡았고 모두 그녀가 직접 관여하고 관리해야 했다.주얼리 디자인이나 조향에 대해서는 그녀만큼 프로인 사람을 찾을 수가 없었다.소만리는 점점 일에 몰두했고 고객의 의견에 따라 결혼반지 한 쌍과 웨딩드레스에 맞춰 쓸 티아라를 디자인했다.고객이 요청한 향에 대해서도 몇 가지 비슷한 향을 신속히 테스트해서 고객에게 시향하도록 했다.고객과의 약속 시간이 되자 소만리는 디자인한 시안과 향을 들고 비서 코코와 함께 약속 장소로 향했다.고객이 타지에서 왔기 때문에 약속 장소는 그들이 묵고 있는 호텔 방이었다.소만리는 예정된 시간에 도착해 호텔 방에서 젊은 예비부부를 만났다.하지만 소만리는 아무리 봐도 이 커플이 이렇게 고가의 결혼반지를 디자인해 달라고 할 만큼 여유가 있어 보이지 않았다.소만리는 뭔가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그 생각은 잠시 미뤄 두고 자신이 디자인한 시안에 대해 설명하는 데에 몰두했다.젊은 남자는 소만리가 디자인한 결혼반지의 시안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며 트집을 잡기 시작했다.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소만리는 꾹 참고 미소를 지으며 남자가 늘어놓는 불평을 가만히 듣고 있었다.코코는 주얼리 디자이너는 아니었지만 소만리의 디자인은 완벽에 가까웠고 설사 소만리의 디자인이 아무리 완벽한들 이 남자는 계속 트집을 잡을 것 같았다.“사장님, 듣자 하니 경도 최고의 보석 디자이너라고 하던데 왜 이렇게 디자인이 평범해요? 초등학교 다니는 내 조카도 이 정도는 할 줄 알겠네.”소만리는 남자의 비아냥에도 감정의 흐트러짐 없이 빙긋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유 선생님 조카가 이런 작품을 만들 수 있다면 조카에게 만들어 달라고 하시면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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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5장

소만리는 코코가 레몬에이드를 마실 때 그 남자와 여자가 유난히 신경 쓰는 듯한 모습을 보았다.이 모습을 보고 소만리는 더욱 이 커플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만리는 무의식적으로 코코를 바라보았으나 코코에게는 별다른 특별한 점이 보이지 않았다.그럼에도 소만리는 이 커플의 행동이 자꾸 미심쩍었다.“코코, 자료를 차에 두고 온 것 같아. 우리 가서 그것 좀 가져오자.”소만리는 그렇게 말하며 일어섰다.그러자 커플도 따라 일어서며 얼른 입을 열었다.“그냥 자료인데 사장님은 그냥 여기 계시고 비서한테 가지고 오라고 하세요. 우린 여기서 세부적인 얘기나 좀 해요.”“세부적인 얘기는 자료를 가지고 와서 해도 늦지 않아요. 보니까 시간이 좀 여유가 있으신 것 같으니까 그렇게 해요.”소만리는 갔다 오겠다는 결심이 확고했고 이 남녀 커플에게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다는 데에 확신이 들었다.하지만 계약 전에 기모진도 이 남녀의 배경에 대해 확인을 했고 수상한 점은 발견되지 않았다.그럼에도 소만리는 찜찜한 마음을 떨칠 수가 없었다.소만리는 코코의 팔을 살짝 밀며 가자고 눈짓을 했다.아무런 이상도 눈치채지 못했던 코코는 소만리의 눈짓을 보고 먼저 앞으로 나섰다.소만리가 정말 자리를 뜨려 하자 그 커플은 급히 쫓아와서 그녀를 막으려고 했다.“소만리.”남자가 이름과 성을 붙여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소만리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문 쪽으로 발걸음을 재촉했고 옆에 있던 코코는 갑자기 온몸에 힘이 쭉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사장님, 머리가 어지러워요.”코코는 소만리의 몸에 기대며 말했다.소만리는 아까 코코가 마신 레몬에이드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고 코코를 붙잡고 얼른 문을 열었다.지금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일은 이곳을 떠나는 것이다.소만리는 황급히 문을 열어 코코에게 신선한 공기를 쐬게 해 주려고 했는데 문이 열리자 덩치 큰 두 사람의 그림자가 그녀를 압박했다.소만리는 그 모습을 보자 이 모든 것이 함정이었음을 깨닫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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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6장

고승겸은 웃는 듯 마는 듯한 기분 나쁜 표정으로 소만리를 바라보았다.“당신 말 다 맞아. 당신도 눈치를 채고 그 레몬에이드에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어? 소만리, 당신은 참 똑똑하지만 이미 늦었어.”소만리는 경멸하듯 미소를 지었고 고승겸을 경계하며 몰래 핸드폰을 꺼내 기모진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지만 옆에 있던 경호원이 갑자기 다가와 그녀의 핸드폰을 낚아챘다.“돌려줘!”소만리는 손을 뻗어 빼앗으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고승겸이 그녀에게 다가왔다.소만리도 작은 키는 아니었지만 고승겸은 남자 중에서도 키가 큰 편에 속했다.고승겸의 몸이 그녀를 단단히 압박했다.소만리가 피하려 하자 고승겸은 갑자기 그녀의 손목을 붙잡고 벽으로 밀쳤다.소만리는 눈썹을 찡그렸고 눈을 들어 고승겸을 노려보았다.“소만리, 지금 내 눈에 뭐가 보여?”고승겸이 입을 열었다. 소만리는 잠시 얼떨떨해하다가 얼른 고승겸의 시선을 피했다.“고승겸, 다시는 나한테 최면 같은 거 걸지 마. 다시는 속지 않을 거야. 당신 마음대로 하게 놔두지 않을 거야!”소만리는 남자의 몸에서 가장 약한 곳을 차려고 발을 들었다.하지만 고승겸은 일찍이 소만리의 의도를 간파한 듯 재빨리 소만리를 제압하고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게 압박했다.“난 당신에게 어떤 고통도 주고 싶지 않아. 그렇지만 당신이 이렇게 거칠게 반항한다면 나도 거칠게 굴 수밖에 없어.”“고승겸, 정말 비열해.”“난 단지 상대방이 하는 대로 상대할 뿐이야.”고승겸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내 아이가 기모진 때문에 피투성이가 되었으니 약간의 대가는 치러야지.”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기모진이 아무리 세 아이를 사랑한다 해도 당신한테는 비할 바가 아니지.”고승겸의 말을 들은 소만리는 순간 남연풍이 말하려다 끝맺지 못한 말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남연풍은 소만리에게 귀띔해 주었다.“소만리, 내 말 잘 들어. 당신과 당신 가족이 위험해질 거야. 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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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7장

고승겸은 소만리를 압박하던 자신의 손을 떼었다.그는 그녀의 이런 대담함을 가장 마음에 들어 했다.소만리는 자신의 재킷을 벗고 고승겸이 시킨 대로 외투와 안경을 썼다.고승겸은 소만리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경호원에게 눈짓을 보냈다.소만리는 고승겸을 따라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밖에서 화재 경보음이 들렸다.이윽고 호텔 방마다 사람들이 하나둘씩 뛰쳐나왔다.어디서 불이 났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안전 계단으로 가는 것도 잊은지 어떻게 할지를 몰라 우왕좌왕했고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었다.그러자 고승겸은 그제야 소만리를 향해 느긋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제 가도 돼.”소만리는 고승겸을 바라보았다. 이 남자는 정말로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찍힌 CCTV라면 나중에 기모진이 CCTV를 확보한다고 해도 그녀의 위치를 추적하기는 어려울 것이다.아마도 이 층의 CCTV는 이미 고승겸이 분명히 차단시켜 놨을 것이다.기모진은 아침 정기 회의를 마치고 사무실로 가서 습관적으로 소만리를 찾았다.그런데 소만리가 오늘 고객을 만나러 간다고 한 말이 갑자기 떠올랐다.그는 소만리가 고객과 한참 일 이야기를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일부러 전화를 걸지 않고 메시지를 보냈다.그런데 소만리에게서 답장이 없자 기모진은 서운한 생각이 들었다.그는 찜찜한 마음을 뒤로하고 우선 업무에 복귀했다.시간은 소리 없이 흘러갔고 기모진은 수중의 일을 끝마치고 다시 메시지를 확인해 보았다.그러나 여전히 아무런 답장이 없었다. 그의 마음이 초조해지기 시작했다.이미 정오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었다.설령 일 얘기를 하고 있다 하더라도 소만리가 그에게 답장을 하고도 남을 시간이었다.기모진은 더 이상 깊이 생각하지 않고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소만리의 핸드폰은 꺼진 상태였다.배터리가 없나?그럴 리가 없다.매일 밤 그는 소만리의 핸드폰을 충전시켜 주었다.불안한 생각이 마음속에서 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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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8장

코코가 얼른 다가가 문을 열자 다급한 표정의 기모진이 서 있었다.“기 사장님.”“소만리는?”기모진이 곧장 호텔 방으로 뛰어와 방을 둘러보았지만 소만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소만리가 너랑 같이 있지 않았어? 소만리는!”기모진의 심장이 궤도를 이탈해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어리둥절한 표정을 한 코코가 다급하고 긴장한 기모진의 얼굴을 바라보며 자초지종을 설명했다.“대표님이 차에 두고 온 자료가 있다고 하셔서 같이 갔다 오자고 하셨는데 문 앞에 서자마자 뭔가 매슥거리는 느낌이 들었고 그 뒤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 기억도 없어요. 일어나 보니 침대에 누워 있었어요. 아마 대표님이 절 여기에 눕혀서 쉬게 하신 게 아닌가 생각했어요.”코코의 말을 들으며 기모진은 테이블 위에 놓인 레몬에이드 두 잔에 시선을 고정시켰다.“이거 마셨어?”그가 물었고 코코가 고개를 끄덕였다.“소만리는? 소만리도 마셨어?”“아니요.”코코는 말을 이었다.“내가 레몬에이드를 한 모금 마시고 나니까 대표님이 차에 가서 자료를 가지고 와야겠다고 하셨어요.”코코는 머리를 긁적이며 기억을 더듬어보았다.“지금 생각해 보니 대표님이 상당히 급하게 여기서 나가려고 하셨던 것 같아요.”이 말을 듣자 기모진은 삽시간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더 이상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그는 소만리가 지금 분명 무슨 어려움에 처해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기모진은 돌아서서 문 쪽으로 걸어가다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카펫을 내려다보았다.코코는 기모진이 무엇을 보고 그런 행동을 보이는지 알 수 없었다.기모진은 갑자기 몸을 웅크리며 카펫이 깔린 바닥 구석에서 무언가를 주웠다.코코도 가까이 다가가 보았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기모진은 검은 눈썹을 잔뜩 찌푸렸고 양미간에는 근심 걱정이 가득했다.소만리의 반지였다. 그들이 다시 만난 이후로 그녀는 한 번도 이 반지를 손가락에서 뺀 적이 없었다.하지만 지금 여기 반지가 떨어진 것은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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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9장

기모진은 육경이 건네준 태블릿PC를 받아들고 스크린에 나타난 짧은 동영상을 보았다.영상 속 인물은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지만 얼굴의 윤곽은 확실하게 구별할 수 있어서 고승겸임을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역시 고승겸이 다시 경도로 돌아온 거였어.”고승겸은 자신이 산비아로 돌아갔다는 소식을 흘렸고 그 후 조용히 다시 경도로 돌아온 것이었다.기모진은 고승겸이 다시 돌아온 이유가 오늘 소만리를 처리하기 위해서였다는 걸 확실하게 확인한 셈이었다.기모진은 초조한 얼굴로 태블릿PC를 테이블 위에 아무렇게나 놓으며 눈살을 찌푸린 채 일어나 창가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눈부신 햇살이 도시의 이곳저곳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지만 지금 기모진은 마음은 어느 때보다 어둡게 가라앉아 있었다.그는 고승겸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따라서 소만리를 지키는 데에 실패하고 말았다.고승겸의 목표는 기모진과 소만리의 아이가 아니라 처음부터 소만리였다.고승겸이 지금 고집스럽게 집착하는 것은 기모진 때문에 남연풍의 몸에 독소가 들어갔고 그로 인해 남연풍이 아이를 포기하고 스스로 죽음으로 자초한 것이었다.그래서 고승겸이 복수하고 싶은 상대는 결국 기모진이었다.그런 기모진이 세상에서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은 소만리였다.한편 이륙을 준비하는 전용기에 앉아 있던 고승겸에게 낯선 전화가 걸려왔다.그는 낯선 전화번호를 보자마자 그것이 기모진일 것이라고 짐작했다.그는 깊은 잠에 빠져 있는 소만리를 한번 힐끔 쳐다본 후 전화를 받았다.“누구세요?”“고승겸, 나야. 기모진.”기모진은 망설임 없이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고승겸은 일부러 잠시 침묵하고서야 입을 열었다.“기모진, 난 당신이랑 이렇게 이야기할 이유가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야.”“고승겸, 시치미 떼지 마. 당신이 내 아내를 데려간 거 다 알아. 원하는 게 있거든 정정당당하게 나한테 와. 연약한 여자를 괴롭히지 말고.”“연약하다고?”고승겸은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옆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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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장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어? 사랑하는 사람을 영원히 잃는다는 게 어떤 건지 느끼게 해 준다고 했잖아.”“고승겸, 고승겸!”“뚜뚜뚜...”기모진이 고승겸의 이름을 불러 보았지만 이미 전화기 너머에서는 끊긴 통화음만 들려왔다.고승겸은 전화를 끊었고 비행기는 10분 뒤 이륙했다.기모진은 곧바로 인터넷으로 산비아로 가는 비행기 티켓을 예매한 후 집으로 돌아가 짐을 챙기고 있는데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기란군의 담임선생님은 울먹이며 횡설수설 말했다.“기란군 아버님, 방금 학교에서 갑자기 화재가 나서 급히 불을 끄고 와 보니 기란군과 같은 반의 다른 친구 한 명이 사라졌어요. 저희가 CCTV를 확인해 보니 두 남자가 불이 난 틈을 타서 그 아이들을 강제로 안고 갔다는 걸 발견했어요.”이 소식을 듣고 기모진은 즉시 학교로 달려가 CCTV를 재차 확인해 보았다.CCTV에 보이는 두 남자는 처음부터 계획한 듯 학교로 들어와 아이들을 납치해 갔다.기모진은 이 두 남자를 보고 바로 고승겸이 보낸 사람들이란 것을 알아차렸다.고승겸은 소만리가 끌려간 사실을 기모진이 안다면 곧장 쫓아올 것을 염두에 두고 시간을 끌 요량으로 기란군의 학교에 불을 질렀다.기모진이 소만리를 빨리 따라잡을 수 없도록 수를 쓴 것이었다.고승겸은 정말 모든 것을 치밀하게 계획했다.기모진은 CCTV에서 입을 가린 채 끌려가는 아들을 보며 주먹을 불끈 움켜쥐었다.지금 기모진은 진퇴양난에 빠졌다.소만리도 걱정되었지만 아들의 행방도 묵과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그렇다고 소만리의 현재 상황을 집안 식구들에게 알릴 수도 없었다.그것은 집안 식구들의 걱정만 커지게 할 뿐이었다.이제 이 모든 것은 기모진 혼자 감당해야 했다.기모진은 약지의 결혼반지를 바라보며 드디어 결정을 내렸다.소만리, 기다려. 내가 아들을 찾아서 집에 무사히 데려다주고 나서 당신 찾으러 바로 갈 테니까. 꼭 기다리고 있어!기모진은 결혼반지를 바라보며 비장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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