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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가 사랑한 여인의 모든 챕터: 챕터 1901 - 챕터 1910

2479 챕터

1901장

남연풍은 여지경의 말에 멈칫했다.그녀는 여지경이 자신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나올 기회조차 없었던 아이를 안타까워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그러나 이 아이는 처음부터 세상에 나올 수 없는 운명이었다.남연풍의 눈시울이 더욱 붉어졌고 그녀는 고민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은 채 눈물을 흘렸다.마음속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억울한 감정이 가득했지만 그것은 모두 애초에 자신이 초래한 것이었고 결국 억울하다고 할 수 없는 자업자득의 결과였다.그녀는 엄마가 될 자격조차 없었던 것이다.여지경은 남연풍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더 이상 묻지 않았다.어쨌든 오랫동안 함께 지내오면서 여지경은 줄곧 남연풍을 자기 자식처럼 생각해 왔고 그때 남연풍이 그렇게 떠나지만 않았더라면 그녀에게 그렇게 오랫동안 화가 나 있지 않았을 것이다.“일어나서 얼굴 씻고 이것 좀 먹어. 이 죽 내가 끓인 건데 그때의 맛이 남아 있는지 한번 먹어 봐.”여지경은 여전히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고 남연풍에 대한 태도도 상냥했다.남연풍은 울먹이며 눈을 떴고 여지경이 그런 호의를 보이자 차마 거절하지 못했다.여지경은 남연풍이 자신의 말에 따라주는 것을 보자 마음이 한결 놓였고 시중을 불러 그녀를 도와주라고 일렀다.그때 여지경이 일어서자마자 방 문이 열렸다.고승겸은 온몸에 차갑고 사악한 기운을 이끌며 들어왔고 방 안에 여지경이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는 얼굴을 했다.여지경을 본 고승겸의 얼굴에 냉기가 점차 누그러졌다.“승겸아, 너 방금 어디 갔었어? 왜 연풍이 데리고 와서는 혼자 있게 놔 둬.”고승겸은 여지경이 남연풍을 부르는 호칭을 듣고 살짝 의아해하면서도 어리둥절해했다.“제가 처리할 일이 좀 있어서요.”고승겸은 정신을 차리고 대충 얼버무리며 덧붙였다.“남연풍이랑 얘기 좀 할 게 있어요.”여지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우선 연풍이한테 뭘 좀 먹이고 나서 얘기하려무나.”“알겠어요.”고승겸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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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장

”아이는 내 뱃속에서 나오지 않는 게 맞았어. 우리 같은 사람을 부모로 두느니 차라리 우리한테서 떠나는 게 나아.”“...”그렇지 않아도 고승겸은 화를 계속 억누르고 있었는데 남연풍의 이 말을 듣고는 맹렬하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마음속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그는 결국 주먹에서 힘을 빼며 마음속의 불길을 애써 눌렀다.“남연풍, 잘 들어. 당신이 한 짓이 얼마나 바보 같았는지 내가 똑똑히 보여줄게!”“고승겸, 더 이상 내가 당신을 미워하게 만들지 마.”남연풍은 분노가 들끓고 있는 고승겸의 싸늘한 눈빛을 담담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당신이 산비아 왕실 계승권을 손에 얻는다고 해도 그것이 부정한 방법으로 얻은 것이라면 결코 명예롭지 못할 거야.”“허.”남연풍의 말에 고승겸은 한껏 비꼬며 대답했다.“아주 새로 태어나셨군, 남연풍.”남연풍은 이 말을 듣고 그에게서 눈길을 돌렸다.“난 이제야 알았어. 그러니 당신도 얼른 정신 차리고 깨달았으면 좋겠어.”“남연풍, 잘 들어. 난 그 딴 것 깨닫지 않을 거야. 기모진과 소만리 때문에 당신이 내 아이를 희생시켰어. 당신 같은 엄마는 그런 거 신경 안 쓰겠지만 난 절대 가만히 놔두지 않을 거야. 두고 봐!”고승겸은 이를 갈며 마지막 말을 내던지고는 홀연히 돌아섰다.남연풍은 고승겸의 말을 듣고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지만 어떻게 해야 고승겸을 막을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었다.고승겸은 방을 나오고 나서 바로 두 시중이 다시 들어가 남연풍을 씻기고 죽을 먹였다.남연풍은 삶에 대한 미련도 없고 고승겸이 하는 일에 더 이상 신경 쓰고 싶지 않았지만 고승겸이 앞으로 소만리와 기모진에게 해를 끼치는 일을 할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 갑자기 이대로 죽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녀는 단지 사고를 막으려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행동의 굴레에서 고승겸을 끌어내고 싶었다.그녀는 자신이 길거리에서 방황할 때 자신을 구해줬던 남자가 지금의 모습과는 달리 아주 온화하고 다정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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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장

”무슨 일 있어?”기모진이 바로 물었다. 육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사무실을 가리켰다.“그 고승겸이라는 분이 오셨습니다.”기모진은 살짝 눈을 치켜들며 물었다.“그가 바로 사무실로 들어갔어요.”“프런트 데스크에 있다가 잠시 화장실에 가느라 그가 들어오는 걸 알아채지 못했더니 혼자 들어가 버렸습니다.”육경이 해명했다.기모진은 알겠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성큼성큼 고승겸이 들어간 사무실로 향했다.기모진을 만날 목적으로 회사를 찾아온 고승겸은 문밖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리자 의자를 돌려 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고승겸은 기모진을 보자마자 비꼬며 말했다.“오, 기 사장님 왔어? 오래 기다렸잖아.”기모진은 차가운 눈빛으로 고승겸을 곁눈질하며 담담하게 테이블로 걸어갔다.“빙빙 돌리지 말고 하고 싶은 말이나 어서 해.”기모진은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고승겸은 그런 기모진의 태도가 나쁘지 않은 듯 입술을 살짝 오므리다가 입을 열었다.“기 씨 그룹이 최근 ZF와 합작한 프로젝트를 따냈다는 걸 알고 있어. 성공하면 엄청난 이익이 있겠지. 당신도 알다시피 난 절대 당신이 성공하는 꼴을 볼 수 없어. 그렇게 놔두지 않을 거야.”고승겸은 자신만만한 미소를 드리우며 말을 이었다.“기모진, 이제부터 당신 정신 똑바로 차리는 게 좋을 거야. 내 아이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망가뜨려 놓을 테니까.”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벌떡 일어나 아주 당당하게 걸어나갔다.육경이 옆에 서 있다가 고승겸의 당당한 뒷모습에 경멸하는 눈빛을 쏘아붙였다.“사장님, 도대체 저 사람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그의 목표는 ZF 프로젝트가 아니야.”기모진은 이미 고승겸의 의도를 간파했다.고승겸은 지금 유산한 아이를 트집 잡아서 기모진 부부에게 죄를 뒤집어씌우고 복수를 하려는 것이다.고승겸이 원하는 복수는 사업과 관련이 없고 그의 목표는 오로지 기모진 부부와 심지어 그들의 아이들을 겨냥하고 있었다.기모진이 묵묵히 고승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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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장

”참, 내가 방금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는데 고승겸을 본 것 같아. 고승겸이 정말 당신을 보러 온 거야? 아니면 내가 잘못 본 거야?”소만리가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잘못 보지 않았어. 날 찾아왔었어.”기모진이 솔직하게 대답했다.“도대체 왜? 뭐 때문에?”소만리는 눈썹을 일그러뜨리며 말을 이었다.“분명히 모든 일이 그 사람 때문에 일어났고 사실 남사택과 초요의 죽음도 그 사람 때문인데 왜 고승겸은 항상 자기는 조금도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는 걸까?”“그건 인격의 문제야. 우리가 바꿀 수 없는 거야. 고승겸은 자신감이 상당히 강한 사람이지. 정확히 말하면 자기 자신에게 자부심이 대단하다고나 할까.”기모진은 일찍이 고승겸이라는 사람을 꿰뚫어보았다.“고승겸은 학식이 풍부한데다 심리학에도 조예가 깊어. 게다가 최면술에도 대단한 능력이 있고 귀족이라는 명예까지 거닐고 있으니 사람이 도도할 수밖에.”소만리는 기모진의 말을 듣고 경외로운 눈빛으로 우러러보듯 기모진을 바라보았다.기모진은 소만리의 그런 눈빛을 의아해하며 손을 들어 그녀의 손을 잡아당겼다.“소만리, 뭘 그렇게 보는 거야?”“내 남편을 보고 있어. 귀족 신분이라는 것만 다르지 내 남편도 모든 면에서 훌륭하고 출중한데 당신은 결코 자만하거나 하지 않잖아.”기모진은 소만리의 말을 듣고 활짝 웃었다가 이내 미안함이 가득 서린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아니야, 소만리. 나도 자만했었지. 그렇지 않았다면 어떻게 그때 당신을 저버렸겠어?”이 말을 하는 기모진의 눈에는 여전히 그녀에 대한 씻을 수 없는 미안함과 안타까움이 담겨 있었다.소만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손을 내밀어 기모진을 안았다.기모진은 소만리가 자신을 위로하려는 것을 알고 마음이 금세 따뜻해지고 뿌듯해졌다.그러나 지난 몇 년 동안 소만리에게 끼친 상처는 그녀가 그를 용서할지라도 그 자신은 결코 스스로를 용서하지 않았다.소만리는 기모진과 상의한 끝에 고승겸의 집으로 가서 남연풍을 데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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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장

남연풍은 말을 채 끝맺지도 못하고 멈칫했다.소만리는 뒤에서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가 다가오는 것을 들었고 잡고 있던 남연풍의 손이 순식간에 차가워지며 긴장하는 모습을 보았다.소만리가 뭔가 이상함을 눈치채고 뒤를 돌아보았다.남연풍은 소만리를 잡은 손을 천천히 떼면서 조용히 중얼거렸다.“당신...”소만리는 남연풍이 뭐라고 중얼거리는 소리는 어렴풋이 들었지만 자세히 듣지는 못했다.갑자기 나타난 고승겸을 보자 소만리는 관자놀이가 쭈뼛 서는 것 같았다.고승겸은 소만리를 보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그는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소만리를 향해 걸어갔다가 자신을 응시하고 있는 남연풍의 눈빛을 보며 입을 열었다.“당신과 당신 남편을 독소에 시달리게 한 장본인을 이렇게 찾아올 만큼 한가해, 소만리?”고승겸은 비아냥거리며 말했고 그의 말투는 다분히 도발적이었다.소만리는 시큰둥한 표정을 한 고승겸을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고승겸, 나와 내 남편이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줄 알아?”“그게 무슨 말이야?”고승겸은 눈썹을 치켜세웠다. 소만리는 당당하게 고승겸의 시선을 마주 보며 말했다.“남연풍이 한 일은 모두 당신이 시킨 일이었어. 그녀는 항상 당신의 말에 따라서 일을 했다구.”소만리는 뒤에 있는 남연풍을 바라보며 말했다.“남연풍은 그저 사랑에 눈이 먼 바보 같은 여자였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일한 죄밖에 없어. 당신의 감언이설에 순수한 그녀의 마음이 기만당한 거야.”소만리의 말에 고승겸은 실소를 금치 못했다.그는 소만리를 바라보며 비아냥거리는 웃음이 가득한 채 말했다.“소만리, 남연풍의 모습에서 한때의 자신을 본 거야?”“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돌리지 말고 말해.”소만리가 단호하게 말했다. 고승겸은 소만리를 흘겨보며 입을 열었다.“예전에 당신도 사랑에 눈이 멀어 기모진을 사랑하다가 만신창이가 되었고 이후 미련한 여인처럼 결국 그를 용서했지.”고승겸은 돌이킬 수 없는 그녀의 과거를 언급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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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장

소만리는 그제야 왜 방금 자신의 감정이 복받쳤는지 알게 되었다.알고 보니 고승겸이 또 최면을 걸고 있었던 것이다.“고승겸, 당신은 산비아의 귀족으로서 학식도 높은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떳떳하지 못한 행동을 할 수가 있어?”소만리가 경멸하듯 퍼부었다.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최면을 걸던 작업이 끊겨 버린 고승겸은 아무런 감정 없는 눈빛으로 남연풍을 바라보았다.그러나 남연풍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그의 눈을 쳐다보았다.이제 모든 것을 깨닫고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그녀가 두려울 게 뭐가 있겠는가.“어떤 행동이 떳떳한 건데?”고승겸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소만리에게 되물었다.“그때 기모진이 당신한테 한 짓이 떳떳하다고 할 수 있어?”“고승겸, 더 이상 나와 내 남편의 과거 일을 꺼내서 내 마음을 어지럽히려고 하지 마. 우리 부부의 일은 당신이 관여할 바가 아니야. 당신 일이나 신경 써.”“내 일? 그럼 당신에게 물어볼게. 내가 무슨 일을 하건 내 일에 왜 당신들이 신경 쓰는 거야?”고승겸의 잘생긴 얼굴에 옅은 웃음기가 감돌았다. 그러나 그 웃음은 전혀 곱지 않았다.“고승겸, 무슨 일? 그럼 당신은 뭐하러 내 남편을 찾아간 거야? 괜히 생트집 잡으려는 거잖아?”“그 얘기를 하고 있었구나.”고승겸은 갑자기 뭔가를 알아차린 듯한 표정으로 하며 말을 이었다.“내가 진작에 경고하며 말했었는데 나한테 뭘 하고 싶은 거냐고 또 묻는 거야?”고승겸은 천천히 침대 곁으로 걸어가 남연풍의 얼굴에 시선을 바짝 붙이고 눈을 희번덕거리며 말했다.“난 무고하게 희생된 내 아이를 위해 복수할 거야. 내 아이의 희생을 헛되게 만들지 않을 거라구.”이 말을 할 때 고승겸의 눈에서 깊은 원한의 빛이 뿜어져 나왔다.남연풍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고승겸, 아이는 내가 포기한 거야. 누구와도 상관없는 일이야.”“상관없다고? 나하고도 상관없는 일이야?”고승겸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기모진이 당신의 몸에 AXT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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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장

소만리는 어서 가라는 남연풍의 말에서 남연풍이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남연풍은 고승겸이 소만리에게 무슨 해코지라도 할까 봐 걱정스러웠던 것이다.하지만 소만리가 혼자 이곳으로 올 때 아무런 방비 없이 온 것이 아니었다.그녀는 손을 뻗어 남연풍의 손을 잡고 차분하고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알았어요. 갈게요. 그러니 당신도 몸조심해요. 아무쪼록 자신의 생명을 포기하지 말아요. 남사택과 초요도 같은 생각일 거예요.”소만리는 남연풍의 손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눈을 들어 차가운 눈빛으로 고승겸에게 시선을 잠시 떨구었다가 이내 돌아섰다.소만리가 방을 나가자 고승겸은 남연풍을 잠시 바라보다가 뒤따라 방을 나갔다.“고승겸, 소만리를 보내 줘.”남연풍은 고승겸을 향해 황급히 소리쳤다.“후회할 짓 그만해.”고승겸은 잠시 멈칫하며 말했다.“내가 가장 후회하는 게 뭔 줄 알아? 당신에게 이런 식으로 나와 맞설 기회를 준 거야.”“...”남연풍은 이 말을 듣고 어리둥절했다가 정신을 차렸을 때 이미 그는 방을 나간 후였다.“고승겸, 고승겸! 그만 좀 해!”남연풍이 목청을 돋우면서 문을 향해 소리쳤다.고승겸은 그녀가 하는 말을 들었지만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고 심지어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소만리는 뒤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느끼며 그것이 고승겸임을 짐작했지만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담담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소만리.”소만리가 계단을 내려오는데 고승겸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당신 정말 용기가 대단해. 다시 여기로 올 생각을 하고 말이야.”소만리는 담담하게 돌아보며 말했다.“지옥에도 가 본 내가 지옥보다 여기가 더 무서운들 못 올 것 같아?”고승겸은 이 말을 듣고 잠시 정신이 멍했다.그의 기억 속에서 떠올려지는 그녀의 이미지는 항상 이렇게 박력 있고 뚝심이 두둑했었다.고승겸이 어찌 소만리의 이런 심성을 잊을 수 있겠는가?요트가 폭발해 얼굴이 망가졌을 때도 절대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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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장

”경도가 계승권을 얻는 유일한 지름길은 아니잖니. 너한테는 또 다른 지름길이 있어.”여지경은 온화한 표정으로 말했지만 그녀의 계획은 주도면밀했고 생각은 원대했다.고승겸은 당황스러운 듯한 표정으로 여지경을 바라보았다.“또 다른 지름길이라고요?”“그래.”여지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고승겸의 곁으로 바싹 다가가 몇 마디 속삭였다.여지경의 말을 들은 고승겸의 미간이 더욱 굳어졌다.“승겸아, 네가 달갑지도 않고 내려놓기도 힘든 거 알아. 하지만 그 애는 우리 집과는 인연이 없는 건지도 몰라. 너도 더 이상 집착하지 마.”여지경은 마지막으로 설득하며 손을 들어 고승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준비해. 연풍이를 데리고 이틀 뒤면 돌아갈 텐데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그래요. 어쩌면 지금이 돌아가야 할 때일지도 몰라요.”고승겸이 갑자기 입을 열었고 그의 눈빛이 달라지기 시작했다.그는 소만리가 떠나가는 방향을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소만리는 남연풍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고승겸이 그렇게 빨리 나타나는 바람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소만리는 아까 남연풍의 반응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남연풍은 여전히 고승겸을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그렇지 않았다면 고승겸이 들어오는 것을 발견한 남연풍의 손이 순식간에 그렇게 차갑게 식지는 않았을 것이다.소만리는 남연풍이 고승겸을 떠나고 싶어 한다는 것을 느꼈지만 이런 방법으로는 남연풍을 데려올 수 없었다.그런데...소만리는 아까 남연풍이 끝내지 못한 말을 떠올렸다.“소만리, 잘 들어요. 당신과 당신 가족이 위험해질 거예요. 특히...”“특히 뭐?”소만리는 자문해 보았지만 답을 찾지는 못했다.그녀는 기 씨 본가로 돌아왔고 자신의 막내아들과 초요의 아이들이 놀고 있는 것을 보았다.보기만 해도 마음이 훈훈해지는 것 같았다.다만 떠나버린 초요를 생각하니 소만리의 눈시울이 붉어지며 마음이 먹먹해졌다.“엄마.”어린 아들이 소만리를 보고 기뻐하며 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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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장

소만리가 들어서자 기란군의 담임선생님이 보였다.소만리가 기란군을 보지 못했다는 말에 담임선생님은 의아해하며 말했다.“화장실 갔나? 기란군은 매우 총명한 아이니까 낯선 사람을 따라가지는 않았을 거예요. 어머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소만리도 아들이 낯선 사람을 따라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확신하면서 화장실로 가서 아들을 찾아보았다.화장실 문 앞에 서서 소만리는 몇 번이고 기란군의 이름을 불러 보았다.“기란군, 안에 있어?”“기란군, 안에 있으면 엄마한테 대답해.”“기란군...”소만리가 기란군의 이름을 부르고 있는데 갑자기 화장실에서 젊은 남자 선생님이 나왔다.소만리가 아들을 찾으러 온 것을 알고 그는 예의 바르게 말했다.“어머니, 화장실에 다른 사람은 없었어요. 아이를 못 찾고 계세요?”소만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왠지 모르게 심장박동이 불안해져 왔다.설마 고승겸이 벌써 누군가를 시켜 아이를 데려갔단 말인가?소만리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데 문득 뒤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엄마, 나 여기 있어.”소만리는 그 소리를 듣고 고개를 휙 돌렸다.기란군이 교복을 입고 노란 모자를 쓴 채 깜찍한 눈을 반짝이며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을 보고 소만리는 마침내 마음을 쓸어내렸다.“기란군!”소만리는 기란군 앞으로 달려가 쪼그리고 앉아 아이의 어깨를 잡았다.“기란군, 어디 있었어? 왜 교문에서 엄마를 기다리지 않고 여기에 있어?”기란군은 작은 손을 들어 색종이로 만든 카네이션을 들어 보였다.“오늘 만들기 시간에 카네이션 만들었는데 깜빡하고 안 가져와서 다시 들어왔어. 이제 엄마한테 줄게.”기란군은 가지런하고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소만리를 향해 밝게 웃었다.아들이 건넨 종이 카네이션은 비록 정교하지 못했지만 소만리는 보물을 받들 듯 손으로 받았다.“엄마랑 집에 가자.”“응.”기란군은 귀엽게 고개를 끄덕이며 소만리와 함께 교문을 나섰다.차에 오르자 소만리는 카네이션을 살짝 내려놓고 안전벨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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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장

소만리는 웃으며 운전을 계속했고 앞에 있는 사거리까지 왔을 때 교통사고가 난 것을 발견했다.사고 때문에 앞 구간의 길이 꽉 막혀 있었다.원래 이 길이 집으로 가는 길인데 지금은 갈 수 없게 되었다.소만리는 차분하게 상황이 처리될 때까지 기다리려고 했지만 차는 꼼짝도 하지 않았고 결국 교통경찰의 지휘에 따라 핸들을 돌려 다른 길로 운전할 수밖에 없었다.그 길도 집으로 가는 길이지만 조금 돌아가야 했다.그런데 소만리가 다음 길목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앞에서 하이빔을 켠 차가 튀어나왔다.소만리는 얼른 핸들을 꺾으며 브레이크를 밟았다.그녀는 급히 차를 세우고 차에서 내려 뒤 칸의 문을 열었다.“기란군, 괜찮아? 어디 부딪힌 데는 없어?”소만리는 방금 급정거로 인해 혹시 아이가 다쳤을까 봐 걱정스러운 얼굴로 아이를 안고 물었다.기란군은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엄마, 나 괜찮아. 걱정하지 마.”“그럼 다행이야.”소만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아들을 내려놓았다.그녀는 돌아서서 방금 갑자기 튀어나온 차의 주인에게 다가갔다.차에서 내린 두 남자가 매우 공격적인 태도로 소만리에게 다가왔다.“부인, 놀라게 해서 정말 죄송해요. 번거롭겠지만 우리와 함께 좀 가 주셔야겠어요.”남자 중 한 명이 거짓 웃음을 지으며 소만리에게 다가왔다.말은 정중한 듯 보였지만 그 남자의 태도는 거들먹거리는 것이 분명했고 소만리가 그들의 제안을 거절한다고 해도 왠지 강제로 그녀를 끌고 가려는 태세였다.소만리는 침착하게 눈앞의 남자를 찬찬히 살펴보았다.“고승겸이 시킨 짓이에요?”남자는 이 말을 듣고 잠시 멈칫하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당신이 말하는 사람, 우리는 몰라요.”“그럼 당신들은 누구예요? 내가 왜 당신들과 함께 가야 하죠?”“부인, 아직도 모르겠어요?”“내가 뭘 알아야 하죠?”“우리는 상업범죄수사팀 직원이에요.”남자는 미리 준비해 둔 증명서를 주머니에서 꺼내 보였다.“기 씨 그룹의 기존 유동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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