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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가 사랑한 여인의 모든 챕터: 챕터 2031 - 챕터 2040

2479 챕터

2031장

기여온은 전화기 너머에서 강자풍의 다급한 목소리를 똑똑히 들었다.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은 기여온은 작고 귀여운 입을 움직였다.남연풍 역시 기여온의 귀여운 얼굴을 보며 아이가 입을 열기를 고대하고 있었다.그 순간 현관 밖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그녀는 고승겸이 돌아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마조마했다.“여온아, 어서 전화기에 대고 엄마 아빠라고 말해. 안 그러면 늦어!”남연풍이 절박하게 재촉하는 동시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기여온은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남연풍을 바라보며 귀여운 입술을 가볍게 들썩이며 입을 열었다.“아빠...”“딸깍.”기여온이 입을 열고 ‘아빠'라고 외치는 순간 남연풍은 손을 뻗어 기여온이 쥐고 있던 전화기를 들고 얼른 제자리에 내려놓았다.기여온은 영문을 모른 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남연풍을 바라보았고 남연풍의 시선을 따라 현관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고승겸이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영문을 모르던 기여온의 눈에서 점차 의혹의 빛이 사라졌다.고승겸은 들어오자마자 손 하나 대지 않은 아침 식사를 날카로운 눈빛으로 훑어보고는 자연스럽게 시선을 소파 옆 테이블로 옮겼다.“여기서 뭐하는 거야?”고승겸이 담담한 말투로 물었다.남연풍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조마조마한 심정을 억누르고 기여온을 바라보며 웃었다.“여기서 뭘 하긴 뭘 해? 문도 잠그고 나갔으면서 내가 집안을 돌아다니는 것도 잘못이야? 날 보고 싶지 않으면 그냥 방에 가둬두고 영원히 나오지 못하게 해 버려.”쏘아붙이는 남연풍의 말에도 고승겸은 별다른 표정 변화가 없었다.남연풍은 고승겸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게다가 강자풍은 여온의 목소리를 듣고 자신의 말을 믿게 되었는지 어땠는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남연풍은 어지러운 마음을 부여잡고 기여온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여온아, 언니랑 방으로 가자. 여기는 우리를 보기 싫어하는 사람이 있어.”기여온은 남연풍이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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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2장

전화가 두 번이나 갑자기 끊기자 그는 기여온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그는 어지러운 마음을 안은 채 속도를 내며 차를 몰았다.그가 여온의 안위에 온통 신경을 쏟은 사이 정체 모를 차량이 조용히 그의 뒤를 밟고 있었고 그는 꿈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약 20분 후 강자풍은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다.소탈하고 무난하게 지어진 아파트는 교외의 비교적 한적한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일부 구간의 CCTV는 이미 오래전에 노후화되어 파손된 채 방치되어 있었다.그는 바로 남연풍이 말한 주소로 달려가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여온아, 여온이 안에 있니? 오빠야, 자풍이 오빠 왔어!”강자풍은 자신의 이름을 외쳐 보았지만 안에서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다급해진 강자풍이 문을 더 세게 두드리니 문이 저절로 들썩거렸다.아파트 문은 잠기지 않았던 것이다.강자풍은 문을 홱 밀어젖혔고 지체 없이 안으로 들어갔다.“여온아!”그는 기여온의 이름을 부르며 방 안을 샅샅이 뒤져 보았지만 결국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여온아.”강자풍은 실망한 듯 눈을 내리깔았는데 갑자기 문 쪽에서 황급히 사람 그림자가 뛰어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그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소, 소만리?”헐레벌떡 달려오는 소만리를 보고 강자풍은 깜짝 놀랐고 이내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소만리는 강자풍에게 뭐라고 하지 않고 방금 강자풍이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 방 저 방 찾아다녔다.뭔가 희망을 갖고 기대했던 그녀의 눈빛이 점차 빛을 잃어 갔다.“소만리, 계속 날 따라왔던 거야?”강자풍은 그제야 깨닫고는 소만리에게 물었고 그녀는 잠자코 심호흡을 한 후 고개를 돌렸다.“그래, 계속 따라다녔어.”소만리는 당당하게 대답하며 의혹에 가득 찬 눈빛으로 강자풍을 바라보고 물었다.“너 여기 왜 왔어? 여기 여온이가 있었던 거 맞지? 그렇지?”강자풍은 눈썹을 찌푸렸다.“여기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뭐 여기 있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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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3장

강자풍의 생각이 맞았다.고승겸은 디저트 가게에서 강자풍이 눈치채지 못하는 틈을 타 기여온을 안고 달아난 것이었다.CCTV 화면 속에서 휠체어를 탄 남연풍을 가리키며 강자풍은 말했다.“이 여자가 전화한 것 같아요.”소만리는 CCTV 화면을 보니 갑자기 자신도 모르게 소름이 끼쳤다.“고승겸이 남연풍을 데리고 F국에 왔을 줄은 몰랐어.”“남연풍?”강자풍은 의아해하며 말했다.“이 여자 이름이 남연풍이야?”소만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CCTV 화면 속에서 자신의 귀염둥이 딸이 남연풍의 곁을 얌전하게 따라다니는 모습을 똑똑히 보았다.“그들이 10여 분 전에 떠난 것 같으니까 지금 가면 금방 따라잡을 수 있을 거야.”소만리는 강자풍을 바라보며 말했다.“넌 이곳에 아는 사람들이 많으니 이 일대 CCTV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을 거잖아.”강자풍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강자풍에게 들리는 것은 이 일대 도로의 CCTV가 노후되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좋지 않은 소식뿐이었다.소만리와 강자풍은 허탈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소만리는 강자풍과 뭔가 상의하고 싶어서 다가갔으나 강자풍은 몸을 돌려 얼른 걸음을 옮겼다.소만리는 급히 그를 따라갔다.“어딜 가려는 거야?”“당연히 여온이를 찾으러 가는 거지.”“여온이가 어디 갔는지 알아?”“그들이 떠난 지 얼마되지 않았으니 주변 도로라도 따라가 보려고. 뭔가 단서를 찾을지도 모르잖아.”강자풍은 아파트 현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소만리는 강자풍의 다급한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하지만 이런 식으로는 기여온을 찾을 확률이 정말 희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리고 상대는 고승겸이었다. 그는 그렇게 쉽게 추적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강자풍, 네가 여온이를 걱정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당분간은 여온이가 위험하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소만리는 기여온의 안위에 대해 긍정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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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4장

고승겸은 똑똑하고 치밀한 사람이었다.그런 그가 어떻게 쉽게 자신을 드러내겠는가.고승겸은 남연풍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음에도 담담하게 아무렇지 않은 척 행동했다.거처를 마련한 고승겸은 방문을 닫고 조용히 남연풍의 앞으로 다가갔다.그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담담한 눈빛으로 남연풍을 바라보았다.“당신 그거 알아? 예전에는 내가 뭘 하든 당신은 내 편이었고 내가 하는 말이면 무슨 말이든 다 실행에 옮겼어. 그런데 지금은...”“고승겸, 내가 이미 말했지. 이전에 내가 그랬던 것은 당신의 환심을 사서 위해서 당신이 만들어 놓은 인물에 날 억지로 맞추려고 했었기 때문이야. 그러나 지금은 그저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할 뿐이야.”남연풍은 칼같이 차갑게 고승겸이라는 존재를 자신에게서 끊어 내었다.그녀의 눈에는 고승겸에 대한 실망과 회한이 묻어나고 있었다.“고승겸, 이제 우리는 되돌릴 수 없는 사이야.”고승겸은 잠시 멍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과거로 되돌릴 수 없다는 것도, 우리 사이가 다시 시작될 수 없다는 것도 알아. 하지만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어. 왜냐하면 당신 마음속엔 여전히 내가 자리 잡고 있으니까.”이 말을 듣고 남연풍은 고승겸을 담담하게 쳐다보았다.그의 밑도 끝도 없는 이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남연풍은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가기 싫어서 휠체어를 돌려 기여온 쪽으로 돌렸다.그러나 고승겸의 말을 부인하지는 않았다.고승겸도 더 이상 말해 봐야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고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한 후 고개를 들어 남연풍을 바라보았다.“나 잠깐 나갔다가 올 테니 꼬맹이 데리고 도망갈 생각은 하지 마. 당신이 그렇게 하면 할수록 꼬맹이한테 더 불행한 일만 생길 거야.”고승겸은 경고의 말을 남기고 홀연히 집을 나섰다.이번에도 그는 밖에서 문을 잠갔고 방 안의 전화선은 아예 잘라 버렸다.고승겸이 밖에서 문을 잠그는 소리를 들으며 남연풍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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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5장

이반이 권하자 강자풍은 잠시 머뭇거리는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자풍, 잠깐 나오세요. 어차피 지금 할 일도 없잖아요. 여온이 밥 먹이고 쉬라고 하고요. 집에 돌봐줄 가사도우미도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이반이 이렇게 말하는 것으로 보아 그는 기여온이 잡혀간 사실을 아직 모르는 것 같았다.강자풍은 한참을 생각하다가 결국 나가 보기로 결정했다.기여온의 행방이 묘연한 지금 이반의 말처럼 집에 돌아가도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차라리 이반에게 가서 고승겸이 F국에 온 일에 대해 좀 알아보는 게 더 나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강자풍은 이반이 말한 술집으로 차를 몰았다.어둠이 깔린 지 얼마되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술집 안은 이미 떠들썩하고 북적북적한 분위기였다.강자풍이 들어가자 섹시한 노출 의상을 입은 여인들이 쉴 새 없이 그를 향해 추파를 던지며 연락처를 물었다.강자풍은 그들을 상대하지 않고 무시했다.그는 젊고 원기 왕성한 청년이었지만 그런 여자들에게는 전혀 흥미가 없었다.얼굴이 예쁘든, 귀엽든, 연상이든 연하든, 그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그의 마음속에는 오직 행방불명된 기여온의 안위만 생각하고 있을 뿐이었다.언제부터인지 그는 이 아이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그는 강어와 강연이 모두 죽었기 때문인지 마음이 너무 외로워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평생 기여온을 돌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기여온이 그의 곁에만 머물러 준다면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강자풍은 곧장 이반이 있는 VIP룸으로 들어갔다.강자풍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매우 큰 룸에 10명 남짓한 사람들이 모여 술을 마시고 놀고 있었다.이반은 강자풍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바로 옆에 있던 두 명의 젊은 여자에게 눈짓을 했다.“너희들이 그렇게 그리던 자풍 도련님이 오셨는데 어서 인사드리지 않고 뭐해!”젊은 두 여자는 아주 공손하게 강자풍에게 방긋이 웃으며 인사했다.“자풍 도련님, 인사 올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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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6장

그러나 강자풍에게 인사를 했던 두 여자는 애틋하게 강자풍을 바라보며 한참을 우물쭈물거리다가 못내 아쉬운 듯 룸을 떠났다.룸은 소리 하나 없이 조용해졌고 방음 효과가 뛰어난 문은 바깥의 온갖 시끌벅적한 소리를 차단해 주었다.이반이 스위치를 켜자 룸 조명이 환하게 밝아졌다.이반은 그제야 근심에 가득 찬 강자풍의 얼굴을 살피고는 덩달아 표정이 진지해지기 시작했다.“자풍, 무슨 일이라도 있어요? 얼굴이 왜 이렇게 심각한 거예요? 고승겸을 찾는다고 들었는데 그 사람이랑 무슨 관계예요?”강자풍은 소파에 털썩 주저앉아 심란한 마음을 달래려는 듯 깨끗한 술잔을 들고 와인을 따라 마셨다.“그 사람이 여온이를 납치해 갔어요.”이반은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뭐라구요?!”한편 그 시각 술집 문 앞에 서 있던 소만리는 술집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사실 그녀는 줄곧 강자풍의 뒤를 밟고 있었고 결국 이 술집까지 따라오게 된 것이었다.소만리는 주차할 공간을 찾느라 시간을 허비했고 그러는 사이 강자풍이 술집에 들어가는 것만 겨우 확인했을 뿐 술집 안 어디로 갔는지는 몰랐다.강자풍은 분명 자신의 전화를 받지 않을 것임을 예상한 소만리는 결국 스스로 찾으러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소만리가 술집에 들어서자 여기저기서 남자들이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다.그녀는 귀찮은 듯 거절하면서 사람들 속에서 강자풍의 모습을 찾아보았지만 결국 아무것도 손에 얻지 못했다.댄스 플로어에도, 그 주변 테이블에도 강자풍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그렇다면 이제는 룸밖에 없었다.소만리는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비록 무례한 행동이긴 하지만 일일이 룸을 살펴보기로 했다.이반은 강자풍이 한 말을 듣고 깜짝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하다가 겨우 진정한 후 강자풍에게 말했다.“고승겸이 당신과 그런 관계가 있었군요. 설마 당신이 기여온의 부모에게 그토록 깊은 원한을 품은 것이 뒤에서 끊임없이 부추긴 고승겸 때문 아니에요?”이반은 아직도 충격이 가시지 않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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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7장

강자풍과 이반은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 동시에 눈을 들어 보았다.문이 열리는 찰나 바깥에서 들려오는 떠들썩한 소리가 조용하던 공기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였고 문이 닫히는 순간 순식간에 다시 적막감에 휩싸였다.강자풍은 문을 열고 들어온 소만리를 보며 잠시 어리둥절했지만 이번에는 그리 놀라지 않았다.“사람을 미행하는 능력이 대단하시군.”강자풍은 비웃으며 말했다. 이반에게도 소만리는 낯선 인물이 아니었다.“소만리? 설마 기여온의 일로 온 거예요?”소만리는 술잔을 앞에 놓고 앉아 있는 두 젊은 남자를 바라보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내 딸의 행방을 알아보려고 왔죠.”소만리는 강자풍에게 시선을 던지며 말을 이었다.“여기 술 마시러 온 거야?”“왜? 난 술 마시면 안 돼?”강자풍은 냉소적으로 되물으며 다시 술병을 들고 자신의 잔을 채웠고 소만리가 보는 앞에서 호탕하게 술잔을 비웠다.소만리는 눈살을 찌푸렸다.“나랑 강 선생은 가족도 뭣도 아닌 사이니 네가 뭘 하든 내가 상관할 바 아니지. 난 단지 내 딸의 상황을 알기 위해 왔을 뿐이야.”“방금 자풍이 나한테 말했어요. 당신 딸은 그 고승겸이라는 남자가 납치해 갔고 내가 마침 오늘 그 고승겸이라는 작자를 만났어요. 그는...”“이반!”강자풍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면서 이반의 말을 끊었다.이반은 별뜻 없이 소만리에게 말을 한 건데 강자풍이 이렇게 큰 반응을 보일 줄은 몰랐다.강자풍이 소만리에 대해 여전히 강한 적개심을 품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하지만 이반의 말에 소만리는 놀란 얼굴을 하며 이반에게 물었다.“오늘 고승겸이라는 사람을 만났다고요? 어떻게 그 사람을 만났어요?”“그게...”이반은 손을 들어 자신의 앞머리를 쓸어 올리며 머뭇거리다가 말했다.“그 사람이 다른 사람을 통해 나한테 연락했어요.”“이반!”강자풍은 다시 소리를 지르며 이반의 말을 잘랐다.소만리는 눈살을 찌푸리고 강자풍을 쳐다본 뒤 이반에게 물었다.“고승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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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8장

”그래, 맞아. 부탁하는 거야.”소만리는 당당하게 인정했다. 그러자 강자풍은 정신이 멍해졌다.왜 그런지 그도 알 수 없었다.룸 안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가라앉았고 밖에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소리는 다른 세상 소리처럼 희미하게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강자풍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소만리는 그의 곁으로 다가와 앉았고 술잔을 들어 와인을 따랐다.강자풍은 더욱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소만리의 행동을 가만히 바라보았다.“소만리, 뭘 하려는 거야?”“너, 강자풍 도련님. 술 마시고 싶어 한 거 아니었어? 내가 같이 마셔 줄게.”“...”“언제든지 나랑 말하고 싶을 때 말해도 돼. 늦지 않아.”소만리는 시원스럽게 술잔을 비웠다.강자풍과 이반은 소만리의 이런 행동에 적잖이 놀라는 듯했다.소만리가 갑자기 이런 태세로 나올 줄 몰랐고 술잔을 단숨에 비워 버릴 줄은 더더욱 몰랐다.강자풍은 미간을 찌푸리고 있다가 소만리가 네 번째 잔을 마시려 하자 손을 내밀어 그녀의 잔을 눌렀다.“그만해.”강자풍이 말렸다. 소만리는 엷게 웃으며 말했다.“그럼 강자풍 도련님이 이제 나와 말할 의향이 있는 거야?”강자풍의 얼굴이 점점 굳어졌다.“소만리, 왜 이렇게 날 귀찮게 구는 거야? 난 다시는 당신을 보고 싶지 않고 더 이상 당신들과 엮이고 싶지 않다고 했는데 왜 자꾸 날 따라오는 거야?”“왜 그러냐고 묻는 거야? 그렇다면 나도 물어볼게. 왜 내 딸은 엄마인 나와 함께 집에 갈 수 없는 거야? 왜? 나도 좀 알고 싶어.”소만리는 쓴웃음을 지으며 담담한 어조로 되물었다.강자풍은 어리둥절해하다가 갑자기 그녀를 따라 웃었다.그는 소만리의 물음에는 대답하지 않고 얼굴을 돌렸고 내키는 대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자풍이는 여온이의 몸 상태를 걱정해서 집에 못 보내고 있는 거예요. 왜냐하면 여온이가 F국에 남아 요양하는 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기 때문이에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구요.”소만리는 이반의 말을 듣고 의아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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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9장

이반의 말을 듣고 소만리의 마음은 밀려오는 감동으로 벅차올랐다.소만리는 술기운에 취해 곯아떨어진 강자풍을 바라보며 그동안 자신과 기모진을 향한 강자풍의 차가운 언행을 되짚어 보았다.어쩌면 강자풍의 마음속에는 자신도 어쩌지 못하는 갈등이 수없이 많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자풍은 어려서부터 그의 형인 강어의 그늘 아래서 자랐고 강어는 비록 독하고 악랄한 짓을 많이 했지만 동생에게만은 모든 사랑을 다 쏟아부었죠.”이반은 계속 말을 이었다.소만리가 강자풍이라는 사람에 대해 깊이 헤아려주길 바라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강어는 자신이 취급하는 사업이 정당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끝까지 자풍을 끌어들이지 않았어요. 그래서 자풍은 자신의 형과 누나가 하던 사업이 떳떳하지 못한 것임을 전혀 알지 못했던 거예요.”“비록 강어와 강연이 법을 어기고 인간성을 상실한 일을 벌였지만 자풍에게는 좋은 형, 좋은 누나였어요. 자풍의 친구로서 당신에게 부탁하고 싶어요. 당신이 자풍의 이런 점을 잘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는 정말로 당신 딸을 많이 걱정하고 있고 진심으로 아끼고 있어요.”이반의 말에 소만리는 강자풍을 말없이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자풍은 지금 많이 취한 것 같아요. 혹시 물어볼 게 있으면 지금 나한테 물어보세요. 혹시 당신이 알고 싶은 것을 내가 해결해 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이반은 소만리를 향해 다정하게 웃으며 앉으라고 손짓했다.소만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강자풍 옆자리에 앉았다.“정말 궁금한 게 많지만 강자풍만이 답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요.”“꼭 그렇지만은 않아요.”이반은 소만리의 말을 조심스럽게 부정했다. 소만리는 의아한 눈으로 이반의 시선을 마주 보았다.이반은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당신이 지금 가장 궁금해하는 것이 바로 기여온의 행방이라는 걸 알아요. 그 점에 대해서는 제가 지금 당신에게 가장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이반의 말에 소만리는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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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0장

”고마워요.”소만리는 서둘러 고맙다는 말을 하고는 시간을 체크해 보았다.내일 아침이 적당할 것 같았다.이반은 알았다고 말하며 명함 지갑에서 고승겸이 준 명함을 꺼냈다.이제나저제나 이반의 답을 기다리고 있던 고승겸은 갑자기 이번에게서 전화가 오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전화를 받았다.내일 아침에 만나자는 이반의 제안에 그는 흔쾌히 응했다.소만리는 이반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한 뒤 이반과 함께 술에 취한 강자풍을 차에 태웠다.이반과 강자풍을 태운 차가 멀리 떠나는 것을 지켜본 소만리는 차들이 오가는 길가에 잠시 서 있다가 호텔로 돌아왔다.다음날 소만리는 일찍 일어났다.기여온에 대한 걱정에 그녀는 밤새 거의 한숨도 잠을 잘 수 없었다.남연풍이 기여온을 잘 돌봐줄 거라는 걸 알지만 여전히 그들 부부를 증오하고 있는 고승겸이 갑자기 마음이 변해 기여온에게 손을 대는 건 아닌지 걱정이 사라지지 않았다.한편 강자풍은 숙취에서 깨어났다.느긋한 자세로 소파에 기댄 채 한가롭게 아이패드를 보고 있는 이반을 보며 강자풍은 지끈지끈한 머리를 흔들며 소파에 앉았다.“이제 일어났어요, 자풍 도련님.”이반은 농담 섞인 목소리로 강자풍을 놀렸다. 강자풍은 손으로 관자놀이를 비비며 말했다.“내가 왜 그렇게 뻗어 버렸지? 당신이 날 데리고 왔어요?”“내가 데려온 게 아니면 그럼 소만리가 데려다줬겠어요?”“소만리?”농담으로 한 이반의 말에 강자풍은 깜짝 놀란 얼굴을 했다.그러다가 서서히 그의 머릿속에서 어젯밤 술집에서 있었던 일들이 떠올랐다.“어젯밤 소만리가 술집까지 날 미행해 따라와서 여온이에 대한 단서를 알고 싶어 했는데 내가...”“당신이 술에 취해 뻗어 버렸죠.”“...”강자풍은 어리둥절했다.“그럼 소만리는? 소만리는 혼자 갔어요?”“소만리는 당신보다 주량이 훨씬 세던데요. 그녀는 취하지 않았으니 당연히 혼자 갔죠.”이반은 여전히 장난스러운 말투로 강자풍을 놀렸다.그러나 강자풍은 갑자기 안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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