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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Chapter 331 - Chapter 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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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1화

양유진은 점점 멀어져가는 여름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눈에 싸늘한 냉기가 가득했다.이내 주먹을 꽉 쥐었다.분노는 사그라들지 않고 회사에 들어갈 때까지 계속되었다. 참다 못한 양유진이 사무실 집기들을 모두 집어 던져 부숴버렸다.‘띠리링’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모르는 번호였다. 받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짜증스럽게 핸드폰을 귀에 갖다 댔다.“약혼녀가 다른 남자랑 잤으니 많이 힘드시겠습니다.”핸드폰 건너편에서 낮은 음성의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당신 누구야?”양유진 눈빛이 매섭게 빛났다. 처음 듣는 목소리였다.“당신 신장이 멀쩡하다는 거 알고 있습니다. 일부러 강여름 씨를 속여서 묶어두려고 한 거죠? 강여름 씨 태생을 진작에 알면서 벨레스 집안을 등에 업고 출세 한번 해보려고…”“닥쳐!”양유진이 더는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다. 누군가에게 이렇게 까발려지는 것은 처음이었다. 섬찟했다.“내가 당신 복수를 도울 수 있다면… 조금 구미가 당깁니까?”낮은 목소리가 계속되었다.“거기다 진영그룹을 최정상에 올려주고 당신이 아끼는 여자가 다시 돌아오도록 해 준다면? 어떻습니까? 해 볼만 하지 않습니까? 내가 하라는 데로 하기만 하면 되는데 말입니다.”“뭘 어쩌겠다는 거요?”양유진은 이해할 수 없었다.“당신은 알 필요 없습니다.”양유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그렇게 하지.”‘놈을 짓밟고 올라가 최하준 그 놈에게 오늘의 치욕을 되갚아 주겠어.'핸드폰이 꺼지자, 온화하고 점잖았던 양유진의 얼굴은 점점 흉악하고 악랄하게 일그러졌다.******오후 다섯 시.FTT 임원 하나가 하준의 사무실에서 해외 지사 상황에 대해 열띤 보고를 하고 있었다.상혁이 노크를 하고 들어와 미묘한 표정으로 소식을 알렸다.“부회장님이 오셨습니다. 위로 올라가서 뵙는 게 좋겠습니다.”‘부회장? 어머니?’같이 있던 임원도 흠칫 놀랐다. 최란은 남편과 함께 해외에 오랫동안 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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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2화

하준은 할말을 마치고 재킷을 입고 사무실을 나가려고 했다.“그 애를 죽게 하려고 그런 데로 보낸 거 아니냐? FTT에서 널 견제할 사람이 없어지니까!”최란이 날카롭게 따져 물었다.하준은 잠시 멈칫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편한 대로 생각하시죠.”“널 낳은 게 너무 후회된다. 임신한 걸 알았을 때 널 지웠어야 하는데.”최란의 목소리가 뒤에서 쩌렁쩌렁 들렸다.하준은 엘리베이터를 탔다.상혁은 조심스럽게 상사의 얼굴을 관찰했다.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이 무표정 그 자체였다. 하지만 상혁은 지금 폭풍전야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금까지 최란 부회장을 만날 때마다 늘 크게 다투는 것으로 끝이 났다. 두 사람은 악연 중에 악연임이 틀림없다.상혁은 한숨을 쉬었다. 최란은 줄곧 아들 둘 중 하나만 편애했다. 운전기사가 차를 몰고 오자 하준은 운전석 문을 열고 기사를 내리게 했다. 그러고는 무섭게 엑셀을 밟으며 차를 몰고 떠나버렸다.서울에서는 갈 곳이 없었다.결국 뉴빌가든으로 향했다.문을 열고 들어가자 널찍한 대저택에는 사람 그림자 하나 없이 고요했다.하준은 곧장 여름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음이 몇 번 울리고 수신 거절이 되면서 전화가 끊어졌다. 계속해서 두 번이나 통화를 시도했지만 모두 거절되었다.“이런 식이라 이거지.”핸드폰을 들여다 보는 하준의 눈은 시뻘겋게 불을 뿜고 있었다.******호텔.여름은 일부러 전화를 받지 않았다.하준의 비열한 성격으로 또 뭔가 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긴 했다. 그래서 연락이 오지 않을까 한참을 기다리다 아무 소식이 없자 룸서비스로 저녁을 시켰다.저녁 일곱 시, 저녁을 먹으려는데 방문이 갑자기 ‘삐걱’ 열리더니 누군가가 발로 문을 차며 들어왔다.하준이 성큼성큼 들어오더니 문을 쾅 닫았다.“어… 어떻게 들어왔어요?”여름이 놀라서 펄쩍 뛰었다.“이 호텔은 우리 회사에서 투자한 곳입니다.”하준이 손에 들고 있던 카드 키를 옆에 떨어뜨렸다. 그리고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왔다.“어젯밤에 잘 가르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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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3화

여름은 생애 최악의 순간으로 잘못 들어섰다는 느낌이 들었다.******새벽 두 시.포악질을 하던 하준이 퍼뜩 제정신이 들었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고는 흠칫 놀랐다.여름이 고통에 웅크리고 있었다. 얼굴은 창백하고 입술에는 핏기가 없었다.“강여름 씨!”하준이 미친 듯이 소리쳤다.여름은 미동도 없었다.하준은 너무 놀라 부랴부랴 침대 위의 여름을 시트로 감싸 병원으로 옮겼다.깊은 밤, 병원 복도.하준은 창가에 서서 담뱃불을 붙이려고 했지만 손이 떨려서 한참이나 불을 붙이지 못했다.“내가 해줄게.”이주혁이 흰 가운을 입고 하준에게 다가와 담뱃불을 붙여 주었다. 복잡한 심정으로 친구를 쳐다보았다.“감정 컨트롤이 안 되는 걸 보니 재발한 거 아닌가 싶다. 담배 피는 것도 늘었고.”“오늘 어머니를 만났거든. 그래서 나도 모르게 완전히 정신이 나가버렸어.”하준은 너무나 혼란스러웠다.“강여름은 상태가 어때?”“산부인과에서 그러는데….”말을 멈춘 주혁이 하준을 잠시 바라보았다.“대체 얼마나 심하게 한 거야? 닥터 류 말로는 첫 경험이라는데, 최소 이삼 일 정도는 쉬어야 한단다.”“뭐라고?”하준이 휙 주혁에게 시선을 돌렸다.“류 닥이 그러더라. 류 닥 너도 알지? 임상 경험도 풍부하고.”주혁이 말하는 한 마디 한 마디가 모두 폭탄처럼 머릿속에서 터지는 느낌이었다. 귀에서 이명이 웅웅거렸다.‘강여름과 양유진 사이가 깨끗했다는 말이야?그럼, 그동안 나 혼자 오해한 거였어?’“저… 정말로 양유진과 아무 일도 없었다고?”하준은 머릿속이 텅 비어서 아무것도 생각해 낼 수가 없었다.‘양유진과 하룻밤을 보낸 게 아니었어?양유진의 약혼녀였잖아.’“류 닥이 뭐 하러 거짓말을 하겠어?”하준의 입술이 뻣뻣하게 말라갔다. 여름은 정말 감옥에 갇힌 양유진을 구하기 위해 말도 안 되는 자신의 요구를 받아들였던 것이다.‘완전히 내 오해였어.’이제와 여름에게 퍼부었던 말들이 생각나 가슴이 찢어질 듯 고통스러웠다. 후회되었다. 너무 괴로워서 두 주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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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4화

하준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이토록 참담한 적이 없었다.‘결국 내가 저지른 죗값을 받는군.무슨 짓을 한 거야! 사람을 이 지경으로 만들다니!’여름은 매력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사람이었다.세상 누구보다도 아름다웠다.그렇게도 사랑스럽고 똑똑했던 여름이 그리웠다.“나 좀 봐요. 이불 속에만 있지 말고. 차라리 마음껏 화내요.” 하준이 손을 뻗어 이불을 걷어내려고 하자, 여름은 자기 손가락을 꽉 문 채 눈물 범벅이었다.“먹을 것을 좀 보내겠습니다. 밤새 아무 것도 못 먹었잖아요.”하준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나갔다. 얼마 후, 간호사가 들어왔다.여름은 하준이 나간 것을 확인하고서야 공포심이 어느 정도 진정되었다. 온몸 여기저기가 아직도 욱신거리고 아팠다. 입맛도 없어서 먹는 둥 마는 둥 하다가 까무룩 잠이 들었다.다음날 눈을 떠 보니 날이 환하게 밝아 있었다.하준이 창가에 서서 작은 목소리로 전화 통화를 하고 있었다.“오늘 출근 못하니까 회의 취소해.”“오늘 회의는 부회장님이 참석하시는…”“취소하라면 최소해.”전화를 끊고서 여름의 두 눈과 마주쳤다.여름은 두려워하며 시선을 피했다. 하준이 침대 옆으로 다가와 가만히 바라보다가 따뜻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남자를 처음 겪었다고 의사가 말해주더군요. 그간 오해해서 정말 미안합니다. 다시는 그런 일 없을 거라고 약속하겠습니다. 날 용서해 줄 수 있습니까?”여름은 멍하니 앉아 있었다. ‘어쩐지 부드럽게 말한다 싶었다. 하마터면 양심 있는 인간인 줄 착각할 뻔했잖아.의사한테 듣고서야 믿다니, 우리 사이에 그 정도로 신뢰가 없었다는 의미겠지.’“네.”여름이 고개를 끄덕였다.‘당신이 FTT의 최하준 회장인데 누가 감히 용서를 하고 말고 하겠어. 누구든 까라면 까는 거지.’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은 없습니까?”하준이 조금 실망스러운 듯이 말했다.“욕이라도 해요.”“…….”‘욕을 하라고? 어젯밤에 내가 뺨 한 번 때렸다가 죽을 뻔했는데?’여름은 마음 속으로 말을 삼켰다.하준은 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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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5화

“내가 하겠습니다.”하준은 재킷을 벗고 소매를 걷어올렸다.여름은 지금껏 하준이 이렇게 주방에서 뭘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과연 먹을 수 있는 게 나올까?’하준은 정말 아무것도 할 줄 몰랐다. 하지만 휴대폰을 켜 영상을 틀어 놓고 뭔가 하려고 열심이었다. 귀찮아서 그냥 두고 보기로 했다.한 시간이나 지나 드디어 뭔가를 만들어 내왔다. 생선구이에 삼계탕, 맛김치까지 애써 노력한 흔적이 보였다.하준의 손등에 시선이 꽂혔다. 기름이 튀어서 빨갛게 달아올라 당장 약을 바르지 않으면 물집이 잡힐 것 같았다.여름의 입술이 달싹였다. 말을 하려다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당해도 싸지.’여름은 마음을 굳게 먹기로 다짐했다. “먹어봐요.”하준이 삼계탕을 앞으로 밀어주었다.삼계탕 안에는 닭이 난도질 당해서 그야말로 둥둥 떠 있었다. ‘칼질하는 방법은 아직 배우지 않은 모양이지?’그래도 재료는 다 넣었는지 맛은 어지간했다. 맛김치를 먹고서는 차마 맛에 대해 한 마디도 할 수가 없었다.하준도 맛을 보았다. 정말 먹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할 수 없이 생선구이를 권했다.“생선 한 번 먹어봐요.”“…….”불평 한마디 없이 여름은 하준이 해준 요리를 열심히 먹었다.하준도 맛을 보았다. 처음 집어 먹을 땐 몰랐는데 먹다 보니 비린내가 나고 생선 특유의 감칠맛도 전혀 없었다. 하준은 당황해서 김치와 생선구이를 모두 음식물처리기에 넣어버렸다.“먹지 말아요. 도저히 못 먹겠는데, 왜 아무 말도 안 했습니까?”짜증스런 말투가 점점 높아지자 여름은 젓가락질을 멈추었다. 하준이 화를 내는 것 같아 두 눈에는 불안과 공포가 엄습해왔다.그 모습을 보니 하준은 심장이 찢어질 듯 아팠다. 얼른 가서 여름을 안았다. 괴로운 듯 입을 열었다.“당신을 동성에서 봤던 모습으로 되돌려 놓고 싶은데…”여름은 멍하니 있다가 고개를 들었다. 동공이 심하게 흔들렸다.“당신에게 맞추려고 노력했던 그거 말이에요?”‘동성에서는 그랬잖아? 최하준을 사로잡기 위해서 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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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6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하준의 핸드폰이 울렸다.핸드폰 액정에 보이는 발신자는 ‘할머니’ 였다.전화를 받으러 밖으로 나갔다.“무슨 일이세요?”“일 없으면 전화도 못하는 거냐? 오늘 하루 종일 뭐가 그리 바빠? 요즘 본가에 오지도 않고. 네 엄마가 왔으니 저녁에 와서 자고 가거라.”하준이 침실을 흘끗 보더니 단박에 거절했다.“그럴 시간이 없습니다.”“회의 참석할 시간도 없어, 유인이 만날 시간도 없어, 대체 뭘 하길래 그렇게 바쁜 게야?”장춘자가 화를 내며 물었다.“오늘 무조건 오너라. 다들 모여서 밥 한 끼 좀 제대로 먹자꾸나.”하준이 차갑에 대답했다.“모두 다 모여서 최양하를 복귀시키라고 압박하겠죠.”장춘자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얘, 할아버지랑 내가 간신히 네 엄마를 회사 경영에서 손 떼게 만든 건 알지? 너랑 양하 둘이 바로 붙어서 경쟁하라고. 양하가 네 상대가 못 되는 건 동네 개도 다 안다. 기껏 이러고 도와주고 있는데 걔를 왜 건드렸어? 네 엄마 회사로 돌아와 봐라. 또 양하 싸고 돌아서 쉽게 쉽게 해결 안 된다.”“…….”하준이 콧방귀를 뀌었다.“알겠습니다. 귀국시키죠.”“그래, 잘 생각했다.”흡족한 듯 장춘자가 덧붙였다.“그나저나 나는 언제쯤 너랑 밥 한 끼 하겠니?”“당분간은 시간이 없습니다.”장춘자가 따졌다.“할미랑 밥 먹을 시간도 없다니, 숨겨둔 여자 때문에 바쁜 게지? 날 바보로 아니? 여자 데려다 밤을 보냈다고 다 들었다.”‘서유인이 분명해. 문 따고 들어온 날 감 잡았겠지. 내 측근들은 입 열면 죽거든.’“제 나이가 몇인데 그럴 수도 있죠.”“유인이가 있는데 그러면 못쓰지.”“서유인에게는 관심 없습니다. 이만 들어가세요.”하준은 통화 종료 버튼을 눌렀다.다음 날 아침, 여름이 아래층으로 내려와서 보니, 저택에 일하는 아주머니가 와 있었다. 전에 하준의 집에서 일했던 분이었다.이모님이 상냥하게 웃으며 말했다.“회장님이 여기 와서 강여름 씨를 돌보라고 했어요.”“고맙습니다.”여름은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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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7화

최양하가 푸르크에서 실종되었다는 뉴스가 순식간에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모든 언론에서 최양하 실종 사건을 다뤘다.- 최양하 실종. 친형인 최하준 회장이 최양하 부회장을 위험지역인 푸르크에 파견했다고 한다. 푸르크는 현재 심각한 내전으로 여행 위험지역으로 분류되어 있다. 현재 최양하 부회장은 실종 후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최양하 실종. 푸르크는 오늘 아침에도 총탄이 빗발치고 연기가 자욱하다고 합니다.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어 최양하 부회장의 생존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입니다.- 최양하 실종. FTT최하준 회장 무소불위의 권력 휘둘러 친동생 위험지역으로 내몰아.- 최양하 부회장님은 아주 좋은 분이셨어요. 지속적으로 빈곤지역에 구호품을 지원해 주셨고 학교 건립에 투자도 해 주셨죠. 최하준 회장이 정말 너무하군요.- 권력횡포가 심해서 감히 최하준 회장을 건드리면 회사를 나가야 한다고 봐야죠.- 하하, 최하준 회장 입김이면 뭐든 가능한 게 우리나라죠. 금기사항을 어겼다가는 바로 퇴사입니다. 이상하게 생각할 거 없어요. 최 회장은 신적인 존재니까.순식간에 관련기사와 인기 검색어에서 1순위가 되었다. 여름은 소식을 접하면서 점점 창백해졌다.‘최양하에게 무슨 일이 생기다니!’최양하가 여름을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최하준이 동생을 푸르크로 보내는 일은 없었을 거다. 결국 최양하를 이 지경에 몰아 넣은 것은 여름이었다.******FTT 본사최하준은 곧장 꼭대기 층으로 올라갔다. 사무실에 들어서기 무섭게 최란이 사정 없이 하준을 향해 손을 들었다.하준은 어머니의 손목을 잡았다. 최란은 광분하여 소리를 질러댔다. 분노에 어쩔 줄 몰라하며 벌건 눈으로 노려보았다.“양하가 잘못되기라도 했단 봐라, 넌 죽은 목숨이야!”소매 아래에 있던 하준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옆에 있던 추동현이 황급히 최란의 어깨를 잡았다.“진정해요. 당장은 양하를 찾는 게 급선무지. 티켓을 구해보라고 했으니 내가 다녀올게.”“당신이요?”최란의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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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8화

일주일 후.여름은 윤서와 함께 병원에 실밥을 뽑으러 갔다.이주혁이 몸소 주차장까지 내려와 두 사람을 맞았다. 여름은 이주혁을 처음 봤다.키가 훤칠한데다 흰색 의사 가운을 입고 안경을 쓰고 있어서 지적인 카리스마가 돋보였다. 입에는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고 있어서 옆에 있는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다만 입술이 너무 얇았다. 그런 사람은 보통 성격이 잔인하다고 하는데 의외였다.윤서가 감동했다.“카메라만 돌리면 영화 촬영장 되겠는데요? 너무 멋있게 생기셨어요.”“농담도 잘하십니다.”이주혁이 빙그레 웃었다.“가시죠. 주치의한테 진료 접수를 해 두었습니다. 이쪽입니다.”“번거롭게 해드리네요. 제가 혼자 가도 되는데요.”여름이 몸둘 바를 몰랐다. 지난 번에는 그런 일로 입원했었고 여름이 가는 곳이 산부인과여서 더 그랬다.이주혁은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괜찮습니다. 하준이가 직접 전화해서 부탁한 거라서요.”여름은 어제 밤 걸려온 전화가 떠올랐다. 하준이 실밥을 뽑으러 가야 한다는 걸 기억하고 있다가 전화를 해 주었다.세 사람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서 있는데 뒤에서 낯익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주혁 씨…”세 사람은 동시에 뒤를 돌아보았다. 여름의 동공이 커졌다. 서유인이었다. 서유인 옆에는 용모가 단정하고 아름다운 중년의 여성이 함께 있었다. 세련된 화장을 하고 삼십 대로 보이는 동안의 외모였다. 풍기는 분위기가 그야말로 기가 세 보였다. 서유인은 옆에서 졸졸 쫓아다니는 모양새였다.“어머님, 오랜만에 뵙네요.”이주혁이 아주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귀국하셨습니까?”“그래. 양하한테 사고가 나서, 외국에서 가만히 보고 있을 수가 있어야지.”최란이 옆에 있는 여름과 윤서를 눈으로 훑었다. ‘스물 남짓 된 아가씨들이네. 주혁이 끼고 노는 가벼운 애들이겠지?’최란은 여름과 윤서를 눈 여겨 보지 않았다.서유인이 입을 막고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너 왜 여기 있어? 강변 부지 개발을 성사시켰다더니 주혁 씨 덕분이었구나!”“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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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9화

“그럼, 그러실래요? 무슨 일 있으면 저한테 전화 주세요.”이주혁은 최란 일행과 함께 가려고 몸을 돌렸다. 그 때, 최란의 핸드폰이 요란스럽게 울렸다.“뭐라고? 돌아왔어? 응, 그래, 그래. 공항으로 바로 갈게.”전화를 끊고 최란은 서유인에게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양하와 하준이가 공항에 도착했단다. 가자. 우리가 마중 나가야지. 진료는 다음 번에 받도록 하지.”“네, 어머님, 저도 하준 씨가 정말 보고 싶어요.”서유인이 기세등등하게 여름을 흘겨보았다. 최란과 서유인은 쌩하니 병원 밖으로 사라졌다.윤서가 슬쩍 긴장해서 여름을 바라보았다. 여름의 얼굴은 전혀 동요하지 않는 것 같았다.“가자, 엘리베이터 왔네.”“그럼 제가 두 분 모시겠습니다.”이주혁이 엘리베이터에 따라 들어가 주먹을 불끈 쥐고 가볍게 기침을 했다.“서유인이 뭣도 모르고 혼자 신나서 저러는데, 하준이 마음은 오로지 강여름 씨에게 있어요. 하준이는 우리가 제일 잘 알아요. 쓸데없는 생각하지 마십시오.”“난 괜찮아요.”여름은 이주혁을 바라보며 빙그레 웃었다. 최양하가 무사히 돌아왔다니 어깨에서 무거운 돌덩이가 떨어져 나간 기분이었다.병원 진료를 마치니 윤서는 여름이 쓸데없는 생각을 할까 걱정이었다. “우리 포장마차 갈래? 잘 하는 집 알아.”“좋아. 우리 서울에서 포장마차는 처음이지?”두 사람은 차를 몰고 포장마차로 향했다. 새우소금구이, 닭발, 양꼬치에 해물파전을 잔뜩 시켜서 먹고 있는데 하준의 전화가 울렸다.“지금 어딥니까?”“지금 해물파전 먹어요.”여름이 무심하게 대답했다. 또 한 소리 들을까 봐 겁이 났다. 하준은 이런 길거리 음식은 혐오하기 때문이다.하준이 잠시 조용해지더니 말했다.“위치 좀 찍어줘요. 그쪽으로 가겠습니다.”여름은 얼떨떨했다. ‘서유인이 그쪽으로 마중 나간다 하지 않았어? 어째서 귀국 하자마자 본가로 가지 않고 날 먼저 찾아 오는 거야?’“여기 길거리 포장마차에요. 여기 어수선해서 최하준 씨는 별로….”“잔소리 말고 빨리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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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0화

“그렇잖아! 예전에 너 어땠어? 강여름, 넌 언제나 똑 부러지고 당당했었잖아. 근데 지금 널 보라고! 이 인간 때문에 얼마나 괴로웠으면 기가 팍 죽어서 다 죽어가고 있잖아!”윤서가 화나 나서 악을 썼다.“사실대로 말할게요. 여름이가 감옥에 있을 때 찾아가서 했던 말, 모두 거짓이에요. 소송 맡아 달라고 부탁하려고 내가 꾸며낸 얘기라고요. 여름이는 감옥에 있어서 아무 것도 몰랐어요. 면회도 안 돼서 얼굴도 못 보는 애가 뭘 알았겠어요?”여름은 당혹감에 이마를 문지르며 하준을 슬쩍 바라보았다. 하준의 얼굴이 어둡게 변하는 것을 보고 아차 싶었다. 여름은 하준의 앞을 가로막았다.“윤서가 날 위한다고 이러는 거에요. 얘랑은 상관 없으니까 제발 윤서는 건드리지 마세요.”“…….”자기가 윤서에게 무슨 짓이라도 할까 싶어서 필사적으로 막는 여름을 보니 가슴이 울적하고 답답했다. ‘강여름 마음 속에 난 악마나 다름없겠지?’“이쪽으로 비켜 봐요. 우리 뭣 좀 먹읍시다.”“네?”“못 들었습니까? 배고프다고.”하준이 여름의 손을 잡아 끌고 의자에 앉았다.테이블에는 전부 자극적인 음식들이어서 하준은 눈살을 찌푸렸다.“내가 먹을만한 음식은 없군요.”‘난 이런 음식은 먹으면 안 되다는 거 알았을 텐데.’“맞다, 이런 거 못 먹죠?”여름이 흠칫했다.“할 수 없죠. 당신이 좋아하니 따라서 먹어보죠.”하준이 젓가락을 들고 음식을 보니 해물파전은 그나마 먹을 만 해 보였다. 푸르크에서 내내 잘 먹지 못해서인지 포장마차 파전 맛은 그야말로 기대 이상이었다.“해물파전 더 시키죠?”여름과 윤서는 어안이 벙벙해서 서로 쳐다보았다. 믿기지 않는 광경이었다.‘이렇게 넘어간다고? 예전처럼 까다롭게 안 따지고?’여름은 하준에게 맵지 않은 메뉴로 몇 가지 더 주문을 했다. 그리고 윤서와는 새우를 먹기 시작했다.굵은 소금 위에 구운 새우는 맛이 기가 막혔다. 다만 껍질 벗기는 것이 힘들어서 귀찮았다.하준은 이런 요상하게 생긴 갑각류가 무슨 맛이 있을까 의문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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