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양하가 푸르크에서 실종되었다는 뉴스가 순식간에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모든 언론에서 최양하 실종 사건을 다뤘다.- 최양하 실종. 친형인 최하준 회장이 최양하 부회장을 위험지역인 푸르크에 파견했다고 한다. 푸르크는 현재 심각한 내전으로 여행 위험지역으로 분류되어 있다. 현재 최양하 부회장은 실종 후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최양하 실종. 푸르크는 오늘 아침에도 총탄이 빗발치고 연기가 자욱하다고 합니다.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어 최양하 부회장의 생존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입니다.- 최양하 실종. FTT최하준 회장 무소불위의 권력 휘둘러 친동생 위험지역으로 내몰아.- 최양하 부회장님은 아주 좋은 분이셨어요. 지속적으로 빈곤지역에 구호품을 지원해 주셨고 학교 건립에 투자도 해 주셨죠. 최하준 회장이 정말 너무하군요.- 권력횡포가 심해서 감히 최하준 회장을 건드리면 회사를 나가야 한다고 봐야죠.- 하하, 최하준 회장 입김이면 뭐든 가능한 게 우리나라죠. 금기사항을 어겼다가는 바로 퇴사입니다. 이상하게 생각할 거 없어요. 최 회장은 신적인 존재니까.순식간에 관련기사와 인기 검색어에서 1순위가 되었다. 여름은 소식을 접하면서 점점 창백해졌다.‘최양하에게 무슨 일이 생기다니!’최양하가 여름을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최하준이 동생을 푸르크로 보내는 일은 없었을 거다. 결국 최양하를 이 지경에 몰아 넣은 것은 여름이었다.******FTT 본사최하준은 곧장 꼭대기 층으로 올라갔다. 사무실에 들어서기 무섭게 최란이 사정 없이 하준을 향해 손을 들었다.하준은 어머니의 손목을 잡았다. 최란은 광분하여 소리를 질러댔다. 분노에 어쩔 줄 몰라하며 벌건 눈으로 노려보았다.“양하가 잘못되기라도 했단 봐라, 넌 죽은 목숨이야!”소매 아래에 있던 하준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옆에 있던 추동현이 황급히 최란의 어깨를 잡았다.“진정해요. 당장은 양하를 찾는 게 급선무지. 티켓을 구해보라고 했으니 내가 다녀올게.”“당신이요?”최란의 얼
일주일 후.여름은 윤서와 함께 병원에 실밥을 뽑으러 갔다.이주혁이 몸소 주차장까지 내려와 두 사람을 맞았다. 여름은 이주혁을 처음 봤다.키가 훤칠한데다 흰색 의사 가운을 입고 안경을 쓰고 있어서 지적인 카리스마가 돋보였다. 입에는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고 있어서 옆에 있는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다만 입술이 너무 얇았다. 그런 사람은 보통 성격이 잔인하다고 하는데 의외였다.윤서가 감동했다.“카메라만 돌리면 영화 촬영장 되겠는데요? 너무 멋있게 생기셨어요.”“농담도 잘하십니다.”이주혁이 빙그레 웃었다.“가시죠. 주치의한테 진료 접수를 해 두었습니다. 이쪽입니다.”“번거롭게 해드리네요. 제가 혼자 가도 되는데요.”여름이 몸둘 바를 몰랐다. 지난 번에는 그런 일로 입원했었고 여름이 가는 곳이 산부인과여서 더 그랬다.이주혁은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괜찮습니다. 하준이가 직접 전화해서 부탁한 거라서요.”여름은 어제 밤 걸려온 전화가 떠올랐다. 하준이 실밥을 뽑으러 가야 한다는 걸 기억하고 있다가 전화를 해 주었다.세 사람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서 있는데 뒤에서 낯익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주혁 씨…”세 사람은 동시에 뒤를 돌아보았다. 여름의 동공이 커졌다. 서유인이었다. 서유인 옆에는 용모가 단정하고 아름다운 중년의 여성이 함께 있었다. 세련된 화장을 하고 삼십 대로 보이는 동안의 외모였다. 풍기는 분위기가 그야말로 기가 세 보였다. 서유인은 옆에서 졸졸 쫓아다니는 모양새였다.“어머님, 오랜만에 뵙네요.”이주혁이 아주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귀국하셨습니까?”“그래. 양하한테 사고가 나서, 외국에서 가만히 보고 있을 수가 있어야지.”최란이 옆에 있는 여름과 윤서를 눈으로 훑었다. ‘스물 남짓 된 아가씨들이네. 주혁이 끼고 노는 가벼운 애들이겠지?’최란은 여름과 윤서를 눈 여겨 보지 않았다.서유인이 입을 막고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너 왜 여기 있어? 강변 부지 개발을 성사시켰다더니 주혁 씨 덕분이었구나!”“ 이
“그럼, 그러실래요? 무슨 일 있으면 저한테 전화 주세요.”이주혁은 최란 일행과 함께 가려고 몸을 돌렸다. 그 때, 최란의 핸드폰이 요란스럽게 울렸다.“뭐라고? 돌아왔어? 응, 그래, 그래. 공항으로 바로 갈게.”전화를 끊고 최란은 서유인에게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양하와 하준이가 공항에 도착했단다. 가자. 우리가 마중 나가야지. 진료는 다음 번에 받도록 하지.”“네, 어머님, 저도 하준 씨가 정말 보고 싶어요.”서유인이 기세등등하게 여름을 흘겨보았다. 최란과 서유인은 쌩하니 병원 밖으로 사라졌다.윤서가 슬쩍 긴장해서 여름을 바라보았다. 여름의 얼굴은 전혀 동요하지 않는 것 같았다.“가자, 엘리베이터 왔네.”“그럼 제가 두 분 모시겠습니다.”이주혁이 엘리베이터에 따라 들어가 주먹을 불끈 쥐고 가볍게 기침을 했다.“서유인이 뭣도 모르고 혼자 신나서 저러는데, 하준이 마음은 오로지 강여름 씨에게 있어요. 하준이는 우리가 제일 잘 알아요. 쓸데없는 생각하지 마십시오.”“난 괜찮아요.”여름은 이주혁을 바라보며 빙그레 웃었다. 최양하가 무사히 돌아왔다니 어깨에서 무거운 돌덩이가 떨어져 나간 기분이었다.병원 진료를 마치니 윤서는 여름이 쓸데없는 생각을 할까 걱정이었다. “우리 포장마차 갈래? 잘 하는 집 알아.”“좋아. 우리 서울에서 포장마차는 처음이지?”두 사람은 차를 몰고 포장마차로 향했다. 새우소금구이, 닭발, 양꼬치에 해물파전을 잔뜩 시켜서 먹고 있는데 하준의 전화가 울렸다.“지금 어딥니까?”“지금 해물파전 먹어요.”여름이 무심하게 대답했다. 또 한 소리 들을까 봐 겁이 났다. 하준은 이런 길거리 음식은 혐오하기 때문이다.하준이 잠시 조용해지더니 말했다.“위치 좀 찍어줘요. 그쪽으로 가겠습니다.”여름은 얼떨떨했다. ‘서유인이 그쪽으로 마중 나간다 하지 않았어? 어째서 귀국 하자마자 본가로 가지 않고 날 먼저 찾아 오는 거야?’“여기 길거리 포장마차에요. 여기 어수선해서 최하준 씨는 별로….”“잔소리 말고 빨리 위치
“그렇잖아! 예전에 너 어땠어? 강여름, 넌 언제나 똑 부러지고 당당했었잖아. 근데 지금 널 보라고! 이 인간 때문에 얼마나 괴로웠으면 기가 팍 죽어서 다 죽어가고 있잖아!”윤서가 화나 나서 악을 썼다.“사실대로 말할게요. 여름이가 감옥에 있을 때 찾아가서 했던 말, 모두 거짓이에요. 소송 맡아 달라고 부탁하려고 내가 꾸며낸 얘기라고요. 여름이는 감옥에 있어서 아무 것도 몰랐어요. 면회도 안 돼서 얼굴도 못 보는 애가 뭘 알았겠어요?”여름은 당혹감에 이마를 문지르며 하준을 슬쩍 바라보았다. 하준의 얼굴이 어둡게 변하는 것을 보고 아차 싶었다. 여름은 하준의 앞을 가로막았다.“윤서가 날 위한다고 이러는 거에요. 얘랑은 상관 없으니까 제발 윤서는 건드리지 마세요.”“…….”자기가 윤서에게 무슨 짓이라도 할까 싶어서 필사적으로 막는 여름을 보니 가슴이 울적하고 답답했다. ‘강여름 마음 속에 난 악마나 다름없겠지?’“이쪽으로 비켜 봐요. 우리 뭣 좀 먹읍시다.”“네?”“못 들었습니까? 배고프다고.”하준이 여름의 손을 잡아 끌고 의자에 앉았다.테이블에는 전부 자극적인 음식들이어서 하준은 눈살을 찌푸렸다.“내가 먹을만한 음식은 없군요.”‘난 이런 음식은 먹으면 안 되다는 거 알았을 텐데.’“맞다, 이런 거 못 먹죠?”여름이 흠칫했다.“할 수 없죠. 당신이 좋아하니 따라서 먹어보죠.”하준이 젓가락을 들고 음식을 보니 해물파전은 그나마 먹을 만 해 보였다. 푸르크에서 내내 잘 먹지 못해서인지 포장마차 파전 맛은 그야말로 기대 이상이었다.“해물파전 더 시키죠?”여름과 윤서는 어안이 벙벙해서 서로 쳐다보았다. 믿기지 않는 광경이었다.‘이렇게 넘어간다고? 예전처럼 까다롭게 안 따지고?’여름은 하준에게 맵지 않은 메뉴로 몇 가지 더 주문을 했다. 그리고 윤서와는 새우를 먹기 시작했다.굵은 소금 위에 구운 새우는 맛이 기가 막혔다. 다만 껍질 벗기는 것이 힘들어서 귀찮았다.하준은 이런 요상하게 생긴 갑각류가 무슨 맛이 있을까 의문스러웠다.
여름은 그만 할 말을 잃었다.‘영화 하나 보는데 상영관 하나를 전세 내다니 과연 FTT 최 회장 답네. 아니, 다른 사람들이 나를 보는 게 창피해서 그러나?’30분 후, 하준이 여름을 데리고 스카이필드 시네마에 나타나자 영화관 매니저가 친히 나와 두 사람을 VIP 커플석으로 안내했다.여름은 자신이 좋아하는 베이글남이 등장하는 액션물을 골랐다. 전에 윤서와 함께 보러 가자고 했던 영화였다.영화가 시작되자, 하준은 여름을 자기 품으로 끌어당겼다. 시간이 좀 지나니 여름은 자세가 불편했지만 하준은 편안해 보였다. 하준의 핸드폰이 두 번 울렸다. 여름이 보니 한 번은 서유인, 또 한 번은 그의 할머니 장춘자였다.하준은 핸드폰을 무음 모드로 전환하더니 주머니에 넣어버렸다. 고개를 숙여 물었다.“이런 장르를 좋아합니까?”“그런대로요”사실 여름은 영화관에서 많은 사람이 함께 보는 그 기분을 좋아했다.“다음에 시간 될 때마다 자주 데려오죠.”하준이 손가락을 여름의 허리에 두고 살짝 눌렀다.“아직 아픕니까?”여름은 오늘 밤 자신을 원한다는 뜻인 줄 알고 순간 놀라 얼어붙었다.“최소 한 달은 더 있어야 해요.”하준이 그윽한 눈으로 내려다보았다.“나도 들어서 굳이 그렇게 말 안 해도 압니다. 류닥 말로는 오늘 아플 거라길래 묻는 겁니다.”“괜찮아요, 이제 안 아파요.”여름은 사실대로 말했다.하준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 여름을 무릎 위에 안고 부드럽게 입맞춤하며 부드럽게 말했다.“다시는 그런 일 없을 겁니다.”“네.”여름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어떤 상처는 아물지 않는 법이다.영화를 다 보고 하준은 여름을 데리고 뉴빌로 갔다.여름이 물었다.“1주일이나 출장을 다녀왔는데 본가에 한 번 안 가봐도 돼요?”“안 갑니다.”하준은 단호했다. 하준은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눕자마자 잠이 들었다. 눈을 꼭 감은 모습에서 최근 얼마나 피곤했는지 알 수 있었다.여름은 핸드폰을 열어 뉴스를 보았다. 하준이 최양하와 함께 귀국하는 사진이 실린 기사가
“안녕하세요, 말씀 나누세요.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여름은 그 자리가 불편해 인사를 하고 나왔다.최란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양하야, 너 저 아가씨 좋아하니?” 최양하의 눈동자가 반짝이더니 고개를 숙였다.“뭐, 조금? 그런데 남자친구가 있어요.”최란은 놀라더니 불만스러운 투로 말했다.“쟤 서 회장 혼외 자식이잖니, 어디 너한테 대겠어? 보니까 혁이랑도 아는 사이 같던데. 주혁이가 얼마나 가벼운 인물인지는 너도 잘 알지?”“여름 씨 그런 사람 아니에요. 그리고 자꾸 혼외자, 혼외자 하지 마세요. 따지고 보면 저도 혼외자 아니었어요?”최양하가 따졌다.“얘가 정말!”최란이 화가 나서 씩씩거렸다.“됐어요, 싸우지들 말아요.”추동현이 부드럽게 타일렀다.“양하는 양하가 좋아하는 사람 선택하게 두기로 했잖아요? 당신 겪은 일 똑같이 겪게 하지 말아요.”최란이 한숨을 내쉬었다.“당할까 봐 그러죠. 하준이가 서유인이랑 결혼하는데 쟤가 또 그 집안 혼외자랑 결혼하면 평생 하준이한테 눌려 살게 돼요.”최양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형님이 서유인과 결혼해요?”“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이번 푸르크 건 때문에 하준이에 대한 평판이 안 좋아졌다고 결혼시키려고 하시더라고. 서 회장 정도 명망 있는 인사 딸과 결혼하면 어느 정도 커버되지 않을까 하고.”갑자기 추동현이 말했다.“강여름 씨, 왜 다시 돌아왔죠?”모두 문 쪽을 바라보니 언제 왔는지 여름이 창백한 얼굴로 서 있었다.“핸드폰을 두고 갔더라고요.”여름은 핸드폰을 들고 바로 떠났다. 머릿속에는 최란의 마지막 말이 울리고 있었다. 가슴을 세게 얻어맞은 것 같고 머리가 깨지는 것 같았다.‘웃기 시네. 어젯밤 자신에게 새우를 까주고, 함께 영화 보고, 그렇게 착각하게 해 놓고 결혼은 서유인이랑 해?흥, 와이프에 내연녀까지 두고 즐기겠다, 이건가?’여름의 뒷모습이 사라지자 최양하는 깊이 감춰두었던 속내를 드러냈다.“저는 여름 씨가 좋아요. 출신이 뭐가 중요해요? 솔직히 말해 서유인은 머저리지만
사무실.시간을 보니 6시였다.여름은 돌아갈 준비를 했다.이때, 하준이 톡을 보내왔다.-저녁에 집에 안 가니 일찍 자요.‘일찍 갈 필요 없겠네.’여름은 다시 기획안을 집어 들었지만 한 글자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아마 오늘 밤 서유인이나 자기 집안 어르신과 함께 혼사를 논의하고 있을 터였다.하준이 곧 결혼한다. 만약 결혼 후에도 이렇게 계속 자신을 놓지 않는다면 여름은 평생 자기 자신이 혐오스러울 것 같았다.‘빨리 힘을 키워서 그 인간에게서 벗어나야만 해.’******최하준의 본가.차에서 내린 하준은 마침 장춘자의 팔을 잡고 정원을 산책 중인 서유인을 보았다.하준은 찡그리며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떠나려 했다.그러나 장춘자가 먼저 하준을 발견하고 다가왔다.“마침 잘 왔다. 유인이랑 딸기 따러 가는데 같이 가자꾸나.”“피곤합니다. 저는 가서 좀 쉬겠….”“나랑 있는 게 피곤하다니? 너에게는 할미가 겨우 그 정도냐?”장춘자의 안색이 확 변했다.하준은 어쩔 수 없이 따라 나섰다.장춘자는 일부러 몇 발짝 떨어져 걸었다. 서유인은 앞에서 걸으며 하준에게 가는 내내 재잘거렸지만, 유인이 열 마디를 하면 하준은 한 마디 대답하는 정도였다.딸기밭에 도착해 딸기를 맛보더니 서유인이 눈을 반짝였다.“딸기가 엄청 달아요.”“딸기 처음 먹습니까? 뭘 그렇게 오버합니까”?하준이 성격대로 내뱉었다.“무슨 말을 그렇게 하니?”화가 난 장춘자가 하준의 등을 때렸다.“아잉, 그러지 마세요.”서유인이 다급히 장춘자를 말리며 빨개진 얼굴로 하준을 올려다보았다.“비웃는 거예요? 딸기가 얼마나 귀여운데요. 여자들은 다 좋아한다고요.”그 말을 들은 하준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강여름도 좋아하겠지? 요즘 날 많이 겁내는 것 같은데 좀 따다 줄까?’그런 생각이 들자 하준은 제일 크고 빨갛게 잘 익은 것만 골라서 열심히 따 담기 시작했다. “이거 봐요, 엄청 크죠? 두 개가 같이 붙어있어요. 꼭 다정한 부부 같지 않아요?”유인은 어렵사리
순간 서유인은 지난번 하준이 누군가를 숨기고 있었던 것이 떠올랐다. 나중에 사람을 시켜 조사해 봤지만, 알아내지 못했었다.“아이고, 내가 전에 정이한테 좀 따다 주라고 했었지.”장춘자가 자신의 머리를 두드리며 말했다.“내 정신 좀 봐.”“그랬군요.”서유인의 안색이 한결 밝아졌다.******저녁 7시 반, 저녁을 먹고 나서 집사가 갑자기 귀한 물건들을 가득 들고 왔다.최대범이 말했다.“잠시 후 유인이 집에 갈 때 이 물건들을 서 회장 네 전해드리거라. 곧 날 잡아 둘이 혼인신고도 하고.”서유인이 수줍어하며 얼굴을 붉히고는 기대 섞인 눈으로 하준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하준은 젓가락을 내려놓고는 차가운 눈으로 물었다.“제가 언제 결혼하겠다고 했습니까?”“언제까지 미룰 셈이냐?”평소 화를 잘 내지 않는 최대범이지만, 이번에는 언성을 높였다.“그래, 네가 양하를 잘 데리고 오긴 했다. 하지만, 네가 친동생을 해치려고 했다는 소문이 무성해. 유인이는 서경주 회장 딸 아니냐? 서 회장은 작년에 10대 인물에 뽑힐 만큼 사람들이 존경하는 인사이니 유인이랑 결혼해 잘살고 있다는 걸 보여주면 외부적인 평판도 호전될 거다.” “나 참!”웃기는 소리라는 듯 하준의 목에서 낮은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저 정도 되는 사람에게 그런 쇼가 필요합니까?”최대범이 말했다.“요즘은 인터넷 세상 아니냐, 쇼 안 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저는 안 합니다.”하준은 바로 일어났다.“제 평판이 신경 쓰인다면 양하더러 회장 자리 앉으라고 하십시오. 제 실력은 충분합니다. 다른 사람이 뭐라고 말하건 신경 안 씁니다.”“기어코 내가 혈압 올라 죽는 꼴을 보겠다, 이거냐?”최대범이 책상을 치며 버럭했다.“이렇게 정정하신데 화났다고 돌아가시지 않습니다.”하준은 우아하게 입술을 닦고는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2분 후, 다시 그 딸기 광주리를 들고 현관으로 내려와 현관으로 갔다.서유인의 안색은 이미 창백해져 있었다. 장춘자가 소리쳤다.“하준아! 유인이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