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671 - 챕터 1680

1699 챕터

1672화

그러나 전에는 하준이 늘 멋대로 자신의 입술을 빼앗고는 했으니 이번에는 자신이 해보고 싶었다.‘몰라. 너무 좋은데 어떡해?”******서울 남쪽의 대도시 광성.어느 조용한 정원의 꽃나무 아래 원연수가 서 있었다. 연분홍 꽃잎이 원연수의 머리에 떨어지며 향기를 내뿜었다.그러나 원연수는 그런 줄도 모르고 그저 핸드폰을 귀에 대고 있느라 정신이 없었다.“장례식장 쪽 일은 내가 깔끔하게 처리했다. 경찰에서 널 찾아갈 일은 없을 거야.”“고마워, 중연 씨.”원연수가 손을 들어 눈에 보이는 나뭇잎을 만지며 작은 소리로 답했다.“고맙기는 뭘. 그런데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는데… 죽은 사람에게 뭐 하려고 그렇게까지 해?”서중연이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그 인간이… 가장 소중한 자매를 죽였거든.”원연수의 검은 두 눈에서는 전혀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다.원연수는 최근에야 겨우 많은 일을 이해하게 되었다. 일전의 지다빈은 강여경이 분장한 것이었으며 지다빈이 가짜라는 사실을 알아내자 강여경은 불을 질러 진짜 지다빈을 불구덩이에 집어 넣었고 그 일로 백소영을 함정에 빠트렸던 것이다.백소영이 감옥에 갇힌 뒤에는 부모님이 차례로 목숨을 잃었다.그러니 강여경은 백소영의 불구대천의 원수였다.다만 그렇게 쉽게 죽어버리다니 너무 아쉬웠다.‘정말 너무 쉽게 갔어.’“그랬구나.”서중연이 말했다.“다친 건 좀 어때? 서울은 언제 올래? 인간쓰레기 아버지 상대한다고 몸까지 그렇게 상해서 되겠어? 내가 해결해 줬으면 간단할 걸.”“됐어. 우리 사이는 비밀로 해둬야지.”원연수가 통화를 끝냈다.어머니인 서영란이 니트를 들고 나와 원연수의 어깨에 덮어주었다.“얘는, 감기 걸리려고 그렇게 얇게 입고 나와 있어?”“전 괜찮아요.”원연수가 눈 앞의 자상한 중년 부인을 바라보았다. 누가 심장을 꽉 움켜쥔 것처럼 아렸다.이 몸을 낳아준 어머니는 눈 앞에 있지만 진짜 자기 엄마인 연화정은 이미 세상에 없다.자신의 원수를 값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가슴에 남은 상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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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3화

변호사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형을 받아 봤자 1~2년일 겁니다. 놈들은 일부러 강태환 부부를 공격한 게 아니라 그냥 부딪히면서 밟힌 거라고 주장했습니다. 게다가 미안하다면서 위자료를 물겠다고 아주 성실하게 죄를 인정하고 있어서요.”양유진이 코웃음을 쳤다.“아주 일을 깔끔하게 해치웠군.”“강여름 말씀입니까?”변호사가 조심스럽게 양유진의 싸늘한 얼굴을 살폈다.“강여름이라니? 누구 이름을 그렇게 멋대로 불러?”양유진이 변호사를 쏘아보았다.변호사는 부르르 몸을 떨며 아무 말도 못했다.양유진은 창문을 열고 거칠게 넥타이를 느슨히 했다. 지금의 양유진은 예전의 최하준 수준과 비견할 정도로 높아졌다. 그러나 한때 오명을 날리던 양유진도 지위와 재산이 생긴 아부하려는 자가 줄을 섰다. 심지어 양유진을 피하던 여자들도 이제는 어떻게든 양유진의 침대에 오르려고 난리였다.그러니 욕구를 풀기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진정한 사랑은….양유진의 마음 속에는 여전히 강여름 뿐이었다.그 지혜, 침착함, 영리함, 미모는 다른 곳에서는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최고의 여자였다.하지만 여름은 그 멍청이를 싸고 돌지언정 단 한마디도 후회한다는 말이 없었다.양유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최하준의 지능을 망가트려 놓은 것은 그야 말로 대단 한 업적이었다. 이제 앞으로 FTT까지도 몽땅 내 손에 들어오게 될 거야.FTT의 회장이라고 날 그렇게 모욕했었지?흥, 그간이 빚은 내가 천천히 받아내겠다.네놈이 지적 장애를 얻은 것은 이제 겨우 시작에 불과해.’******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여름은 농구장에서 여울, 하늘과 하준 세 사람이 농구 하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잠시 후 상혁이 왔다.“경찰서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출소한 지 얼마 안 되는 건달이 벌인 짓이랍니다. 이미 잡아들였다네요. 강여경과 개인적인 원한이 있었답니다. 강태환 부부가 합의를 해주지 않고 경찰에 사모님을 조사하라고 난리랍니다. 하지만 증거와 동기가 너무 확실해서 경찰에서는 사건을 이미 종결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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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4화

하준이 자기에게까지 질투를 하다니 상혁은 난감했다.“회사 일을 보고 드리고 있었습니다. 늦었으니 저는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서둘러 떠나는 상혁의 뒷모습을 보며 여름은 수건으로 하준의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아 주었다.“김 실장님은 예의바르게 대해야지. 우리 회사를 위해서 엄청 애써주고 계신단 말이야. 김 실장님은 오로지 쭌 생각만 한다고.”“난 모르는 사람인데 왜 내 생각을 해?”하준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여름은 어이가 없었지만 침착하게 설명했다. “쭌은 최 씨지? 우리 집안에 아주 큰 회사가 있는데 요즘 상황이 좀 어려워졌거든. 김 실장님은 아주 유능한 인재라서 여기저기서 데려가려는 데가 많은데 도 여전히 남아서 일하면서 날 도와주고 있어. 김 실장님이 없으면 난 너무 힘들었을 거야.”하준은 완전히 감탄한 얼굴이었다.한참을 그러고 있더니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입이 비죽 나왔다.“그치만 내가 엄청 멋지게 3점 슛 넣었는데 안 봐주니까 그랬지.”3점 슛?”여름은 살짝 의심스러웠다.“그렇게 잘 한다고?”“그럼. 내가 얼마나 잘하는데.”하준이 턱을 치켜들며 한껏 오만한 포즈를 취했다.“엄마, 쭌 굉장하다니까요.”여울이 뛰어오더니 여름의 귀에 대고 종알거렸다.“머리가 2살 밖에 안 된다면서요? 그래서 실컷 놀려 먹으려고 했는데 농구를 전보다 더 잘하잖아?”“……”여름은 우스워서 여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사람을 무시하면 쓰나?”“아니, 쭌이 날 무시한다니까요.”여울이 발을 굴렀다.“네가 농구를 못하니까 그렇지.”하준이 으쓱해서 하늘을 쳐다보았다.“뭐 하늘이 형은 그냥 그렇더라. 나에게 양보해 준다더니 해보니까 별거 아니던데? 그냥 여울이보다 좀 나은 정도?”졸지에 무시당한 하늘은 할 말을 잃었다.‘저기, 자꾸 형이라고 부르지 말아주실래요? 놀리는 것 같거든요.’“이제 안 놀아. 민관이 삼촌하고 태권도 배우기로 했거든.”하늘이 시원스럽게 공을 내던지고 갔다.“태권도? 나도 할래.”하준이 눈을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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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5화

여름은 하준을 데리고 그대로 서재로 들어갔다. 오늘밤 하준은 계속해서 여름을 깜짝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전에 의사가 지능이 계속 2살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고 했을 때 여름은 심장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그러나 최악의 절망 속에서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았다. 지금 하준은 모르는 것이 많다. 심지어 글자도 읽을 줄 모른다. 그러나 농구나 무예처럼 예전에 몸이 익혔던 것은 몸이 기억하는 듯하다.“앉아 봐.”여름은 책상에 그림책을 하나 펼쳤다.“오늘부터 글자를 가르쳐줄 거야.”“어.”하준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준이 앉자 여름은 그대로 하준의 다리에 앉았다.친밀한 자세에 하준은 순간 당황해서 어설프게 여름의 가느다란 허리를 안았다. 여름에게서 풍기는 은은한 향기에 하준의 호흡이 빨라졌다.책을 펼치던 여름은 갑자기 뭔가를 느끼고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너무 기능을 잘하게 된 거 아니냐고!’“여름아, 저기….”하준이 곤란한 듯 입술을 깨물었다.“해줘.”여름은 책을 들고 얼굴을 붉혔다.“난 글자 가르치러 왔거든.”“난 지금 공부할 생각이 없는데.”하준이 가련한 얼굴을 하고 여름을 빤히 바라보았다.“……”30분 뒤.책은 한쪽으로 치워졌다.여름은 책상에 앉아서 두 손으로 하준의 목을 감았다. 하준의 뜨거운 키스가 점점 아래로 내려왔다.여름은 숨을 쉴 수 없을 지경이었다.얼마 전까지만해도 그렇게 어설프던 하준의 키스가 놀라울 정도로 발전했다.이전의 하준처럼 카리스마 넘치고 뜨거웠다. 여름을 단숨에 삼켜버릴 듯한 기세였다.지능은 떨어졌지만 성격은 여전했다.특히나 두 사람의 친밀한 행위에서 보이는 하준의 모습은 달라진 것이 없었다.여름은 그런 하준에게 특히나 빠져들었다.몸 속에서 갈망이 솟아났다.전에는 하준의 몸이 회복이 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두 사람은 꽤 오랜 시간 관계를 가지지 못했다.욕망이 생기기 시작하자 억제하기 힘들었다.“쭌….”이 순간 여름은 하준에게 글자를 가르치려고 서재에 들어왔다는 사실조차도 완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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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6화

말을 마친 여름은 여울을 제리고 서재에서 나갔다.허둥지둥 서두르는 게 눈에 보였다.아무리 담대한 여름이라고 해도 부끄러워 죽을 지경이었다.‘하마터면 완전히 정신줄을 놓을 뻔했어.아니, 왜 이렇게 자제가 안 되는 거야?이래가지고서는 위엄이 사라진다고.’여울을 씻기고 옷을 갈아 입히고 나자 차마 서재로 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그래서 결국 하늘에게 하준을 불러와서 둘이 같이 씻으라고 했다.“오늘은 하늘이가 준에게 목욕하는 법을 가르쳐 봐.”여름이 아들에게 지시했다.“싫어. 왜? 여름이가 씻겨 줘.”하준은 여름의 말을 듣자마자 싫은 얼굴을 했다.“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그러면 쭌도 엄마에게 씻겨달라고 해.”하늘이 하준을 흘려보았다.“손이 있으니까 혼자 씻어 봐. 여자애가 남자애를 씻기면 안 돼. 몸을 마구 여자애들에게 보여주는 거 아니라고.”“……”‘아니거든, 아들아. 여자 친구는 남자 친구랑 그럴 수 있다고.너무 원리 원칙대로 가르쳐 주지 마. 최하준이 나에게도 몸을 안 보여주면 어쩌란 말이야?’아니나 다를까 하준이 미간을 찌푸렸다.“그러면 여자애가 내 몸을 보고 싶다고 하면?”“그건 변태지.”그렇게 말하더니 하늘은 목욕탕으로 쑥 들어가 버렸다.하준이 복잡한 눈으로 변태 강여름을 흘긋 쳐다보았다.여름의 머리에서 김이 나오는 게 보일 지경이었다. 그러나 아이 앞에서 다른 말은 할 수 없어서 하준의 등을 떠밀었다.“얼른 들어가서 씻어.”그러더니 여름은 여울이의 옷을 들고 씻으러 가는 척 했따.밤이 되자 네 사람은 큰 침대에 다 같이 누웠다.늘 하던 대로 하늘과 여울이 가운데 자리했다. 그런데 오늘은 큰 아기가 하나 늘어버렸다. 여울이 한사코 엄마 곁에서 자려고 했기 때문에 하늘은 반대편으로 밀려났다. 하준은 여울과 하늘 중간에 끼어 있었다.하준은 자기 자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내 여름 쪽으로 비비고 들어갔다. 가운데 끼어 있던 여울이 마침내 폭발하고 말았다.“쭌이랑 엄마 사이에 껴서 짜부됐잖아! 하늘이 쪽으로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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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7화

창으로 달빛이 들어왔다. 여름의 얼굴이 달아올라 뜨거워졌다. 속으로 물색 없는 하준을 얼마나 욕했는지 모른다전에 그렇게 자신과 이혼하고 백지안과 함께 해야 한다고 난리더니 그 다음에는 다시 둘이 다시 사귀어야 한다고 난리, 그러더니 이제는 변태라고까지…‘대체 누가 날 변태로 만든 거냐고?나도 한 때는 순진하고 사랑스러운 소녀였는데….인제는 변태 소리나 듣고 말이야. 전에 나에게 뽀뽀해 달라고 할 때는 왜 변태라고 안 하고?’아무리 지능에 문제가 생겼으니 신경 쓸 일이 아니라고 해도 여름은 뭔가 억울했다.“아아, 그으래….”여름은 입술을 깨물고 낮게 속삭였다.“그러면 앞으로 쭌 안 볼 거야. 생각해 보니까 부적절한 일인 것 같네. 앞으로 옷 갈아 입을 때는 아빠한테 가서 입혀달라고 해.”하준은 움찔했다. 그러기 싫다는 듯 눈을 깜빡였다.“아빠한테 가기 싫은데. 여름이가 해줘.”“왜? 내가 쭌의 몸을 보면 번태라며?”여름이 유유히 물었다.“그러면… 난 여름이가 변태인 게 좋아.”하준이 여름에게 바짝 기대왔다. 여름이 귀에 하준의 뜨거운 숨이 닿아 불이 붙는 것 같았다.“……”여름의 입꼬리가 씰룩거렸다.‘뭐냐? 지금 날 놀리는 거야?”여름은 눈을 감고 모른 척했다.“여름아…”여름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하준이 여름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뭐라고 말 좀 해 봐.”질척거리는 하준을 보자 여름은 골치가 아팠다. 지금 확실히 얘기해주지 않으면 아무래도 끝이 날 것 같지 않았다. 무엇보다 여울과 하늘이 깰 까봐 겁이 났다.“나이가 어리다는 것만 믿고 함부로 굴면 안 돼.”여름은 가차없이 말을 이었다.“나랑 뽀뽀하고 애가 옷 갈아 입혀 줄 때 기분 좋지? 그러면서 나더러 내가 변태라고? 그러면 쭌은 뭔데?”하준은 멍했다. 거의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지만 여름이 화가 난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여름이 그렇게 엄한 모습은 처음 봐서 하준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여름이에게 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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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8화

“화 안 났어.”여름이 고개를 저었다.“그냥 우리는 무슨 사이일까 하고 생각했어. 난 쭌에게 어떤 사람이야?”하준은 잠시 진지하게 생각하더니 더듬더듬 입을 열었다.“이모. 내가 좋아하는 사람….”여름은 씁쓸하게 웃었다.“난 이모가 아니야. 됐다. 이런 소리 해서 뭐 해? 잠이나 자자.”여름이 창문을 향해 돌아누웠다.속으로 자신이 원망스러웠다.‘그런 건 물어서 뭐 해? 지금 어린애나 다름 없는 상태인데. 사랑이 뭔지도 모르고 끽해야 좋아한다는 말이나 할 게 뻔했잖아.’하준은 가느다란 여름의 그림자를 보며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뭔가 찌르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너무나 아프고 가슴이 벌렁거렸다.왜 이렇게 견디기 어려운지, 자신이 뭔가 잘못 대답한 것인지 불안했다.하준은 너무나 당황해서 잠이 오지 않았다.아침에 일어 났을 때 기운이 없는 눈가에는 다크서클이 내려와 있었다.여름은 능숙하게 여울과 하늘을 씻겼다. 하준은 조용히 다가갔다.“나도 씻겨줘.”“혼자 해 봐.”치약을 짜주더니 여름이 엄하게 말했다.“평생 나에게 기대서 살 수는 없어. 혼자서 하는 법을 배워야지.”하준은 진지한 여름의 얼굴을 보면서 할 수 없이 시키는 대로 이를 닦았다.하늘과 여울은 빠르게 아침을 먹고 등원했다. 하준은 어설프게 밥을 떠 먹었다. 사뭇 불만스러운 표정이었다.여름이 한마디 했다.“선생님 세 분을 불렀어. 아침 먹고 나면 선생님이 글자랑 영어 가르쳐 주실 거야. 오후에는 금융을 배울 거야.”최란이 혀를 내둘렀다.“너무 과한 거 아니니?”“하준 씨의 학습 수용능력은 보통 사람을 초월해요. 다 원래 머리 속에 들어 있던 지식이에요. 아마도 선생님은 그걸 환기 시키는 역할 정도를 해주게 될 거예요. 만약 이 방법이 안 통한다면 방법을 바꿔 볼게요”여름이 정색했다.“하준 씨는 지금 하늘이처럼 순서대로 차례차례 지식을 쌓아가며 성장하는 게 아닐 거예요. 그런 흐름으로 가다가는 40~50살이 되어 버릴 거예요.”최란은 말문이 막혔다. 여름이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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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9화

식당에는 다시 잠깐 정적이 흘렸다.최란과 한병후가 서로 마주 보았다. 두 사람은 여름의 말에 흥미가 일었다.확실히 여름의 생각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었다.“정말 미안하다.”최란이 죄책감에 마음이 아픈 듯 말했다.“하준이가 정말 너에게 너무 빚이 많다. 두 사람이 사귀면서 계속해서 일방적으로 너에게 희생이 강요되었는데 그걸 다 품어주었구나.”“누가 누구에게 빚진 거 없습니다. 아마도 저와 하준 씨는 그런 운명이었는지도 모르죠. 사랑에 빠지는 건 쉬울지 몰라도 그 사랑을 평생토록 유지하는 건 정말 어렵네요.”말을 하면서 여름은 점점 더 마음이 쓰려졌다. 그간행복을 찾았다고 생각할 때마다 더 큰 좌절을 맛보았던 것ㅇ다.여름은 일어나 고개를 떨군 채로 자리를 떠났다.최란과 한병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사랑하기는 쉬워도 지키기는 어렵다….’여름의 말은 자기들의 이야기이기도 했다.그러나 여름과 하준에 비교하면 자신들은 조금 더 운이 좋은 편이라고 해야 할 것 같았다 최소한 같이 앉아서 밥은 먹을 수 있지 않은가?“어떻게 생각해요?”최란이 씁쓸하게 한병후를 보고 물었다.“여름이 생각대로 하지. 생각해 봐요. 정말 불공평하지. 하준이는 여름이를 행복하게 해주기 보다 상처를 많이 줬지. 반면에 여름이는 하준이 대신 회사 관리하랴, 애들 돌보랴, 심지어 하준이 본인까지도 돌보고 있어. 뒤로는 양유진, 백지안이 호심탐탐 노리는데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 젊은애 혼자서 견디기에 너무 힘들 거야.”한병후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하지만 하준이 성격에 동의할 리가 없잖아.”최란은 골치가 아팠다.“제가 동의를 안 하면 어쩔 거야? 평생 저러고 여름이에게 돌봐달라고 할 수도 없잖아.”한병후가 강경하게 말했다.******군 병원.강신희는 철문을 잡고 미친 듯 소리를 질렀다.“차진욱! 이 짐승! 감히 날 가둬? 내가 왜 이런 짐승을 못 알아봤을까?”“이혼해! 날 놔줘!”“여경이를 보게 해줘. 여경이를 어쩐 거야?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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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0화

“회장님, 지난 번에 의뢰한 사모님과 여울이 친자 감별이 끝났습니다.”맥퀸이 다급히 다가왔다.“니아만에서 결과를 찍어서 보냈습니다. 한 번 보시죠.”차진욱이 핸드폰을 받아서 보았다. 여울과 강신희의 모녀관계는 확인할 수 없지만 미토콘드리아 검사 결과 친혈육인 것이 확인 되었다. CB그룹의 최고 의료 시설에서 두 사람의 관계를 확인해준 것이었다.여울이가 강태환의 손녀라면 강신희와 여울은 조금 더 관계가 멀어진다. 그러나 두 사람의 유전자와 미토콘드리아 분석 결과 이모 할머니와 조카손녀가 아닌 외할머니와 외손녀 관계가 확실한 것이 드러났다.분노에 찬 맥퀸의 목소리가 들렸다. “완전히 강여경에게 속은 겁니다. 보아하니 전에 도련님이 검사했던 머리카락도 모두 강여름의 것이었던 모양입니다. 강여경이 막 니아만에 왔을 때 묵었던 호텔을 조사해 봤습니다. 메이드가 그러는데 빗에서 머리카락을 빼서 드렸다고 하더군요. 머리에서 직접 뽑은 게 아니고.”“민우를 나무랄 수도 없지. 누가 머리카락을 한 올씩 바꿔치기 한다는 생각을 했겠나?”차진욱의 싸늘한 눈이 가늘어졌다.‘정말 아주 제대로 디테일하게 작전을 짰었군.’“사모님께 말씀드릴까요?”맥퀸이 망설이며 물었다.“그 사람이 믿겠나?”차진욱이 코웃음을 쳤다.“지금 날 전혀 신뢰하지 않는데. 내가 거짓으로 꾸며냈다고 생각할 거라고. 지금 자기를 없애고 강여름과 결혼하려고 한다고 생각하니까.”“하아, 사모님도 참….”맥퀸이 이마를 문질렀다.“얼마나 지나야 좋아지시려는지….”“완전히 치료하려면 반년은 걸린다고 하더군.”차진욱이 미간을 문질렀다.“아무래도 이쪽 의료가 우리 쪽보다 못한 것 같아. 좀 일찍 신희를 니아만으로 옮기고 싶어.”“그것도 괜찮겠네요. 사모님이 계속 여기 계시는 것도 시한폭탄 터지기만 기다리는 것 같아서요. 강여경 사망 소식이라고 들으시면 큰일입니다.”맥퀸이 말을 이었다. “아, 조사해 밨습니다. 강여경과 강태환 부부가 내내 가족으로 되어 있어서 이쪽 법에 따르면 강여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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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1화

“네, 함께 해주시면 너무 안심될 것 같아요.”전면창 앞에서 여름은 빙긋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내일 이사회에 여름은 사실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차진욱이 나와준다니 여름은 심장을 짓누르던 큰 바위가 한결 가벼워진 기분이었다.“나가…. 당신에게 배울 필요 없다니까….”“나가라면 나가죠. 이래 놓고 내일 다시 부르지 마십시오. 절대 안 와요!”“……”갑자기 복도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여름은 미간을 찡그리며 문을 열었다. 여름이 부른 선생님이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문을 나서고 있었다.복도에는 책이 마구 널부러져 있었다.하준은 그 옆에 서 있었다. 여름이 나오는 것을 보더니 억울하다는 듯 까만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화났다는 듯 여름을 노려보더니 서재로 들어가 버렸다.그러면서 문을 있는 힘껏 쾅하고 닫았다.“이 녀석, 열지 못 해? 어디 선생님께 이 따위 버르장버리냐? 우리 좋으라고 공부하라고 하냐? 다 너 좋으라고 하는 거 아니냐? 평생 이러고 문맹으로 지낼 셈이야? 여울이와 하늘이도 너보다 아는 글자가 많다.”하준의 태도에 한병후는 있는 대로 화가 났다.“안 해! 공부하기 싫다니까! 날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글자 따위 몰라도 상관 없다고!”하준의 목소리가 문 너머에서 들려왔다.“좋아하는 사람이 없다니? 널 아끼니까 공부하라고 하잖아? 네가 더 잘 됐으면 해서!”한병후는 머리가 아팠다. 자식을 가르쳐 본 경험이 없이 쉰이 넘어서 좋은 아버지가 되려고 해도 오히러 하준을 자극하는 말만 할 뿐이었다.“여름이가 날 안 좋아하니까 공부 안 해. 다 필요 없어. 여름이만 날 좋아하면 된단 말이야!”당당하기 그지 없는 하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한병후는 난감해졌다.“여름이가 왜 널 안 좋아해? 여름이가 선생님도 아닌데 널 어떻게 가르치냐? 그리고 여름이도 자기 생활이 있어. 어떻게 1분 1초를 다 너에게 붙어 있냐? 계속 이러면 여름이가 정말로 널 안 좋아하게 된다!”“……”서재가 갑자기 조용해졌다.하준도 아무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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