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641 - 챕터 1650

1699 챕터

1642화

“네가 정말로 신희의 딸이라면 그렇겠지.”차진욱의 날카로운 두 눈은 모든 것을 꿰뚫는 듯했다.“데려가!”“당연히 딸이죠. 친자확인이 가장 확실한 증거잖아요?”강여경은 이제 대놓고 필사적으로 나왔다.“강여름하고 바람난 주제에, 둘이서 짜고 엄마를 속였잖아요? 위선으로 똘똘 뭉친 위선자!”강여름의 막말에 차진욱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강여경이 완전히 끌려가서 안 보일 때까지 얼굴이 풀어지지 않았다.“자네는 이제 가보게.”차진욱이 강신희를 안아 들고 가서 차를 타더니 떠났다.여름인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머릿속에는 차진욱의 한 마디가 남아서 맴돌았다.‘네가 정말로 신희의 딸이라면 그렇겠지.’보아하니 차진욱은 이제 강여경의 정체를 의심하는 듯했다.‘하지만 그래도 강신희는 믿어주지 않겠지.’여름의 입꼬리가 자조적으로 올라갔다. 사실 강신희의 딸인지 아닌지는 이제 여름에게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악의로 가득 차 자신에게 내뱉었던 강신희의 말을 생각하면 자기 몸에 흐르는 피마저 부정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그런 사람이 자신을 낳아준 엄마라는 사실이 싫었다.인정하고 싶지 않았다.“사모님을 어디로 데려가는 걸까요?”차윤이 의아한 듯 물었다.“기절했으니 병원에 가겠죠.”여름은 여울을 안았다.“차 실장은 경찰서에 가서 납치 사건 조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아봐 줘요. 뭘 알아냈는지. 아마도 강여경이 그렇게 쉽게 납치범들에게 휘둘릴 정도로 뭘 남기진 않았겠지만.”“알겠습니다.”여름은 여울을 데리고 차에 올랐다.여울은 내내 여름의 품에 안겨 있었다.“아까 그 할머니가 날 납치했어요? 나쁜 사람이네.”“…그래. 나쁘지. 너무 싫다.”작은 여울의 머리를 꼭 껴안으며 여름이 속삭였다.“여울이가 좋아하는 초콜릿을 사줄게.”“싫어.”여울은 몸을 떨었다.“다시는 달달이 안 먹을래요. 내가 달달이를 살 때마다 무서운 일이 생겼어. 인제 안 먹을 거예요. 안아줘요.”창백하게 질린 작은 얼굴을 보는 여름의 마음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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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3화

“네가 날 어떻게 지킨다고? 너도 어린애면서.”여울이 콧등을 찡긋하며 답했다.“앞으로 매일 달리기도 하고 태권도도 할 거야. 민관 삼촌에게 태권도 배우기로 했어.”하늘이의 눈이 단호한 결심으로 번뜩였다.‘내가 여울이도, 엄마도, 아빠도 다 지켜줄 거야.내가 너무 게을렀어. 이번 일로 내가 얼마나 쓸모없는지 알았어.말로는 가족을 지키겠다 했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못 했잖아.’“그런 걸로 너무 스트레스받지 마.”여름은 하늘의 그런 모습을 보자 걱정이 되었다.“괜찮아요. 적당한 스트레스는 동기가 되거든요. 내가 너무 안일했어요. 아빠에게 일이 생겨서 이제는 엄마가 모든 것을 책임지는데 내가 빨리 자라서 도와줄게요.”하늘이가 작은 얼굴을 번쩍 쳐들고 말했다.여름은 깜짝 놀랐다. 마음이 따뜻해지면서도 찌릿했다.‘아이가 부모를 걱정하는 것은 맞지만 아직 너무 어린아이인데. 아무 걱정 없이 자라야 할 아이들이 마음 편히 지내지도 못하는구나.’“엄마는 하늘이가 너무 무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여름이 부드럽게 말을 건넸다.“강여경은 이미 갇혔으니 한동안은 잠잠할 거야.”“갇혔다고?”최란이 기뻐했다.“경찰에서 이번 납치를 강여경이 했다는 증거를 잡은 거니?”“아직이오.”여름이 고개를 저었다.“차진욱 회장이 잡아뒀어요. 경찰이 잡은 납치범은 아마도 이번 일을 강신희가 사주했다고 할 거예요.”한병후가 미간을 찌푸렸다.“강신희가... 연관이 있나?”“무슨 소리예요?”최란이 한병후를 흘끗 쳐다봤다.“여름이 엄마인데 어떻게 그런 짓을…”“아마도 그럴 겁니다.”여름이 최란의 말을 끊었다.“이번 일을 알고 있는 것을 보면 강신희가 동의했을 겁니다.”최란은 할 말을 잃었다. 그러나 울컥 화가 치솟기도 했다. 자신도 사업 면에서는 냉혹하고 무정하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남의 아이를 납치한다는 것은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다.“우리 외할머니가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영원히.”갑자기 하늘이가 단호하게 말했다.“나도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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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4화

한병후도 난처했다. 나이 든 두 노인네는 얼굴이 다 화끈거렸다.그 장면을 보던 여름은 웃음이 터질 뻔했다. 그러나 꾹 참았다. 사실 여름은 두 어르신이 재결합하기를 바라고 있었다.“그건 안 된다, 여울아.”최란이 억지로 부드러운 목소리를 내서 거절했다.“왜 안 돼요? 내 친구는 맨날 할아버지 할머니랑 같이 잔대요.”여울이가 당당하게 주장했다.“나랑 할머니는 이혼했는걸.”한병후가 낮은 목소리로 해명했다.“하지만 우리 엄마랑 아빠도 이혼했는데 매일 같이 자는데?”여울이 해맑은 얼굴로 물었다.졸지에 끌려들어 간 여름은 할 말을 잃었다.“저기, 저는 먼저 가보겠습니다.”여름이 손을 흔들었다. 얼른 그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여울이의 말발을 최란과 한병후가 맡아주길 바랄 뿐이었다.여름은 쌍둥이에게 뽀뽀해주고는 내빼버렸다.한병후와 최란은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 마주 보았다. 두 사람도 도망치고 싶었지만 도저히 도망칠 상황이 아니었다.아들에게 사고가 났으니 손주를 돌보는 것은 두 사람의 책임이었다.“네? 같이 자요, 네?”여울이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손을 하나씩 잡고 흔들었다.“나도 엄마 아빠랑 자고 싶은데 안 되잖아요.”여울이 코를 훌쩍이며 우는 척을 했다.최란은 마음이 약해서 허둥지둥 하늘을 쳐다보았다.“네가 여울이를 좀 달래 봐라.”“제가 울린 것도 아닌데요.”하늘은 뒤로 쓱 빠졌다.“아빠도 참…. 이상한 아줌마에게 속아서 엄마랑 이혼하고. 간신히 다시 만나나 싶었더니 또 당하고. 이제는 머리도 아가처럼 되어 버렸잖아요? 이제는 엄마까지 빼앗아 가고. 다시 만나면 이제 우리도 엄마 아빠가 다 생기는 줄 알았더니 엄마까지 없어졌어.”한병후와 최란은 하늘의 말에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하늘의 말에 틀린 게 하나도 없었다.최란은 한병후를 쳐다봤다.“어떡해요?”한병후는 심란했다. 뭐라고 하겠는가? 아들놈이 문제였다. 계속해서 백지안에게 당해서 강여름이 쌍둥이도 돌보지 못하고 병원으로 달려가게 만들지 않았는가?결국은 쌍둥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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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5화

여름의 차는 곧 병원으로 향했다. 저도 모르게 한병후와 최란이 불쌍하게 느껴졌다.여울과 하늘이 노인네들을 몰아붙일 게 뻔했기 때문이었다.그러나 그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한병후가 말은 쌀쌀맞게 하지만 수십 년이 지나도록 재혼도 하지 않고 지금도 다른 여자가 없다는 것은 어쩌면 마음속에서 최란을 내려놓지 않았다는 증거인지도 모른다.병원에 도착하니 거의 저녁 8시가 다 되어 있었다.여름은 얼른 병실로 들어갔다. 하준은 옆으로 돌아누워서 문을 등지고 몸을 돌돌 말고 있었다. 창백한 병실 조명이 비춰 한결 더 쓸쓸한 느낌이었다.상혁이 일어났다. 정말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여름은 고개를 끄덕하고는 하준에게 살며시 다가갔다.하준의 얼굴에 슬픔, 외로움 등의 감정이 교차하고 있었다.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곧 떨어져 내릴 눈물방울을 억지로 참고 있는 듯했다. 입술을 꼭 다물고 ‘엄청 괴롭지만 꾹 참고 있어’라는 얼굴이었다.여름은 심장이 녹아내리는 듯했다.다 큰 남자가 그렇게 귀여운 얼굴을 하고 있다니 참을 수가 없었다.침대 가에 앉아 가만히 하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밥은 왜 안 먹었어? 배 안 고파?”여름을 보더니 하준의 눈이 반짝했다. 눈 속에서 무수한 별이 반짝이는 듯했다.보이지 않는 꼬리가 초스피드로 살랑거리는 게 보이는 듯했다.“왔어?”“응.”여름이 다시 물었다.“왜 밥 안 먹었어?”“여름이가 없으니까 먹기 싫어.”하준이 비죽거리며 상혁을 흘겨보았다.“저 아저씨 싫어. 안 예뻐.”“……”‘회장님이 그렇게 미인을 좋아하시는지 몰랐네요.’“예쁜 게 뭐라고.”여름이 부드럽게 타일렀다.“그리고 아저씨가 얼마나 널 좋아하는데.”“필요 없어. 난 여름이만 있으면 돼.”하준이 눈을 깜빡이며 여름을 바라보았다.하준의 직설적인 눈빛을 받은 여름은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러나 오늘 너무 많은 일이 벌어져 여름은 피곤했다. 도저히 하준과 사랑을 나눌 기력이 없었다.“내가 밥 먹여줄게.”“그래.”하준이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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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6화

하준은 지능이 떨어지기는 했어도 여름이 갑자기 기분이 안 좋아졌다는 정도는 알 수 있었다.얼른 입을 열었다.“거, 걱정하지 마. 나는… 막 돌아다니지도 않고… 걱정도 안 시킬게.”“그래, 착하네.”여름이 하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여울이는 막 돌아다닌 게 아니라 납치당했어. 하준이도 절대 내 곁에서 떨어지지 마. 누가 잡아갈지도 모르니까. 그러면 영원히 날 못 보게 돼.”“나쁘다!”하준은 화가 난 듯 인상 썼다.“난 얌전해. 아무 데도 가지 말래서 오늘도 가만있었어.”“그래. 아주 잘했어.”여름이 밥을 떠먹였다.하준이 여름에게 숟가락을 밀었다.“여름이도 먹어.”“그래.”하준의 애정을 읽고 나니 여름은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지능은 떨어져도 공감 능력은 떨어지지 않았구나 싶었다. 사실 여름도 배가 매우 고팠다.두 사람이 같이 밥을 먹고 나자 여름은 너무 피곤해졌다. 되는 대로 하준을 씻기고 침대에 누워서 같이 애니메이션을 보았다.그러나 여름은 곧 잠들어 버렸다.하준이 돌아보니 여름이 너무나 예뻤다.피부는 우유처럼 뽀얗고 가느다란 눈썹은 새의 깃털 같았다.분홍 입술은 젤리처럼 촉촉하고 탱글탱글한 느낌이었다.하준은 여름의 맛을 기억했다. 달콤한 맛. 입속은 더욱 달콤한….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몸이 달아올랐다. 자기 몸이 왜 그러는지 몰라서 견딜 수가 없었다.여름을 깨우지 않으려고 했다.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나중에는 호흡까지 가빠졌다.여름이 눈을 떠보니 하준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여름은 깜짝 놀랐다. 계단에서 굴러떨어진 후유증인가 싶었다.“왜 그래? 어디 불편해?”“응. 왜 그런지 모르겠어.”하준이 순진한 얼굴로 여름의 손을 잡아 바지 속으로 잡아끌었다.“……”두 살짜리 지능에 대체 이 몸은….“갑자기 왜 이러지?”여름은 난처했다.“나도 몰라.”하준이 애처로운 얼굴로 여름을 바라보았다.“어떻게 해줘.”“미안. 가끔은 혼자서도 하고 그래야지.”여름이 하준의 손을 바지 속으로 넣어주었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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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7화

“정상인이 먹으면 어떻게 됩니까?” 차진욱이 문득 말을 끊었다. 안색이 매우 좋지 않았다.의사가 흠칫했다.“그건 상당히 골치가 아픈데요. 아시다시피 어떤 약이든 독성은 있기 마련이라서요. 초기에는 수면 장애, 피로 등 증상이 있을 테고요. 나중에는 기억력 감퇴, 지능 하락, 분노조절 장애 등이 있을 수 있고 머리가 잘 안 돌아갑니다. 심각하면 환각을 경험하기도 하고 중독되기도 합니다.”“중독된다고요?”차진욱이 주먹을 꽉 쥐었다. 손등에 시퍼런 힘줄이 올라왔다.의사가 말한 증상이 모두 강신희의 최근 모습과 완전히 일치했다.‘다 나 때문이지. 요즘 내가 너무 소홀했어. 단순히 강여름의 일로 기분이 안 좋아서 툭하면 나와 다투려고 드는 줄 알았어.강여름이 알려주지 않았더라면 강신희에게 전방위적인 검사를 하지 않았을 거야.’“네, 마약처럼 말이죠.”의사가 정색했다.“복용을 중단하면 더 초조해지실 겁니다. 갑자기 약을 끊으면 정서 기복이 더 심해져서…정신착란 등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차진욱이 벌떡 일어났다.큰 몸집에서 발산되는 살기에 의사는 겁이 날 지경이었다.“치료는 되겠습니까?”차진욱이 물었다.“물론입니다. 시간문제일 뿐입니다. 그러나 평소 드시는 약이 뭔지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저희는 혈액에서 추출한 성분밖에는 모르니까요. 아시다시피 약에는 여러 가지 성분이 들어있기 마련이고 국내의 약과 해외에서 복용하는 약은 또 많이 다르니까요.”의사는 뭔가를 말하려다 말았다.“그리고 주무시는 상태에서 검사를 진행하지 않았습니까? 일부 신경 검사는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해야 하니까요. 검사에 협조도 해주셔야 하고요….”차진욱은 고민에 빠졌다.강신희의 지금 상태라면 절대로 검사에 동의할 리가 없었다. 깨어난 후 이혼하자는 소리만 안 해도 다행일 것이다.‘민우라도 있었다면 어떻게 살살 달래볼 수도 있었을 텐데….’일에 있어서는 늘 과감하고 단호한 차진욱이지만 아내 문제에 있어서는 늘 이렇게 머뭇거리게 되는 것이었다.할 수만 있다면 강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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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8화

강여경이 그렇게 악랄한 인간인 줄은 여기에 와서야 알게 되었다.“집으로 돌아가지. 강여경에게 물어볼 것이 있어.”차진욱이 신음하며 미간을 있는 대로 찌푸렸다.평생 누가 자신에게 농간을 부리기는 처음이었다.강여경이 그저 금전을 탐내는 탐욕스러운 자인 줄 알았는데 강신희에게 약물까지 사용했다니 충격이었다.이제는 강여경의 가죽이라도 벗기고 싶을 지경이었다.그러나 그 전에 무슨 약을 먹였는지 알아야 했다.강신희는 강여경의 못된 심보를 알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간 딸에게 잘 해주지 못했다는 마음 때문에 계속 잘해주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진짜 딸이었다면 어머니에게 약물을 쓰는 위험한 짓을 과연 할 수 있었을까?******차는 곧 집에 도착했다.차에서 내려서 보니 경찰 인원이 꽤 줄어있었다.“큰일 났습니다.”집사가 어쩔 줄 모르며 달려왔다. 창백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그게… 강여경이 뛰어내렸습니다.”차진욱의 몸이 굳어버렸다. 비서가 놀라서 물었다.“어떻게 그런 일이? 살아있습니까?”“죽었습니다.”집사가 더듬었다.“가둬두라고 하셔서 3층에 가둬두고 문은 잠궜습니다. 그런데 창문으로 뛰어내릴 때 미끄러진 모양입니다. 연못에 머리부터 빠지면서 두개골이 깨졌습니다.”“젠장.”차진욱은 홧김에 욕지거리를 내뱉더니 바로 걸어갔다.정원 공터에 경찰들이 둘러싸고 있었다.강여경의 시신에 흰 천이 덮여있었다.차진욱이 오는 것을 보고 경찰들이 길을 열어주었다.천을 걷어 강여경의 모습을 확인했다. 벌컥 화를 냈다.“잘 보고 있으랬더니 이게 잘 본 건가?”차진욱의 싸늘한 시선이 경찰들에게로 향했다.다들 나름 엘리트라고 자부하는 대원들이었지만 차진욱의 거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에 다들 압도당하고 말았다.한 명이 앞으로 나섰다.“죄, 죄송합니다. 창문도 봉쇄하려고 했지만 창문을 막을만한 널빤지가 없어서 내일쯤 막을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창으로 달리 통하는 길이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창문 아래서는 저희 인원이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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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9화

비서가 깜짝 놀랐다.“그럴 리가요.”그러다가 문득 오늘 차진욱이 강신희를 병원으로 데려 가면서 보디가드를 같이 데리고 가서 병실을 호위하고 있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집에는 집사와 몇 몇 고용인, 그리고 경찰뿐이었다.집사와 고용인이 강여경을 밀었다면 강여경은 소리를 지르고 반항했을 것이다. 그러나 경찰은 사정을 잘 모르니 강여경이 도망치려고 한다고 생각했을 테고, 그때 추락한 것이다.그렇게 생각하면 너무 이상했다.“설마….”‘경찰 쪽에서 강여경을 죽였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겠지?’비서가 그 말을 내뱉기 전에 차진욱이 경고의 눈빛을 보냈다. 두 사람만 들을 수 있을 정도의 소리로 말했다.“강여경의 등에 손자국 모양의 멍이 있었어.”비서는 입을 다물었다.차진욱의 집안은 경쟁이 치열했다. 차진욱은 바닥에서부터 한 층 한 층을 기어 올라온 사람이라 통찰력이 뛰어났다.“우리를 보호해주는 인원은 송태구가 보낸 사람들인데 설마…”“아니.”차진욱이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송태구는 이제 막 집권했으니 단숨에 나라 전체를 장악하지는 못 했을 거야. 그리고 모두가 송태구에게 충성을 다하지도 않을 것이고. 이익을 위해서 다른 마음을 품는 자가 있을 법도 하지.”비서는 심장이 벌렁거렸다.“일단…이 나라를 떠나시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어딜 가도 여기보다는 안전할 것 같습니다.”차진욱이 코웃음을 쳤다.“나는 온갖 풍파를 다 겪은 사람이야. 어느 전장인들 내가 두려워하겠는가?”비서는 씁쓸히 웃었다. ‘그건 젊었을 때 얘기죠.’“그렇지만 여기 계속 살수도 없지 않습니까? 어느 경찰이 괜찮은 사람인지도 알 수 없는데 회장님을 해치려고 들면 어쩝니까?”“걱정하지 말게. 내게는 손대지 못할 거야. 내가 이 나라에서 죽어도 골치가 아프거든. 강여경은 입막음을 위해서 처리한 거지.”차진욱이 피식 웃었다.“이제 강여경이 신희의 딸이 아니라는 데는 90% 확신이 생겼어.”비서가 깜짝 놀랐다. 머리털이 쭈뼛 서는 듯했다.“정말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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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0화

정말 차윤이 하준을 쭌이라고 불렀다가 하준이 회복하고 나면 가만 두지 않을 게 분명했다. “옷 갈아입자.”차윤이 곤란한 얼굴을 하고 있자 얼른 여름이 끼어들었다. 서랍에서 옷을 꺼내며 환하게 웃었다. 창바지와 셔츠였다. 하준에게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하준이 보더니 인상을 징그렸다.“싫어. 안 예뻐.”“안 예쁘기는. 너무 좋구먼. 이걸 입으면 정말 멋질걸.여름이 달랬다.“안 입어.”하준이 몸을 비틀었다. 앙탈을 부리는 모습을 본 차윤은 온몸에서 소름이 돋았다.‘회장님의 저런 모습을 어떻게 참아 내는 거지? 저게 바로 진정한 사랑의 힘이란 건가?’“그럼 뭐 입을래?”여름이 포기한 듯 한숨을 쉬었다.하준이 씩 웃으며 하얀 이를 드러냈다.“하늘이처럼 슈퍼 히어로 옷 사줘. 그런 거 입고 싶어.”“……”하준이 말을 이었다.“어제 복도에서 봤는데 어떤 형아는 로보트 옷 잆었더라.”차윤은 등에서 땀이 흘렀다. 하준이 로보트 옷을 입은 꼴을 어찌 보겠는가!“하지만 난 이거 입히고 싶은데.”여름이 갑자기 매우 실망한 듯 말했다.“하준이가 이거 입으면 더 멋질 것 같단 말이야. 그리고 이건 내가 일부러 골라온 건데, 내가 고른 싫구나?”그러더니 기다란 눈썹을 위아래로 깜빡거리며 안타깝다는 얼굴을 했다.하준은 그런 여름을 보고 당황했다.“아니 아니, 좋아. 입을게.”그러더니 얼른 옷을 채갔다.“고마워, 쭌.”여름이 기쁜 듯 고개를 번쩍 들었다. 하준은 헤벌레하고 웃었다.차윤은 차마 눈뜨고 볼 수가 없어서 얼른 병실 밖으로 나갔다.‘아픈데도 회장님과 강여름 님은 같이 있기만 하면 꽁냥질이 줄질 않는군.’하준의 환자복을 벗기며 여름이 조그맣게 말했다.“앞으로는 내 도움 없이 혼자서도 입어야지. 단추는 이렇게 잠그는 거야.”“하지만 나는 아직 아기인데. 그냥 입혀줘.”하준이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다른 친구들도 다 자기가 입어. 여울이도 하늘이도 자기가 입는걸.”여름이 달랬다.“누나랑 형이니까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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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1화

여름은 전에 그 사람이 최진욱과 함께 있었던 모습을 기억해 냈다.어제 막 차진욱의 도움을 받은 터라 거절하기 어려웠다.“알겠습니다.”어차피 여름도 주차장으로 내려가려던 참이었다.모두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하준은 호기심에 찬 어린애처럼 엘리베이터 유리에 착 달라붙었다. 아래로 보이는 자그마한 사람이 재미있는 모양이었다“와, 저거 봐! 사람 되게 많아!”맥퀸은 저도 모르게 하준을 흘끔흘끔 보게 되었다. 뉴스에서 보던 카리스마 넘치는 최하준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다.‘굉장히… 묘하네.’여름은 별다른 말이 없었다. 주차장에 도착하자 하준을 상혁이 차에 태웠다.“나도 같이 갈래.”하준이 여름의 손을 꼭 잡았다.“그래, 그럼.”여름은 할 수 없이 하준을 데리고 갔다.차진욱은 고급 승용차 뒷자리에 타고 있었다.여름이 문을 열어보니 차진욱은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여름은 잠시 망설이다가 하준을 먼저 들여 보내고 자신은 문가에 앉았다.“안녕하세요!”하준은 보자마자 예의바르게 생글생글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여름이 어른을 만나면 예의바르게 인사하라고 했기 때문이었다.“아저씨, 엄청 크네요.”하준은 천장에 닿을 듯한 차진욱의 덩치를 보았다.“하지만 여름이가 밥을 잘 먹으면 나도 엄청 클 거랬어요.”하준이 그런 소리를 하자 여름은 조금 난처했다.어벙한 하준의 모습을 보고 차진욱의 인상이 살짝 찡그려졌다. 여름을 향해 자기 머리를 톡톡 치며 물었다.“정말… 이렇게 된 건가?”“네.”여름이 끄덕였다.“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차진욱이 물었다.“양유진이 한 짓이죠.”여름이 숨김 없이 말했다.“그런데 무슨 일로 찾으셨어요?”차진욱이 여름을 흘끗 보았다. 말투가 살짝 바뀐 것을 보니 여름이 자신에게 친근감을 느끼는 듯했다.어쨌거나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여름은 강신희의 딸일 가능성이 있으니 나주에 정말 가족으로 지내게 될 수도 있었다.“강여경이 죽었다.”차진욱의 입술이 살짝 열리더니 폭탄 발언을 했다.“네?”여름은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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