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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Chapter 1621 - Chapter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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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2화

하준은 머리를 긁었다.“여기는 형아?”“……”오면서 할머니에게 아빠의 병세를 듣기는 했지만 직접 보고 나니 쌍둥이는 역시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여름이 쌍둥이의 어깨를 두드렸다.“아빠가 좀 다쳤어. 아빠를 잘 돌봐드려야 해, 알겠지?”“아빠 계속 이렇게 지내는 거예요?”여울이 마음 아파했다.여름의 눈에 근심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러나 얼른 감추고 말했다.“엄마랑 주혁이 삼촌이 여기저기 전문가들에게 연락해 보고 있어. 아빠가 빨리 나았으면 좋겠구나.”“알겠어요.”여울이 코를 훌쩍였다.“동생이 생긴 셈 치지, 뭐.”여름도 마음이 아팠다. 이때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다.여름은 전화기를 들고 나갔다.“여보세요? 누굴 찾으시…”“차진욱이오.”안에서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름은 흠칫하더니 미간을 찌푸렸다.“무슨 일입니까?”“어제 민우가 실종됐소.”차진욱의 말투가 전혀 우호적이지 않았다.“아직도 연락이 안 닿아. 비서도 연락이 안 되고. 민우 통화 기록을 찾아보니 마지막으로 연락한 게 당신이더군. 당신과 민우의 실종이 연관 있는 것이 아닌가 싶어서 말이지.”여름은 골치가 아팠다.어제부터 지금까지 너무 많은 일이 벌어져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그런데 이제 차민우까지 실종이 되었고 말하는 모양새를 보니 차진욱은 아무래도 자신을 의심하는 듯했다.“그저께 밤에 전화 한 번 오고 나서는 연락한 적이 없습니다.”여름은 솔직하게 말했다.“저는 지금 제 일 처리하기도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최민우 실종에 간여할 시간이 어디 있겠습니까?”“자네는 내가 데려온 보디가드를 몽땅 입원시켰어. 그래서 민우는 어제 아침에 비서 하나만 데리고 나갔으니 지룡에서 민우 하나를 상대하기는 식은 죽 먹기겠지.”차진욱은 도저히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평소에 차민우에게 엄격하긴 했지만 하나뿐인 아들인지라 큰 기대를 품고 있었다.이 나라에서 차민우에게 이렇게 대놓고 손 댈 수 있는 자가 있으리라고는 상상할 수도 없었다.바로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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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3화

여름은 개의치 않는다는 듯 피식 웃었다.“좋으실 대로요. 어쨌든 댁의 식구들이 나타나고 나서 제 삶은 아주 너덜너덜해졌거든요. 어쨌든 인제는 민우가 동성에 안 갔었으면 하네요.”“무슨 뜻이지?”“민우가 동성에 가서 실종이 된 거라면 분명 뭔가를 찾아냈기 때문일 겁니다. 찾아낸 진상을 가지고 돌아오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뜻이겠죠.”차진욱의 입이 일자로 다물어졌다.“이 일에 강여경이 연관되어 있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한 가지 여쭤보겠습니다. 애초에 아내분과 강여경의 친자확인을 할 때 사용한 것이 머리카락 아니었나요?”“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가?”차진욱이 싸늘하게 물었다.“그 머리카락은 아마도 양유진이 강여경에게 건넸을 겁니다. 제 머리카락이죠.”차진욱이 피식 웃었다.“자네가 신희의 딸이라고 말하고 싶은 건가?”“네. 아마도 믿지 않으시겠죠. 황당하게 들릴 겁니다. 현명하신 분이니 말씀입니다만 강여경은 회장님의 친딸도 아니니 약간은 방관자적 입장이라 좋다 싫다의 입장은 없으실 수도 있지만 한동안 함께 지내셨으니 강여경이 어떤 사람인지는 대충 파악하지 않으셨나요?”여름의 날카로운 질문이 차진욱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잡혔다.사실 차진욱은 강여경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물론 딱히 어디를 꼬집어 안 좋다는 것은 아니었다. 평소 자기 앞에서는 얌전하고 말도 잘 들었다. 그러나 동성에서 올라온 이후로 자신과 강신희의 관계는 악화 일로에 있었고 강신희는 강여경을 점점 더 멋대로 하게 두었다.심지어 천문학적인 자금을 동원해 강여경이 FTT 주식을 매입하도록 할 때도 상의 한 마디 없었다.강신희와 점점 더 멀어지고 갈등은 늘어난다는 것이 느껴졌다.두 사람은 결혼한 지 20년이 넘도록 내내 서로를 아껴주었다. 그러나 최근에 보여준 모습은 이전에는 전혀 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다.차진욱이 갑자기 입을 다물자 차진욱의 집에 갈등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제가 진짜 강신희 님의 친딸입니다. 그러나 친자 감별을 거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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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4화

“양유진과 강여경이라면 제가 가장 잘 아니까요.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민우는 아직 살아있을 겁니다. 회장님께서 진실을 아는 것이 겁날 뿐이니 민우의 목숨을 담보로 잡아 놓고 있을 겁니다.”잠시 뜸을 들이더니 여름이 덧붙였다.“때로 남이 하는 말은 진실이 아닐 수 있습니다. 누군가를 제대로 이해하고 싶다면 함께 지내면서 느껴봐야죠. 비즈니스 바닥에서 이 정도로 오랜 세월을 버텨오셨으니 사람을 이성적으로 판단하실 정도 눈은 있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차진욱의 마음이 살짝 움직였다.“그 건에 대해서는 조사해 보겠네. 자네가 한 말이 사실이었으면 좋겠군.”여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차진욱이 자신의 말을 허투루 듣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강여경이 회장님과 아내 분 앞에서 어떻게든 이 건에 대해서 저와 최하준에게 혐의를 돌리려고 할 겁니다. 아내 분께서 어떻게 생각하시든 저는 이게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그러나 회장님은 냉철한 분이시니 쉽게 남에게 이용당하진 않으시겠죠.”“하여간 강 씨 집안 사람들은 만만한 인간이 하나도 없군.”차진욱이 꼭 집어 말했다.“편할 대로 생각하십시오. 한 가지만 더 말씀 드리자면 강여경은 다른 사람처럼 성형을 하고 최하준의 주변에서 간호사로 지냈습니다. 그때 최하준의 먹는 것에 약을 타서 최하준은… 정신이 이상해졌죠. 그래서 저와 관계가 지속적으로 악화되었죠. 혹시 모르니 그점에 유의해서 잘 살펴보시기 바랍니다.”그러더니 여름은 전화를 끊었다. 전화가 건너편의 차진욱은 여름의 마지막 한 마디를 듣고 나서 얼음처럼 굳어졌다.최근 들어서 강신희는 점점 비이성적이고 냉철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그런 모습은 처음이었다.그것을 차진욱은 집안 일이 빨리 해결되지 않아서 마음이 산란한 것으로 생각했다.그러나… 그것이 아니라면….마음 속에 싸늘한 바람이 불었다.이때 서재 밖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별안간 강신희가 쳐들어 왔다.“차진욱, 여기 숨어서 누구랑 통화하는 거죠? 민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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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5화

“그게 왜 네 탓이겠니?”강시희가 얼른 강여경의 손을 잡으며 위로했다.“강여름의 악독함을 너무 얕잡아본 것 같아요. 처음부터 그것들에게 일말의 기회도 주지 말았어야 하는 건데.”“정말 그런 것 같구나.”그 말을 듣더니 강신희가 차진욱을 노려보았다.“당신 부자가 몰래 강여름하고 접촉을 해서 그래요. 민우가 너무 순진해서 그 여우에게 홀랑 속아 넘어갔는지도 몰라요.”“이러고 우리가 다투고 있을 때가 아니에요. 일단 민우를 찾고 나서 얘기합시다.”차진욱이 목소리를 낮추었다.강여경이 입술을 깨물었다.“강여름이 인정을 안 할까 봐 걱정이네요.”그 말이 강신희를 자극했다.“고것이 인정하지 않겠다면 송태구를 찾아갈 수 밖에 없지. 송태구가 강여름과 최하준을 해결해 주지 않는다면 이 나라의 항편을 모두 끊어버리겠어.”차진욱이 미간을 찌푸렸다. 입술을 달싹거리다가 결국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가만히 두 모녀를 보더니 의미심장한 눈빛이 강여경의 얼굴에서 잠시 머물렀다.이전에는 강여경이 수작을 부리는 정도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강여경이 강신희의 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굳이 그런 일로 부부사이를 상하고 싶지 않았다.그 정도 잔꾀 부리지 않는 사람이 있겠나 싶었다.그러나 바로 차진욱의 코 앞에서 그런 잔꾀로 도발을 하다니 자의식 과잉이 아니겠는가?차진욱이 그 따위 잔 꾀에 넘어갈 정도로 어리석은 인간이었다면 지금의 자리까지 오를 수도 없었을 것이다.표면적으로는 자신과 강신희를 말리는 듯했지만, 행간을 자세히 읽어보면 은근히 이번 일이 강여름의 소행이라고 암시하고 있었다.방금 강여름과 심도있는 대화를 나누어 보지 않았더라면 정말 강여경에게 넘어갔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차민우가 강여름의 손에 있는 경우 별로 걱정거리가 못 되었다.그러나 진상이 강여름의 말대로라면 그거야 말로 골치 아픈 일이 될 것이다.차진욱은 즉시 부하에게 동성으로 가서 조사해 보라고 일렀다.점심 때쯤 부하에게서 소식이 왔다.“동성 경찰서에서 윌의 시신을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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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6화

차에 타는데 보조석 문이 열리더니 비서 닐슨이 올라탔다.“지금 대통령실로 가십니까?”차진욱이 닐슨을 흘끗 쳐다봤다.“보디가드들은 언제쯤 회복되겠나?”닐슨이 흠칫했다.“뼈가 부러진 경우가 많아서 최소한 2~3개월은 걸리겠습니다.”“2~3개월이나 걸린다고?”차진욱은 골치가 아팠다.“내가 이 정도로 희롱을 당하게 될 줄은 몰랐는걸.”“강여름이 회장님을 협박하려는 목적이라면 도련님의 목숨은 위험하지 않을 겁니다.”닐슨이 위로했다.“자네도 강여름의 소행이라고 생각하나?”차진욱이 아무런 표정이 없는 채로 입만 웃으며 물었다.“그러면… 아닙니까?”닐슨이 의아해서 물었다.“당연히 아니지. 그러나 와이프 앞에서는 모른 척 하게.”예전에는 40%정도 여름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면 지금은 80%정도는 믿음이 가게 되었다.아무리 생각해도 강시희에게서 강여경 같은 딸이 나왔다고 믿기 어려웠다.“남은 보디가드 둘 있지? 그 둘에게 사모님을 잘 살피라고 해. 만약 사모님이 뭔가 하려고 하면 바로 나에게 알리라고 하고. 하지만 절대 내 와이프와 강여경에게 의심을 사서는 안 되네, 알겠나?”차진욱이 당부했다.닐슨은 깜짝 놀랐다.“사… 사모님을 감시하라고요?”“그래.”******별장.차진욱이 떠나자 강신희가 일어섰다. 갑자기 머리가 빙 돌았다.“엄마, 왜 그러세요?”강여경이 얼른 다가가 부축했다.“어제 민우 일로 잠도 못 자고 쉬지도 못 해서 그런가 보다.”“그러게요. 엄마는 늘 오빠를 아끼셨잖아요.”강여경이 길게 한숨을 쉬었다.“저도 너무 걱정돼요. 하지만… 아무래도 VIP가 강여름을 잡아들이지는 않을 것 같아서 걱정이에요. VIP의 조카랑 최하준이 절친이잖아요? 미리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하면 최하준에게는 도움이 될 ㄱ예요.”“네 말이 맞다.”강신희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오빠가 오래 잡혀 있을수록 더 위험해질 것 같아요.”강여경이 입술을 깨물었다.“저쪽에서 어머니의 아들도 인질로 잡고 어머니의 부하도 살해했는데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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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7화

“돈만 있으면 못할 일이 있나요? 걱정하지 마세요. 아이들은 다치지 않게 해서 데려올게요.”강여경이 다시 안심시켰다.******병원.여름도 차민우의 일을 생각하니 걱정이 되었다.마음이 놓이지 않아 이지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차민우가 동성에서 실종되고 비서는 사망해다는 소식을 들었다.“써머, 차민우랑 대체 무슨 사이인데요?”이지훈이 호기심에 차서 물었다.“아버지가 다른 제 동생이에요.”여름이 한숨을 쉬었다.“양유진이 한 짓 같아요. 양유진 집안이 지금 동성에서 분위기가 어떤가요?”“그 집요?”이지훈이 혀를 찼다.“우리 이성이 동성에서는 제일 큰 거 알죠? 그런데 진영그룹이 물 들어오기 무섭게 노를 저어서 지금은 동성의 90%는 양유진에게 붙어서 먹고 삽니다. 우리 이성에도 손을 뻗치고 있어요. 하지만 난 그 녀석이 마음에 안 들어서 말이죠. 진영그룹에서 우리 이성의 발을 자꾸 걸고 넘어지니…. 그것만 아니었으면…”“아니면 뭐요?”여름이 다급히 물었다.이지훈이 답답한 듯 말을 이었다.“리마랑 협력하지 않았으면 우리 이성은 동성에서 버티지도 못했을 거예요. 그냥 서울로 올라가 버릴까 싶기도 했는데 하준이 당하는 걸 보고 마음 접었죠. 괜히 자기들에게 폐 끼칠 수는 없잖아요.”“그런 얘기를 왜 우리랑 안 했어요?”여름은 마음이 좋지 않았다. 양유진이 동성에서도 세력을 확장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알았다면 차민우에게 동성에 가보라고 할 때 귀와 눈을 더 조심하라고 했을 텐데….’차민우도 차마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하고 당당하게 대놓고 여기저기 물어보고 다녔으니 양유진의 귀에 말이 들어갔을 것은 불 보듯 뻔했다.“여름 씨랑 하준이는 자기 일 해결하기도 바쁜데 내가 숟가락을 얻을 수 있나요?”이지훈이 한숨을 쉬었다.“양유진 자식, 아주 약을 쳐도 쳐도 죽기 않고 또 기어 나오는 바퀴벌레 같다니까요. 짜증 나 죽겠어요. 조심해요.”여름은 씁쓸하게 우었다. 지금 하준의 상황은 말하지 않기로 했다.이때 뒤에서 간호사가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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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8화

상혁이 간식거리를 가져오자 하준은 초콜릿을 맛나게 먹었다.상혁은 거의 울 것 같은 얼굴이었다.“여울이가 누굴 닮았는지 완전히 알겠네요.”‘회장님이 이렇게 초콜릿을 좋아하시는지 몰랐네.’여름은 하준이 어렸을 때 내내 보모에게 학대 당하고 정신병원에 갇히는 바람이 어디서도 초콜릿을 마음대로 먹어보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나마 지금은 행복한 유년을 보낼 수 있어서 다행인지도 몰랐다.오후가 되자 이주혁과 송영식, 윤서가 왔다.하준은 침대에서 진지하게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었다. 손에는 초콜릿 쿠키를 들고 어찌나 몰입했는지 사람이 들어오는 것도 몰랐다.“아니, 하준아. 왜 이렇게 되었어?”송영식은 마음이 쎄했다.초코 과자를 먹으며 애니메이션을 보는 하준이라니…. 내가 아는 그 하준이가 맞나?송영식이 아무리 떠들어도 하준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저 과자를 먹으며 만족스러운 모양이었다.윤서가 우유와 초콜릿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이제야 왜 이걸 사오라고 했는지 알겠다.”“여기 둬.”여름이 윤서가 들고 온 것을 받았다.윤서가 여름의 어깨를 두드렸다. 친구가 너무 안쓰러웠다.“넌 괜찮니? 너랑 하준 씨는 어쩜 이렇게 쉬운 길이 하나도 없냐? 그냥 최하준을 놓고 떠나는 건 어때?”“무슨 소리야?”송영식은 그 말을 듣자 기분이 확 상했다.“하준이가 저 지경이 됐는데 불쌍하지도 않아?”“불쌍하지. 그렇지만 우리 여름이는 안 불쌍하냐고? 아직 한창 나이인데 최하준이 언제 회복될 지 누가 알아?”윤서도 기분이 언짢았다.“저렇게 운이 안 좋은 사람은 결혼을 안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리고 애초에 최하준이 백지안에게 속아넘어가지만 않았어도 지금 이 지경이 되지는 않았을 거 아냐?”송영식이 입을 벌렸다. 살짝 당황한 듯했다.“그…그렇진 않을 수도 있지. 백지안이 이런 능력이 어디 있어?”“전에 최하준이 최면에 걸렸다고 얘기를 해도 안 믿었지? 그게 아니면 멀쩡한 사람이 어떻게 갑자기 이 지경이 되겠냐?”이주혁이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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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9화

송영식은 의미심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면 하준이에게 연애도 가르쳐야겠네요. 그러면 곧 하준이랑 사귈 수도 있을 거예요.”“……”하도 어이가 없어서 윤서가 한 마디 했다.“IQ가 두 살 수준이라서 여름이를 이모로 생각한다는데 무슨 연애를 해? 이모랑 연애하라는 거야?”옆에서 듣던 여름은 깊이 상처받았다.윤서가 말을 이었다.“그리고 당신도 솔로로 30년을 산 주제에 누구에게 연애를 가르쳐? 됐다 그래. 괜히 멀쩡한 사람 망치지 말고 가만 계시지.”송영식의 태양혈이 불뚝거렸다.“왜 말을 그런 식으로 해?”윤서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송영식을 흘겨보았다.“왜? 팩폭하니까 찔려? 사람이 이렇게 속이 좁다니까.”송영식은 불룩한 아내의 배를 한 번 보더니 심호흡을 하고 결국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조용히 핸드폰을 꺼내 게임 켜서 하준 옆으로 다가갔다.“야, 하준아. 게임 가르쳐줄까?”하준이 눈썹을 찡그렸다.“난 아직 아기인데.”“아, 말이 헛 나왔네. 쭌이라고 부를까?”송영식이 싱긋 웃었다.“애니메이션이 뭐가 그렇게 재미있냐? 게임이 훨씬 더 재미있…”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주혁이 핸드폰을 압수했다.“야, 뭐 하는 거야?”송영식은 불만이었다.“진짜 애도 아닌데 게임 좀 해도 되잖아?”“게임할 시간에 책 보여주고 교육 프로그램 보여주고 글씨 공부 시키는 게 나아. 지금 하준이는 2세 수준에서 교육을 새로 해야 한다고.”이주혁이 찬성할 수 없다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너 지금 하는 꼴 보니 아기 태어나면 넌 교육은 손 안 대는 게 좋겠다. 네 와이프 말이 맞아. 괜히 멀쩡한 애 망치겠어.”“들었지? 자기 친구도 내 편이네.”그 말을 들은 윤서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이주혁의 입에서 튀어나온 ‘네 와이프’운운하는 소리는 귀에도 안 들어온 모양이었다.송영식이 입을 비죽거리더니 할 수 없이 핸드폰을 집어 넣었다.다행히도 하준은 핸드폰에 관심이 없었다. 곧 화면 속 애니메이션 스토리에 빠져들었다.송영식과 윤서는 잠깐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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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0화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하준은 숟가락에 있던 밥을 사방으로 뿌려서 테이블이 온통 밥풀 투성이가 되었다.“바보.”여울이 화를 냈다. 예전이 시니컬하던 하늘이의 말투와 똑같았다.하준은 눈을 깜빡이더니 여름을 향해 울음을 터트렸다.“나 바보래….”“아니야, 바보 아니지. 우리 쭌이 최고 똑똑한데.”여름이 얼른 하준의 머리를 안으며 여울에게 눈짓했다.“난 엄마가 전에 이렇게 가르쳐 줬을 때 한 번에 배워서 했는데.”여울이 입을 비죽거렸다.“과연 정말 한 번에 배웠던가?”하늘이 냉랭하게 뱉었다.“…어쨌든 아빠가 이 모양이 됐으니 내가 가르쳐야지, 뭐.”여름의 입가가 씰룩거렸다.“됐어. 얼른 먹어라. 아빠는 내가 먹일게.”그러더니 밥그릇을 들고 한 입씩 떠 먹였다.여울은 분했다.“내가 아기 때는 혼자서 먹어야 한다고 했으면서.”하늘이 여울을 흘겨 보았다.“남편이랑 너랑 똑같냐? 신경 꺼.”여울이 툴툴거렸다.“엄마에게 나는 아빠보다 못하구나.”“……”‘못 산다, 진짜. 하다하다 이젠 아빠도 질투하는 거냐?’“그만. 빨리 먹고 할머니랑 집으로 가. 내일 늦지 않게 유치원 가고.”여름이 말했다.쌍둥이는 얌전히 밥을 먹었다. 여울은 가려다가 테이블의 초콜릿을 집어 들었다.“이런 거 먹으면 이빨 썪으니까 내가 보관해 줄게요. 여기 자리도 없네.”그것을 본 하준은 또 울었다.“싫어! 쟤가 내 거… 사탕 가져간대….”여울이 진지하게 말했다.“이런 거 많이 먹으면 이빨에 벌레 생겨. 나중에 이빨 아프고 못 생겨 진다. 배 속에도 막 벌레 자라고. 그러면 여름이가 싫어할 텐데.”“여름이나 나 좋아하면 좋겠ㅇ….”하준은 깜짝 놀라서 얌전해 졌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하준을 보니 여름은 마음이 녹아버릴 것 같았다.“초콜릿 하나만 가져가. 아빠 친구가 선물한 거거든.”여름이 딸에게 말했다.“괜히 놀래키지 말고. 아빠가 몸은 어른이니까 초콜릿 좀 먹어도 괜찮아.”여울이 발을 굴렀다.“흥! 아빠만 좋아하고!”“아유, 아빠는 아프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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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1화

“하지만 뚱뚱이가 되고 싶지는 않다. 멋져서… 여름이한테… 사랑받고 싶어.”하준이 고개를 들고 진지하게 바라보았다. 맑은 두눈에 여름의 얼굴이 비쳐 보였다.하준의 시선에 여름의 마음은 달달하게 녹아갔다.사고 후에 검사와 수술을 위해서 바싹 깎아 버린 머리 때문에 하준의 미모가 더 직설적으로 드러나 여름은 더욱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전에는 말 없이 엄숙한 모습이 잘생겼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지금 보니 이런 천진난만한 모습도 너무 귀여웠다.“응, 지금 난 널 아주 좋아하거든.”여름은 참을 수가 없어서 하준의 입술에 키스했다.하준은 숱 많은 속눈썹을 깜빡이더니 바로 여름의 입술에 뽀뽀를 되돌렸다.“나도 좋아.”남녀간의 사랑이 아니라 순수한 ‘좋아한다’는 말인 걸 알면서도 여름은 심장이 두근거렸다.다시 고개를 숙여 입을 맞추었다.“쭌, 입 벌려 봐.”하준은 어리벙벙했다.그러나 더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순진하게 여름이 시키는 대로 했다.“쭌, 눈 감아….”“응.”하준은 얌전히 눈을 감았다.여름의 입술이 부드럽고 달콤해서 하준은 너무 좋았다. 얼마나 키스를 했는지 모른다. 하준은 자기 몸이 점점 뜨거워진다고 느꼈다.그런데 그때 여름이 입술을 떼었다.하준은 입술을 핥았다.“여름이 입술이 초콜릿보다 맛있어.”여름은 민망해서 얼굴이 뜨거워졌다. 자기가 변태가 된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아이가 되어 버렸는데도 가만 두질 못하고….’“쭌, 그건 뽀뽀라고 하는 거야. 나하고만 하는 거야. 다른 사람하고는 뽀뽀하면 안 돼.”“왜?”하준이 멍하니 물었다.“그게… 여긴 내 거 거든. 알겠어?”여름이 하준의 매끈한 입술을 톡톡 건드렸다.“응, 난 네 거….”아는지 모르는지 하준은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헤에~하고 웃었다.태양처럼 찬란한 미소였다.여름은 심장이 녹아버릴 지경이었다. 얼른 화제를 바꾸었다.“자, 밥 먹여줄게.”하준은 얌전히 한 그릇을 다 비웠다. 하준이 다 먹자 여름도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옷 소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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