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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Chapter 1611 - Chapter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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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2화

하준의 본가.여름이 앞치마를 두르고 갈비찜을 하고 있었다.거실에서는 오늘 출근하지 않은 하준이 쌍둥이와 직소퍼즐을 맞추고 있었다.“아니야, 아니라고. 이 날개는 여기 놓는 거야….”“야, 바보야. 잘못 놨잖아.”“아빠, 하늘이가 괴롭혀. 나보고 바보래!”여울이 입을 비죽거리며 일렀다.“저가 바보면서! 이건 여기다 놓는 거거든!”하준은 우는 여자에게 약했다. 그래서 잘못 놓은 것을 알면서도 울먹이는 여울을 보고는 마음이 약해졌다. “그래, 그래. 여울이가 맞지. 거기 놓고 싶으면 거기 놔.”“봤냐? 아빠가 내가 맞다잖아!”여울은 울음을 뚝 그치고 의기양양하게 외쳤따.하늘은 어이가 없었다.“재미 없어. 너랑 안 놀아. 바보 옮겠다.”“쳇! 나야 말로 너랑 안 놀아!”여울이 메롱을 해보였다.“……”여름은 잘 익힌 갈비찜을 내오다가 골치가 아파 죽는 하준을 보았다.큭큭 웃고는 모두를 불렀다.“밥 먹자.”“우와, 드디어 저녁이다!”여울과 하늘은 알아서 손을 씻으러 갔다. 여울은 신나게 갈비를 뜯었고 하늘은 새우를 깠다.하준이 앉자 여울이 갈비를 먹여주었다.하늘은 하준을 한 번 봤다가 여울을 봤다가 했다. 갑자기 한심하다는 얼굴을 했다.“이제 여울이가 누구 닮았는지 알겠다.”여름은 푸흡하고 웃고 말았다. 하준은 당황한 얼굴이었다.“난 하늘이랑 먹는 취향이 비슷한 것 같은데.”“봤냐? 아빠도 네가 바보라서 너랑 닮기도 싫은가 봐.”하늘이 뱉었다.“그런 거 아니야.”하준은 골치가 아팠다.“그러면 왜 여울이가 아빠를 쏙 빼닮았다고 인정하지 않아요?”하늘이 콕 찔러 물었다.“……”다행히도 그 순간 핸드폰이 울려 꼬마 악마들로부터 구해주었다.그러나 누구에게서 전화가 들어오는지 보더니 살짝 망설였다.“삼촌….”“저녁 먹었니?”최진이 물었다.“저녁에 시간 괜찮으냐?”“무슨 일인데요?”“내일이면 네 외숙모랑 윤형이 치료받으러 출국하잖니? 내가 할아버지에게 받았던 물건이 있어서 전해드리려고 했는데 아버지가 날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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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3화

하준은 집에서 나오자마자 차윤에게 전화했다.“좀 있다가 애들 좀 데리고 외삼촌 댁 근처에 매복해. 신호를 들으면 바로 들어오면 돼.”차윤은 깜짝 놀랐다.“외삼촌 댁에 무슨 일이 생겼습니까?”“응.”하준은 여러 소리 하지 않았다.“30분이 지나서도 나오지 않으면 바로 쳐들어 와.”“알겠습니다. “차윤은 하준이 하는 말의 행간에서 조심스러움을 읽어냈다.“경찰에 신고해야겠습니까?”“그럴 필요는 없어. 최윤형이 납치된 것 같다.”아까 최진이 하는 말에는 허점이 수두룩했다. 최진이 집안에 유일한 아들이긴 해도 할아버지께서 최진에게 무슨 가보를 물려주신 적은 없다.그런데 가보 핑계를 대며 갑작스럽게 불러내는 것을 보니 누군가에게 위협받는 상황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최진을 위협할 인물이라면 뇌리를 스치는 사람이 몇 있었다.40분 뒤 하준의 차가 최진의 집에 들어섰다.고연경과 최진이 정원에 있었다. 두 사람 조심스러웠다. 최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늦은 시간에 불러서 미안하구나.”하준은 심드렁한 눈으로 최진을 흘끗 보았다. 스쳐지나가는 눈빛인데도 최진은 온몸이 떨렸다.“사람을 속여서 불러냈으면 이제 슬슬 진짜 이유를 말씀해 주시죠.”당황한 듯 최진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고연경은 하준을 노려보았다.“그래, 거짓말 좀 했다. 어쨌든 우리는 너랑 강여름 때문에 연루되는 바람에 우리 윤형이는 지적 장애가 됐어. 그런데도 걔를 끌고 가서 놔주지 않는단 말이다.”‘역시….’하준의 추측이 맞아 들었다.“누굽니까?”“양…양유진이 잠깐 보고 싶다더구나.”최진이 턱으로 거실을 가리켰다.“걱정하지 마라. 비서 하나만 데리고 왔더라. 그 인간이 뭘 하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윤형이를 꼭 좀 구해다오. 오늘 외숙모랑 잠깐 쇼핑하러 간 사이에 윤형이를 꼬여낸 모양이다.”하준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대체 양유진이 무슨 수작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하준을 상대하려고 했다면 둘만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양유진 이자식이 대체 뭘 어쩌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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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4화

하준은 제자리에서 꼼짝 않고 서서 한껏 상대를 도발했다.그러나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갑자기 온 집안에 기괴한 음악이 울렸다. 뭔가 산스크리트어 같은데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어쩐지 익숙한 느낌이었다.‘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데….’정신을 집중해서 어디서 들었던 음악인지 떠올려보려고 했는데 돌연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이어서 2층에서 별처럼 등이 하나 비쳤다.그 불빛을 바라보니 다시 구석에서 불빛이 하나 더 빛났다. 두 불빛이 끊임없이 번갈아 가며 비추니 정신이 혼란했다.하준은 바로 눈치 채고 눈을 감았다.이어서 2층에서 공허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최하준, 기억해라. 백지안은 네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야. 네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이 목소리는…?’하준은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 머리 속이 웅웅 울렸다. ‘아니야, 아니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여름이야. 아니라고!’“백지안, 수작 부리지 마!”하준은 어둠 속에서 비틀거리며 소리가 나는 쪽으로 가려고 했다.그러나 그곳에 닿기 전에 뭔가에 걸려서 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그 공허한 목소리는 여전히 계속됐다.“네가 가장 싫어하는 사람은 강여름이다. 강여름이 널 꼬드겼어. 강여름은 너를 꼬드겼다. 꼬드겼어…”기억의 창문이 탕하고 무언가에 의해서 열린 것 같았다.머리가 극심하게 아팠다.얼굴은 온통 하얗게 질렸다.간신히 남은 이성의 끈에 기대어 생각해 보니 양유진이 무슨 짓을 하려는지 알 것 같았다.그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그 소리는 악마의 속삭임처럼 귀를 파고 들었다.뿐만 아니라 머리 속에서 수많은 자신의 목소리가 울렸다.기억 속에서 익숙하기도 하고 낯설기도 한 목소리였다.“이혼하고 싶습니까? 좋습니다. 3년 동안 밥을 해주면 이혼해 주겠습니다.”“강여름, 당신이 정말 날 사랑한 적이 있나?”“당신이 신경 쓰지 않는대도 난 신경 쓰여. 당신이 날 미워한다는 거 알아. 하지만 어쩌겠어. 그래도 난 당신을 놓아줄 수가 없어. 강여름이라는 독에 중독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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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5화

“어? 아, 그래.”여름은 다시 페이지를 넘겼다.“신데렐라는 발자국을 따라 걸어갔어요. 이때 연못에서 뿅하고…”한창 다시 그림책을 읽는데 침대에 놓아둔 핸드폰이 울렸다. 차윤이었다.“회장님이 큰일 났습니다. 지금 병원으로 모시는 중입니다.”차윤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름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무슨 일이에요? 저녁에 외삼촌 댁에 간다고 했는데?”“거기서 일이 생겼습니다. 일단 주민 병원으로 오시죠.”차윤 쪽도 어지간히 다급한 목소리였다. 몇 마디 하고는 얼른 전화를 끊었다.“왜요? 아빠에게 무슨 일이 생겼어요?”여울이 놀라서 얼굴에 핏기가 가셨다.무슨 일에도 늘 시큰둥하던 하늘의 얼굴도 상당히 어두워졌다.“우리 같이 가요.”“너무 늦었어. 엄마가 거기 가서 너희들까지 돌볼 정신이 없을 것 같아. 일단 집에 있어. 엄마가 가보고 심하면 상혁이 아저씨를 보낼게. 심각하지 않으면 내일 아침에 엄마가 집으로 오고.”여름은 두 아이를 보며 얼른 정신을 차렸다.“엄마….”“착하지?”여름이 엄한 얼굴을 해 보였다.하늘과 여울도 눈치를 보고는 입을 다물었다.******여름은 얼른 차를 몰고 병원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한병후와 최란에게 알렸다.다급히 병원에 도착해 보니 차윤과 최진, 고연경이 응급실 앞을 지키고 있었다. 다들 안색이 매우 좋지 않았다. 여름이 오는 것을 본 최진 부부의 시선은 심하게 흔들렸다.“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여름은 최진 부부에게는 시선을 주지 않고 바로 차윤에게 물었다.차윤이 입을 열기도 전에 최진이 미안한 듯 입을 열었다.“미안하다. 다 우리 탓이야. 양유진이 윤형이를 납치했어. 하준이를 우리 집으로 불러들이지 못하면 윤형이를 가만 두지 않겠다는 거야.”고연경이 입술을 바들바들 떨었다.“하준이를 해칠 생각은 없었다. 양유진이 그냥 하준이랑 얘기를 좀 하겠다고 했어. 딱히 누굴 데려오지도 않았거든. 그래서 뭐 혼자서 하준이를 어떻게 하겠나 싶었거든. 아니, 그렇게 노려보지 마라. 어쨌든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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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6화

“수치심도 하나 없는 어른이오?”여름의 얼굴에 분노가 가득했다.“지금 말씨름할 정신 없습니다. 일이 이지경이 되도록 경찰에 신고는 하셨나요? 윤형 씨는 돌아왔고요? 양유진은 어디 있나요? 하준 씨에게는 왜 사고가 났나요?”주르륵 연달아 날아오는 질문에 고연경은 말문이 막혔다.최진이 더듬더듬 답했다.“윤형이는 돌아왔따. 하준이가 병원으로 이송되는 길에 집사에게서 윤형이가 돌아왔다는 전화를 받았어. 물어보니 누가 술래잡기를 하자고 데려갔다더구나. 그… 그러니 경찰에 신고하기도 애매하고. 그냥 오후에 잠깐 안 보였던 것뿐이라서.”양유진이 수작을 부려 최양하를 꼬여내서 데려 가긴 했지만 실종 24시간이 안 돼서 경찰에서도 실종 사건으로 접수해주지 않았을 것이는 점은 이해가 됐다.“하준 씨에게 사고가 났을 때 양유진은 현장에 있었을 거 아닙니까?”최진은 곤란한 듯 입을 다물었다. 뭐라고 말을 해야 좋을 지 알 수가 없었다. 차윤이 답했다.“회장님에게 사고가 났을 때 양유진은 옥상에서 달을 구경했다고 합니다. 두 사람은 얼굴도 본 적이 없다고 주장합니다.”여름은 돌아버릴 것 같았다.“그러면 대체 어떻게 사고가 났다는 거예요?”차윤이 씁쓸하게 입을 열었다.“회장님은 삼촌 댁에 가시면서 윤형 님이 납치됐을 거라는 것을 예상하셨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애들을 데리고 밖에서 대기하라고 하셨어요. 30분이 지나도 연락이 없으면 바로 인원을 데리고 진입하라고요. 제가 들어갔을 때 집안은 온통 불이 꺼져 있었습니다. 회장님은 바닥에 쓰러져 있었어요. 이마에서는 피가 나오고 이미 기절하신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바로 병원으로 모셨습니다. 오는 중에 상처를 살펴봤는데 다툰 흔적이 전혀 없었습니다. 이마에 난 상처가 유일한 부상 부위였습니다. 그렇게 심각하지는 않았습니다.”여름은 그제야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생각할수록 이상한 사건이었다.“집에 불이 꺼져 있었다고요?”차윤이 최진 부부를 돌아보았다.최진이 난감한 듯 답했다.“나도 잘 모른다.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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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7화

“차윤 씨, 일단 현장에 한 번 가봐 주세요. 양유진의 범죄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있는지 좀 찾아봐 줘요.”여름이 말했다.“알겠습니다.”차윤이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최란과 한병후가 다급히 들어왔다.상황을 듣더니 한병후는 도저히 못 참겠다는 듯 최란을 나무랐다.“어떻게 다들 그렇게 이기적인가? 저러고도 삼촘이야? 자기 아들만 소중하고 남의 아들은 어떻게 되어도 상관 없다는 건가?”지적을 당한 최란의 얼굴은 매우 난감해졌다. 한 마디도 반박할 수 없었다.그 모습을 보고 여름이 끼어들었다.“이러지 마세요. 일단 하준 씨가 깨어나면 다시 말씀 나누시죠,”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렸다.이주혁이 안에서 나왔다. 하준의 치료를 위해 이주혁이 직접 나섰던 것이다.“걱정하지 마십시오. 하준이 전신 검사를 마쳤고 머리는 CT를 찍었는데 가벼운 뇌진탕입니다. 별다른 건 없어요.그 말을 듣고 다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여름이 물었다.“언제쯤 깨어날까요?”“몇 시간 지나면 깨어날 겁니다.”이어서 하준은 VIP병실로 옮겨졌다.여름은 한병후와 최란에게 돌아가서 쉬라고 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하준이 깰 때까지 한사코 떠나지 않으려고 했다.병원에서 한 시간을 조금 넘게 대기하고 있는데 여름의 핸드폰이 울렸다. 양유진이었다.너무나 혐오스런 상대라 받고 싶지 않았지만 하준을 위해서 일단 받기로 했다.“오늘 저녁 일은 절대로 그냥 넘어가지 않겠어.”여름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어졌다.“괜히 무고한 사람 잡지 말라고. 난 오늘 저녁에 최하준 얼굴도 못 봤어. 최하준이 들어올 때 난 옥상에서 맹 의원이랑 전화를 하고 있었어. 어떻게 사람이 통화를 하면서 다른 사람이랑 이야기를 나누겠나? 경찰에 신고할 테면 하라고 난 명백하게 통화기록을 제출할 수 있으니까.”양유진이 눈을 가늘게 뜨고 웃었다.“당신이 직접 손대지 않았다고 다른 사람도 가만히 있었으리라는 법은 없지. 두 사람이 현장에 있었다며? 당신 말고도 비서가 있었다던데? 그리고, 그 집 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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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8화

‘아줌마라니…?’여름은 깜짝 놀랐다.‘나더러 하는 소리인가?’“하준아, 왜 이러니?”최란과 한변후도 바로 다가왔다.“우엥, 저리 가! 누구세요?”하준은 이불로 자심을 가리며 커다란 몸을 최댛나 말고는 덜덜 떨었다.여름은 쿵하고 심장이 떨어졌다. 최란과 한병후라고 반응이 다르지 않았다.한병후는 다소 조급하게 이불을 젖혔다.“하준아, 에비다.”“저리가! 무서워!”하준은 놀라서 어린애처럼 울었다.“여기 싫어. 집에 갈래.”“우리가 네 엄마 아버지 아니냐?”최란이 급히 하준의 손을 잡았다.“아니야! 엄마 아니야. 우리 엄마 아빠는 이렇게 안 늙었어. 할머니 할아버지처럼 생겼는데….”하준은 입을 비죽 내밀고 있는 힘껏 손을 빼서 품안에 숨기며 다른 사람이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게했다.‘할머니 할아버지라니….’한병후와 최란은 돌처럼 굳어져버렸다.아직 병원에 남아 있던 이주혁이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달려왔다. 하준의 그런 모습은 이주혁조차도 놀라게 만들었다.하준은 이주혁을 보더니 놀라서 대성통곡했다.“의사 선생님은 싫어! 무서워!”하준은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다. 그나마 착할 것 같아 보이는 여름을 보더니 치맛자락을 잡았다.“나 주사 무서워.”여름은 하준의 그 얼굴을 돌아보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여울이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 죽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꾹 참는 수밖에 없었다.“그래, 주사 맞지 말자. 의사 선생님이 그냥 머리 좀 보려는 거야.”여름은 간신히 하준을 달랬다.“잉… 나 머리 괜찮은데. 주사 안 맞을래.”하준은 힘껏 고개를 저으며 무섭다는 시늉을 했다.“착하지. 주사 맞지 않는다고 아저씨가 약속할게. 같이 게임 하러 갈 거야.”이주혁도 기괴한 느낌을 꾹 누르고 어린애 대하듯 말했다.여러 사람이 연달아 달래서 겨우 하준을 안정시켰다. 곧 뇌신경센터의 담당의가 번갈아 가며 살펴보더니 한 명이 입을 열었다.“가벼운 뇌진탕 외에 확실히 뇌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이런 병세는 저희도 처음 봅니다. 내부적인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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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9화

여름은 3년 전 백지안이 하준에게 치료를 해준답시고 벌였던 수작을 모두에게 털어놓았다.여름과 하준은 그 일을 잊고 지냈으나 백지안이 양유진과 다시 결탁해서 이런 짓을 벌이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그 말을 들은 최란은 완전히 경악했다.“어쩐지 그때 하준이가 갑자기 곧 죽어도 여름이와 이혼하고 백지안이랑 결혼하겠다고 날뛴다 싶었다. 난 백지안이랑 남은 정이 있어서 그런 줄 알았더니….”“제 잘못입니다. 애초에 하준이 병을 치료하겠다고 백지안을 끌고 들어오지 말았어야 해요.”이주혁은 너무나 후회됐다.“그런 소리 마. 자네만 탓할 수도 없지. 내가 진작에 어미로서 책임을 다했더라면 백지안 같은 인간이 허를 찌르고 들어올 수는 없었을 거야.”최란도 마음이 괴로웠다.“말로는 하준이를 사랑한다고 했지만 내가 보기에는 전부 거짓이었다. 정말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렇게 악랄한 짓은 할 수 없지. 자기가 가질 수 없다고 사람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다니.”“내가 바로 사람을 보내서 그 물건을 잡아와야겠어.”한병후가 어두운 안색으로 말했다.“증거가 없습니다. 어제 아무도 백지안이 외삼촌 댁에 나타난 것을 직접 본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아무래도 양유진이 비서라고 했던 사람이 백지안이 아닌가 싶습니다. 전기를 끊고 창문을 가리는 등 행위가 모두 최하준에게 최면을 걸기 위한 수작이었을 겁니다. 양유진은 맹 의원을 현장 부재 증명으로 쓸 거고요.”여름도 너무 후회가 됐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애초에 하준과 같이 나갈 것을 그랬다 싶었다.“그러면 이제 어쩌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단 말이야?”아무리 온화한 한병후라고 해도 이쯤 되자 미쳐버릴 지경이었다.“그냥 이대로 하준이가 저렇게 지능이 떨어진 채로인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건가?”한병후의 목소리가 저도 모르게 높아졌다. 손가락을 빨던 하준은 한병후가 화내는 모습을 보더니 놀라서 더 크게 울었다.“우에엥, 저 할아버지 무서워.”“괜찮아. 내가 있잖아. 아무도 널 다치게 못해. 그냥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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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0화

최란과 한병후는 마음이 찢어지는 듯했다. 두 사람이 서로 마주보다가 최란이 여름에게 다가갔다.“하준이의 이런 상태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알 수 없다. 어쩌면 평생…”“그런 약한 말씀하지 마세요.”여름이 최란의 말을 끊었다. 사실 여름도 막막하기야 매한가지였다.하준은 머리 자체에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라 컴퓨터의 프로그램이 오류 난 것과 비슷한 상태였다. 지능은 퇴화했지만 이주혁이 최선을 다하겠다고는 했지만 치료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는 것은 여름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쉽게 치료될 것 같았으면 하준은 진작에 그간에 혼란된 기억을 복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최란이 괴로운 듯 여름을 바라보았다.“너랑 하준이가 그 많은 일을 다 겪고 여기까지 오기도 쉽지 않았지. 그래서 난 너희들이 잘 지내고 아이까지 생겨서 너무나 기뻤단다. 하지만 지금은 너희들이 재혼을 하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사귀긴 했어도 하준이가 네 남편도 아니고, 너도 하준이 아내가 아니다. 저렇게 된 하준이를 돌보는 것은 이제 부모 된 우리의 몫이다. 네 의무가 아니라.”“무슨 말씀이세요?”여름이 입을 열었다. 물론 그런 말을 하리라는 예상을 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너도 지쳤을 텐데 떠나고 싶다면 언제든 떠나도 좋다. 아무도 너에게 하준이를 돌보라는 소리는 하지 않을 거다. 저 상태가 얼마나 지속될지 아무도 모르잖니? 몇 년이 될 수도 있고 평생 저렇게 지낼 수도 있다.”그러게 말하면서 최란은 고개를 숙여 눈가의 눈물을 닦았다.“넌 아직 한창 나이가 아니냐?”“그런 말씀 마세요. 저렇게 됐다고 하준 씨를 떠나지는 않을 거예요. 너도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은 못 가요. 남아서 함께하겠습니다.”우유를 마시는 하준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지금은 지능이 떨어졌다고 해도 다시 좋아질지도 모르잖아요? 다시 회복할 수 있든 아니든 하준 씨가 다시 날 사랑하게 만들겠어요. 노력을 해서도 기대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후회하지는 않을 겁니다.”최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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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1화

“장난감이 아니라 쉬야할 때 쓰는 거야.”아이를 안 키워봤다면 이런 하준을 보고 어쩔 줄 을 몰랐을 것이다.“오~”하준의 두 눈이 호기심으로 빛났다.“못 참겠어. 바지 내려줘.”“……”침대에 앉은 자기 보다 한 뼘이 넘게 큰 사람을 보며 여름은 ‘야, 이 변태야!’하고 싶은 것을 꾹 참고 있었다.하지만 변태라고 말해 봐야 지금의 하준은 못 알아들을 것이 뻔했다.여름은 할 수 없이 하준을 도와주려고 다가갔다.부부생활을 했던 사이라지만 말똥말똥 순진한 하준의 눈을 보니 여름은 갑자기 부끄러운 나머지 얼굴이 붉어졌다.간신히 쉬야를 마치자 여름이 진지하게 말했다.“이제부터 여름이라고 부르지 말고 여름이라고 불러.”“여름이?”하준이 어리둥절한 얼굴을 했다.“하지만… 이모는 어른인데?”“……”서른이 넘은 사람이 자기 더러 어른이라고 하니 어이가 없었다.“그러면 좀 물어보자. 너는 몇 살인데?”하준은 진지하게 손가락을 꼽았다. 그러나 한참을 애쓰고도 알 수가 없었다. 결국 더듬더듬 답했다.“난… 한 살.”여름은 태양혈을 누르며 자신에게 적응해야 한다고 타일렀다.“쭌쭌, 이제 자자. 늦었어.”여름이 하준에게 이불을 덮어주었다.“내가 쭈쭈야?”하준이 비죽거렸다.“싫은데. 이름이 무슨 쭈쭈야?”여름은 너무 웃겼다.“아니, ‘쭌’. 네 이름은 최하준이야. 잊어버리지 마.”“최하준, 나는 최하준. 최, 하, 준…”하준이 얌전히 끄덕이며 열심히 외우려고 했다.여름의 심장이 찌릿했다. 지금 하준은 겨우 만 2세의 IQ라고 했지만 학습 능력이 있는 듯했다. 이런 식이라면 잘만 가르치면 지능은 회복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착하지, 자자.”“무서운데.”하준이 여름을 잡아당겼다.“안아줘.”여름은 여울이를 안고 자는 모습을 상상했다. 여울은 곧 하준의 훤칠한 몸으로 바뀌었다. 여름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러나 결국 침대에 누워 한 손으로 하준의 머리를 감싸고 다른 한 손으로 등을 두드려주며 재웠다.하준은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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