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591 - 챕터 1600

1699 챕터

1592화

여름은 양유진의 뒷모습을 보았다. 저런 모욕을 당하고도 참을 수 있다니 무서운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어딜 다녀 오는 거야? 무슨 일이 있었어?”하준이 여름을 돌려 세우고는 마스크를 내렸다.뽀얀 여름의 얼굴이 퉁퉁 부어 있었다. 선명한 손자국을 발견한 하준의 눈에 순식간에 살기가 스쳤다.“정말 당신 엄마가 이런 거야?”여름의 어머니가 살아 있다는 사실 조차도 믿을 수가 없었다.“…응.”인정하기는 싫었지만 여름은 간신히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너무 뜻밖이었어. 내내 돌아가신 줄 알았거든. 그런데 보자마자 인사로 따귀를 올려붙이다니….”지금까지는 그래도 감정을 잘 컨트롤하고 있었는데 사랑하는 사람 앞이라서 그런지 말하다 보니 점점 더 울컥해서 결국 눈시울을 붉히고 말았다.하준은 마음이 아파서 여름을 꼭 안았다.“그런 엄마라면 없어도 그만이야.”“아니,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나중에 아버지랑 통화하면서 냉정하게 생각을 해보니 십중팔구 강여경이 중간에서 뭔가 수작을 부린 게 분명해. 그리고 방금 강여경의 반응을 보니 무슨 짓을 했는지 몰라도 믿는 구석이 있는 것 같아.”여름이 망연자실하게 말했다.다시 강신희를 만날 수 있다면 할머니가 돌아가신 이야기를 하고 강태환 부부와 강여경이 어떤 악행을 저지르고 다녔는지 하려고 생각했다. 그러나 방금 강여경의 태도를 보니 자신이 하는 말을 강신희가 믿어줄지 자신이 없었다.하준은 콧방귀를 뀌었다.“강여인이 중간에서 무슨 수작을 부렸든 당신 친어머니면서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려서 당신에게 이런 짓을 하다니, 당신 엄마가 될 자격이 없어.”하준은 강신희가 누구든 자기의 여름을 건드린 사람이라니 무작정 미웠다.여름은 입을 꾹 다물었다.하준의 말은 여름의 마음 한구석을 쿡 찔렸다.‘그래, 남이 부추길 수도 있다고 치고, 엄마는 그렇게나 분별 능력이 없단 말이야? 게다가 난 친딸인데, 어머니가 되어서 앞뒤 가리지도 않고 딸을 그렇게 미워하다니….’여름이 강신희에 대해 실망하지 않을 수 있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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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3화

하준은 바로 상황을 파악했다.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래서… 차진욱이 당신 탈출 계획을 알아버렸던 거야?”“…응.”여름이 괴로운 듯 인정했다.“하지만 아버님과 당신의 관계는 몰라. 내가 아직 아버님 전용기로 탈출한다는 얘기는 안 했어. 하지만 저쪽에서 대비는 할 수 있을 것 같아. 미안해, 난….”“사과할 거 없어. 당신 잘못이 아니야.”하준이 여름의 까만 머리를 쓰다듬었다.“그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후안무치일 줄 우리가 몰랐지.”차민우가 작정을 하고 여름에게 접근하고 나중에는 차진욱까지 이렇게 나왔다니….‘잠깐, 차진욱이라는 이름은 어쩐지 익숙한데? 아버지께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은걸.’한병우가 니아만에서 여름과 많이 닮은 사람을 보적이 있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다만 정확한 증거도 없고 괜히 여름에게 헛된 꿈을 심어줄 수도 있었기 때문에 그 일을 여름에게 말하지는 않았었다.그런데 그 니아만의 안주인이라는 사람이 강신희였던 모양이었다.다만 강여경이 여름보다 한 발 앞서 만났던 것이다. 그런데 강여경은 강신희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을까?그리고 한병후의 말에 의하면 차진욱은 파워가 대단해서 거의 전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재벌이라고 했다. 그러니 송태구도 함부로 할 수 없었던 것이다.“우리 아버지를 좀 뵈러 가자. 아버지께서 뭔가 아시는 게 있을 것 같아.”하준이 갑자기 여름의 손을 잡고 급히 말했다.여름은 의아했지만, 갑자기 확 변한 하준의 표정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이 막 사무실에서 나서는데 밖에서 중역이 어쩔 줄 몰라 하며 몰려왔다.“방금 강여경 그룹이 와서는 저희들더러 다 나가라는데 어쩝니까?”“정말 회장직에서 물러나신 겁니까?”“이제 저희는 정말 회사에 더 다닐 수 없습니까?”“……”관리직 직원들은 크게 동요했다. 적게는 십 수년에서 이삼십 년 된 사람도 있었다. 거의 FTT가 또 하나의 집이나 다름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회사에서 나가라니, 다들 기꺼울 리가 없었다.게다가 여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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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4화

하준이 직원들까지 다 내보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정말 FTT를 이대로 포기한다는 의미일까?이 모든 것은 여름의 어머니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여름은 자책감으로 마음이 너무 괴로웠다.차가 한병후의 별장에 들어가자 하준이 문을 열어주고 여름에게 손을 뻗었다.“내려.”“쭌, 내가 반드시 오해를 풀고 엄마에게 회사를 돌려달라고 할게.’여름이 고개를 들어 하준을 바라보았다.“나참.”하준이 이마에 흘러내린 여름의 머리카락을 쓸어주더니 목구멍 깊은 곳을 울렸다.“바보야. 이게 그렇게 단순한 일인 줄 알아? FTT의 주식은 이제 강여경의 명의로 되어 있다고. 당신 어머니가 후회해서 뭘 어쩌고 싶어도 방법이 ㅇ없어.”여름은 흠칫했다.“우리 엄마가 대체 왜 그러셨을까?”“어머니야 그렇다고 치더라고 차진욱처럼 똑똑한 사람도 강여경에게 휘둘려서 그 많은 자금을 움직여 비 상식적인 일을 벌였어. 돈은 그 집안에서 나오고 명의는 강여경의 것으로 하는데도 차진욱이 말리지 않았다니 이상하지 않아?”하준이 가만히 여름의 눈을 들여다 보았다.“난 강여경이 한 짓은 이간질처럼 간단한 일이 아닐 거라고 생각해.”창백한 여름의 입술이 떨렸다. 뭐라고 말을 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었다.“일단 우리 아버지를 만나 보자.”하준이 여름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뜻밖에도 최란도 거기에 있었다.둘이 들어오는 것을 보더니 최란이 난처한 듯 일어섰다.“Y국에 나가서 어떻게 할지 이야기를 좀 하고 있었다. 내가 그쪽 상황을 잘 모르잖니?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그쪽에 가시면 어디서 지내셔야 할지 몰라서 집을 좀 사달라고 얘기하던 중이었어.”예전 같았으면 하준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관심을 보였을 것이다. 혹시나 재결합을 하실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아버지와 어머니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바랐었다. 그러나 지금은 일이 있어서 그쪽으로는 신경을 쓸 수가 없었다.“혹시 전에 저에게 말씀해 주셨던 니아만 이야기 기억 나시나요? 여름이와 닮은 분을 만나신 적이 있다고 하셨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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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5화

“설마 그렇게까지 하겠니? 그래도 네 친어머니신데.”최란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하늘이랑 여울이도 손자, 손녀인데. 내가 하준이랑 사이가 안 좋았을 때도 그렇게까지는 못했다.”그때야 최란이 최양하를 회장 자리에 앉히고 싶어서 말을 좀 듣지 좋게 하지 못했을 따름이었다.나중에 하준에게 아들과 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는 매우 기뻐했다.여름은 어쩐지 의기소침해져서 할 말을 잃었다.하준이 한숨을 쉬었다.“글쎄 따귀를 올려 붙였답니다.”한병후가 한참 만에야 침울하게 입을 열었다.“정 그렇다면 나는 일단 한동안은 차 회장을 만나지 않겠다. 그러면…다들 떠나기로 했던 계획은 어떻게 할래?”모두의 시선이 여름에게로 향했다.잠깐 입을 다물고 있던 여름이 고개를 저었다.“저는 남아서 진상을 파헤쳐 보겠습니다.”하준이 여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검은 눈동자가 날카롭게 빛났다. 그리고 뭔가 생각이 난 듯했다.“그분의 실질적인 파워가 어느 정도 되나요?”한병후가 잠시 신음하더니 심란한 듯 말했다.“말했다시피 차 회장의 아내는 셀레만 제도의 주인이란다. 강신희는 그곳에 떨어진 후에 그곳의 석유를 개발해서 재력을 쌓았어. 강신희와 차진욱의 재력은 막상막하일 거다. 하나는 석유를 장악하고 하나는 해운과 금융을 잡고 있으니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대통령이 직접 마중을 나오는 그런 신분이 된 거지.”여름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어머니가 차진욱 회장과 결혼하고 나서야 지금의 지위를 누리게 된 게 아니란 말씀인가요?”“두 사람은 애초에 강대강의 결합이었단다.”한병후가 여름을 안쓰럽다는 듯 바라보았다.“이치대로라면 자네가 그 사람의 딸이니까 강신희가 자네를 딸로 인정만한다면 바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상속녀가 되는 거겠지.”“그런 말씀 마세요. 여름이는 금전에 관심이 있는 부류는 아니라고요.”하준이 얼른 말을 끊었다.“이러면 어떨까요? 오늘 차진욱의 수하가 우리 애들 손에 적잖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그러니 십중팔구 니아만에서 새 인원을 보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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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6화

같은 시간.차진욱의 별장.차진욱 앞에 보디가드 둘이 꿇어앉아 있었다. 차진욱은 더없이 음산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그래서, 니아만에서 데려온 30여 명 중에 너희 둘만 남고 다 부상이라는 건가?”둘은 덜덜 떨었다.강여경은 심장이 떨렸지만 강신희만 믿고 불쌍한 척하며 일어섰다.“강여름이 갑자기 지룡을 끌고 들이닥쳐서 그래요. 게다가 이주혁 대표에게서도 사람을 받아 와서 랩에 있던 우리 경호원들을 둘러싸고 일부러 부상을 입힌 거예요.”“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강신희가 분노에 테이블을 탕 쳤다.“커피숍에서 만났을 때 다리를 분질러 놨어야 하는 건데.”“정말 죄송해요. 다 제가 못나서 벌어진 일이죠.”강여경이 울었다.“얼른 랩을 장악하고 싶어서 그랬어요. 최하준의 수하가 지키고 있으니 사람을 많이 데려가면 될 줄 알았는데 저쪽이 그렇게 결사적으로 나올 줄 몰랐어요.”“됐다. 울지 말거라. 내가 강여경 그것을 너무 얕잡아 봤어. 당장 니아만 쪽에 연락해서 사람을 불러와야겠다. 네가 당했으니 두 배로 되돌려 줘야겠어.”강신희가 이를 박박 갈았다.차진욱은 미간을 문질렀다. 이쯤 되니 남의 나라에 온 것이 후회가 되기 시작했다.“내가 최하준이라면 상대가 사람을 불러올 것을 계산하고 하늘길을 막아버릴 거야.”강여경이 움찔했다. 강신희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무슨 뜻이에요? 겨우 최하준 따위가 내가 내 경호원 불러들이는 걸 막는다고요?”“허니, FTT는 이 나라 최고의 재벌가고 쿠베라와 한 배를 타고 있어요. FTT를 70% 사들였다고 최하준의 인맥까지 다 깎여나간 건 아니에요.”차진욱의 얼굴이 무거웠다.“역시나 당신이랑 여경이는 한동안 얌전히 지내는 게 좋겠어. 우리 쪽 인원이 다 다쳤으니 지금은 몸을 숙일 때야.”강신희가 비웃었다.“강여름을 도와주고 싶어서 일부러 날 겁주는 거죠?”차진욱은 날카로운 강신희를 바라보며 너무나도 낯선 느낌이었다.“허니, 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무지성이 된 거예요? 전혀 당신답지 않아요.”“나는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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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7화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면 후유증이 남을 수도 있는데요.”비서가 조그맣게 덧붙였다.‘다리를 못 쓰게 될 수도 있다고?’차진욱은 화가 나서 강여경을 당장 잡고 싶었다. 이제 강여경의 머리에서 나온 계획이 아니었던가?차진욱의 안색이 점점 더 어두워지는 게 보였다.강여경은 얼른 머리를 썼다.“제 친구가 있는 게 이주혁의 약혼녀거든요.”“어머나, 넌 친구들이 참 대단하구나. 그러면 전화해서 한번 물어 보렴.”강신희가 부추겼다.강여경이 고개를 끄덕였다.“어쩐 일이야?”채시아는 요즘 상태가 과히 좋지 않았다. 국내 여러 가지 쇼와 광고가 모두 취소되었다.“저기, 아저씨의 보디가드가 모두 최하준의 수하에게 당해서 다쳤는데 이주혁이 병원마다 말을 넣어놔서 다친 사람들이 입원을 하지 못하네. 네가 좀 도와줄 수 없을까”강여경이 웃었다.“물론 이 은혜는 내가 잊지 않을 거야. 앞으로 내가 세계적인 감독에게 널 소개해줄게.”채시아는 말만 들어도 심장이 두근거렸다. 하지만 쓴웃음을 지을 뿐이었다.“날 너무 대단하게 보는 거 아니니? 주혁 씨는 최하준의 절친이라 내 말을 들을 리가….”게다가 이주혁은 지금 자신과 약혼도 무르려고 하는데 자기 말이 씨알이나 먹히겠는가?“주혁 씨 부모님을 찾아가 봐. 내 배후가 누군지 늘 궁금해 하지 않았니?”강여경이 소곤소곤거렸다.“날 받쳐주는 분들은 전세계의 해운과 금융을 꽉 잡고 있는 CB그룹이야. 내 친엄마는 셀레만 제도의 주인이라 글로벌 석유를 손에 쥐고 계시지. 그런 분들과 인맥을 틀 기회를 잃고 싶니?”그 말을 들으니 채시아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너… 네 엄마는 동성에….”“사실 그 분들은 내 친부모님이 아니었어. 이 얘기는 함부로 하고 다니면 안 돼.”강여경이 당부했다.“이 기회를 잡을 수 있는지는 네 능력에 달렸어. 강력한 인맥을 잡으면 너희 주민그룹에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겠어?”“알겠어.”채시아가 끄덕였다.“내게 맡겨둬.”채시아는 이주혁이 아버지 이원명에게 바ㅗㄹ 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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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8화

강신희는 화가 나서 차진욱을 노려보았다.“아들을 아주 잘도 가르쳐 놨군요.”차진욱의 태양혈이 불뚝거렸다. 그 현명하고 냉철하던 강신희가 어쩌다가 이 꼴이 되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그래, 다 내가 잘못 가르쳤어요.”차진욱도 일어나 가버렸다.부자의 싸늘한 태도에 강신희는 화가 나서 물건을 집어 던지며 화풀이 했다.‘이게 다 강여름 때문이야. 강여름이 내 남편과 아들을 내게서 멀어지게 만들었어.’******차민우는 집에서 나와 휴대 전화를 꺼냈다. 여름에게서 온 부재중 전화가 있었다.커피숍에서 나온 뒤에 여름이 자신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차민우는 강신희와 함께 있었기 때문에 차마 전화를 받을 수가 없었다.퉁퉁 부었던 여름의 얼굴을 떠올리고 차민우는 죄책감이 들어 전화를 걸었다. 통화가 되자 비아냥거리는 여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아, 뭐. 아직도 나한테서 빼낼 거리가 있나 봐요?”“미, 미안해요.”차민우는 너무 미안해서 더듬거리며 사과했다.“아까는 엄마랑 같이 있어서 일부러 그렇게 말한 거예요. 엄마가 더 화를 낼까 봐. 사실은 처음 만났을 때 그쪽이 누군지도 몰랐어요. 나한테 이상한 이름을 가르쳐 줬는데도 난 그게 정말인 줄 알 정도였잖아요.”“그래도 나중에는 알았지? 서울에서는 일부러 날 찾아온 거지? 쇼핑하다 우연히 만난 척하고 그런 거 다 계획적으로 접근한 거잖아?”여름은 진심으로 화가 났다.“무려 CB그룹 회장님과 그 아들이 그렇게 몸을 숙이고 직접 날 속이려고 스파이 노릇까지 할 가치가 있었나? 이해가 안 돼. 내가 대체 어쩌다가 CB그룹 같은 대기업에 밉보인 거지?”“우리에게는 잘못한 거 없어요. 강여경과 우리 엄마 때문이지.”차민우는 마음 속으로 한마디를 덧붙였다.‘그리고 우리 외할머니.’그러나 여름을 안 지 좀 되었지만 차민우는 아무리 생각해도 여름이 그렇게… 나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말은 그렇게 하면 안 되지. 내내 강여경이 날 괴롭혔거든. 내 친구도 죽게 만들고. 나야 말로 걔한테 원한이 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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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9화

“……”전화기 저쪽이 갑자기 침묵하기 시작했다. 차민우가 싸늘하게 말을 이었다.“왜? 수작을 간파 당해서 찔려?”“아니. 그 상상력에 할말을 잃었다.”여름의 목소리가 무력감으로 가득했다.“이렇게 하자. 내가 무슨 짓을 할까 봐 걱정되면 내 혈액, 머리를 가지고 니아만으로 가서 검사를 해 봐. 그러면 내가 뭘 어쩌겠어?”“니아만이라고 하니까, 그건 더 필요없어.”차민우가 담담히 받았다.“애진작에 내가 니아만에서 강여경과 우리 엄마의 친자 확인 검사를 했거든. 강여경이 우리 엄마이 딸이야.”“그럴 리가 있나!”여름은 기함했다.“니아만야말로 내 구역이니 강여경이 뭘 어쩔 수는 없거든.”차민우의 말투가 실망으로 가득했다.“당신이랑 만나는 동안 이미지가 좋았던 건 인정해. 솔직이 정말 우리 누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어. 하지만 아니잖아. 게다가 그런 문제로 사람을 속이고, 거짓말을 너무 오래하다 보니 이제 본인도 정말로 그렇다고 믿는 것 같은데. 오늘 전화한 이유는 내가 처음부터 정체를 알고 접근한 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서야. 인제부터 우리 엄마랑 강여경이 어떻게 나오든 나는 이제 간여할 수 없어.”여름은 진정하려고 노력한 뒤 입을 열었다.“날 안 믿으니 어쩔 수가 없네. 하지만 강여경은 정말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걔 보통이 아니거든. 아마 당신들에게 나에 대해서 엄청나게 나쁜 말을 많이 했겠지. 하지만 동성에 가서 조금만 자세히 알아보고 조사해 보면….”“됐어. 동성에서 당신이랑 강여경에 대해서는 조사할만큼 조사했어. 강여경이 말하는 건 다 사실이었어.”차민우가 말을 끊었다.“뭘 조사했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관련자도 아닌 사람들에게 대충 물었겠지. 동성에서 좀 산다 하는 집에 가서 물어 봐. 강여경이 대체 어떤 인간이었는지. 특히 JJ그룹, 한주그룹 그런데 말이야. 그 두 그룹 아들들이 강여경과 사귄 적이 있거든. 아무렴 내가 강여경이 사귀었던 사람을 매수할 수 있겠어?”여름은 마지막으로 경고했다.“너희 식구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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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0화

하준이 다가와 큰 손을 여름의 어깨에 얹었다.“다 들었어.”“쭌….”여름이 작은 얼굴을 하준의 품에 묻더니 막연한 기분으로 입을 열었다.“차민우가 그러는데 강여경이랑 엄마의 친자 확인 검사를 했는데 걔가 친딸로 나왔대. 그러면 나는, 나는 누구의 딸이야? 난 정말 강신희의 딸이 아닐까?”그렇게나 확실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갑자기 다 혼란스러워졌다.“바보, 당신이랑 어머니가 그렇게 닮았는데 당신이 딸이 아니면 누구겠어?”하준이 품 안에서 불안에 떠는 여름을 내려다 보며 저음으로 온화하게 달랬다.“당신이랑 아버님 친자 확인했던 거 잊었어?”여름이 흠칫했다. 뭔가 떠오른 듯했다.“그런데….”“강여경의 뭘 가지고 가서 검사했는지 물어보지 그랬어? 내가 봤을 때 머리카락이었을 거야.”하준이 눈을 반짝였다.“머리카락이 무슨 문제라도 있어?”여름의 얼굴에 의아하다는 표정이 떠올랐다.“머리카락이었다면 조작하기 쉽거든.”하준이 심란한 듯 말을 이었다.“오늘 차진욱의 아내가 당신 어머니라는 것을 알고 나서 내내 그 문제를 생각해 봤거든.”“뭔데? 빨리 말해 봐.”여름이 재촉했다.“양유진이 왜 그렇게 죽자살자 당신을 따라다녔을 까 하는 문제 말이야.”하준이 여름을 가만히 바라보았다.“처음에는 정말로 당신을 좋아해서 따라다녔는지도 몰라. 하지만 나중에 당신이 나랑 결혼하고 아이까지 생겼는데도 끈덕지게 달라 붙었지. 마지막에는 하여간 당신이랑 결혼을 하긴 했지만 첫날 밤에 당신이 나와 보냈는데도 그 결혼을 유지했어. 그러면서 마치 성인군자인 듯 굴었지.”여름이 눈을 깜빡였다.“나를 가지지 못한 것 때문에 내가 자기를 사랑하게 만든 뒤에 복수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는 말이야?”“처음에는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다른 원인이 있지 않을까?”하준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 눈빛이 더욱 예리해졌다.“놈은 애진작부터 당신 어머니가 차진욱의 아내이고,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는지도 몰라. 그러면 당신이랑 결혼해서 어머니가 당신을 딸로 인정하면 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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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1화

여름은 괴로운 듯 입을 열었다.“양유진이 수상하다는 점을 알아내지 못했다면 내내 그렇게 연기를 하고 있었겠네.”“모르지. 어쩌면 더는 참을 수가 없어서 당신 앞에서 서서히 폭력적인 성향을 중간에 드러냈을 수도 있어.”하준이 여름의 허리를 안았다.“다른 방법을 찾았으니까. 당신에게 복수하면서 자기 사업을 발전시킬 방법을 말이야.”여름의 눈이 어두워졌다.“그게…강여경?”하준이 고개를 숙였다. 커다란 손이 여름의 머리카락을 쓸어 내렸다. 손가락 사이에 머리카락 두 가닥이 딸려 내려왔다.“여자의 긴 머리는 잘 빠지거든. 당신은 양유진의 별장에서 한동안 지냈으니까 매일 머리카락이 떨어졌을 거야. 청소를 하면서 당신 머리를 모아 두었다가 강여경에게 보내 놓으면 친자 감별에 쓸 머리카락이 생기는 거지.”여름은 흠칫했다. 고개를 숙이고 하준의 손에 놓인머리카락을 들여다 보았다.‘그래, 머리를 감거나 빗을 때, 드라이로 말릴 때 머리카락이 꽤 많이 빠지지.양유진이 나에게 복수하고 괴롭히고 싶어서 결혼한 줄 알았는데.’진상에 가까워질수록 양유진은 무서운 인간이었다.사람이 어떻게 그렇게까지 무서울 수가 있을까?“당신 말이 아무래도 정말인 것 같아.”여름이 중얼거렸다.“양유진이 나와 결혼하려고 했을 때는 그렇게 다정한 척하더니 나중에 날 매워했을 때는 태도 변화가 너무 확실했어. 아마도 그 때 마음에 변화가 생겼나 봐. 내가 도저히 자기를 사랑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아예 강여경이 엄마의 딸을 사칭하게 만든 거지. 강여경은 사촌이니까 원래부터 좀 닮았거든. 게다가 어렸을 때 납치된 적이 있으니까 동성 사람들은 걔를 잘 몰랐거든. 그러니 사기 칠 공간은 충분한 거지.”“그래.”하준이 끄덕였다.“강여경은 양유진을 이용해서 어머님의 딸인 척했어. 그래서 강여경이 귀국한 뒤로 양유진의 사업이 그렇게 승승장구하게 된 거야. 두 사람이 한 배를 타고 있었으니까.”여름은 들을수록 마음이 괴로웠다.“다 나 때문이야. 애초에 그렇게 멍청하게 양유진이랑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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