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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Chapter 1581 - Chapter 1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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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2화

여름이 아내를 ‘미친 놈’이라고 칭하자 차진욱은 과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강신희의 처사는 확실히 너무 지나친 바가 없지 않아 있었다.‘강여름도 자기가 말하는 배후의 세력이 누군지 모르니 저러겠지.그러나 자기의 도피 계획까지 나에게 줄줄 말하는 거 아니겠어?’“정말 안전하게 출국할 수 있겠나?”차진욱은 저도 모르게 눈썹을 치켜올렸다.여름은 입술을 빨았다. 어쨌든 차진욱에게 한병후의 전용기를 타고 간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순리에 맡겨야죠. 갈 수 있으면 가는 거고, 못 가면 목숨을 걸어도 할 수 없고요. 다만 그 쪽이 부디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양심이 있어서 무고한 아이들만은 다치게 하지 않았으면 할 뿐입니다.”여름이 쓴웃음을 지었다.“하지만 그 인간은 사람이라고 할 수도 없을 거예요. 저, 혹시….”잠시 생각하더니 여름은 아무래도 안심이 되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결국 제가 무사히 떠나지 못하면 부디 제 두 아이들을 살려주세요. 그러면 하나가 아니라 둘이지만, 아직 어린 아이들입니다.”차진욱은 그 말을 들으니 마음이 다소 불편해졌다.“그럴 필요까지 있겠나? 원한 관계가 있는 사람에게만 복수하겠지 설마하니 아이들까지 건드리려고?”“세상에는 타고나기를 아주 악독하게 타고난 사람이 있답니다. 아이들이고 뭐고 가리지 않을 수도 있어요. 상대는 인간성이고 양심이고 그런 건 없는 무자비한 인간이니까요.”여름이 비아냥거렸다.차진욱의 미간이 잔뜩 찌푸려졌다.‘인간성이고 양심이고 없는 무자비한 인간이라니?강여경을 두고 하는 소리인가, 신희를 두고 하는 소리인가? 아니면 본인 얘기인가?자기 할머니를 해치고 여경이를 막다른 길까지 몰아놓고 자기는 감히 신희의 딸이라고 사칭해 서경주가 딸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었잖아? 심지어 신희이 회사까지 차지했지.’그러나 어쩐 일인지 강여름의 얼굴을 마주할 때마다 차지욱은 어쩐지 여름이 그런 일을 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리게 되었다.아니면 강여름이 그렇게 악독한 일을 벌일 수도 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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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3화

20여 년이 지나 얼굴이 성숙한 느낌을 주긴 했지만 미모는 여전했다.오똑한 코도 그대로고 눈도 여전히 그 눈매였다.잘못 알아볼 수가 없었다.‘이 분은… 나의….’“짝!”여름의 눈에서 불이 나도록 뺨이 울렸다. 그대로 소파로 쓰러졌다. 머리가 윙윙 울렸다.믿기 어려운 상황에 멍한 상태가 되었다.여름은 방금 이 사람이 어쩌면 서경주가 만났다고 했던 그 분이고 아마도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일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그러나 말 한 마디 건네보기도 전에 어머니일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따귀부터 맞았다.그게 다른 사람이었더라면 이렇게 마음이 괴롭지는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친어머니일지도 모르는 사람이 아닌가?어려서부터 함께하지 않았던 어머니라지만 다른 사람에게 들었던 강신희의 모습을 여름은 존경했었다. 어머니를 만나면 좋을까, 얼마나 신이 날까 생각하며 만나는 날을 그려보기도 했었다.그런데 만나자마자 따귀라니….“내 남편까지 유혹하려고 들다니! 뻔뻔하기가 이를 데 없구나.”강신희는 테이블에 있던 커피를 들어 여름에게 뿌렸다.차진욱이 급히 나서 강신희의 손을 잡았다.“그만 해! 그냥 이야기 하는 것뿐이에요.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라고.”“내가 그렇게 얘기를 했는데도 몰래 나와서 저런 애를 만나고 있어요?”강신희의 눈이 신경질적으로 불타올랐다.“젊고 예쁜 애가 좋겠지. 그렇게 쟤가 좋으면 아예 데리고 살지 그래요?”차진욱은 분노에 일그러진 강신희의 얼굴이 너무나 낯설고 당황스러웠다. 차진욱이 기억하는 강신희는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진정해요. 난 강여름 씨와 무슨 짓을 한 적이 없어. 그리고 혼자 온 것도 아니라니까요.”“보디가드에 비서가 늘 함께 하니 당연히 혼자 오지 않았겠죠. 이 손 놔요. 정말 쟤랑 아무 사이가 아니라면 지금 당장 내 눈 앞에서 쟤를 손 봐주는 걸 봐야겠어요.”강신희는 뜨거운 커피를 들고 차진욱과 실랑이를 벌였다.두 사람이 밀고 당기는 사이 커피가 쏟아졌다. 일부는 강신희의 손등으로 쏟아졌다. 순식간에 손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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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4화

“이거 놔라! 감히 나 모르게 강여름 저것이랑 어울려? 나랑 쟤가 어떤 사이인지 네가 몰라서 그러니? 저건 어떻게 인간이 저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강신희는 화가 나서 환장할 지경이라 말도 가리지 않고 마구 내뱉었다.여름은 강신희가 필터 없이 내뱉는 말을 듣고는 충격에 사로잡혔다.‘ ‘나랑 쟤의 사이’라니? 무슨 사이? 이미 내가 자기 딸이라는 걸 알고도 이러시는 거야?’차민우는 강신희의 말을 듣고는 경악하고 말았다.‘엄마는 대체 무슨 상상을 하시는 거야?’“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거 아니에요. 강여름은 제 친구예요. 나하고 할 얘기가 있다고 해서 아빠랑 같이 나온 거예요.”“지금 네 아빠를 커버하려고 아무 소리나 하는 거 다 안다.”강신희는 아예 부자의 말을 믿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그리고, 저런 애가 친구라니? 아주 부자가 사이 좋게 저 여우한테 홀딱 넘어갔구먼. 민우 너에게 정말 너무나 실망이다.”차민우는 초조하게 입술을 깨물었다.‘아니, 대체 일이 왜 이렇게 되는 거지?’“아빠는 정말 강여름이랑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맹세해요. 아빠 마음 속에는 엄마뿐이라니까.”“왜 이렇게 네 아빠랑 쟤 편을 그렇게 드니? 어쩐지 지난 번에 FTT 건이 실패했다 싶었더니 부자가 아주 그냥 쟤 다칠까 봐 조마조마하고 있었던 거구먼.”강신희는 이제 두 사람을 완전히 믿지 못하게 되었다.“저 분이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야?”여름이 망연자실해서 차민우를 바라보았다.“FTT 건이라니?”차민우는 여름의 망연한 시선에 너무 민망해서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강신희는 여름의 말을 듣더니 차민우를 밀어내고 싸늘하게 웃었다.“내 아들이 말 안 하디? 지난 번에 FTT 조사 건은 다 내 아들과 남편, 두 사람이 벌인 일이야. 내가 두 사람에게 FTT를 손 보라고 했거든.”여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완전 놀란 눈으로 차민우를 보았다가 어두운 안색의 차진욱을 봤다가 했다.‘그러니까….강여경 배후에서 내내 나와 최하준을 상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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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5화

“탕!”여름은 큰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아무리 온갖 풍파를 겪어 단련된 멘탈이라고 하지만 눈물이 솟아나오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자기가 딸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 할 수만 있다면 아무 사이로도 얽히고 싶지 않다니 딸이 필요 없다는 말이잖아?그런 거지?’“좋습니다. 절 모른 척하셔도 상관은 없습니다. 그런데 실례지만 하나만 더 여쭙겠습니다. 제가 대체 뭘 그렇게 잘못했나요?”여름은 울먹임을 간신히 삼키고 다시 물었다.“이렇게 정성스럽게 FTT를 압박하고 심지어 적대적 인수를 하시는 이유가 뭡니까? 대체 저랑 무슨 원수를 졌다고 이러시는 건지나 말씀해 주십시오.”“강여름, 가식 그만 떨어!”강신희의 눈에 혐오가 더욱 깊어졌다.“네가 저지른 짓은 네가 더 잘 알잖니? 경고하는데 민우랑 내 남편에게서 떨어져. 아니면 너 뿐 아니라 네 주변 사람들을 하나하나 고통으로 몰아 넣어주겠다.”“저는 이미 충분히 고통 받고 있습니다.”결국 멘탈이 무너진 여름이 울부짖었다.“저를 모른 척하시는 것까지는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왜 강여경 같은 악마를 도와주시는 거죠? 전 친딸이라고요.”“짝!”답으로 돌아온 것은 따귀였다.“아주 캐릭터에 몰입을 했나 보구나. 다들 그렇게 바보인 줄 알아?”강신희는 싸늘하게 말하더니 차민우를 끌고 바로 자리를 떠버렸다. 차진욱의 입술이 달싹거렸으나 화난 강신희의 모습을 보고는 또 난리가 날까 봐 얼른 따라 자리를 떴다.커피숍에 있던 사람들은 강여름을 손가락질하며 수근댔다.그나마 커피숍에 사람이 많은 시간대가 아니었던 것이 천만다행이었다.“불륜이야?”“불륜은 무슨. 아들도 데리고 왔던데.”“그런데 왜 다짜고짜 저 여자를 때려? 이유 없이 때릴 리는 없잖아?”“……”여름은 수근거리는 소리를 듣고는 허벅지 뿐 아니라 얼굴까지 화끈거렸다.그러나 무엇보다도 마음이 너무나 찢어질 듯 아팠다.‘왜지?어째서 이렇게 된 거야? 왜 날 낳아준 엄마가 날 이렇게나 미워하는 거야?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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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6화

여름은 차마 하준에게 이 모든 일이 자기 친어머니가 벌인 일이라고 말할 수 없었다. 너무 우습지 않은가?결국 주체할 수 없는 마음을 안고 서경주에게 전화했다.“아버지….”입을 떼자마자 울컥했다.서경주는 울먹이는 여름의 목소리를 듣자 깜짝 놀랐다.“무슨 일이냐? FTT 일로 걱정이 돼서 그러니? 쓸데없는 생각 말거라. 이 에비의 물류 회사가 현금을 꽤 벌어들이고 있으니 앞으로는 네 식구 먹어 살리는 정도는 문제 없다.”“그런 게 아니에요….서경주의 말을 들은 여름은 더욱 마음이 괴로웠다.“엄마가… 정말 그렇게 좋은 사람이었나요?”아까 본 그 정신 나간 사람이 자기 엄마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서경주는 잠시 멍해졌다. 여름이 갑자기 왜 그런 것을 물어보는지 알 수 없었다.“당연하지. 네 엄마가 얼마나 좋은 사람이었는데.”“혹시 예전에는 괜찮은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어떨지 모르는 거 아닌가요? 어쩌면 엄마의 마음 속에 저는 이미 그냥 귀찮기만 한 짐덩어리인 건 아닐까요?”여름이 자조적으로 눈물 머금고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대체 왜 그러니?”서경주는 심장이 욱신했다.“혹시… 네 엄마를 만난 게냐?”“네. 만났어요.”여름은 퉁퉁 부은 뺨을 어루만졌다.“아버지께서 보여주신 사진 속 모습과 똑같았어요. 지금 봐도 서른 남짓밖에 안 되어 보이시더라고요. 부유한 재벌 남편과 아주 잘생긴 아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날 보더니 다짜고짜 따귀를 올려붙이고 커피를 붓고…. 날 너무 미워하시더라고요. 그러면서 자기 남편 꼬드길 생각 말라며 나하고는 아무 사이도 아니니까 얽히고 싶지도 않대요.”서경주는 그 말을 듣고 굳어버렸다.그동안 간신히 강신희도 재혼해서 자식까지 있을 것이라고 머리로 이해하는 중이었지만 실황을 듣고 나니 역시나 마음이 너무나 아팠다.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강신희가 여름에게 했다는 짓을 들으니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무슨 착각을 한 게 아니냐? 그럴 리가 있나?”자신이 아는 강신희가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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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7화

여름은 난감했다.“아마 엄마가 원하지 않으실 거예요. 지금 가정을 아주 소중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았어요. 아니… 특히 남편분을요. 제가 그 남편분하고 몇 마디만 하는 걸로도 앞뒤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내가 그 분을 유혹한다고 화를 낼 정도였으니까….”서경주는 서글픈 기분이 되었다.“네 엄마가 전에도 나를 두고 질투를 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성적이었는데….”‘어쩌면 그렇게까지 사랑하지 않았는지도….’그런 생각이 들자 서경주는 마음이 견디기 힘들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됐다. 혹시나 다음에 또 네게 손을 대거든 바로 연락하거라. 아무리 꿈에도 못 잊던 사람이라고 해도, 엄머라는 사람이 자식에게 이러는 법은 없다.”“네.”여름은 차마 차진욱이 아버지보다 훨씬 더 근사하고 멋지더라는 이야기는 할 수 없었다.통화가 끝나자 여름은 상당히 평정심을 찾을 수 있었다. 바로 차민우에게 전화를 걸어 보았다.신호가 몇 번 가더니 상대는 전화를 끊어버렸다.여름은 쓴웃음이 날 뿐이었다.솔직히 차민욱의 입에서 강신희와 강여경에 관한 정보를 얻어낼 생각만 아니었다면 여름은 연락하고 싶지도 않았다.여름은 동생으로 생각했던 차민우가 그렇게 온갖 방법을 써서 자신에게 접근했던 것이 모두 달리 꿍꿍이가 있었다는 것은 충격이었다. 더구나 자기가 멍청하게 그 계략에 걸려들었다는 것이 분했다.이제 저쪽에서는 자기 계획을 알고 있으니 해외로 도피는 인제는 물 건너 간 것이었다.상대의 비열한 수법을 생각하니 여름은 생각할 수록 분통이 터졌다.잠시 생각해 보다가 여름은 결국 FTT로 차를 몰았다. 강여경은 십중팔구 거기 있을 터였다. 대체 강여경이 무슨 수작인지 알아봐야 할 것 같았다.******FTT 본사.최민과 최진이 짐을 한 무더기 들고 사무실에서 나왔다. 두 사람은 난처한 얼굴로 하준을 쳐다보았다.오랜 침묵 끝에 최진이 먼저 입을 뗐다.“우린 이만 가볼게. 이제 우리는 FTT식구가 아니다.”하준은 조롱하는 시선으로 둘을 바라보며 담담히 인사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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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8화

“사람 사이의 관계를 그렇게 추잡하게 밖에 생각을 못합니까?”양유진은 우아한 몸짓으로 안경을 추어올렸다.“그리고 강여경 씨는 인제 FTT의 최고주주니 말 조심하시죠.”“그러니까 말예요. 아직도 여기가 자기 나와바리인 줄 아나 봐.”강여경이 실실 웃으며 사무실을 둘러보았다.“경치도 좋네. 결정했어. 앞으로 이 사무실은 내가 쓰겠어. 최하준 씨 사무실은 1층으로 옮겨요.”그러더니 뒤 쪽의 보디가드에게 까딱까딱 손가락질을 했다.“여기 짐 옮겨. 그래도 FTT 회장이니까 애써 일해온 공로가 있으니 잘 모시고. 아, 인제부터는 회장이 아니지만, 그간 해온 공로가 있으니까 홍보팀 팀장으로 발령하지. 상판이 저 정도면 홍보팀 팀장에 어울리겠어.”“어울린다 뿐인가? 저 정도 얼굴이면 돈 많은 사모님들과 일부 특이 취향의 남자들도 환장할 만하지.”양유진이 실실 웃으며 맞장구 쳤다.하준은 두 손을 주머니에 찌른 채로 두 사람을 내려다 보았다.매처럼 날카로운 시선에서는 싸늘함이 느껴졌다.그 둘은 일찍이 하준에게는 벌레만도 못한 존재였다. 그런데 지금은 하준의 앞에서 기고만장해서 날뛰는 것이었다.하준은 정말이지 둘을 당장이라도 해치워버리고 싶었다.“최 팀장이 인제는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잘 알았겠지? 앞으로 내 앞에서는 공손하게 굴도록, 알겠…?”강여경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얼음장 같은 하준의 얼굴이 앞으로 쑥 나왔다.강여경은 움찔해서 저도 모르게 옆에 있던 보디가드의 뒤로 몸을 피했다. 그러고는 소리쳤다.“뭐 하려는 거야? 당장 내려가라고! 당신은 인제 여기 있을 자격이 없어. 빠… 빨리 옮기란 말이야.”갑자기 한 무리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들어와서 집기를 들어내기 시작했다. 일부러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여름과 하준의 사진을 바닥에 떨어트리고 밟고 지나가려는 사람도 있었다.그러나 발에 밟히기 전에 하준이 얼른 치워버렸다.하준이 허리를 굽혀 사진을 집어 들었다. 액자는 이미 깨져 버려 하준은 사진만 꺼냈다.강여경은 일부러 큰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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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9화

하준의 동공이 심하게 흔들렸다.어떡할지 생각하고 있는데 휴대 전화가 울렸다. 상혁이었다.“큰일 났습니다. 랩 입구에 사람들이 잔뜩 나타나서 지룡 멤버들을 다 때려눕히고 지금 막 밀고 들어옵니다. 랩직원도 적잖이 다쳤습니다.”“알겠어.”하준이 싸늘하게 강여경을 노려보았다.돌아서서 얼른 밖으로 향했다.그러나 입구에 서 있던 보디가드 셋이 갑자기 하준을 막았다.강여경은 고소하다는 듯 떠들었다.“랩에 가 보시게? 내가 거길 보내줄 것 같아? 당신이 피 땀이 어린 곳인 건 알겠지만 나는 랩을 통채로 빼앗아야겠어. 내내 자기가 아주 잘난 줄 알고 있잖아? 예전에 동성에서부터 날 벌레취급하면서 어떻게 날 괴롭힐까 연구하던데 난 다 기억해 두고 있었다고. 오늘부터 하나하나 다 복수해 줄 거야. ““당신뿐이 아니지.”양유진이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왔다. 눈에 음험한 빛이 돌았다.“나도 있거든. 최하준이 내게 주었단 모욕은 내가 하나하나 똑똑히 기억하고 있어. 신혼 첫날 밤 강여름은 원래 내 아내인데도 멋대로 데려가 버렸지. 그 모욕을 당하고 나는 맹세했다고. 언젠가는 내가 복수하겠다고. 사는 게 사는 게 아니게 만들어 주겠다고.”하준은 자신을 바라보는 복수의 눈을 보며 우습기 그지 없었다.둘은 자기들이 여름에게 저질러 온 죄는 생각지 못하는 걸까?“둘이 아주 천생연분이군.”하준이 문득 웃었다.“자기가 남을 해치는 건 괜찮고 상대가 반항하거나 되갚으면 갑자기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군. 너희들이 저질러 온 짓은 생각지 못하는 거야?”강여경이 눈썹을 찡긋했다.“우리 아빠는 맏아들이라 원래 집안의 재산은 모두 맏아들이 물려 받아야 하는데 강여름이 화신을 빼앗아 갔어. 그러니 지금 이 모든 것은 자업자득이지. 이런 걸 인과응보라고 하는 거야.”양유진이 피식 웃었다.“겨우 강여름 주제에 나와 만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지 않고 말이야. 심지어 내가 신장을 잃은 척까지 해가며 살뜰히 돌보아 주었는데. 난 평생 누구에게도 이렇게 비위를 맞춰본 적이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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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0화

“웃기시네. 감히 내 보디가드들을 다치게 했다가는 절대로 좋은 꼴 못 보게 될 줄 알아.”강여경이 독살스럽게 경고를 날렸다.“지금 너희는 완전히 사람 잘못 건드렸어. 대통령이 나서도 이제 너희를 구할 수는 없을 거다.”여름은 날뛰는 강여경을 보면서 속에서 점점 더 불덩이 이글이글 크게 타오르는 것 같았다.“아니, 내가 지금 누굴 건드리는지는 아주 잘 알고 있어. 네가 데려온 사람들 네 수하가 아니잖아. 차진욱의 인원이지. 네 뒤에 있는 그 사람 말이야.”그 말을 들은 하준은 의아했다.‘차진욱이라고? 그 차진욱?’강여경은 더 의기양양하게 웃었다.“그래, 너 같은 촌뜨기는 그 분의 파워가 얼마나 강한지도 모를 걸.”“인정해. 넌 평생 내가 만나본 적수 중 가장 강력하더라. 물론 네가 대단한 게 아니라 너의 그 비열하고 치졸함이 대단한 거긴 하지만.”여름은 냉정을 유지하기 위해 많이 애써야 했다. 알아봐야 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대체 우리 엄마는 어떻게 찾았지? 엄마에게 뭐라고 지껄여 구워삶은 거야?”하준은 완전히 경악하고 말았다.강여경이 순진한 척 눈을 커다랗게 떴다.“뭐래? 뭔 소린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네.”“가식 그만 떠시지. 이미 엄마를 만났거든.’그 일을 언급하려니 여름은 다시 심장이 찢어지는 듯 아팠따.“대체 뭐라고 했길래 엄마가… 나에게 그렇게 심하게 대하실 수가 있지?”“흥, 따귀 몇 대 맞은 거 말이군?”강여경은 고소하다는 듯 마스크를 쓴 여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그러길래 누가 남의 남편을 그렇게 유혹하라니? 그래서 맞은 주제에 뻔뻔하기는….”강여경은 이리로 오는 길에 이미 강신희의 전화를 받아 상황을 알고 있었다.여름이 자기 엄마에게 욕을 먹고 맞았을 것을 생각하니 통쾌하기 짝이 없었다.강여름과 강신희가 만나도 두렵지 않은 것이, 이미 친자 확인을 끝냈기 때문에 강여름이 무슨 소리를 해도 강신희가 안 믿을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게다가 강신희는 약을 먹고 있어서 이미 반쯤은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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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1화

양유진도 신난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웃기는 연극을 보는 듯한 표정이었다.“아, 내일이 사뭇 기대 되는데.”강여경이 씩 웃었다.“지금까지 엄마는 나에게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자해 주셨고, FTT도 내 명의로 사주셨어. 엄마가 나에게 얼마나 잘 해주시는데.”여름은 분노로 온몸이 덜덜 떨렸다.전에는 강여경 배후의 인물이 누군지 몰라서 이렇게까지 화가 나지는 않았는데 이제는 자기 엄마라는 것을 알게 되자 피를 토하는 심정이 되었다.“넌 내 걸 빼앗아 가는 걸 왜 이렇게 좋아하니 처음에는 TH, 그 다음에는 화신…. 그런데 이제는 다 상관 없어.”강여경이 빨간 입꼬리를 올렸다. 여름이 화가 나서 바들바들 떨고 있는 것을 보니 너무나 마음이 흡족했다. 이 날을 얼마나 기다려 왔던가?“네가 무슨 거짓말을 어떻게 했는지는 몰라도 절대로 영원히 진실을 감출 수는 없어. 난 남아서 네 추악한 면모를 하나하나 까발려 줄 거야. 그 집안 사람들이 네 더러운 진짜 모습을 하나하나 다 보게 만들 거야.”여름은 이를 악 물고 한 자 한 자 힘주어 말했다. “이제 슬슬 랩에 가 봐. 네가 그 집의 보디가드를 데리도 나왔을 때는 멀쩡한 모습이었을 텐데 이제 하나같이 실려 나갈 테니 그 꼴을 보고 나면 차진욱님이 뭐라고 하실까?”강여경은 카리스마 가득한 차진욱의 모습을 떠올리니 심장이 떨렸다.강신희는 별로 개의치 않겠지만 차진욱은….“상관 없어. 넌 아저씨가 날 얼마나 예뻐하는지 모르는구나.”강여경이 말은 그렇게 했지만 더는 여기서 이러고 있을 수 없었다. 정말 여름이 말한 것처럼 상황이 그런지 봐야 했다.“우리 가요. 같이 내려가 보자고요.”강여경이 양유진에게 눈짓을 해보였다.양유진은 고개를 까딱했다. 그러나 여름의 앞을 지나가려다가 걸음을 멈추더니 가식적인 웃음을 띠고 말을 건넸다.“여보, 사실 당신이 내 침대로 돌아오기만 하면 당신의 아이들은 다치지 않게 해줄 수 있어. 그동안 내가 돌보아 키운 아이들 아닌가?”여름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감히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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