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601 - 챕터 1610

1699 챕터

1602화

“그래. 기억을 잃으면 머리 속이 그냥 백지장 같은 느낌이거든. 강여경이 그리고 싶은 대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지. 심지어 강태환 부부도 당신을 모함했을 거야. 강태환은 어머님의 오빠니까 오래 동안 기억을 잃었던 사람이라고 해도 오랜 만에 돌아와서 자기랑 닮은 오빠를 만나면 반갑지 않겠어? 그 사람들이 얼마나 악독한 인간이었는지는 다 잊으신 거지.”여름은 망연자실해졌다. 문득 엄마가 그렇게 밉지 않아졌다.“강여경이 엄마에게 약을 먹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되었어?”“간단하지. 강여경은 같은 일을 한적이 있어. 그런 인간이라면 당신 어머니를 마음대로 조종해 손에 부와 권리를 거머쥐기 위해 약을 쓰는 일도 충분히 있을 수 있지.”하준이 한숨을 쉬었다.“원래 훈수 두는 사람에게 판이 더 잘 읽히는 법이야. 어머님은 오래도록 잃어버렸던 딸을 이제 막 찾았으니 지금이 제일 딸을 아끼게 되는 시기지. 그 많은 자금을 뿌려 FTT의 주식을 사서 강여경엥게 주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잖아. 이 사태를 해결하려면 역시 차진욱 부자에게서 시작해야 해. 차진욱 회장을 만나보니 어떤 사람인 것 같아?”여름은 잠시 생각해 보았다.“속을 알 수 없는 분이었어.”“잘 됐네. 그런 사람은 쉽게 강여경에게 속아넘어가지 않을 거야. 차 회장과 강여경은 혈연관계도 아니니까 이성적으로 이 건을 생각하고 판단할 거야. 방금 당신이 한 말을 듣고 차민우가 가서 조사를 좀 해줬으면 좋겠네. 강여경이 저지를 짓이 얼마나 더러워는지.”여름은 위로 받은 기분이라 한숨이 나왔다.하준은 여름을 안았다. 이때 갑자기 상혁이 전화를 걸어왔다.“CB그룹 보디가드가 주민 병원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이원명이 따로 말을 넣어주었다고 합니다.”하준이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바로 이주혁에게 전화를 걸었따.“부상당한 CB그룹 보디가드를 주민 그룹에서 받아줬다니, 차진욱이 네 아버지께 연락한 거 아냐?”“난 지금 막 수술 끝내고 나와서 상황을 잘 모르겠네. 한 번 알아볼게.”이주혁은 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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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3화

이주혁은 말을 마치더니 전화를 끊어버렸다.이원명이 얼마나 화가 났는지는 알 바 아니라는 듯.그러더니 바로 다른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1시간 뒤에 채시아 끌고 와.”“알겠습니다.”그러나 곧 전화가 걸려왔다.“채시아가 사모님과 함께 있습니다.”그 말을 듣더니 이주혁은 웃었다.그러나 웃음 소리를 들은 수하는 모골이 송연했다. 그것은 이주혁이 정말 화났을 때 내는 소리였다.낮고 싸늘하고 소름이 쫙 끼치는 소리였다.“채시아 일 전부 중단 시켜. 우리 회사에 계약서를 써 놓았으니 해외의 명감독이랑 일을 하고 싶어도 우리 회사가 동의하지 않으면 계약위반이야. 앞으로 아무 일도 시키지 마.”부하는 바로 알았다.채시아가 이번에는 정말 이주혁을 잘못 건드렸다. 이주혁이 채시아를 죽이기로 마음 먹었다면 아무리 좋은 인맥이 있고 헐리웃에서 감독이 달려와도 계약을 풀어주지 않는 한 누구도 채시아와 일할 수 는 없다. 곧 소문은 쫙 퍼질 것이고 채시아는 어떤 작품에도 출연할 수 없게 될 것이다.“네. 알겠습니다.”잠시 후 이주혁이 다시 분부했다.“우리 아버지나 어머니가 직접 자회사에 전화를 걸더라도 아무도 신경 쓰지 말라고 전해. 이번에 병원에서 누가 아버지 전화를 받고 CB그룹 보디가드 입원시켰는지 찾아내서 내보내. 다시는 보고 싶지 않으니까.”“알겠습니다.”부하는 이주혁이 이번 일로 일벌백계를 삼아 전체그룹에 보여주려고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룹 내에서는 누구도 이주혁의 마을 거역할 수 없다. 그것은 이원명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려는 것이다.수하는 몰래 탄식했다.이정도로 과단성 있게 힘을 모아 밀고 나가는 힘을 가진 이주혁이 그룹을 이끈 덕분에 그동안 주민그룹은 독보적인 힘을 가지게 되었던 것이다.이주혁은 최하준처럼 대놓고 요란하게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주민그룹의 위치는 FTT 한창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이주혁도 매서운 데가 있어서 친부모에게조차 가차없는 것이다.*****이주혁의 본가.채시아는 이때 류성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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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4화

“그게… 네가 바미엔터랑 계약이 되어 있잖아. 계약서에는 네가 출연하는 모든 작품은 회사의 동의가 있어야 하고 그걸 어길 시에는 위약금을 물어낸다는 규정이 있어.”매니져가 괴로운 듯 말을 이었다.“전에는 대표님이 널 적극적으로 밀어주시니까 그 조항이 별 문제가 안 됐었던 거지. 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대표님이 이렇게 화가 나셨어?”“자… 잠깐만 생각 좀 해볼게요.”채시아는 전화를 끊고 눈시울이 붉어졌다.류성희가 다급히 물었다.“무슨 일이냐?”“주혁 씨가 제 일은 전부 중지 시켰대요. 강여경 씨가 저를 외국 감독에게 소개해줬는데 회사에서 제 출연에 동의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감독이 도망가 버렸대요.”채시아는 불쌍한 척하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분명 제가 CB그룹 일을 어머님, 아버님께 말씀드려서 그렇게 됐을 거예요. 하지만 저는 다 주혁 씨에게 좋으라고 한 일인데….”“걔가 정말 왜 그런다니. 걱정하지 말아라. 이번 일은 내가 잘 얘기해 줄게.”류성희가 그렇게 말하는데 이원명의 차가 들어왔다.이원명이 씩씩거리며 차에서 내렸다.“이 녀석이, 감히 소 원장을 잘라? 에비 체면을 우습게 여겨도 유분수지!”“소 원장이 누군데요?”류성희가 의아한 듯 물었다.“CB 그룹의 보디가드를 병원에 입원시킨 원장이지. 내가 직접 원장에게 전화했었거든. 그런데 주혁이 녀석이 바로 소 원장을 잘라버렸다는 거야. 자기 말을 안 들어서라나? 이건 대놓고 지 애비에게 모욕을 주겠다는 거잖아?”이원명은 약이 바짝 올라 죽을 지경이었다.“애초에 이 애비는 안중에도 없는 거지.”채시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이주혁이 이렇게 세게 나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자기에게는 전화 한 통화도 없고, 욕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채시아를 도와주는 사람에게 이주혁이 하나 둘 본때를 보여주는 중이었다.“말도 안 돼요. 내가 전화서 집으로 오라고 할게요. 이 녀석이 어디 어른을 이따위로 취급하고.”류성희는 그러면서 바로 이주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아무도 받지 않았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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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5화

이주혁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저를 모르시는 것도 아니고, 내가 얼마나 명령 불복을 싫어하는지 아시잖습니까? 그건 아버지라도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회사가 하나니, 목소리도 하나로 내야지요. 그래야 회사가 오래, 길게 발전하는 겁니다.”“헛소리, 우리 회사는 이 씨 집안에서 대대로 물려 내려온 패밀리 기업이다. 네가 운이 좋아 우리 집안에서 태어났으니 대표도 하고 그러는 거지. 그렇다고 네가 그룹 전체의 이사장인 것도 아니잖느냐?”이주혁이 싸늘하게 웃었다. 말투는 더욱 싸늘해 졌다.“내가 주민그룹을 받을 때 어떤 꼴이었던지 잊으셨어요? 아버님께서 경영하실 때는 우리 주민그룹이 손가락 안에 꼽히는 그룹이 되지 못했었죠.네, 그동안 주민 그룹은 다름 사람들에게 늘 우리나라 최고 거부는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쿠베라처럼 VIP라는 뒷배에 기댈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죠. 다만 회사 내부에서는 다들 주민 그룹이 1년 만에 대체 매출이 얼마나 순이익이 얼마냐며 떠들었습니다.. 다만 아랫사람을 꾹 밟아 멋대로 활개치지 못하게 하죠. 누구보다 잘 아시지 않습ㄴ까?”이원명이 콧방귀를 뀌었다.“하지만 아무리 해도 내가 너에게 회사를 내주었다는 것은 사실이지. 그러니 너는 남들과 출발점이 달랐다. 게다가 난 네 애비야. 그런데 그렇게 건방지게 군단 말이냐?”“사람은 자기 분수를 알아야 하지요. 내가 아니면 어디가서 이렇게 호사스러운 생활을 누리실 수 있겠어요? 어딜 가도 사람들이 굽실거리고 VIP까지도 아버지께 함부로 못하는 건 그게 다 제 덕분이라 이 말입니다.”이주혁이 기다란 다리를 우아하게 접었다.“아, 경고하는데 엔터계에서 우리 그룹의 지위는 내가 만들어 둔 겁니다. 아버지와는 1도 상관 없어요.”“이게….”이주혁은 손가락을 들어보았다.“사람이 너무 오래 높은 자리에 있다 보면 자기 목소리만 듣고 싶죠. 아무리 아버지라고 해도 한 번은 참아드리지만 두 번째부터는 지겹다고요.”이주혁의 목소리는 사뭇 차가웠다. 아무리 잘생긴 얼굴이지만 싸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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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6화

시아는 많은 보디가드의 기세에 눌려 무서웠다. 얼른 두 다리를 가리며 소리쳤다.“나한테 이럴 수는 없어! 주혁 씨! 제발 놔주세요.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요.”“내가 그 소리를 너무 지겹게 들었지. 하지만 내가 아무리 얘기를 해도 넌 돌아서면 잊어버리더군. 내 말이 우스운 모양이야.”이주혁은 쳐다도 보지 않고 손을 휘저었다.“수영장으로 끌고 가.”곧 채시아는 끌려나갔다.류성희는 당황했다.“뭘 어쩌려고 그러니? 쟤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나는 어떡해? 내가 죽어도 좋다는 게냐?”“이 짐승 같은 놈! 그만 두지 못해!”이원명이 화가 나서 막으려고 했다.“나가서 보세요. 아주 볼만할 겁니다.”이주혁은 입꼬리를 씩 올리더니 성큼성큼 걸어나갔다.채시아는 풀장에 던져졌다. 기어나오려고 하면 다시 집어 넣고 다시 집어 넣고가 반복되고 있었다.류성희는 그 모습을 보니 심장이 떨렸다. 이원명이 아들을 보니 이주혁의 얼굴에는 즐겁다는 듯한 웃음이 걸려있었다. 마치 재미있는 공연이라도 보는 듯한 표정이었다.이런 아들의 모습을 처음 보는 이원명은 한기에 온몸이 떨렸다.“그만 해라. 그만….”류성희는 얼마나 소리를 질렀는지 목이 쉴 지경이었다.“걱정하지 마세요. 채시아가 죽을 것 같으면 걔 피를 다 뽑아서 어머니가 쓰시도록 해 드릴게요.”이주혁은 바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었다.그 싸늘한 목소리가 귀에 들어오자 채시아는 멘붕이 되었다.이주혁의 독랄함을 얕보았던 것이다.심장이 없는 이주혁 앞에서 자기가 아무리 잔꾀를 부려봤자 우스울 따름이었는데 그것을 알지 못했다. 채시아는 정말 무서웠다.‘저건 사람이 아니야. 악마야.내가 어쩌자고 강여경이랑 얽혀서 악마를 도발했을까?미친 거지….’너무나 후회가 됐다. 한번만 더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시는 강여경을 도와주지 않겠다고 결심했다.이주혁에게 밉보이면 국제무대고 뭐고 목숨부터 걱정해야 할 판이었던 것이다.몇 번이고 사신을 조우할 뻔했던 채시아는 결국 버티지 못하고 기절하고 말았다.보디가드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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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7화

밤. 차민우는 침대에 누워있었다. 머리 속은 온통 낮에 여름과 나누었던 대화로 가득했다.‘강태환 부부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했지.심지어 이정희는 계단에서 할머니를 밀어 돌아가시게 했다고.그리고 강여경은 연약하고 착한 척하는 게 주특기라고?’차민우는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는 느낌이었다.‘젠장, 저 집안은 무슨 일이 그렇게 많아?이치대로라면 여동생인 강여경에게 마음이 기울어야 맞지.그러나 솔직히 엄마는 나에게는 주어본 적도 없는 천문학적인 거금을 강여경에게 퍼부었다. 딱히 질투를 하는 건 아니었지만 강여름 말이 맞는 것 같아. 엄마는 나에게 그렇게 큰 돈을 준 적이 없다. ‘그런데 강여경은 만난 지 얼마나 됐지? 석 달 도 안 됐잖아?엄마는 늘 신중하고 현명한 분이셨어. 내게는 엄격했고. 나도 바보가 아닌 이상 이 정도면 강여경이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것쯤은 알았다고.강여름의 말이 모두 진짜인지는 다 알 수 없지만 최소한 강여경에 대해서 신중할 필요는 있는 것 같아.’차민우는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몰래 빠져나가 동성에 가서 조사를 해보려는 것이었다.이 일은 강신희나 강여경에게 들켜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들키면 매우 기분 나빠할 테니까.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차민우는 아침을 먹고 회사에 가본다고 말하고는 별장에서 나갔다.동성에 가보려는 것이었다.그 일은 차진욱에게도 말하지 않았다.그냥 부하 한 명만 데리고 조용히 떠났다.차민우는 우선 TH의 옛 사옥이 있던 곳으로 갔다. 그러나 지금 그 자리에는 다른 회사가 사들여 대형 인테리어 회사로 바뀌어 있었다.차민우는 시공 팀을 구하는 척했다. 영업팀의 선우식이라는 사람이 나와서 응대했다.선우식은 차민우가 어린데도 옷이며 시계 등이 하나 같이 명품인 것을 알아보고 내내 살랑거리며 비위를 잘 맞추었다.“얼마나 큰 집을 맡겨주십니까?”“100평 정도요. 그런데 어느 인테리어 회사가 좋은지 모르겠어서….”차민우는 한껏 외국인 말투로 대화를 이어갔다. 벽에 걸린 모델 하우스를 보고 물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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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화

“대표라는 사람이 영….”선우식이 손을 저었다.“자재를 바꿔치기 해서 돈을 빼돌리던 인간입니다. 업체에서 사용하라는 고품질 자재를 불합격 싸구려 자재로 바꿔치기 해서 공사하던 호텔이 불이 크게 났어요. 그 바람에 법정에 섰지요.”“그럴 리가요. 그렇게 대표가 대놓고 나쁜 짓을 하겠습니까?”차민우가 놀라는 시늉을 했다.“그래서 어떻게 됐습니까?”“감옥에 갔죠. 그런데 실은 그 프로젝트 감독관이 대표의 처조카라는 걸 다 알고 있었죠. TH의 명성이 그렇게 그냥 바닥에 떨어져 버렸죠.”선우식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TH 대표가 아주 천하에 몹쓸 사람이군요.”차민우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대표뿐인 줄 아세요. 부부가 나란히 감옥에 갔다니까요. 자기 여동생 회사의 주식을 또 혼자서 꿀꺽 하려고 했대요. 유언을 위조하려고 그 대표 아내라는 사람이 할머니를 계단에서 밀어서 돌아가시게 만들었다니까요. 그래서 감옥에 갔죠.”차민우는 당황했다. 강태환 부부도 그 일을 언급한 적이 있지만 강여름이 외할머니를 해쳤다고 말했었다.선우식은 누구와도 연관이 없는 사람이니 소문을 들었을 것이다. 그러니 누가 누구인지 제대로 구분을 못할 수도 있다.“아시는 게 많네요.”차민우가 의미심장하게 선우식을 바라보았다.“헤헤, 동성 인테리어 바닥에서 5~6년 구르다 보면 자연스럽게 주워 듣는 게 많죠.”선우식이 그렇게 말하는데 차민우가 지갑에서 지폐를 잔뜩 꺼내 테이블에 올려놓았다.“얘기 좀 더 해주시죠.”선우식은 멍하니 있다가 그제야 이 사람이 인테리어를 하러 온 사람이 아니라 TH의 집안 이야기를 들으러 왔다는 것을 알아 챘다.돈을 벌 기회가 있는데 가만히 있을 바보는 없다.“사실만 말씀해 주십시오. 아는 대로 다 얘기해 주세요. 어쨌든 이건 다 드리겠습니다.”차민우가 지폐에 턱짓을 해 보였다.선우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걸 다 가져갈 수 있다면 이야기 몇 마디 못할 것 없었다.“뭘 알고 싶으신데요?”“강 대표의 집안 일이요. 예를 들면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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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9화

“정말 베꼈답니까?”차민우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그건 모르죠.”선우식이 한탄했다.“어쨌든 나중에 강여름은 도하건축에 가서 일했습니다. 거기서 엄청 유명한 디자이너가 돼서 동성을 떠났죠. 강여름이 작업했던 곳은 확실히 굉장하긴 했습니다. 저도 많이 봤거든요. 아! 어쨌든 지금은 굉장히 유명해요. 최하준 전처잖아요? 다들 알죠. 우리 나라에서 제일 유명한 건축디자이너 이기도 하고요. 능력도 없는 사람이 남의 작품을 베껴서 그렇게 유명해질 수 있을까요?”“그렇군요. 이 돈은 다 드리겠습니다.”차민우는 고개를 끄덕거리고 자리를 떴다.건물에서 나오자 차민우가 비서에게 물었다.“왜 자네가 전에 알아봤던 정보랑 지금 선우식이 하는 얘기가 이렇게 다르지?”비서가 급히 설명했다.“저는 강태환 집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다녔습니다. 그때는 아가씨께서 하시는 말씀이랑 딱딱 맞아 떨어졌거든요. 동성에서 아가씨의 명성이 좋지 않은 건 다 강여름이 장난쳐서 그런 거라고 하시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차민우도 이렇게 형편없는 소문을 듣게 될 줄은 몰랐다.전에는 강여경의 시점에서 바라보았기 때문에 강여경이 피해자로 보였던 것이다.그러나 TH가 도산한 것은 사실이다. 강태환의 말로는 여름이 TH의 명예를 무너트려서 도산했다고 했는데 업계 인사의 말은 자재를 빼돌렸다는 것이다.뿐만 아니라 강여경은 강여름의 남자친구도 빼앗아간 사람이었다.빼앗아 간 것까지도 그렇구나 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 약혼자가 돈도 직장도 일고 나자 가차없이 손절하고 파혼을 했다니….게다가 그러고 나서도 남자친구가 생겼는데 그 사람을 두고 다른 돈 많은 사람과 잠자리까지 가졌다는 것이다.‘강여경이 그런 짓을 했다고?’어쩐 일인지 차민우는 강여경의 얼굴을 떠올리니 기분이 이상했다.비서가 한마디 했다.“강여경 씨 전 약혼자를 찾아가 보면 어떻겠습니까?”“전에 강여름이 강여경의 전 남친에게 물어보라고 하더라고. 만약 강여름이 이미 함정을 설치했으면 어떡해?”차민우는 마음이 놓이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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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0화

그러나 이모님은 경계심이 심해서 차에 타지 않았다.차민우는 차 문을 열고 나왔다. 이모님은 차민우의훤칠한 키에 준수한 외모를 보더니 경계심이 한껏 풀린 듯했다. “이분은 여기서 식사를 담당하시는 이모님이라고 하니다.”비서가 소개했다.“시장에 다녀오시는 것을 보고 모셔왔습니다. 이 댁에서 5년 동안 일했다고 합니다.”“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그냥 한선우에 관한 것을 몇 가지 여쭤보고 싶어서요.”차민우가 지폐 한 다발을 건넸다.“도련님 얘기는 물어서 뭐 하시게요?”이모님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벌써 돌아가셨는데요.”“압니다. 전에 약혼녀가 있었다던데요. 강여경이라고….”“아~”이모님의 얼굴에 경멸의 빛이 스쳤다.“네. 툭하면 이 댁에 오곤 했는데 누가 봐도 도련님에게 뜻이 있었죠. 도련님하고 사모님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납치 돼서 어디 시골 구석에 오래 처박혀 있어서 그런지 교양이며 품위가 여름이 하고는 비교가 안 됐죠.”“강여름이오?”차민우가 관심을 보였다.“강여름과 한선우가 사귀었었다던데 사실인가요?”이모님이 입술을 핥았다. 별로 말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아니, 도련님도 안 계신데 그건 왜 자꾸 물어요?”“그냥 강여경 씨와 강여름 씨에 대해서 좀 궁금해서요. 한선우 씨를 비방하려는 뜻은 전혀 없습니다.”차민우가 솔직하게 밝혔다.“그러시구나.”이모님이 끄덕였다.“그게 우리 도련님에게는 별로 좋은 이야기가 아니라 별로 말 안하고 싶었는데. 이제 돌아가셨으니 꼭 그럴 필요까지야 없겠죠. 도련님하고 여름이는 소꿉친구였어요. 두 사람은 사이가 아주 좋았답니다. 제가 밥을 하고 있으면 둘이 결혼할 거라고 저에게 와서 이야기하곤 했어요. 다들 두 사람 결혼을 기대하고 있었죠. 그런데 나중에 강여경이 나타나면서 모든 게 다 변했습니다.”“나중에 어쩐 일인지 도련님이 강여경이랑 사귀시더라고요. 어쨌든 이 댁에서는 밥을 먹으면서 강여름을 헐뜯는 게 일상이 됐어요.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그게 다 거짓말이었거든요.”차민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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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1화

생각할수록 터져 나오는 울분을 참을 수가 없었다.이제 강여경 같은 인간이 자기 동생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도 않았다.‘잠깐, 강여름은 강여경이 진짜 엄마 딸이 아니라고 했는데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는데.나 같은 고아한 오빠 밑에 어떻게 그렇게 악랄한 동생이 있을 수 있겠냐고? 엄마가 낳은 딸 인성이 저렇게 더러울 수는 없어.하지만 친자 확인은 어떻게 된 거지?’한창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차가 끼이익하고 급제동이 걸렸다.“무슨 차를 이렇게 몰아?”차민우가 버럭 성질을 냈다.“죄송합니다. 웬 할머니가 갑자기 튀어나와서 받을 뻔했습니다. 제가 내려가서 보겠습니다.”비서가 급히 안전벨트를 푸르더니 내렸다.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비서가 급히 노인을 부축했다.“할머니, 괜찮…”말이 끝나기도 전에 번쩍하더니 가슴으로 날카로운 금속이 박혀 들었다.차민우를 등지고 있던 비서는 갑자기 머리가 하얗게 되었다. 차민우에게 빨리 도망치라고 하고 싶었지만 입 밖으로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다.“사고 난 건 아니지?”차민우가 내려서 비서가 고꾸라지는 것을 보고 몇 걸음 다가섰다. 갑자기 바닥에 혈흔이 보였다.문득 불길한 예감이 덥쳐 왔다. 이때 갑자기 뒤에서 뭔가가 머리를 찍어내렸다.차민우는 얼른 피하면서 반대 방향으로 도망쳤다.그러나 몇 걸음 가지도 못해서 검은 차 두 대가 와서 길을 막았다. 칼을 든 8명이 덤벼 들었다.앞뒤와 좌우로 순식간에 차민우를 에워쌌다.“당신들 뭐 하는 사람이야?”차민우의 얼굴이 싸늘하게 변했다.어려서부터 수많은 위험을 거쳤지만 어딜 가더라도 최정예의 보디가드와 동행했기 때문에 이런 일을 직접 겪기는 처음이었다.그러나 납치범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일처리 솜씨도 매우 깔끔했다.차민우도 꽤나 단련된 솜씨인데도 무기 하나 없이 여러 명을 상대하려니 역부족이었다. 곧 몸에, 등에, 팔에 상처가 가득했다. 결국 등 뒤에서 날아오는 공격을 피하지 못해 쓰러지고 말았다.차민우가 기절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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