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571 - 챕터 1580

1699 챕터

1572화

아침 식사 시간이 되었다. 평소에는 따스하던 분위기가 오늘은 남극처럼 차갑게 얼어붙어 있었다.강신희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어제 밤새워 생각해 봤는데 우리 집의 원한 관계에 대해서 당신 부자는 끼어들지 말도록 해요.”차민우가 계란을 삼키며 물었다.“뭘 어쩌시게요?”“엄마, 아저씨랑 왜 그러세요?”강여경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쾌재를 불렀다. 자기 계획이 이렇게 빨리 먹힐 줄은 몰랐다.다 그 약 덕분이었다. 강신희의 성격을 크게 바꾸어 놓지 않았다면 냉철한 판단을 하는 강신희가 이렇게 쉽게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우리 일이니까 너희는 몰라도 된다.”강신희는 말을 마치더니 포크를 내려놓고 그대로 자리를 떴다.차민우가 조심스럽게 아빠를 쳐다봤다. 차진욱은 미간을 문지르며 차민우를 돌아보았다.“강여름에게 사람을 좀 붙여라. 무슨 사고 나지 않게.”“아빠….”차민우는 조금 놀랐다.“아니, 전에는….”“전에는 나도 네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다만, 몇 번 만나보니 확실히 네가 무슨 생각인지 알겠더구나.”차진욱이 말을 이었다.“게다가 이번에 보니 최하준이 보통내기가 아니더라. 최하준을 해치우기 전에 강여름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겼다가는 그 녀석은 너 죽고 나 죽자 식으로 우리를 다 잡고 넘어갈게다. 지금 우리 쪽 인원이 여기에 다 와 있는 게 아니니 그렇게 되면 우리가 이 나라에서 무사히 빠져나가지 못할 수도 있어.”“역시 현명하세요.”차민우가 엄지를 치켜올렸다.******여름은 자기가 누구에게 노려지고 있는지도 몰랐다.화신을 윤서의 명의로 돌려놓고 난 뒤로는 출근을 할 필요가 없으니 매일 집에서 디자인을 하거나 아이들 보거나 했다.때로는 뉴스를 보기도 했다. 요즘 FTT는 눈에 띄지 않게 자중하고 있었다. 반면 진영그룹은 급 부상해서 지사를 세 군데나 내고 국내 백신 수요의 80%를 감당하는 수준이 되었다.그러면서 이미 손꼽히는 대기업이 반열에 올랐다.지금 양유진의 사업은 그야말로 떠오르는 해처럼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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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3화

강여경이 뒤로는 검은 양복을 입은 외국인 중년 남자가 따라 들어왔다. 월스트리트 분위기가 났다.“강여경, 제정신이야? 여기가 어디라고 네가 함부로 들어와?”여름이 하준의 무릎에서 벌떡 일어났다.강여경이 이렇게 대대적으로 호기롭게 나타나자 여름은 어쩐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하준의 생각도 여름과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훨씬 침착했다. 하준의 시선은 빠르게 강여경 뒤의 외국인 남자의 얼굴을 훑었다. 어쩐지 눈에 익은 얼굴이었다.기억력이 워낙 좋은 하준은 바로 그 사람을 알아보고 눈빛이 어두워졌다.“아주 준비를 단단히 하고 온 모양이군.”하준이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눈빛은 더욱 깊어졌다.“최 회장이 날 알아본 모양이군.”중년 남자가 씩 웃었다.“그래도 정식으로 인사하지. 줄 그레이슨이라고 합니다.”강여경은 하준의 어두운 얼굴을 보고 득의양양하게 웃었다.“잘 들어. 내가 소개하지. 이분은 최고의 M & A 전문가인 줄 그레이슨이야. 줄 그룹의 도움으로 내가 FTT 주식의 50%를 매수했거든.”여름은 머리가 웅 울렸다. 금융 관련한 내용은 잘 모르지만 듣고 나니 망연자실해졌다.“말도 안 돼. FTT 주주가 왜 너에게 주식을 양도해?”그리고 그렇게 큰일을 어떻게 하준도 모르게 조용히 진행을 할 수 있겠는가?“적대적 M & A니까.”하준이 여름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마음속 노기를 누르기라도 하는 듯 그 손은 매우 무거웠다.여름이 돌아보니 하준이 얼굴은 여전히 냉정했지만, 두 눈에서는 무한한 냉기가 솟아나고 있었다.여름은 하준이 너무 안쓰러웠다. FTT는 하준의 피와 땀이었다. 하준의 모든 것이었다. 힘겹게 세무조사를 뚫고 겨우 여기까지 왔는데 FTT의 반이 강여경의 손에 넘어가다니….“남이야 어떻게 손에 넣었든 네가 상관할 바 아니고. 어쨌든 이제 난 FTT에 대해서 반은 권리가 있어. 그러니까 난 이 사무실에 들어올 권리도 있고 심지어….”강여경이 의기양양하게 걸어가더니 두 손으로 책상을 짚었다.“이 사무실을 내가 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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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4화

“닥쳐!”여름이 강여경을 잡아채서 끌고 오자 강여경의 보디가드 둘이 놀라서 손을 멈췄다.“우리 아가씨를 놓아주지 않으면 너희들 다 죽게 될 거다!”강여경의 보디가드 중 하나가 외쳤다.하준이 상황을 보더니 먼저 입을 열었다.“이제 더 싸워봐야 의미가 없으니 동시에 손을 놓도록 하지.”여름이 하준과 시선을 맞추더니 강여경을 힘껏 강여경의 보디가드에게로 던져버렸다.강여경은 더 이상 귀한 집 아가씨 같은 모습이 아니었다. 여름에게 손가락질하며 소리쳤다.“저걸 죽여버려. 아니, 쟤 머리를 다 뽑아 와.”“저기….”보디가드 둘이 곤란한 듯 강여경의 뒤를 가리켰다.“왜? 뭐? 왜?”강여경이 돌아보니 문 앞에 하준의 보디가드들이 가득했다. 강여경은 아픈 볼을 부여잡고 불만스럽게 말했다.“강여름, 두고 봐. 내가 반드시 갚아주겠어. 오늘은 싸우러 온 게 아니라 경고하러 온 거니까. 오늘부터 FTT의 반은 내 거야. FTT의 경영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고.”강여경은 말을 이었다.“오늘부터 내 쪽 인력이 FTT로 들어오기 시작할 거야. 솔직히 난 여기 이 이사장이라는 인간이 마음이 안 들거든. 능력이 있는지도 의심스러워. FTT그룹이 100년의 역사와 전통을 가진 그룹인데 연수익이 그거밖에 안 된다는 게 말이 되나? 여기는 경영진이 문제가 있는 게 틀림없어. 대대적을 손을 봐야겠어.”하준이 싸늘한 눈으로 강여경을 잠시 쳐다보더니 냉랭하게 웃었다.“강여경, 그때 널 살려두지 말았어야 하는 건데.”그때 일을 떠올리니 강여경은 얼굴이 창백해지고 말았다.너무나도 수치스러운 일이었다.하준이 계속 잔인하게 말을 이었다.“그냥 바다에 던져 버렸으면 좋았을걸.”“아쉽게도 난 살아남았거든. 최하준, 그때 네가 날 그렇게 잔인하게 괴롭혔을 때 나는 맹세했었어. 언젠가는 돌아와서 복수하겠다고. 두고 봐. 이건 시작에 불과할 테니까.”강여경은 그렇게 도발하더니 돌아섰다.“이제 난 천천히 회사를 좀 돌아봐야겠다. 아, 공장하고 랩도 아직 다 안 가 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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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5화

“내가 전혀 모르게 그 많은 주식을 사들였다는 것을 보니 어마어마한 가격으로 유혹했다는 뜻이야. 아니면 협박과 유혹을 동시에 시전했겠지.”하준이 주먹을 꽉 쥐었다.“놈들이 제시한 가격은 시장 가격의 몇 배였을 거야. 강여경의 배후에 누가 있든 전혀 간단한 상대가 아니야. 세계적인 자금을 가진 자가 틀림없어.”여름은 황당했다.“하지만 그 사람은 왜 그 많은 돈을 강여경에게 쏟아 붓는 거지?”“당신 말이 맞아. 그 많은 돈을 들여서 FTT를 사들여 봐야 그저 화풀이 밖에 안 될 텐데 엄청난 낭비지.”하준은 이해가 안 됐다.“제정신인가? 강여경의 친엄마, 아버지도 아닐 텐데.”여름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당장 배후의 인물을 끄집어 내서 실컷 두들겨 패주고 싶은 심정이었다.“그러면 이제 FTT의 주주는 몇 명이나 남았을까?”여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하준이 어두운 얼굴로 여름을 바라보았다.“나, 어머니, 고모, 삼촌.”“……”그러니까 하준의 가족을 제외한 모든 주식을 그쪽에서 다 사들였다는 뜻이었다.“그러니까 이제 강여경이 FTT 최대 주주가 되었다는 말이네?”한참 만에 여름이 간신히 한 마디를 꺼냈다.하준도 어두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기다란 속눈썹 아래로 그늘이 드리워졌다.“일단 집으로 가 보자.”돌아오는 길에 황보 이사가 먼저 하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미안한 기색이 역력했다.하준의 입술이 싸늘하게 굳어졌다.“아저씨는 우리 할아버지의 친구시잖아요? 그것 때문에 우리 FTT의 최대 사외 이사가 되셨던 거구요. 그런데 이렇게 아무 말도 없이 우리 주식을 팔아버리시다니, 어떻게 이런 일을 하실 수가 있어요?”전화기 저쪽의 목소리가 한동안 침묵했다. 황보 이사가 어렵사리 다시 입을 열었다.“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네. 우리 아들들이 하던 투자 사업이 연달아 실패하면서 온 식구가 인제 이 늙은이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라서 말이지. 아들과 손자들을 위해서 내가 역시 남겨둘 것을 챙기지 않을 수 없었어.”“그동안 FTT에서 아저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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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6화

그 정도라면 누구라도 거절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나뿐만 아니라 다른 소액주주들도 손에 쥔 돈이 만만치 않았을 거야.”황보 이사가 죄책감 가득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그러지 말고, 자네도 내 말 듣게. FTT는 그만두고, 어서 자네 할머니 할아버지 모시고 도망쳐. 땡전 한 푼 없이 쫓겨나기 전에.”황보 이사는 여기까지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하준은 휴대 전화를 내려놓고 고개를 숙이더니 여름을 꼭 안았다. 한참 만에 하준은 낮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자기야, 아이들 데리고 우리 식구랑 먼저 우리 아버지를 따라서 Y국으로 가 있어.”“당신은?여름이 고개를 들고 물었다.“난 이쪽 일을 해결하고 따라갈게.”하준이 여름의 머리카락을 하나씩 쓰다듬었다.“아저씨 말이 맞아. 지금 우리 능력으로는 상대에게 대항할 수 없어. 상대는 이제 돈으로 우리를 눌러 죽이겠다는 뜻을 천명한 거야. 그러고 나서는 우리의 모든 퇴로를 끊어버리겠지. 그러니 일단 우리나라를 떠나. 우리 전에 다 얘기했었잖아?”여름은 하준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더니 문득 말했다.“싫어.”“자기야….”하준의 말투가 무거워졌다.여름이 하준의 품에서 벗어났다.“내가 모를 줄 알아? 내가 당신 가족이랑 떠나고 나면 당신에게는 이제 걱정할 게 없어지지. 그러면 강여경 배후의 인물을 끌어내서 같이 죽는 한이 있어도 상대를 죽여버리려는 거잖아?”“아니야. 최대한 빨리 해결하고 당신을 찾아갈 거야.”하준이 저음으로 힘주어 말했다.“거짓말. 안 믿어. 세무 조사 정도면 당신이 얼마든지 버텼을지 몰라도 지금은 강여경이 당신 회사를 빼앗아 가려고 해. 하지만 FTT는 당신의 피와 땀이지. 그 오랜 세월 고생해가며 지켜온 회사를 강여경에게 바치게 생겼는데, 절대로 그런 꼴을 보고 싶지는 않을 거라고. 당신은 남아서 FTT를 다 철저히 부숴버리고 지룡을 모아서 한 번에 싹 처리해 버리려는 거야.”여름이 하준을 빤히 바라보았다.“최하준, 난 당신을 잘 알아.”하준은 기업가이기도 하지만 몽상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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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7화

차가 집에 도착할 때까지 두 사람은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여름은 안전 벨트를 푸르더니 화가 난 듯 그대로 들어가 버렸다.하준은 잠시 여름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곧 따라갔다.막 문에 도착했을 때 안에서 화가 난 최민의 고함이 들려왔다.“강여름! 네 사촌이라는 애에게서 전화 받았다. 네가 이 사달의 시작이라며? 전에 우리 FTT 가 조사받은 것도 너 때문이라던데? 그동안 하준이가 진상을 숨기고 있었던 거야. 내가 너라면 먼저 나서서 어떻게 하면 강여경의 화를 풀 수 있을지 고민하겠다. 어쨌든 우리 집의 100년 가업을 연루시키면 안 되는 거였잖아!”여름은 거실 한가운데 서서 오돌오돌 떨고 있었다.그 장면을 본 하준은 울컥했다.“그만 하세요. 이 일은 여름이가 나선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었어요. 강여경이 상대하려는 건 나예요. 내가 예전에 본때를 보여주겠다고 강여경을 산간 오지에 처박은 적이 있거든요. 그런데 거기서 탈출했던 거예요. 그러고는 외국에 나가서 대체 뭔 백인지를 잡아서 돌아온 거라고요.”어쨌든 네가 쟤를 몰랐더라면 그 강여경이라는 애도 만날 일이 없었겠지. 오빠, 안 그래?”최민이 최진에게 물었다.최진은 짜증난 얼굴이었다. 아내인 고연경이 먼저 벌떡 일어났다.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난 이번에는 네 이모 편이다. 인제는 못 참겠어. 강여름이 나타난 이후로 우리 집에 풍파가 쉰 적이 없다. 윤형이의 병도 아직 좋아지지 않았고. 난 정말 계속 이러다가는 우리가 윤형이 약값도 못 대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그러더니 돌아서서 고통스러운 눈으로 여름을 바라보았다.“제발 강여경을 찾아가서 좀 빌어다오. 너희 사이의 일은 너희들이 해결해야지. 왜 우리까지 끌고 들어가니? 난 아들도 저 지경이 되었는데 부모님까지 일이 생기면 어떡해?”여름은 목이 멨다.고연경의 말이 쇠사슬처럼 여름을 옭아맸다.‘내가 잘못한 건가?어쩌면 내가 최하준이랑 재결합하지 말았어야 하는지도 몰라.’“됐어요. 제가 말씀드렸다시피 내가 여름이랑 재결합하지 않았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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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8화

“할아버지.”하준이 다가가서 한껏 흥분한 최대범의 등을 가만히 두드렸다. “그냥 두세요. 삼촌이나 이모나 다들 자기 가정과 아이들이 있잖아요? 누구나 다 선택의 자유는 있죠.”최민과 최진은 하준이 동의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최민은 여전히 불만스러운 듯 중얼거렸다.“원래는 우리도 팔 생각이 없었는데 정말 어쩔 수가 없어진 거라고. 그러길래 강여름이 그렇게 대단한 인물을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잖니?”“나가라!”최대범은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올라 지팡이를 휘둘렀다.“FTT의 주식을 팔아치울 거라면 다시는 돌아오지도 말아라!”“그러지 마시고 아버지도 우리랑 같이 가요.”최진이 망설이며 입을 뗐다.“조상님이 물려주신 것을 다 팔아먹겠다는 것이, 뭐라고? 나는 차라리 혀를 깨물고 죽겠다!”최대범이 화가 나서 씩씩거렸다.“아유, 우리 먼저 가자고요.”고연경이 남편에게 눈짓을 하더니 끌고 나갔다.최란은 내내 아무 말이 없었다. 지난번 다친 것이 아직 낫지 않아 회복 중이었다. 두 사람이 나가고 나자 그제야 입을 열었다.“이제 어쩔 셈이니?”“여름이랑 얘기했어요. 어머니랑 여름이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모시고 아이들이랑 Y국으로 이민 가세요. 저는 이쪽 일을 처리하고 바로 따라갈게요.”하준이 담담하게 계획을 말했다.하준의 생각을 다른 사람은 몰라도 최란은 단번에 알 수 있었다.“우리 가족이 이렇게 사분오열될 줄은 몰랐다.”최대범이 길게 한숨을 쉬었다.장춘자가 위로했다.“좋게 생각해요. 이렇게 다들 살아 있잖아요.”******저녁 시간, 쌍둥이가 유치원에서 돌아왔다.최란이 아이들을 불렀다.“여울아, 하늘아. 우리랑 같이 Y국으로 가서 살래?”“왜 갑자기 거길 가요?”여울이 멍하니 물었다.“Y국이 어딘데요? 멀어요?”“아주 멀지.”하준이 부드럽게 말했다.“할아버지가 계신 곳이란다. 거긴 풍경이 그림처럼 멋진 곳이야.”“그러면 엄말아 아빠도 같이 가요?”하늘이 갑자기 조심스럽게 물었다.하준이 하늘이의 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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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9화

하준은 아무 말도 못 들은 사람처럼 계속 다가가 여름을 안았다.여름은 계속 하준을 밀어냈다. 어둠 속에서 둘은 밀치락달치락했다.결국은 힘이 센 하준이 여름을 품에 안고는 고개를 숙여 깊이 키스했다.“읍… 최하준! 난… 장난이 아니라고.”여름은 한사코 하준을 피하다가 결국은 손으로 하준의 얼굴을 밀어냈다.“자기야, 내가 남아서 강여경과 배후의 인물을 상대하지 않는다면 당신이 아이들을 데리고 외국으로 나가는 동안 강여경이 당신을 쫓지 않을 것 같아?”하준이 잔뜩 잠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며칠 전에 VIP랑 얘기해 봤어. 강여경 배우의 인물은 우리나라에서는 사실 그렇게 힘이 막강하지 않대. 하지만 외국으로 나갔다 하면 완전 자기 세상인 거야. 외국에서는 아버지께서 당신의 뒤를 봐주신다고 해도 우리를 쉽게 밟아버릴 수도 있는 존재라는 거지. 그래서 내가 여기 남아 있을 때 저쪽을 철저히 궤멸시키고 나서 나가려고 하는 거야. 알겠어?”여름은 멍해졌다.이해할 수 있었다.그래서 하준은 여름과 아이들의 안전 보장과 자기 자신을 맞바꾸려는 것이었다.“그러면 내가 남을 테니까 당신이 가.”여름이 울먹이며 말했다.“난 당신 대신 어르신들을 모실 수 없어. 그동안 내가 혼자서 아이들을 돌보았으니까 이제부터는 당신이 아빠로서 책임을 다해야지.”“자기야, 내 말 들어. 아이들에게는 나보다는 당신이 필요하다니까.”하준이 두 손으로 여름의 작은 얼굴을 받쳐 들었다.여름의 눈에는 이미 눈물이 가득해서 하준의 모습이 잘 보이지도 않았다.“이모님 말씀이 맞아. 나는 애초에 이 집으로 돌아오지 말았어야 해. 당신도 나를…”“그만. 여름아, 강여경에 관해서 나는 한 번도 내가 한 짓을 후회한 적 없어. 처음부터 강여경은 당신을 해치려고 했어. 당신 할머니도 해쳤고. 백소영도 해쳤지. 그런 인간은 응당한 벌을 받아야 해.”하준이 단호하게 여름이 말을 끊었다.여름은 멘붕이 왔다.“어째서 세상이 이렇게 불공평할까? 강여경이 얼마나 못된 인간인데 어떻게 저런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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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0화

차민우는 깜짝 놀랐다. 사실 강여경이 한 짓은 다 알고 있었다. 감히 끼어들 수 없어서 가만히 있기는 했지만, 여름을 도와주고는 싶었다. 그래서 여름의 요청을 듣자마자 바로 동의했다.“알겠어요. 아빠한테 연락해 놓을게요.”******차민우는 막 깨어난 참이었다.바로 아래층 서재로 가서 차진욱을 만났다.“아빠, 강여름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아빠가 빚진 게 있다고 한번 보자는데요.”차진욱은 자신이 여름에게 사람 목숨을 하나 반드시 살려주겠다고 했던 약속을 잊지 않고 있었다.다만 이렇게 빨리 연락이 올 줄은 몰랐다.차민우는 종잡을 수 없는 차진욱의 얼굴을 보며 입을 비죽거렸다.“아시겠지만 엄마가 엄청난 자금을 투입해서 강여경에게 줄 그레이슨 그룹을 붙여줬어요. 돈을 얼마나 들여서 FTT를 매수한지 알아요? 제정신이 아니라니까요.차진욱은 미간을 문질렀다. 그 일은 이제 막 알게 되었다. 강신희는 행동력이 어마어마해서 차진욱도 이 정도 속도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차민우는 생각할수록 울화통이 터졌다.“엄마는 대체 왜 이렇게 비이성적인 일을 하시는 걸까요? 그저 최하준에게 모욕을 주겠다고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요? 네, 엄마에게는 돈이 있죠. 우리 집도 돈이 있고요. 하지만 돈이 많다고 이렇게 함부로 날려도 되는 건가요? 게다가… FTT 주식을 전부 강여경 명의로 해줬다니까요. 내가 그 자산이 탐난다는 게 아니라 강여경은 안지 얼마 되지도 않았잖아요?”차진욱은 심란한 듯 아들을 바라보았다.차민우가 이런 일로 불만을 토로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얼마나 기분이 안 좋은지 알 것 같았다.차진욱은 일어서서 아들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나는 차마 뭐라고 못하겠구나. 요즘 네 엄마가 나에게 불만이 많아서 말이야. 네가 엄마를 한번 달래 봐라.”차민우가 끄덕였다.“그러면 강여름은 만나 보실 거예요?”“봐야지. 약속을 했으니까. 그리고 나도 이제 강여경의 압박에 강여름은 어떻게 대항할지도 궁금하구나.”차민우가 서재에서 나오더니 휴대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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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1화

강여경은 그 틈을 타서 입을 열었다.“요즘 아저씨랑 싸우셨어요? 아저씨 서재에서 주무시던데. 부부가 침실 따로 쓰는 거 아니라고 하던데요. 몸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 어쨌든 제가 본 책에는 그렇게 쓰여있더라고요. 조심하세요.”“나랑 진욱 씨 일은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 네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강신희가 떨떠름하게 말했다.“오늘 오전에 FTT에 갔던 일은 어땠니?”“랩이랑 공장에 좀 가보려고 했는데 최하준이 지룡 애들을 시켜서 절 못 들어가게 막더라고요. 열 받아 죽겠어요.”강여경은 울화통을 터트렸다.“어제 강여름에게 맞은 얼굴이 아파서 마구 밀고 들어갈 수도 없었어요.”퉁퉁 부은 강여경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강신희는 갑자기 속이 확 끓었다. 번번이 이렇게 딸이 당하다니….“그러면 사람을 좀 더 데리고 가보렴. 강여름이 또 손찌검하거든 너도 똑같이 되돌려주렴.”“고마워요, 엄마. 저한테 이렇게 잘 해주는 사람은 엄마뿐이에요.”강여경이 감동한 얼굴을 했다.“하지만 오늘 오후에 강여름은 회사에 안 간대요. 최하준도 전혀 겁 안 난다는 얼굴이더라고요. 대체 무슨 뒷배가 있나 싶어서 겁나요.”“내가 있는데 뭐가 걱정이니. 걱정하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해.”강신희가 강여경의 손등을 도닥였다.“고맙습니다.”강여경이 떠나자 강신희의 얼굴이 무거워졌다.‘강여름이 회사에 가지 않는데, 마침 진욱 씨도 나갔단 말이야. 그리고 최하준은 겁내지 않는 모습이었다고?진욱씨가 강여름을 만나러 간 건가?’그런 의심이 솟자 강신희는 겉 잡을 수가 없었다.바로 보디가드에게 전화했다.“회장님 어디 가셨는지 알아봐요.”******5성급 호텔 커피숍.창가에 앉은 여름이 10분쯤 기다리자 차진욱, 차민우 부자가 나타났다. 워낙 거구인데다 이목구비가 선명한 얼굴은 부자라기보다는 형제처럼 보였다. 차진욱은 관리를 워낙 잘해서 보기에는 겨우 서른 중반으로 보이긴 했지만 성숙함과 아우라는 어지간한 모델보다 나을 정도였다.“안녕하세요?”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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