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561 - 챕터 1570

1699 챕터

1562화

입체 초음파 사진이 나오자 송영식은 좋아서 어쩔 줄을 몰랐다.“우리 딸인가… 정말 너무 귀엽게 생겼네.”윤서가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딸인지 어떻게 알아? 주혁 씨가 알려줬어?”송영식은 움찔했다.“아니, 주혁이가 말해준 거 없는데. 이목구비가 아주 또렷하고 예쁜데, 딸처럼 생기지 않았어?”윤서는 입을 비죽거렸다.“아기 얼굴만 보고도 성별을 감별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몰랐네.”송영식이 민망한 듯 코를 문질렀다. 그러더니 갑자기 일부러 사진을 톡톡 쳤다.“인마, 인마. 왜 그렇게 비싸게 굴어서 엄마를 그렇게 고생하게 만드냐? 태어나면 엄마한테 효도해야 한다!”윤서는 그 말을 듣더니 복잡한 눈으로 송영식을 바라보았다. 송영식이 이렇게 살뜰하게 자기를 챙길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었다.늘 마음이 답답했었는데 송영식의 말을 듣고 나니 갑자기 마음이 한결 밝아지는 느낌이었다.송영식이 갑자기 윤서에게 바짝 붙더니 진지하게 말했다.“저기, 난 산전 검사가 쉬운 건 줄 알았는데 오늘 보니까 채혈에, 계단 오르내리기에 보통 일이 아니네. 한 번도 같이 안 왔다니 내가 너무 했어. 앞으로는 산전 검사도 꼭 같이 오고 당신이랑 아기한테 잘할게. 어디 불편한 데 있으면 바로바로 말해.”윤서는 고개를 돌렸다가 조각 같은 송영식의 얼굴이 바로 코 앞에 있는 것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투명하고 붉은 입술이 눈에 쏙 들어왔다.전에 봤던 잡지에서 그런 유형의 입술은 키스를 했을 때 느낌이 좋다고 하던 내용이 생각났다.주책맞게 갑자기 심장이 두근두근 빨리 뛰기 시작했다.자기 자신이 원망스러웠다.‘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그냥 좀 잘생긴 것뿐이잖아. 얼굴 뜯어먹고 살 거야?잘생긴 얼굴로 듣기 좋은 소리 몇 마디 했다고 마음 약해지면 안 돼!’“저기….”갑자기 송영식이 윤서를 부르며 더 바짝 다가왔다.“뭐 하는 거야!”윤서는 더욱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얼굴까지 빨개진 건 아니겠지?’저도 모르게 볼에 손이 올라갔다. 피부가 타는 듯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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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3화

여름이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배 속에 작 아기도 있지, 너희 둘이 혼인신고도 했는데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으면 그래도 기회를 한 번 줘 봐.”윤서가 입이 나와서 비죽거렸다.“말을 얼마나 못되게 하는 줄 아냐? 내가 그 인간이랑 평생을 살다가는 제 명에 못 죽는다니까.”“더 잘 됐네. 같이 살다가는 너 때문에 그쪽도 제 명을 다 살지 못 할 테니 황천길에 같이 가면 되겠네.”저 쪽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오자 윤서는 화가 났다.“강여름….”“알겠어, 알겠어. 고맙게 생각해라. 삼계탕이 다 뭐야? 난 최하준이랑 결혼하고, 이혼하고 애 낳을 때까지 삼계탕은커녕 닭 발도 본 적이 없다.”여름이 한탄했다.“말하다 보니까 나야말로 답답하다. 재결합하고 나서 시간 나면 맛있는 거 해준다더니, 하루도 짬이 없네. 거짓말쟁이한테 당했지, 뭐.”윤서는 몰래 큭큭 웃었다. 늘 여름과 하준의 꽁냥꽁냥에 자기만 당했다고 생각했는데 여름에게 자기들의 꽁냥꽁냥 쇼를 보여주게 될 줄은 몰랐던 것이다.“아, 얘기 그만 하고 진짜 닭 사왔는지, 정말로 삼계탕 끓였는지 가 봐야겠다. 안 해놨으면 죽었어, 진짜!”윤서는 사뭇 근엄한 얼굴로 전화를 끊었다.다행히도 송영식은 나름 진지했던지 어디서 났는지 신선한 약병아리를 구해서 앞치마를 두르고 손질하고 있었다.윤서는 살짝 감동해서 몰래 사진을 찍어 자랑하려고 여름에게 보냈다.잠시 후 여름에게서 손절 짤이 날아왔다.윤서는 피식 웃었다.얼마 뒤 여름에게서 다시 톡이 왔다.-부러워 죽겠다. 난 하준 씨랑 그렇게 기분 좋게 둘이서 밥을 먹어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 밥 한 끼 여유 있게 먹고 싶어도 그럴 여유가 없네.윤서는 갑자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지금 여름과 하준이 느끼고 있을 거대한 스트레스를 생각하니 자신과 송영식은 그래도 운이 좋은 것 같았다.두 사람은 그래도 본가의 파워가 워낙 좋아서 아직까지 그런 압박을 느끼지는 않았다.‘역시… 난 지금 그래도 상당히 감사한 상황인 거야.앞으로는 송영식에게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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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4화

“아니, 불만 같은 거 없어.”송영식이 또 차일까 봐 얼른 발을 뒤로 빼며 답했다.윤서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기분이 좋아서 낙지전복삼계탕을 두 그릇이나 먹어버렸다.******다음 날 저녁골드 브라이트 인터내셔널 호텔.스카이라운지에서 화려한 파티가 열리고 있었다.호텔 주차장에는 고급 차량이 가득했다.쿠베라에서 주최하는 파티라지만 다들 쿠베라의 배후에 송태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파티에 초대받은 사람들도 보통 사람들이 아니었다.윤서는 임신을 했다고 일부러 접대하러 나오지 않아도 괜찮다고 했지만 송영식은 윤서를 태동하고 나타났다. 둘은 7시 반에야 연회장에 나타났다.얼마 뒤 하준과 여름 커플도 왔다.하준은 검은 핸드메이드 슈트에 베스트까지 차려입었다. 한 손은 주머니에 찔러 넣고 다른 한 팔에는 여름의 손을 끼고 있었다. 여름은 예전처럼 화려한 분위기와 달리 호접란을 테마로 한 드레스를 입었다. 상반신에 수놓아진 나비는 날아갈 듯 생동감 넘쳤다. 드레스 전체적인 색상은 얌전했지만 볼륨감 넘치는 여름의 몸 위로 흐르는 선 덕분에 상당히 섹시하게 보였다.여름과 하준은 걸어 들어오면서 사람들의 찬탄하는 시선을 받았다.훤칠한 하준의 모습을 본 윤서는 저도 모르게 야스러운 그린 색 슈트를 입은 송영식을 번갈아 보았다. 그러더니 심란한 듯 ‘쯧’하는 소리를 냈다.“왜 혀는 차고 그래?”송영식은 뭔가 기분이 나빴다.“내 미모가 하준이보다 못하다는 거야?”“아니.”윤서는 진심으로 한탄이 나왔다.“하준 씨는 그야말로 만화를 찢고 나온 것 회장님 같은 느낌이잖아? 그런데 당신은… 그냥 말랑말랑한 느낌이라니까.”“……”송영식은 화가 났다.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하준이 다가오자 송영식은 점점 더 눈에 거슬렸다.하준이 가까이 와서 송영식의 불만스러운 시선을 보고 물었다.“왜? 내가 뭐 잘못했어?”송영식이 마음에 안 든다는 듯 하준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허구한 날 그렇게 칙칙한 색만 있으면 재미없지 않냐?”하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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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5화

송영식이 콧방귀를 뀌었다.“채시아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주혁이가 확 꿇어 앉혀서라도 받아들이게 할 걸요.”여름과 윤서가 서로를 마주 보았다.하준이 여름이 허리를 감았다.“매섭기로 치면 나보다 주혁이가 한 수 위지.”세 사람 중 하준이 평소 제일 과묵한 캐릭터라면 이주혁은 뭔가 우아해 보이는 이미지지만 매서운 속이라면 누구도 비교할 수가 없었다.이주혁은 저 쪽에서 이들을 한 번 보더니 손을 흔들었지만 가까이 다가오지는 않았다.송영식은 풉하고 웃었다. “여기 오기 민망한가 보다. 어라? 저거 양유진 자식 아니야? 왜 맹국진이랑 같이 오지?”맹국진은 예의 맹 의원으로 지금은 당 대표가 되어 있었다. 맹국진이 나타나자 다들 우르르 몰려가 아첨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양유진은 맹국진의 뒤에 딱 붙어 있었다. 예전과 다르게 지금의 양유진은 맹국진의 비선 실세 같은 느낌이었다. 맹국진이 연신 귀빈들에게 양유진을 소개하고 있었다.양유진에 대한 평판이 좋지 않았지만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짠 듯이 예전 일은 거론하지 않고 양유진과 웃으며 악수하고 담소를 나누었다.그런 모습을 보는 여름은 기분이 과히 좋지 않았다. 양유진의 명성을 떨어트리려고 그 애를 썼는데 맹국진을 등에 업고 다시 재계의 중심으로 돌아왔다는 것이 괘씸했다.양유진도 여름을 본 듯 눈썹을 치켜세우더니 이쪽을 바라보았다.잠시 후 양유진은 사람들에게 뭐라고 하더니 그대로 여름을 향해 걸어왔다.“여보, 이리 와요.”양유진이 애정 어린 모습으로 여름에게 손짓했다. “내 아내가 다른 사람과 같이 있다니, 당신은 부끄럽지 않은지 몰라도 나는 망신스럽군. 이따가 같이 집으로 돌아갑시다.”여름은 질색이었다.“이혼합의서는 이미 보냈을 텐데요. 최대한 빨리 사인해 줬으면 해요.”“내가 사인하지 않는 한 당신은 내 아내요.”양유진이 우아한 몸짓으로 안경을 치켜 올렸다.“다른 때라면 모르겠지만, 다들 부부 동반이거나 공식 애인과 함께하는 중요한 자리에 여름 씨는 불륜상대랑 참석하다니 민망하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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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6화

그러나 송영식은 맹국진이 말을 이어 나갈 기회를 주지 않고 오히려 목소리를 높였다.“대표님께서 뭔가 오해하고 계시는 것 같은데요. 저는 대표님을 나무라려고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게 아닙니다. 저렇게 경영에 능숙하고 멀쩡한 척하고 있는 양유진의 모습을 보고 혹시라도 또 어느 댁 귀한 딸이 보고 속아 넘어갈까 봐 말씀드리는 거죠. 나중에 가정 폭력에 불륜까지 당하게 되면, 그건 너무 잔인하지 않습니까?”“저기, 대표님. 저쪽에 송 회장이 있는 것 같아서 인사를 하러 가보겠습니다.”한 정치가가 딸을 데리고 핑계를 대며 자리를 피했다.양유진의 제약회사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혹시라도 저런 악랄한 인간에게 딸이 반하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싶었던 것이다.맹국진은 완전 망신을 당해 머리끝까지 화가 났다.“송 대표, 저 내 체면은 눈곱만큼도 생각지 않는 건가?”“그런 말씀 마십시오. 저는 대표님을 집안 어른처럼 생각하고 있는데 제가 대표님 체면을 세워 드리지 않으면 누구에게 체면을 세워 드립니까?”송영식은 뻔뻔하게 답했다. 그러면서 맹지연에게 손을 내밀어 인사를 건넸다.“지연이 오랜만이다. 어째 볼 때마다 예뻐지는 것 같구나. 너도 저 겉만 번드르르한 양유진에게 속아 넘어가지 마라. 나중에 몸도 마음도 다 망가지고 나서 후회해 봐야 소용없어.”“제가 그 정도로 바보는 아니거든요.”맹지연의 입에서 그런 말이 튀어나왔다.실은 자기가 강여름처럼 바보는 아니라는 말을 하려고 꺼낸 말이었는데 어찌 들으면 아버지게 데려온 사람을 자신이 모욕한 셈이었다.“그래, 네가 그렇게 바보는 아니라니 내가 안심이다.”송영식은 껄껄 웃었다.요즘 한창 잘 나가서 득의양양하던 맹국진의 얼굴은 순식간에 시뻘겋게 되었다. 송영식을 매섭게 노려보더니 다른 쪽으로 가버렸다.양유진은 태양혈이 울뚝불뚝거렸다. 맹국진의 위세에 빌붙어서 정·재계 주요 인물과 안면을 트려던 양유진의 계획은 송영식 때문에 완전히 망쳐지고 말았다.주먹을 쥐락펴락하던 양유진은 아무 표정 없이 입만 웃으며 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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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7화

하준이 가만히 여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날뛰던 심장이 그제야 겨우 가라앉았다.지금 가장 힘든 사람은 실은 자신이 아니라 여름일 터였다.저렇게 더러운 인간과 부부가 되고 싶은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을 테니까.“가자. 영식이네 할아버지께 인사시켜 줄게.”하준이 여름을 데리고 자리를 떠났다.곁눈질로 송영식을 보던 윤서가 갑자기 엄지를 치켜올렸다.“잘하던데!”“크흠크흠!”신이 난 송영식은 엉덩이에서 꼬리가 흔들리는 게 보일 지경이었다.“당연하지. 나도 잘하는 게 많다고.”“하긴, 그 입담을 이길 사람은 거의 없지. 전에 나랑 여름이한테 악담 날릴 때는 정말 집어 던지고 싶었는데 내 편에 있으니 이렇게 속이 시원할 수가 없네.”윤서가 송영식을 바라보는 눈이 이제는 매우 부드러워졌다.송영식은 대체 윤서가 자기를 칭찬하는 건지 욕하는 건지 헷갈려서 어정쩡한 얼굴이 되었다.******여름은 하준과 함께 한 바퀴를 돌더니 마지막에는 호텔 직원의 안내에 따라 펜트하우스로 이동했다.오늘 연회는 2개 층에서 진행이 되었다.한 층은 귀빈들이 먹고 마시고 노는 곳이었고 다른 한 층은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곳이었다.당연히 다들 알다시피 송영식의 집안에서 대통령이 당선되었으니 펜트하우스에는 VIP가 있었다.방앞 에 도착하자 비서가 나오더니 곤란한 얼굴로 여름을 쳐다보았다.“VIP께서는 최 회장과 따로 할 말씀이 있습니다.”“그러면 저는 밖에서 기다리겠습니다.”여름은 즉시 알아들었다. 송태구와 최하준 사이의 일은 상당한 기밀일 테니 다른 사람에게 들려줄 수 없는 것은 당연했다.“연회장으로 가지 말고 이 층에서 기다려.”하준은 여름이 양유진을 만날까 봐 그렇게 당부하고는 들어갔다.여름은 하릴없이 복도에서 도시의 야경을 내려다보았다.초고층인 호텔 복도에서 전면창으로 내려다보니 도시의 불빛이 별처럼 반짝여 너무나 아름다웠다. 다만 여름은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바짝 다가갈 수는 없었다.한동안 그렇게 걸어 다니다가 쭉 뻗어나간 발코니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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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8화

여름은 흠칫했다.“뭔가를 아시는 것 같네요.”차진욱은 입을 다물었다.여름이 웃었다.“제가 이렇게 바보라니까요. 여기 와서 장기를 두실 정도면 저희 같은 사람과는 완전히 다른 레벨이실 텐데. 최소한 VIP급은 되신다는 뜻이니까요.”“날 시험하지 말게.”차진욱이 고개를 돌려 여름을 흘끗 쳐다보았다. 바디 라인을 따라 선이 떨어지는 드레스를 입은 여름을 보니 저도 모르게 젊은 시절의 강신희가 떠올랐다.“앉게. 이 장기판이나 한번 봐주겠나?”여름은 스스럼 없이 다가갔다.장기라면 여름도 조금은 알았다.그러나 이번 대국의 판세를 보니 차진욱은 이미 외통수에 걸린 듯 보였다.“지금 누구랑 장기를 두고 있었는데 거의 질 것 같단 말이야. 뭐 좋은 수가 없겠는지 한 번 봐주지.”차진욱의 푸른 눈이 곤란한 빛을 띠었다.“난 사실 장기는 잘 모르거든.”“도와드리면 뭔가 제게도 떨어지는 게 있나요?”여름이 생글생글 웃으며 물었다.차진욱은 여름을 쓱 훑어보았다.“아주 밀당의 귀재인데?”“보통 분이 아니신데 뭘 주신대도 저한테는 큰 이득일 것 같은데요. 기회를 잡았으니 놓치고 싶지는 않네요.”여름이 웃으며 답했다.“그리고 아마도 이런 분과 장기를 두실 정도면 상대방도 보통 분은 아니실 것 같은데…. 대통령 정도 되는 분이 아닐까 싶네요”차진욱이 웃었다. ‘이거 아주 큰 걸 내놓으라고 하게 생겼군.하긴 강여경도 신희에게서 이런저런 이득을 보고 있잖아?’여름은 당당한 태도로 영리하게 상대에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받아내고 하니 싫을 리가 없었다.“대통령을 이기게 도와드리는데 떨어지는 떡고물도 없다면 너무한 거 아닌가요?”여름이 눈썹을 찡긋했다.“좋아. 내가 이 판만 이기게 해준다면 앞으로 자네가 곤경에 처했을 때 내가 사람을 하나 구해주지. 딱 한 사람이야.”차진욱은 잠시 생각해 보다가 말했다.“좋습니다.”여름이 끄덕였다. 시원스럽게 다가와서 허리를 숙이고는 차진욱의 앞에 있는 말을 하나 움직였다.차진욱은 잠시 들여다보다가 별안간 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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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9화

‘안 되겠어.저 둘이 너무 가까이하게 두면 안 되겠어. 그냥 뒀다가는 계획을 다 망칠 거야.’나중에 그 사진은 잘 써먹을 생각으로 넣어두었다.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뒤에서 걸음 소리가 들려왔다.양유진은 얼른 다른 쪽으로 자리를 피했다.곧 송태구가 나타나더니 공손한 얼굴로 말했다.“오래 기다리셨습니다.”“괜찮습니다. 마침 저도 해법을 찾은 참이었습니다.”송태구가 보더니 깜짝 놀랐다.“절묘하군요. 차 회장님께 장기를 이렇게 잘 아실 줄은 몰랐습니다.”차진욱이 담담히 웃었지만 누군가에게 훈수를 받았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사실은 오늘 전 대통령 일로 왔습니다. 어찌 되었든 대통령께서는 이제 바라던 권력을 손에 넣으셨으니 전 대통령은 더 이상 위협이 되지 못합니다. 제 얼굴을 봐서 좀 너그럽게 처리해 주셨으면 합니다.”“네. 회장님께서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그래야겠지요. 하지만 일이 좀 커져서 두어 사람 정도는 본보기로라도 법대로 처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중이 보는 눈도 있으니까요.”송태구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차진욱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결국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친척 중에 두어 명에게 손을 쓰시지요. 어쨌든 전 대통령도 저 때문에 최하준과 벨레스 쪽에 손을 썼던 거니까요….”그렇게 말하더니 의미심장하게 송태구를 바라보았다.“벨레스와 최하준 회장은 아주 깊이 얽힌 모양입니다.”그 말을 들은 송태구는 아찔했다. 앞에 앉은 사람은 자신도 함부로 건드리기 어려운 상대였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국제 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지위가 수십 년 전으로 후퇴할 수도 있었다.“제가 회장님과 최 화장 사이의 원한 관계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하시다시피 최 회장은 보통이 아닙니다. 전 대통령의 약점을 틀어쥐고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저의 약점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툭하면 대통령을 바꿀 수도 없는 노릇 아닙니까? 개인적인 원한 때문에 일국의 사회와 국민의 삶을 뒤흔들지는 말아주시기 바랍니다.”차진욱은 덤덤히 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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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0화

강신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강여경의 휴대전화가 울렸다.열어보니 양유진이 사진을 두 장 보냈다. 차진욱과 강여름의 사진이었다.‘차진욱이 언제 강여름과 알게 되었지? 아무래도 보통 사이로 보이지 않는데?’순간적으로 양유진이 왜 이 사진을 보냈는지 눈치챘다.“왜 그러니?”강여경이 우뚝 멈춰 서자 강신희가 고개를 돌리고 물었다.“오늘 제 친구가 파티에 갔다가 강여름을 봤나 봐요. 그런데 걔가 왜 아저씨랑 같이 있죠?”강여경은 일부러 잘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강신희에게 사진을 보여주었다.강신희는 사진을 보더니 굳어버렸다.차진욱은 내내 다른 여자에게 냉랭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사진 속 차진욱은 강여름과 바짝 붙어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아주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웃고 있었다.수십 년 한 베개를 벤 사람이니 진심으로 웃는지 가식적으로 웃는지 정도는 보면 바로 알았다.그동안 일부러 차진욱에게 접근한 여자들은 수도 없이 많았다. 그러나 강신희에 대한 차진욱의 마음은 변함없었다. ‘하지만 얘는… 나랑 너무 닮았어. 아니, 내 젊은 시절과 너무나 똑같아.’강신희는 관리를 잘해서 여전히 아름답기는 했지만, 남편이 자기와 닮은 더 젊은 여자를 만난다는 것은 매우 꺼려지는 일이었다.젊은 시절의 자신을 대신할 사람을 찾게 될까 봐 겁이 나는 것이다.아주 짧은 순간 강신희의 얼굴이 굳어졌다.순간 이전에 없던 당황스러움과 짜증이 몰려왔다. 그러나 강신희는 애써서 그 감정을 억눌렀다.강여경은 강신희의 안색을 곁눈질로 살피더니 입을 열었다.“친구한테 문자해야겠어요. 강여름을 찍는 건 상관없지만 아저씨를 찍다가 들키면 이건 문제가 될 수 있잖아요.”그러고는 강신희의 눈앞에서 진지하게 답장을 보내는 척했다. 다 보내더니 장난스럽게 다시 입을 열었다.“절대 아저씨한테는 말하지 마세요. 나중에 제 친구를 찾아서 뭐라고 하시면 어떡해요? 대신 강여름이 얼마나 간사한 애인지는 얘기해 경고해 주셔야 할 것 같아요. 걔가 엄마랑 워낙 닮아서 보고 나면 아저씨가 마음이 약해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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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1화

“당선자가 그렇게 직접 손 쓰고 싶어 하지 않더군요. 최하준에게 잡힌 약점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결국 우리 문제는 사적인 원한 관계인데 사회적으로 큰 동요를 일으킬 필요는 없잖겠어요?”차진욱이 하는 말은 사실이기도 했지만, 차진욱이 여름에게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강신희가 냉랭하게 입을 열었다.“그래서 대체 언제 우리 어머니와 여경이의 복수를 할 건데요? 당신이 못 하겠다면, 아니면 하고 싶지 않다면 내가 직접 하겠어요. 굳이 당신 손을 빌리지 않아도 괜찮아요.”차진욱은 어쩐지 그 말이 귀에 거슬렸다.“허니, 최하준과 강여름을 신속히 해치우고 싶다면 송태구를 압박하는 수밖에 없는데 그 방법을 내가 몰라서 못 쓰는 게 아니잖아요? 하지만 국제 외교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겠어요?”“당신은 그냥 손을 쓰기 실은 것뿐이에요. 강여름을 보니까 차마 손을 쓰지 못하겠나요? 어릴 때 내 모습을 너무 닮아서?”강신희가 갑자기 비꼬았다.차진욱은 침대에 앉아 싸늘한 얼굴로 불신의 시선을 보내는 강신희가 갑자기 너무나 낯설게 느껴졌다. 마음이 싸해졌다.“무슨 뜻이죠?”“강여름이라는 애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나도 본 적이 있어요.”강신희가 담담히 말을 이었다.“때로는 조카가 고모를 닮는 경우도 있거든요. 걔가 날 아주 많이 닮았더군요. 그러니 그런 강여름을 보고 당신이 마음이 약해졌을 수도 있죠. 당신이 걔를 내 젊었을 때처럼 생각하고 대하면 어쩌죠?”차진욱은 이제 무슨 소린지 알아들었다.그러나 화가 났다.“당신 눈에는 내가 그렇게 추잡스러운 인간으로 보였단 말이에요?”차진욱의 눈에 분노가 가득했다.강신희는 자신에게 화가 난 차진욱을 보자 갑자기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강신희가 아는 차진욱은 이렇게 자신에게 험상궂었던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강여름 때문에 자신에게 이렇게 화를 내고 있는 것이다.“나가요!”강신희가 베개를 집어 던졌다.“나가라고!”차진욱은 아래턱에 힘이 들어갔다. “당신이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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