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배 속에 작 아기도 있지, 너희 둘이 혼인신고도 했는데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으면 그래도 기회를 한 번 줘 봐.”윤서가 입이 나와서 비죽거렸다.“말을 얼마나 못되게 하는 줄 아냐? 내가 그 인간이랑 평생을 살다가는 제 명에 못 죽는다니까.”“더 잘 됐네. 같이 살다가는 너 때문에 그쪽도 제 명을 다 살지 못 할 테니 황천길에 같이 가면 되겠네.”저 쪽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오자 윤서는 화가 났다.“강여름….”“알겠어, 알겠어. 고맙게 생각해라. 삼계탕이 다 뭐야? 난 최하준이랑 결혼하고, 이혼하고 애 낳을 때까지 삼계탕은커녕 닭 발도 본 적이 없다.”여름이 한탄했다.“말하다 보니까 나야말로 답답하다. 재결합하고 나서 시간 나면 맛있는 거 해준다더니, 하루도 짬이 없네. 거짓말쟁이한테 당했지, 뭐.”윤서는 몰래 큭큭 웃었다. 늘 여름과 하준의 꽁냥꽁냥에 자기만 당했다고 생각했는데 여름에게 자기들의 꽁냥꽁냥 쇼를 보여주게 될 줄은 몰랐던 것이다.“아, 얘기 그만 하고 진짜 닭 사왔는지, 정말로 삼계탕 끓였는지 가 봐야겠다. 안 해놨으면 죽었어, 진짜!”윤서는 사뭇 근엄한 얼굴로 전화를 끊었다.다행히도 송영식은 나름 진지했던지 어디서 났는지 신선한 약병아리를 구해서 앞치마를 두르고 손질하고 있었다.윤서는 살짝 감동해서 몰래 사진을 찍어 자랑하려고 여름에게 보냈다.잠시 후 여름에게서 손절 짤이 날아왔다.윤서는 피식 웃었다.얼마 뒤 여름에게서 다시 톡이 왔다.-부러워 죽겠다. 난 하준 씨랑 그렇게 기분 좋게 둘이서 밥을 먹어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 밥 한 끼 여유 있게 먹고 싶어도 그럴 여유가 없네.윤서는 갑자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지금 여름과 하준이 느끼고 있을 거대한 스트레스를 생각하니 자신과 송영식은 그래도 운이 좋은 것 같았다.두 사람은 그래도 본가의 파워가 워낙 좋아서 아직까지 그런 압박을 느끼지는 않았다.‘역시… 난 지금 그래도 상당히 감사한 상황인 거야.앞으로는 송영식에게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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