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541 - 챕터 1550

1699 챕터

1542화

“암, 암, 맞아. 내가 보는 눈이 없었지.”거만하기 그지없던 최대범이 연신 사과하고 있었다.최진도 술잔을 들고 말했다.“고마워, 강 대표.”최란도 웃으며 말했다.“하준이가 정말 복이 있구나. 너 같은 아이를 만나다니.”이모 최민조차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전에... 내가 잘못한 게 많은 것 같아. 미안하다.”늘 사이가 좋지 않았던 최민까지 나서서 사과를 하는 모습에 여름은 정말 놀랐다. ‘의외네. 하지만, 저렇게 먼저 호의를 보인 이상, 과거의 감정 따위 이제 잊어버리자.’여름이 술잔을 높이 들었다.“과거는 과거일 뿐이죠.”“맞아요. 이제 우린 한 식구예요.”하준이 웃으며 여름의 허리를 껴안았다. 여름은 얼굴이 화끈거려 자기도 모르게 팔꿈치로 하준의 가슴을 쳤다. ‘가족 같은 소리... 난 아직 이혼도 안 했다고.’여름의 걱정을 눈치라도 챈 듯, 최대범이 엄숙하게 말했다.“하준아, 무슨 일이 있어도 방법을 만들어 내거라. 하루 속히 그 양유진이란 녀석과 이혼하게 하란 말이다. 언제까지 이렇게 질질 끌 거냐.”“사실 얼마 전에 진행할 생각이는데 FTT에 일이 생기는 바람에 지체했습니다.”하준이 대답했다.“빨리 해, 빨리.”최진이 말했다.“진영이 해외에서 커다란 계약을 따내서 주가가 어마어마하게 뛰었다는 것 같더라. 시장 가치가 천문학적 숫자라던데... 주민만 아니면 벌써 국내 최대 의약회사가 되었을 거라고.”“그럴 리가요.”최민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전에는 내내 FTT에 눌려 빛 못 보지 않았어요?”“그 양유진이란 놈 만만하지가 않아. 대단한 구석이 있지”최진이 미간을 찡그렸다.“고맙습니다, 삼촌. 잊고 있었는데.”하준이 고개를 들며 말했다. 홀가분하던 마음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두 아이를 할머니에게 맡긴 하준은 여름과 함께 차에 올랐다.“어디 가려고? 애들한테 이야기 들려주기로 했는데....”조수석에 앉은 여름이 투덜댔다.“영화보러 가자. 요즘 너무 바빠서 둘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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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3화

여름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없이 웃었다.하준은 그윽한 눈으로 여름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자기야, 언제 보답할 기회 줄 거야?”“운전할 때는 좀 집중할 수 없어?”여름은 대답을 피했다.“진짜 나랑 결혼하지 않고 계속 이렇게 지낼 생각이야?”하준이 애처로운 말투로 말했다.여름이 갈수록 빛나고 칭송의 대상이 될수록 하준은 자랑스러움과 동시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결혼하지 않은 이상 두 사람은 법률상 부부로 인정받지 못한다.“이혼도 안했는데 재혼을 어떻게 해?”여름이 눈을 흘겼다.“게다가, 왜 꼭 재혼이 필요한 거야? 그냥 이대로 지내면 좋지 않아?”“.......”‘아 좋아, 안 좋다고. 나중에 내가 싫어지면 그냥 차버리려고?’지금 이 FTT의 후계자는 약간의 신체적 문제로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없는 상태였다.“자기야, 나는....”“모처럼 영화보러 가는데 심각한 얘기는 그만하는 게 어때?”여름은 말을 끊고는 화제를 돌리며 핸드폰을 꺼냈다.“우리 그런데 영화 보러 어디로 가?”“아무데나 가고 싶은 데로 가.”여름은 잠시 고민하다가 집에서 가까운 영화관을 골랐다. 영화는 7시에 시작이었는데 들어가 보니 관람객도 적고 내용도 너무나 잔인해 보기가 힘들었다.“아니 왜 하필 인기도 없는 이런 영화를 골랐어?”하준은 영 재미가 없었다.“8시에 하는 블록버스터는 재밌겠던데.”“8시는 너무 늦잖아. 끝나면 10시가 다 될 텐데 여울이랑 하늘이 잠들고 나서 집에 가려고?”여름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고개를 저었다.하준의 얼굴이 굳어졌다.“잠들면 좀 어때? 딱 하룻밤인데. 이모님도 계시고... 얼마만에 하는 단둘이 데이트인데.”“무슨 소리야? 애들 잠들고 나서도 맨날 귀찮게 하고선.”여름은 화난 얼굴로 하준을 향해 다시 눈을 흘겼다.‘암튼 못된 생각 하는 데는 선수야. 맨날 나까지 넘어가게 꼬드기고 말야.’“그건 다르지. 늘 조심조심 몰래...”하준은 갑자기 우울해졌다.“거기다 그냥 뽀뽀하고 스킨십하는 정도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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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4화

이내 하준의 입술이 여름의 입을 막았다.여름이 하준의 말이 무슨 말인지 깨달았을 때는 이미 부끄러움에 발끝이 오그라들기 시작하고 있었다.영화 내용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다. 두 사람은 함께 앉아 몰래 아이스크림을 즐겼을 뿐. 마침 영화관에는 드문드문 네 사람이 앉아 있었는데 다른 쪽 커플도 멀찍이 앉아있었다.여화관을 나오며 하준이 능글맞게 말했다.“아이스크림이 이렇게 달콤한지 전에는 몰랐어.”여름은 못 들은 척했다. 날이 갈수록 하준의 멘트는 오글거렸다.그러나 하준은 개의치 않는다는 듯 실실 웃으며 말했다.“알았다. 아이스크림이 아니라 우리 허니가 달콤한 거였네.”“.......”“자기야, 한 입 더.”하준이 뻔뻔하게 다시 얼굴을 들이댔다.갑자기, 옆에서 누군가 빈정거렸다.“오래 살고 볼 일이야. 이혼도 안 하고 외간 남자랑 붙어서 희희덕거리다니. 정말 사람이 어떻게 더러울 수가 있지?”여름이 고개 돌려 보니 20세 초반 정도 돼보이는 아가씨 둘이 여름을 경멸의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말을 뱉은쪽은 복고풍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예전에 최하준을 쫓아다니던 맹 의원의 딸, 맹지연이었다.“지연아, 저 사람이 누군데 그래?”맹지연 옆에 있던 친구가 모르는 척 일부러 질문을 던졌다.“양유진 와이프잖아.”맹지연이 하준을 슬쩍 보며 말했다.최근 최하준의 소식은 그녀도 뉴스에서 보았다.‘이 사람이 집권 세력까지 뒤집어 엎을만큼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었던가....?’대통령이 실각해도 FTT가 조사받는 한, 정부의 압박을 견뎌내지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이 나라는 최하준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었다.정말 무서운 남자였다. 물론, 맹지연에게 이런 남자는 더욱더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다.맹 의원은 요즘 맹지연이 최하준을 잡았더라면 자신도 정권을 잡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며 딸에게 잔소리를 퍼붓고 있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맹지연은 최하준을 차지하지 못한 게 너무나 분했다.맹지연의 친구가 놀랍다는 듯 손으로 입을 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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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5화

여름은 눈썹을 잔뜩 찌푸렸다.하준이 여름의 손을 당겼다.“신경 쓰지 마. 맹 의원이 뭐 그리 대단한 사람이라고.”“한 가지는 맞는 말이었어. 쟤네 아버지가 과거랑은 비교할 수 없긴 하지.”여름은 맹국진과 송태구 양쪽 집안이 매우 긴밀한 관계라는 걸 기억하고 있었다. 이제 송태구가 정권을 잡았으니 맹 의원의 신분에도 당연히 변화가 있었다. 그야말로 날아가는 새도 떨어트릴지 모를 일이었다.“그럼 뭐?”하준은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그래봐야 난 신경쓰지 않는다고. 하지만, 맹지연 얘기를 들어보면 양유진이 저 집안하고 결탁한 거 아닌가 모르겠군.”여름은 뭔가 이상했다. 예전에 양유진은 맹 의원에게 잘 보이려고 무척 애를 썼었다. 하지만 나중에 맹지연의 생일 파티에서 맹 의원에 망신을 주는 바람에 미운 털이 박혔던 터였다. 상식적으로 두 사람이 손을 잡는다는 건 이해가지 않았다.“양유진이 수완이 좋네.”하준이 눈을 찌푸렸다. “지금까지 FTT 일에만 집중하느라 신경쓰지 못했는데 해외에서 큰 계약도 땄다고 하고 맹 의원까지 자기 편으로 만든 것 같으니. 이해가 안 가... 양유진은 평판이 극도로 안 좋은데... 맹 의원이 뭐하러 그런 위험감수를 하는 거지?”여름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살짝 불안한 기분마저 들었다.“내 인생에서 제일 후회스러운 일이 양유진하고 결혼한 거야. 그 사람하고 이혼하는 게 당신이랑 이혼하는 거보다 더 힘든 것 같아.”“그때 누가 나한테 그놈이 좋은 사람이라 그랬더라? 그놈이랑 잘 살 거라며.”하준이 질투 섞인 불만을 토로했다.여름은 속이 부글거려 더 얘기하고 싶지 않았다.‘지금 제일 속상한 게 누군데 이 상황에 저런 말로 날 자극하는 거야?’“자, 자, 괜찮아. 내가 주혁이한테 전화해서 진영그룹 상황 좀 물어볼게.”하준은 여름을 차에 태운 후 바로 이주혁에게 전화를 걸었다.“어디냐?”“병원이다.”하준은 시간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이 늦은 시간에 아직 병원이라고? 수술 있어?”“무슨 일인데?”이주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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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6화

전화를 끊고 난 하준의 얼굴이 어두웠다.전혀 생각 못한 일이었다. VIP를 실각시키고 나니 송태구가 정권을 잡으면서 맹 의원까지 권력을 잡게 될 줄은....그 두 사람 관계가 얼마나 긴밀한지는 전에 맹지연의 생일 파티에서 익히 확인했었다.양유진이 이제 맹 의원이라는 줄을 잡은 이상, 이제 어떤 일일 벌어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일이었다.게다가, 강여경 뒤의 세력도 아마 송태구 쪽에 줄을 대기 시작할 텐데, 송태구가 그 세력을 버텨낼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양유진이 강여경 뒤에 있는 세력을 업고 맹 의원한테 줄을 댄 걸까?”여름이 고심 끝에 분석을 내놓았다.“전에 맹 의원은 정말 그쪽이랑 교류하고 싶어하지 않았거든. 그리고 사실 그 사람 너무 아첨이 심해서 맹 의원이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자기 예측이 맞을 거야.”하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진퇴양난이다.”여름이 한숨을 내쉬었다.“아직도 강여경 뒤에 누가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어.”“아마... 내일은 좀 알게 될 지도.”하준이 눈썹을 치켜올렸다.“정권이 바뀌었으니 분명VIP를 찾아갈 거야.”“아....”집에 다 이르렀을 때쯤, 여름의 핸드폰이 울렸다. 서경주였다.잠시 넋을 놓고 있던 여름이 통화버튼을 눌렀다.“아버지....”“여름아, 내가 사람을 시켜 동성에 가서 조사해봤는데....”서경주가 무언가 꺼림칙한 듯 말을 꺼냈다.“묘지 관리원 말로는 얼마 전에 누군가 네 할아버지 할머니 묘소에 성묘 왔었다는구나. 중년 남녀였고, 젊은 남녀 둘과 함께 왔대.”여름은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랐다.서경주의 기분을 이해할 것 같았다. 자신도 기분이 좋지 않았으니 말이다.‘그러니까... 어머니는 정말 돌아가시지 않았고, 결혼도 하셨고, 두 자녀를 낳으셨구나. 복도 많으시지.... 강여름이라는 딸이 있었다는 건 기억하실까?’“알겠어요, 아버지.”여름이 숨을 깊게 들이쉬고는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여름아, 난 이제 그만 알아보련다.”자신은 상관없었다. 다 자업자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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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7화

주민병원.이주혁이 전화를 끊고 나자 사무실로 주문한 죽이 배달되어 왔다.주혁은 죽을 들고 원연수의 병실로 찾아갔다.이미 밤 9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병원은 매우 조용한 가운데 원연수의 1인실만이 시끄러웠다.병실 앞에서 남녀가 소리 지르며 싸우고 있고 여러 사람이 그 광경을 구경하고 있었다.“내가 이렇게 무릎을 꿇을게. 아빠를 좀 용서해줘라. 그래도 네 애비잖니. 우리도 병만 아니면 이렇게 너한테 돈 달라고도 안 해.”중년 여성이 일부러 시선을 끌기라도 하듯, 문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옆에는 한 젊은이 필사적으로 그 사람을 끌어당기고 있었다.“엄마, 일어나. 무릎 꿇지 말라고.”“안 그럼 어떡해? 그 인간 감옥에 가게 생겼는데. 네 회사도 우리집도 사람들이 맨날 몰려와서 집에도 못 가잖아.”여자가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이들은 원지균의 새 부인, 도원화와 그 아들 원현무였다.두 사람은 그렇게 주의 사람들의 관심을 유발하고 있었다.이주혁은 얼굴을 찡그렸다. 원연수가 이 층에 입원 중이란 사실은 대외비였는데 대체 이 모자는 어디서 알고 찾아온 건지 알 수가 없었다.주혁은 성큼성큼 다가갔다.그때 갑자기, 매니저 이나정이 물통을 둘고 와 두 사람에게 끼얹었다.추운 날씨는 아니었지만 차가운 물을 맞고 나니 도원화와 원현무는 순간 멍해졌다. 게다가 그건 그냥 물이 아니라 알 수 없는 역겨운 냄새가 나고 있었다.도원화는 좀 참는 듯해 보였으나, 이런 일을 겪어본 적 없는 원현무는 바로 급발진했다.“대체 뭘 부은 거야?!”환자복을 입은 원연수가 간신히 벽에 기대어 있었다. 투명하고 흰 얼굴은 병으로 초췌했다.원연수가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내 소변.”확 깨는 대답이었다. 그쪽으로 걸어가던 이주혁의 얼굴도 일그러졌다.도원화는 그 자리에서 “우웩”하고 토하기 시작했다.이해할 수가 없었다. 원연수 같은 대스타가 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 있는지.원현무는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었다.“야, 너 죽고 싶어?”원현무는 이성을 잃고 원연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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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8화

“응급실로 데려 가죠.”이주혁은 얼른 원연수를 안아 들었다. 그리고는 원현무 모자를 무섭게 노려보며 말했다.“경비원 불러서 이 인간들 내보내.”원현무와 도원화는 바로 얼어붙었다.이들은 원연수가 진짜로 기절한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분명 연기다.하지만 주위 사람들은 모두 경멸의 눈빛으로 이들을 바라모며 손가락질하고 있었다.“기어이 사람 하나를 쓰러뜨렸네.”“그러니까 저 아가씨 말은 자기 아버지가 찔러서 다쳤다는 거야? 그건 범죄 아냐? 미쳤나 봐.”“와... 감옥 가기 싫다고 병원에 와서 저 소란을....” “.......”사람들의 비난에 도원화와 원현무의 기세가 확 꺽였다. 그때 병원 경비가 달려와 두 사람을 끌고 떠났다. 하지만, 경비는 이들을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대신, 창고에 가뒀다.******이주혁은 원연수를 안고 재빨리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하지만 찾아간 곳은 응급실이 아니라 자신의 개인 휴게실이었다.휴게실에 들어서자 주혁은 ‘기절한’ 원연수를 침대에 내려놓고는 말했다.“됐어요. 이제 그만해도 돼요. 여긴 우리 둘 뿐이니까.”원연수가 조용히 눈을 떴다. 원래 이나정과 합을 맞출 생각이었는데 이주혁이 이렇게 나설 줄은 몰랐다.“연기 잘하네.”이주혁은 묘한 웃음을 띄며 원연수를 살폈다.만약 이런 꼼수를 시아가 썼다면 혐오스러웠을 텐데 원연수는 재미있었다.“봐줄 만하죠.”원연수는 당황하지 않고 일어나 앉았다. 일어나면서 등의 상처를 건드리는 바람에 이번엔 정말 얼굴이 일그러졌다.“됐어. 가만히 누워 있으라고.” 그 모습을 보고 이주혁이 말했다.“오늘 밤은 그냥 여기 있어. 병실이 알려졌으니 기자들이 몰려들 거야.”“어차피 내일 퇴원할 생각이었어요. 그냥 오늘 퇴원하겠습니다.”원연수는 이주혁의 휴게실에서 지내고 싶지는 않았다.“안 돼.”이주혁이 딱 잘랐다.“내일 아침에 아직 검사할 게 남아있거든.”“몸은 많이 회복됐어요. 모레 와서 검사해도 되잖아요.”“안 돼.”이주혁은 여전히 강한 어조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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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9화

원연수는 그 장면을 상상해 보았다.온몸이 파르르 떨려왔다. 도원화와 원현무는 그런 짓을 하고도 남을 인간들이었다.‘모르겠다. 오늘은 그냥 못 이기는 척 여기 있을까?’부상까지 당한 상황에 더 고집부리기도 힘들었다.“알았습니다. 신세지는 셈 치고 오늘 밤은 여기 있죠.”원연수의 얼음공주 같은 얼굴에 난처함이 비쳤다.하지만, 그녀의 입장 표명은 너무나 명확했다. ‘여기 있고 싶지 않지만, 신세진 게 미안해 어쩔 수 없이 남았다. 그러니 이제 빚은 없다.’주혁은 좀 화가 났다.‘진짜... 끝까지 한 마디를 안 지는구먼.’“원연수 씨, 이런 걸 뭐라고 하는지 아나? 뻔뻔하다고 하지.”“아무렴 내가 여기 있고 싶을까요? 뻔뻔하다고 하실 것 같으면 이만 가보겠습니다.”“됐어. 가만 누워 있어. 당신한테는 정말 못 당하겠군.”이주혁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주혁은 원연수의 이런 성격이 좋았다. 다른 여자들처럼 똑같은 반응이었다면 재미없었을 것이다.원연수는 말없이 입술을 뜯고 있었다.이주혁이 무슨 생각을 할지 알고 있었다. 이주혁에게 자신은 그저 신기한 장난감일 뿐이라는 것을.‘내가 자기를 사랑하게 되면 그때는 흥미가 뚝 떨어지는 거더든.’“원장님....”이때,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들어와요.”경비가 들어왔다.“방금 심문해보았는데, 누군가 전화로 병실 호수를 알려주었다고 합니다.”“그게 누구래?”이주혁이 안 좋은 표정으로 물었다.“알 수 없는 번호로 걸려왔다고 합니다.”경비원이 말을 더듭었다.“아마, 원한 관계에 있는 자의 소행이 아닐까 싶은데요.”“알았습니다, 나가보세요. 두 사람은 경찰서로 데려가고.”병실은 다시 조용해졌다.이주혁은 베개에 기댄 채 조용히 누워 있는 원연수를 바라보았다. 가만히 눈을 감도 있던 원연수는 잠시 후 고개를 들었다.“내 병실을 아는 사람은 극소수예요. 의료인을 제외하면 회사 사람들 뿐이죠.”“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이주혁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아마도 시아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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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0화

‘정말이지 이렇게 날 잘 아는 사람은 처음이야.완전히 투명하게 들여다 보고 있어.내가 원연수를 안 지 얼마나 됐지?정말 희한한 일이군.’원연수가 거침없이 말을 이었다.“솔직히 얼굴 좀 잘 생기고 집안 조건 좀 좋고, 의술 좀 있는 거 뿐이잖아요? 그 정도는 다른 사람도 가진 조건이거든요. 여자가 남자에게 그런 걸 바라는 줄 아세요? 돈 벌어다 주는 기계도 아니고. 집안 조건? 조건 좋은 사람 얼마든지 있습니다. 물론 대표님 정도 되는 집안 배경이 아주 흔한 건 아니지만요. 하지만 사람들은 보통 대표님처럼 흥청망청 낭비하지 않거든요. 의술요? 훌륭한 의사 많죠. 결론적으로 대표님은 그렇게 매력적인 상대는 아니란 말이에요. 내가 잘 사귀고 있는 사람과의 사이를 도발해서 가지고 싶을 만큼.”“솔직히 두 분다 별로예요. 하나는 죽자살자 질척거리면서 어떻게 하룻밤 꼬셔볼까 하는 생각 뿐이고, 하나는 질투에 눈이 멀어서 사람 잡아먹으려고 덤비고. 두 분에게는 내가 하찮아 보이는지 모르겠지만.”싸늘한 공기가 무거운 안개처럼 공간에 꽉 찼다.이주혁은 싸늘한 표정으로 손에 들고 있던 볼펜을 떨어트렸다.이주혁은 일어나서 침대 옆으로 다가갔다. 얼음장 같이 차가운 눈이 원연수를 들여다 보았다.“요즘 내가 너무 잘 해줬나? 아주 머리 꼭대기까지 기어오르는군.”“그렇게 바짝 다가와서 노려보면 얼른 엎드려서 아이고 감사합니다 할 줄 알았나요? 듣기 좋은 소리 안 한다는 거 알면서 왜 자꾸 코앞에 놓고 속을 긁으시는 거죠?”원연수가 싸늘하게 말했다.“질척거리는 건 대표님 문제고, 거기 응하지 않는 건 내 문제고. 애인 관리는, 대표님 몫이겠죠?”“그렇게 시아가 했다고 확신을 하다니, 증거 있나?”이주혁의 얼굴이 불쾌하게 일그러졌다. 딱히 시아를 감싸려는 생각은 없었지만 자기 사람으로 알려진 시아가 그런 일에 휘말렸다면 부끄러운 일이었다.“내가 대표님 심기를 건드리기 전에는 회사 사람들은 다들 나랑 사이가 좋았거든요.”당당한 원연수는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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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1화

원연수의 도톰한 입술에서 순식간에 피가 흘러내렸다. 안 그래도 상처 때문에 통증에 시달리던 원연수는 머리가 빙 돌았다. 두 사람의 입술 사이에서 비릿한 피 냄새가 솟구쳤다. 원연수는 울컥 비위가 상했다.‘구역질 나.대체 저 입술로 얼마나 많은 여자들에게 입 맞추었을까?게다가 난 아직 잊지 않았어. 날 감옥에 보낼 때 이주혁이 했던 그 매정하고 잔인한 말.’어디서 그런 힘이 나왔는지 원연수는 이주혁의 입술을 있는 힘껏 깨물었다.살짝 피가 날 정도로 깨문 이주혁과 달리 원연수는 입술을 뜯어낼 기세였다.아무리 참을성이 좋은 이주혁이라고 해도 이 정도로 심하게 물어뜯기고 나자 입술을 아주 잡아 뜯어버리려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어쨌든 이전 같았으면 아무래도 끌리는 마음이 있어서 어느 정도 자극적인 상황이었다면 즐길 수 있었을지 몰라도 이번에는 완전히 경악스러울 따름이었다. 이주혁은 원연수가 전혀 낯선 사람 같았다. 그 얼음송곳 같은 싸늘함과 원한은 마치… 예전에 법정에서 마지막으로 보았던 백소영을 보는 듯했다.당시 백소영은 경찰의 손에 끌려가면서 딱 그런 눈으로 자신을 돌아보았었다.잠깐 넋을 잃은 사이에 원연수는 이주혁의 목에 깊이 손톱을 박아 넣고 있었다.번쩍 정신이 든 이주혁은 원연수를 감싸고 있는 그 원한이라면 정말 자기를 씹어먹어 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있는 힘껏 밀어냈지만 원연수는 죽어라 이주혁의 목을 꽉 끌어안고 끝까지 이주혁의 입술을 깨문 채였다.“죽고 싶어!”분노에 이성을 잃은 이주혁은 원수연을 어떻게든 떼어내기 위해 와락 밀쳤다. 그 바람에 원수연은 협탁에 몸이 부딪히고 말았다. 하필 자창 부위가 부딪혔기 때문에 극심한 통증이 온몸을 관통했다.원연수는 더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기절했다.정신을 차린 이주혁은 기절한 연수와 침대에 얼룩진 피를 보고 완전히 당황했다.금수저로 태어나 늘 갑의 위치였다.자신에게 이렇게까지 저항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게다가 이건 냥 반항도 아니고 완전히 맹수처럼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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