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진욱은 은행 직원이 자신을 부르나 싶어서 돌아보다가 눈동자가 커지더니 몇 초간 그대로 굳어버렸다.은행 입구에서 걸어 나오는 사람은 스물 남짓한 여자로 보였는데 연노랑 니트에 롱스커트를 입어 우아하고 산뜻했다. 발랄하게 높이 올려 묶은 포니테일은 이목구비를 더욱 도드라지게 했다.평생 수많은 미인을 보아왔지만, 차진욱의 마음을 움직인 사람은 강신희 하나였다. 젊었을 때 강신희는 활력이 넘쳤었다.지금 눈앞의 젊은 여자는 예전의 강신희를 떠오르게 했다.‘닮았어. 저 입술, 저 코… 너무 닮았어.’눈은 똑같다고는 할 수 없지만 눈빛은 예전의 강신희와 판박이였다.마치 수십 년 전으로 돌아가 스물 몇 살의 강신희를 다시 만난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옆에서 보고 있던 은행 중역은 차진욱의 표정을 보고 여름의 미모에 반했다고 생각하고 눈치껏 길을 텄다.여름을 위아래로 훑던 중역들은 깜짝 놀랐다. 갑자기 튀어나온 어린 여자애의 미모가 너무나 뛰어났기 때문이었다.‘저 정도의 미모라니, 이 미스터리의 회장님과 그렇고 그런 관계이려나?’여름은 은행 중역들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다들 멍해진 틈을 타서 과감하게 차진욱에게 다가갔다.“회장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차민우 씨의 친구입니다. 잠깐 시간을 좀 내주시겠습니까?”차진욱은 곧 정신을 차렸다.눈썹이 움찔하더니 중역들을 훑어보았다.“회장님, 그러면 저희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중역들은 눈치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고 자리를 피해다.차진욱은 한 손을 차 문에 얹고 다른 한 손은 바지 주머니에 꽂고 있었다. 모델 같은 몸매가 어우러져 그림처럼 보였다. 그러나 깊은 푸른색 눈에는 어두운 빛이 번뜩였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는데도 압도적인 카리스마에 상대방은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여름은 긴장한 나머지 등에서 땀이 흘러내렸다.“갑자기 무례하게 시간을 내달라고 해서 죄송합니다. 일단 소개 드리겠습니다. 저는 강여름이라고 합니다. FTT 그룹 일로 드릴 말씀이 있어서…”“강여름이라….”차진욱의 동공 깊은 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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