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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Chapter 1521 - Chapter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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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2화

아이 얘기가 나오자 여름의 얼굴이 확 어두워졌다.“애들은 나도 내보낼 방법이 있어. 상대는 아주 악랄한 인간이라 아마도 애들도 가만히 안 둘지도 몰라. 하지만 애들은 내가 따로 대책을 생각해 두고 있어.”차민우는 움찔했다.‘지금 여경이가 악랄하다고 말하는 건가? 그럴 리가? 악랄한 건 본인 아니야?아무래도 뭔가 이상한데?’“본인은 애들하고 안 나가고요?”여름은 고개를 저었다.“난 이만 가볼게.”떠나는 여름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역시 아무래도 뭔가 잘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어떻게 강여름을 이해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잠깐!”여름이 의아한 듯 돌아보았다.“저기… 아주 방법이 없는 건 아닌데.”차민우가 문득 입을 열었다.“나는 도와주지 못하지만, 우리 아버지를 어떻게 해보면 혹시나 FTT가 살아날 구멍이 있을지도 몰라요.”여름은 멍하니 그대로 서 있었다.차민우가 살짝 어색하게 헛기침했다.“내가 직접 추천할 수는 없고, 그랬다가는 우리 아버지가 날 가만 안 둘 테니까. 내일 오후에 여기로 가 봐요.”그렇게 말하면서 명함을 하나 내밀었다. 외국계 은행의 지점 주소였다.“내일 아버지가 이 지점에 시찰을 나갈 거예요. 우리 아버지는 딱 보면 ‘아, 저 사람이구나’하고 바로 알 수 있을걸요.”여름은 아직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그냥 해본 말이었는데 정말로…’“저기 난….”“고맙다는 말 금지. 난 그냥 우리 아버지의 스케줄을 흘리는 것뿐이에요. 우리 아버지는 냉정한 사람이라서 평생 누굴 도와줘 본 적이 없어요. 아버지에게 나는 그저 아버지랑 엄마 사이의 부록 같은 존재라서 그렇게 도움이 되지도 못할 거고. 이제는 그쪽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어요.”차민우가 어깨를 으쓱했다.“최하준에게는 말하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괜히 시작부터 거창하게 뭘 얻을 것처럼 덤볐다가 오히려 역효과가 날지도 모르니까.”“고마워.”여름이 명함을 꽉 쥐었다.“이런 기회를 만들어 줘서 정말 너무 고맙다.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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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3화

그 뉴스는 온 나라를 뒤흔들었다.오후장이 시작되자마자 FTT의 주가는 20포인트나 빠졌다.지금 FTT가 얼마나 혼란스러운 상황일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여름은 하준에게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통화가 되지 않았다. 결국 김 실장에게 연락이 닿아 물어보니 하준은 지금 조사를 받으러 들어갔다고 했다.“회장님께서 강 대표님은 한동안 저희 회사에는 오지 마시라고 신신당부하셨습니다. 지금 저희 회사는 기자랑 협력업체 사람들로 북새통입니다.”김상혁이 무력하게 말했다.“대체 제품에 무슨 문제가 있다는 거예요?”여름이 다급히 물었다.“사실 아무 문제도 없습니다. 그저 핑계일 뿐이죠. 그러면 FTT 주가가 폭락하고 그러고 나면 FTT를 해체할 핑계가 되니까요.”상혁이 씁쓸하게 설명했다.“자세한 얘기는 회장님께 들으시죠.”여름은 지체 없이 바로 집으로 향했다.저녁 7시가 되어서야 여름은 하준이 돌아왔다는 말을 들었다.얼른 거실로 나가보니 할아버지 내외 말고도 퇴원한 지 얼마 안 되는 최란과 출국을 준비하던 한병후까지 모두 모여있었다.“상혁 씨에게 조사받으러 갔었다고 들었어. 괜찮아?”여름이 다가가 하준의 손을 꼭 잡았다.“괜찮아. 저쪽에서는 괜히 그냥 다 떠보고 있을 뿐이야.”하준이 여름의 손을 잡아 옆에 앉혔다. 하준이 얼굴은 사뭇 평화로웠다.“하지만 내가 그렇게 만만한 놈은 아니거든.”“농담하지 말고. 저쪽에서는 이미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FTT를 무너트리려고 한단 말이야.”여름이 살짝 분한 듯 말했다.여름만 화가 난 게 아니라 최대범도 분노가 충천했다.“이런 뻔뻔한 놈들을 보았나. 회사를 세우고 100년이 넘도록 우리 FTT가 이 나라 경제를 이끌고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만들었는데! 비즈니스에서 경쟁에 졌다면 인정하겠지만 이놈들은 지금 무작정 그냥 우리 그룹을 무너트리겠다는 거 아니냐?최란도 매우 실망했다.“주주들도 자본을 빼내겠다고 하는 걸 보니 무슨 얘기를 들은 모양이에요. 만약 이 소식이 밖으로 알려지면 주가는 더 폭락할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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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4화

여울이화 하늘이는 어쨌거나 한병후의 핏줄이니 돌보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최하준의 다른 가족에 대해서는 굳이 책임질 의무가 없었다.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한 것도 순수하게 자기 아들 때문이었다.“아버지….”최민이 벌떡 일어섰다. 아무래도 최대범의 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됐다. 그동안 실컷 누리고 잘 살았다. 목숨만 붙어있다면 돈이야 다시 벌면 그만이다.최대범이 깊이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최민이 중얼거렸다.“어쩌다가 우리 FTT가 그렇게 겁나는 적을 만들게 되었을까?”여름의 동공이 흔들렸다. 저도 모르게 하준의 손을 꼭 잡았다.******어둠을 지고 뒤쪽의 별채로 돌아오면서 여름은 내내 말 한마디 없었다.“자기야, 이모가 한 말을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하준이 걸음을 멈추고는 손을 들어 부드럽게 여름의 작은 얼굴을 쓰다듬었다.여름이 미안함이 가득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어떻게 담아두지 않을 수 있겠어? 애초에 동성에서 내가 당신에게 결혼하자고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걸. 그러면 당신이 강여경하고 얽힐 일은 없었을 텐데.”“그런 식이면 나도 잘못이 있지. 애초에 강여경을 살려두지 말았어야 하는 건데.”하준이 한탄했다.“그랬다면 추동현이 강여경을 이용해서 일을 벌이지도 않았을 거라고.”“어쨌든 날 만나지 않았으면 강여경 같은 인간은 얼굴도 볼 일이 없었을 거 아니야?”여름이 중얼거렸다.“아니! 다시 그때로 돌아간대도 난 당신을 만나고 싶어.”하준은 고개를 숙여 말간 여름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내가 말했지? 돈은 없으면 다시 벌면 그만이라고. 자기야, 나는 모두에게 비웃음과 무시를 당하는 날도 겪었어. 그런 건 이제 내겐 아무것도 아니야. 험난한 골짜기를 걷든 구름 위를 걷든, 난 당신만 있으면 돼. 강여경이 FTT를 무너트리고 싶어 한다? 뭐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날 죽이려고 든다? 그건 힘들어. 당신이랑 아이들을 데리고 외국으로 가버리면 그만이야. 다만 당신이 화신을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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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5화

하준은 그래도 뻔뻔하게 여름의 어깨를 감쌌다.“뭐, 쟤들도 크면 다 할걸.”“우웨, 누가 그런 걸 한다고!”여울이 소리쳤다.하늘이는 비아냥거렸다.“이모할머니가 그러는데 우리 집 망할지도 모른다는데 그러고 있을 정신이 있어요?”하준은 태연하게 받았다.“그러는 너희는 이 와중에 남 뽀뽀 구경할 정신이 있나?”여울이 작은 소리로 물었다.“저기, 망하면 이제 사탕 못 먹어요?”“……”이 와중에도 먹을 것 생각뿐이라니 정말이지 대단한 먹보가 아닌가!하늘이는 여울을 흘겨보았다.“걱정하지 마. 망하면 내가 회사를 차려서 돈 엄청나게 벌어줄게. 죽을 때까지 다 쓰지도 못하게.”“그러면 됐어.”여울은 그제야 통통한 얼굴을 반짝 들었다.그런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무거웠던 여름과 하준은 저도 모르게 웃게 되었다.‘역시 아이들은 좋구나. 아무런 걱정도 근심도 없고.하긴 사실 누구나 다들 어린아이 시절을 거쳐왔지. 어른이 되면서 점점 더 많은 의무와 책임이 늘어나는 거지만….’여름과 하준은 갑자기 마음이 홀가분해졌다.“가자, 아버지가 재워줄게.”하준은 여울을 어깨에 올려놓았다.여울이 힘껏 주먹을 휘둘렀다.“이랴! 달려라!”하준은 화가 나기는커녕 신이 났다.여름의 입가에는 행복한 미소가 감돌았다.커다란 바위가 심장을 누르고 있는 것 같았는데 이제는 정말 한결 가벼워졌다.내일 차민우의 아버지도 가벼운 마음으로 찾아갈 수 있을 듯했다.어쨌거나 자신은 최선을 다하겠지만 실패하더라도 억지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그 일은 하준에게 비밀로 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준이 질투할까 봐 걱정되기도 했지만, 여름이 누군가에게 FTT를 도와달라고 부탁하러 간다면 하준은 자존심 상한다며 못 가게 말릴 것이 뻔했다.******다음 날 오후. 여름은 차민우가 알려준 외국 은행으로 향했다.한참을 기다리고 나서야 한 무리의 사람들이 덩치가 산만 한 남자와 나오는 것이 보였다. 남자는 검은 정장을 입었는데 딱 봐도 차민우의 중년 버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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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6화

차진욱은 은행 직원이 자신을 부르나 싶어서 돌아보다가 눈동자가 커지더니 몇 초간 그대로 굳어버렸다.은행 입구에서 걸어 나오는 사람은 스물 남짓한 여자로 보였는데 연노랑 니트에 롱스커트를 입어 우아하고 산뜻했다. 발랄하게 높이 올려 묶은 포니테일은 이목구비를 더욱 도드라지게 했다.평생 수많은 미인을 보아왔지만, 차진욱의 마음을 움직인 사람은 강신희 하나였다. 젊었을 때 강신희는 활력이 넘쳤었다.지금 눈앞의 젊은 여자는 예전의 강신희를 떠오르게 했다.‘닮았어. 저 입술, 저 코… 너무 닮았어.’눈은 똑같다고는 할 수 없지만 눈빛은 예전의 강신희와 판박이였다.마치 수십 년 전으로 돌아가 스물 몇 살의 강신희를 다시 만난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옆에서 보고 있던 은행 중역은 차진욱의 표정을 보고 여름의 미모에 반했다고 생각하고 눈치껏 길을 텄다.여름을 위아래로 훑던 중역들은 깜짝 놀랐다. 갑자기 튀어나온 어린 여자애의 미모가 너무나 뛰어났기 때문이었다.‘저 정도의 미모라니, 이 미스터리의 회장님과 그렇고 그런 관계이려나?’여름은 은행 중역들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다들 멍해진 틈을 타서 과감하게 차진욱에게 다가갔다.“회장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차민우 씨의 친구입니다. 잠깐 시간을 좀 내주시겠습니까?”차진욱은 곧 정신을 차렸다.눈썹이 움찔하더니 중역들을 훑어보았다.“회장님, 그러면 저희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중역들은 눈치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고 자리를 피해다.차진욱은 한 손을 차 문에 얹고 다른 한 손은 바지 주머니에 꽂고 있었다. 모델 같은 몸매가 어우러져 그림처럼 보였다. 그러나 깊은 푸른색 눈에는 어두운 빛이 번뜩였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는데도 압도적인 카리스마에 상대방은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여름은 긴장한 나머지 등에서 땀이 흘러내렸다.“갑자기 무례하게 시간을 내달라고 해서 죄송합니다. 일단 소개 드리겠습니다. 저는 강여름이라고 합니다. FTT 그룹 일로 드릴 말씀이 있어서…”“강여름이라….”차진욱의 동공 깊은 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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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7화

“…..”‘대화를 더는 이어 나갈 수 없겠군.’그러나 여름은 차진욱 같은 사람을 찬탄하는 편이었다.“계속해서 저와 차민우가 썸을 탄다고 의심하신다면 저에 대한 모욕일 뿐 아니라 회장님의 아들에 대한 모독이기도 합니다. 아드님을 너무 우습게 생각하시는 거 아닌가요?”여름은 재빠르게 반격에 나섰다.“저는 오늘 회장님을 처음 뵙지만 아주 냉철하고 현명하신 분 같습니다. 이렇게 사회적으로 성공하신 분이라면 아들도 영리하고 절제할 줄 아는 사람으로 키우셨겠죠. 가볍게 미색에 홀려서 남편과 아이가 있는 사람과 불륜을 저지르는 사람이 아니라요.”차진욱의 얼굴에 ‘어라, 요거 봐라?’ 하는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눈앞에 있는 젊은이는 예전의 강신희를 떠올리게 했다. 말솜씨도 좋거니와 강신희와 똑같이 날카로웠다.죽어도 강여름이 차민욱을 꼬시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든다면 그것은 민욱의 품성이 그만큼 떨어진다는 말이었다.“아주 달변이군 그래. 그러나… 난 자네 같은 타입도 많이 봤거든.차진욱이 심드렁하게 말했다.“당연하죠. 차 회장님께서 스물 남짓한 나이였다면 제가 꽤나 특별해 보였을 테니 코 앞에서 수작을 부릴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처럼 성숙한 연세인데 이런 식으로 접근하는 여자도 적잖이 보셨겠죠.”여름이 공손하게 말을 이었다.“하지만 전 상관없습니다. 저는 회장님께 저를 마음에 담아달라고 온 게 아닙니다. 잠깐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서로에게 이익이 될만한 내용이 있을 테니 이야기해보고 싶어 왔을 뿐입니다.”“FTT 얘기를 하는 건가?”차진욱이 비꼬듯 싸늘하게 웃었다.“민우가 뭐라고 했는지 모르겠지만 난 FTT 따위는 안중에 없네. 당연히 손잡을 생각도 없어. 다들 알다시피 FTT는 얼마 못 버틸 거라서.”“FTT가 얼마 못 버틸 것이라는 소리를 하던 사람은 상반기에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몇 개월 되지 않아 FTT는 어마어마한 기세로 일어섰지요.”여름은 잠시 말을 멈추더니 이어서 말했다.“회장님은 우리나라에서 외국계 은행을 경영하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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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8화

“매리트가 없는 건가요, 아니면 실패가 두려우신 건가요?”여름이 과감하게 입을 열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차진욱의 시선이 여름에게 떨어졌다. 얼음송곳처럼 예리했다.처음 느껴보는 압박감에 질식할 것만 같았다.“나에게 자극 요법을 쓰시겠다?”차진욱은 싸늘하게 웃더니 갑자기 허리를 숙였다. 사악한 말투로 내뱉었다.“내 아들과 하룻밤을 보내준다면 자네의 요구에 대해 한번 고려해 보지.”여름이 미간을 찌푸렸다.“죄송합니다. 저는 여기 담판을 하러 왔습니다. 잠자리를 논하러 온 게 아니에요. 뭔가 착각하신 것 같네요.”“착각은 자네가 하고 있지. 지금 자네는 나에게 부탁하러 온 처지라고.”차진욱의 얼굴에는 아무 표정이 없었다.“네. 부탁을 드리는 입장이죠. 하지만 저도 나름의 선이라는 게 있습니다. 돈이야 없으면 다시 벌면 그만이지만 자존심의 마지노선마저 없다면 그건 정말 방법이 없죠.”좀 유감스럽긴 하지만, 노력은 해보았으니 현실을 그냥 받아들여야겠다고 생각했다.“생각이 없으신 듯하니 그만하겠습니다. 그래도 나중에라도 잘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어쨌거나 제국의 황제는 영토가 넓어지는 것을 꺼리지 않지요.”그러더니 여름은 몇 걸음 물러섰다.“실례가 많았습니다.”그러더니 자리를 떴다.차진욱은 여름의 뒷모습을 보다가 생각에 잠긴 채 차에 올랐다.확실히 강여름에게는 특별한 뭔가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FTT가 곧 도산할 위기인데도 자신을 찾아와 협상을 하면서 조금도 비굴하게 굴지 않았다.‘밀당인가, 아니면 자기 회사도 아니니 그저 마음을 그 정도만 쓴 것일까?’집으로 가는 길에 차진욱은 전화를 걸었다.“당장 기어들어 와!”차민우는 곧 별장으로 돌아왔다.강신희가 강여경을 데리고 쇼핑을 좀 하겠다고 해서 은행 시찰을 잡아놨었는데 거기서 강여름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던 것이다.“아버지….”차민우는 아버지의 얼굴을 보고 여름이 아버지를 찾아갔다는 사실을 눈치챘다.입을 열기도 전에 차진욱은 테이블에 있던 사과를 냅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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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9화

“지금 남 편들어 주겠다고 네 동생을 의심하는 게냐?”차진욱은 심각한 눈으로 차민우를 바라보았다.“네 엄마가 알았다가는….“딱히 여경이를 의심한다는 말은 아니에요. 그냥… 뭔가 오해가 있지 않나 싶어요.”차민우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어제 찾아와서 좀 도와줄 방법이 없겠냐고 묻길래 단칼에 거절했거든요. 그러고서 떠보느라고 외국으로 빼내 줄 수 있다고 했는데 안 나가겠다는 거예요. 진심으로 최하준을 사랑하는구나 싶더라고요. 객관적 입장에서 봤을 때 강여름은 정을 중요시하고 의리가 있는 사람이에요. 그런 사람이 과연 친할머니와 자기 부모를 해칠 수 있을까요?”“걔는 10년이 넘게 납치되었다가 돌아온 지 얼마 안 된 애다. 네 엄마 친정 사람들과는 딱히 정이 들지도 않았을 테니 그런 짓은 충분히 할 수도 있지. 아마도 널 속이려는 건지도 모른다. 아주 앙큼한 애더구나.”차진욱의 눈에 냉랭한 기운이 감돌았다.“솔직히 난 네 엄마 집안일은 관심도 없다. 그래도 엄마의 친정 일이라니까 빨리빨리 해결해 버리고 얼른 네 엄마를 데리고 니아만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 뿐이야. 이 일로 골머리 썩고 싶지도 않다.”차민우는 흠칫 놀랐다. 아버지의 말속에 ‘아마도’라는 말에 상당히 큰 의미가 담겼다는 점을 캐치해냈다.“확실히 영리하고 수단이 좋은 건 저도 인정해요. 그 정도 수단이 없었으면 어엿한 상장사의 이사장이 될 수 없죠. 하지만 영리하고 앙큼한 인간은 아버지도 실컷 만나서 그런 인간이 어떤지는 다 아시잖아요? 막상 강여름을 만나보신 소감은 어때요?”차민우가 문득 되물었다.차진욱의 싸늘한 눈이 차민우를 훑었다.차민우가 어깨를 으쓱하더니 웃었다.“꽤나 흥미로운 사람이죠. 아마도 부탁하러 온 주제에 비굴한 기색은 전혀 없었을 걸요? 저는 어제 보니 오만해 보이기까지 하던걸요. 젊었을 때 엄마 모습이 떠오르지는 않았어요?”“시끄럽다.”차진욱의 눈빛이 어두워졌다.“네 엄마는 이 세상에 하나뿐인 특별한 존재야.”“아, 네네. 그렇죠. 하지만 강여름이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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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0화

물론 여름이 다시는 차민우를 찾아오지 않는다면 차진우는 정말 여름을 다시 보게 될 것이다.그렇게 지시하고 나서 차진우는 강신희에게 전화걸었다. 한껏 부드러운 말투였다.“언제 와?”“아직 쇼핑 중인데.”강신희도 쇼핑할 때는 다른 사람들과 별다르지 않았다.“한동안 서울에서 지내야 하니까 여경이랑 옷이랑 화장품 좀 사두려고.”“나도 옷 좀 사줘.”그러더니 바로 애교스럽게 말했다.“빨리 와, 같이 저녁 먹게.”마흔이 넘었는데도 애교라니 강신희는 정말 어이가 없었다.“이 원피스 엄마랑 잘 어울릴 것 같아요.”강여경이 푸른 색에 자수가 있는 원피스를 들고 와서 생글생글 웃었다.강신희가 보니 평범한 디자인이었다. 그러나 강여경이 하도 열성적으로 추천을 하니 대충 답했다.“그럼 사자.”“안 입어 보고요?”강여경이 물었다.“됐다.”강신희는 바로 카드를 내밀었다.강여경은 강신희가 마음에 들어 하는 줄 알고 기뻤다. 자기 안목이 높다고 생각하고는 내내 강신희에게 이것저것을 골라주었다. 그러나 사실 강신희의 취향과는 맞지 않았다.강신희는 골치가 아팠다.‘애 취향이 어쩜 이렇게 저속할까?’그래도 딸이 충격을 받을까 봐 그대로 쇼핑을 계속 했다. 그러나 그런 쇼핑이 재미있을 리 없었다. 그냥 집에 가고 싶었다.“엄마, 우리 저녁도 먹고 들어갈까요?”강여경이 제의했다. 실은 아직도 사고 싶은 것이 많은데 걸어 다니는 ATM과 함께 있으니 쇼핑을 더 하고 싶었던 것이다.“됐다. 아저씨는 밖에서 먹는 걸 별로 안 좋아하셔.”강신희가 단칼에 거절했다.******쇼핑몰에서 나와 둘은 입구에서 기사를 기다리고 있었다.저녁 5시쯤이라서 점점 차가 많아지는 시간이었다.서경주는 차에서 서류를 살펴보다가 피곤해서 미간을 문질렀다. 창문을 열고 밖을 보니 마침 쇼핑몰을 지나고 있었다.그런데 길가의 누군가를 보더니 번개라도 맞은 듯 온몸이 굳어버렸다. 곧 크게 소리쳤다.“차 세워!”기사는 깜짝 놀랐다.“여기는 주정차 금지 구역입니다.”“세우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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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1화

서경주….순간 강신희의 뇌리에 그 이름 석 자가 떠올랐다.전에 자기와 서경주에게 과거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강신희는 차진욱 몰래 온라인에서 서경주에 관한 내용을 찾아본 적이 있었다. 그 때 본 사진과 지금 눈앞의 사람은 매우 닮았다.다만 사진 속 남자가 더 젊어 보인다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었다.“죄송하지만 누구시죠? 사람 잘못 보신 것 같네요.”강신희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어졌다. 서경주에 관한 일을 조사해 본 결과 그 사람에게 호감을 가질 수 없었다. 만나고 싶은 생각도 전혀 없었다.서경주는 흠칫하더니 고개를 흔들었다.“그럴 리가 없어. 난 늘 널 기억하고 있었다고. 신희야, 난 네가 죽은 줄 알았어….”서경주는 이성을 잃고 흥분해서 강신희의 팔을 잡으려고 했다.그러나 손이 닿기도 전에 건장해 보이는 남자가 갑자기 달려들어 서경구의 손을 뿌리쳤다. 그러고는 재빨리 팔을 벌려 강신희를 보호했다.“사모님, 어서 차에 타시죠.”강신희는 그대로 차를 향해갔다. 옆에 있던 강여경은 잔뜩 겁을 먹고는 얼른 차에 탔다. 이렇게 빨리 서경주와 마주치게 될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나마 예전에 서경주와 직접 만난 적이 없다는 것이 다행이었다.“신희야, 내가 잘못 봤을 리가 없어. 너 강신희잖아?”서경주가 흥분해서 쫓아왔다. 그러나 다시 보디가드에게 가로막혔다. 서경주는 두 눈이 시뻘개져서 외쳤다.“네가 날 미워해서 아는 척도 하기 싫다는 건 알아. 하지만 여름이도 모른 척 할래? 네 딸이잖아?”강신희는 신경도 쓰지 않고 그대로 차를 향해 갔다.차문이 닫히자 차 안의 상황은 보이지도 않았다.마지막으로 보디가드가 타자 차는 바로 출발했다.서경주는 따라 가고 싶었으나 곧 교통 경찰이 뛰어와 막았다.“선생님, 도로에서는 조심하셔야죠. 이러시면 위험합니다.”서경주는 멍하니 서 있었다. 그냥 아예 영혼이 빠져나간 사람 같았다.‘내가 잘못 봤나? 하지만 그 사람은 정말 신희랑 너무너무 닮았는데? 20여 년이 흘렀다고는 하지만 겨우 서른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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