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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Chapter 1651 - Chapter 1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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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2화

“죽었어. 어제저녁에 내가 너무 늦게 돌아갔던 게지. 강여경은 뛰어내려서 죽었더군. 경찰은 탈출하려다가 죽었다고 했어. 시신은 이미 장의사에게 보냈고.”여름은 얼떨떨했다.정신이 혼미했다.‘아무리 해도 죽지 않는 바퀴벌레 같은 원수였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죽다니.강신희의 딸이 되려고 그렇게 죽어라고 거짓말에 거짓말을 짜내더니만. 나와 최하준에게 복수하겠다고 그러더니 난 이렇게 멀쩡하게 있는데 먼저 죽어버렸다고?’여름은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강여경이 그렇게 쉽게 죽었을 리 없어요.”여름이 중얼거렸다.“가짜는 아니었겠죠?”“진짜였다.”차지욱이 고개를 끄덕이며 담백하게 말했다.“그냥 사람이 죽은 것뿐인데 이상할 게 뭐 있나?”여름은 씁쓸했다.“잘 모르시는 것 같은데 저는 강여경과 몇 년을 싸워왔어요. 이겼다고 생각할 때마다 강여경은 다시 일어났어요. 어쨌든 그때마다 제 삶과 주변 사람은 모두 박살이 났죠. 이제는 도저히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같이 죽을 생각이었어요.”차진욱이 여름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여름이 강여경을 얼마나 미워했는지 알 것 같았다. 물론 거기에는 자신과 강신희도 한몫한 것이 분명했다.“강여경의 시신은 내가 검사해 보았다. 누군가가 밀었더군. 그날 집에는 집사와 고용인 말고는 경찰 뿐이었어.”여름은 흠칫했다. 잠시 생각해 보더니 말했다.“그러면 경찰이 한 짓이겠군요. 집사와 고용인이 밀었다면 경찰의 주의를 끌었을 테니까요. 경찰 내부의 소행이 아니라면요.”“나와 같은 생각을 했군.”차진욱이 감탄한 얼굴을 했다.“이 일에 관해서는 VIP에게 전달했다. 그쪽에서도 많이 놀라더군. 비밀리에 조사가 진행 중이야.”여름이 끄덕였다.“이제 막 취임하셨으니 전 대통령의 세력을 모두 흡수하지는 못했을 겁니다. 게다가 그동안 VIP 편에 있던 정객들도 지위가 높아지면서 다른 마음을 품었을 수도 있죠.”“똑똑하구나.”차진욱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점점 더 여름이 강신희의 딸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신희도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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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3화

웃음을 띠고 있던 여름의 얼굴이 서서히 굳어졌다.여울의 납치 사건 이후로 강신희에 대한 호감이 전부 사라졌었다. 심지어 미워하게 되었다.그런데 강여경이 강신희에게 약물을 사용했다는 말을 들으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하준이 했던 얘기를 여름이 전했던 것이다. 하지만 강여경이 정말 그런 짓을 했으리라고는 생각지 않았었다.차진욱이 여름을 보더니 무겁게 입을 열었다.“의사 말로는 혈액에서 금지 약물 성분이 발견되었대. 보통은 수술 뒤에나 정신질환자들이 복용하는 약이라던데. 장기 복용하면 불면, 지적 능력 저하, 분노조절 장애, 불안을 일으키고 중독에 환각까지 일으킬 수 있다던데. 일단 신희는 병원에 두고 왔어.”여름은 경악했다. 입술을 깨물고 하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전에 강여경이 최하준 곁에서 간호 조무사로 있을 때 비슷한 약을 썼어요. 원래 정신 질환이 좀 있기는 했지만, 약을 복용하고부터 점점 더 심해졌죠. 기억력이 엄청 떨어지고 갑자기 화를 내기도 하고, 환각도 있었어요.”“그래서? 치료는 되었고?”차진욱이 다급히 물었다. “외국에서 최고의 정신과 의사를 초빙해 왔었는데 그게 백지안이었어요. 확실히 전공 분야에서는 능력이 있었죠. 하지만 백지안은 최하준의 전 여자친구로 교활한 인간이었어요. 그래서 최하준의 기억을 편집하는 바람에 엄청난 후유증을 남겼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된 거고요.”그 일을 진술하는 여름의 눈에 분노가 타올랐다.차진욱은 한동안 아무 말이 없이 이마를 문질렀다.“정말 원수가 많기도 했군.”“백지안이 신경정신과 분야에 일가견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혹시 누가 추천하거든 저대로 부르지 마세요. 애진작부터 양유진과 한패일 거예요.”여름이 미리 경고했다.“알겠다. 사실 난 더 좋은 선생을 알고 있거든.”차진욱이 담담히 말했다.“다만 신희는 실제 정신 질환이 있는 게 아니고 약물의 영향을 받은 거지. 강여경이 죽는 바람에 신희에게 뭘 먹였는지 물어볼 수가 없게 되어서 아쉽군. 의사는 약물 종류를 알면 더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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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4화

“강여경의 행실이 마음에 안 드는 점이 있었을 게다. 그러나 어려서 납치되었다니 엄마로서 책임을 다 못했다고 생각했어. 자기가 있었다면 그렇게 돈을 탐하고 수작이나 부리는 인간이 아니라 반듯하게 잘 키웠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더욱 죄책감을 느꼈지.”여름이 침을 꿀꺽 삼켰다.마음이 살짝 움직였다.“자네도 엄마니까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네.”차진욱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여름의 심장을 울렸다.“아이를 사랑하는 엄마라면 아이를 버릴 수 있겠는가? 아무리 애가 못된 짓을 해도 자기 자신을 탓할망정 버리지는 못할 거야.”“그래도 그렇게 끝간 데 없이 오냐오냐하지는 말았어야죠.”여름이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듯 답했다.“신희가 강여경을 오냐오냐할 때 머리가 온전했을 거라고 생각하나?”차진욱이 되물었다.순간 여름은 할 말을 잃었다.“돌아가세요.”차진욱은 얼이 빠진 여름을 보고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이제 좀 짚이는 게 있는데 막 동성에 갔을 때는 뭔가가 희미하게 기억이 난다고 했어. 그런데 나중에는 전혀 익숙한 느낌이 아니라고 하더군. 신희가 기억을 되찾는 것을 보고 강여경이 계속해서 약을 먹이고 있었던 거야. 내가 너무 방심했던 게지.”“기억을 되찾으셨다면 딸 이름이 강여경이 아니라 강여름이라는 것을 떠올렸을 텐데.”여름이 자조적으로 웃었다.차진욱은 아무 말 없이 여름을 바라보았다.“뭐, 회장님도 제가 친딸이라는 걸 믿지 않으시잖아요?”“이제는 믿는다. 강태환 부부는 문제가 많더군. 우리가 다 속았어. 내 수하가 모두 다친 것이 아쉬울 따름이야. 아니었으면 제일 먼저 그들 부부를 손봤을 텐데.”차진욱이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강여경은 그 부부의 딸이에요. 전에는 그 집 식구들이 화신을 꿀꺽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우리 할머니가 찬성하지 않으셨죠. 엄마가 저에게 남겨준 회사였으니까요. 그래서 셋이 공모해서 할머니를 살해한 거예요. 저도 간신히 화신을 되찾을 수 있었어요.”여름이 차진욱을 돌아보았다.“하루 빨리 이 나라를 떠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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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5화

“그러지 마.”여름이 얼른 하준의 손을 잡았다. 목이 멨다.“아니야. 쭌도 다 봤잖아. 아저씨가 날 괴롭혔어?”하준은 고민에 빠졌다.두 사람이 나눈 많은 이야기를 하준은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다.‘하지만 괴롭히지는… 않았지. 때리지도 않았고.’“그런데 왜 울어?”어쨌거나 여름이 우니 하준은 다급했다. 마음이 아팠다.“슬픈 일이 생각나서 그래.”여름이 억지로 웃어 보였다.“차 타자.”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하준은 한 가지 생각에만 몰두했다.‘여름이는 슬픈 일을 생각하면 우는구나. 그러면 기쁜 일을 생각하면 웃는 건가?하지만 어떻게 해야지 기쁘게 해주지?’하준은 뺨에 두 손을 받쳤다. 볼살이 볼록 올라와 귀여웠다.그러나 여름은 강여경 일을 생각하느라 미처 보지 못했다.******집에 도착해 차가 멈췄다.여울과 하늘이 바람처럼 달려왔다.“엄마! 쭌!”여울은 순식간에 달려와 여름을 꼭 안았다.“보고 싶었어요.”“나도.”그렇게 말하던 여름은 한병후와 최란을 보고 놀랐다. 아침 9시인데 벌써부터 한병후가 와 있다니 좀 이르지 않나 싶었다.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도 묘했다.그제야 여름은 자기가 떠날 때 여울이 할아버지 할머니와 같이 자고 싶다고 고집을 부렸던 것이 생각났다.‘설마….’여름은 깜짝 놀랐지만 얼른 침착한 척하고 여울을 안아 올렸다. “안 무서웠어? 어제 잘 잤어?”여울이 입술을 비죽거렸다. 하늘이 시큰둥하게 답했다.“어젯밤에 몇 번이나 울었는데요. 아주 시끄러워서 죽을 뻔했어요.”“너도 누가 연못에 빠트리려고 했으면 무서워서 울었을걸.”여울이 씩씩거렸다.“그래도 할아버지 할머니랑 같이 자서 다행이야.”두 사람은 난처한 얼굴이었다. 특히나 최란의 단아한 얼굴에는 홍조가 끼어 있었다.최란은 어려서부터 길러진 재벌가의 우아함이 베어있는데다 관리도 잘해온 터라 중년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은 특히나 십 년은 더 젊어진 듯 눈에서 광태가 나고 있었다.여름은 사랑이 사람에게 일으키는 변화에 놀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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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6화

다들 집으로 우르르 들어가다가 누군가가 없어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돌아보니 하준이 아까 그 자리에 서서 입술을 삐죽 내밀고 있었다. ‘다들 날 버리고 갔어’라며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여름과 식구들은 심장이 저릿했다. 아이를 버리는 죄를 지은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엄마인 최란은 특히나 견딜 수가 없었다. 얼른 부드럽게 불렀다.“쭌, 얼른 와. 케익 만들어 주라고 할게.”하준은 여름을 원망스럽게 쳐다볼 뿐이었다.“나 화났어. 아무도 난 신경 쓰지 않고.” “…그런 게 아니야. 당연히 따라오는 줄 알았지.”당황한 여름이 되돌아가서 하준의 손을 잡아끌었다.“하늘이랑 여울이를 데려가느라고.”하준이 하늘과 여울을 노려보았다. 당연하다는 듯 소리를 질렀다.“내가 있는데 왜 쟤네만 챙겨!”하늘이 인상을 찡그렸다. 여울은 폭발했다.“너무해! 우리 엄마거든. 엄마를 뺏어갈 셈이야?”하준은 당황했다. 하준도 엄마 아빠가 아이들에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는 알았다. 입을 씰룩거리더니 갑자기 울음을 터트렸다.“난 엄마가 없어! 엄마가…”여름은 완전히 황당했다.여울도 당황했다. 뭔가 아주 나쁜 짓을 한 기분이었다.할 수 없이 최란이 나섰다.“쭌, 울지 마라. 내가 네 엄마야. 이분이 네 아빠란다.”“그래. 내가 아빠야.”한병후도 어쩔 줄 몰라 했다.재계의 카리스마 넘치는 경영자들이라고 하지만 직접 아이를 키워본 적은 없어서 둘 다 이렇게 유치한 하준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하준은 두 사람을 한 번, 여름을 한 번 쳐다보더니 더 크게 울었다.“싫어! 내 엄마 아빠는 왜 늙었어?”최란과 한병후는 하준의 말에 타격이 컸다.사실 두 사람은 나이는 쉰이 넘었어도 그렇게 나이 들어 보이는 타입이 아니었다. 끽해야 40대로 보일 외모였다.최란이 중얼거렸다.“우린 안 늙었어. 너도 나이가 꽤 많은 걸.”한병후도 찬성한다는 듯 끄덕였다. 의사가 아들에게 충격을 주면 안 된다고 했지만 자기 더러 늙었다고 하는 데는 참을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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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7화

여름이 하준을 데리고 들어갔다. 하준은 자꾸 뒤를 돌아보았다. 어쩐지 마음이 불편했다.‘내가 너무 심하게 말했나?여름이가 생긴 걸로 놀리면 안 된다고 하긴 했지만, 늙은 게 내 잘못은 아니잖아?’집에 들어가자 여울은 더 이상 질투하지 않았다. 여름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아빠를 친구처럼 대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우리 집에 장난감 방 있다. 같이 가서 놀자.”여울이 먼저 초대했다.그 말을 들은 하준은 너무 가고 싶어서 여름의 눈치를 봤다.“그래, 가서 놀아. 난 샤워 좀 하고 옷 갈아입어야겠다.”여름이 부드럽게 말했다. 며칠을 병원에서 보냈더니 온몸이 찌뿌드드했다.“알았어.”하준은 살짝 실망했다.“가자. 엄마한테만 붙어있지 말고. 우리끼리 좀 놀자.”여울이 하준을 데리고 장난감 방으로 갔다.장난감 방은 매우 컸다. 온갖 인형에 레고가 가득했다.“우리 소꿉놀이하자.”여울은 마침내 놀이 친구가 생겨서 신났다. 하늘과 할머니는 여울이와 소꿉놀이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늘 혼자 놀려니 심심했던 것이다.여울은 밥그릇이며 수저를 몽땅 꺼내왔다.“어떻게 하는지 가르쳐줄게…”하준은 여울에게는 관심이 없었다. 산더미처럼 쌓인 레고에 눈이 돌아갔다.“그건 하늘이 거야. 넌 만지면 안 돼. 하나라도 잃어버리면 성질부린다니까.”여울이 소리쳤다.“그리고 그거 얼마나 어렵다고. 사람이 가지고 노는 게 아니야.”하늘은 무표정하게 여울을 쳐다보았다.“난 사람이 아니냐?”여울이 메롱을 해 보였다.“너도 이거 일주일째 못 맞추고 있잖아? 할머니가 이건 18살 넘어야 가지고 노는 거랬어! 그런데도 죽으라고 사달라더니 돈만 버렸지.”하늘이 잔뜩 인상을 찡그렸다. 분한 모양이었다.“어쨌든 할 거거든. 내가 꼭 조립하고 만다. 야, 막 만지지 마!”하준은 아무것도 안 들리는 듯 진지하게 책상 위의 도안을 연구하기 시작했다.“알아보지도 못하면서 뭘 열심히 보는 척이야?”여울이 한숨을 쉬었다.“옛날 아빠가 좋았는데. 똑똑하고. 이런 건 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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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8화

그러나 하준은 달랐다. 병원에서도 여름은 샤워를 했지만 오늘 맡은 향기는 낯설면서도 좋았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심장이 두근거렸다.여름을 바라보는 순간 마구 입 맞추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그러나 여울이 먼저 후다닥 뛰어갔다.“목욕했어요?”여울이 여름의 다리에 매달렸다.“웅.”여름이 꿇어앉으며 조립이 끝난 스포츠카를 보더니 웃었다.“지난번에 할머니가 하늘이에게 사주셨다는 게 이거니? 다 맞췄나 보네? 정말 대단하다.”하늘은 민망해서 얼굴이 발그레해졌다.하준이 입술을 비죽거렸다.여울이 입을 가리고 웃었다.“하늘이가 한 게 아니에요. 하늘이는 일주일째 못 맞췄는걸. 쭌이 한 번 보고 다 맞췄어요. 진짜 대단해.”하준은 거만한 공작새 마냥 고개를 빳빳이 들었다. 어쩐지 여름이 와서 뽀뽀를 해주며 칭찬해 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여름이 깜짝 놀라서 하준을 쳐다보았다.며칠 사이에 하준의 지능이 서서히 높아지고 있다는 생각은 했었다. 바보라기보다는 어린애의 지능 상태라고 하는 게 맞았다. 그런데 이 스포츠카 레고는 매우 머리를 많이 써야 하는 것이었다.하늘이는 지능도 매우 높고 어려서부터 레고 조립하는 걸 좋아했다. 그래서 지금은 18세용 레고를 사달라고 조르는 경지에 이르렀던 것이다. 그런데 하준이 단수에 맞춰버리다니.‘이게 무슨 뜻이지? 최하준의 지능이 결코 낮지 않다는 의미가 아닐까?’“오, 쭌 정말 대단하구나.”여름이 하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하준은 기분이 좋아서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그러면 상 줘?”“그러지, 뭐.”여름이 웃었다.“뭐가 받고 싶은데?”“뽀뽀해 줘.”조금도 망설임 없이 하준이 말했다.“푸흡!”여울이 입을 가리고 웃었다.하늘도 입꼬리가 올라갔다. 전에도 하준과 여름이 뽀뽀하는 것을 몰래 본 적이 있었다. 하준의 뽀뽀는 아이들에게 해주는 뽀뽀와는 차원이 다른 것을 다 알았다.여름은 얼굴이 빨개졌다.‘둘만 있을 때면 몰라도 애들이 있는데….’할 수 없이 대답했다.“그래. 다들 사이좋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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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9화

“같이 가겠습니다.”상혁이 바로 답했다.“하지만 강여경이 진짜 죽었다면 주식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설마 강태환 부부에게 가는 건 아니겠지요?”여름의 심장이 쿵 하고 떨어졌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지금 FTT 상황은 어떤가요? 전에 하준 씨 말로는 강여경이 팀원들을 데리고 쳐들어왔다던데, 기존 임원을 다 내쫓았나요?”“네, 강여경이 자기 사람들을 데리고 들어왔습니다. 맹원규를 필두로 해서 주요 직과 팀장직에 앉았습니다.”상혁은 골치가 아팠다.“그리고 조사해 보니 맹원규는 양유진과 개인적으로 친했다고 합니다.”여름은 바로 알아차렸다.“아마도 맹원규는 양유진의 사람이군요.”“네. 이해는 되죠. 강여경이 악랄하기는 했어도 경영에는 아는 게 없으니까요. 인맥이래야 CB그룹 사람이 아니면 양유진밖에 없었잖습니까? 강여경은 먹이사슬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을 겁니다. 저는 양유진이 강태환 부부를 찾으려고 갑자기 동성에 갔을 거라고 생각합니다.”“그래요. 강여경은 자기와 양유진이 서로 이용하는 관계라고 생각했겠지만 사실은 착각이지. 양유진에게 강여경은 그저 도구에 지나지 않았을 거예요.”여름이 한숨을 쉬었다.“결국 또 양유진을 얕봤군요.”양유진의 악랄함과 뻔뻔함은 그야말로 끝 간 데가 없었다.상혁이 힘없이 웃었다.“정말 그렇다면 회장님께서 피땀 흘려 만들어 놓은 FTT가 양유진의 손에 넘어가겠군요. 진영그룹은 이미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양유진이 뒤로 몰래 FTT를 조정한다면 강태환이 허수아비겠군요. 앞으로 누가 양유진과 겨룰 수 있겠습니까?”여름은 마침내 맹국진이 왜 양유진과 손을 잡았는지 이해했다.“그렇게 둘 수는 없죠.”여름이 싸늘하게 말했다.상혁이 씁쓸하게 입을 열었다.“어쩌시게요? 회장님에게 무슨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모를까, 지금은 지적 장애잖아요? 그리고 두 분은 정식 부부 관계도 아니니 명분도 없고. 게다가… 법적으로는 양유진과 아직 부부시고. 사모님께서 FTT에 손대려고 했다가는 엄청난 반격을 받으실 겁니다. 사모님과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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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0화

하준이 보니 자애로운 할머니의 모습이 보였다. 마음이 따뜻해져서 얼른 받았다.“고맙습니다.”“에고, 착하기도.”장춘자는 하준의 깜찍한 반응에 살짝 놀랐다.“아이고, 우리 하준이가 이렇게 얌전한 모습을 다 보는구나. 전에는 내가 할머니 노릇도 제대로 못 했는데 지금이라고 보충해야겠다. 여보, 하준이에게 예전처럼 너무 엄하게 하지 말아요.”“알겠어.”최대범도 마음이 짠하기는 매한가지였다.밥 먹는 동안 온 식구가 모두 하준에게 신경을 썼다.그러나 다들 그렇게 다정하게 해주는데도 하준의 기분은 나아지지 않았다. 닭 다리를 조금 먹더니 그대로 장난감 방으로 가버렸다.“무슨 일이냐? 싸웠니?”최란이 걱정스럽게 물었다.여름은 움찔했다.‘설마 아까 째려보면서 눈짓했다고 삐친 건 아니겠지?완전히 어린애라니까.아휴.여울이보다고 속이 좁아요.’장춘자가 인상을 썼다.“끼니를 거르면 쓰나. 란아, 네가 가서 좀 먹여라. 에미 노릇 보충하고 싶다며?”최란이 더듬더듬 답했다.“먹이기 싫은 게 아니고, 내가 먹이면 안 먹어요….”“에잉~”최대범이 아무 표정 없는 얼굴로 최란을 흘겨보았다.“……”“이따가 제가 먹일게요.”여름이 웃으며 분위기를 풀려고 애썼다.“그래도 쭌이 제 말은 잘 들어요.”장춘자가 웃었다.“하준이 지능이 두 살 수준으로 떨어졌다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거 아니다. 엄마한테 붙어있지 마누라에게 붙어 있는 두 살짜리가 어디 있다니? 아무래도 걔가 기억은 못 해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저가 제일 좋아하는 게 여름이 너라는 걸 아는 것 같다.”최대범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런 소리를 들으니 여름은 민망했다. 하지만 어쩐지 기분은 좋았다.확실히 하준이 여름에게는 좀 달랐다.먹던 밥을 후다닥 먹고 여름은 밥을 들고 장난감 방으로 갔다.뒤에서 여울이 이르는 소리가 들려왔다.“쭌이 엄마더러 뽀뽀해달라고 했는데 엄마가 이마에 해줬거든요. 그랬더니 그때부터 계속 기분이 안 좋더라고요. 우리랑 놀면서도 계속 툴툴거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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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1화

장난감 방.하준은 멍하니 입구를 보면서 손에 제일 좋아하는 블록을 들고 있었다.그러나 놀 기분은 전혀 아니었다. 너무 슬펐다.‘대체 언제쯤에나 와서 날 달래줄 거야?’여름이 달래주지 않으니 노는 것도, 그림 그리기도, 밥 먹기도 싫었다.그런 생각을 하는데 익숙한 걸음 소리가 들려왔다.여름이라고 확신했다.하준은 고개를 푹 숙이고 블록을 쌓는 척했다. 여름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그러나 문 앞에서 걸음 소리가 멈추자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왜 이러지? 몸이 고장 났나?’“진짜 블록 좋아하는구나?”여름이 하준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내일 마트에 가서 블록 사줄까?”“됐어.”하준은 거절하고는 도도하게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아직도 화났어? 정말 쩨쩨하네.”여름이 얼굴을 받치고 물었다. 팔꿈치는 무릎에 대고 있었다.“아까 내가 왜 째려봤는지 알아?”“몰라. 알고 싶지도 않아.”하준이 툴툴거렸다. 하지만 시선은 자꾸만 여름의 작은 얼굴로 향했다.여름은 뻔한 거짓말을 하는 하준의 얼굴이 사랑스러워서 웃음이 났다. 그러나 꾹 참고 하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두 사람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이마에 뽀뽀해달라는 게 아니라는 건 알았지. 하지만 여울이랑 하늘이가 있는데 입에 뽀뽀하면 내가 부끄럽단 말이야.”“뭐가 부끄러워?”하준은 이해가 안 됐다.“입에다 하는 뽀뽀는 우리 둘이만 있을 때 하는 거라니까. 다른 사람이 보는 건 싫어. 우리 둘 만의 비밀이야. 가서 봐봐 누가 사람들 보는 데서 입에 뽀뽀하나?”“텔레비전에서는 하던데.”하준이 즉답했다.“아침에도 봤다고.”“……”골치가 아팠다.‘꼬맹이 셋이서 대체 뭘 보는 거냐고? 이렇게 조숙하다니 여울이랑 하늘이를 제대로 가르쳐야겠구먼.’“텔레비전은 텔레비전이고.”여름은 이제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었다.“어쨌든 난 그렇다고. 그게 마음에 안 들면 앞으로 뽀뽀 안 해줄 거야.”여름의 협박을 들으니 하준은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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