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 Chapter 1661 - Chapter 1670

All Chapters of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Chapter 1661 - Chapter 1670

1699 Chapters

1662화

좀 서툴긴 했지만, 하준은 곧 키스의 주도권을 쥐었다.키스를 받는 여름은 심장이 두근거렸다. ‘세상에, 속은 하나도 안 변했잖아?’몇 번 만에 하준은 키스하는 법을 능숙하게 터득했다. 키스는 점점 카리스마 넘치고 파워풀하게 바뀌었다.그러나 여기는 아이들의 장난감 방이고 밖에 식구들이 있어 여름은 키스에 너무 빠져들 수 없었다.숨을 몰아쉬며 하준을 밀어냈다.“인제 그만. 누가 들어오면 어떡해?”“아.”멍하니 여름의 얼굴을 바라보던 하준은 입이 벌어졌다. 침이 떨어질 지경이었다.“여름이는 너무 예뻐.”여름은 달콤한 하준의 말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고개를 숙이고 검지를 세우더니 하준의 심장을 꾹 찔렀다.“잊지 마. 내가 쭌의 마음속에 제일 예쁜 사람이라는 거.”“응.”하준은 심장에 뭔가가 꽉 찬 것 같았다. 여름은 봐도 봐도 또 보고 싶었다. 모든 순간을 여름과 함께하고 싶었다.“자, 이제 화 풀렸지? 그러면 밥 먹자. 안 그러면 배고파진다고.”하준은 이제 거부할 수가 없었다.안 그래도 배가 고프던 참이기도 했다. 밥을 배불리 먹고 나자 여름이 하준을 데리고 가서 하늘, 여울과 낮잠을 재우러 올라갔다.겨우 셋을 재우고 나서 여름은 옷을 갈아입고 내려갔다. 상혁이 운전하는 차에 올라 두 사람은 장례식장으로 갔다.상혁이 책임자와 이야기를 나누더니 강여경의 시신이 안치된 곳으로 안내했다.가까이 가자 안에서 이정희와 강태환의 우는 소리가 들렸다.“여경아, 팔자가 왜 이리도 불쌍하냐? 이렇게 가다니, 우리 불쌍한 딸.”이정희가 서럽게 울었다. 강여경이 두 내외만 감옥에 처넣고 사라져 미워했었지만, 나중에 돌아와 감옥에서 꺼내 줬을 분 아니라 부유한 삶까지 살게 해주었던 것이다.강태환의 붉어진 눈시울에는 증오가 가득했다.‘내 딸이 이렇게 세상을 떠나다니….’“저 사람들이 어떻게 여길 왔죠?”상혁이 놀랐다.“들어갈까요?”여름이 눈을 가늘게 떴다. 뭐라고 말하려고 입을 떼기도 전에 강태환이 여름을 발견했다.“야! 네가 여길
Read more

1663화

“흥!”여름이 코웃음을 쳤다.“은혜를 모르는 게 누군데? 어머니도 살해하고. 나중에는 돈에 눈이 멀어서 자기 친딸도 남이라고 하고. 감옥에 들어가서도 반성을 못 하신 것 같네요. 아니, 더 못된 것만 배우고 나오신 것 같네.”여름의 비아냥에 강태환은 얼굴이 벌게졌다. 여름의 말이 거슬렸지만,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물러설 곳도 없었다.“헛소리하지 마라. 누가 친딸을 남이라고 해? 네가 내 딸인데. 어머니를 죽였다니, 난 억울하다. 감옥에서도 우릴 풀어준 걸 보면 모르겠냐?”여름은 실망한 눈으로 강태환을 바라보았다.“전에는 감옥에 가서 좀 뉘우치셨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우린 사실대로 말하는 거야”이정희가 흥분해서 말을 끊었다. 그러더니 대성통곡을 했다.“넌 양심이 없니? 낳아준 부모도 모른 척하다니. 그래, 우리는 강신희나 서경주처럼 돈이 없다. 하지만 돈 때문에 친부모를 모른 척하다니 말이 되니? 사촌 언니까지 죽게 만들고. 어떻게 인간이 이렇게 악독하지?”“아, 그래요? 난 왜 여태 두 분이 날 낳아준 부모님인 걸 몰랐을까?”여름이 비웃었다.“3년 전 동성에서 두 분은 왜 강여경이 친딸이라고 하셨어요? 내 남자친구까지 뺏어서 걔한테 주고. TH에서 힘겹게 일해서 커리어를 쌓아왔는데 갑자기 회사에서 나가라고 하고. 날 폐가에 가두기도 했잖아요? 굶기고, 추위에 떨게 만들고! 친딸이라며? 친딸에게 어떻게 그런 짓을 해요?”이정희는 입을 다물어 버렸다. 강태환은 뻔뻔하게 말을 이었다.“다 너 잘 되라고 가르치느라고 그랬지! 누가 그렇게 부모 말을 안 들으라고 했냐?”여름뿐 아니라 옆에서 듣고 있던 상혁까지도 어이가 없었다.과연 강여경의 부모답구나 싶었다.“아, 그래요? 그러면 같이 친자 확인 검사 한 번 받아보시죠.”여름이 눈썹을 치켜세웠다.“두 분이 정말 내 친부모라면 앞으로 두 분을 공경하는 마음으로 모시고 살게요.”“꺼져라! 친자 확인 따위, 네가 인맥을 동원해서 수작을 부리면 결과는 네가 원하는 대로 나오겠지.”이
Read more

1664화

그러더니 여름은 핸드폰을 꺼냈다. 두 사람에게 녹은 파일의 녹음을 정지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이것만 있으면 증명할 수 있으니까. 두 분께 무슨 일이 생기면 제가 장례도 치러드릴게요. 그리고 FTT 주식이 제게 넘어오면 제가 잘 관리할게요.”“……”분위기가 확 변했다. 강태환과 이정희는 화가 나서 얼굴이 일그러졌다.“꿈도 꾸지 마라!”이정희는 화가 나서 씩씩거렸다. 돌로 자기 발등을 찍은 기분이었다.“우리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그건 십중팔구 네 짓이겠지.”“사람 그렇게 나쁘게 보지 마세요.”여름이 순진한 얼굴을 하고 어깨를 으쓱했다.“여기까지 왔는데 여경이 얼굴이라도 좀 볼게요. 이렇게 빨리 죽을 줄 몰랐네요. 행복하겠다.”“……”상혁은 자기 귀가 잘못 들었나 싶었다.“다, 닥쳐!”강태환이 참지 못하고 뺨을 때렸다.“아빠, 뭐 하시는 거예요?”여름이 강태환의 손목을 확 잡아챘다.강태환은 성인 남성인데도 아무리 뿌리치려고 해도 여름을 떨굴 수가 없었다.여름이 한숨을 쉬었다. “제가 틀린 말 했어요? 강여경이 평생 못된 짓을 얼마나 많이 했는데. 살아서 얼마나 많은 남자랑 잠자리를 가지고, 얼마나 많은 사람을 해치고 속였어? 그런데 저렇게 죽다니 너무 깔끔하게 갔잖아요? 인간이 그렇게 못된 짓을 하면 힘겹고 고통스럽게 고생을 하다 죽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아니면 감옥에 수십 년 갇혀 있다가 죽는다든지? 그런데 저렇게 갔으니 행복한 거 아닌가?”“너야말로 온갖 못된 짓을 다 했으면서. 네가 뒤에서 떠밀어 죽인 걸 누가 모를 줄 알아?”이정희가 눈을 부릅뜨고 덤벼들었다.상혁이 더 이상 다가서지 못하게 막았다.여름은 강태환을 뿌리치고 시신 옆으로 가서 흰 천을 걷었다.“멈춰!”강태환과 이정희는 다급했다. 외동딸이 죽어서도 모욕을 당하다니….“진정하세요. 시신을 훼손하려는 게 아니에요. 그냥 좀 보려는 거예요. 진짜 강여경인지 아닌지. 또 가짜로 죽은 거면 어떡해?”여름은 장갑을 끼고 얼굴을 만져봤다. 확실히 뭘 씌운 느낌
Read more

1665화

여름의 뒷모습을 보는 상혁은 존경심이 솟아났다.‘강태환과 이정희는 강여경이 남긴 FTT의 주식을 차지할 셈이었던 거야.강여름님 을 자기 딸이라고 그렇게 한사코 주장을 했으니 딸이 부모님 회사를 관리해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웃기시네. FTT는 우리 거야. 까불지 말고 꺼져!”이정희가 씩씩거렸다. 이주혁에게 좋은 얼굴을 보여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이주혁은 상대하고 싶지도 않아서 콧방귀를 뀔 뿐이었다.‘당최 수치심이 뭔지 모르는 인간이 있다니까?FTT가 자기네 거라고?강여경이 강신희의 딸을 자처하고 나서서 죽자 살자 FTT 주식을 사들이지 않았더라면 FTT는 회장님 손에서 진작에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있었을 거라고!몇 년 전까지만 해도 존재감 없던 하찮은 인간들이 어디서 그딴 소릴 지껄여? 이젠 아주 개나 소나 다 나와서 난리군.’“죄송합니다만 못 꺼지겠습니다. 두 분은 우리 사모님의 부모님이시니 제가 잘 모시겠습니다.”상혁도 여름이 했던 대로 싱글싱글 웃으며 입구에 버티고 섰다.이정희가 계속 발딱거리자 강태환이 잡아끌었다.“진정해, 진정. 여경이 장레를 치러줘야 할 거 아닌가?”“아가씨가 아직 안 왔는데 뭘 멋대로 한다는 거야?”이정희가 발을 굴렀다.“보라고 해야지. 아가씨 딸이 얼마나 비참하게 죽었는지. 보고 복수하라고 해야지.”“통화가 안 돼. 차진욱이 눈치챈 것 같아. 언제 연락이 닿을 줄 알고 기다려? 여경이 시체를 이대로 둘 수도 없잖아. 부패하면….”강태환이 눈시울을 붉히며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이정희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러나 양유진의 계획을 떠올리고 앞으로의 이익을 생각하며 이를 악물었다.“그러면 일단 냉동해 놔요. 아가씨에게 여경이 시신을 보여주고 충격을 줘야지. 그래야 아가씨랑 강여름이 서로 잡아먹을 거 아냐? 그러면 우리는 가만히 앉아서 FTT를 날로 먹으면 되고.”“날로 먹는다고?”강태환은 차마 맞장구칠 수가 없었다.“양유진이 얼마나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고? 우리는 그냥 놈의 허수아비
Read more

1666화

‘사모님께서 보낸 사람들인가?아닌데? 사모님이 보낸 사람들이 이런 짓을 하지는 않을 거야. 아무리 강여경이 미워도 시신을 모독하는 짓은 하지 않으실 거야.누군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보기 좋은 장면은 아니군. 하지만 내공이 보통 아니게 생겼는걸.’“대체 누구십니까? 여긴 장례식장입니다. 난동 부리는 곳이 아니란 말입니다.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상혁이 걸어갔다. 말로는 위협했지만, 얼굴을 가리고 ‘무섭지만 어쩔 수 없이 나선다’ 라는 듯 용감하게 나섰다.“쓸데없는 참견 하지 말고 비켜.”키 큰 사내들이 상혁을 막았다.상혁은 바로 멈췄다.몇 분을 때려 부수더니 무리는 의기양양하게 나갔다.강여경의 시신은 이정희에게 던져놓았다. 봉합해 놓았던 곳이 다시 뜯겨 나갔다.그 모습을 본 상혁은 구역질이 올라왔다.그러나 끽소리하지 않았다. 엄마라는 이정희는 놀란 나머지 미친 듯이 소리 지르고 있었다.그러나 밀려 넘어지면서 척추가 부러져 일어나지도 못하고 울부짖기만 했다.“빨리, 빨리! 얘 좀 치워줘. 너무 무섭잖아.”강태환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감옥에 몇 년을 있다 보니 몸이 많이 상했다. 아까 무리에게 몇 번 밟히더니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구급차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상혁은 강태환 내외를 보며 할 말을 잃었다.‘아주 천생연분이네.’******여름의 차가 집 주차장에 도착하자 상혁에게서 전화가 왔다.“저기… 누가 장례식장으로 쳐들어 와서 안을 다 부수고 갔습니다. 강여경의 시신도 훼손되었습니다. 강태환 부부도 적잖이 다친 데다 충격이 심해서 구급차를 불렀습니다. 병원으로 이송하겠습니다.”여름은 놀라서 ‘앗’하고는 물었다.“그게 누구죠?”상혁이 쿨럭거렸다. 목소리를 낮추었다.“사모님께서 보내신 게 아니었습니까?”“내가 왜 그런 짓을 하겠어요? 그러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 같았지만.”여름은 솔직하게 말했다.“평소에 강여경에 적을 많이 만들었군요.”“세 식구 평소 행실을 보면 적을 만들고도 남죠.”상혁이 비웃었다
Read more

1667화

“……”초췌한 얼굴을 보니 여름은 차마 또 어딜 다녀오겠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내려. 나랑 놀자.”하준의 손이 창문 안으로 들어와 여름을 잡았다.“악! 쭌… 전화 받는 중이야. 한 번 더 나갔다 와야 해.”여름이 간신히 말했다.“아주 중요한 일이야.”뜻밖에도 하준은 난동을 부리지 않았다. 실망한 눈으로 바라볼 뿐이었다.“나보다 더 중요해?”잠긴 목소리에 그렁그렁한 눈을 하고 있었다. ‘쭌보다 중요해’라고 말하는 순간 눈물이 또르륵 떨어질 것 같았다.여름은 진땀이 났다.“당연히 우리 쭌이 제일 소중하지. 하지만 하루 종일 쭌하고만 붙어 있을 수는 없어. 식구가 많아서 나는 나가서 돈을 벌어야 해. 돈을 벌어야 쭌 사탕도 사주고 선물도 사주지.”“그러면 우리 엄마한테 돈 달라고 하자. 엄마가 날 낳았으니까 날 위해서 돈 벌어 와야지. 여름이 돈 안 쓸 거야.”잠시 생각해보더니 하준이 사뭇 진지하게 말했다.여름은 속으로 최란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했다. “하지만 나도 우리 하늘이랑 여울이 유치원 보낼 돈을 벌어야 해.”“그러면 하늘이랑 여울이 아빠한테 벌어오라고 해.”하준이 툴툴거렸다.“왜 여름이 혼자서 다 하는데?”“……”여름은 입을 다물어 버렸다.‘저기요, 여울이하고 하늘이 아빠는 당신이거든요.그건 그렇고, 잠깐 나가 있는 사이에 아이는 엄마 아빠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건 또 어디서 주워들은 거야?’“그런 소리는 어디서 들었어?”여름은 의아했다. 자기는 그런 것을 가르친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할머니가 텔레비전 보는데 거기서 그러던데.”여름은 이마를 짚었다.장춘자는 틈이 나면 막장 드라마를 즐겨 봤다. 처음에는 여울이를 물들이더니 이제는 하준에게도 전염이 된 모양이었다.“하늘이하고 여울이 아빠는… 일이 있어서 다쳤어. 아이들을 책임질 수 없어.”여름이 안타까운 얼굴로 설명했다.하준은 눈을 깜빡이며 여름을 한참 쳐다보았다.“여름이 불쌍하다. 어디서 그런 걸 만났어, 그래?”“……”‘저기요? 나중에
Read more

1668화

하준이 고개를 숙였다. 여름은 막 몸을 드는 참이었다. 옆모습이 눈앞에 보였다. 머리카락 두 가닥이 뽀얀 뺨에 흘러내렸다. 머리카락을 따라 내려가니 우아한 목선이 눈에 들어왔다.하준은 갑자기 목이 건조한 느낌이었다. 여름을 파고 들어가 키스를 퍼붓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잘 매.”여름은 끄떡 않고 고개를 들었다.두 눈이 마주쳤다. 활활 타오르는 하준의 시선이 여름을 피하지 않았다.여름은 움찔했다. 재미있다는 듯 하준의 입술을 톡톡 두드렸다.“무슨 생각 했어? 말해 봐.”하준은 곤란한 듯 입술을 깨물었다. 부끄럽지만 솔직하게 말했다.“여름이 목에 뽀뽀하고 싶다.”“……”여름의 얼굴이 순식간에 화르륵 타올랐다. 하준이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대놓고 말할 줄은 몰랐다.“왜 이래, 정말? 그냥 안전벨트 매주는데 어떻게 거기까지 생각이 가냐고?”여름이 하준을 노려보았다. 간지럼 태우듯 요염한 시선이 하준의 몸을 훑고 지나갔다.하준은 침을 꿀꺽 삼키면서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여름을 바라보았다.여름이 하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지금은 바빠. 밤에 해줄게.”“응.”‘해준다’는 게 무슨 뜻인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여름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하준은 기뻤다.******40분 뒤 차는 병원 주차장에 멈췄다.여름은 하준을 데리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상혁이 알려준 병실에 도착하니 안에 경찰 몇 명이 보였다.이정희가 울며불며 사정을 말하고 있었다.“십중팔구 강여름 그 인간이 한 짓이라니까요. 그런 짓은 걔만 할 수 있는 짓이에요. 우리를 엄청 미워하거든요. 우리 부부만 죽으면 우리 재산은 다 자기 거라고 막 그랬거든요.”“어! 쟤예요. 당장 잡아가요. 쟤가 사람을 시켜서 한 짓이 분명하다니까!”강태환이 맞장구쳤다.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여름이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뛰어들었다.“엄마, 아빠. 괜찮으세요? 사고가 났다고 해서 얼마나 깜짝 놀랐다고.”여름이 다급한 표정으로 울부짖었다.경찰은 놀라서 멈칫했다. 이정희가 씩씩거렸다.
Read more

1669화

“아, 경찰 아저씨. 제 사촌이 살아 있을 때 여기저기 적을 많이 만들고 다녔는데요….”여름이 이정희의 말을 끊더니 뭔가를 말하려다가 말았다. 이정희는 짜증이 났다.“여경이가 제일 원수진 게 너다!”“엄마…”여름의 눈이 다시 그렁그렁했다. “대체 내가 엄마 딸이에요, 여경이가 엄마 딸이에요? 두 분이 지금 여경이 엄마 다치신 거 커버하려고 이러시죠? 대체 우가 우리 엄마 아빠에게 이런 짓을 했는지 저는 알아야겠어요. 왜 이렇게 저를 못살게 주시는 거예요?”“그게 똑같니? 여경이는 나랑 아빠를 감옥에서 꺼내주었는데 넌 우리를 감옥에 집어넣었잖아?”이정희가 씩씩거렸다.여름이 당당하게 말했다.“엄마 아빠가 할머니를 안 죽였는데도 내가 그랬겠어요? 할머니가 날 어려서부터 얼마나 애지중지 아껴주셨으니 저도 법과 가족 사이에서 선택을 하기 어려웠어요.”“할머니를 살해했다고요?”경찰의 시선이 미묘하게 변했다.‘친엄마가 아니었나 보지. 설마 친엄마에게 그런 짓을 하겠어? 인간이 아니지.’“아닙니다.”강태환이 당황해서 연신 부인했다.“저는 함정에 빠진 거예요.”“아무 말씀이나 해 보세요. 어쨌든 사건은 3년 전에 판결이 난 거니까요. 강여경이 무슨 수로 두 분을 꺼내드렸는지는 모르겠네요. 하지만 엄마 아빠가 양심에 손을 얹고 한 점 부끄럼이 없다면 저는 아무 상관 없어요.”여름이 힘 없이 웃었다.“됐습니다.”경찰이 얼굴이 굳어졌다. 더는 들을 것도 없겠다 싶었다.“장례식장 습격 사건은 조사해 보겠습니다. 그러나 배후 세력까지 잡아낼 수 있을지는 자신이 없네요.”경찰의 냉담한 태도에 이정희는 열불이 터졌다.“사건 조사는 경찰이 본문 아니에요? 뭐가 조사를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요? 무조건 조사를 해야지. 못 잡으면 우리 다친 건 누가 보상해 주냐고?”“경찰이라고 모든 사건을 다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매년 경찰에 쌓이는 미결 사건이 얼마나 많은지 아세요?”경찰은 그러더니 가버렸다.자기 어머니도 살해하는 사람이라니 얼른 떨
Read more

1670화

여름은 몸이 떨렸다. 소름이 우르르 떨어질 듯했다.하준은 눈썹을 잔뜩 찡그린 채 눈앞의 사람을 노려봤다. 자기보다 살짝 작은데 검은 슈트를 입었다. 얼굴이 못생긴 것은 아닌데도 어쩐지 거부감이 들었다.특히나 ‘당신’이라는 말이 거슬렸다.“누구야?”하준이 여름의 손을 잡고 어린애처럼 물었다.양유진의 시선이 하준의 유치하게 불타오르는 두 눈을 마주했다. 우아한 얼굴에 경멸의 빛이 떠올랐다.“강여름 남편인데.”하준이 눈을 깜빡였다.“남편이 뭐야?”양유진은 웃음을 터트렸다. 조롱하는 시선은 굳이 감출 생각도 없었다.“바보가 됐다더니 하루 못 본 사이에 정말 바보가 되었잖아?”“누가 바보라는 거야. 네가 바보다!”하준도 양유진이 나쁜 말을 한다는 사실 정도는 알았다. 씩씩거리며 그대로 돌려주려고 했다.“나쁜 놈!”잠시 있다가 아까 텔레비전에서 들은 말을 떠올리고는 덧붙였다.“못생긴 게 못생긴 짓만 골라서 한다니까.”“푸흡!”여름은 결국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구역질이 올라오고 있었는데 하준 덕분에 오심은 반쯤 사라졌다.“저 사람은 못생기기만 한 게 아니고 아주 악랄한 사람이야. 늘 남의 것을 빼앗고 늘 못된 계략만 꾸미지. 저런 인간은 마음이 비뚤어진 사람이야.”여름은 대놓고 하준의 손을 꼭 잡고는 비웃었다.하준이 진지하게 끄덕였다.“알겠어. 나쁜 사람이구나.”양유진의 안색이 확 변했다. 그러나 하준의 바보 같은 모습을 또 비웃었다.“정말 저런 인간 곁에서 평생 살겠단 말인가? 엄마 노릇을 하나? 이모 노릇을 하나? 궁금해서 말이야.”“뭐가 됐든 당신하고 사는 것보다야 낫지. 양유진, 계속 그렇게 날뛰어 보시지. 경고하는데 당신이 지금 하는 짓 하나하나가 다 위태로운 줄타기야. 맹국진이 비호해준다고 무슨 짓이든 다 덮어줄 거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당신이 한 일은 언젠가는 다 세상에 까발려질 테니까.”여름은 뒤에 있는 강태환 내외를 흘겨보았다.“그리고 강여경도 당신이 죽였지? 그래 놓고 저 두 분 앞에서는 내 욕을 해
Read more

1671화

“그러면….”“그냥 좀 약올려주려고 했던 거예요. 간 김에 양유진도 좀 볼 셈이었죠.”여름이 설명했다.“양유진의 진짜 목적이 뭔지 확인하고 싶었거든요. 보셨겠지만, 말끝마다 사위, 사위 거리는 걸 보니 강태환 부부를 허수아비로 세우지도 않을 것 같네요. 보니까 강태환의 사위라는 신분을 내세워 자기가 직접 FTT를 장악하려는 거예요. 아마도 강태환은 이사장을 시켜놓고 자기는 회장이나 뭘 하려는 속셈이겠죠.”상혁은 깜짝 놀랐다.“회장님께서 피땀 흘려 만들어 놓은 그룹이 결국 양유진의 손에 넘어가겠군요.”“서두르지 말아요. 양유진이 사위라면 난 강태환의 딸이니까, 명분은 나에게 더 있거든요.”여름이 냉소를 지었다. 뻔뻔함이라면 이미 양유진에게 실컷 단련이 되어 있었다.“아, 경찰서 좀 들여다 봐 주실래요? 양유진에 나에게 뒤집어 씌우려고 여러 가지 알아봤을 거예요. 장례식장에 난입한 인간들은 날 모함해서 강태환 부부에게 더 나쁜 이미지를 심어주려고 양유진이 보냈을 거예요.여름이 침착하게 지시했다.상혁이 떠나자 엶은 하준을 데리고 차에 탔다.가는 길에 하준은 내내 기분이 좋지 않았다.“남편이 무슨 뜻이야?”여름은 흠칫했다. 하준이 아직까지 그 말을 담아두고 있을 줄은 몰랐다.별로 말해주고 싶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에게라도 물어볼 가능성도 있었다. 결국 알려지게 될 일이었다.잠시 생각해 보다가 여름은 길 가에 차를 세웠다. 진지한 얼굴로 하준을 바라보았다.“나랑 아까 그 사람 관계는 좀 복잡해. 남편이라는 건… 혼인관계의 다른 쪽에 있는 사람을 말하는 거야. 나랑 그 사람은 부부란 말이지.”“부부가 뭔데?”하준은 여전히 어리둥절했다.“나보다 소중한 사람이란 뜻이야?”“아니. 쭌보다 더 소중한 사람은 없어.”여름은 하준의 손을 잡았다. 아까 본 사람은 한때 나에게 엄청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어. 그래서 난 평생을 함께할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지. 그래서 결혼했거든. 그런데 결혼하고 나서 그 사람에게 다른 여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
Read more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