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681 - 챕터 1690

1699 챕터

1682화

여름이 이 집에 사는 이유는 순전히 하준 때문이었다.하준은 아무 생각이 없었다.“여름이 가는데 나도 따라 갈 거야.”“… 왜?”“왜냐니?”하준은 머리를 긁적였다.“몰라. 어쨌든 난 여름이랑 딱 붙어 있을래.”여름은 울고 싶었다. 어쩐지 마음은 따뜻해 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서글픈 마음이 더 컸다.“우리 얘기 좀 하자.”여름은 다시 하준에게 걸어갔다.하준은 여름의 작은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다 보니 확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흥!’하더니 서재로 들어가 버렸다.여름은 따라 들어가 문을 닫았다.서재 바닥은 하준이 엉망진창을 만들어 놨다. 선생님이 수업을 하려고 했을 때 얼마나 성질을 부렸는지 알만했다.하준은 입술을 깨물었다. 눈물을 그렁그렁하고 여름의 손을 잡았다.“잘못했어. 어제 변태라고 해서 미안해. 아직도 화났어? 다시는 그런 말 안 할게. 날 떠나지 마.”여름은 전혀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가 하준에게 안겨서 당황했다.뜨거운 눈물방울이 어깨에 떨어질 때야 후회가 되었다.아무리 덩치가 크고 농구를 잘하고 몸놀림은 여전하다고 해도 하준의 심리적인 나이는 두 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간과했던 것이다.하주에게 이렇게 큰 부담을 지워주지 말았어야 한다는 생각에 우울해졌다.“어제 변태라고 불러서 화난 거 아니야. 그냥… 쭌이 자꾸 자라서 날 떠날까 봐 두려웠어.”여름이 가볍게 맗ㅆ다.“쭌은 깨어나서 처음 날 봤을 때 아줌마라고 했잖아. 난 준의 아줌마가 되고 싶지 않아. 사랑하는 사람, 쭌의 여자친구가 되고 싶어.”“아줌마가 싫으면 하지 마. 사랑하는 사람 내 여자친구 아무거나 다 해!”하준이 여름을 꼭 안았다.“하지만 쭌은 사랑하는 사람이 뭔지 모르잖아? 여자친구가 뭔지 알아?”여름이 가볍게 하준을 떼어내며 물었다.아무 것도 모르는 하준이 까만눈을 깜빡였다.여름은 하준을 보고 웃었다.“그거 봐. 쭌은 아무것도 모르잖아. 아는 게 너무 적어서 그래. 왜 책을 읽고 영어를 배우라고 하는 지 알아? 쭌이 빨리 자랐으면 해
더 보기

1683화

“나랑… 여울이나 하늘이는 뭐가 다른데?”“여울이랑 하늘이가 쭌보다 훨씬 작은 거 몰라? 여울이랑 하늘이는 진짜 세 살이야. 쭌이 두 살이면 어떻게 세 살보다 그렇게 크겠어? 나보다도 크잖아?”여름은 한숨을 쉬더니 사실대로 말했다.“왜 쭌은 유치원을 안 보내주는 지 알아? 쭌은 유치원에 어울리지 않으니까. 그리고 학교도 안 맞아. 쭌은 사실 서른 세 살이야. 나보다도 6살은 더 많다고.”“……”하준은 어리둥절한 나머지 ‘나는 누구? 여긴 어디?’ 얼굴을 했다.“쭌은 사고를 당해서….”여름이 자기 머리를 톡톡 두드렸다.“여기에 문제가 생겼어. 그래서 자기가 두 살이라고 생각한 거야. 나중에 진짜 두 살짜리 아가는 어떤지 보여줄게.”자기가 두 살이라고 생각하던 하준은 당황했다.“……”하준은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내가 진짜… 그렇게 늙었어?”하준은 울 것 같은 얼굴을 했다.“아니, 안 늙었어.”여름이 하준의 얼굴을 어루만졌다.“준 나이는 남자가 제일 매력적인 나이야. 공부도 하고 일도 하면 더 매력적일 거야.”너무나 놀라고 실망했던 하준은 자기가 매력적이라는 말을 듣자 마음이 살짝 풀렸다.“그러면 열심히 공부하고 일도 할 거야. 내가 여름이를 돌봐줄게.”“그래. 오후에 선생님이 오시면 괜히 성질 부리지 말고, 응?”여름이 부드럽게 타일렀다.하준은 얌전히 끄덕였다.“여름이 말 잘 들을게.”“착하네. 내려가서 밥 먹자.”여름이 환하게 웃었다.최란과 한병후는 갑자기 얌전해진 하준을 보고 놀라서 어쩔 줄을 몰랐다.“아유, 역시 네가 수단이 좋구나.”하준이 물을 마시러 간 사이에 최란이 얼른 다가와 여름의 손을 잡았다.“하준 씨에게 진짜 나이를 말해줬어요.”여름이 털어놨다.최란은 깜짝 놀랐다.“그걸 받아들였어? 충격 받지 않았니?”“계속 숨길 수도 없잖아요. 그리고 하준 씨가 바보도 아닌 걸요. 시간이 흐르면 결국 자기가 다르다는 걸 알았을 거예요.”여름이 양손을 펼쳐 보였다.“심리적 수용력이 우리가
더 보기

1684화

여울은 어쨌거나 철면피라 별 신경 쓰지 않았다.그러나 하늘은 얼굴을 구기고 있었다. 여름은 혹시 하늘이가 하준의 얼굴에 책을 집어 던지지나 않을까 걱정됐다.“부끄럽게 무슨 짓이야?”여름이 하준을 흘겨보았다.“그런 건 쭌이 어렸을 때 다 배운 거니까 그렇지. 전에 배웠던 걸 선생님이 가르쳐 주실 때 다시 꺼내서 아는 거라 다른 사람보다 빠르게 배우는 거야.”“그래! 뭐 그런 걸로 그렇게 잘난 척을 하는데!”여울이 눈을 흘겼다.“나이 비슷한 애들끼리나 비교하는 거지. 어제는 우리에게 누나, 형 하더니 이게 뭐야? 뻔뻔하게.”“너…”하준은 바짝 약이 올라서 얼굴이 빨개졌다.“나 안 뻔뻔하거든!”“뻔뻔해! 아저씨야!”여울이 메롱을 해 보였다.하준은 화가 나서 울 지경이었다. 그러나 자기 진짜 나이를 생각하고는 꾹 참았다.하늘은 그 모습을 보더니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너무해. 셋이서 나만 괴롭히고.”하준은 씩씩 거리며 볼을 부풀렸다. 억울한 것을 간신히 참는 모양새였다.“아유! 알았어, 알았다고. 안 그럴게.”마음이 여린 여울은 그림책을 보러 갔다.******여울과 하늘이 잠들자 하준이 몰래 여름의 귀에 속삭였다. “ I love you.”하준의 목소리는 너무나 듣기 좋았다. 고요한 밤에 하준의 저음으로 그런 말을 들으니 여름은 심장이 두근거렸다.하준의 준에 달빛이 비쳐 반짝였다. 사람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는 빛이 담긴 듯 보였다.“오늘 배운 거야.”하준이 발그레한 여름의 볼을 보며 말했다.“고마워. 너무 좋다.”여름이 하준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그 말의 진정한 뜻을 모른대도 여름의 심장은 이미 녹아버렸다.하준이 앞으로 다른 사람을 사랑한대도 그것은 미래의 일이었다.지금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기 싫었다.여름은 하준이 자신을 한 번 사랑하게 만들었으니 다시 사랑하게 만들 자신도 있었다.******다음 날.하준이 깨어나자 여름은 하준에게 블랙 슈트를 입으라고 종용했다.옷을 입자 여름은 위아래로 하준을
더 보기

1685화

“……”‘그렇게 티가 났나?’여름은 속마음을 다 들킨 듯했다.“아니거든. 그냥 그렇게 입혀 놓으니까 너무 근사해서.”여름은 정색하고 답했다.“정말?”하준은 민망한 듯 머리를 긁더니 헤헤 웃었다.“너무 잘생겨서 넋이 나갔어?”“……”하준에게 팩트 폭행을 당한 여름은 당황했다. ‘겨우 하루 만에 너무 발전이 빠르잖아? 역시 사람은 책을 읽어야 해. 머리에 든 게 많으니 사람이 다라지는군.’“아니거든. 내가 잘생긴 사람을 얼마나 많이 봤는데 그런 걸로 정신을 못 차리고 그러겠어?”여름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을 했다.하준이 씩 웃었다.“누군데? 누가 나보다 잘생겼어?”“이주혁 선생, 송영식! 둘 다 엄청 잘생겼잖아? 매력이 달라서 그렇지.”여름이 빙긋 웃었다.“이 세상에 잘생긴 사람이 당신 하나 뿐이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시지.”하준은 속으로 코웃음을 치고 그 말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내가 제일 잘생겼거든.이 세상에서 제일 잘생겼다고.’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여름은 하준에게 핸드폰을 건넸다.“전에 자기가 쓰던 핸드폰이야.”하준이 지문인식으로 열어보니 바탕화면에 하준과 여름의 셀카가 보였다. 얼굴을 맞대고 환하게 웃는 모습이었다.하준은 움찔했다. 느낌이 묘했다.여름이 운전해서 FTT로 향했다. 하준은 보조석에 앉아 호기심에 차서 핸드폰에 몰두했다.전에 게임을 하고 애니메이션을 볼 때는 자기 핸드폰이 하나 있었으면 싶었다.그러다가 드디어 손에 넣으니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몰랐따.진지하게 전에 다운받아 놓은 어플을 보니 자기가 좋아하는 게임이 없었다. 죄다 금융 어플이나 재테크 어플 뿐이었다.재테크 어플을 열어 보니 주식 화면이 보였다.주식이라면 어제 금융학 교수가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하준은 잠시 주식 화면을 들여다 보다가 로그인을 시도했다. 비밀번호가 기억 나지 않았지만 신분증과 핸드폰 번호로 쉽게 비밀번호를 찾았다. 들어가 보니 돈이 꽤 많은 게 아닌가?‘내가 이렇게나 돈이 많았구나.’떡본 김에 제사 지
더 보기

1686화

“최하준, 사람을 짜증나지 않게 하면 하루가 안 지나가지?”여름은 완전히 이성을 잃고 소리 질렀다.“주식을 그렇게 많이 사들이다니 정신 나갔어? 돈 벌기가 얼마나 힘든지 알아? 지금 당신은 예전의 최하준 회장이 아니라고! 아직도 자기가 무슨 초거대 재벌인 줄 알아?”여름은 화가 나서 죽을 지경이었다.원래 하준은 여유자금이 생기면 무조건 회사의 연구개발에 투자하곤 했다.그러다가 FTT가 적대적 인수를 당하고 나서 이사장과 회장 자리도 모두 빼앗겼다.‘지금은 부모님께 빌붙어 사는 주에게 그렇게 큰 돈을 써버리다니….돈이 뭐 하늘에서 그냥 뚝 떨어지는 둘 아는 거야, 뭐야? FTT를 되찾지 못하면 지금 남은 그 돈으로 재기를 노려야 하는데 그걸 다 주식시장에 박아버리다니….’하준은 여름이 소리를 지르자 심장이 벌렁벌렁했다. 이렇게 화난 여름은 처음 보아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그게 큰 돈이야?”“당연히 큰 돈이지. 보통은 평생 벌어도 못 벌 돈이라고.”“아, 그런데 내가 들어갈 때 주식이 계속 오르는 중이었거든. 지금 팔면 수익이 25%정도 되는데.”하준은 혼란스러운 듯 핸드폰을 들어 여름에게 보여주었다.여름은 다시 흠칫했다. 얼른 가져가서 보고는 눈이 휘둥그레 졌다.눈깜짝하 사이에 수익은 25.5%가 되어 있었다.가장 맹렬한 기세로 오른 주식을 보니 가격이 미친듯이 올라서 상한가를 찍었다.‘이게 무슨….’여름은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돈 벌기 쉬운 줄 알았지.”하준이 코를 문지르며 조용히 말했다.여름은 헛웃음이 나왔다.‘쉽다고?나는 주식을 샀다하면 떨어지는데 당신은 돈 벌기가 그렇게 쉽니?’주식 한 가지만 상한가를 쳤다면 우연이겠거니 하겠는데 하준이 사들인 다섯 가지 주식이 모두 그랬다.여름은 심란한 듯 옆에 있는 사람을 쳐다보았다. 하준이 이 정도로 고수인 줄 처음 알았다.‘까도 까도 양파같구먼.’여름은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무거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어쩌다 한 번씩 하는 건 괜찮지만 그렇게 많
더 보기

1687화

경비와 데스크 직원은 여름과 하준을 진작에 알아보았지만 일부러 난처하게 만드는 것이었다.그런데 하준이 화를 내기 시작하니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가 압도적이었다. 데스크 직원과 경비는 하준의 분위기에 완전히 압도되었다.속에서는 계속 물음표가 올라왔다.‘바보가 됐다더니 이게 바보라고?’“비켜!”하준은 경비의 멱살을 잡아서 그대로 집어던졌다.그러고는 경멸의 시선을 던졌다.“한 입 거리도 안 되는 것들이! 주제에 FTT에서 경비를 맡아? 낙하산이지?”“이 이게 죽고 싶나?”경비는 화가 나서 얼굴이 벌겋게 되었다. 혼자서는 도저히 하준의 상대가 안 될 것 같았다. 아니, 떼거지로 붙는데도 하준을 이기기는 힘들 듯했다.어쨌더나 신임 회장이 최하준이 오거든 무슨 수를 쓰든 모욕을 주라고 명령했었다.경비가 다른 경비를 불렀다.여름은 앞에 펼쳐지는 난장판을 바라만 보았다. 하나 둘씩 눈 앞에 경비가 널브러져서 일어나지 못했다.“쓸모없는 것들.”하준이 선글라스를 추어 올렸다. 경멸하는 시선까지 더해지니 엄청난 카리스마가 느껴졌다.여름은 눈이 휘둥그레졌다.“너, 너무하구먼. 경찰에 신고하겠어.”제일 먼저 나섰던 경비가 툴툴거리며 핸드폰을 꺼냈다.“걸어요!”여름이 피식 웃었다.“우리가 경찰을 부를 판이었으니까. 자기 회사도 못 들어가게 막다니. 그것도 여럿이서 한 사람을 공격하다니, 집단 구타지? 재미있네. 대체 회사를 어떻게 관리하는 건지 맹원규를 불러 봐야겠네.”경비는 그대로 굳어졌다.자기는 맹 회장의 백으로 취직을 했다. 아무리 바보라도 이런 일을 맹 회장을 끌고 들어가게 되면 큰일이라는 것쯤은 알았다. “오셨어요?”이때 상혁이 후다닥 뛰어 왔다. 상혁은 목에 출입증을 걸고 있었다.상혁이 1층 지원 부서로 좌천되었다는 말은 들었지만 직접 눈을 보니 울분이 치밀었다.“응. 그런데 입구에서 개떼가 막고 들여보내질 않아서.”하준이 싸늘하게 말했다.개떼 소리를 들은 경비와 데스크 직원은 할 말을 잃었다.“……”새로 온 직원
더 보기

1688화

상혁은 둘을 데리고 그대로 회의실로 향했다.여름은 FTT 회의실은 처음이었다. 들어가서 보니 안은 꽤 넓었다. 십여 명이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었다. 짙은 색 양복을 입은 중년 남자가 회의실에 앉아 있었다. 옆에 선 비서가 차를 따르고 있었다.여름은 그 사람을 흘끗 보고 맹원규라는 것을 바로 알았다. 온라인으로 조사를 해보았는데 베테랑 경영자로 전에 해외에서 꽤 큰 기업의 CEO도 맡았었다.실물을 보니 얼굴이 음험한 것이 얼마나 교활한 인간인지가 느껴졌다. 강여경이 FTT 관리를 맡길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최 이사 아니신가?”걸음 소리를 듣더니 맹원규가 하준에게 고개를 까딱했다. 씩 웃기는 했지만 일어서지는 않았다. 여름에게는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그러나 여름은 맹원규가 자신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맹원규가 자신에게 위세를 떨려고 그러는 것도 알아챘다.여름은 웃으면서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 맹원규 앞에 툭 던졌다.“최란 이사는 오늘 몸이 좋지 않아서 이사회에 참석하니 않으십니다. 서면으로 나에게 전권을 위임해서 이번 회의에 참석하라고 하셨습니다.”“그렇군.”맹원규가 사인을 보더니 공손하게 고개를 끄덕했다.“최란 이사는 나이가 많으니 이해합니다.”“쉰 남짓이 많은 나이던가요?”여름이 맹원규를 흘끗 보았다.“그쪽도 곧 쉰이 다 된 걸로 보이는데. 뭐 어디 불편한 거 있으면 우리에게 얘기 하세요. 나이가 많으니 이해할게요. 꼭 맹 회장이 있어야 회사가 돌아가는 건 아니니까.”맹원규는 순식간에 할 말을 잃었다. 그러나 즉각 반응하지 않았다. 얼굴에는 시종일관 미소를 띠고 있었다. 오히려 여름을 압박하는 듯한 표정이었다.“그런 뜻이 아닌데 오해하신 것 같군. 그리고 난 이제 겨우 마흔 하나요. 몸도 건강하고.그리고 남자랑 여자는 원래 몸이 다르니까, 뭐.”“어머나 그러셨구나. 하도 나이 들어 보여서. 내가 잘못 봤나 보네요.”여름이 생글생글 웃었다.“확실히 다르긴 하죠. 매년 병으로 사망하는 남자가 여자보다 훨씬
더 보기

1689화

강태환은 침착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꽤 의기양양한 상태였다.감옥에 들어간 뒤로 승승장구하는 여름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었다. 평생 조심스럽게 한 때 딸이었던 여름의 눈치를 보며 살아야 하나 싶었다. 그러나 하늘이 아직 자신을 버리지 않았구나 싶었다.강태환은 순식간에 FTT 그룹의 주식을 상속받게 되었다.이런 날이 오리라고는 꿈도 꿔본 적이 없었다.친딸인 강여경이 세상을 떠났지만 이제 그렇게 마음이 아프지 않았다.자신에게서 뭔가 얻어 낼 게 있다 싶으니 여름이 자신에게 이렇게 잘 보이려고 하지 않는가?그러나 강태환은 여름에게 한푼도 내줄 생각이 없었다.“내가 사위는 인정해도 너처럼 배은망덕한 것을 딸로는 인정 못한다. 나가!”강태환이 거침없이 소리쳤다.양유진은 가식적으로 웃었다.“아버님은 당신이 불륜을 저지른 것에 불만을 가지고 계셔. 당신이 내 곁으로 돌아오기만 항ㄴ다면 하버님은 모든 걸 용서하신대.”“우리 여름이는 당신처럼 못생긴 사람한테 가지 않아.”내내 아무 소리 없던 하준이 갑자기 여름 앞을 막아섰다.겨우 두 번째 보는 양유진이었지만 본능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양유진이 싸늘한 시선으로 하준을 훑어 보았다. 옷을 제대로 갖춰 입은 하준은 기품이 흘러넘쳤다. 특히나 선글라스를 하자 싸늘한 분위기의 카리스마가 분위기를 압도하는 느낌이었다.양유진은 한번도 가져보지 못한 분위기였다.얼굴이 굳어지더니 비꼬기 시작했다.“최 이사도 회의를 하러 오셨나 보군. 그런데 우리가 회의를 하면 알아는 듣는 건가 모르겠네?”“귀는 멀쩡하니 다 들려.”하준이 싸늘하게 뱉었다.“그런데 주식은 보유하고 계신가? 아니면 FTT 이사라도 되나? 무슨 자격으로 이 자리에 끼어 들었지?”여름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누가 이 사람을 보고 지능이 떨어진다고 하겠는가?‘역시 최하준이야. 발전 속도가 보통 사람의 수만 배는 넘는 것 같아.한 때 최고의 재벌은 그냥 된 게 아니었네.’양유진의 안색이 어두워졌다.“난 오늘 강태환 선생의 책임자
더 보기

1690화

맹원규는 이전에는 하준과 직접 대면해 본 적이 없었다. 전에는 강여경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강겨경은 FT 주식의 70%를 장악하고 기고만장해서 맹원규 무리를 데리고 들어왔다. 그러고는 하준의 심복을 마구잡이로 잘라냈다.맹원규도 처음에는 심장이 벌렁거렸다.그러나 하준이 며칠 회사에 돌아오지 않자 하준은 허수아비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맹원규는 시원스럽게 하준에게 충성하는 직원을 싹 잘라냈다. 이제 FTT는 기본적으로 자기 사람들로 채워졌다.그런데 최하준이 다시 회사로 돌아와 압박을 시작한 것이다.이게 어디 봐서 지능 떨어지는 인간이 할 법한말인가?“뭔가 오해를 하신 것 같은데, 열심히 일을 하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내보낸 겁니다. 괜히 아까 입구에서 데스크 직원과 경비에게 막혔던 일로 날 곤란하게 하지 마쇼. 이따가 그 사람들은 내보낼 테니까.”맹원규가 말은 웃으면서 했지만 가만히 들어보면 하준이 회사일을 사적인 감정으로 처리하면서 자신을 곤란하게 만든다는 인상을 주었다.강태환이 바로 지적했다.“데스크 직원과 경비는 새로 왔으니 당신을 몰라보는 것도 당연하지. 그렇게 원리 원칙을 하나하나 따질 일인가? 맹 회장이 회사 경영을 잘 해왔던데.”“무슨 경영을 잘했다는 건지?”하준의 검은 눈이 강태환을 향했다.강태환은 저도 모르게 움찔했다.뭘 잘했는지 어찌 알겠는가? 강태환도 오늘 처음으로 회사에 왔는데.저도 모르게 양유진을 쳐다 보았다. 양유진이 싱긋 웃었다.“맹 회장이 며칠만에 회사를 안정시킨 것만 해도 큰 능력을 보여준 거죠. 직원들이 크게 동요했는데 지금은 정상적으로 잘 돌아가지 않습니까? 모두가 일치단결해서 일을 하니 이게 보통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죠.”하준이 피식 웃었다.“죄 자기 부하를 심어 놨으니 당연히 일치단결하겠지. 난 이사요. 구체적인 성과를 내놓아야지. 회사에 심어둔 사람들이 뭘 했는지? 기술, 개발, 영업, 정보 방면에서 말이야.”도움을 요청하는 맹원규의 눈빛이 양유진을 향했다.양유진은 강태환에게 눈
더 보기

1691화

양유진은 강여경이 차진욱에게 접근하기 전에 이미 차진욱에 대해서는 조사를 했었다.차진욱은 자신과는 다르게 직접 손에 피를 묻히는 타입이었다.양유진은 남의 손을 빌지만 차진욱은 직접 처리했다.게다가 니아만은 원래 흑백이 뒤섞인 지역이었다. 온갖 악랄한 짓을 다하는 킬러 천지인 무법지대였지만 차진욱의 관리 하에서 점차로 질서를 잡아가서 지금은 함부로 날뛰는 자가 없었다.그게 다 차진욱의 수법이 매섭기로 유명했기 때문이었다.그런 차진욱을 상대로 계략을 꾸미는 것은 리스크를 지는 일이었다. 차진욱이 니아만을 떠나 이곳에 와 있는 동안은 이쪽에서 세력기반이 약해진다. 양유진은 그 틈에 주식으로 맹 장관을 매수했다. 맹장관이 한 배에 타야 차진욱과 간신히 힘의 균형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었다.차진욱이 나타나자 강태환은 완전히 얼음처럼 굳어버렸다.전에 차진욱과 인사를 했을 때도 위험한 인물이라는 것을 느꼈지만 지금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었다.“이건 또 뭐야?”차진욱을 모르는 맹원규가 앞으로 나섰다.차진욱은 맹원규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시선이 오로지 양유진에게로 향했다.“당신이 양유진인가? 이름은 많이 들었다.”“누구신지…?”양유진은 누군지 전혀 모르겠다는 얼굴로 물었다.“아주 연기가 그럴싸하군 그래?”차진욱이 피식 웃었다.비서가 바로 차진욱에게 의자를 가져다 댔다.차진욱은 앉아서 유유히 입을 열었다.“날 아주 잘 아실 텐데? 날 놓고 계획을 짰을 테니까 말이야. 음… 지금 병원에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안 되는 내 아내라던지, 실종된 내 아들이 모두 당신이 계획한 일이었을 텐데. 대단해, 젊은이. 날 이렇게까지 가지고 논 녀석은 아주 오랜만이거든.”“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군요.”양유진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얼굴을 했다.“저는 오늘 처음 뵙는 분인데요.”옆에서 보는 여름은 입이 근질거렸다. 자기가 차진욱이었다면 벌써 화가 나서 양유진의 입을 확….그러나 차진욱은 평온하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더 보기
이전
1
...
165166167168169170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