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381 - 챕터 1390

1699 챕터

1382화

송영식은 머리 끝까지 화가 났다.‘어이구, 이것들은 내가 친구라고….내가 어디가 그렇게 빠진다고 말이야! 저렇게 말하니까 내가 임윤서한테 대면 뭐 엄청 빠지는 것 같잖아?’톡을 하느라고 앞을 보지 못한 송영식은 앞에 멈춰서 있던 전유미와 부딪히고 말았다.“얘는, 나랑 쇼핑하면서 무슨 핸드폰이나 보고 있니?”전유미가 푸념했다.“죄송해요.”송영식은 얼른 휴대 전화를 집어 넣으면서 전유미의 시선을 따라가서 바로 아부를 시작했다.“원피스 예쁜데요. 색도 화사하고, 어머니의 미모랑 잘 어울리겠어요.”“됐다. 이 나이에 저런 걸 입으면 웃음거리나 되지. 난 저걸 윤서가 입으면 어떨까 싶어서.”전유미가 말했다.송영식은 흠칫하더니 그제서야 제대로 원피스를 보기 시작했다. 연노랑 원피스는 살짝 배가 나와도 그렇게 배를 압박하지도 않을 것 같은 디자인인데다 윤서는 피부도 희고 예쁘니 잘 어울릴 것 같았다.“그럼 사죠.”저도 모르게 입에서 그런 말이 튀어 나왔다.“그래.”전유미도 고개를 끄덕이더니 카드를 꺼내 긁으려고 했는데 송영식이 한 발 빠르게 카드를 내밀었다.“저랑 나왔을 때는 돈 쓰지 마세요. 저 옷은 제가 전달할게요. 마침 인사도 해야 하러 가야 하니까요.”전유미가 만족스럽게 웃었다.“그래. 이제야 네가 정신을 좀 차렸구나. 남매끼리 화목하게 지내는 걸 보니까 흐뭇하다, 얘.”“……”송영식의 입이 씰룩거렸다.‘남매라니….그러면 윤서가 사촌 오빠의 아이를 가진 게 되잖아. 에잇! 사촌 따위 할까 보냐!그렇다고 남매가 아니라면 그러면 또 뭐겠어?친구? 부부?쿨럭쿨럭’송영식은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다가 스스로 놀라고 말았다.쇼핑을 마치고 전유미는 돌아가고 송영식은 차를 몰로 리버사이드 파크의 윤서네 집으로 향했다.******오후 5시.윤서가 막 건물에서 나와 단지 마트로 간식거리를 사러 가던 참이었다.막 입구를 지나는데 가녀린 몸체가 나와서 앞을 가로 막았다.“언니….”신아영의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간식을 먹고 싶던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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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3화

“그러게 말이에요. 헤어진 지 몇 년이나 되었는데도 남자가 다른 여자를 만났다고 그 사람 회사를 망가트리려고 했나 봐. 세상에, 너무 못됐다.”“생기기도 얼마나 표독스럽게 생겼나 봐봐요. 딱 봐도 아주 속도 좁은 타입이지.”“어디서 많이 보던 얼굴이다 싶었더니 우리 단지에 사는 사람 아니야?”“어머나! 리버사이드는 워낙 고급단지라 재벌집 자재들이 많이 사는데 저 아가씨도 참 안 됐네. 어쩌다가 저런 사람한테 걸렸담?”“아가씨, 일어나요. 그러고 땅바닥에 엎드리고 있지 말고.”나이가 지긋한 여자가 나서서 부드럽게 신아영을 달랬다.“고맙습니다. 하지만 언니가 제 남자친구의 회사를 그만 놓아주겠다고 할 때까지는 일어날 수 없어요.”신아영이 울먹였다.“윤서 언니, 다시는 오빠랑 연락도 하지 않을게요. 제발 봐주세요.”그러면서 신아영은 바닥에 더 납작 엎드렸다.“너 예전보다 아주 더 고단수가 되었구나.”윤서는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아무 짓도 안 했는데 신아영의 말 몇 마디로 졸지에 세상 못된 전여친이 되어 버린 것이다.“네 쇼 봐줄 기분 아니니까 그러고 바닥에 널부러져 있을 테면 계속 그러고 있던지.”그러고는 신아영의 손을 잡아 떼었다.신아영은 죽어라 치맛자락을 붙들고 늘어져 눈물을 짰다.“언니, 그렇게 해주신다고 말씀해주시면 바로 갈게요. 아니면 언니 화가 풀릴 때까지 저한테 무슨 짓을 시키셔도 좋아요.”“아영아….”이때 고급 승용차가 길가에 멈추더니 윤상원이 차에서 튀어나왔다. 바닥에 널부러져 여기저기 찰과상으로 피가 번진 신아영을 보고는 분노가 치밀어 바로 그쪽으로 뛰어갔다. 상황을 비웃는 듯한 윤서의 얼굴이 보였다.윤상원은 화가 치밀어 그 기세로 바로 윤서의 뺨을 후려쳤다.“너 정말 못됐구나!”윤서는 얼굴이 불에 덴 것처럼 화끈화끈했다.윤상원의 분노한 얼굴을 보고 있자니 뇌리에 3년 전 일이 다시 떠올랐다.그러나 윤서는 더 이상 3년 전의 임윤서가 아니었다.“윤….”윤서가 입을 열기도 전에 갑자기 분노한 목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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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4화

전에는 송영식의 그런 성격이 너무 싫었는데 지금 보니 꽤나 귀엽게 보였다.“그만 때리세요.”신아영이 울부짖었다. 아무도 자기에게 신경을 쓰지 않자 신아영이 윤서의 치맛자락을 잡고 매달렸다.“언니, 제발 송 대표 좀 그만 때리라고 말려주세요.재벌에 정치 명문가라고 사람을 이렇게 하찮게 취급하면 안 되잖아요?”구경꾼은 점점 더 늘어났다.재벌에 정치 명문가라는 말은 매우 민감한 단어였다.“대통령 후보로 나올 그 송태구의 가족이란 말이야?”“아무래도 그런가 본데? 송태구의 수양딸이 이 단지에 산다고 들었는데.”“그러면 저 여자가 송태구의 수양딸이야?”“어쩐지 기세등등하다 했더니, 아직 대통령도 아닌데 애비의 지위를 믿고 까부는구먼.”“……”사람들이 떠드는 소리가 하나하나 윤서의 귀에 흘러 들었다.윤서는 머리 끝까지 화가 나서 신아영을 밀어냈다.“닥치지 못해? 시작부터 너 혼자 북치고 장구 쳤잖아? 너희들이 다짜고짜 달려들어서 폭력을 행사했잖아? 내가 너더러 무릎 꿇으라고 했니? 사귀는 5~6년 동안 여자친구는 나인데도, 윤상원은 네가 아프다면 쪼르르 달려가, 쇼핑한다면 쪼르르 달려가, 기분 안 좋다면 쪼르르 달려가, 심지어 너 생리 때는 생리대까지 사다 바치더라? 그러고도 너희가 순수하고 깨끗한 관계라고? 아무 말도 안 하고 가만히 있으니까 사람이 가마니인 줄 알아?”윤서가 워낙 큰소리를 화를 냈기 때문에 구경하던 사람들도 그 말을 들었고 신아영을 쳐다보는 시선도 달라졌다.“어머나, 저러면 화 나지.”“누구 말이 진짜인지 모르겠네. 일단 경찰에 신고부터 하자. 저러다 사람 잡겠어.”“……”신아영은 이제 더는 쇼를 할 생각이 없어졌다. 윤상원은 바닥에 널부러져 송영식에게 발길질을 당하고 있었다.신아영은 얼른 윤상원의 몸 위로 달려가 엎드렸다.“제발 그만 때리세요. 차라리 절 때려요.”귀여운 얼굴로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애원을 하니 어지간한 사람이라면 거기에 대고 험한 짓은 할 수 없을 상황이었다.송영식도 이 정도면 손을 멈추리라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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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5화

송영식이 피식 웃었다.이때 경찰이 도착했다.현장에 구경꾼이 많고 사건 당사자가 보통 사람이 아닌 거슬 보고 경찰은 바로 일행을 경찰서로 데리고 갔다.******1시간 뒤 송근영이 달려왔다.콧등이 시퍼렇게 부은 윤상원과 긁힌 상처 투성이인 신아영을 보더니 얼굴이 바로 싸늘하게 변했다.“누나가 어, 어쩐 일이야?”송영식은 깜짝 놀라서 말까지 더듬었다.”“네가 싸움질 한 게 이미 다 소문나서 사람들이 재벌 집안이 갑질했다고 난리다.”송근영이 싸늘하게 나무랐다.“집에 복귀하자 마자 또 집안에 먹칠을 해?”“언니, 송 대표 잘못이 아니에요.”윤서가 일어서서 송근영 앞을 막아 섰다.“넌 또 얼굴이 왜 이래?”송근영의 눈이 가늘어졌다.“저 놈이 그랬어.”송영식이 바로 윤상원을 가리켰다.“어머니가 윤서에게 옷을 가져다 주라고 해서 와 봤더니 저 놈이 윤서를 때리고 있더라고.”송근영의 얼굴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날카로운 시선이 윤상원에게로 향했다.윤상원은 몸이 떨렸다. 송근영은 쿠베라 그룹을 책임지는 인물로 명성은 익히 들어 아는 터였다. 게다가 송근영은 매섭기로 유명했다. 어지간한 재벌가에서도 다들 송근영이라면 벌벌 떨었다. 윤상원도 그저 신문에서나 보던 인물이었다.지금 실물로 보니 송근영의 몸에서는 아우라가 퍼져 나오는 것이 보기만 해도 기가 눌렸다.“그게, 송 대표와 임윤서 씨가 먼저 우리 윤후그룹을 압박해서 일이 시작된 겁니다.”윤상원이 그래도 이를 악물고 작은 소리로 말해 보았다.“그게 다 저와 임윤서 씨가 사귈 때 생긴 오해로 인한 일입니다. 제 여자친구인 아영이가 임윤서 씨에게 사과 하고 우리 윤후그룹을 그만 놓아달라고…”“그래서 신아영이 바닥에 납작 엎드려서는 제 치맛자락을 잡아 사람을 오가지도 못하게 하더라고요.”윤서가 바로 끼어들었다.“그러고 나서 저 윤상원 씨가 나타나서는 제 따귀를 올려 붙였는데 송 대표가 나타나 제 대신 나서준 거예요. 주변에 아마 CCTV가 있을 테니까 걷어다가 보시면 저는 신아영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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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6화

“야….”윤상원이 확 인상을 쓰더니 윤서를 노려보았다. 그런데 부어오른 윤서의 뺨을 보니 흠칫하게 되었다.‘내가 저렇게 세게 때렸나?’“윤상원 씨, 대체 나한테 몇 번 째 손을 댄 건지나 생각해 보시죠. 전에도 저한테 그렇게 험하게 하시더니. 내게 그렇게 만만한가 봐요?”윤서가 담담히 물었다.“뭐라고? 이게 처음이 아니야? 빨리 말하지 그랬어?”송영식이 이를 갈았다.“진작 알았으면 아까 더 세게 패주는 건데.”윤서는 다소 놀란 얼굴로 송영식을 바라보았다.조각 같은 얼굴에 확연한 분노가 드러났다. 어쩐지 적응이 안 되었다.두 사람은 내내 죽어라 싸우는 상대가 아니었던가?송근영도 눈을 가늘게 떴다. 윤상원은 콧등이 시퍼렇게 부어 오르긴 했지만 차림새와 얌전한 얼굴을 보면 여자에게 폭력을 휘두르게 생기지는 않았다.어쨌거나 윤서는 임신까지 했는데 사고가 벌어져 아이라도 잃게 되면 큰일이었다.송근영이 냉랭하게 입을 열었다.“아주 대담하네요. 감히 우리 집안 사람에게 손을 대다니.”윤상원은 몸이 덜덜 떨렸다. 송근영의 담담한 눈빛에 주변 공기가 다 얼어붙는 것 같았다. 슬슬 후회되기 시작했다.“저기…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흥분했었나 봅니다.”“우리 집안 사람을 건드려 놓고 너무 흥분했었다는 한마디면 다 넘어갈 수 있을 줄 알았나요?”송근영의 매끈한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하지만 저도 송영식에게 맞아서 이 지경이…”송근영이 웃었다. 웃는 모습마저도 얼음조각 같았다.“우리 집안 사람이 남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날이 다 있네?”윤상원은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신아영이 용감하게 일어섰다.“이게 다 저 때문에 벌인진 일입니다. 벌하시려거든 저를 벌하세요.”“아영아….”윤상원의 동공이 흔들렸다.신아영이 눈물을 뚝뚝 떨궜다.“오빤 아무 말도 하지 마. 오늘은 내가 잘못한 거야. 내가 깜냥을 모르고 덤벼들어서 그래.”윤상원은 주먹을 꽉 쥐었다. ‘깜냥을 모르기는 나도 매한가지였는걸.’윤서는 둘의 쇼를 냉랭하게 바라보았다.송근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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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7화

‘절대 그 지경이 되도록 보고만 있을 수는 없지.’“나도 모르겠다.”윤상원이 멍하니 고개를 저었다.자기가 어디 송근영에게 대항할 힘이나 있겠는가? 송영식의 본가는 둘째치고 윤서네 리마그룹만해도 임준서가 경영하면서 애진작에 윤후 따위는 저멀리로 젖히고 승승장구하는 중이었다.이제는 솔직히 윤서네 집안만 상대하기에도 힘에 부치는 실력이었다.신아영이 이를 갈았다.“오빠, 좋은 수가 있어. 오늘 저쪽에서 우리를 때린 건 사실이잖아? 송영식이 우리를 때린 부분만 따서 퍼트리면 분명 난리가 날 거야. 저쪽 집안 기세가 하늘을 찌르고 곧 송태구가 대통령 선거에 나선다지만 기록 짧은 건 대봐야 아는 거지. 모르긴 몰라도 정적들은 저쪽 집안 평판을 깎는 일이라면 다들 와르르 달려들 거야. 우리는 그 기회를 노리는 거지.”윤상원은 깜짝 놀랐다. 신아영이 완전히 낯선 사람처럼 보였다.신아영이 눈물을 또르르 흘렸다.“어쩔 수 없잖아. 그리고 저쪽에서 우리한테 갑질한 것도 사실이고.”“아영아, 송태구는 차기 대통령 선거에 나서는 가장 유력한 후보라고. 대통령이라는 건 한 나라의 미래를…”“오빠, 아까 송영식이랑 송근영의 기고만장한 꼴 못봤어? 저걸 그냥 두면 저 사람들이 얼마나 더 사람을 우습게 알고 갑질을 더 하겠어? 임윤서도 저렇게 기고만장한데 자기 양아버지가 대통령이 되고 나면 우리에게 뭐 선택의 여지가 생길 것 같아?”신아영이 쓴웃음을 지었다.“우리는 그냥 보통 사람이잖아? 난 이기적이라서 오빠랑 우리 식구가 그냥 평안히 살았으면 하고 바랄 뿐이야.”윤사원이 미간을 찌푸렸다. 한참을 망설이더니 주먹을 꽉 쥐고 고개를 끄덕였다.******차는 송영식의 본가를 향했다.가는 길에 송근영이 잠시 차를 세웠다. 기사가 후다닥 약국에 가더니 곧 냉찜질 팩과 약을 사왔다.“일단 이거라도 얼굴에 좀 대자. 그러고 나서 약을 좀 바르던지.”“고맙습니다.”윤서가 얼른 냉찜질 팩을 받아 들었다. 송근영이 보기에는 그렇게 쌀쌀맞은데 이렇게 세심한데 놀랐다.냉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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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8화

송영식은 은근히 기뻤다.“그건 뜻밖이네.”“다 신아영이 너무나 가식적이 탓이지. 난 그렇게 표리부동한 인간이 제일 싫었어.”송근영이 담담히 답했다.임윤서는 문득 송근영이 하는 ‘네가 하는 쇼에는 반드시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는 말이 장난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송영식이 송근영을 잔뜩 추켜세웠다.“누나 말이 맞아. 신아영은 정말 완전히 가식덩어리더라. 툭하면 질질 우는 걸로 우리가 자기를 괴롭히는 것처럼 만들어서 문제를 회피하고.”“그걸 다 아는 사람이 왜 백지안 때는 그걸 알아 채지 못 했을까, 그래?” 송근영이 문득 물었다.송영식은 말문이 막혔다.임윤서가 말했다.“누군가를 너무나 사랑하고 아끼게 되면 상대가 하는 말은 다 맞는 것 같고, 뭘 해도 마음이 짠하고 그렇죠. 우리처럼 옆에서 보는 사람이야 신아영이 가식적인 게 빤히 보여도 윤상원의 눈에는 자기를 위해서 모든 걸 희생하는 사람으로 보일 거예요. 그렇지만… 신아영을 사랑하는 윤상원의 마음만은 진심일 거예요.”“그래.”송근영이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난 그런 사람이 너무 싫어. 누군가를 좋아하는 게 누군가를 해치는 일이 되어서는 안 돼.”임윤서가 놀란 얼굴을 했다.자기가 했던 말을 송근영이 똑같이 했기 때문이다.전에는 송근영이 냉혈인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은 그렇게 차갑고 나쁜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본가에 도착한 뒤.윤서는 한바탕 야단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전유미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가오더니 윤서의 얼굴을 매만졌다. 목이 메는 듯했다.“세상에, 얼마나 아팠니?”전유미가 한숨을 쉬었다.“그게….”윤서가 입을 열었다. 가슴에서 따스한 기운이 올라왔다.사실 송태구의 수양딸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송씨 집안에 대해서 그렇게 진한 정이 느껴지고 그런 것은 아니었다. 지금 자신에게 잘해주는 것은 배속의 아이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아니다. 아무 말 말거라. 근영이한테 들었다. 다 그 쪽 녀석이 너무 했더구나.”전유미가 흥분해서 송근영에게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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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9화

송영식의 얼굴이 화르륵 타올랐다.열기는 머리 끝까지 뻗쳤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윤서가 얼굴이 빨개져서 있는 대로 욕을 하고 있었다.“이 변태야!”그러더니 홱 하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그기까지 했다.송영식은 멍하니 있다가 고개를 숙여 아래를 보고는 귀까지 빨개져서 얼른 방으로 뛰어 들었다.‘젠장, 미쳤나?평생 마법사로 잘 지냈는데 그런 모습을 봤다고 몸이 이렇게 될 게 뭐야?아오, 정말 망신스러워서, 원.’송영식은 살면서 이런 멘붕은 처음으로 겪었다.이제 윤서 앞에서 체면은 다 구긴 거나 다름 없었다.송영식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옆 방의 윤서도 송영식 때문에 제댈 못 잤다.처음에는 윤상원과 신아영의 일로 뒤척이다가 나중에는 송영식 때문에 완전히 잠을 이루지 못하게 되었다. 최대한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역시나 발코니에서 일은 너무나 부끄러웠다.임신을 하긴 했지만 어쩌다가 벌어진 일이지 윤서는 이쪽 방면에서는 거의 경험이 없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다음 날.방문을 열고 나오는데 옆 방 문이 열리더니 주황색 옷을 입은 송영식이 나왔다.송영식은 늘 새기 화려한 옷을 즐겨 입었다.보통 어느 정도 신분이 올라가면 사람은 차분한 옷을 입기 마련인데 송영식은 완전히 예외였다.워낙 우월한 미모라 뭘 입어도 어지간한 배우나 모델 뺨치기 일쑤였다.그러나 윤서는 당장은 송영식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었다.얼른 고개를 돌리고 그대로 걸어갔다.송영식은 얼굴이 흙색이 되었다.윤서가 자신을 더러운 것 보듯 피하는 모습을 모고 저도 모르게 윤서의 손을 잡았다.“뭐 하는 건데?”“이거 놔. 이 변태야.”윤서가 몸부림을 쳤다.송영식은 억울해 미칠 지경이었다.“나 변태 아니거든. 당신이 그렇게 입고 나와 서 있으니까 내가 그러게 된 거 아냐?”윤서는 잠시 멍해졌다.‘내가 뭘 어떻게 입었었는데?’윤서의 작은 얼굴은 뒤늦게 더 새빨갛게 달아올랐다.“나가 죽어!”그러더니 힘껏 발로 차버렸다.송영식은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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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0화

송영식은 완전히 억울한 얼굴을 하고 두사람 뒤를 따랐다.내려가니 송우재, 송윤구, 송태구 등이 모두 모여있었다. 아침 한 번 먹는데도 대가족이 모두 모인 것이다.송영식이 싱글벙글했다.“제가 복귀했다고 다들 아침 일찍부터 오셨군요. 이렇게까지 안 하셔도 되는데.”송태구가 한심하다는 듯 송영식을 흘끗 쳐다봤다.송윤구가 미간을 잔뜩 모았다.“어제 네가 윤상원을 폭행한 영상이 지금 온라인에 돌고 있어서 대책을 논의 중이다. 공 의원 쪽이 배후에서 분란을 조장하고 있는지 지금 일이 아주 커졌어.”송영식과 임윤서의 안색이 동시에 확 변하더니 얼른 휴대 전화를 켰다.은 이미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영상은 우선 임윤서가 단지에서 걸어 나오고 곧 신아영이 다가와 몇 마디 하고 뒤이어 바닥에 꿇어 앉는다. 임윤서가 무시하고 가려고 하자 영상으로 봤을 때는 신아영이 질질 끌려 가는 것으로 보인다. 곧 윤상원이 나타나 윤서의 뺨을 때리고, 그 자리에 송영식이 나타나 무자비하게 윤상원에게 주먹을 날린다.마지막에는 신아영이 맞는 장면까지 나왔다.-임윤서 기고만장한 거 봐라. 사람이 무릎까지 꿇고 비는데 쳐다도 안 보네, 아니 심지어 질질 끌고 감. 송태구 수양딸이라서 그런가? 내 여친이 저랬다가는 가만 안 둔다.-송태구가 아직 대통령도 안 되었는데 수양딸이 저렇게 갑질을 하고 날뛰는데 저 집안 사람을 괜찮겠나?-송영식 풀스윙 날리는 거 봐. 맞은 사람은 지금 입원했대. 완전 심각한 상태인가 봐.-송영식 경찰에도 안 잡혀감?-경찰서에 가기는 했는데 그 집안 사람이 와서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바로 빼갔대. -영상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되지. 저 여자는 왜 꿇어앉았대?-임윤서가 윤후그룹에 무슨 짓을 했다고 함. 요즘 뉴스에 발암물질 검출된 과자 못 봄? 그게 윤후그룹 거. 사실은 그 정도 함량이면 인체에 피해가 없다는데 뒤에서 송영식 네 집안에서 조작을 좀 한 듯?-너무 하네. 권력 없고 돈 없으면 저렇게 막 갑질해도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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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1화

송태구가 눈을 가늘게 떴다.“이렇게 일없이 나대서 문제를 만드는 녀석은 나도 오랜만이다.”윤서가 입술을 깨물었다.“아무래도 제가 성명을 내서 이번 사건을 자세히 설명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아니다. 괜히 근거도 없이 그런 성명을 내 보아야 불신만 살 뿐이다. 상대는 지금 재벌과 정치가 집안의 일반인에 대한 갑질로 몰고 가려는 모양새인데 난 서민 지지층이 두터워서 이번에 그들의 지지를 잃으면 다음 달 선거에 크게 영향을 받게 될 거다.”송태구가 일어서서 윤서의 어깨를 두드렸다.“내가 식약청 사람에게 저희가 윤후에 손대로고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보겠다. 그러나 영식이가 사람을 때린 것은 사실이니 네가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을 밝히고 영식이가 아버지로서 급한 마음에 손댄 것이라고 알리는 것이 좋을 것 같구나.”윤서는 깜짝 놀랐다. 송정환이 얼른 말을 이었다.“그러면 누나가 혼전임신을 하게 된 사실이 밝혀지잖아요? 그러면 누나의 평판이….”“그러니 역시 영식이가 책임을 지고 둘이 결혼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송윤구가 깊이 한숨을 쉬었다.“어제 단지에서 많은 사람이 둘러싸고 봤다. 게다가 리버사이드 파크는 다들 있는 집안 사람들이라 쉽게 컨트롤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아무래도 상대의 수가 많으니 온갖 방법을 써서 여론을 일으키면 어젯밤 구경하던 사람들은 반드시 너희를 비난하고 나설 게다. 영상을 보면 너희를 보호하러 우리가 나설만한 요소도 분명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 안 할게다.”“윤서에게 정말 미안하구나.”송태구가 민망한 듯 윤서를 바라보았다.“수십 년에 걸친 가문의 피와 땀이 벤 이번 대선에서 절대로 의외의 사건이 생겨서는 안 된다.”윤서는 잠시 정신이 아득했다.대외적으로 자신이 임신 중기라는 사실을 공개해야 한다니….그러나 임신 사실이 알려지면 송영식의 폭행은 충분히 이해될 만한 이유를 가지게 된다.‘그러면 나는 어쩌냐고….정말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이랑 결혼해야 해?하지만 사실 이게 다 나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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