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361 - 챕터 1370

1699 챕터

1362화

“알겠으니까 그만 나가 봐.”이주혁이 아무 표정 없이 말했다.모르는 사람이 보면 이주혁이 그 말에 전혀 개의치 않는 것으로 보이겠지만 시아는 꽤 오래 곁에서 함께했기 때문에 주혁을 조금은 알았다.이주혁은 화가 날수록 얼굴이 냉정해졌다.그러나 뒤집어 생각해 보면 이주혁이 원연수의 과거에 대해 듣고 그렇게 화날 정도로 신경을 쓴다는 뜻이라서 시아는 분했다. 곧 ‘경화’ 촬영에 들어가야 하니 원연수가 조연으로 들어오면 감히 주제도 모르고 자기 남자를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단단히 보여줘야겠다고 별렀다.시아가 나가자 이주혁은 잠시 후 테이블을 힘껏 걷어찼다.테이블은 나뒹굴며 여기저기가 부서졌다.어두운 이주혁의 얼굴에 위험스러운 기운이 돌았다.권현규가 들어오다가 이주혁의 입가에 흐르는 피를 보고 깜짝 놀라더니 웃었다.“사무실에서 원연수랑 긴히 할 말씀이 있으시다더니. 아니, 무슨 얘기를 그렇게 격렬하게 나누신 겁니까? 진작 알았으면 제가 준비를 좀 하는 건데 그랬습니다.”이주혁의 싸늘한 시선이 꽂혔다.“원연수가 배민교랑 원조 교제를 했었다는 말을 들었는데?”권현규는 움찔하더니 시원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죠.”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사무실 분위기가 더할 나위 없이 싸늘해졌다.“왜… 전에는 그런 얘기를 안 했습니까?이주혁의 눈에 마땅찮은 기색이 가득했다.“상대의 과거는 신경 안 쓰는 타입이신 줄 알았는데요?”권현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물론 신경을 써 본 적은 없지만 원연수가 전에 다른 남자와 만났다는 생각을 하자 울컥 짜증이 올라왔다.‘그렇게 고상한 척은 있는 대로 다 하더니 원조 교제를 했었다고?아주 가식적인 인간이잖아?내 앞에서 그렇게 도도하게 군 것도 다 그냥 수작이었나?젠장, 그런 녀석에게 키스까지 하다니 아주 멍청하게 그 녀석의 함정에 제 발로 걸어 들어간 격이잖아?’“뭐, 굳이 원연수가 아니어도 되시잖습니까?”권현구가 문득 말했다.“이미 2년이나 지난 일입니다. 하긴 그래도 그때 배민교가 원연수를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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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3화

“왜 그래?”송영식이 어리둥절해서 물었다.“물어 봤자 내 흑역사 밖에 들을 거 없어. 그냥 임윤서더러 걔 만나지 말라고 해.”그러더니 이주혁은 전화를 끊어버렸다.이주혁은 차에 앉아서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입가에는 아직 원연수의 입술에서 나던 향기가 남아있었다.‘빌어먹을! 너무 달콤하다고!’다만 다시 생각해보니 혐오감이 들었다.******오전 11시.하준은 차를 몰고 해변 별장으로 갔다.이번에는 특별히 굴착기를 한 대 빌렸다.백지안이 시끄러운 소리에 놀라서 초췌한 얼굴로 나왔다.“지금 뭐 하는 거야?”백지안이 정성스럽게 가꾸어 놓은 화단을 굴착기가 다 헤집고 있었다.창문이 열리더니 선글라스를 쓴 하준의 얼굴이 보였다.“부수는 중이지. 이제 이 별장은 내게 돌려줘야 한다고 판결 받았잖아. 나랑 여름이가 신혼을 보냈던 곳을 네가 멋대로 차지하고 그 동안 살았다는 생각을 하니까 더러워서 싹 쓸어버려야겠어.”“아니, 이게 정말….”백지안은 화가 나서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이제 이 집은 네 집이 아니라니까.”최하준이 한 마디 덧붙였다.“아, 원래부터 네 집이 아니었다고 해야 맞나? 하여간 당장 물건 챙겨서 나가.”“법원에서는 유예 기간을 일주일 줬잖아? 네가 무슨 자격으로 나더러 당장 나가라 말라야?”백지안이 분한 듯 외쳤다.“뭐, 하고 싶으면 일주일을 더 버텨 보시던지. 어쨌든 판결문에 내가 여길 부수지 말라는 규정은 없었거든. 다 부서진 벽 옆에서 자고 싶은가 본데, 네 마음대로 해 봐.”하준은 씩 웃더니 다시 굴착기를 몰고 돌진했다.굴착기의 버킷이 그대로 거실 전면 유리로 향했다. ‘챙그랑’ 하는 소리와 함께 유리는 박살이 났다.백지안은 흥분했다.“멈춰! 그만하지 못해? 1시간만 줘. 당장 챙겨서 나갈게.”집에 가득한 명품 백이며 보석과 의류를 다 챙길 시간도 부족해 보였다.“아니, 10분 줄게.”최하준이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야….”“이제 9분 남았네.”하준이 눈썹을 치켜 올렸다.백지안은 울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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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4화

백지안이 떠나자 하준은 여름에게 영상 통화를 걸었다.“자기야, 내가 해변 별장을 다 부쉈어.”여름은 사무실에서 하준이 걸어온 영상을 받았다가 폐허 위에 서 있는 하준을 보고 움찔했다. 그 아름답던 집이 이렇게 폐허가 되는 날이 올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아니, 그렇게 할 일이 없어?”여름은 어이가 없었다.“아침에 출근한다더니 가서 집을 부수고 있었어? 어떻게 한 거야?”“굴착기를 빌려왔지.”“굴착기도 운전할 줄 알아?”여름은 깜짝 놀랐다.“응, 좀 배웠지.”하준이 웃었다.“……”여름은 할 말을 잃었다.몇 달은 배워야 하는 굴착기 운전을 대체 어디서 언제 배웠단 말인지….“축하해. 돈 벌 수 있는 기술이 또 늘었네.?”여름이 놀렸다.“여긴 내 손으로 부수고 싶었어. 우리의 신혼집이 백지안에게 더럽혀졌잖아. 그대로 남겨두고 싶지 않았어.”하준이 진지하게 말했다.“백지안은?”여름이 물었다.“내가 쫓아냈지. 후다닥 뛰쳐나가면서 보석을 한 보따리 들고 가더라고.”하준은 좀 슬픈 기분이 되었다.“대체… 어쩌다가 그렇게 마음이 천박한 사람을 만났을까? 백지안이 내 여자친구였다는 걸 생각만 해도 너무 비참하다.”“그러면 내 생각을 해. 그러면 기분이 좀 나아지지 않겠어?”여름이 장난스럽게 눈을 깜빡여 보였다.그런 여름을 본 하준은 심장이 녹아 내리는 것 같았다.“자기야, 우리 같이 점심 먹자. 보고 싶어서 죽을 것 같아.”“작작해. 이제 출근한지 2시간 밖에 안 됐다고.”하준의 주접에 여름은 얼굴이 달아올랐다.“보고 싶은 걸 어떡해? 자기가 안 온다면 내가 자기 회사로 갈게.”하준이 웃었다.“오늘 우리 회사 밥은 그냥 그런데….”“상관 없어. 당신하고 함께라면 뭘 먹어도 다 맛있어.”하준은 이미 마음이 너무 조급했다.여름의 얼굴이 확확 달아올랐다.전화를 끊고 나서 심호흡을 한참 해서 마구 날뛰는 심장을 진정시킨 다음에야 엄 실장을 불렀다.“식당에 특별히 좀 맛있는 걸로 음식을 해달라고 부탁해 주세요. 잠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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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5화

백지안이 입술을 깨물었다.“다르지. 난 최하준을 증오하잖아. 난 최하준을 부셔버리고 싶어.”양유진의 싸늘한 눈이 반짝 빛났다.백지안인 천천히 양유진에게 다가갔다.“내가 이렇게 말할 때는 방법이 있다는 뜻이거든. 이럴 줄 알고 전에 최면을 걸 때 내가 수작을 좀 걸어뒀지.”양유진이 깊이를 알 수 없는 눈을 가늘게 떴다.“그래?”“그럼.”백지안이 끄덕였다.“사람이 곤경에 빠질 때도 있는 법이지. 당신도 그렇잖아? 강여름하고 이혼도 안 했는데 최하준하고 강여름은 이미 대놓고 둘이 붙어 다니고, 밤에는 아예 같이 지내는 것 같던데. 그 꼴을 보고도 괜찮아?”양유진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백지안의 도발에 얼굴은 더욱 험악하게 일그러졌다.“백지안, 정말 마지막으로 네 가치를 증명할 기회를 한 번만 더 주겠다.”“좋아.”백지안이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하지만 그 전에 백윤택을 없애줘야겠어.”양유진이 눈썹을 치켜 세우고는 백지안을 쳐다보았다.“네 어떤 점이 마음에 드는지 아나? 넌 내가 본 중에 두 번째로 악독하고 냉혈한 년이야. 가족에게까지 손을 대다니.”“그 자식이 날 배신하니까 그렇지.”백지안이 울분을 터트렸다.“멍청한 자식이 내가 납치했다고 하더라니까? 내가 언제 저를 납치했다고.”“그 일은 확실히 좀 이상해. 아마도 최하준이 무슨 수작을 부린 거겠지.”양유진이 미간을 찌푸렸다.“하지만 백윤택은 지금 이주혁의 보호 하에 있어서 손댈 수가 없어.”백지안은 분해서 부들부들 떨었다.“하지만 영원히 이주혁의 보호 하에 있지는 않겠지.”양유진이 태연히 말을 이었다.“두어 달 지나면 최하준과 이주혁도 나를 어쩌지 못할 거야.”백지안이 깜짝 놀라서 양유진을 쳐다보았다. 이주혁은 백지안도 함부로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상대인데 그런 이주혁에게서 보이콧을 받고 있는 양유진이 대체 뭘 어떻게 할 작정인지 이해가 잘 안 됐다.백지안이 우물쭈물 입을 뗐다.“아직 당신이 주민그룹의 진짜 파워를 잘 모르나 본데, 지금 추신이 주민그룹에 필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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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6화

5층에서 누군가가 유리 너머로 조용히 자신이 멀어지는 모습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강여경은 모르고 있었다.그 사람이 싸늘한 얼굴을 하고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머리 위의 조명이 남자와 어깨에 늘어뜨려진 곱슬 머리를 비추었다. 남자가 머리를 기르면 미모를 망치기 십상이지만 남자의 얼굴은 완전히 사람을 홀리는 미모를 드러냈다.그러나 그 사람의 눈을 바라보면 누구라도 두려움에 떨게 된다. 푸른 눈은 신비로우면서도 사람을 오싹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었다.니아만을 꽉 쥐고 있는 사람이 차진욱도 그런 눈을 가졌다.그 사람은 바로 그 차진욱의 아들로 장차 니아만의 주인이 될 차민우였다.“대표님….”거무스름한 부하가 다가왔다.“알아보니 강여경이라고 합니다.”“강 씨라고?”차민우의 눈이 천천히 가늘어졌다.“우리 엄마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부하는 잠시 아무 말이 없다가 입을 열었다.“가까이서 뜯어보았는데 아무래도 성형을 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어딘가에서 사모님의 사진을 구해서 비슷한 얼굴로 고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엄마는 거의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시잖아. 게다가 표정이나 몸짓까지도 너무 엄마와 닮았다고.”차민우가 심란한 듯 말을 이었다.“엄마는 셀레만 제도에 오기 전에 아이를 낳은 적이 있다고 하셨어. 그 분이 이 세상에 유일하게 아버지가 다른 나의 형제라고.”“저 분이 그 분일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부하가 의아한 듯 물었다.“호텔 쪽에 연락해서 뿌리가 살아있는 저 사람의 머리카락을 두어 가닥 구해보세요. 엄마 DNA와 검증해보면 곧 결과를 알게 되겠죠.”차민우는 그렇게 지시하고 나갔다.다음 날, 날이 밝을 무렵, 부하가 결과를 들고 왔다..“정말 대표님과 혈연관계로 나왔습니다. 그 분과 사모님의 친자 감별 결과 99% 일치하는 것으로 나왔으니 모녀관계가 확실합니다. 대표님과 대조한 결과로도 두 분은 혈연관계로 나옵니다.”차민우가 보고서를 홱 채갔다. 놀란 표정이 역력했다.‘내가 그 분을 찾아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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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7화

그러나 곧 아버지의 속이 불편해질 것을 생각하니 벌써 고소한 마음이 들었다. “엄마, 깜짝 놀라실 만한 소식을 가져왔어요.”차민우가 흥분해서 말했다.“무슨 일이냐?”강신희가 의아한 얼굴로 아들을 바라보았다.“전에 말씀하신 그분을 제가 찾았어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차진욱이 아들을 잡았다.“뭐라고?”차진욱의 잡아먹을 듯 아들을 노려보았다.“아유, 좀 비켜 봐요.”강신희가 남편을 밀어냈다.“결혼할 때 내가 전에 낳았던 아이를 찾으면 자식으로 받아주겠다고 했었잖아요?”차진욱은 억울하다는 얼굴을 했다.“걱정하지 말아요. 나는 딸만 있으면 돼요. 예전의 남편하고는 절대로 다시 얽힐 일 없어요.”강신희가 부드럽게 달랬다.그제야 차진욱의 얼굴이 풀렸다.“좋아요. 그 남자하고는 절대 아무 연락도 하면 안 돼요. 그랬다가는 그냥 그 집안을 내가 아주 요절을 내버릴 거야!”그러거나 말거나 강신희가 다급한 얼굴로 아들을 바라보았다.“보세요.”차민우가 친자 확인 보고서 두 부를 내밀었다.“얼마 전에 카지노에 온 여자 손님이 있는데 실력이 어마무시하더라고요. 3일 내내 이겼어요. 시찰하러 내려갔을 때 직접 제 눈으로 봤는데 엄마랑 너무 닮았길래 몰래 그 분 머리카락을 구해서 친자감별을 해보았죠.”보고서를 본 강신희는 너무나 기뻤다.“그때 낳은 아이가 딸이었구나. 어서 그 아이를 데려와 보렴.”“잠깐만요, 허니. 아무래도 이상해요.”차진욱이 말했다.“그 애가 왜 갑자기 이 시점에 카지노에 나타났을까요? 게다가 3일 연속 도박이라니 일부러 누군가를 꼬여내기 위한 작전 같아요.”“하지만 DNA는 거짓말하지 않죠. 뭔가 달리 목적이 있다고 해도 물어보면 될 거예요.”강신희는 이미 딸을 만날 생각에 두근두근했다.“날 이해해 줘요. 그 아이는 단순히 내 친딸일 뿐 아니라 내 부모님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끈이에요. 내가 파도에 밀려 셀레만 제도에 떨어졌을 때 손에 쥐고 있었던 ‘신희’라는 이름 말고는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있는 단서는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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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8화

차민우의 표정이 확 변했다. 강신희도 얼떨떨해서 강여경을 쳐다보았다.“내가 엄마인 걸 아나요?”“할머니가 사진으로 보여주셨어요.”강여경이 울먹였다.“저를 낳고 얼마 되지 않아 사고를 당하셨다고 들었어요.”“무슨 일을 당했는데요?”부드럽게 물었지만 남들이 모르는 곳에서 강신희의 눈은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강신희의 신분이라면 갑자기 나타난 딸에게 경계심을 품는 정도는 정상이었다.“저도 그때 뭐 아기였으니 잘은 모르지만 태풍을 만났다고 했어요. 몇 년 전에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엄마의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무슨 전화를 받고 Y국으로 출발하셨는데 갑자기 태풍을 만나서 실종되었다고요. 경찰에서는 태풍을 만나 이미 사망했을 거라고 했대요. 할머니랑 할아버지는 엄마의 가묘까지 만드셨어요.”강신희의 입술이 바들바들 떨렸다.강신희가 바다에서 구출된 것은 당시 섬이 주인과 몇몇 심복 말고는 아는 사람이 없다. 지금 그 사람들은 다 곁에 없고 남은 것은 차진욱 부자뿐이다.“어머니가 이미 돌아가셨다고?”강신희는 심장이 찌릿하고 아팠다.“할아버지는 훨씬 전에 돌아가셨고, 할머니도 돌아가셨죠. 원래도 나이가 많으셨잖아요.”강여경이 한숨을 쉬었다.“어머니의 오빠가 절 잘 키워주셨어요.”“그랬구나.”기억은 잃었지만 그 동안에 자신이 낳은 아기는 부모님이 키워주시고 막상 효도를 했어야 할 자신은 이렇게 머나먼 외국 땅이 나와 있었다는 사실을 생각하니 씁쓸한 마음을 어쩔 수 없었다.“오빠는 잘 지내시고?”“아뇨. 감옥에 가셨어요.”강여경이 한숨을 쉬었다.강신희가 깜짝 놀라 눈을 가늘게 떴다.“어떻게 된 일이지?”“말하자면 길어요.”강여경이 입술을 축이며 잠시 시간을 끌었다.“외삼촌네 딸 때문이에요. 뭐 그런 얘기를 해서 뭐하겠어요. 엄마, 실은 엄마를 찾으러 니아만에 온 거예요. 저도 엄마가 살아 계신지 어쩐지 모르고 있다가 작년에 어떤 분을 만났는데 그분이 니아만에서 저랑 너무나 똑같이 생긴 분을 만났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혹시 엄마가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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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9화

“그만 해요. 애는 내 딸이라고요. 친자 감별 검사는 사람을 속이지 않아요.”강신희가 차진욱을 흘겨보았다.차진욱이 콧방귀를 뀌었다.“저건 성형한 얼굴이에요.”차진욱은 보는 눈이 있어 한 눈에 알아보았다.얼굴 선이 자연스러운 강신희와 달리 강여경은 얼굴 곳곳에서 어색함이 느껴졌다.강신희를 처음 봤을 그렇게 순간적으로 호감을 느낄 수 있었다면 딸인 강여경에게서도 비슷한 호감이 느껴져야 정상이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외모는 좀 닮았는지 몰라도 이상하게 젊었을 때 강신희에게서 느껴졌던 영기가 강여경에게서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강여경의 얼굴이 굳어졌다.“일부러 성형을 받은 게 아니에요. 몇 년 전에 힘있는 사람을 좀 잘못 건드려서 할 수 없이 얼굴을 좀 바꿔야 했어요. 이게 제 예전 사진이에요.”강여경이 휴대 전화를 켜서 예전 사진을 찾아 건넸다. 다행히도 강여경은 강태환을 닮았기 때문에 예전의 강여경, 강여름 그리고 강신희는 서로 어느 정도 닮았을 수밖에 없었다.강신희는 사진과 강여경을 번갈아 보더니 완전히 의심을 지웠다. 특히나 강태환이 사진을 보니 나이는 들었어도 눈매가 자신과 매우 닮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 분이 내 오빠시니?”“네.”강여경이 끄덕였다.“외삼촌은 참 좋은 분이셨어요. 제가 십수 년을 유괴당했었는데….”“유괴를 당했었다고?”강신희의 눈이 커졌다.“네. 너댓 살 때요. 외사촌과 나가서 놀 때 혼자서 마구 뛰어다니다가 납치를 당한 거예요. 그래서 어렸을 때는 시골에서 자랐어요.”강여경은 거짓말과 사실을 섞어 이야기를 풀었다.“외삼촌과 할머니는 계속해서 절 찾으셨대요. 그러다가 몇 년 전에 저를 찾아서 데려오신 거예요. 저를 대학까지 보내주셨어요.”“내가 정말 너무나 미안하구나.”강신희는 마음이 아팠다.옆에서 듣던 차민우가 한 마디 했다.“대체 얼마나 대단한 사람에게 무슨 죄를 지었길래 성형을 해야 할 상황까지 몰린 거죠?”강여경이 입을 열었다.“저희 집 사정이 좀 복잡해요. 외삼촌의 딸인 사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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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0화

“원래는 할머니가 돌아가신 것도 저에게 뒤집어 씌우려고 했는데 외삼촌과 외숙모가 저를 구하려고 본인들이 죄를 뒤집어 쓰셨고, 저는 밤새 동성에서 빠져 나와 해외로 도주하게 된 거예요.”“어머나, 세상에….”강신희의 안색이 확 변했다.길러주신 은혜를 갚지도 못했는데 어머니가 살해되었다는 말을 듣고 강신희는 조카인지 뭔지를 가만 둬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런 악랄한 것이 있나!”차민우는 완전히 강여경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낳아준 부모님과 할머니를 해치다니 어떻게 그렇게 악독한 인간이 있을 수가 있죠?”“질투 때문이에요. 외삼촌과 외숙모는 저랑 한선우의 결혼을 말리지 않으셨어요. 오히려 외삼촌과 할머니는 제가 납치되었던 게 너무 안쓰럽다고 몇 배로 더 잘 해주셨거든요. 그것 때문에 사촌에게서 미움을 산 거예요. 걔는 제가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아 갔다고 생각했나 봐요. 결국 외삼촌과 외숙모까지도 미워했어요. 어려서부터 너무 오냐오냐 해서 키운 거죠.”강여경은 강신희가 엄청나게 화가 난 것을 보더니 손을 꼭 잡았다.“엄마, 저는 인과응보를 믿어요. 몇 년 사이에 최하준의 회사는 거의 망해서 이제는 우리나라 최고의 재벌이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사촌은 최하준과 결혼했지만 얼마 안 가서 최하준에게 새로운 사람이 생기면서 버림 받았어요. 이게 인과응보가 아니고 뭐겠어요?”“인과응보라고?”강신희가 피식 웃었다.“그 정도로 되겠니? 내가 몰랐으면 모를까 이제는 알게 되었으니 가만 둘 수 없지.”“아, 친아버지는 어떻게 되었죠?”차민우가 마침내 내내 강신희가 묻고 싶었으나 차진욱이 함께 있어 차마 묻지 못했던 이야기를 물었다.역시나 그 질문을 들은 차진욱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는 잡아먹을 듯한 시선으로 아들을 노려보았다.차민우는 코를 쓱 문질렀다.‘아빠도 참, 소심하시단 말이야. 언젠가는 알게 될 일인데.’“아버지요?”강여경이 한숨을 쉬었다.“모르셨겠죠. 엄마는 결혼하기 전에 저를 가졌기 때문에… 아버지는 엄마랑은 잠깐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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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1화

“엄마….”강여경은 강신희의 그런 모습을 보더니 뭔가를 떠올리기라도 할까 싶어서 얼른 소리 내어 불렀다.강신희는 문득 미안한 듯 입을 열었다.“민우아, 그 강여름이라는 애는 너에게 맡기마. 그 애가 내 딸에게 했던 짓은 반드시 백 배로 갚아주어야겠다.”“문제 없어요. 내일 바로 애들 좀 데리고 그쪽으로 다녀올게요.”차민우가 바로 입을 열었다. 마침 매일 니아만에만 갇혀 있기 답답하던 참이었다.“급할 거 뭐 있니? 이제야 내 고향이 어딘지 알았으니까 나도 부모님 성묘라도 한 번 다녀와야겠다.”강신희가 슬픈 듯 말했다.“우리 오빠는 감옥에서 꺼낼 방법이 있는지 생각해 봐야겠어. 나중에 우리 같이 가자꾸나. 한 동안은 내가 여경이를 데리고 니아만을 구경시켜 줘야겠어.”“네.”차민우는 당장이라도 니아만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어머니의 뜻을 따르기로 했다.강여경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CB 그룹을 등에 업고 강신희에게 도움을 받을 수만 있다면 강여름과 최하준을 해치우는 건 식은 죽 먹기나 다름 없었다.‘강여름, 최하준, 딱 기다리라고!’강여경은 곧 돌아가 예전의 모욕을 하나하나 갚아줄 셈이었다.게다가 강여름이 자기 친엄마와 동생에게 고통을 당하는 모습을 볼 생각을 하니 자못 즐거웠다.‘냐하하, 그리고 나는 곧 셀레만 제도의 상속녀가 되는 거지! 아하핫!’“아참, 얘. 혹시 내 예전 이름을 알고 있니?”강신희가 물었다.“엄마 성함은 강신자 희자를 썼어요.”드디어 강여경의 입에서 정확한 사실이 한 마디 나왔다.“강신희였구나.”강신희가 그 이름을 되뇌었다. 그간 성을 몰라서 여기서 이신희로 지내고 있다가 드디어 이름을 다 불러 보니 어쩐지 익숙한 느낌이었다.“앞으로는 날 강신희라고 불러줘.”“허니 당신이 좋다면 당연히 그래야지.”차진욱은 매처럼 날카로운 시선으로 강여경을 한 번 훑어보았다.강여경의 말이 한 치의 빈 구석도 없이 다 들어 맞았지만 묘하게 새로 생긴 딸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자기 핏줄이 아니라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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