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 Chapter 1341 - Chapter 1350

All Chapters of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Chapter 1341 - Chapter 1350

1699 Chapters

1342화

여름이 빙그레 웃었다.“사랑하는데 백지안이 어떤 인간인지가 뭐 그렇게 중요하겠어? 사랑한다면 아무리 못된 인간이라도 다 포용할 수 있어야지. 사랑에서 최고의 경지는 상대와 상관없이 내가 사랑하면 되는 거잖아. 어쨌거나 백지안 같은 쓰레기도 항상 주워가는 사람이 있더라고. 아무도 주워가지 않으면 또 누군가를 해칠지도 모르는데 저런 거 주워가는 데는 그래도 가 제일 적합한지도 몰라.”“일리 있네. 저기요, 얼른 따라가 봐요. 백지안은 지금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할 테지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으려고 할 텐데 얼른 가서 위로해 줘야죠.”윤서가 엄지 치켜올렸다.여름과 윤서가 척척 죽을 맞추며 송영식을 놀려댔다.송영식은 한창 우울하던 참이었는데 여름과 유서의 공격에 불현듯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임윤서, 적당히 하라고.”송영식은 울컥했다. “이제 다 했는데!”윤서는 고개를 돌리고는 원연수를 쳐다보았다.“같이 저녁 먹는다고 했죠? 가요. 여름아, 너도 같이…”“그래!”여름도 원연수가 꽤나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동시에 하준의 불만스러운 시선을 받았다. 여름은 눈을 깜빡였다.“저기… 오늘 하준 씨가 한 턱 쏘라고 할까? 마침 재판도 이겼겠다.”“자기야….”둘이서만 오붓하게 축하하고 싶었던 하준은 기분이 그다지 내키지 않았다.“만날 둘이서만 놀면 재미없잖아. 사람 많으면 재미있고.”여름이 바로 말을 끊었다.하준의 충격은 컸다. 이제 막 사이가 좋아지는 참인데 둘이서만 있는 게 재미없다니…. “싫어”하준이 아무 말 없자 여름이 눈썹을 치켜세우며 물었다.“아니, 어디 가서 먹을까 생각 중이었지.”하준이 얼른 가식적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여름이만 기쁘게 할 수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었다.“그래서, 어디로 갈지 결정했어?”여름이 생글생글 웃으며 물었다.“응. 지난번에 영식이가 우리를 데려갔던 가이세키 요리집이 있는데 분위기도 우아하고 괜찮았어.”하준이 바로 답했다.“가이세티 요리 좋네. 연수 씨,
Read more

1343화

“뭐, 당신 말이 다 맞다고 쳐. 그래도 그건 하준이와 나 사이의 일이라고.”송영식이 부루퉁해서 답했다.윤서가 끄덕였다.“그건 그렇지. 하지만 난 당신의 그 뻔뻔함이 마음에 안 든다고.”“……”전 같았으면 송영식은 앞뒤 가리지 않고 윤서와 붙어서 싸웠을 것이다.그러나 지금은 입가를 움찔거리다가 가만히 입을 다물었다.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송영식은 알아서 하준을 따라가 하준의 차에 탔다.윤서는 원연수의 차에 탔다.일행은 가이세키 요리점으로 향했다.스포츠카에서 하준은 한 손으로 여름의 손을 잡고 다른 손으로 운전대를 잡았다.“자기야, 위자료는 들어오면 바로 자기 통장으로 이체할게.”“좋아.”여름이 고개를 끄덕였다.하준은 살짝 의아했다.“나는 좀 실랑이를 해야 받을 줄 알았는데?”“천만에. 그거 여울이랑 하늘이에게 물려줄 거야. 나중에 무슨 일이 생길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까 만일을 대비해서 애들에게 준비해 주고 싶거든.”여름이 담담히 말했다.“나중에 생길 일은 내가 우리 자기를 사랑하는 일뿐이야. 점점 더 사랑하게 될 거야.”하준이 다정하게 고백했다.여름이 얼굴을 붉혔다.“아 좀, 차에 다른 사람도 타고 있는데.”하준은 뒷좌석에는 눈길 한번 주지 않고 놀리듯 웃었다.“아, 그랬나? 내 눈에는 우리 자기밖에 안 보여서.”“아우, 좀!”여름이 눈을 흘겼다.“난 우리 자기한테만 이래.”“……”투명 인간 취급을 받은 송영식은 커플 사이에 낀 솔로의 고통을 고스란히 받았다.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윤서의 차에 타서 따끔따끔한 윤서의 말을 받아내는 것이 실연 뒤에 커플의 러브러브 공격을 혼자서 받는 것보다 나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가는 길에 하준은 이주혁의 전화를 받았다.“이겼다며? 축하한다. 저녁에 밥이라도 같이 먹자.”“내가 쏠 건데, 어떻게? 너도 올래?”하준이 덧붙였다.“그런데 시아는 데려오지 말고.”“그러지, 뭐.”전화를 끊고 나서 하준은 슬슬 여름의 눈치를 보았다.“주혁이는 괜찮지? 자기가 싫다면
Read more

1344화

“잊어버렸나 본데, 내가 말했잖아. 너희들 기분 맞추다가 난 아내와 아이를 잃었던 사람이라고.”하준이 살짝 아쉬운 듯 영식의 어깨를 두드렸다.“내가 서른이 넘어서 되돌아보니까, 난 행복한 가정이 제일 가지고 싶더라고. 매일 퇴근해서 집에 돌아가면 귀여운 아이들이 있고, 아름다운 아내와 함께 할 수 있다면 그게 인생에서 제일 행복한 일이지.”하준의 말을 듣다가 송영식은 깜짝 놀랐다. 그것은 예전에 송영식이 백지안과 이루고 싶었지만 무참히 깨져버린 꿈이기도 했다.“그런 마음을 넌 모를걸.”그러더니 하준은 성큼성큼 걸어 여름을 따라갔다.송영식은 씁쓸했다.‘애 있는 게 자랑이냐? 와이프 있는 게 자랑이야! 나도 애는 있다고.’그렇게 생각하고 윤서의 뒷모습을 보았다. 그러나 윤서는 원연수의 손을 잡고 재잘거릴 뿐 이쪽으로는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종업원이 일행을 데리고 가장 좋은 별실로 안내했다. 안은 일본풍으로 꾸며져 있어 신발을 벗고 들어갔다. 룸의 베란다로는 드넓게 펼쳐진 바다를 볼 수도 있었다.테이블은 장방형으로 한쪽에 3명씩 앉을 수 있었다.하준과 여름은 당연히 같이 앉아 한 칸이 비었다. 윤서는 원연수와 맞은편에 앉았다. 송영식은 양쪽을 두리번거리다가 결국 임윤서 옆 빈자리로 가서 앉았다.“누가 여기 앉으래? 하준 씨 옆으로 가라고.”윤서가 한껏 싫은 얼굴로 흘겨보았다.송영식은 씁쓸했다. 그러나 임윤서와 관계를 개선하지 않으면 본가로 돌아가는 물론이고 아이도 잃게 될 것이다.“전에는 내가 잘못했어. 사과할게, 응? 지나간 일은 지나가게 하자고.”그 말을 들은 윤서는 물론이고 하준도 이마를 짚었다.‘아니, 저걸 사과라고 하는 거야? 내 입에서 저딴 소리가 나왔다가는 여름이가 벌컥 화를 냈을 건데. 윤서 씨는 여름이랑 친하니까 그런 성격은 비슷할 텐데 말이야.’아니나 다를까, 윤서가 찻잔을 탁! 내려놓더니 얼굴에 분노가 올라왔다.“지나간 일이니 잊어버리자고 말 한마디 한다고 그게 다 잊히냐고! 당신 때문에 난 인
Read more

1345화

그때… 그때 송영식이 집안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따랐더라면, 윤서와 결혼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그러면 아이도 엄마 아빠가 다 있는 가정에서 태어났을 것이고 윤서도 이렇게 졸지에 미혼인 채로 임신한 상황이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그러나 후회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여름이 한숨을 쉬었다.“윤서 말이 맞죠. 애초에 윤서는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었는데 누님이 아이를 지우면 리마를 가만두지 않겠다고 압박을 하시는 바람에 윤서에게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미안해…. 정말 너무 미안하다.”송영식은 너무나 후회되었다.“저기…내가 책임을 질 테니까, 나랑 결혼하는 건 어때? 앞으로 내가 당신이랑 아이는 끝까지 잘 책임질게.”윤서를 사랑하지는 않는 대도 책임은 지고 싶었다.“웃기시네.”윤서가 울컥했다.“감히 자기가 나에게 어울린다고 생각하나 봐? 백지안이 먹다 버린 걸 나더러 수습하라고? 내가 쓰레기통인 줄 아나?”윤서의 말에 크게 충격을 받은 송영식은 안색이 완전히 창백해졌다.“그 정도만 합시다. 거 말 너무 심하게 하네. 누구나 한번씩 눈에 콩깍지 껴서 뒤집힐 때가 있는 거지. 하준이도….”“나는 끌고 들어가지 마라.”하준이 얼른 여름의 손을 꽉 쥐면서 송영식을 마뜩잖은 눈으로 흘겨보았다.송영식은 순간적으로 정신 줄이 툭 끊기는 듯했다.“당신도 전 남친한테 버림받았으니까 쓰레기겠네? 우리 둘 다 쓰레기니까 얼마나 어울리는 한 쌍이야?”“……”그 말을 듣고 윤서는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주변은 모두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여름은 이마를 짚었다. 사람 상처를 콕 집어서 소금을 뿌릴 정도로 공감 능력을 심각하게 상실한 송영식의 말솜씨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하준은 가만히 차를 한 잔 따라서 건넸다.“영식아, 그냥 차나 마셔라. 괜히 분위기 깨지 말고.”송영식은 눈을 끔뻑거리다가 분위기가 이상한 것을 깨닫고 황급히 덧붙였다.“아니, 내 말은… 동병상련이라는 거지… 이것도 다 인연…”“누가 당신이랑 인연 맺고 싶대? 이봐
Read more

1346화

특히나 원연수는 오늘 검은 수트를 입고 긴 머리를 늘어뜨려 다른 사람 같았으면 조금은 답답해 보일 수도 있는 매치였지만 워낙 시원스러운 이목구비와 깨끗한 피부가 주는 흑백의 대비에 오히려 표지 모델 같은 느낌이었다.그러나 내내 구석에서 차만 마시고 휴대 전화만 보면서 이주혁과는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이주혁의 눈꼬리가 올라갔다.윤서가 바로 감싸고 들었다.“내 친구 원연수라고 해요. 대스타긴 하지만 괜히 들이대지 말아요. 곧 유부남 될 거잖아요.”이주혁이 큭큭 웃었다.“누가 들으면 내가 엄청 밝히는 사람인 줄 알겠네.”윤서가 눈을 깜빡이며 짐짓 모른 척하며 말을 이었다.“뭐 딱히 그런 건 아니지만 플레이보이라는 소문을들은 적이 있어서 영 마음을 놓이지 않아서 말이죠.”“완전히 오해하신 것 같은데.”이주혁인 원연수를 흘끗 보고 웃었다.“대부분은 여자 쪽에서 날 노리는 거거든요. 특히…유명한 연예인들이 더 그러던데….”그 말을 들은 윤서와 여름은 불편했다.원연수는 윤서와 여름이 손님인데 이주혁이 은연중에 하는 말이 좀 선을 넘은 듯했다.하준과 송영식도 좀 이상한 기류를 느꼈다. 이주혁이 여자친구가 자주 바뀌긴 했어도 이렇게 일부러 누군가를 대놓고 희롱하는 모습은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이주혁 씨…”여름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이때 원연수가 먼저 나섰다.“알겠네요. 이 대표님 사모님도 유명한 배우라고 하던데 그쪽에서 먼저 덤벼든 모양이군요.”여름과 윤서는 맞장구를 치고 싶었지만 연수의 말도 살짝 도를 넘은 것 같아서 망설여졌다.이주혁은 찻잔을 들고 빙글빙글 돌렸다.“원연수 씨, 지난 번에 내가 너무 말랑하게 굴었나 보네. 사람이라는 건 말이지, 졌을 때는 깔끔하게 인정하는 게 보기 좋은 거야. 이유가 뭐든 간에.”“말랑하게 굴어?”원연수가 우습다는 듯 말을 이었다.“말랑한 게 뭔지 잘 모르시나 본데?”이주혁의 입술이 굳어졌다.하준은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가자 바로 끊어버렸다.“주혁이는 원연수 씨랑 아는 사이야?”“
Read more

1347화

윤서가 숨을 크게 들이쉬는 모습을 보고 여름이 다급히 말했다.“그냥 맛이라도 보게 해줘요. 그 정도는 괜찮잖아요.”“그러면 딱 한 입만이야.”송영식이 윤서에게 작은 회 한 점을 내밀었다.“남 먹는데 자기가 뭐라고 감 놔라, 배 놔라야?”“나랑 상관이 있으니까 그렇지. 내 아이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잖아?”송영식이 조심스럽게 중얼거렸다.“당신이 인정 안 해도 내가 아이에게 관심 가지는 걸 막을 수는 없다고.”윤서는 들은 척도 안 하고 송영식이 내미는 회를 집어 물이 씻었다.송영식이 황당해했다.“내가 무슨 환자도 아니고 왜 이래?”“그거야 모르는 일이지. 백지안이랑 그렇게 오래 사귀었는데 무슨 병이라도 옮았을지 모르잖아?”송영식은 화가 나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한참 만에야 목구멍으로 겨우 목소리가 비어져 나왔다.“난 백지안이랑 아직 관계해 본 적이 없거든.”“쿨럭쿨럭!”하준과 주변 사람들이 다들 헛기침을 하고 난리가 났다.이주혁이 이상하다는 말투로 물었다.“아직도? 너 문제 없는 거지?”송영식이 울컥했다.“없다니까! 난 그렇게 문란한 사람이 아니라고. 가능하면 신혼 첫날까지는 상대를 아껴주고 싶단 말이야.”잠시 후 윤서를 바라보며 간신히 입을 열었다.“그때 우리는 좀 예외적인 사건이었지만.”갑자기 자기를 들먹거리자 윤서는 부끄러워서 얼굴이 빨개졌다.“너 지금 은근히 나랑 하준이를 돌려 까는 거냐?”돌연 이주혁이 물었다.“아, 아니 그런 게 아니고.”송영식은 얼른 고개를 숙이고 가만히 음식을 먹었다.‘이럴 줄 알았으면 안 오는 건데, 거참 피곤하네.’“이러지들 말고 우리 다같이 건배나 할까요?”여름이 술잔을 들었다.송영식은 술잔을 들었다가 잠시 생각해 보더니 다시 내려놓았다.“아직 상처가 다 아물지 않아서 안 먹는 게 좋을 것 같다.”“저는 차 가져왔어요.”원연수가 말을 이었다.“나도 운전해야 하는데.”하준도 한마디 했다.여름은 할 말이 없었다. 결국 술을 마실 수 있는 것은 여름과 이주혁뿐이었
Read more

1348화

원연수는 아랑곳 않고 냉랭하게 이주혁의 다음 말을 잠시 기다렸다. 그러나 이주혁이 말을 그만두자 묵묵히 먹던 음식을 먹었다.원연수의 심드렁한 반응에 이주혁의 눈이 돌연 싸늘해졌다.“왜 아무 말도 안 하는 거지?”“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서요. 대표님 시선을 끌려고 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라고 하실 테고, 주의를 끌고 싶었다고 하면 냅다 욕하실 거잖아요?”원연수는 생선 살을 발라 한 덩어리를 넣고 씹더니 말을 이었다.“그래서 역시 입 다물고 있는 게 제일 낫겠다 싶었어요. 괜히 또 열 받는다고 절 블랙리스트에 올리겠다고 하시면 어떡해요?”윤서는 거들어 한마디 하려다가 원연수가 하는 말을 듣고는 풉하고 웃었다.“일리 있네. 하여간 남자들 하는 짓이 다 그렇지 뭐. 우리는 맛있는 거나 먹자고요.”******중간에 이주혁은 잠시 화장실을 갔다.손을 씻는데 하준이 뒤에서 다가왔다.“야, 오늘 왜 그러냐? 원연수 씨는 여름이가 불러온 사람인데, 너희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밥 먹으면서 그렇게 둘이 날을 세우고 싸우면 우리 체면이 뭐가 되냐?”“내가 그랬다고?”안색도 변하지 않고 이주혁이 딴청을 부렸다.“그러면 아니냐?”하준이 이주혁을 흘겨보았다.“너 지금 어떤지 알아? 마치 꼬셔보려던 여자에게 거절당해서 어떻게든 그 여자를 무시하는 걸로 존재감을 찾으려는 녀석처럼 보인다고.”“돌았냐?”이주혁의 입에서 말이 곱게 나오지 않았다.물기를 닦으며 이주혁이 말을 이었다.“아 참, 원연수는 어쩌다 동석하게 된 거야? 임윤서랑 강여름이 언제부터 원연수랑 알고 지냈대?”“나도 잘 모르겠어. 재판 끝나고 보니까 원연수 씨랑 여름이가 같이 있더라고. 영식이 말로는 다들 오늘 처음 만난 것 같다고 하던데.”“원연수가 재판을 방청했다고?” 이주혁이 눈썹을 치켜올렸다.“응.”둘은 화장실에서 나왔다.두 사람이 룸으로 돌아가 보니 원연수의 자리가 비어 있었다.“연수는 일이 있다고 먼저 갔어요.”윤서가 아쉬운 얼굴로
Read more

1349화

여름은 찻잔을 들고 있다가 헛기침을 했다.여름을 위해 이주혁이 증거를 모아두는 수고를 감내해 주지 않았더라면 당장이라도 윤서에게 엄지척을 해 보였을 것이다.팩폭에는 역시 윤서가 전통의 강자였다.“알지 못하면서.”이주혁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어졌다.어쨌든 자신과 결혼할 사람인데 윤서가 자꾸 시아를 두고 조롱하니 아무래도 자기 체면이 깎인다는 기분이 들었다.“그렇죠. 내가 뭘 알겠어? 예전에 여름이가 당신들하고 같이 밥을 먹을 때마다 얼마나 울화가 치밀었을지 나도 이제야 겨우 알았는데.”윤서가 벌떡 일어서 여름을 보고 웃었다.“난 이제 실컷 먹었으니까 먼저 갈게.”“데려다줄게.”여름이 바로 일어섰다.“됐어. 넌 하준 씨랑 같이 있어. 난 너무 먹어서 산책이나 좀 하다가 들어가게.”윤서가 손을 저으며 그대로 나갔다.송영식이 곧 일어섰다.“내가 좀 데려다주고 올게.”룸 안은 다시 묘한 정적에 빠져들었다.이주혁이 술을 따르며 담담히 말했다.“내가 이렇게 환영받지 못하는 사람이 될 줄은 몰랐군. 여기서 눈칫밥이나 먹느니 나도 간다.”사람들이 우르르 빠져나가고 나자 여름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다음부터는 이런 멤버로 모여서 먹지 말아야겠다. 최소한 내 친구들이랑 자기 친구들은 같이 붙여 놓으면 안 되겠어.”“이렇게 분위기 싸늘해질 줄은 나도 몰랐네.”하준이 여름의 허리를 감으며 말을 이었다.“미안해. 주혁이 쟤가 오늘 왜 저러는지 나도 모르겠네. 아마도 연수 씨가 무슨 목적을 가지고 당신이랑 친구들에게 접근하는 것 같아서 마땅찮았나 봐.”“진짜 노리는 게 있는 사람이라면 나나 윤서에게 접근하지 않았겠지. 무슨 수를 쓰든 돈과 지위가 있는 남자에게 접근하는 게 훨씬 이득인걸.”여름이 어깨를 으쓱했다.“연수 씨는 연예계에 있는 사람인데 나나 윤서랑 가까워져서 얻을 데 뭐가 있겠어? 뭐, 윤서에게 화장품 샘플이나 몇 개 받으려나?”“흠, 그것도 그렇네.”하준이 여름의 말을 듣고는 움찔하더니 웃었다.“그리고… 어쩐지 연수 씨는 이
Read more

1350화

하준은 머리 속이 신경이 툭 하고 끊어지는 것 같았다.와락 여름을 품에 안아 들었다.“어머! 뭐 하는 거야? 놔.”여름이 몸부림쳤다. 집도 아닌데 식당 종업원이라도 들어오면 어쩌나 싶었다.“뭐 하냐고? 당신이 날 이렇게 만들어 놨으니 책임을 져야지.”하준이 소리를 죽여 큭큭 웃더니 고개를 숙여 키스로 여름의 입을 꼭 틀어막았다.하준의 품에 안긴 여름은 그저 편안했다.얼마나 지났을까? 흐릿하게 하준의 목소리가 들렸다.“이제부터 밥은 우리 둘이서만 먹자. 사람 많으니까 시끄럽기만 하고….”“그래.”******해변도로.윤서는 여름의 차를 타고 나왔기 때문에 자기 차를 갖고 오지 않았다. 길에 오가는 차가 꽤 있기는 했지만 잡으려고 서 있어 보니 택시는 없고 죄 자가용이었다.핸드폰을 들고 막 어플로 차를 잡아볼까 생각 중이었다.그런데 근처 고급 레스토랑 입구에서 젊은 남자가 차에 올라타서 시동을 걸었다. 윤상원이었다. 윤상원은 한눈에 자신의 첫사랑을 알아보았다.은은한 달빛 아래 윤서는 예쁘게 말린 긴 머리가 등 뒤로 늘어뜨렸다. 원피스는 윤서의 굴곡 있는 윤곽을 더욱 뚜렷하게 드러내 주었다. 오똑한 콧날은 휴대 전화를 들여다보는 윤서의 옆모습을 더욱 매혹적으로 보이게 해주었다.윤상원은 잠시 호흡이 멈출 지경이었다.마지막으로 몇 달 전 공항에서 만났을 때 윤서는 아이를 둘 데리고 있었다. 나중에 최하준과 강여름의 일이 다 알려지고 나서야 윤상원은 그 아이들이 강여름의 아이인 것을 알게 되었다.그리고 그 뒤에야 윤상원은 윤서가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가진 화장품 조제사로 글로벌한 명성을 떨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그리고 그 뒤에 윤서와 송영식이 하룻밤을 보내고 약혼을 했다가 얼마 뒤 송영식이 윤서를 버리고 백지안에게 가버렸다는 이야기도 보았다.그때 윤상원은 윤서를 위로해 주고 싶어서 사방으로 전화번호를 물어보러 다녔지만 윤서는 곧 송태구의 수양딸로 들어갔다. 이제 윤서는 정치계 거물의 양녀로 자신과는 너무나 다른 세계의 사람이
Read more

1351화

“차를 잘못 타셨나 본데? 난 이제 도착했거든요.”기사는 매우 당황한 듯했다.“죄송해요. 죄송합니다.”윤서가 바로 사과했다.“제가 차를 잘못 탔나 봐요. 제가 호출을 취소하는 걸로 할게요. 그러면 신용도 떨어지지는 않을 거예요.”“아이고, 고마워요.”“다 제 책임인걸요.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윤서는 전화를 끊더니 앞좌석의 기사의 어깨를 두드렸다.“저기요, 죄송한데 제가 차를 잘못 탔어요. 다른 분 태우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아닌데.”익숙한 목소리가 들리더니 윤상원이 고개를 돌렸다.윤서는 찬물이라도 뒤집어쓴 듯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온몸이 벌벌 떨렸다.“왜 당신이 여기 있어?”“나도 그 근처에서 약속이 있었는데 먹고 나오다가 널 발견한 거야.”윤상원이 고개를 휙 돌리더니 진지하게 다시 운전에 집중했다.“널 보고 가까이 다가갔더니 네가 착각해서 내 차에 올라탄 거야.”핸들의 고급 외제 차 로고를 보고서야 윤서는 자신이 얼마나 착각을 했는지 깨달았다.“미안한데 내리게 길가에 차 좀 세워 줘요.“윤서가 담담히 말했다.“괜찮아. 시간도 있고 내가 데려다줄게.”윤상원이 부드럽게 답했다.윤상원의 뒷통수를 보며 윤서가 고집스레 말을 이었다.“됐어. 친하지도 않는 사이에 뭘 데려다준대?”“윤서야….”윤상원은 씁쓸한 기분에 목소리가 살짝 잠겼다.“어려서부터 우리 친구였잖아. 헤어졌다고 하더라도 적이 될 필요는 없지 않겠어? 최소한 그냥 학교 선후배로는 지낼 수 있지. 꼭 이래야겠어?”‘내가 뭘 어쨌는데?’윤서는 기분이 상했다.윤서의 마음속에서 윤상원과 송영식의 자리는 완전히 달랐다.윤상원은 원 없이 사랑해보았던 대상이라면 송영식은 미워하고 실망했던 사람이었다. 똑같이 사랑하지 않아서 헤어진 사람이라지만 마음이 완전히 아무렇지 않을 수는 없었다.윤상원은 생각 없이 툭 뱉은 말이라도 윤서의 심리에 미치는 영향은 컸다.특히나 윤서는 지금 임신해서 호르몬의 영향으로 살짝 우울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윤상원 씨는 보기만 해도
Read more
PREV
1
...
133134135136137
...
170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