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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Chapter 1321 - Chapter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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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2화

“확실히 뭘 많이 알고 있는 것 같군요.”하준의 말투는 사뭇 싸늘했다.그 말투를 들은 백윤택은 심장이 떨렸다.“하지만 내가 법정에서 증언해 줄게. 대신 이주혁에게 날 보호해달라고 부탁만 좀 해줘. 다시는 납치당하고 싶지 않거든.”백윤택에게 최하준은 이미 예전 같지 않아서 큰 힘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그 친구인 이주혁은 아직 충분히 자신을 지켜줄 힘이 있으리라 생각했다.“납치라니?”하준이 흠칫했다.“그래, 백지안 고것이 내가 자꾸 자기 발목을 잡는다는 생각이 들었던지 날 제거하려고 했다니까.”백윤택이 증오에 차서 말을 이었다.“한 달 내내 지하굴 같은 곳에 갇혀 있었다고. 툭하면 가면 쓴 여자가 나타나서 고문을 하더니 결국은 날 죽이려고 들잖아. 그래서 간신히 도망쳐 나오기는 했는데 지금 온몸이 상처투성이야.”“뭐, 내가 보디가드를 붙여주겠습니다. 일단 지안이에게 들키지 않도록 얌전히 지내요.”하준이 바로 답했다.“알았어, 알았어. 내 목숨은 자네에 달렸네.”백윤택은 이제 이것저것 따질 계제가 아니었다.******통화가 끝나고 하준이 휴대 전화를 내려 놓았다.여름이 앞에서 지글거리는 고기를 뒤집었다. 고소한 고기 향이 피어 올랐다.“백지안이 자기를 죽이려고 한다고 백윤택이 그래?”“응.”하준은 이 상황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굉장히 놀란 모양이야.”“당신에게까지 도와달라고 하다니 정말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두루 충격이 큰 모양인데. 하지만 이상하네. 백지안 그 독한 것이 백윤택을 살려서 내보냈다고?”여름이 의심스럽다는 듯 말했다.“나도 그 생각했어.”하준이 생각에 잠겼다.“지금 누군가가 일부러 백윤택을 납치해서는 백지안에게 뒤집어 씌웠다고 생각하는 거지? 백지안, 백윤택 남매에게 뭔가 억하심정이 있는 사람일까?”여름이 어깨를 으쓱했다.“그렇겠지. 그렇게 비열한 것들이니 우리 말고도 누군가에게 원한을 산 거야. 이번에는 당신이 그 덕을 보겠는걸. 최 변, 이번 재판은 이기겠네요?”“어허, 백윤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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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3화

당시 하준이 못된 짓을 시행하려고 했을 때 여름은 잘린 손가락은 다시는 되돌릴 수 없다고 경고했었다. 그런데도 하준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그대로 밀어붙였다.백지안에게 이용당한 것이라고는 해도 그때를 떠올릴 때마다 하준은 무한한 죄책감을 느끼고는 했다.******하준의 본가.야심한 밤. 하준은 잠들지 못했다.한참을 가만히 창가에 서있다가 마침내 칼을 들어 내리쳤다.이주혁은 자다 말고 긴급 호출을 받고 벌떡 일어나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하준의 치료는 일단 끝나있었다. 이주혁은 사라진 하준의 손가락 자리를 보고 눈빛이 어두워졌다.“야, 정신 나갔냐?”“그냥 손가락이잖아. 손도 아니고.”하준이 핏기 없는 입술을 비죽 내밀었다.“이젠 빚진 거 없어서 다행이야. 이제 나랑 여름이 사이에 있던 묘한 장벽도 사라질 거야.”“미쳤네, 미쳤어.”이주혁이 화를 냈다.“이래서 내가 사랑이 싫은 거야. 너나 영식이나 사랑에 빠졌다 하면 미친다니까? 안 그래도 하나 입원시켜놓고 정신 없어 죽겠는데 너까지….”“넌 몰라. 사랑이라는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돈 수천억 버는 것보다 달콤할 때가 있다고.”하준이 담담히 웃었다.“손가락 하나를 잃고 완전한 사랑을 얻을 수 있다면 난 얼마든지 희생할 가치가 있다고 봐. 그리고 남에게 빚지고는 못살겠단 말이야.”이주혁은 완전히 할 말을 잃었다.갑자기 병사에 털썩 주저 앉는데 약간 정신이 멍해 보였다.“하준아, 넌 죽은 사람이 꿈에 나와서 뭘 부탁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냐?”하준은 어리둥절했다.“글쎄? 왜?”이주혁은 오늘 원연수를 만났던 일을 간단하게 말했다.“그 말이 진짜가 아니라면 원연수가 소영이 어머님 유골이 바꿔치기 당한 일은 어떻게 알았고, 뭐 한다고 소영이 아버님 유골을 몰래 파서 이장했겠냐?”하준은 살짝 놀라서 잠시 할 말을 잃었다.“뭐, 이 넓은 세상에 별별 일이 다 벌어질 수 있겠지. 그러니 백지영이 세상을 떠났다면 원연수가 하는 말은 진실이 아닐까? 현몽이 아주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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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4화

“……”육민관은 씹던 껌을 삼킬뻔했다.육민관의 시선이 얼른 붕대를 감은 하준의 손을 보더니 놀라서 동공이 확장되었다.“아니, 이게 대체….”“사죄의 의미야. 전에도 말했었잖나.”하준이 무슨 빌린 돈이라도 갚는 사람처럼 아무렇지 않게 입을 열었다. 육민관은 어리둥절했다. 그러나 곧 정신을 차리고 존경스럽다는 눈으로 하준을 바라보았다.하준이 그저 입으로만 하는 소리인 줄 알았는데 몰락했다고는 해도 한때 한 나라를 호령하던 재벌 회장이 누군가의 밑에서 일하는 자신에게 미안한 마음에 그런 짓까지 벌이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왜 이렇게까지 하셨는지는 알겠습니다. 제가 아무나 존경하고 그런 놈은 아닌데 그래도 정말 존경스럽습니다.”육민관인 진심을 담아 말했다.“난 누구에게 빚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라서. 특히나 자네는 여름이의 보디가드로 해외에 있는 동안 내내 우리 아이들과 여름이 셋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보호해 주어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하준이 가볍게 상처부분을 쓸었다. 물론 이루 말할 수 없이 아팠지만 이제는 육민관에 대한 죄책감이 조금 덜어지는 느낌이었다.육민관이 눈썹을 치켜 세웠다.“앞으로 똑 같은 실수만 다시 저지르지 않으시면 되죠. 저도 이번에는 누님이 정말 행복했으면 합니다. 어쨌거나… 제가 보기에는 우리 누님이 그 동안 정말 고달프게 살아왔거든요.”그러더니 일어섰다.“회장님 마음은 감사하게 받았습니다.”육민관은 나와서 그대로 화신으로 여름을 찾아갔다.여름은 몇몇 중역과 소규모 미팅을 마치고 나오다가 육민관이 주머니에 손을 찌르고 복도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 시크한 육민관의 모습에 지나가던 직원들이 흘끔흘끔 훔쳐보곤 했다.“거참, 너랑 우형이처럼 잘 생긴 애들이 하필 지들끼리 사귀어서…. 여자들하고만 경쟁해서 될 일이 아니라 남자랑도 경쟁을 해야 하고 말이다.”“그렇게 저 직원들이 안타까우면 최하준이라도 내주시던지.”육민관이 놀리듯 입꼬리를 올렸다.여름은 민관을 흘겨보았다.“나도 그러고 싶거든. 그 인간이 질색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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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5화

‘아니, 바보냐고!’육민관은 여름의 얼굴이 점점 창백해 지는 것을 보고는 한숨을 쉬고 말았다.“재결합 하신대서 솔직히 ‘세상에 남자가 그거 하나 밖에 없나, 왜 저렇게 최하준에게 목을 메시나?’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사실 전에는 백지안에게 당한 거고 지금 누님께 하는 걸 보면 진심인 것 같습니다. 누님이 아니라면 최하준 같은 사람이 어떻게 자기 손에 그런 짓을 하겠습니까? 두 분 사이에 걸림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뿐인 겁니다.”그런 마음이란 건 여름도 알았다.사실 말로는 재결합하겠다고 하긴 했다.그러나 아이들 때문이기도 했고, 최하준이 너무나 질척거리기도 해서 더 버티기도 힘들었다.그러나 마음 깊은 곳에서 정말 하준에게 완전히 마음이 열린 것은 아니었다.육민관이 어깨를 으쓱했다.“그때 누님이 귀국하고 나서 복수 때문에 최하준과 사귄다고 했을 때 마음이 약해지셨잖아요? 하지만 제 손이 이렇게 되고 나서는 누님의 마음이 완전히 싸늘하게 식는 게 보이더라고요.솔직히 저는 완전히 상관 없었어요. 누님이 신경쓰일 뿐이었죠. 아마도 저를 제대로 보호해 주지 못하고 누님 일에 저를 끌고 들어갔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았거든요. 이번에는 정말 두 분 사이에 앙금이 없이 제대로 잘 해보셨으면 합니다.”그러더니 육민관은 복도를 걸어갔다.몇 걸음 걷다가 갑자기 고개를 돌렸다.“아까 보니까 최 회장 얼굴이 그다지 좋지 않더라고요.”그 말을 듣고 여름은 얼음처럼 굳어있었다. 그때 엄 실장이 왔다.“대표님, 오 사장이 드릴 말씀이 있다고 점심에 식사나 같이 하시자고 합니다.”“제가 좀 바빠요. 오늘 휴가 좀 낼게요. 오후에 돌아오지 않을 거에요.”여름은 파일을 엄 실장에 넘기고 그대로 회사에서 뛰쳐나갔다.그 길로 FTT로 내달렸다.FTT 본사에 도착하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그대로 꼭대기로 올라가 사무실 문을 차고 들어갔다.안에 몇몇 중역이 이야기를 나누다가 의아한 눈으로 문 쪽을 돌아보았다.“여긴 어쩐 일이야?”하준이 벌떡 일어섰다. 살짝 창백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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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6화

여름은 핑 도는 눈물을 꾹 참아보았지만 그래도 눈시울은 붉어졌다.“최하준, 제정신이야?”여름은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여름의 붉어진 눈시울을 본 하준은 이제 더 이상 마음이 불안하지 않았다. 입가에 엷은 미소까지 올라왔다.“나 때문에 속상했구나?”“……”여름은 울컥해서 말도 나오지 않았다.‘이 와중에도 내가 자기를 신경 쓰는지 안 쓰는지가 문제야?“자기가 날 이렇게까지 생각해 주다니 너무 기쁘다.”하준이 부드럽게 말했다.“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실행해 버릴 걸.”“아니, 난….”여름은 목이 메였다.“괜찮아, 아무 말도 하지마. 내 얘기 좀 들어 봐.”하준은 멀쩡한 손으로 여름의 입을 막았다.“민관이는 가족 같은 친구라고 했었잖아? 내가 민관이 손을 건드리면 우리 두 사람 사이는 영원히 끝이라고. 하지만 그때는 내가 정신이 나가서 그런 짓을 해버리고 말았지. 실은 그때 난 민관이에게 너무나 질투가 났었어. 당신이 다른 사람을 그렇게 소중하게 여긴다고 생각하니 너무 속상했던 거야. 민관이에 대한 당신 마음이 그런 게 아니라는 걸 이제는 알게 되었지.”“나랑 재결합하겠다고 말은 했지만 실은 애들 때문이었다는 거 다 알아. 자기가 먼저 나에게 전화나 톡을 보내거나 보자고 하지도 않지. 우리 사이에는 깊은 골이 있었어. 하나는 백소영 일이었고, 다른 하나는 민관이 일이었지. 백소영 건은 내가 이제 어떻게 메워볼 수가 없지만 민관이 일은 내가 뭔가 해볼 여지가 있지 않을까 싶더라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재결합 한다고 해도 우리 사이는 영원히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했을 거야.”그렇게 말하더니 여름을 꼭 안았다.“자기야, 내 예전 기억은 엉망이라 기억을 못하지만 당신이 귀국하고 나서 우리가 사귀었던 시간은 짧지만 난 잊을 수가 없어. 내게 복수하려고 작전을 세우고 접근했다는 걸 아는데도 그 시간을 생각하면 너무나 행복해. 그러니 날 그렇게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당신을 아껴주지 못했던 내가 얼마나 바보야? 나에게 다시 그런 기회를 한 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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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7화

“그으래? 진짜 한 번 해볼까?”여름이 손을 뻗어서 정말 확 누를듯한 동작을 하자 하준은 얼른 눈을 감았다. 기다란 눈썹은 바르르 떨리고 태양혈은 바짝 긴장해서 힘줄이 올라왔다.여름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까치발을 하고 하준의 입술에 깃털 같은 뽀뽀를 해주었다.기다리던 극심한 통증이 아니라 푸딩 같은 입술이 닿자 하준은 깜짝 놀라서 눈을 번쩍 떴다.“입술 벌려.”여름은 입술을 떼지 않은 채로 하준에게 가볍게 명령했다.여름의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작고 부드러웠지만 특유의 카리스마가 있어서 어쩐지 심장이 떨렸다.이번 키스는 여느 키스와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바로 깨달았다. 열정적인 여름이 반응에 하준은 온몸의 피가 끓어오르는 것 같았다.살짝 진도를 더 빼려고 했더니 갑자기 여름이 하준의 손을 잡았다.“여름아…”하준의 섹시하게 잠긴 목소리가 울렸다.“준, 너무 흥분하면 안 돼. 진동이 오면 아프다며? 지금 자기 몸 떨리는 거 봐. “이럴 줄 알았으면 그런 소리 하지 말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키스하고 있으면 하나도 안 아파.”“어허!”여름이 귀엽게 하준을 흘겨 보았다.여름의 애교스러운 모습에 하준의 심장은 더욱 간질거렸다.“자기가 그렇게 불러주니까 너무 좋은데? 옛날에도 날 그렇게 불렀어? 어쩐지 익숙한 느낌인걸?”“응.”여름이 눈을 내리깔았다. 여름은 하준이 이전의 기억을 떠올리지 않기를 바랐다.자칫했다가는 과거를 떠올리려고 하다가 오히려 뇌에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소염제는 먹고 있어?”여름이 물었다.“새벽에 링거도 맞았고, 약도 받아 왔지.”하준이 착실히 대답했다.“일하려면 타자도 치고 해야 하는데 불편해서 어째?”여름이 물었다. 하준은 육민관 보다는 키보드를 건드려야 할 일이 많으니 걱정이 됐다.“천천히 적응하면 되지.”하준이 싱긋 웃었다.“당신의 마음을 얻을 수만 있다면 팔을 하나 잃는대도 난 괜찮아.”“안 되지.”여름이 단호하게 말했다.“나 때문에 또 이런 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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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8화

여름은 그냥 대충 둘러대느라 한 소리에 하준이 진지하게 대응하자 웃음이 났다.잘 생긴 사람 마다할 사람이야 없겠지만 사실 여름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다면 늙어 쪼글쪼글해져도 좋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자기야, 점심 시간인데 같이 밥이나 먹을까?”하준이 권했다.“그래.”“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우리 회사 근처에 괜찮은 레스토랑이 많….”“집에 가서 먹자.”여름이 말을 끊었다.“자기 이래가지고 일하면 안 돼. 집에 가서 쉬어야 해.”“하지만 난 당신이랑 있고 싶단 말이야. 당신이 본가에 가서 같이 있어주진 않을 거잖아?”“그렇다고 아버지랑 있는데 우리 집에 갈 수도 없지. 당신 데리고 갔다가는 우리 아버지가 가만 두지 않으실 걸.”그렇게 말하더니 여름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청하파라곤으로 가자. 거기 자기 집 있지? 낮에는 거기서 좀 쉬었다가 밤에 애들 보러 가자.”“좋아.”하준은 너문 기뻤다. 여름과 할 수만 있다면 회사를 한 달이라도 쉬고 싶었다.가는 길에는 여름이 운전했다. 하준은 보조석에 앉아서 어린애처럼 즐거워했다.“그쪽 단지 근처에는 뭐가 없으니까 가는 길에 멀 좀 사가지고 가자.”‘응, 가다가 마트에 들르자.”여름도 동의했다.마트에 간 여름은 정육 코너에서 갈비를 샀다. 하준은 기분이 한껏 좋아졌다.“역시 기억하고 있었구나. 내가 갈비 좋아하는 거.”“그럼, 여울이도 당신을 닮아서 좋아하거든.”딸을 생각하자 또 마음 한 구석이 따스해졌다.“그냥 본가로 갈까? 애들도 같이 먹게?”“오늘은 당신이랑 둘만 있고 싶어.”하준이 여름의 손을 잡았다.“둘이서만 보낸 시간이 부족해서? 어제도 둘이서만 시간 보내고 싶다고 해서 같이 고기 먹으러 갔었잖아.”여름은 부모로서 온전히 함께해주지 못해 점점 더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고기 먹다 말고 중간부터는 당신이 기분이 많이 안 좋았잖아.”입이 살짝 나온 하준이 말했다.“그래서 내가 집에 가서 이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한 거지.”여름은 어이가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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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9화

“아니 다행이네.”여름이 싱긋 웃으며 찬성했다.하준은 살짝 말문이 막혔지만 곧 다시 말을 이었다.“이렇게 사랑스럽고 능력 있고 요리 솜씨까지 갖춘 와이프를 두고 그런 것에 정신을 팔다니 말이야. 당신하고는 비교도 안 되는데. 내 머리가 어떻게 됐던 게 틀림없어.”여름이 눈썹을 치켜 올리더니 아무 말 없이 가만히 하준의 아부를 들었다.“여름아!”하준이 여름을 와락 안았다.“자기는 어쩜 이렇게 사랑스럽지?”“그런 건 날 이렇게 사랑스럽게 낳아준 우리 엄마게 여쭤봐야겠네.”여름은 당연하다는 듯 하준의 아부를 받았다.하준은 빙긋 웃더니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여 여름의 입술에 키스했다.“그만 해, 설거지 해야 한단 말이야.”여름이 밀어냈다.“그냥 있어. 내가 씻을 거야.”하준이 말했다.“손이 그 모양인데 어떻게 씻는다고….”“설거지 하려고 아까 쇼핑하면서 고무장갑 사 두었지.”하준이 고무장갑을 꺼냈다.“그러면 물도 안 들어간다고.” 여름은 하준이 그냥 해본 소리인 줄 알고 있다가 깜짝 놀랐다.“됐어. 좀 아물면 그때 하도록 해.”여름이 고무장갑을 빼앗았다.“자기가 설거지하는 걸 차마 볼 수 없어서 그래.”하준이 미간을 찌푸렸다.“예전에는 내가 아무것도 몰랐지만 이제는 내가 당신을 매일, 매 순간 아껴줄 거야. 당신이 한 음식이 맛있긴 하지만 앞으로는 다른 사람이 한 음식도 먹고 편식도 하지 않을 거야.”여름은 깜짝 놀랐다.원래 하준은 편식이 매우 심해서 무슨 수를 쓰든 여름에게 음식을 하도록 했었다. 그런 하준이 이런 각오를 보여준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었다.“나 요리하는 거 좋아해 그렇게 힘들지 않아. 뭐, 가끔은 일이 힘드니까 매일 음식을 하고 싶은 건 아니지만 하기 싫을 때는 내가 안 할게. 그럴 때만 너무 시키지 않으면 돼.”“그래,”하준은 이해할 수 있었다.“그럼 이제 가서 쉬어. 오늘은 내가 설거지 할 거야.”여름이 다시 주방으로 들어갔다.설거지가 끝나자 하준은 다시 여름을 품에 안았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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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0화

하준과 여름 사이의 일은 요즘 어지간한 아이돌 스캔들 이상으로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았다.SNS에 포스팅을 하자마자 엄청난 댓글이 달렸다.-와, 이렇게 대놓고 재결합?-30부작짜리 대하드라마 갑자기 종결하는 느낌인데? 뭔가 적응 안 됨.-끝나긴 뭘 끝나? 양유진하고 강여름 이혼도 안 했는데. 양유진이 이혼 안 해준다며? 아마 시간 꽤 끌게 될 걸.-이제는 정신 차리고 강여름에게 잘 해줘라, 최하준.-와, 잠자리도 안 되는 인간이랑 재결합이라니 찐사랑이다.“……”하준은 흥미진진하게 네티즌의 댓글을 읽었다.이때 단톡방에서 송영식이 폭주하기 시작했다.-야, 완전 오그라든다. 이게 뭐야?하준의 얼굴이 어두워지더니 답했다.-솔로가 뭘 알겠냐?-뭐라고? 지금 솔로 무시하냐? 아직 솔로라도 난 아기도 있거든.-그 아기가 나중에 널 만나면 ‘아저씨’라고 부르겠지만!하준의 묵직한 한 방에 송영식은 할말은 잃었다.-……한동안 단톡방에 전혀 출몰하지 않던 이지훈도 나타났다.-우리 써머가 진짜 네 질척질에 지쳐서 재결합하겠다고 한 거 아니냐? 이제 하준이 너 다시는 울 써머 괴롭히지 마라. 그랬다가는 내가 진짜 거 가만 안 둔다.하준의 안색이 어두워졌다.-말 조심하지. 여름이는 내 와이프거든. 너랑 무슨 상관인데?지훈이 답했다-써머는 동성 사람이고 난 동성의 제왕이니까 내가 친정오빠나 다름 없다고. 울 써머도 내 말에 완전 동의할걸.이주혁이 참전했다.-아이고, 오늘 아주 단톡방 불 나네. 지훈이까지 나오고. 난 아주 톡에서 친구 끊은 줄 알았다.지훈이 답했다.- 정신 나간 애들 셋하고 떠들려니까 나도 돌아버릴 것 같아서 안 보고 있었지.이주혁이 비웃었다.-얘가 아주 매를 버네.이지훈이 반격했다.-내가 틀린 말 했냐? 그 동안 너희들 다 백지안 치마폭에 싸여서 정신을 못 차렸잖아? 내가 니들한테 바보 옮을까 봐 아주 무서웠다.이주혁이 슬슬 마무리했다.-난 수술하러 들어간다. 오늘은 더 못 떠들어.송영식도 보탰다.-난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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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1화

여름은 발그레진 얼굴로 샤워를 하고 샤워실에서 나왔다.하준은 느른하게 침대에 누워 야릇한 눈으로 여름을 바라보았다.“뭘 대낮부터 샤워를 하고 그래?”여름이 쌩그랗게 하준을 노려보더니 새삼 얼굴을 붉혔다.“다 자기 때문이잖아. 완전 땀에 젖었다고.”“그으래?”하준이 씩 웃더니 갑자기 침대에서 뛰어내려 여름을 번쩍 안아 올렸다.여름은 깜짝 놀라서 얼른 하준의 목을 안았다.“왜 또 이래? 얼른 내려 놔.”하준은 거칠게 여름에게 키스했다.“내가 아직 다 낫지는 않았어도 당신은 충분히 즐겁게 해줄 수 있다고. 어때? 방금 좋았어?”“……”시선을 피하는 여름의 볼은 다시 확 달아올랐다.“아무 말도 안 하면 칭찬으로 받아들이겠어.”하준의 섹시한 얼굴에 은은한 웃음이 번졌다.“적당히 해.”여름은 살짝 화가 난 척했다.“이걸 어떻게 적당히 하나?”여름을 꼭 안은 하준의 목소리가 점점 더 가라앉았다.“아무데도 안 가고 하루 종일 우리 자기랑 이렇게 있고 싶다.”여름은 하준의 품에 가만히 안겨서 가만히 생각해보았다. 최근 별별 일이 다 벌어졌지만, 하준의 품에 이렇게 안겨 있으니 갑자기 미래에 벌어질 아직 알 수 없는 일도 전혀 두렵지 않아졌다.그러나 이 작은 평화는 곧 윤서의 전화로 깨졌다.“강여름, 바른 대로 불어. 너 또 최하준이랑 뭐 하고 있어?”스피커 폰이 아닌데도 집이 워낙 조용해서 하준에게도 윤서의 목소리는 그대로 들렸다.여름의 몸이 확 굳어졌다. 자동적으로 백지안이 집에 CCTV라도 달아둔 게 아닌가 싶은 찰나에 다시 윤서의 목소리가 들렸다.“뭐 하느라고 톡을 그렇게 보냈는데 답이 없어?”여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얼른 톡을 열어보았다. 윤서가 보낸 톡이 많았는데 뜨거운 시간을 보내느라 보지 못했던 것이다.하준과 보냈던 시간을 떠올리고 여름은 다시 얼굴이 달아올랐다.“하긴 뭘 해. 잠깐 낮잠 자느라고 못 봤어.”그 말을 들은 하준이 은근한 눈으로 여름을 흘긋 쳐다보았다.여름이 하준을 노려보았다.윤서는 콧방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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