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311 - 챕터 1320

1699 챕터

1312화

시아는 완전히 멘탈이 무너졌다. 자존심까지 버려가면서 이주혁의 비위를 맞추려고 노력했지만 여전히 미움을 받을 뿐이었다.‘이게 다 강여름 때문이야. 전에는 주혁 씨가 날 좋아했어. 이렇게까지 냉담하지 않았다고.’여름이 사람들 앞에서 예전에 시아가 표절했다는 사실을 까발리고 나서 이주혁이 시아를 보는 시선이 점점 더 매서워졌다.그러나 지금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은 다시 영화계에 복귀하는 것이었다.이주혁이야 어쨌거나 결혼하게 될 테니 이후에 그 집 식구들부터 공략해 들어가면 될 것이다.그렇게 결심을 하고 나서 시아는 슬픈 얼굴을 했다.“알겠어. 갈게요. 하지만 주혁 씨, 저기… 부탁만 들어줄 수 있어?”“……”이주혁은 시아에 대한 경멸이 점점 더 강해져서 점점 더 꼴 보기 싫었다. 시아는 눈을 딱 감고 입을 열었다.“구 감독의 경홍 대본을 읽어 봤는데 너무 마음에 들어. 꼭 주연을 맡고 싶어.”“대본이 마음에 든 게 아니라 구 감독의 능력이 마음에 드는 거겠지. 구 감독 후광으로 다시 연예계에 복귀해서 또 연기상이나 받을 요량 아닌가?”이주혁이 가차 없이 시아의 의도를 찔렀다.시아는 얼굴이 화끈거렸다.“여자도 자기 일이 있어야지. 계속 주혁 씨에게만 기대서 살 생각은 없어. 게다가 곧 주혁 씨랑도 결혼을 할 건데 내가 연예계에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 것도 자기네 집에도 번듯하고 보기 좋잖아?”이주혁의 입술이 씰룩거렸다. 시아가 얼른 말을 이었다.“표절 사건 덕분에 나도 정신 번쩍 차렸어. 나도 너무 후회가 돼. 그때는 그저 돈을 벌고 유명한 사람이 되고 싶었어. 주혁 씨고 우리 집이 얼마나 가난했었는지…”“그만 해.”이주혁이 말을 끊었다.“네 그 배배 꼬인 심사는 잘 알고 있어. 괜히 내 앞에서 가식 떨지 마. 나가. 조금 있다가 바미 엔터에 구 감독이랑 연락하라고 전화는 넣어둘게.”“고마워.”시아는 매우 기뻐했다.“난 다, 당장 갈게. 먼저 씻어.”더듬거리며 얼른 옷을 주워 입었다.이주혁은 볼수록 눈꼴이 시어서 그대로 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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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3화

싸늘하고 차가운 눈.헤어질 때 그쪽에서 살짝 추태를 보인 이후로 거의 만난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대표님?”비서가 부르면서 주의를 환기시켰다.“응, 이쪽이랑 백지안 가족이랑 혹시 뭔가 얽힌 게 있나?”이주혁이 물었다.“네. 있습니다.”비서가 말을 이었다.“뒤져보니 연화정 님이 백현수 님과 결혼하기 전에 백소영을 데리고 광호시에 살았습니다. 그 유년시절 백소영의 유일한 친구가 원연수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나중에 백소영이 백현수 님의 집으로 들어가면서 두 사람이 연락을 주고받았지만 원연수의 부모님이 이혼하면서 원연수는 어머니가 데리고 갔고 이후로 연락이 끊겼다고 합니다.”이주혁은 가만히 커피만 마셨다.이상한 생각이 들었다.‘그러니까, 어려서 친했던 친구 원연수가 백현수와 연화정 부부의 유골을 파갔다?’“백소영 수감 기간에 원연수가 면회를 간 적이 있던가?”“없습니다.”비서가 고개를 저었다.“아 참! 원연수는 최근 시아 님과 비상의 여주 자리를 두고 경쟁하고 있습니다. 제가 듣기로는 원작을 읽었던 독자와 구 감독은 원연수가 여주에 적합하다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대표님 업체에서는 시아 님을 낙점했습니다만….”이주혁이 눈썹을 꿈틀하더니 묘하게 입꼬리를 올렸다.“구 감독이 원연수를 골랐다면 연기력이 괜찮다는 뜻이겠지?”“꽤 잘합니다.”비서가 살짝 흥분기를 띠고 말을 이었다.“지난번 작품에서 킬러를 맡았었는데 배역과 연기가 아주 찰떡같이 어울리면서 연기가 폭발해서….”한참 말하다가 자신이 주제넘게 주절거렸다는 사실을 깨닫고 민망해서 얼른 덧붙였다.“원래는 발 연기였는데 2년 전부터 갑자기 연기가 달라졌습니다.”“2년 전이라고?”이주혁의 눈썹이 의미심장하게 움직였다.‘백소영이 바다에 뛰어든 것이 2년 전이었는데….’“원연수의 스케줄 좀 가져와 보지. 좀 만나 봐야겠어.”한참 만에야 이주혁이 입을 열었다.“그냥 바로 데려오겠습니다.”비서가 답했다.“아니. 그럴 필요는 없어.”이주혁이 휴대 전화 속 사진을 들여다보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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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4화

권현규가 의아한 듯 이주혁을 쳐다보았다.그러나 이주혁은 눈을 내리깔고 잔을 들어 커피를 마시고 있어 표정이 보이지 않았다.“네, 알겠습니다.”권현규가 끄덕였다.곧 늘씬한 몸에 연청색 조거 팬츠를 입고 검은 스니커즈와 검은 티를 매치한 원연수가 들어왔다. 짧은 티셔츠 때문에 드러난 허리는 누구라도 탐낼 만한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시선을 위로 올려보면 연갈색 머리에 캡을 썼는데 그 아래로 화장기 없는 얼굴은 타고난 미모가 빛났다. 특히나 눈은 특히 검고 길게 뻗어 몽롱한 느낌을 주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신비로움을 감추고 있었다.두 눈이 권현규에게 떨어지더니 그다음에는 이주혁을 한 번 훑었는데 눈 깊은 곳에 작은 파문이 스치고 지나갔다.그러나 그 흔들림은 착각인가 할 정도로 찰나에 지나가 버렸다.이주혁은 느른하게 커피 향을 즐기며 흥미롭다는 시선을 던지며 소파에 기댔다. ‘재미있군!’이주혁을 그렇게 평온한 눈으로 바라보는 여자는 좀처럼 없다.원래 그런 인간이 아니라면 자신의 관심을 끌기 위해 가식을 떨고 있다는 뜻이었다.“어, 원연수 씨, 소개하지, 이쪽은 이주혁 대표…”권현규가 손으로 이주혁을 가리키며 공손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차세대 유망주로 불리는 원연수는 권현규도 매우 눈여겨보는 배우였다.원연수의 검은 눈이 이주혁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얼굴에 별다른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안녕하세요?”이주혁의 눈썹이 꿈틀하더니 별 느낌이 없다는 듯 아무 말도 없었다.이주혁에게서 별 반응이 없자 원연수의 시선은 곧 권현규에게로 향했다.“비상의 여주인공이 시아로 결정 났다면서요?”권현규는 원연수가 온 목적을 알고는 있었지만 설마하니 그 말을 이주혁 앞에서 대놓고 할 줄은 몰랐기 때문에 매우 난감한 얼굴로 끄덕였다.“그렇게 됐네. 구 감독이 그렇게 결정했다고 해.”원연수의 시선은 침착했다.“그래요? 저는 시아가 이주혁의 백으로 겨우 배역을 따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요. 원래 구 감독님도 저를 마음에 들어 했고 저도 제 연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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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5화

아무리 생각해도 간이 배 밖으로 나왔지 싶은 언행이었다.“원연수 씨, 정신 차려요. 내가 알아듣게 말한 것 같은데? 이분이 그 이주혁 대표셔.”“아~ 그래요?”원연수가 눈썹을 치켜세웠다.“시아 같은 인간을 좋아하는 사람은 저열한 사람일 줄 알았는데 이쪽 분은 우아하고 품위 있으신데요? 그래서 ‘그 이주혁 대표’라고 생각 못 했죠.”“아니, 원연수 씨….”권현규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내 말이 틀렸나요? 우아하고 품위 있는 분이신 것 같은데….”원연수가 어깨를 으쓱하더니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을 했다“만나 본 적이 없으니 머리로 상상만 했거든요. 전 시아가 너무 싫어서 그런 애가 좋아하는 남자에게도 편견이 생겼었나 봐요.”권현규는 이제 완전히 포기한 채로 그저 이주혁의 눈치만 보며 절절맸다.“정말 죄송합니다. 쟤가 성격은 저래도 연기는 잘합니다.”어쨌든 원연수는 회사에 주요 수입원 중 하나였으므로 최소한 보호는 해줘야 했다.이주혁은 커피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들었다. 얇은 입술이 천천히 올라갔다.“사람을 돌려 까는 걸 보니 내게 불만이 많은가 본데?”“솔직히 말씀드릴까요? 네, 불만 있습니다.”원연수가 침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시선을 이주혁이 깊은 눈과 똑바로 마주치고 평온하게 말을 이었다.“시아를 좋아하시는 거요? 좋죠. 대표님 여자친구니까요. 물고 빠는 거 다 좋습니다. 개인적으로 자금을 들여서 영화를 찍으시든 음반을 내주시든 다 좋다 이겁니다. 하지만 자기가 좋다고 관중을 엿 먹이는 건 곤란하죠. 작년에 시아가 그딴 연기로 인기 여우상을 받은 건, 정말 코미디였다고요.”“원연수 씨, 적당히 해야지.”이주혁이 정말 화났을 때 얼마나 무서운 사람이 되는지 아는 권현규는 완전히 당황했다.그러나 원연수는 아무것도 안 들리는 사람처럼 냉랭하게 말을 이었다.“연말에는 또 돈을 엄청 들여서 연기 대상을 시아 손에 들려줄 생각이겠죠?”“내가 내 돈 쓰겠다는데 당신이 무슨 상관이지?”이주혁이 천천히 일어섰다. 커다란 몸이 공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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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6화

권현규는 난처했다.“다른 영화를 하나 찾아줄 테니까….”“마음에 안 들면 소속사를 교체하도록 해.”이주혁이 말을 끊더니 흥미롭다는 듯 원연수를 쏘아보았다.“공평한 기회를 원하는가 본데, 연예계에 그렇게 공정한 소속사가 있기는 한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꺼지라고. 위약금만 물어내면 얼마든지 내보내줄 테니까.”원연수는 이주혁의 싸늘한 말을 듣고도 전혀 위축되는 기색이 없었다.전혀 동요 없이 이주혁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좋아요. 위약금을 물죠. 나도 이따위 소속사 필요 없어요.”“그래.”이주혁이 빙긋 웃었다.“하지만 연예계 반은 주민 그룹에서 잡고 있으니 내 말 한마디면 너 같은 배우 하나 골로 보내는 건 식은 죽 먹기라는 건 알아둬.”원연수의 몸이 굳어지더니 이주혁을 노려보았다.눈앞의 남자는 전혀 악의를 숨길 생각조차도 없었다.분위기는 점점 더 어색해졌다.권현규는 뒷목이 당겼다.“오늘은 이만하고 일단 돌아가 있어. 오늘 했던 말은 못 들은 셈 칠게.”“돈 있는 놈들은 무슨 일이든 돈으로 다 해결하려고 드는군.”원연수가 한쪽 입꼬리를 올리더니 돌아섰다.“잠깐!”이주혁이 갑자기 불러세우더니 권현규를 쳐다보았다.“잠깐 자리 좀 비워 주시죠.”권현수는 황당했다.‘여긴 내 사무실인데? 나더러 나가라고?’그러나 이주혁의 위험스러운 눈빛에 굴복해 그냥 걸어 나갈 수밖에 없었다.‘이 대표가 그렇게 쪼잔한 녀석은 아니거든. 아무래도 일부러 원연수를 쪼는 느낌인데, 설마하니 마음에 든다고 애인으로 삼으려는 건 아니겠지?’이런 생각을 하면서 살살 문을 닫고 나갔다.문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원연수의 눈이 어두워지며 입을 꾹 다물었다.“왜 남겨두었는지 알겠나?”원연수를 똑바로 쳐다보는 이주혁의 얼굴이 점점 더 싸늘해졌다.“백현수 부부의 유골은 네가 파갔지?”원연수의 눈이 확 커졌다. 입을 꼭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아주 똑똑하군 그래?”이주혁이 웃었다.“최소한 평범한 애들보다는 똑똑하고 침착하군.”이주혁은 원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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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7화

이주혁이 날카롭게 소리치더니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이주혁의 등을 보고 선 원연수의 눈에 원한에 찬 불꽃이 튀었다.“내가 알기로 백소영은 딱히 친구가 없었어. 달랑 임윤서와 강여름 정도가 친구라고 할 만했지.”이주혁이 물었다.“심지어 수감되었을 때 면회도 가지 않았으면서 네가 무슨 백소영의 친구라는 거야? 그런 주제에 백소영의 부모님 유골을 멋대로 이장하다니, 설명을 해보실까?”이주혁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싸늘한 눈을 하고 돌아섰다.“아무래도 무슨 사이비 종교집단의 사주로 그런 짓을 한 것 같으니 경찰에 신고하겠어.”원연수가 이주혁을 똑바로 쳐다보았다.“소영이가 꿈에 나타났다고 하면 믿을 건가요?”“내가 그렇게 바보로 보이나?”이주혁은 바로 콧방귀를 뀌었다.원연수가 입술을 깨물었다.“난 있는 대로 사실을 말할 뿐이에요.”원연수가 목에서 오래된 옥패를 하나 꺼냈다.“이 옥패 때문이었겠죠. 나랑 소영이는 어렸을 때 같은 단지에 살아서 친했거든요. 우리 엄마랑 소영이 엄마가 친하기도 했고.5살이 되던 해에 우리랑 소영이 네가 같이 절에 간 적이 있는데 아주 추운 날이었죠. 나랑 소영이가 옷을 얇게 입어서 우리 엄마 코트 속에 들어가 있었어요. 그런데 지나가던 스님이 우리를 보더니 명이 짧다는 거예요.”이주혁이 옥패를 가만히 보더니 저도 모르게 주먹을 쥐었다.흔한 옥패지만 이주혁의 눈에도 익은 것이었다. 예전에 백소영이 똑같은 옥패를 차고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이주혁이 옷을 벗길 때 보았던 옥패는 소영의 가슴께에 있었다.원연수가 말을 이었다.“스님께서 우리 사이가 좋은 것을 보고 이 옥패를 주셨어요. 두 개의 옥패가 한 쌍이라는데 보살 앞에 두고 10년이 넘게 향을 피우며 관리한 옥이라 영기가 있어 하나가 없어지면 나머지 하나가 감지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이주혁이 싸늘하게 콧방귀를 뀌었다.원연수는 아무 소리도 못 들은 듯 그대로 말을 이었다.“소영이가 광호시에서 떠나고 얼마 되지 않아서 연락이 끊겼어요. 그 이후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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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8화

이주혁이 싸늘하게 권현규를 노려보았다.그 시선에 놀란 권현규는 얼른 말을 바꾸었다.“정 연수가 마음에 드신다면 제가 방법을 한번 생각해 보겠습니다.”“헛소리를!”이주혁이 결국 한 소리 하고 말았다.“그저 물어볼 일이 있었을 뿐입니다.”“아, 그렇군요.”권현규가 별로 믿지 않는다는 말투로 대충 답했다.이주혁은 옆 머리를 눌렀다.“내가 여자 따라다니거나 싫다는 여자 옆에 두는 거 봤습니까?”“그건 그렇네요. 대표님 정도 되는 분이야 오는 사람만 막지 않아도…권현규가 비위를 맞추듯 웃었다.이주혁은 권현규의 헛소리에 반응하기도 귀찮아 그대로 돌아서 나가다가 입구에서 멈추었다.“비상이란 영화 대본이 그렇게 좋은가요?”“물론입니다. 일단 감독이 누굽니까? 구 감독입니다. 구 감독이 찍은 영화가 망하는 거 보셨습니까? 무조건 천만 관객은 기본이라고요.”권현규가 침을 튀겨가며 늘어놓았다.“여주는 물론이고 조연이고 서로 하고 싶어서 줄을 섰습니다.”이주혁이 잠시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원연수에게 조연을 주죠. 구 감독에게 원연연수 분량을 늘려달라고 얘기 좀 넣어 놓으세요.”그러더니 성큼성큼 나가버렸다.권현규는 멍하니 있었다.“아니, 조연이….”조연은 천하의 악녀였다.그런 욕 먹을 역할을 원연수에게 맡긴다니 엿 먹이는 건가 싶었다.일단 대중이 좋아하지 않는 악역을 맡게 되면 쉽사리 그 이미지가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젊은 여배우라면 보통 이미지에 신경을 쓰기 마련이다.그런데 권현수가 그런 말을 하기도 전에 이주혁은 가버렸다.그냥 조용히 입을 다물고 원연수의 불운에 묵념할 뿐이었다.******한편 원연수는 차에 타서 바로 운전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서 생각했다.운전석에 앉아서 거울을 내려 낯설고도 익숙한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그렇다. 낯선 얼굴.전에는 자신의 것이 아니었기에 낯설지만 이제는 2년 동안 이 몸속에 들어와 있으면서 익숙해진 그 얼굴이었다.지금 이 몸의 주인은 원연수가 아니라 백소영이라는 사실을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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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9화

이주혁은 자신이 백소영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할 것이다.자신을 지켜보고 있을 줄은 몰랐다. 집안이 다 몰락하고 죽기까지 했는데도 내버려두지 못하다니….백지안에게 뼈에 사무치는 원한을 가지고 있다면 이주혁은 죽도록 미웠다.다시 살 기회를 얻었는데 또 이주혁 같은 인간과 얽히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죽어라 피해 다녔는데 결국 만나고 만 것이다.이제는 위약금을 물고라도 바미 엔터를 벗어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그러 생각을 하고 있는데 휴대 전화가 울렸다. 권현규였다.“연수 씨, 좋은 소식이야. 방금 이 대표가 좀 미안했던지 주연은 힘들지만 조연을 맡겨 보겠다는 거야.”원연수의 얼굴이 굳어졌다.“정말로 조연을 맡기겠대요? 회사에서 나가라는 것도 아니고?”권현규가 멋쩍게 말을 이었다.“이 대표를 그렇게 나쁘게만 생각하지 마. 아 참, 조연은 너무 악녀 역이라서 자네 연기에는 도전이 될 수도 있겠던데, 그게 아무나 소화하기는 힘든 배역이잖아? 이렇게 하자고, 내가 구 감독에게 얘기해서 캐릭터를 그렇게까지 못된 애가 아닌 쪽으로 좀 조정해 달라고 해 볼게.”“구 감독님이 캐릭터 바꾸는 거 제일 싫어하는 거 아시잖아요?”원연수가 지적했다.“그랬다가는 내가 구 감독님에게 미움 산다고요. 나중에 촬영 들어가서 욕먹을 거예요.”“그러면 어떻게 해?”권현규는 머리가 지끈거렸다.“그나마 이 대표가 호의로 아이디어였는데….”“호의요?”원연수는 우습다는 듯 답했다.“안 해요. 구 감독 작품에 이제 흥미 없어요.”“연수 씨, 왜 이렇게 고집을 부려?”권현규도 슬슬 화가 났다.“이 건을 거절해서 이주혁 대표 건드렸다가는 연예계에서 바로 블랙리스트 올라갈 거야.”“……”권현규가 달랬다.“이거 하나만 잘 찍어 보자고. 그러면 내가 연말에 연기상 하나 어떻게 해 볼게. 사실 요즘은 호감 가는 배역 보다는 배우가 연기를 잘하느냐가 더 중요하지. 시아가 마음에 안 들면 자기가 연기로 눌러버리면 되잖아.”한참 만에야 원연수가 입을 뗐다.“알겠어요.”‘찍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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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0화

원연수는 아무 말이 없었다.하얀 가면은 흐릿한 불빛 아래서 소름 끼치도록 괴이하게 빛나고 있었다.백윤택은 너무 오래 갇혀있어서 이제 거의 무너지기 일보직전이었다. 미친 듯 소리를 질렀다.“백지안이군, 백지안이야! 백지안을 불러줘요, 내가 걔 오빠요.”“백지안은 당신 같은 혈육이 있다는 것 자체를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것 같던데.”원연수가 싸늘하게 말을 이었다.“뭘 해도 허구한 날 발목이나 잡으니까. 그렇게 알아듣게 말을 하고 경고를 해도 당최 정신을 못 차렸잖아? 그렇지만 않았어도 일이 지금 이 지경이 되지는 않았을 거야. 대체 뭐 하나 시키는 거라도 제대로 한 게 있어야 말이지.”“잘못했습니다. 제가 무조건 다 잘못했어요.”백윤택은 원연수의 말을 들을수록 백지안의 소행이라는 확신이 강해졌다.다른 사람은 몰라도 백윤택은 동생이 얼마나 악랄한지도 알았고, 배후에 미스터리의 인물이 늘 백지안을 위해서 목숨을 걸고 무슨 일이든 해준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앞으로는 제가 정말 얌전히 있을 거라고 전해주세요”백윤택은 눈물 콧물을 짜며 질질 울었다.“이제는 이주혁 때문에 아랫도리도 다 불구가 되었으니 이 정도면 제 사정도 불쌍하지 않습니까? 그래도 제가 걔 오빠인데 정말 한 번만 봐주세요.”원연수의 눈이 번뜩였다.백윤택을 불구로 만든 것이 이주혁일 줄은 몰랐던 거시다.‘백지안이라면 정신 못 차리고 감싸는 인간이 아니었던가?’“유감스럽게도 너무 늦게 깨달은 것 같네.”원연수가 싸늘하게 뱉었다.“세상에는 아무리 후회해 봐야 소용 없는 일이 있지. 오늘은 내가 여기 오는 마지막 날이야. 무슨 뜻인지 알겠나?”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백윤택의 머리 속에 마구 솟구쳤다.완전히 멘붕이 되어 눈물 콧물을 줄줄 흘렸다.“제발! 제발 살려주세요. 이렇게 빕니다. 저를 놓아주시기만 하면 돈은 얼마든지 드릴게요.”“고맙지만 사양하겠어. 우리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은 신용이 있어야 하거든. 돈을 받았으면 돈 받은 값은 해야지.”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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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1화

원연수는 최하준이라는 인간이 정말 싫었지만 친구가 다시 최하준과 재결합한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에 자신의 호불호 따위는 뒤로 밀어두기로 했다.“백윤택이 도망치고 나면 이 곳은 더 이상 쓸 수 없으니 자네는 최대한 빨리 자리를 옮기도록 해.원연수가 일렀다.“알겠습니다.”******원연수가 떠나고 수하는 백윤택을 데리고 뒷산으로 갔따.백윤택이 깨어났을 때는 수하가 삽을 들고 열심히 구덩이를 파고 있었다.그 구덩이에 자신이 생매장될 것이라는 것을 백윤택은 순식간에 파악했다.이미 자신이 죽은 줄 알았는데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가슴의 통증을 꾹 참고 걸음아 날 살려라 도망쳤다.“어라? 어디 갔지? 거기 서!!!”어느 정도 벗어나던 중에 그 사람이 백윤택이 사라진 것을 발견하고 바로 쫓아왔다.백윤택은 있는 힘껏 “사람 살려!”를 외치며 산 아래 마을을 향해 달렸다.추적자는 상황이 여의치 않다 추적을 포기하고 다른 방향으로 달아나 버렸다.백윤택은 마을에 들어서자 바로 사람을 잡아 휴대 전화를 빌렸다. 구급차를 부를까 하다가 자신이 도망쳤다는 사실을 백지안이 알게 될까 봐 경찰에 신고했다.경찰서에 도착하자 백윤택은 신고부터 했다. 신고 내용대로 납치되었다는 곳을 경찰이 찾아가 보았지만 사람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날 납치한 건 백지안입니다.”백윤택이 바로 말했다.“걔가 날 해치려는 거예요. 빨리 가서 걔부터 잡아야 해요.”경찰이 벌벌 떠는 백윤택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백지안 씨가 해치려고 했다는데, 증거 있습니까?”“있죠. 날 납치했던 사람이 대충 그렇다고 인정한 거나 다름 없다니까요.”백윤택이 다급히 말했다.“하지만 백윤택 씨를 납치했다는 사람이 흔적도 업습니다. 백지안 씨를 직접 본 겁니까?”경찰이 물었다.“얼굴은 못 봤지만 걔가 맞아요. 빨리 가서 잡아주세요. 제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일이라니까요.”백윤택이 덜덜 떨며 답했다.“저기, 백지안을 직접 본 것도 아니고, 백윤택 씨가 말한 납치범도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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