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301 - 챕터 1310

1699 챕터

1302화

“아, 적당히 해라. 얼마나 마음이 아프겠냐?”송영식이 의기소침해진 모습을 보고 이주혁이 중재에 나섰다.“그리고, 너도 백지안한테 십수 년을 당해 놓고. 그나마 영식이는 걔한테 돈은 안 잃었다고.”“……”하준은 이주혁이 대체 자기 편을 드는지 송영식 편을 드는지 알 수 없어 싸늘한 눈을 하고 바라보았다.이주혁은 씩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송영식이 갑자기 고개를 들더니 감격한 듯 말했다.“그래도 위로가 된다. 내 마음과 사랑은 농락당했지만 그래도 재산은 지켰네. 며칠 동안 내내 이러고 살아서 무슨 의미가 있나 싶더라. 그런데 갑자기 누구누구랑 비교해 보니 나는 그나마 행운이네. 이제 안분지족하려고.”“그래, 그렇게 생각할 수 있으면 좋지.”이주혁이 말을 이었다.“솔직히 생각해 보면 우리 셋 다 바보라니까. 백지안에게 그렇게 속아 넘어간 걸 보면.”“그러게나 말이다.”송영식이 씁쓸하게 눈을 내리깔았다.“걔한테 난 그냥 어장 관리 대상이었는데, 나 진짜… 너무 멍청하지 않냐? 이제서야 나는 백지안에게 그렇게 무시 당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다니.”“걔가 뭔데 널 무시해?”하준이 뱉었다.“걔는 그냥 돈과 권력을 탐하는 허영쟁이일 뿐이야. 걔가 전에 나는 사랑했는 줄 아냐? 그리고… 이제 보니 백지안의 그냥 빙산의 일각일 뿐이었어.”“그게 무슨 소리야?”송영식이 멍하니 물었다.하준이 송영식을 쳐다봤다.“여름이가 그러는데 전에 곽철규에게 사람을 붙여서 추적한 적이 있대. 그러다가 니아만의 킬러 손에 녀석이 죽는 걸 목격한 거야. 니아만의 킬러는 우리 나라에서 오로지 추신과 양유진이 명령만 들어. 그런데 추신도 양유진도 곽철규랑 딱히 연결고리도 없는데 죽일 이유가 없거든. 이유는 단 하나뿐이지. 곽철규가 죽기를 바랐던 사람은 백지안이라고. 백지안은 추신이나 양유진과 얽혀있는 거야.”송영식은 굳어버렸다.“그… 그렇지만 지안이는 곽철규에게 협박 당했다고 했잖아? 그 자식의 죽음은 자기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넌 아직도 걔 말을 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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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3화

“뭐? 너희 재결합했어?”송영식이 깜짝 놀랐다.“응.”하준이 씩 웃었다.“이제 우리 모이게 되면 제발 네 그 주둥이 좀 조심해 주라. 솔직히 우리 여름이가 너나 백지안에게 뭐 잘못한 거 하나도 없잖아? 나도 백지안을 책임질 이유가 없다고. 전에는 네가 여름이에게 사사건건 말로 시비 걸어도 내가 가만 있어서 너랑 여름이랑 사이가 더 멀어진 것 같아. 그게 내가 제일 잘못한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해. 이제 여름이랑 다시 시작할 기회를 가지게 된다면 이제 나는 절대 망설이지 않고 너에게 주먹을 날리는 쪽을 택하겠어.”송영식은 울컥했다.“야, 병문안을 온 거야, 협박하러 온 거야? 나보다 강여름이 더 소중해?”“내가 친구를 더 소중하게 여기는 바람에 우리 아이들은 어려서 아빠가 없이 살아야 했고, 난 그 귀여운 녀석과 가정을 잃었어. 앞으로 다시는 그런 일이 벌어지게 두지 않을 거야.”하준은 잠시 멈추더니 화제를 돌렸다.“그리고… 여름이가 얼마나 현명한지 알아? 침착하고 지혜롭고 강인한 사람이라고. 여름이는 정말 많은 것들을 우리보다 훨씬 더 먼저 꿰뚫어 봤어. 게다가 비즈니스 방면에서도 경험이 많아. 난 이제 엶이 말을 듣는 게 더 나은 것 같아. 전에도 봐봐, 내가 와이프 말을 안 들어서 완전히 백지안의 사기극에 속아 넘어간 거 아냐?”송영식과 이주혁은 당황했다.“너 지금 네 여친 자랑하러 왔냐?”이제는 이주혁도 참을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내 말이 틀리냐?”하준이 날카롭게 물었다.“너희가 그렇게 현명했으면 애초에 왜 다들 백지안이 그렇게 좋다고 다들 그랬냐? 나는 쓰레기를 보물인줄 알고 애지중지 했잖아. 그거 보라고, 난 옆에 현명한 사람이 한 명은 있어야 해.”하준이 이주혁을 바라보았다.“그리고 너, 내가 진작부터 말하고 싶었는데, 시아랑 결혼이라니 정신 나갔냐? 걔가 얼마나 표리부동한 앤데? 지훈이가 시아에 대해서 뭐라고 했는지 생각 안 나냐?”이주혁이 이마를 문질렀다.“내내 나랑 시아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안 하더니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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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4화

“아까 한 말 잊지 마라. 앞으로 형수님 깍듯하게 대해.”하준이 웃으며 나갔다.송영식은 울고 싶었다.‘난 환자라고, 환자! 환자에게 와서 경고나 하고 말이야!’******하준은 서둘러 화신으로 차를 몰았다.도착해 보니 여름은 로비에서 한동안 기다린 모양이었다.여름은 차에 타더니 기분이 안 좋은 듯 싸늘하게 노려보았다.“나 5분이나 기다렸어.”사실 여름이 그렇게 인내심이 없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재결합 첫 날인데 하준이 기다리게 하자 사귀자는 말을 하고 나니 더 이상 존중 받지 못한다는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내가 잘못했어. 화 내지 마.”하준이 선수 쳐서 얼른 사과했다.“주혁이네 병원에서 오는 길인데 자기도 거기 길이 얼마나 막히는지 알지?”“거긴 왜 갔는데?”여름의 얼굴이 조금 풀렸다.하준이 어색한 듯 코를 문질렀다.“그게… 비뇨기과 진찰받으러 다녀왔지.”“……”여름은 살짝 어이가 없었다. 재결합 첫날부터 비뇨기과를 쪼르르 갔었다니 무슨 심산이었는지가 너무 투명하게 보이지 않나?“그래서… 좋아졌어?“크흠, 의사가… 시간이 좀 필요하다고 하더라고.”하준이 긴장해서 여름을 바라보았다.“저기, 그런 거 너무 신경 쓰이진 않지?”“난 당신한테 그렇게 굶주리진 않았다니까.”여름이 당황한 듯 내뱉었다.민망한 듯 하준의 목소리가 작아졌다.“들어보니까 여자들은 나이가 들수록 더 원하게 된다고 하던데….”“누가 그딴 소리를 해!”여름은 귀까지 빨개지고 말았다.“그게… 전에 술자리에서 나이든 사람들이 하는 소리를 들었지.”하준이 더듬거렸다.“내가 자기들이랑 똑 같은 줄 알아? 정말 할 일들 되게 없나 봐? 그렇게 시간이 남아돌면 가서 일이나 열심히 하라고.”여름은 황당했다. 지금 이혼 생각만 해도 정신이 없는데 그런 일을 생각할 겨를이 어디 있겠는가?“아, 알겠어. 내가 잘못했네. 그리고 병원 간 김에 영식이도 보고 왔어.”하준이 얼른 잘못을 인정했다.“앞으로는 당신에게 정중하게 대하라고 경고하고 왔어. 난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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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5화

“그래도 아기에게 아빠가 있으면 좋잖아…”하준이 용기를 내서 조심스럽게 말했다.“그것도 어떤 아빠냐에 따라 다르지. 머리에 쓰레기나 잔뜩 들어있는 아빠가 뭐 애나 키우겠어? 좋기는커녕 남의 애만 망치는 꼴이 되고 말지”여름이 반대 의견을 냈다.하준은 입을 다물었다.송영식이 집으로 돌아갈 길은 아무래도 요원한 듯했다.******운전을 하고 한참을 갔다.여름은 갑자기 하준의 차가 일부러 시내를 크게 한 바퀴 도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휘 돌더니 갑자기 속도를 내서 강변의 큰 길을 달렸다.“대체 누굴 만나러 가는데 이렇게 조심스러워? 미행 따돌리는 것 같네?”“우리 여름이는 정말 너무 똑똑하단 말이야.”하준이 한창 치켜세웠다.“곧 알게 될 거야. 궁금해도 잠깐만 참아.”하준이 그렇게까지 비밀스럽게 굴자 여름은 저 묻지 않았다.50분이 지나 차는 어느 별장으로 들어갔다. 별장은 강변에 지어지지 않았지만 정원에서 산 아래로 큰 강줄기가 보였다.“집을 새로 샀어?”여름이 의아해서 물었다. 하준이 막 차에서 내릴 때 경비가 아는 사람인 듯, 그러나 매우 정중하게 대했다.“아니.”하준이 보조석으로 와서 문을 열어 여름이 내리도록 부축해 주었다.한번 쓱 둘러보기만 해도 그 별장의 가격이 어마어마할 것이라는 게 보였다.하준을 따라 별장으로 들어가자 어마어마하게 큰 테이블에 굉장히 덩치가 큰 남자가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남자는 마흔이 좀 넘은 것으로 보였는데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나이였다.콧대가 곧고 온몸에서 성숙한 남성미가 느껴졌다. 다만 얼굴 한쪽에 깊은 흉터가 있었다. 그러나 굵직한 이목구비로 미루어보면 젊었을 때 꽤나 잘생긴 얼굴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잘 생긴 게… 옆에 있는 이 남자와 좀 닮은 것도 같고?’“왔구나.”한병우의 시선이 두 사람이 맞잡은 손에 떨어지더니 싱긋 웃었다.“자, 소개할게. 이쪽은 우리 아버지셔.”하준이 여름을 데리고 가서 소개했다.“그리고 가디언 그룹의 이사장이시기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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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6화

“아주 현명하군요.”한병후가 여름을 바라보더니 갑자기 감격한 듯했다.“예전의 나보다는 훨씬 현명하니 두 사람의 결말은 나보다는 낫겠군.”‘추동현이 두려워서 20년이 훨씬 더 지나서야 겨우 돌아올 수 있었던 나와는 달라.난 추동현에게 속아서 양하가 남의 아들인줄 알았으니까.그 바람에 하준이와 양하는 친형제면서 수십 년을 서로 미워했고 이제 양하는… 이 세상에 있지도 않지.’지금 한병후가 최양하의 일을 생각하고 있으리라고 생각하니 여름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너무 자책하지 마십시오. 혼자 만의 잘못도 아닌데요.”“그렇지.”한병후가 고통스럽게 끄덕였다.“자네는 나보다는 현명하니 하준이를 그래도 빨리 정신차리게 만들었겠지. 둘이 잘 지내는 걸 보니 다행이야.”“맞습니다. 저와 여름이는 아버지와 어머니에 비하면 운이 좋은 편이죠. 우리 이런 우울한 얘기는 그만 두고 식사나 하시죠.”하준이 두 사람을 위해 상을 차렸다.그러는 동안 한병후와 여름은 사업 이야기를 조금 나누었다. 역시나 글로벌 시장에서 큰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 한병후가 가볍게 몇 마디 짚어준 것만으로도 여름에게는 크게 도움이 되었다.“여행업을 키워보겠다는 생각은 적절한 것 같군. 아직 부동산이 잘 버티고 있긴 하지만 요 몇 년 성장 속도가 좀 정체기에 들어선 것 같단 말이지. 이제 슬슬 하락하는 시장이 될 거야. 내가 Y국 여행업계 거두를 좀 아니 소개를 해주지요. 나중에 협력해서 해외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지 보자고.”한병후는 그 자리에서 바로 해외 거물들에게 연락처를 적어주었다.여름은 너무 기뻤다.“감사합니다. 정말 식견이 넓으셔서 많이 배웠습니다.”“나도 아는 거 많은데.”여름이 한병후를 보고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면서 하준이 질투했다.“그냥 여행업계 친구들 소개해 주신 거잖아. 나도 알아.”“적당히 해. 당신이랑 아버님 살아온 인생이 수십 년 차이가 나는데 수십 년의 경험이 아무것도 아니겠어?”여름이 하준을 흘겨보았다.“오늘 소개해주신 분 들 중 한 분은 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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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7화

“엄밀히 말하면 어제 저녁 11시 28분부터 시작했는데.”하준이 지적했다.여름은 할말을 잃었다.한병후는 유치한 입씨름을 하는 한 쌍을 복잡한 심정으로 바라보며 웃었다.예전에 한병후과 최란에게도 그런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너무 어려서 서로 아껴줄 줄을 몰랐다.이제 반 평생을 지나고 보니 자신은 이제 사업 말고는 아무 것도 없는 외로운 사람이 되어 있었다.“여기서 잠깐 기다리거라.”한병후가 갑자기 일어나 2층으로 올라갔다.3분 뒤 서류 봉투 하나를 들고 내려와 여름에게 넘겨주었다.열어보니 예전 하준의 본가가 있던 별장의 부동산 계약서와 열쇠 꾸러미였다.여름은 깜짝 놀랐다.“그 별장을 구매하신 미스터리의 구매자가 아버님이셨군요!”“만난 기념으로 그 별장을 선물로 주마.”한병후가 웃었다.“우리 손자 손녀 출생 선물이라고 하지.”여름이 펄쩍 뛰었다.“이렇게 귀한 것을 받을 수는 없습니다.”“여울이와 하늘이에게 주는 거네.”한병후가 손을 저었다.“받아. 애초에 FTT가 난관을 극복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해서 샀던 것이라 들어가서 살 생각도 없었는걸. 솔직히 그 집에서 난 좋은 기억도 없지만 그 집 식구들에게는 다를 거 아닌가? 특히 두 어르신에게는 남다른 의미가 있을 게야.”하준은 무슨 뜻인지 바로 알아들었다.“아버지, 그러니까….”“그 별장은 괜찮은 곳이지. 과수원도 있고 승마장도 있어서 아이들 키우기에 좋은 곳이야. 난 아이들이 그 집을 아주 좋아할 것 같구나.”한병후가 덧붙였다.“내가 가지고 있어 봐야 내내 비워 놓고, 너무 낭비야.”“하지만….”“받아, 자기야.”하준이 말했다“우리 아버지께서 우리 아이들에게 주는 선물이잖아. 어려서부터 아버지는 날 부양하지 않았어. 이제 우리 아이들에게 대신 해주고 싶으신 거야.”“그렇다.”한병후가 인정했따.“정 그러시다면… 아이들을 대신해서 감사드립니다.”여름이 이제 더는 거절하지 않았다.******밤 9시. 두 사람은 별장을 떠났다.뒤에서 한병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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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8화

여름은 탄식했다.최란의 잘못은 정말 너무나 컸다.결혼을 했으면 추동현과 거리를 두었어야 하는데, 추동현과 얽히는 바람에 한병후와 사이에 계속해서 오해가 쌓인 것이다.부부 사이란 서로 너무 신경을 쓰다 보면 믿음이 약해지는 경우도 있는 법이다.하준과 여름의 사이도 그렇지 않았던가.그러나 최란-한병후 커플과 달랐던 점이라면 하준이 백지안과 관계를 가지거나 아이를 만들지 않았고 결혼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여름도 재결함 같은 것은 꿈도 꾸지 않았을 것이다.“어머님도 양하 씨가 아버님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여름이 물었다.하준이 고개를 저었다.“정확하게 말씀 드리지는 않았어. 너무 충격 받으실 것 같아서.”추동현 같은 인간 쓰레기와 결혼했다는 것보다 당시 생겼던 아이가 추동현의 아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정확하게 알게 되면 최란은 너무나 큰 충격을 받게 될 것이다.“하긴, 어차피 이제는 세상에 없는 사람이기도 하고 그런 사실을 하시게 되면 너무나 견디기 힘드시겠지?”여름은 최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았다.“나라면 추동현을 잡고 너 죽고 나 죽자하면서 덤빌 것 같아. 추동현을 위해 그 많은 일을 해주셨는데 완전 우스개거리가 되어 버렸잖아.”“그러니 그 일은 부디 비밀로 해줘.”하준이 부드럽게 여름의 손을 잡았다.“자기야, 사실 난 그나마 행운아라고 생각해. 아버지 말씀이 맞아. 당신이 현명해서 내가 결혼하는 걸 막아 준 거야. 내가 쉰, 예순이 되어서야 진상을 알게 되었다면 난 견딜 수 없었을 것 같아.”“착각하지 마. 당신을 말리려던 게 아니라 백지안이 뜻대로 사태가 흘러가는 걸 막으려고 했던 것 뿐이니까.”여름이 하준을 흘겨보았다.“그러면서 당신 여자가 바람 났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충격 받을 당신의 꼴이 보고 싶었던 거라고.”“요, 요… 못된…!”하준이 여름의 손바닥을 꾹 꼬집었다. 얼굴에는 쓸쓸한 기색이 있었다.“그때 당신 질투 같은 건 안 했어?”“전혀.”여름이 단호하게 말했다.“당신이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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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9화

억지 웃음을 지어 보이는 하준을 보니 더는 충격을 주기가 미안했다.“자기야, 우리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자고 했잖아? 오늘 본가로 돌아가서…”“아버지 집으로 데려다 줘.”여름이 말을 끊었다.“아직 이혼도 안 했는데 매일 당신 본가에서 자는 건 좀 아닌 것 같아. 그리고 당신이랑 난 부부 사이도 아니라고.”하준은 아무 말도 안 했다. 잠시 수 겨우 입을 열었다.“그럼 나 당신이랑 같이 아버님 댁으로 들어갈래.”“왜? 우리 아버지한테 맞아서 다리 몽둥이 부러지고 싶어?”서경주의 성질이라면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일이었다.“우리 아버지가 양유진을 싫어하시지만 그렇다고 당신을 예쁘게 보시는 것도 아니거든.”“그러면…우리는 대체 언제 같이 자?”하준의 답답한 마음이 말투에 그대로 묻어났다.여름은 직설적인 하준의 질문에 얼굴이 달아올랐다.“최하준, 연애도 그만 하고 싶어? 어젯밤부터 사귀기로 했는데 다음 날 바로 같이 자자고? 미안하지만 난 그 속도 못 따라가. 마음에 안 들면 상대를 바꿔서…”“아아, 내가 잘못했어. 자기야. 다시는 말 함부로 하지 않을게.”하준이 얼른 말을 주워담았다.“당신이랑 헤어지는 게 싫어서 그래. 혼자 있으면 당신이 보고 싶어서 죽을 것 같단 말이야.”두 사람 밖에 없는 공간에서 하준은 끊임없이 애정의 말을 뱉어냈다.여름이 아무리 침착해도 얼굴이 자꾸 화끈거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주의력을 돌릴 요량으로 여름은 영상을 틀었다. 마침 뭔가 예능 프로그램을 하고 있었다.-이어서 개봉을 앞둔 구찬수 감독의 ‘경화’를 살펴보겠습니다. 구 감독에 대해서는 다들 잘 아시니 간단하게 말씀 드리고 넘어가겠습니다. 전작들은 이미 천만 관객을 수 차례 넘겼고, 영화제 수상도 휩쓸었었죠.그래서 여배우들이 구 감독의 작품에 앞 다투어 출연하고 싶어하죠. 이번 경화의 여주인 배역에는 아마도 시아나 여배우인 원연수 씨 정도가 물망에 오르고 있다고 합니다.시아의 이름이 나오자 여름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지난번에 여름과 한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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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0화

“누군데?”하준이 운전하면서 여름의 휴대전화를 흘끗 넘겨보았다. 여름이 눈도 깜빡하지 않고 누군가의 사진을 들여다 보니 저도 모르게 긴장이 되었다.“저기… 요즘은 여배우 덕질 시작했어?”그렇게 묻고 나서 하준은 속으로 생각했다.‘뭐, 그래도 남돌 덕질보다야 여배우 덕질이 나은가?’“여자 배우 원연수”여름이 말했다.“시아랑 주연 자리를 놓고 다툴 수 있을 정도 능력이 되나 보고 싶어서.”하준은 심란한 얼굴로 여름을 흘끗 보더니 결국 솔직하게 말했다.“아까 그 뉴스에서 말하던 그 작품 여주 말이지? 십중팔구 안 될걸.”여름이 짜증스럽게 하준을 노려보았다.“그렇게 쳐다보지 마.”하준이 변명했다.“아직 잘 모르나 본데. 주민 그룹이 연예계에서 얼마나 입김이 센데. 우리 나라에서 제일 큰 영화사 대주주가 다 주혁이라고. 주혁이 말 한 마디면 아무리 잘난 감독이라도 감히 대들지 못 해. 연예계에서 그냥 매장이거든.”“알만 하네.”여름이 싸늘하게 웃었다.“시아가 그렇게 거지 같은 연기력을 가지고도 작년에 여우주연상도 받고, 내 노래를 표절 의혹을 받고고 데뷔하더라니. 이주혁 씨가 날 도와준 건 고맙지만 대체 뭘 보고 그렇게 표리부동하고 허영심 많고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애한테 빠졌는지 모르겠다.”“……”하준은 난처한 듯 코를 문질렀다.“우리가 친구이긴 하지만 주혁이가 누구랑 결혼할지는 내 소관이 아니라서.”여름도 그렇게 생각했다.이주혁과 송영식은 다르다. 이주혁 같은 타입은 좀처람 자신을 드러내지 않아서 생각을 종잡을 수가 없다.원래는 하준을 시켜서 이주혁이 시아에에게 너무 빠져즐지 못하게 해달라고 말하려고 했다.그러나 가만 생각해 보니 시아는 이주혁과 결혼할 사이니 나중에 시아의 이간질에 순식간에 하준과 이주혁의 사이가 벌어질 수도 있겠다는데 생각이 미쳤다.그래서 그만 두기로 했다.물론 시아는 가능한 여름의 눈에 띄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다. 그랬다가는 아무리 이주혁이 보호해 준대도 여름은 거침없이 시아의 정체를 까발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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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1화

이주혁이 평소에는 하얀 가운을 입고 있으니 그저 말라 보이지만 탈의 후에는 이렇게 완벽하게 탄탄한 몸매가 드러난다.시아의 눈에 미련이 가득했다.“내가 씻어줄게요. 피곤할 테니까 시중들게 해줘요.”그 말을 들은 이주혁은 걸음을 멈추더니 비웃음을 띠고 돌아보았다.“너… 뭘 너무 많이 바라는 거 아니야?”시아의 얼굴이 굳어졌다.이주혁은 완전히 돌아서서 시아에게 다가가 턱을 움켜잡았다.“네가 나하고 결혼하고 싶다고 했을 때 그러라고 했어. 그랬더니 넌 곧 이주혁의 예비 아내로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게 되었지 그런데도 넌 만족을 할 줄 모르고 이제는 내 마음을 사려고 해”시아는 주혁의 조각상 같은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난 정말 주혁 씨를 사랑해요. 당신을 위해서라면 난 모든 것을….”“아아, 그래? 그런데 왜 나는 내내 내가 널 위해서 길을 깔아준다는 느낌이 들까?”이주혁이 얇은 입술로 웃었다.“내가 아니면 넌 그저 남의 곡이나 표절하는 삼류 가수일 뿐이야. 내가 널 보컬 여왕으로 끌어올려 줬지. 게다가 넌 그 저열한 연기로 연기 대상까지 받았어. 그걸로도 부족해서 이제는 내 사랑까지 얻겠다고?”시아는 이주혁의 말에 얼굴이 창백해졌다.“그래, 나의 오늘은 당신이 만들어 줬다는 건 인정해요. 하지만 앞으로 난 내 모든 사랑을 주혁 씨에게 바칠 거야. 몸으로도 당신의 모든 요구를 맞출게요. 침대에서 주혁 씨가 하라는 대로 다 하고 원한다면 아이도….”“하!”시아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이주혁이 웃었다.바닥을 알 수 없는 주혁의 눈이 차갑게 빛났다.“정말 아주 탐욕스러운 여자구나.그렇게 말을 해도 못 알아들어?”이주혁이 시아의 턱을 탁 놓았다.시아는 어쩔 줄 몰라 하며 상처받은 얼굴로 이주혁을 바라보았다. 이주혁은 이런 타입은 질리도록 보아왔기 때문에 꿈쩍도 하지 않았다.“나한테 그딴 소리를 한 게 네가 처음인 줄 아나? 많아. 많아도 너무 많다고. 그런 여자들중에는 너보다 예쁜 애도 있었고 잠자리 기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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