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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Chapter 1281 - Chapter 1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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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2화

남자가 뭐라고 했는지 백지안이 까르르 웃음을 터트렸다.그러더니 고개까지 숙여 백지안을 끌어당기더니 진하게 입을 맞추었다.송영식은 멍하니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머릿속에서 천둥번개가 치는 듯했다.믿을 수 없었다. 자신이 그토록 오래 바라만 보고 사랑해 왔던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천박해 보이는 인간과 입술을 맞대고 있을 수 있단 말인가?‘지안이는… 내 여자 친구잖아?오늘 야간 진료가 있다고 하지 않았나?왜 이렇게 되는 건데?’이주혁이 송영식의 시선을 따라가더니 즉시 후다닥 다가가 닫히려는 엘리베이터를 잡았다.남자에게 안겨서 키스를 받던 백지안은 이주혁을 보더니 냅다 비명을 지르며 남자를 밀어냈다.“지안아….”송영식이 주춤주춤 다가섰다. 다리는 힘이 다 풀리고 놀라고, 망연하고, 두렵고, 분노에 찬 눈을 했다.“왜, 왜 날 속였어? 지안아, 저 남자랑 무슨 사이야?”송영식은 다짜고짜 그 남자의 멱살을 잡더니 주먹을 치켜들자 백지안이 튀어나와 송영식의 팔을 와락 잡았다.“그러지 마.”송영식은 움찔했다.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지안아, 내가 알던 그 지안이 맞니?”“이런 젠장, 감히 내게 손을 대려고? 꺼져!”퉁퉁한 남자가 송영식을 와락 밀치며 노기를 띤 소리로 외쳤다.“내가 누군지 알아? 죽고 싶어?”“죽고 싶은 건 네 놈이겠지?”송영식이 흥분해서 외쳤다. 두 눈에서 사람을 죽일 수도 있을 듯한 분노가 쏟아져 나왔다.그러나 이번에는 이주혁이 막아섰다.“진정해. 이 분은 화건 인베스트의 원승탁 사장이셔.”송영식은 움찔했다. 분노한 나머지 아무 생각이 없이 마구 덤벼들었는데 화건 인베스트라고 하니 뭔가 낯익은 느낌이었다. 전에 무슨 비즈니스 서밋에서 만난 적이 있는 사람이었다.“역시 닥터 리가 보는 눈이 있군.”원승탁이 차가운 눈으로 송영식을 노려보더니 대뜸 소리쳤다.“집안에서도 내쳐진 주제에 날 건드리기라도 했다가는 뼈도 못 추릴걸.”“좋아, 일단 반 죽여 놓고 내 뼈를 추리는지 못 추리는지 보지.”송영식은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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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3화

“어쨌든 난 이제 도저히 도무지 쓸모도 없는 널 참을 수가 없어. 하준이가 내 돈을 빼앗아 가려고 했는데 너는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았잖아? 정말 쓸모가 하나도 없다니까.”백지안은 혐오스럽다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넌 이제 나에게 안 어울려. 이렇게까지 안 하려고 사람이 그렇게 피했으면 대충 눈치를 챌 줄 알았더니…. 앞으로는 연락하지 마.”“알겠나?”원승탁이 비웃었다.“인간이 적당히 눈치가 있어야지. 꺼져.”그러더니 힘껏 송영식을 밀어냈다.송영식은 망연자실해서 백지안을 바라보았다. 완전히 영혼이 빠져나간 얼굴이었다.‘내가 그렇게 조심스럽게 사랑했던 지안이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이주혁은 싸늘하게 백지안을 바라보았다.“너 저 사람 이혼해서 딸까지 있는 거 알고는 있지?”이주혁의 눈빛을 마주한 백지안은 몸이 부르르 떨렸지만 그래도 배짱을 튕겼다.“알아. 하지만 지금 내 형편에 멀쩡한 재벌집에 들어갈 수 있겠어? 그렇다고 영식이처럼 아무 것도 없는 사람이랑 만나긴 싫거든. 힘도 있고 지위도 있는 원 대표가 지금 나에게는 딱 맞아.”“뭐, 네가 알아서 하겠지. 다만 후회된다고 다시는 영식이에게 돌아오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이주혁이 엘리베이터 문을 놓았다. 엘리베이터가 닫히고 두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아니야, 지안이가 이럴 리가 없어.”송영식이 정신을 차리고는 쫓아가려고 비틀비틀 다가갔지만 이주혁이 와락 팔을 잡아챘다.“영식아, 정신차려!”이주혁이 낮지만 싸늘한 목소리로 말렸다.“네가 인마, 쿠베라 아들인데 여자 하나 때문에 이렇게 자존심까지 다 버릴 일이야?”송영식은 이주혁의 말에 움찔했다.멍하니 엘리베이터 문을 바라보는데 가장 소중한 보물이라도 잃어버린 어린애처럼 고통에 빠져 있었다.이주혁이 담담히 말을 이었다.“내가 말했었잖아. 쟤 보통 아니라고. 하준이가 왜 결국에는 쟤 손을 놓았겠냐? 지안이의 바닥을 봤기 때문이야. 저렇게 돈과 권력에 집착하는 애가 아니라면 왜 그렇게 소송까지 불사하면서 하준이랑 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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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4화

“가자, 오늘은 내가 밤새 같이 마셔줄게.”이주혁이 송영식의 어깨를 두드렸다.의외로 송영식은 고개를 저었다.이주혁은 굳이 잡지 않았다. 백지안에 대한 송영식의 마음이 매우 깊어서 단번에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나중에 백지안이 다시 와서 들러붙으면 송영식은 결국 넘어가고 말 것이다.송영식이 영혼 털린 얼굴로 어디론가 가버리자 이주혁은 하준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준은 이야기를 듣더니 잠시 침묵했다.“결국 영식이는 집으로 들어갈 거고, 사업이 궤도에 오르면 백지안은 돌아올 텐데.”이주혁은 흠칫했다.“영식이가 그렇게까지 바보는 아니겠지. 이런 일이 있었는데 백지안이 어떤 인간인지도 모른다면 진짜 그때는 나도 뭐라고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정말 제대로 정신차렸기만 바라야지.”유경험자답게 하준이 진심을 토로했다.“아 참, 이번에 양유진 건은 정말 고맙다.”하준이 웃었다.“내가 여기저기 병원에 말을 넣어 놓기는 했지만 아마 효과는 일시적일 거야. 양유진이 추신에 도와달라고 청하면 이번 위기는 넘을 수 있을 거야.”이주혁은 양유진을 결코 얕보지 않았다.“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했어. 한 술 밥에 배 부르겠어?”******한편 송영식은 혼자 나오기는 했지만 어디로 가야할 지 알 수 없었다.혼자서 차를 몰고 한참 가다가 백지안이 출근하는 곳에 도착했다.송영식은 그대로 차에서 밤을 샜다. 아침 10시가 되자 백지안이 고급 외제차에서 내렸다.백지안이 내리면서 허리를 숙여 원승탁에게 키스를 하니 원 승탁이 껄껄 웃는 모습이 보였다.그 장면을 노려보던 송영식은 눈에 온통 핏발이 섰다.외제차가 사라지자 내려서 절망적인 눈으로 백지안을 바라보았다.“어젯밤에 내내 저 인간이랑 같이 있었던 거야?”“당연하지?”백지안이 상대하기도 귀찮다는 듯 머리를 쓸어 넘겼다.“어제 우리 둘이 같이 방으로 올라가는 거 못 봤어?”“지안아, 왜… 이렇게 됐니?”밤새 아무리 생각해 봐도 지금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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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5화

그 순간 송영식의 마음은 완전히 싸늘하게 얼어버렸다.어린 소년의 짝사랑을 마음에 품고 십 수년을 기다려 왔다.그런데 결국 자신이 사랑했던 것이 이렇게 지독한 사람이었다니.인생이 전부 우스워졌다.며칠 동안 송영식은 아무 데도 가지 않았다. 회사도 가지 않고 집 밖으로 나가지도 않았다. 가만히 누워서 먹지도 마시지도 않았다.사흘을 멍하니 있다가 본가로 찾아가 현관에 무릎을 꿇었다.밤 9시가 되자 폭우가 쏟아졌다.송영식의 본가 거실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었지만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어찌나 조용한지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 지경이었다.“아버님….”전유미가 걱정스러운 듯 송우재를 바라보았다.“내가 뱉은 말을 주워담으란 말이냐?”송우재가 노려보았다.“그런 말씀이 아니라…”전유미가 한숨을 쉬었다.“어쨌거나 저희 자식 아닙니까? 주혁이 말을 들어보니 며칠 째 애가 아무 것도 안 먹었대요. 낮에야 해가 나서 괜찮았지만 지금은 비가 오니 오래 못 버틸 것 같습니다.”“못 버티면 그만 둬야지! 당장 돌아 가라고 해!”송우재가 벌떡 일어서더니 계단까지 툴툴 거리며 걸어가서 갑자기 외쳤다.“내일 아침까지 꿇어 앉아 있는지 보겠다.”“네.”그렇게 다들 각자 방으로 돌아갔다.전유미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다음 날 아침까지도 송영식은 여전히 대문 앞에 꿇어앉아 있었다. 송영식은 하루 밤낮을 꼬박 꿇어앉아 있었던 데다 며칠 동안 아무 것도 먹지 못해서 얼굴이 종이처럼 하얗게 떴다. 불러 들어가는데 다리가 휘청거릴 지경이었다.그래도 죽을 힘을 다해 버텼다. 들어가자 붉어진 눈시울로 송우재 앞에 꿇어 앉았다.“할아버지,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 사람을 제대로 못 알아보고 어리석은 짓을 저질렀습니다. 죄송합니다.”송우재는 느긋하게 국을 떠 마시며 말했다.“윤서 올 때까지 그대로 꿇어 앉아 있거라.”송영식은 움찔했다.송윤구가 고개를 끄덕였다.“이제 윤서도 우리 식구니까요. 일단 식구가 다 모여야 이야기를 하지 싶어서 정환이를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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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6화

“왔구나. 아침 좀 들어라.”송우재가 벙글벙글 웃으며 손짓했다.“지난 번에 보니까 양 세프가 한 미역국을 잘 먹더구나. 내가 방금 새로 내오라고 했다. 아주 뜨끈뜨끈하단다.”“고맙습니다, 할아버지.”윤서는 당당하게 자리를 잡고 앉아 수저를 들고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미역국을 먹었다.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송영식은 더욱 비참한 기분이 들었다.막 태어났을 때부터 집안에서는 송영식을 물고 빨고 아껴주었다. 마치 무슨 인기 아이돌마냥 식구들마다 예뻐서 어쩔 줄을 몰랐었다.‘그런데 지금은…, 뭐 다 내가 자초한 짓이지.’“할아버지…”송영식이 작은 소리로 불렀다.송우재는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 윤서에게 말을 건넸다.“얘야, 쟤가 왜 와서 저러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니? 쟤가 말이다, 며칠 전에 백지안이에게 차였다더구나.”“아아, 어쩐지….”윤서가 밥을 먹으며 알겠다는 듯 맞장구쳤다.“그러게나 말이다. 어쩐지 갑자기 집에 왔다 싶었지.”송우재가 갑자기 또 웃었다.“우리 집이 무슨 호텔인 줄 아나? 들어오고 싶으면 들어오고, 나가고 싶으면 때려치우고. 하고 싶으면 하고 말고 싶으면 말고 말이야. 어쨌거나 우리 아무리 빌고 마음을 써도 저 녀석이 집으로 들어오긴 할 게다.”송영식은 할아버지의 비아냥에 고개가 푹 떨어졌다.“할아버지께서 집에 못 들어오게 하셔도 상관없습니다. 그저 제가 이전에 저지른 잘못을 사과 드리고 싶었습니다. 제가 눈이 멀었었나 봅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전유미가 한숨을 쉬었다.송우재의 분위기는 사뭇 싸늘했다.“백지안이가 헤어지자고 안 했으면 네 녀석이 정신을 차렸겠느냐? 그 물건을 위해서 평생을 우리와 마섰을걸?”“죄송합니다….”송영식은 귀까지 빨개져서 그저 그 한 마디를 할 뿐이었다.송윤구가 결국 입을 열었다.“나와 네 할아버지가 너보다 인생을 살아도 한참을 더 살았다. 그런데도 너는 우리가 백지안을 모함한다고 생각했지? 이 나이에 우리가 뭘 얻겠다고 그런 물건을 모함하겠니? 우리가 지금까지 지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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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7화

“누나 차도 안 가져왔잖아. 내가 데려다 줄게.” 송정환이 따라 나갔다.전유미는 감정적이 되어 중얼거렸다.“정환이랑 윤서가 아주 사이가 좋네.”“그렇네요.”송태구가 끄덕였다. “윤서가 임신만 안 했어도….”송영식을 흘끗 쳐다보더니 아쉽다는 듯 말을ㅇ ㅣ었다.“이해가 안 된단 말입니다. 저렇게 멀쩡한 애를 두고 그런 애한테 빠지다니….”“삼촌….”송영식은 억울했다. 예전에는 우리 집안에서 제일 준수한 아들이라고 그렇게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모든 식구들이 임윤서만 바라보고 있었다.“네 삼촌 말이 맞다.”송우재가 냉정하게 말했다.“우리 집안은 엄격한 규율이 있는 집이다. 다시 우리 집안으로 돌아오고 싶다면 회초리를 맞을 각오를 하거라.”송영식이 부르를 몸을 떨었다.회초리 이야기는 예전에 들어본 적이 있다. 하루를 불려서 낭창해진 회초리에 소금을 발라 뒤로 갈수록 고통스럽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보통은 반주검이 되어야 끝난다고 했다.과연 지금까지 고생이라고는 해본 적이 없는 송영식이 견딜 수 있을지….“돌아올지 말지는 네가 선택하도록 해라.”송우재가 담담히 말을 이었다.“물론 이건 제1관문일 뿐이다.”“제1관문이라니…. 그, 그러면 2차 관문도 있습니까?”송영식이 더듬거리며 물었다.“당연히 있지. 윤서와 결혼해야 한다.”송우재가 갑자기 한숨을 쉬었다.“어쩔 수 없다. 우리는 예로부터 한 번 뱉은 말을 주워담는 집안이 아니다. 널 집안에서 내쳤는데 다시 들어오라고 하면 무슨 꼴이 되겠느냐? 집안 아이들에게는 우리 어른들의 위신도 안 서고. 그러니 그냥은 못 들어온다. 윤서랑 결혼을 한다면 윤서가 우리 수양딸이니 너는 사위 자격으로 우리 집에 들어오게 되는 셈이다. 그러면 대의명분도 서고 좋지.”송영식은 그대로 몸이 굳어져 버렸다.‘이게 뭐야? 그러니까 나는 다시 돌아올 수가 없고, 송씨 가문의 수양딸이랑 결혼해서 사위 자격으로 받아주시겠다고?’위풍당당한 송씨 집안의 송영식이 어쩌다가 이 지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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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8화

“생각 잘 하도록. 만약 윤서의 마음을 얻는 데 실패한다면 회초리를 맞는 것도 전혀 소용이 없는 짓이다.”송우재가 경고했다.“아, 그리고 협박이라든지 다른 비열한 방법을 써서 억지로 대답을 얻어내서는 안 된다. 온전히 윤서의 마음을 그대로 얻어내야 한다.”송영식은 울컥했다.회초리로 끝나는 게 아니라 회초리는 그저 윤서의 마음을 얻을 기회일 뿐이라니….자신이 한 때 결혼하지 않겠다던 상대가 이제는 함부로 올려다 보기도 어려운 존재라고 대놓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할아버지, 체면이 중요하세요, 손자가 중요하세요?”송영식은 울고 싶었다.송우재가 담담히 송우재를 바라보았다.“당연히 체면이 중요하지. 손자야 내가 저렇게 손자가 많은데 아쉬울 거 없지만 체면은 잃으면 다시는 되찾을 수 없다.”“……”송영식은 크게 충격 받았다.잠깐 집에서 떠나 있었다고 이런 취급을 받을 줄이야.결국 송영식은 마음의 방으로 끌려갔다.송영식은 회초리를 맞다가 기절했다. 가족들은 구급차를 불러 주민 그룹 계열의 병원으로 이송했다.이주혁은 엉덩이에 난리가 난 송영식을 보고는 동생인 신홍에게 물었다.“그래, 집에서 어른들이 영식이를 받아주신대?”송신홍이 싱글 싱글 웃으며 답했다.“아뇨. 윤서 누님에게 연애를 걸어서 결혼해서 사위로 들어올 기회를 주신대요.”“……”‘그러니까 윤서랑 결혼 못하면 아무 소용 없다는 말이잖아.’******윤서는 송영식이 백지안에게 차이고 회초리까지 맞았다는 소식에 기분이 좋아여서 바로 여름에게 전화했다.“저녁에 갯가재 파티하자!”“그래.”여름은 단번에 대답했다. 요즘은 일이 많아서 윤서랑 제대로 앉아서 놀아본 적이 없었다.일부러 일찍 퇴근하면서 윤서가 좋아하는 갯가재를 잔뜩 사서 돌아가던 길에 하준에게 전화를 받았다.“밤에 우리집에서 여울이랑 하늘이랑 저녁…”“아주 툭하면 애들 핑계라니까.”하준의 뜻을 단번에 간파했다.하준이 부루퉁해서 응했다.“윤서 씨랑 놀 시간은 있으면서 애들이랑 놀 시간은 없다니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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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9화

“10kg!”여름이 씩 웃었다. 윤서는 사뭇 감동한 얼굴로 여름을 꼭 껴안았다.요즘 매일 미역국에 임산부에게 좋다는 건강한 음식만 먹느라 아주 그냥 입이 심심했다고 일부러 이렇게 많이 샀구나.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10kg은 좀 오버 아니니?”여름의 입꼬리가 올라갔다.“저기요, 무슨 임산부가 갯가재를 그렇게 많이 먹으려고 그래? 끽해야 네가 한 20마리나 먹겠지. 좀 많이 쪄서 여울이랑 하늘이에게도 좀 보낼 거고… 최하준도 올 거거든.”“야, 왜 최하준을 부르고 그래?”윤서가 마뜩찮은 얼굴을 했다.“내가 지금 싱글 맘이라고 약올리는 것도 아니고.”“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와서 갯가재 씻으라고 시킬 거거든.”여름이 뻘이 시커멓게 붙은 갯가재 배를 보여주었다.“으웩, 좀 씻어달라고 하지 그랬어?”윤서가 말하다 말고 묘한 시선으로 여름을 보았다.“설마… 일부러 그런 건 아니지?”“큭큭, 자기가 먼저 와서 씻어준다잖아. 그냥 실컷 씻으라고 하게.”여름이 사악한 웃음을 지었다.“감히 나하고 친하게 지내려고? 내가 그렇게 쉬운 상대인 줄 알아?”“쉽지 않지. 그래도 기회는 주는 거네.”윤서가 은근한 눈빛을 보냈다.“쿨럭, 쿨럭! 아니, 그 인간이 너무 껌딱지처럼 달라붙어서 떨어지질 않는데 그럼 어떡하냐. 부려먹기라도 해야지.”여름이 입을 비죽거렸다.윤서고 입꼬리를 올리고 웃으면 별말을 하지 않았다.10분쯤 지나자 하준이 왔다.여름은 문을 열어주더니 하준을 주방으로 데리고 가서 두 대야 가득 펄떡거리는 갯가재를 보여주었다.하준은 어안이 벙벙했다.“빨랑 씻어. 늦었어. 7시 전에 찔 거야. 수염 너무 긴 건 떼어내고 관절 사이사이 깨끗이 씻어.”여름은 하준이 제대로 못 알아들었을까 봐 한 마리 들어서 직접 시범을 보여주고 솔을 하준의 손에 쥐여주고 떠났다.“……”하준은 솔을 들고 망연한 채 갯가재 대야 앞에 한참을 서 있었다.도저히 이 현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세상 무서울 것이 없는 하준이었지만 두 대야 가득한 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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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0화

‘잠깐만!갯자재?’송영식은 엉덩이의 아픔을 꾹 참고 고개를 쳐들었다.“주혁아!!! 다시 영상 걸어줘 봐. 임윤서 임신했는데 갯가재 같은 거 먹어도 되는 거야? 잘못해서 애라도 잘못 되면 어떡해?”이주혁은 어이가 없었다.“전에는 애 필요 없다고 수술하겠다고 난리더니, 애가 너랑 무슨 상관이야?”“……”송영식은 입을 꾹 다물었다가 잠시 후 얼굴이 빨갛게 된 채로 느릿느릿 입을 열었다.“하지만 임윤서 배 속의 아이가 내 아이인 건 사실이잖아.”“네가 네 손으로 그 아이를 다른 세상으로 보내려고 했던 것도 사실이라는 걸 잊지 마라.”이주혁이 무덤덤하게 답했다.“남 일에 신경 끄라니까.”“야!”송영식이 울컥해서 목청을 높였다. 그러나 목청을 높이려다 몸에 무리가 오면서 순간 기절할 뻔했다.정신을 가다듬고 한참 만에야 간신히 입을 열었다.“네가 나한테 그런 소리할 자격이나 있냐? 하루가 멀다 하고 여친을 바꾼 주제에. 너 때문에 상처받은 애들이 한둘이야?”“착각하지 마셔. 난 사랑하는 여자랑은 놀지 않아.”이주혁이 냉정하게 송영식을 쳐다보았다.“내가 같이 놀던 애들은 대부분 내 돈을 노린 애들이었으니까 서로 그냥 잘 즐긴 거지. 바보들이나 그런 애들이랑 진심으로 연애하는 거라고.”“젠장, 그래. 어디 너는 사랑에 안 빠지나 두고 보자. 나중에 십중팔구 나와 하준이의 고통을 네가 느끼고야 말거다.”송영식이 힘없이 이주혁을 바라보았다.“다시 하준이한테 영상 좀 걸어줘. 윤서한테 갯가재 너무 많이 먹이지 말라고 해. 정 먹어야겠다면 2~3마리만 먹으라고. 그리고, 아주 깨~끗이 씻으라고 해줘.”“나참, 나더러 하준이 욕받이 하라는 거냐?”이주혁이 그냥 나가려고 했다.“어쨌거나 상태 괜찮은가 보러 왔는데 완전히 아무 문제 없어 보이니까 난 간다.”“야, 내가 어딜 봐서 괜찮냐? 아파 죽는 거 안 보여? 아, 가지 말라고!”송영식은 비명을 질러댔지만 이주혁은 냉정한 뒷모습만 남기고 나가버렸다.송영식은 답답해서 한숨만 쉬었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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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1화

질려?”하준이 하준이 웃었다.“얼굴만 잘 생기고 내실이 없는 아이돌이야 오래 보면 질리겠지.”그러니까 자신은 다르다, 내실이 꽉 차있다 그런 뜻이었다.여름이 웃었다.“백지안 따위에게 홀리는 남자가 퍽이나 내실있네.”“……”윤서는 굳어진 하준의 얼굴을 보고는 풉하고 뿜고 말았다.“웃지 말라고요.”하준이 가만히 윤서를 쳐다보았다.“최소한 나는 정신이나 차렸지, 당신 배 속의 아이 아파는 정신도 못 차리고 있다가 버림 받은 다음에나 정신을 차렸는데, 뭘.”“……”윤서는 이제 웃음이 쏙 들어 가서 하준을 노려보았다. “무슨 소리예요? 내가 백지안도 못 이긴다, 그런 말인가요? 그게 내 책임이에요? 멍청이 같은 남자들이 백여시인 진짜 괜찮은 사람인지도 구분 못해놓고는.”“에헤이, 이제 그만. 난 가서 가재 쪄올게.”여름이 참지 못하고 일어섰다.“자기야, 내가 도와줄게.”하준이 쪼르르 따라 나섰다.역시 임신한 사람은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되겠다 싶었던 것이다.주방에 들어간 여름은 예상보다 훨씬 깨끗이 씻어 놓은 갯가재를 보고 사실 좀 놀랐다.“자기야, 이제 뭐 할까? 마늘 까야 해?”하준이 성실하게 물었다.“됐어. 내가 깐 거 사놨어. 가서 생강이나 좀 씻어줘.”여름이 답했다.여름은 냄비를 헹구다가 생강을 씻는 하준의 손을 무심코 보게 되었다. 손가락에 찔린 상처가 숱하게 많고 더구나 검지에는 길게 베인 상처까지 있었다.상처가 눈에 띄자 여름은 얼른 못 본 체했다.생강을 다 씻은 하준은 여름이 맛술 병을 잡고 씨름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얼른 가져갔다.“뭐 해? 이렇게 힘 쓰는 일은 날 시키면 되지.”하준은 금방 병을 따서 건넸다.여름이 가만히 생각해 보니 오늘 하준을 부른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갯가재를 찌는 동안 하준은 옆에서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됐어. 이제 여기서 자꾸 얼쩡거리지 말고 나가.”하준이 너무 빤히 바라보고 있으니 여름은 불편했다.“나가서 뭐 해? 난 임윤서랑 친하지도 않은데. 할 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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