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331 - 챕터 1340

1699 챕터

1332화

여름이 어색하게 머리를 쓸어 넘겼다.“윤서 말은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 실은… 아까 그것도 난 좋았어.”당장 가서 윤서의 입을 그냥 꿰매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그렇게 좋았어?”하준이 고개를 들었다. 깊은 눈에는 웃음기가 어려있었다.여름은 그제서야 자신이 당했다는 것을 깨닫고 하준을 노려보았다.“아, 몰라!”“에이, 그러지 말고.”하준이 얼른 여름의 허리를 껴안고는 실망 듯 말을 이었다.“윤서 씨 말도 틀리진 않지. 내가 계속 이렇게 안 된다고 하면 날 떠날 거야?”여름이 정색했다.“최하준, 내가 당신을 떠난다면 이 일과는 무관할 거야. 그게 그렇게 신경 쓰였다면 애초에 자기랑 재결합 안 했어.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몰라. 당신이 그렇게 달콤한 말을 해왔어도 결국 우리가 헤어졌던 것처럼 말이야. 난 이제 미래는 믿지 않아. 그냥 지금을 소중히 생각하기로 했어.”그 말을 들은 하준은 한참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알겠어. 역시나 나에 대해서 불안한가 보다. 괜찮아. 내가 지금부터 죽을 때까지 평생을 두고 내 사랑을 증명해 보일게.”그러더니 여름의 귀에 대고 나지막이 속삭였다.“하지만… 최선을 다해서 치료해 볼게. 아무래도 자기한테는… 그게 중요한 것 같거든.”“……”여름이 몸을 틀었다. 얼굴이 화끈화끈 달아올랐다.‘조만간 최하준 때문에 내가 미쳐버릴지도 몰라.’“내일이 백지안이랑 2차 공판이야. 이번에는 당신도 보러 올래?”하준이 웃으며 물었다.“내일은 바쁜데….”“보러 와. 우리 재결합 후 첫 재판에서 백지안이 지는 거 보고 싶지 않아? 그리고 법정에서 난 아주 멋지다고.”하준이 막무가내로 졸라댔다.여름은 결국 보러 가겠다고 답하고 말았다.******다음 날, 여름이 하준의 재판을 보러 가겠다고 하자 윤서가 비관론을 펼쳤다.“하지만 지금 명백히 백지안 쪽 분위기가 더 좋지 않니? 이번에는 최하준이 질걸? 가서 위로해 주게?”“아니. 이번에도 반드시 이길 거야.”여름이 곧 반격했다.“어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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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3화

“알아.”윤서가 웅얼거렸다.“송영식도 올 거 아냐? 송영식이 그렇게 좋아 죽는 백지안은 엄청나게 차려 입고 나올 텐데 난 괜히 늘어진 모습 보여줘서 그 인간에게 무시당할 건덕지를 주고 싶지 않단 말이야.”“쓸 데 없는 소리. 송영식은 지금 입원했거든.”“그건 모르지. 그 인간이 백지안을 오죽 좋아하냐? 거의 다 됐어. 얼른 하고 내려갈게, 끊어.”“빨리 해….”여름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전화가 끊겼다.다시 10분을 더 기다린 다음에야 윤서가 내려왔다. 윤서는 정말 영리하게 차려 입었다. 숱 많은 긴 머리는 뒤로 늘어뜨리고 시원스러운 라인을 자랑하는 얼굴은 거의 메이크업을 한 흔적이 없어 완전히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드러내면서 입술에 빨간 립스틱을 발라 생기를 더해주었다.청원피스에는 갈색 가죽 벨트를 매치하고 하얀색 신상 명품백을 들면서 바디라인을 시원스럽게 보이게 입었다.현관에서 차까지 걸어오는 짧은 거리에도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윤서의 몸으로 쏠리면서 넋 놓고 윤서를 바라 보다가 나무에 부딪히는 사람까지 있었다.여름이 그 장면을 바라보는 동안 윤서가 여름의 차 문을 열고 올라탔다.“누가 널 11주차 임산부로 보겠냐?”여름이 투덜거렸다.“아직 배가 그렇게 나오지 않아서 그렇지 뭐. 나도 배가 불러지면 그렇게 예쁘지만도 않을걸.”윤서가 걱정스러운 듯 한숨을 쉬더니 머리를 쓸어 넘겼다.“어때? 그래도 이 언니가 아직 예쁘지?”“……”“왜? 언니가 너무 예뻐서 말도 안 나오지?”윤서가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아니, 너 송영식을 후회하게 만들려고 그렇게 차려 입은 거지? 그런데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이 널 버린 걸 굳이 후회하게 만들고 싶냐?여름이 웅얼거렸다.“얘가 이렇게 뭘 몰라요. 그 자식이 나한테 한 짓은 그냥 버리는 정도의 나쁜 짓이 아니라고.”윤서가 씩씩거렸다.“백지안을 위해서 눈물까지 질질 흘려가면서 아이를지우라고 했던 그 멍청이만 생각하면 울분이 식지를 않아. 내가 너한테 지는 거면 몰라도 백지안 그 빌런에게 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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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4화

“어머나!”한창 이것저것 발라보던 여름은 흠칫했다.“설마… 잊어버렸어?”하준은 실망한 기색이었다.“그럴 리가 있나? 윤서 데리러 왔는데 얘가 꿈지럭거리잖아.”여름은 말 끝에 윤서의 싸한 시선을 받았다.“윤서 씨는 뭐 한다고 데리러 갔어? 임산부인데 왔다 갔다 힘들기만 하지.”하준이 답답하다는 듯 말을 이었다.“빨리 와. 당신이 없으면 이겨도 아무 의미도 없다고.”“알겠어. 지금 바로 가.”여름이 전화를 끊자 윤서가 여름을 흘겨보았다.“임윤서가 꿈지럭거려서 늦었다고?”“뭐, 어쨌든 여기서 너 30분은 기다렸으니까 완전히 거짓말은 아니잖아.”여름이 헤헤거리고 웃었다.윤서는 홱 고개를 돌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다행히 윤서네 집에서 법원은 가까웠다.몇 분 늦기는 했지만 두 사람은 방청석에 들어갈 수 있었다.재판은 이미 시작되어 앞 줄은 이미 만석이라 두 사람은 허리를 숙이고 살그머니 뒤에서 두 번째 줄에 가서 앉았다.막 자리에 앉던 여름의 시선은 하준에게로 가서 꽂혔다.하준은 검은 정장, 하얀 셔츠에 짙은 색 넥타이를 했는데 오늘도 주름 하나 없이 각을 세워 입었다. 그 차림과 어우러져 물 흐르듯 흐르는 하준의 옆모습은 너문 완벽했다.여름의 앞에서는 더 없이 어린애처럼 유치한 사람이 자신의 전투에 임해서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하는 것이다.윤서는 여름과 달리 하준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마스크를 쓰고 옆에 앉은 스물 남짓한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윤서의 시선이 닿았을 때 상대는 윤서와 여름을 보고 있었다. 깊은 두 눈은 알 수 없는 빛이 반짝이고 있었다.그러나 윤서와 시선이 마주치자 상대는 바로 시선을 돌렸다.윤서는 반짝이는 그 여자의 눈이 어쩐지 어디서 본듯 익숙했다.“아! 생각났다. 혹시… 원… 원연수 씨에요?”윤서가 소리 죽여 기쁜 듯 물었다.“네.”뜻밖에도 상대는 쿨하게 인정했다.윤서는 흠칫했다가 곧 매우 기뻐했다.“어머나! 완전 팬이에요. 원연수 씨 나온 잘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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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5화

여름은 재판을 집중해서 보고 싶었다. 그러나 윤서가 옆에서 너무 시끄러웠다. ‘대체 백지안이 재판에 져서 징징 짜는 꼴이 보고 싶어서 온 거야, 법정에 친목하러 온 거야?”순식간에 식사 약속까지 잡는 것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여름이 막 한 마디 하려고 입을 떼는데 앞에 있던 사람이 갑자기 뒤를 돌아보면서 이 사이로 말을 뱉었다.“임윤서, 조용히 좀 못 해?”임윤서가 성격 좋게 처음 만난 사람과 즐겁게 이야기 하는 모습을 보니 송영식은 문득 울컥했다.‘쿠베라 정도 되는 집안의 양녀면 이득을 노리고 접근하는 사람도 있다고. 안 지 몇 분 되지도 않는 사람이랑 마구 밥 먹을 약속까지 잡고 앉아 있다니 정말 천하태평이구먼.”윤서는 움찔했다. 그제서야 자기 앞 자리에 송영식이 앉아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이 자식이 진짜로 왔네? 게다가 건방지게 나한테 저 따위 소리나 하고!’“남이사 뭘 하든 무슨 상관인데?”그렇게 말하면서 윤서는 송영식이 앉은 자리를 발로 탁 차버렸다. 그런데 하필 윤서의 발길질이 정확하게 송영식의 엉덩이 부위에 꽂혔다.송영식은 바로 ‘우억!’하고 비명을 지르며 벌떡 튕겨 올라갔다.확 긴장되었던 장내가 고요해지면서 재판장을 포함한 모두의 시선이 송영식에게 꽂혔다.송영식의 일그러졌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죄… 죄송합니다.”재판관의 날카로운 시선이 송영식에게 꽂혔다.“다시 시끄럽게 굴면 내보낼 수밖에 없습니다.”하준도 송영식을 돌아보고는 할말을 잃었다.‘여기가 어딘 줄 알고 난리람?’“…….”송영식은 상당히 억울한 얼굴로 조심스럽게 다시 앉았다. 고개를 돌려 윤서를 노려보았다.윤서는 도발하듯 씩 웃었다.“……”‘아오, 진짜 저…저… 아오! 짜증나!’송영식은 울분이 치밀었다.여름도 할 말을 잃었다.곁눈질로 보니 윤서의 옆에 앉은 사람도 가만히 상황을 보더니 살짝 피식 웃는 것이 보였다.뭔가 매우 낯익은 느낌이었다.원연수도 여름의 시선을 느끼고 돌아보더니 가볍게 목례를 했다.여름도 목례를 돌려주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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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6화

백지안은 피고인 석에 앉아서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냉랭하게 상황을 바라보고 있었다.백지안의 변호사인 스티븐이 담담히 말했다.“이 나라 전설의 대변호사라더니 겨우 이거 밖에 안 되는군.”백지안이 소곤소곤 물었다.“확실히 이길 수 있는 거죠?”“뭐, 대충 그렇게 되겠군요. 최하준을 보는 재판장의 시선이 얼마나 불만스러운지 보라고요. 이제 내가 마지막으로 밟아주면 확인사살이 되겠습니다.”스티븐이 일어서며 하준에게 물었다.“최하준 씨, 최근 유부녀와 만난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사실입니까?”하준의 입술이 살짝 움직였다.“내 전처입니다만….”“제 질문에 사실인지 여부만 말씀하시죠. 아직 다른 사람과 혼인관계에 있는 여성과 사귀고 있습니까?”스티븐이 물었다.“그렇습니다.”하준이 끄덕였다.스티븐이 씩 웃으며 재판장을 돌아보았다.“존경하는 재판장님, 들으셨습니까? 어떤 이유에서든 최하준은 대중 앞에 드러내 놓고 유부녀와 사귀고 있습니다.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정도로 저열한 윤리관을 가진 사람입니다. 최하준은 백지안 씨의 사랑을 기만하여 의뢰인의 인생에서 십 년이 넘는 시간을 낭비하게 만드는 등 죄질이 심히 불량하고 사회적 비난의 가능성이 크니 부디 재판장님께서는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상대의 진심을 그저 희롱하는 이란 사람에게 돈이 생겼다 하면 무고한 여성을 해칠 뿐입니다. 재판장은 스티븐의 변론을 듣자 최하준에 대한 비호감이 더 커졌다.최하준이 일어섰다.“백지안 씨, 마지막으로 하나만 물어보겠습니다. 저와 백지안 씨가 성관계를 가진 적이 있습니까?”백지안이 원망스러운 눈으로 하준을 쳐다보았다.“인정하지 않겠다면 나도 어쩔 수가 없군요.”“돌려 말하지 말고 직접적으로 말씀해 주시죠.”하준이 싸늘하게 말했다.“네.”백지안이 고개를 끄덕였다.하준이 재판장을 돌아보았다.“이쯤에서 제 마지막 증인을 신청합니다.”“증인이 누굽니까?”재판장이 물었다.“백지안 씨의 친오빠인 백윤택 씨입니다.”하준의 말을 듣고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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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7화

백지안과 시선을 마주친 백윤택은 얼른 목을 움츠리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백지안은 바로 눈시울을 붉히며 그렁그렁한 눈으로 말을 건넸다.“오빠. 그동안 어디 갔었어? 너무나 걱정했는데. 어디 다쳤어? 최하준이 협박한 거야?하준이 바로 지적했다.“백지안 씨, 언사에 주의해 주십시오. 비방으로 고소할 수도 있습니다.”백윤택이 불안한 듯 떨면서 증인석에 앉자 하준이 질문했다.“백윤택 씨, 본인의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나서 제가 여러 차례 영하를 도와주고 수 차례 영하 그릅을 위해서 파트너를 찾아주기도 했었죠?”백윤택이 덜덜 떨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습니다.”하준이 질문을 이어갔다.“제 도움이 없었어도 영하 그룹이 오늘날까지 버틸 수 있었겠습니까?”백윤택이 고개를 저었다.“아닙니다.”하준이 다시 물었다.“백윤택 씨의 여동생은 저와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게 사실이라고 생각하십니까?”스티븐이 벌떡 일어섰다.“이의있습니다. 백윤택은 제 의뢰인의 오빠일 뿐입니다. 개인 간의 비밀스러운 문제를 어떻게 알겠습니까? 제가 알기로 백윤택 씨와 최하준은 내내 관계가 그렇게 좋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최하준의 증인이 되겠다니 증인을 협박한 정황이 있지 않은지 의심스럽습니다. 지금 증인의 몸 여기저기를 보시면 상처투성이 입니다.”재판장이 인상을 찡그렸다. 방청석에서는 다들 귓속말을 하느라 웅성댔다.백윤택이 돌연 큰소리로 외쳤다.“아닙니다. 최하준은 저를 협박하지 않았습니다. 백지안의 악독함에 제가 나선 겁니다.”백지안의 안색이 살짝 변하더니 울먹였다.“오빠,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고 온갖 풍파를 겪으면서 내가 이것저것 해주지 않았다면 오빠는 여기에 이렇게 서 있을 수도 없었을 거야.”하준이 피식 웃었다.“이 세상 좋은 일은 모두 본인이 다하셨군요. 당시 백윤택 씨의 소사는 다 제가 변호를 맡았습니다. 제가 아니었다면 백윤택 씨는 지금 감옥에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백지안 씨는 오빠인 백윤택 씨를 이용하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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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8화

백지안은 얼굴이 창백해지고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백윤택은 전혀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넌 남의 혼인관계를 깬 당사자였잖아. 최하준과 강여름 사이에 갈등을 조장했고 일부러 자해를 하고는 나더러 최하준에게 가서 해변 별장을 달라고 말하라고 시켰지. 실은 그 집 자체가 탐나서가 아니라 최하준과 강여름이 신혼을 보냈던 곳을 빼앗아 강여름에게 보여주고 충격을 주려는 심보였잖아.”백윤택의 이야기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심지어 그때 강여름은 임신했었는데 나더러 최하준이 아이들을 너에게 맡기면 잘 돌봐주겠다면서 적극적으로 이혼을 시키려고 했어.”“……”백윤택이 백지안이 뒤에서 자신을 조종해 벌였던 못된 짓을 낱낱이 꺼내 들었다.법정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충격 받은 사람들은 웅성웅성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아니, 최하준이 배신하고 다른 여자랑 결혼해 놓고는 다시 자기를 꼬드겼다고, 자기가 최고의 피해자인 척했었잖아?”“뭐야, 이제 보니 자기가 내연녀였잖아?”“진짜 못됐다. 하마터면 완전히 속을뻔했네.”“그냥 의뭉스러운 정도가 아니라 완전 천하에 못된 것이네. 태어나지도 않은 애를 빼앗아 가려고 한 거야?”“그러게 말이야. 애가 무슨 죄가 있다고.”“최하준도 참 멍청하네. 우리나라 최고의 재벌이라는 인간이 저런 인간한테 빠져서 정신을 못 차리고….”“어이그, 뭐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최하준도 괜찮은 놈은 아니지, 뭐. 멀쩡한 놈이 백지안 같은 인간에게 속아 넘어갔겠어? 양다리를 걸치더니 아주 쌤통이네.”“강여름하고 애들만 불쌍하다.”“……”송영식은 방청석에 앉아 있어서 사람들이 수군대는 것이 아주 잘 들렸다.아 그래도 창백하던 얼굴은 더 하얗게 질려서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다.송영식은 백지안이 그저 권력을 탐하고 허영심이 강한 줄만 알았는데 실체를 알고 나니 상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악랄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심하게 충격 받았다.무엇보다 백지안이 하준의 아이들을 해치려고 했다는 사실이 가장 충격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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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9화

여름과의 신혼집에서 백지안과 지냈던 자신을 생각하니 한심하기 그지없었다. 자신이 했던 멍청한 짓 하나하나가 심장을 찔러오는 것만 같았다.“못된 것.”하준의 눈에 핏발이 섰다. 아무리 참으려고 해도 저절로 욕이 튀어나왔다.“그런 게 아니야!”백지안이 절망감에 울부짖었다.“내가 언제 그랬어? 백윤택, 왜 이렇게 날 모함하는 거야? 대체 최하준이 뭘 해줬길래 이래? 이주혁이 무서워서 그래? 대체 누가 오빠를 그렇게 만들었는지 생각해 보라고!”“너잖아! 네가 그랬다고!”백윤택도 이제 마구 소리를 질렀다.“동생이면서 왜 오빠가 그런 못된 짓을 저지르는 것을 말리지 않고 가만히 보고만 있었어? 강여름과 주변 사람을 해치는 일이라면 내가 무슨 짓을 해도 넌 그저 부추기기만 했어. 네가 최하준이랑 친구들에게 그렇게 착 달라붙어 있지만 않았으면 나도 그렇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기고만장하지는 않았을 거야. 네가 날 이 지경으로 만든 거라고.”“뭐라는 거야? 지금 이 모든 건 다 오빠가 자초한 짓이잖아. 그 동안 내가 오빠 뒤 처리를 하느라 얼마나 힘들었는 줄이나 알아? 어쩜 이렇게 배은망덕하지?”“허, 그래서 내가 귀찮아져서 사람을 시켜서 납치해서 몰래 날 처리해 버리려고 했던 거냐? 이 못된 것! 내가 죽으면 혼자 죽을 줄 알았어?”“미쳤나 봐 진짜! 내가 언제 오빠를 납치했다는 거야? 뚫린 입이라고 아무 소리나 내뱉으면 다 말인 줄 알아?”“정숙하세요!”재판장이 힘껏 법봉을 두드렸다. “계속 쓸 데 없는 소리로 법정을 소란케 하면 구류에 처하겠습니다.”백지안이 훌쩍였다.“억울합니다.”백윤택은 물러서지 않았다.“저는 지금 사실대로 말씀 드리고 있는 겁니다.”재판장의 태양혈이 불뚝거렸다. 다시 화가 나서 법봉을 두드렸다.“조용히 하세요.”재판장이 백지안을 매서운 눈초리로 쳐다보자 정말 화가 났다는 것을 눈치 챈 스티븐이 백지안의 팔을 잡아 당기며 아무 말도 하지 못하게 했다.재판장이 싸늘하게 말했다.“피고인, 진술하세요.”백지안이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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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0화

백지안이 얼추 다 울고 눈물을 닦고 있을 때쯤 재판장이 하준에게 말했다.“원고 진술하세요.”하준이 일어서더니 백지안을 바라보았다. 단정히 빗어 넘긴 머리 아래로 슬픔과 한탄이 가득한 하준의 얼굴이 보였다.“누군가가 저에게 첫사랑이 뭐냐고 묻는다면 저는 악몽이라고 하겠습니다. 애초에 왜 저런 사람과 사귀었던 것이 너무나 후회스럽습니다. 저의 유년 시절, 백지안은 저의 빛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백지안을 가까이 두고 10년이 넘는 시간을 모두 그녀에게 바쳤습니다. 백지안 씨든 그 가족이든 저는 그들이 바라는 모든 것을 들어주려고 했습니다. 그러다가 백지안 씨가 실종되었고, 저는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하준은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말을 이었다.“원래 저는 아내와 계약 결혼을 했습니다. 그러나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저는 아내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백지안 씨가 돌아왔을 때 저는 죄책감을 가지게 되었고 감사의 마음을 표시하기 위해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제일 먼저 달려가 도와주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저의 행동이 아내에게 상처가 된 것은 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아내와 아이들을 3년간 잃게 되었죠.”한숨을 쉬고 하준은 최후 진술을 계속했다.“저는 후회합니다. 특히 진상을 알게 된 최근에 저는 매일매일을 후회 속에 살았습니다. 후회가 된 나머지 속죄를 바라는 마음으로 손가락도 잘랐습니다.”하준은 붕대가 감진 손을 들어 보였다. 다들 헉하고 날카롭게 숨을 들이켰다.“사실 방금 백윤택 씨가 진술한 내용의 일부는 제 기억에 없습니다. 저도 이제 막 알게 된 내용도 있습니다. 저는 백지안에게 빚진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제 전처에게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전에는 아내가 권력을 탐하는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은 제가 완전히 오해한 거였습니다. 지금은 그저 미안한 마음뿐입니다.”하준이 재판정을 한 번 돌아보았다.“이제는 너무나 큰 교훈을 얻었습니다. 혹시나 저와 같은 분이 계시다면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전여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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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1화

하준은 웃었다. “이번에 백윤택을 증인으로 부르지 않았어도 결과는 같았을 겁니다. 내가 잘못한 것이 있다고 생각하더라도 사회 정의 실현이라는 점에서 재판정은 내 쪽의 손을 들어주지 않을 수 없었을 테니까요.”“정말 대단하군요.”스티븐이 끄덕이며 승복했다.“앞으로 또 겨루어볼 기회가 있으면 좋겠군요.”그러더니 백지안은 돌아보지도 않고 자리를 떴다.백지안도 조용히 도망치려고 했지만 하준에게 발각되고 말았다.“3일 내로 전액 반환해줘. 3일 지나서도 반환이 안 되면 바로 강제 집행 들어갈 거야. 아, 해변 별장도 오늘 저녁까지 비워. 저녁에 바로 열쇠 받으러 갈 거야.”“최하준, 정말 너무 하잖아.”백지안이 죽일 듯한 시선으로 노려보았다.“남의 집을 그 정도로 오래 공짜로 차지하고 있었으면 충분해. 당장 비워.”그렇게 말하고 하준은 바로 여름에게 갔다.벡윤택의 증언을 다 듣고 나니 여름에게 더욱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여름은 천천히 일어섰다. 그러나 뭔가 말하려고 입을 열기도 전에 하준이 여름을 꽉 안아버렸다.“정말 미안해.”하준은 진심을 담아 사과했다.“내가 너무 바보였어. 당신이 나를 용서하지 않는 게 맞는 것 같아.”“그러면… 용서한다는 말 취소할까?”여름이 떠보듯 물었다.하준은 기겁해서 얼른 덧붙였다.“아니, 그건 안 되지.”여름이 푸흡하고 웃었다.“됐어. 이미 다 지나간 옛날얘기 해 봤자, 곱씹을수록 속만 상하지, 뭐.”“누가 됐든 사랑하는 사람과의 신혼집을 반려자가 다른 사람에게 주어버렸다면 죽도록 화가 나는 게 당연하죠. 여름이가 하준 씨 치료 때문에 일부러 데리고 그 해변 별장으로 간 거 알아요? 실은 두 사람 진짜 사랑은 거기서 싹튼 거라고요.”하준은 얼굴이 화끈해졌다. 도저히 얼굴을 들 수 없을 지경이었다.“몰랐습니다. 전혀 기억이 나질 않….”“그만 해, 윤서야. 그런 얘기 이제서와 해서 뭐 하려고.”여름이 말렸다.윤서는 씩씩거렸다.“어이구, 아주 속도 넓어.”여름은 당황했다.“내가 일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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