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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Chapter 1351 - Chapter 1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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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2화

윤서는 두 눈을 가만히 감았다.‘서울에 오지 말았어야 했다고?아니! 난 후회하지 않아. 그야말로 온갖 일을 다 겪었지만 그래도 내가 없었다면 여름이는 혼자서 그 많은 일을 다 감당하지 못해서 그저 절망 속에 나날을 보냈을 거야.그래도 내가 있어서 외국에 나가서도 힘든 가운데 사업을 일으켜서 최고가 될 수 있었던 거야.’“아니! 난 후회하지 않아. 동성에 있을 때 나는 꿈도 없고 목표도 없이 그저 오빠 옆에 그림처럼 서 있기만 하는 존재였어.”“너 혹시 아직도 옛일을 잊지 못해서…”윤상원의 목구멍에서 떨리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아니라면 대체 윤서가 이미 지난 일에 왜 그렇게 큰 원한을 품고 있겠어?’마음에서 내려놓지 못하니까 담대해질 수 없는 거라고.’윤상원은 그렇게 생각했다.“저기요, 굳이 데려다주실 생각이라면 입 좀 다물어 주실래요? 차만 세워 주면 당장이라도 내리고 싶거든요.”윤서가 도저히 못 참겠다는 듯 뱉었다.‘대체 오늘 무슨 마가 껴서 아침부터 송영식을 만나더니 간신히 정리하고 나니 이주혁이 나타나고 이제는 윤상원까지 난리람?’윤상원이 미간이 잔뜩 찌푸려졌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 입가가 움찔거리더니 결국 정말 윤서가 차에서 뛰어내리기라도 할까 봐 겁이 나서 닥치기로 했다.그런 생각이 들자 저도 모르게 차를 천천히 몰게 되었다.그러다가 휴대 전화가 울렸다. 신아영이었다.윤상원은 흠칫하고 놀라서 얼른 전화기를 무음으로 돌리고 던져두었다.“왜 안 받아요? 전화 안 받으면 신아영이 혼자서 막 망상을 펼치고 난리일 텐데.”윤서가 비웃었다.“그런 거 아니야. 보험회사였어.”윤상원이 얼른 거짓말로 둘러댔다.윤서는 팩폭을 하는 노력을 들이기도 귀찮았다.리버사이드 파트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윤서는 후다닥 차에서 내려버렸다.“윤서야….”윤상원이 바로 따라 내렸다. 지척에 있는 윤서를 보자니 심장을 칼로 도려내는 듯 아팠다.두 사람이 이렇게 가까이 서 있는 데도 마음은 마치 세상 저 끝에 있는 듯 닿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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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3화

윤상원은 흠칫하며 윤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제 눈에서 분노가 새 나왔다.“넌 예전 그때처럼 못된 것이 정말 하나도 변하지 않았구나. 그러니까 송영식 같은 녀석도 널 버린 거겠지.”“오빠는 여전히 멍청이고 말이지.”윤서는 주먹을 꽉 쥐었다.“그래, 그딴 소리 실컷 해 봐. 그래 봐야 제 무덤이나 파는 격이니까.”윤서는 힘껏 윤상원의 손을 뿌리치고 돌아서 단지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까지 한참을 걸었다.임신을 해서인지 요즘 윤서는 매우 감정적으로 되어 윤상원의 말에 심하게 상처받았다.‘오빠에게 나는 영원히 신아영을 이길 수 없는 존재야.신야영은 영원히 제일 착하고, 나는 제일 못 된 인간이고.대체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뭘 그렇게 잘못해서 늘 나만 상처받고 속상한 내 마음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건데?’윤서가 얼마나 외로운 상태로 위태롭게 있는지 아무도 몰랐다.“임윤서, 왜 사람을 좀 기다리지 않고….”임윤서 네 라인 앞에서 기다리던 송영식은 윤서의 모습을 보고 후다닥 다가왔다. 그런데 윤서가 눈물범벅이 된 것을 보고는 움찔하더니 어쩔 줄을 몰랐다. 윤서가 이렇게까지 우는 모습은 처음 보아서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왜… 왜 이렇게 울어?”임윤서는 갑자기 이런 데서 송영식이 튀어나올 줄 몰랐던 터라 손등으로 얼른 눈물을 훔치고는 고개를 숙이고 아파트로 들어가려고 했다.송영식은 잠깐 멍하니 있다가 얼른 따라 들어갔다.“아까 주혁이가 막말해서 그래? 미안해. 나도 좀 심하게 말했지? 원연수가 당신 친구인데 말이야. 저기, 화내지 말고, 그만 울고, 나한테 화풀이 해. 너무 울면 아기한테도 안 좋을 것 같은데….”“저리 가!”임윤서는 결국 송영식에게 크게 소리치고 말았다.‘그러니까 송영식 같은 녀석도 널 버린 거겠지’라는 윤상원의 마지막 한 마디에 윤서의 자존심은 완전히 부서지고 말았다. 그런 와중에 송영식의 면상을 보자니 울컥했다.눈물도 조절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내 팔자는 대체 왜 이래?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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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4화

“아, 뭐야! 왜 사람을 좀 가만히 안 두고 끝까지 따라와?”윤서는 완전히 멘붕이 되었다.“화… 화내지 말라니까.”송영식은 얌전히 눈을 내리깔았다.“내가 진심으로 사과할게. 물론 사과한다고 내가 예전에 당신에게 준 상처가 아물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인정할게. 내가 정말 너무 했고, 어리석고, 나쁜 놈이었어. 정말 미안해. 당신에게도, 아이에게도 모두 다 미안해.”“됐네요. 내가 모를 줄 알고? 나랑 결혼해서 다시 본가로 들어가고 싶어서 괜히 비위나 맞추는 거잖아?”윤서가 싸늘하게 웃었다.“내가 돼지랑 결혼을 하면 몰라도 당신하고는 결혼 안 해.”송영식은 움찔했다. 그 일은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그저 엉엉 우는 윤서를 달래려고 저도 모르게 사과를 했던 것뿐이었다.윤서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송영식도 따라 내렸다.입구에 도착하자 윤서가 돌아보았다.“스스로 생각해 봐도 너무 가식적이지 않나? 날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그저 나에게 접근해서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생각이잖아? 이건 명백히 나에 대한 2차 가해라고. 난 돌이 아니야. 디딤돌로 밟고 올라설 생각하지 마셔. 이렇게 자꾸자꾸 상처 주면 나도 마음 아프다고.”말하면서 윤서는 점점 더 목이 멨다.그 말을 들은 송영식은 부끄러운 나머지 얼굴이 화륵 타올라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실제로 윤석 좋아서가 아니라 그저 아이를 생각해서, 그리고 가족에게로 돌아갈 생각에 어떻게든 윤서와 결혼할 생각을 했던 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그리고 그 점을 윤서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게다가 방금 윤상원까지 만나는 바람에 윤서는 정서적으로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었다.“솔직히 식구들이 다시 당신을 받아주고는 싶지만 대외적으로 웃음거리가 될 걱정도 덜고, 상한 내 기분도 생각해준답시고 폭탄을 나한테 던져 놓은 거잖아. 이렇게 해놓으면 우리 둘을 다시 엮어서 결혼도 시킬 수 있고, 당신이 다시 아이 아빠도 되지 좋겠다고 생각했나 본데, 내 생각 물어본 사람 있어? 있냐고?”윤서는 다시 감정이 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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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5화

“내가 보니까 그냥 눈물만 뚝뚝 흘리고 있었다고.”송영식이 유유히 말을 이었다.“낮에 법정에서 둘이 이야기하는 거 들어보니까 전에 임윤서가 원연수가 나온 드라마를 본 모양이더라고 그래서 오늘 가까이서 좋아하는 배우를 만나서 너무 좋았던 모양인데 네가 분위기 이상하게 만들어 버렸잖아.”“……”“내가 보니까 윤서가 원연수를 진짜 좋아하는 것 같더라. 저기… 연수 씨더러 먼저 윤서에게 연락 좀 해주라고 하면 안 돼?”송영식이 간절하게 부탁했다.“둘이 그냥 친구로 지내게 해서 덕심 좀 충족시켜 주라.”이주혁의 입꼬리가 경련을 일으켰다.“내가 왜 네 말을 들어 줘야 하는데? 내가 임윤서랑 딱히 친한 것도 아닌데.”“야, 윤서 배 속의 아이는 내 애잖아. 그러면 넌 걔 삼촌 아니냐?”송영식이 바로 답했다.“네 아기 삼촌 같은 건 안 한다.”이주혁이 불만스럽게 뱉었다.“난 이제 애라고는 애 하나인데 친구로서 정말 그러기냐?”송영식이 한숨을 쉬었다.“방금 생각해 봤는데 전에는 정말 내가 윤서한테 너무 심하게 한 것 같아. 이제부터 조금씩 잘해주면서 갚을 거야. 너도 좀 도와주라.”“아, 알겠어. 내일 원연수한테 얘기해 놓을게.”결국 이주혁은 졌다는 듯 그렇게 말하더니 얼른 전화를 끊어버렸다.“나중에 하지 말고 지금…”말하는 중에 전화는 이미 끊겨 버렸다.송영식은 전화기를 내려놓고 꼼짝 않고 그대로 문 앞에 앉아서 기다렸다.******집 안.윤서 간신히 평온을 찾고는 백에서 윤상원의 명함을 꺼냈다.‘이젠 진짜 장난이 아니라고!이제부터 시작이야, 신아영. 각오해.다음 날 윤서가 일어나자 조현미가 아침을 들고 왔다.“저기 방금 쓰레기 버리러 나가다가 송 대표님을봤어요. 밤새 문 앞에서 주무셨나 봐요.”송영식이 밖에서 밤을 새웠다는 말을 듣고 윤서는 살짝 놀랐다.“그다지 사이가 좋지 않으신 건 알겠지만…”조현미가 주저하며 입을 열었다.“내내 저렇게 밖에 두는 것도 좀….”“들어오라고 하세요.”윤서가 망설이다가 답했다.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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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6화

“뭐, 이 사람이랑 원한 관계야?”그렇게 말하던 송영식에게 예전에 멀끔하게 생긴 남자가 임윤서에게 질척거렸던 일이 생각났다. 임윤서는 전 남친이 어렸을 때부터 친했던 여자랑 얽혀서 관계를 정리하지 못한다고 말했던 것이 생각나서 어쩐지 씁쓸했다.“이 사람이… 전 남친은 아니지?”“맞는데.”윤서가 먹던 것을 꿀꺽 삼키며 기다란 눈썹을 아래로 내리깔았다.“하지만 윤후 그룹을 막아달라는 건 그 사람하고는 상관없어.”“그러면 누구 때문인데?”송영식이 물었다.“자세히 알 거 없고, 어쨌든 정말 나한테 미안해서 용서를 받고 싶다니까 기회를 준 거야. 하기 싫으면 말해, 그냥 정환이한테 부탁하면 되니까.”송영식은 얼른 입을 꾹 다물었다.‘아니, 왜 정환이한테 그런 일을 부탁한대?’윤서가 갑자기 전남친의 회사 일을 방해해 달라는 것이 버림받은 데서 오는 원한 때문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어쨌거나 윤서가 너무나 단호하니 송영식은 결국 해주겠다고 했다.“알았어. 내가 해줄게. 식품회사 하나 정도는 내가 충분히 해볼 수 있지. 어떻게 해줘? 아주 파산하게 해 줄까, 아니면…”“파산까지는 됐고, 자산규모가 한 1/10 정도로 줄어들게?”윤서가 시큰둥하게 말했다.“……”‘거의 파산 아니냐고….’“알겠어.”송영식이 무뚝뚝하게 답했다.윤서는 아침을 다 먹더니 2층으로 올라갔다. 송영식이 결국 한마디 했다.“과거는 그냥 지나가게 둬. 사람이 계속 뒤만 돌아보고 살다가는 행복하게 못 살아.”“당신은 백지안의 그늘에서 아주 다 벗어났나 보네?”윤서가 공격했다.송영식의 표정이 어두워졌다“딱히 복수할 생각은 없어. 누군가를 사랑하는 건 자기 일이지, 상대에게 꼭 내가 주는 만큼의 사랑을 달라고는 할 수 없잖아. 잘못이 있다면 내가 사람을 잘못 본 탓이지. 복수한다고 내 사랑을 돌려받을 수 있나? 그렇게는 안 되잖아.”“아주 잘 나셨네.”송영식의 말을 듣더니 윤서가 비웃는 듯한 눈으로 돌아보았다.“사람이 좋은 마음에서 조언하는데 말이야.”윤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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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7화

송영식은 한동안 할 말을 찾지 못했다. 윤서의 말을 듣고 나니 많은 일이 이해되었다.“자기를 좋아하는 걸 알면서 계속 당신을 불러서 자기 연애 고민 상담하고 그러는 것도 다 어장 관리야. 그쪽이랑 헤어지고 나면 나에게 오지 않을까 하는 헛된 희망을 심어주는 거라고.”윤서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촌철살인이었다.“그런 사람은 따라다니고 사랑해줄 가치가 하나도 없는 인간이야. 당신을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그냥 썸이나 타다가 더 잘생기고 돈 많은 남자를 만나면 바로 갈아타서 그쪽에 가서 또 썸 타고 그러는 거라고.”송영식은 그날 밤 백지안이 다른 남자와 입을 맞추던 모습을 떠올렸다. 갑자기 마음이 확 답답해지고 말이 나오지 않았다.‘어쩌면 여자는 여자가 더 잘 아는지도 몰라.’“고, 고마워. 많이 배웠네.”송영식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흡사 반려인에게 야단맞은 대형견 같은 모습이었다.송영식의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은근히 속이 시원했다.“아, 윤후 그룹 상대하다 보면 윤상원이 반드시 당신을 찾아가서 나에 대해 온갖 욕을 퍼붓겠지만, 그냥 신경 쓰지 마셔.”송영식이 눈을 끔뻑거렸다.“자기 전 여자친구를 버린 주제에 뒤에서 그 녀석이 당신 욕을 할 일이 뭐가 있어?”“그쪽 눈에는 아마도… 내가 아주 아주 못된 년으로 보일 테니까. 예전에 최하준도 여름이를 아주 못된 년 취급했었잖아? 설마 세상에 백지안 같은 인간이 그거 하나뿐인 줄 알았어?”윤서가 콧방귀를 뀌더니 2층으로 올라갔다.송영식은 순진해서 아직 강여경이니 신아영 같은 불여우를 많이 만나보지 못했다. 그런 인간을 많이 만났으면 아마도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을 것이다.******송영식은 무거운 마음을 안고 리버사이드 파크를 떠났다. 곧 비서에게 전화를 넣어서 윤후 그룹에 대한 압박에 들어가기로 했다.송영식에게 윤후 그룹 정도 규모의 회사를 상대하는 것은 그렇게 큰일도 아니었다.다만 그렇게 지시를 하고 나니 뒷맛이 깔끔하지 않았다.남들은 어지간한 아이돌을 압살할 미모라며 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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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8화

“아우, 정말 부끄럽게. 뭐래!”여름이 손가락을 세워 하준의 입을 막았다.“우리 자기는 ‘아, 뭐래!’ 할 때 너무 귀엽더라.”하준이 음흉하게 웃었다.“거기 두 사람 적당히 좀 하지.”송영식이 결국 비죽거렸다. 액정을 뚫고 닭살이 올라올 지경이었다. “아, 준. 가만히 좀 있어 봐.”여름이 하준에게 경고를 하더니 목소리를 가다듬었다.“윤서는 상원이 오빠를 못 잊어서가 아니에요. 윤사원한테 붙어 있는 윤아영 때문일걸요. 윤후식품 상대하기 싫으면 내가 직접 신아영을 상대할게요. 진작 알았으면 내가 먼저 나서는 건데. 윤상원이 서울로 진출하려는 건 이제 알았네요.”“자기야, 그게 누군데? 자기 손 더럽히지 말고 냅둬. 내가 할게.”하준이 적극적으로 나섰다.송영식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더니 다급해졌다.“아니, 두 사람은 나서지 말라고. 안 한다고 안 그랬어. 그냥 무슨 상황인지 궁금해서 물어본 거지.”“그게 좀 복잡해서 내가 말해도 이해가 안 되고 별로 믿어지지도 않을 거예요. 그러니까 그냥 거두절미하고 하여간 윤상원 때문은 아니에요.”여름은 그러더니 전화를 끊었다. 송영식은 여름이나 하준이 선수 칠까 봐 바로 비서에게 연락해서 작전 개시를 명령했다.******원연수는 원래 오전에 광고 촬영이 있었다. 그러나 권현규가 급히 부르는 바람에 촬영에 늦겠다고 하고 사무실로 들어왔다. 그러니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대체 무슨 일이길래 촬영하는 사람을 불러서…”원연수가 그렇게 말하면서 문을 열었는데 사무용 의자에 앉은 훤칠한 모습에 뒷말은 막혀버렸다.“왔군.”힘줄이 두드러지는 이주혁의 손에는 검은 만년필이 빙글거리고 있었다.“10분이나 기다렸다고.”원연수가 아무리 성격이 원만하다고 해도 울컥 화가 났다.“여기 오느라고 광고 촬영을 2시간이나 미뤄 놓고 왔는데, 이게 뭐죠?”“회사 대표가 보자고 부르면 직원은 와야 하는 거 아닌가?”이주혁이 원연수의 차가운 눈동자를 마주 바라보았다. 그 눈동자에서 모처럼만에 인간다운 표정이 느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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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9화

그러나 원연수의 심장은 이미 꽉 조여오기 시작했다.“말해 봐. 백소영은 죽지 않았지?”이주혁이 원연수의 아래턱을 와락 움켜잡았다.“하!”원연수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도 들은 양 눈에서 분노가 뿜어져 나왔다.“사람이 그런 파도에 뛰어들었는데 살아남는다고요? 재주 있으면 본인이 해도시던지? 이미 저세상 간 사람을 두고… 나도 소영이가 안 죽었으며 좋겠다고요.”백소영의 영혼은 살아남았지만, 몸은 이미 영원히 이 세상에 속하지 않게 되었다.“이해할 수가 없네요. 왜 이렇게 소영이의 죽음에 집착하는 거죠? 대체 둘이 무슨 사이인데요?”원연수가 차갑게 웃었다.“당신을 거쳐 간 수많은 여자 중 하나라는 시시한 소리는 하지 마세요.”이주혁은 돌아서서 눈을 감았다.자신도 왜 이렇게 백소영이 죽었는지 안 죽었는지에 이렇게 집착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아마도 남아있는 한 가닥 양심이 마음을 흔드는 듯했다.“그래. 백소영이 날 좋아했었지. 죽도록 좋아했었다고.”이주혁의 입술이 달싹하더니 또박또박 말했다.아무리 냉정하게 있으려고 해도 그 말을 들은 원연수는 분노가 폭발했다.“정말 당신과 소영이가 잠깐이라도 그런 사이였다면 아마도 그게 이생에 가장 후회되는 일이겠네요..”“당신이 소영이도 아니면서 뭘 안다고 그런 소릴 하나?”이주혁이 위험스럽게 웃었다.“소영이를 잘 아니까요. 소영이는 고상하고 자부심이 있는 애였어요. 여자만 보면 발정이 나는 당신 같은 남자를 사귀었다니 엄청나게 후회했을 거라고요.”원연수가 싸늘하게 답했다.이주혁의 눈이 차갑게 얼어붙었다. 와락 원연수에게 다가섰다.“내가 여자만 보면 발정이 난다고? 그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군. 지금 널 보고 있으니 마음이 동하는걸.”이주혁이 큰 덩치로 압도해왔다.원연수는 심장이 찌릿했다. 무의식적으로 뒷걸음질을 치다가 벽에 부딪혔다.이주혁이 두 손으로 벽을 짚으며 몸으로 원연수를 가두었다.원연수의 몸에서 은은하게 달콤한 향기가 풍겨 코끝을 자극했다.순간적으로 몸이 굳었다.어렸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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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0화

원연수는 움찔했다.이주혁이 이렇게나 무턱대고 들이댈 줄은 몰랐다.‘곧 결혼할 인간이….’이주혁 같은 인간이라면 혼인에도 그렇게 충절을 지킬 것 같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만 백소영의 어린 시절 친구라고 밝힌 사람에게도 이렇게 들이댈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이 정도로 저질이었구나.이렇게 마구 선을 넘을 정도로 굶주린 건가?내가 겨우 이런 인간을 사랑했었다니….’구역질이 날 지경이었다.힘껏 밀어내 봤지만 남자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원연수는 어쩔 수 없이 이주혁의 입술을 깨물어 피를 냈다.이주혁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원연수는 주혁을 밀어내고는 따귀를 올려붙였다.사무실에 ‘짝’하는 소리가 울렸다.“내게 손을 댄다고?”이주혁의 두 눈에 얼음 같은 한기가 돌았다.“왜 안 되는데? 감히 내 존엄을 침해하는 변태를 한 대 치지도 못하나?”원연수가 싸늘하게 뱉었다.“이번에는 날 정말 잘못 건드렸어. 기왕 변태 소리를 들었으니 변태가 뭔지 제대로 보여줄까?”이주혁이 원연수의 허리를 와락 감더니 소파에 던지고 그 위로 자신의 몸을 겹쳤다.“놔! 놓으라고!”이주혁이 이 정도로 미친 짓을 할 줄은 몰랐지만 어쩌겠는가? 운동과 수련으로 단련된 이주혁이 이렇게 누르고 있으니 그야말로 아래 깔린 원연수는 꼼짝을 할 수 없었다.그나마 걷어차려고 다리를 움직이는 찰나에 이주혁이 다리까지 감아버리더니 씩 웃었다.“아주 적극적인데 그래?”원연수의 눈에 핏발이 섰다.“당신에게 덤비는 여자라면 얼마든지 있을 텐데 왜 나한테 이래요? 내가 소영이 친구라서? 변태도 이런 변태가 없네. 소영이는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하겠구나.”‘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한다고….’그 말이 망치처럼 이주혁의 머리를 땅 쳤다.온몸이 확 굳어졌다.원연수는 그 틈을 타서 이주혁을 확 밀치고 옷을 집어 사무실을 빠져나갔다.그러나 사무실 문을 나서자마자 시아가 명품 백을 들고 거들먹거리며 다가오는 게 보였다.흐트러진 원연수의 옷 매무새와 목 여기 저기 난 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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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1화

시아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이주혁의 입술에서는 핏방울이 맺혀있었고 두 눈은 아직 이글거리고 있었고 바지 아래서는 생생한 욕망의 증거가 꿈틀거리는 것이 보였다.바보가 아닌 이상 이게 무슨 뜻인지는 알 수 있었다.자신이 아무리 유혹해도 얼음 조각처럼 차갑기만 하던 이주혁이었다. 여자를 홀리고 다닌다는 말이 거짓말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목석같은 이주혁이었다.그런데 이제는 그 말이 사실이라는 것이 눈에 보였다.이주혁은 여자를 안 좋아하는 게 아니라 자신에게만 만 반응이 없는 것이었다. 원연수에게는 저렇게 흥분하다니 너무 분해서 도저히 이 현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질투로 가슴이 폭발할 것 같았다.‘원연수가 나보다 나은 게 뭐야? 분명 뭔가 부정한 수단으로 주혁 씨를 유혹한 게 틀림없어!이 더러운 것이!’원연수가 눈앞에 있었다면 당장 따귀라도 올려붙이고 싶은 심정이었다.뒤따르던 소연희도 분위기를 파악하고 경악했다.그러나 당사자인 이주혁은 태연하게 테이블에 다리를 올리고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오히려 시아가 나타난 것이 불만인 듯했다.“여긴 무슨 일이야?”“넌 나가 있어.”시아가 소연희에게 눈짓했다.소연희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숨을 쉬었다.‘대표님이 시아 님을 엄청 아끼는 줄 알았더니 아니었나 봐. 시아 님을 신경 쓴다면 이런 상황이 발각되고 나서 저렇게 쫄리는 거 하나 없다는 듯 태연하고 냉정할 수는 없지.’사무실 문이 닫히자 시아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곧 뚝뚝 눈물방울이 흘러내렸다.“왜? 하고 싶으면 나한테 오지…”“너한테?”이주혁이 말을 끊더니 눈을 들어 담담하게 말했다.“미안하지만 너한테는 끌리지가 않아.”“……”시아는 너무 크게 충격을 받아서 눈 앞이 하얘졌다.‘무슨 소리야? 나한테는 끌리지 않는다니? 원연수한테는 끌렸잖아?’이주혁이 다시 아무렇지도 않은 눈으로 시아를 흘끗 쳐다보았다.“무슨 망상을 하고 있나? 내가 왜 너랑 결혼하는지 아직도 잘 몰라? 네가 날 컨트롤 하려고 든다면 이주혁의 아내가 되었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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