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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2화

“윤 대표, 혹시 누구한테 잘못 보인 거 있나? 나오는 기세로 봐서 상대가 보통이 아닌 것 같은데 말이야. 혹시 임윤서 씨를 좀 찾아가 보면 어떻겠나? 지금 거물급 정치인의 딸이 되었으니 힘을 좀 써주 지 않겠어?”“그래, 그래도 몇 년을 사귄 사인데 옛정을 봐서라도 좀 도와주지 않겠나?”신아영이 있는 앞인데도 일부 주주는 대놓고 임윤서를 언급했다.신아영은 몸이 휘청거리고 얼굴이 창백해졌다.윤상원도 안색이 매우 좋지 않았다. 어쨌거나 임윤서가 벌인 수작이라는 말을 대놓고 할 수는 없었다.어쨌거나 윤서가 정말로 이 일을 이렇게까지 깔끔하게 해낼 줄은 몰랐다.‘그래도 한 때 사랑했던 사이인데 어떻게 이렇게까지 할 수가 있지?’윤상원은 그날 밤 역시 괜히 윤서에게 접근해서 명함까지 주었다는 생각에 후회가 됐다.그렇다고 그런 말을 했다가는 자신은 물론이고 신아영까지 더 미움을 살 텐데 주주에게 말할 수도 없었다. “뭐, 그런 얘기는 그만 두시죠. 이미 헤어진 지가 언제인데요. 연락 안 한지도 오래 됐습니다. 이번 일은 제가 달리 생각해둔 게 있습니다.”윤상원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단호하게 의견을 피력했다.“그건 그렇군요.”주주 한 명이 신아영을 흘끗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대초에 임윤서씨가 회사에 와서 맞장을 뜰 정도였으니 별로 좋은 감정이 남아있지는 않겠죠.”그 일을 거론하자 다들 윤상원에 대한 불만이 커진 듯했다.애초에 회사로 찾아와 신아영에게 대거리를 했을 때는 임윤서가 너무 기고만장하고 제멋대로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윤상원이 정말 신아영과 사귀는 것을 보고는 많은 직원들이 신아영이 이유 없이 맞은 게 아닌 것 같다며 진작부터 윤상원과 신아영이 은근슬쩍 환승연애를 해서 윤서를 건드린 게 아니냐며 수군거렸다.신아영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입술을 깨물었다.윤상원은 신아영을 흘끗쳐다봤다. 눈에는 죄책감이 돌았다.“오늘 회의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이따가 식약청 직원과 식사 약속을 해두었습니다. 이 일과 관련해서 최대한 해결점을 찾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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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3화

“아니, 괜찮아.”윤상원이 고개를 저으며 단칼에 거절했다.******점심 시간, 윤상원은 식약청 직원과 식사를 하고 선물을 건넨 후에야 이번 일의 배후에 송영식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즉시 차를 타고 오슬란그룹으로 향했다.로비에서 2시간은 족히 기다리고 나서야 송영식에게서 올라와도 좋다는 연락을 받았다.문을 두드리고 들어가자 큰 사무실에 송영식이 가죽 의자에 앉아서 벽에 있는 다트판에 다트핀을 날리고 있었다.기술이 좋지 못한지 내내 가운데는 맞히지 못했다.“젠장! 왜 이렇게 재수가 없어!”송영식이 욕을 내 뱉었다.비서가 난처한 듯 알렸다.“윤후그룹의 윤상원 대표가 오셨습니다.”송영식은 그제야 눈을 들어 시선을 꼴사납게 검은 바지에 푸른 셔츠를 입은 윤상원에게로 향했다. 생긴 것은 송영식에 비하면 한참 떨어졌지만 길에 세워 두면 그렇게 떨어지는 미모도 아닌 정도의 생김이었다.초면도 아니었다. 약 3년 전 화신그룹 입구에서 윤서와 실랑이를 벌이다가 결국 송영식이 나서서 방패막이가 되어 준 덕에 겨우 쫓아낼 수 있었던 바로 그 인물이었다.“무슨 일입니까?”송영식이 느른하게 입을 열었다.오만한 그 시선은 어려서부터 정재계를 아우르는 큰 인물을 낸 집안에서 자라면서 길러진 것이었다.송윤구가 말했듯 송영식은 사람을 깔아보는 경향이 있어 상대는 매우 무시당했다고 느껴지지 일수였다.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윤상원은 모욕감을 느꼈지만 꾹 참았다.“송 대표, 대체 우리 윤후그룹이 뭘 잘못했다고 이런 일을 벌이는지 물어보러 왔습니다.”“그냥, 눈에 거슬려서.”송영식이 경멸하듯 뱉었다.“이거 보세요….”윤상원이 뿌드득 주먹을 쥐는 소리가 들릴 지경이었다.“왜? 싸우시게?”송영식이 상반신을 살짝 일으켰다. 송영식이 하준이나 이주혁보다는 못했지만 그래도 어디 가서 맞고 다닐 정도의 실력은 아니었다.“저는 주먹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타입은 아닙니다.”윤상원이 화를 억누르며 최대한 부드럽게 말했다.“듣자 하니 나는 주먹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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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4화

송영식은 아무 말이 없었다.그러나 태도로 봐서는 인정하는 모양새였다.윤상원은 재빨리 머리를 돌려보았다. 대체 윤서가 송영식에게 무슨 소리를 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송대표 님은… 백지안 씨를 좋아하는 게 아니었습니까?”‘백지안을 좋아하면서 왜 윤서를 도와주려는 거지? 왜 나를 못살게 구는 거야?”윤상원은 확실하게 물어보고 싶어서 지금 자신의 말 한마디가 송영식의 화를 부르거나 망신 시킬 수도 있다는 사실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아, 송영식이 백지안을 좋아하는 걸 다들 알고 있는 상황에서 백지안이 바람이 났었지.’“내가 누굴 좋아하든 너랑 무슨 상관이야?”송영식의 얼굴이 험악해졌다.윤상원의 가슴이 크게 움직이더니 결국 소리쳤다.“훌륭한 집안 출신인 분이 계속 말씀을 심하게 하시는데….”“왜? 재벌 집 자재는 말 험하게 하면 안 되나?”송영식이 말을 끊었다. 눈에는 비웃음이 가득했다.“당신은 말은 곱상하게 하면서 양다리를 걸치지 않았나? 그것도 아주 편안하게 말이야. 사람이라는 건 말이야, 입이 험한 것이 속 시커먼 것보다 낫다고.”“송 대표는 나와 윤서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라서 그렇게 생각하시는 겁니다.”윤상원은 울컥 올라오는 짜증을 누르고 가능한 평온한 얼굴을 유지했다.“괜찮으시다면 저와 윤서 사이의 이야기를 들어보시겠습니까?”송영식은 테이블에 놓여 있던 차를 들어 마실 뿐 말을 끊지도 않고 거절하지도 않았다.윤상원의 눈에 괴로운 기색이 스쳤다.“저와 윤서는 대학에서 만났습니다. 제가 선배였는데 윤서가 절 따라다녔죠. 윤서는 에너지 넘치고 시원스럽고 예쁜 아이였습니다. 그 바람에 전혀 연애 생각이 없던 저도 결국 윤서의 매력에 빠져서 사귀게 되었죠. 졸업을 하고 나서 저는 아버지 사업을 물려받으면서 내내 바빴습니다. 그때 윤서는 별로 일할 생각이 없어서 하루 종일 제 곁에서만 맴돌았습니다. 처음에는 좋았죠. 하지만 제가 야근을 해야 해서 같이 놀아주지 못하는 날이 늘어나니 기분 나빠 하더군요.아영이는 어려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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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5화

윤상언은 움찔했다.“사실 아영이한테 한 짓만 빼면 다 괜찮았습니다.”송영식이 큭큭 웃었다.“뭔 소릴 하나 들어봤더니, 그러니까 자기랑 신아영은 순수한 사이이고 신아영은 자기를 위해서 그렇게 희생을 해주었다? 그 신아영이 내내 당신을 좋아했던 거 아니야?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내내 곁에 두고는 여자친구에게는 불만을 가지지 말라니, 무슨 성모 마리아냐고?”윤상원은 입이 벌어졌다.송영식이 벌떡 일어났다.“부모님을 만나는 자리에 당신을 좋아하는 사람이 사고가 났다고 윤서는 버리고 거길 쪼르르 달려가? 최소한 윤서에게 전화해서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를 받을 생각은 안 해본 건가?”윤상원이 얼굴에서 점차 핏기가 가셨다.송영식이 콧방귀를 뀌었다.“일이 바쁘다고 함께 시간을 보내주지도 않으면서 그저 불평이나 하지 헤어지자는 소리를 하길 했어, 뭘 했어? 그런데도 고마운 줄을 모르고 이거 저거 트집이나 잡고 말이야. 한창 나이의 사람이 자기 꿈은 접어두고 사랑하는 사람의 곁을 지키고 있는 거 자체가 얼마나 큰 희생인지를 모르는 건가?”말하다 보니 송영식은 점점 더 화가 났다.“혼자 세상 제일 잘난 줄 아는 모양인데 윤서네 아버님 회사가 당신네 집안 사업 보다 더 큰 거 몰라? 네 까짓 게 뭐라고 사람을 그렇게 우습게 아는 거지?”“뭐, 집안 얘기는 치사하니 걷어내고 따져보자고. 오슬란에서 5년 전에 얼마나 임윤서를 초빙하려고 애썼는지 아나? 그런데도 윤서는 다 거절했다고. 그게 다 너 같은 녀석과의 사랑을 지키겠다고 버틴 거였군.”송영식의 말이 거칠어졌다.“그 소꿉친구가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면 왜 그렇게 바로 사귀게 되었지? 결국 당신은 표리부동하게 가식을 떨고 있었던 거야.”콧방귀가 절로 나왔다.“윤서가 신아영을 혼내주려는 것이 옛정을 못 잊어서 그런 줄 아는가 본데 네 녀석 하는 꼴을 보니 윤서에게 그런 마음은 한 톨도 없을 것 같은걸.”송영식의 얼굴이 더욱 싸늘해졌다.“잘 들어. 이번에 내가 나서서 당신 운 좋은 줄 알아. 다른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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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6화

윤서는 조롱 섞인 눈으로 윤상원을 바라보고 있었다.“윤서야….”윤상원은 머리가 멍했다.“네가 여긴 어쩐 일이야?”“남이 왜 여기 있는지는 아실 거 없고, 여기 서 있었던 덕분에 우리가 사귀는 동안 윤상원이 얼마나 고생하고 고통을 참았는지 알게 되었네? 참 힘들었겠다.”윤서가 피식 웃으며 비꼬았다.윤상원은 어쩐지 갑자기 너무나 부끄러운 기분이 되었다.방금 송영식도 말했지만 지나간 과거에 대한 자신의 기억은 오로지 윤서에 대한 나쁜 점을 나열한 것에 불과했다.‘실은 윤서랑 좋았던 시간도 많았는데….하지만 이제서 그딴 소리 해 봐야 소용 없지.’“윤서야, 잘 사귀었으면 헤어질 때도 깨끗하게 좀 헤어지자.”윤상원이 괴로운 듯 애원했다.“이제 넌 부귀영화를 다 손에 쥐었으니 아영이가 감히 널 어쩔 생각은 하지도 못해. 지나간 일은 그냥 흘려 보내자고.”“우리 사이의 일은 흘려 보낼 수 있어. 하지만 난 신아영 때문에 죽을 뻔했다고. 그건 절대 용서 못해.”윤서가 싸늘하게 윤상원을 노려보았다.“그 여자랑 하루라도 빨리 헤어지는 게 좋을 거야. 계속 그러고 있다가는 윤후그룹도 같이 나자빠질 수 있어.”윤상원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윤서에게서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가 느껴졌다.그 때문에 윤상원은 화가 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부끄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아직도 안 나가? 기어코 경비를 불러야 하는 상황인가?”송영식이 다가와 씩 웃으며 눈썹을 치켜 세웠다.주먹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더니 윤상원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가버렸다.“언제 왔어? 어쩐 일이야?”윤상원이 가버리고 나자 송영식은 더 긴장되었다. 임윤서가 먼저 자신을 찾아오다니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이었다.“지난번에 배합 레시피 관련해서 나한테 아직 지급해야 할 금액 있잖아요? 서류에 사인 좀 해주세요.”임윤서가 서류를 내밀었다.“어, 그래. 난 또 내가 뒤에서 힘 써줬다고 인사라도 하려고 온 줄 알았지.”송영식이 서류를 받아다 슥슥 이름을 적었다.“나한테 못된 짓을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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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7화

“뭐, 이번 일에 힘도 써주고 했으니 내가 밥 한 번 쏠게요.”윤서가 문득 말했다.“회사 근처에 괜찮은 태국 식당이 있는데 같이 가죠.”송영식은 얼떨떨했다. 갑자기 윤서가 다정하게 나오는 당황스러웠다.“그… 그러던지.”******송영식은 바로 컴퓨터를 끄고 윤서와 내려갔다.태국 식당에서 윤서는 쌀국수에 푸팟퐁, 레드 커리 등을 주문했다.송영식은 슬쩍 메뉴판을 보더니 말했다.“여기 너무 저렴하잖아. 난….”“뭐? 뭐 엄청 비싼 거 사줄 줄 알았나 보네?”윤서가 눈을 깜빡였다.“당신하고 밥 먹는데 5만원 이상은 안 쓰고 싶거든요.”“……”송영식은 황당했다.“아니, 내가 사도 되는데. 내가 어디 가서 얻어 먹는 사람은 아니라서.”“됐어요. 산다고 했으면 오늘은 내가 사는 거.”윤서가 고개를 저었다.“그럼 다음 번에는 내가 사지.”송영식이 얼른 말을 이었다.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것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윤서가 송영식을 삐뚜름하게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정말이지 날 본가에 들어갈 발판으로 쓰지는 말아요. 차라리 내가 할아버지께 당신을 집으로 다시 불러 들여달라고 말씀 들일 테니까. 지금 내 뱃속에는 어쨌든 송 씨 집안의 아이가 자라고 있으니 내가 드리는 말씀을 본가에서도 무시할 수 없을걸.”송영식은 얼떨떨했다. 윤서가 이렇게까지 마음을 내줄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왜 이렇게 날 도와주려고 그러는데? 사실 할아버지께서 나더러 어떻게든 당신의 마음을 얻어서 결혼을 해야 본가로 복귀하게 해주시겠다는 것도 결국은 뱃속의 아이를 생각해서….”“엄마 아빠가 사랑하지도 않는데 억지로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윤서가 고개를 저었다.“날 싫어하는 거 아니었어? 지난 번에도 엄청 울고불고 하길래….”송영식은 뭔가를 말하려다가 말았다.“지금 상태가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나 봐?”“그래도 어쩔 수 없지. 아이를 떼어버리면 평생 다시는 아이를 가질 수 없을 수도 있다잖아. 게다가 이미 12주가 다 되어서 더 손을 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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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8화

“그날… 난 나랑 주혁이 때문에 당신이 우는 줄 알았어. 그런데 이제 보니 윤상원 때문이었네.”송영식이 말을 이었다.‘오늘 말을 들어 보니 그날 그 자식이 얼마나 헛소리를 했길래 당신이 그렇게 화나 났을까 싶더라고. 이제 신경 쓰지 마. 그 녀석은 괜찮은 놈이 아니더라. 예전에 나처럼 멍청이야. 그런 녀석에게는 화내는 것 조차도 감정 낭비야.”“뭐 이제 윤상원 때문에 속상하고 그런 건 없어. 진작부터 사랑하는 마음은 없어졌거든. 그냥… 마음에 걸리는 거지. 그렇게 내가 모든 것을 바쳤는데 결과적으로는 상대 입장에서는 아무것도 안 해준 것이나 다름 없다는 것이.”윤서가 자조적으로 웃었다.“알아. 내가 백지안에게 했던 것과 같은 거지 뭐. 결국 난 백지안에게 어장 안에 잡아둔 고기나 다름 없었는데. 날 완전히 멍청이 취급했던 거야. 난 당최 모르겠어. 내가 어디가 그렇게 못났는지….”송영식은 잠시 말을 쉬었다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술 한 잔 할까? 당신은 그냥 물 마시면서 같이 있어 주라. 그냥 말만 하려니까 좀 그래서.”“… 그러시던지.”윤서는 잠시 망설이다가 동의했다.솔직히 임신한 것만 아니었으면 당장 두어 병 비우고 싶은 심정이었다.송영식은 곧 직원을 불러 술을 두 병 주문했다.그러나 사실 송영식의 주량은 그렇게 좋지 않아서 밥을 다 먹었을 쯤에는 이미 취해버렸다.결국에는 술병을 껴안고 신세 한탄을 했다.“사실… 나도 안다고… 당신들 말이야! 하준이랑, 주혁이랑, 그리고 당신! 다 날 비웃었잖아…. 난…그래 내가 바보다. 나도 내가 바보인지 안다고. 그런 여자 때문에…. 그거 알아? 백지안이 나더러 쓸모없는 놈이래. 하준이나… 주혁이만 못하대. 집에서도 버림 받았다고. 난 이제 갈 데가 없어….”“내가 직접 봤다니까? 지안이랑 그… 그 자식이 착 달라붙어서 말이야…. 내가 그 장면을 다 봤는데… 놀라지도 않더라. 오히려… 나 더러 뭐라고 하는 거야.”“대체…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지 모르겠다니까. 날… 좋아하지 않는다고 쳐.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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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9화

사실 윤서도 잘 알고 있었다.아무 것도 모르는 것 같아도 실은 이런 상황을 충분히 파악하고 있었다.그런 윤서를 보고 있자면 어쩐지 마음이 짠해 지는 것이었다.******다음 날.송영식이 깨었을 때는 이미 해가 중천에 떠 있었다.벌떡 일어나 보니 어쩐지 눈에 익은 곳에서 자고 있었다. 그러나 한참 동안 어딘지는 생각이 나지 않았다.이때 송정환이 들어왔다.“어, 형. 깼네.”송영식은 흠칫했다가 곧 기억이 살아났다.‘정환이네 집이구나.’“이제는 아는 척도 하는 구나.”송영식이 차가운 눈으로 노려보았다.“전에는 전화를 해도 안 받길래 아주 평생 사촌형 모른 척하고 살 작정인 줄 알았다.”송정환이 웃었다.“제가 할아버지 말씀이라면 꺼뻑 죽는 거 다 아시잖아요? 할아버지께서 허락하지 않으셨으면 오늘도 형이라고 안 불렀을 걸요.”“허락을 하시다니?”송영식은 이게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없었다.“뭘 허락하셨다는 거야?”“형님이 본가로 돌아오는 걸 허락하셨죠.”송정환이 느른하게 장식장에 기대 팔짱을 꼈다.“정말?”송영식은 매우 기뻤다.“할아버지가 그래도 날 좋아하실 줄 알았다니까. 그냥 홧김에 그러셨던…”“아니거든요.”송정환이 말을 끊었다.“윤서 누나가 어제 밤에 본가에 가서 할아버지랑 큰 아버지 내외 만나서 다시 형님을 받아달라고 해서 할아버지께서 허락하신 거라니까요.”송영식은 몸이 떨렸다. 어제 밤에 윤서와 저녁을 먹고 이야기를 하면서 윤서랑 어색하던 사이가 좀 풀렸다 싶긴 했지만 윤서가 직접 본가에 가서 자신의 복귀를 부탁했을 줄은 몰랐다.생각할수록 예전에 자기가 얼마나 나쁜 놈이었는지가 새삼 느껴졌다.윤서는 말을 날카롭게 해서 그렇지 실은 완전 츤데레 캐릭터였던 것이다.겉으로는 뾰족해 보이고 거의 뭐 원수 대하듯 못되게 말을 했지만 결국은 자신을 도와주었다.송영식은 고개가 푹 떨어졌다. 기뻐야 하는 게 맞는데 속은 어쩐지 답답했다.“아 참, 어젯밤에 윤서랑 밥 먹고 있었던 것 같은데….”“형이 완전히 취해서 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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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0화

“왜 그렇게 바짝 긴장해서 그래?”송정환이 씩 웃었다.“누나한테 별 생각도 없으면서. 괜찮은 남자가 누나한테 관심을 가져주면 좋아해도 모자랄 판에.”“……”송영식은 팩트를 찔려서 할 말을 잃어 한참 만에야 다시 입을 열었다.“우리 집안이 웃음거리가 될까 봐 그러지. 삼촌도 곧 대선에 출마하실 건데 넌 아들이 되어 가지고 좀 얌전히 굴어야 할 거 아냐?”“내가 얼마나 얌전했다고. 형보다 훨씬 조용히 지냈어, 뭐. 나한테 그런 말 할 자격 없으실 텐데.”송정환이 아무렇지도 않게 반박했다.송영식은 콧방귀를 뀌었다.“어쨌든 할아버지께서 네가 임신한 여자를 아내로 맞는 건 절대로 허락 안 하실 걸. 삼촌이랑 숙모도 마찬가지고. 괜히 나처럼 쫓겨나지 말고 조용히 있어.”“쫓겨나면 형처럼 다시 돌아오겠지. 해 보지도 않고 안 되는지 어떻게 알아?”송정환이 팔짱을 끼고 당당하게 말했다.“야….”송영식은 어이가 없었다. 송정환이 이렇게 짜증나는 녀석인지 처음 알았다.“간다. 본가에나 가봐야겠다.”송영식은 우아하게 돌아섰다.대충 씻고 정환에게 옷을 빌려 입고 본가로 갔다.가는 내내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그러나 일단 들어가서 다들 그렇게 도끼눈을 뜨고 있지 않아서 감동한 나머지 눈물이 핑 돌았다.송영식은 털썩 꿇어 앉았다.“할아버지, 앞으로 다시는 그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습니다. 정말… 돌아와도 되는 겁니까”송우재가 콧방귀를 뀌었다.“원래는 절대 동의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윤서가 먼저 찾아와서는 그렇게 구구절절하게 비니 내가 어쩔 수가 없었다.”정환에게 대충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할아버지 입에서 나오는 말을 직접 듣고 있자니 심장이 뭉클했다.“다른 소리는 내가 하지 않겠다. 어쨌든 우리가 윤서에게 미안한 것이 많으니 앞으로는 저도 알아서 헤아리도록 해라. 기왕 백지안이랑 끝났으면 이제 확실하게 연락도 끊고, 다시는 볼 생각도 하지 마라.”송우재는 말을 마치더니 지팡이를 깊고 가버렸다.송영식은 꿇어 앉은 채로 멍하니 넋을 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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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1화

“……”‘좋기는 개뿔!’송영식은 과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자기 마음이 왜 이런지 자신도 알 수 없었다.“하지만… 제 애를 가지고 있잖아요?”“그러니 나중에 애가 태어나면 더 잘해줘야지.”전유미가 웃었다.“네가 참 복은 있다. 우리 집안에는 원래 딸이 귀한데 윤서가 딸을 가졌다고 할아버지께서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모른다.”송영식은 눈만 끔뻑거렸다.‘나도 딸인지는 알아요. 딸 좋죠. 얼마나 귀여워? 딸은 아빠 닮는다는데, 내 이 미모를 닮았으면 뭐…. 아주 세상에서 제일 이쁜 애가 태어나겠지.’“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니?”전유미가 송영식의 눈 앞에서 손을 흔들어 보였다.“그렇게 바보같이 웃는 걸 보니 너도 좋은가 보구나. 전에는 그냥 애를 지우라고 그 난리더니. 하마터면 너 때문에 애를 잃을 뻔했다.”송영식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그래. 하마터면 우리 그 귀여운 천사를 잃을 뻔했지.’“어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앞으로 윤서를 잘 돌볼게요.”송영식이 바로 답했다.송정환이 유유히 끼어들었다.“누나는 형이 참견하지 않길 바랄 걸요. 누나는 동생인 제가 챙길게요. 형은 나중에 아기나 챙기세요.어쨌든 형이 너무 가까이 붙어 있으면 누나 결혼하는데 방해만 될 거예요.”전유미가 끄덕였다.“정환이 말도 일리는 있구나.”“……”‘맞기는요!!아니, 저 자식이! 내게 네 시커먼 속을 모를 줄 알아? 왜 요즘따라 저게 저렇게 눈에 거슬리나 그래?’******송영식은 본가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전유미와 쇼핑을 나갔다. 곧 기자들이 따라붙어 싱글벙글한 송영식과 전유미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간 송영식을 피하던 쓰잘 데 없는 친구들에게서 연락이 왔다.“어이, 얼굴 못 본 지 오래 됐는데 오늘 밤에 한잔 어때?”“한자 같은 소리 하네.”송영식은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제기랄, 정작 내가 바닥에 떨어져서 도움이 필요할 때는 한 놈도 연락이 안 되더니.’절치 단톡방도 난리였다.이주혁: 본가로 들어갔다며?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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