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401 - 챕터 1410

1699 챕터

1402화

먼저 공항에 도착한 송영식과 임윤서는 여름을 보더니 바로 다가와 덥석 손을 잡았다.“너무 잘 됐다. 여름이랑 같이 있으면 여기서도 심심하지 않겠다. 밤에는 우리 집에서 잘 거지?”“그래. 이젠 동성에 딱히 잘 데도 없고.”여름이 웃었다.“우리 여름이 잘 챙겨주라.”하준이 송영식에게 부탁했다.“야, 그 실력이면 여름 씨가 날 지켜줘야 하는 거 아니냐?”송영식이 놀리듯 말하더니 목소리를 낮추었다.“그런데 왜 여름 씨를 우리랑 같이 가라고 했냐?”“왜? 싫어? 같이 가주는 걸 영광으로 알라고.”하준이 당당하게 말했다.송영식은 황당했다.“아, 됐어. 강여름이 너한테나 사랑스러운 여자지 나한테는 훼방꾼이거든. 난 이번 기회에… 윤서랑 관계를 좀 진전시켜 보나 했는데….”송영식은 말끝을 흐리며 살짝 얼굴을 붉혔다.하준은 마땅찮은 눈으로 송영식을 흘겨보았다.“걱정 붙들어 매. 여름이가 같이 안 가도 어차피 네가 원하는 대로는 안 돼. 꿈 깨라고.”졸지에 찬물을 뒤집어 쓴 송영식은 하준을 상대하지 않기로 했다.“우리 자기 조심해서 다녀 와.”하준이 여름 곁으로 다가와 작은 볼을 감쌌다.“나 놓고 바람 피우면 안 돼!”“그거 내가 할 대사거든.”여름은 한 마디로 하준을 물리고는 윤서와 손을 잡고 가버렸다.하준은 여름과 윤서의 꼭 잡은 손을 가늘게 뜬 눈으로 보았다.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여름이 다른 사람과 손을 잡는 것이 싫었다. 상대가 여자라고 다르지 않았다.******비행기에서 여름과 윤서는 같이 앉았다. 둘은 소곤소곤 재잘재잘 끊임 없이 이야기를 나누었다.둘은 뒤에 앉은 송영식은 아랑곳 않았다. 송영식은 심심한 나머지 비행 내내 잠만 잤다. 비행기가 동성 공항에 착륙했다.임준서는 정장을 말끔히 차려 입고 한참을 기다리다가 송영식을 보더니 싸한 얼굴이 되었다.“자네는 알아서 여기 저기 구경하게. 굳이 우리 집에 올 필요는 없어. 자네랑 내 동생이 상황에 밀려서 억지로 결혼한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인데 구태여 장인 장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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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3화

여름의 미간이 깊은 주름이 잡혔다.강태환과 이정희를 잡아 넣기 위해 얼마나 애를 썼는지 모른다. 그런데 잡아 넣은 지 4년도 안 돼서 석방되다니.누구라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었다.“뭘 했길래요?”여름이 물었다.“잘 모르겠다.”임준서가 고개를 저었다.여름의 미간이 확 모였다.“말도 안 돼요. 감옥에서 그 두 사람이 무슨 짓을 잘 했다고 20년 이상을 감형 받는대요? 아무래도… 강여경이랑 관련 있는 것 같네요.임준서가 깜짝 놀랐다.“강여경이 돌아왔다고 생각하니? 그럴 리가 있나? 강태환 부부가 감옥에 간 뒤로 강여경은 부모도 버리고 도망쳐서 몇 년 째 돌아오지도 않는걸. 그런 인간에게 그런 양심이 있을 리가 있나?”“모르죠. 하지만 이 나라에서 태어났으니 돌아오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자연스럽지 않나요?”여름이 한숨을 쉬었다.“하지만 강여경의 힘으로 강태환 부부를 꺼낼 수 있었을까?”“강여경은 뒤에 숨은 채로 몇 번이나 맞부딪혔지만 저는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어요. 정말 돌아왔다면 아마도 단단히 준비를 하고 왔을 거예요.”여름의 눈에 깊은 우려가 스쳤다.자신은 아직 양유진 일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고 하준은 추신과 대립하는 중에 강여경까지 돌아와 버리면 정말 골치 아픈 일이 될 것이다.송영식이 두리번거렸다.“대체 강여경이 누군데?”윤서가 송영식을 노려보았다.“여름이의 사촌 동생인데 완전 무서운 인간이야. 백지안하고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송영식은 어안이 벙벙했다.‘백지안에게 감쪽같이 속은 채로 우리가 십수 년을 보낼 정도인데 그거 보다 더한 인간이 있다고?’“그런 우울한 얘기 그만하자. 우리가 보통 사람이니? 이제 그 인간이 돌아온대도 겁날 거 하나도 없어.”임준서가 빙긋 웃었다.“그 말도 맞네. 송태구 의원의 딸로서 널 도와주지.”윤서가 여름을 와락 안았다.“잘 됐어. 강여경이 돌아왔으면 이제 우리가 하나하나 복수해 주자고. 이번에는 절대로 도망치지 못하게 할 거야.”“고마워.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냥 내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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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4화

어느 가게 주인이 여름이 안됐던지 제안했다.“아니면 저 뒷골목으로 들어가 봐. 거기도 초랑 향 파는 집이 좀 있을 거야. 그 사람이 설마 거기까지 갔겠어?”여름이 끄덕였다.동성에서 나고 자란 여름이 알기로는 안쪽 골목은 사람들이 많이 가지 않는다. 노인들이 오래된 가게 몇 개를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그런데 여름이 그 골목에 들어서자 검은 티셔츠를 입은 남자가 건달에게 둘러싸인 것이 보였다.“어이, 이 동네 향을 다 쓸고 다니는 거 보니 돈 좀 있나 보네?”우두머리로 보이는 건달이 손에 든 각목을 툭툭 치며 다가섰다.“시계랑 지갑을 놓고 가면 곱게 보내주지.”“이 시계는 아빠가 준 거란 말이야. 얼마나 귀한 건데, 함부로 줄 수는 없지.”남자가 거절했다.말투를 들어보니 발음이 정확하지 않은 것이 외국인 같았다.여름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목소리를 들어보니 남자의 나이가 꽤 어려 보이고 말을 들어보니 우리 말을 모국어처럼 하는 수준이 아니었다.‘아마도 부모님이 여기 분이라서 오랜만에 왔나 보지? 그래서 성묘를 하려나 보다.어린 나이인데도 성묘에 쓰겠다고 비싼 향을 다 사들인 걸 보니 그래도 저승에서 보고 부모님이 기특하다고 하시겠구먼.’여름은 문득 그 젊은 남자에게 호감이 생겼다.“큭큭큭, 이 자식이 지금 주고 싶으면 주고 말고 싶으면 말 수 있는 상황인 줄 아나 본데요?”건달 하나가 웃었다.“인마, 빨리 내놓고 꺼져. 다리 몽뎅이 다 부러지기 전에.”“백주대낮에 강도질이라니, 정신이 나갔나?”여름이 싱긋 웃으며 다가갔다.여름은 짙은 색 찢어진 청바지에 흰 티를 입고, 선글라스를 걸쳐 남들이 보면 스물 남짓해 보이는 차림이었다.선글라스에 눈이 가려지긴 했지만 꽤나 미모가 뛰어나다는 것은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별달리 화장을 안 하고도 날렵한 콧날에 도톰한 입술만으로도 시선을 끌기에는 충분했다.차민우는 심장이 벌렁벌렁해서 여름을 쳐다보았다.이유 없이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젊은 시절 강신희의 사진을 본 적이 있는 차민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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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5화

“됐어. 백주대낮에 외국인이나 털어먹는 놈들은 이 누나한테 좀 혼나야 해.”여름이 차민우의 손을 홱 치우고는 유유히 놈들에게 다가갔다. 그러더니 순식간에 건달들이 손에 든 각목을 죄 빼앗고는 놈들을 멀찌감치 차내 버렸다.더할 나위 없이 깔끔한 동작에 차민우는 혀를 내둘렀다.여리여리하게 생겼는데 이란 싸움을 시작하니 어지나 호탕한지 무슨 무대를 보는 것처럼 시원스러웠다.차민우의 날카로운 눈에는 절대 그저 보기 좋은 기교만 배운 솜씨가 아니었다.더욱 놀라운 것은 손을 보는 사이에 건달들의 손을 다 꺾어 놓았다는 점이었다. 역시나 매우 깔끔한 솜씨였다.“너희 같은 녀석들은 며칠 구치소에 들어갔다 나오면 또 이런 짓을 할 녀석들이니까 이 참에 손이라도 꺾어 놔야 몇 달 얌전히 있을 거야.”툭 던지듯 뱉는 여름의 말에 건달들은 몸을 부르르 떨더니 우르르 도망치고 말았다.“고맙습니다.”차민우가 성큼 다가섰다. 흑발 아래 빛나는 파란 눈이 능청스럽게 빛났다.“대협께서 구해줘서 다행입니다. 여긴 처음인데 강도 맞을 뻔했네요.”‘대협이라니?’여름은 거의 뿜을 뻔했다. “꼬맹이, 어디 외국에서 왔니?”차민우는 흠칫했다. 다른 사람이 자신을 ‘꼬맹이’같은 단어로 부르는 것은 처음이었다. 니아만이었다면 다들 깜짝 놀라서 여름을 쳐다봤을 것이다.감히 차진욱의 아들을 ‘꼬맹이’따위 말로 부르다니, 아마도 세계 최초일 터였다.“잘못 들었나? 날 뭐라고 불렀죠?”차민우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말투로 입을 열었다. 외국이 특유의 발음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목소리가 한층 더 매혹적이었다.“보니까 한 스무 살 정도 된 것 같은데, 맞지?”여름이 훑어보며 물었다.“네, 스물 하나예요.”차민우는 동그랗고 탄력 있는 여름의 얼굴을 보며 놀라서 되물었다.“나보다 나이 많아요?”“몇 살은 더 많은 것 같은데, 그러니까 꼬맹이라고 불렀지.”여름은 차민우가 손에 든 봉투를 흘끗 보았다. 안에 향이 잔뜩 들어있었다. 가게에서 고급 향을 모두 털어간 것은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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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6화

“난… 이대협?”여름은 씩 웃으며 답하더니 가버렸다.치민우는 멍하니 서 있었다.‘대협… 대협?진짜 이름이 대협이야? 재미있네?’치민우가 막 골목을 벗어나 차에 탔는데 강신희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이 녀석아! 너 혼자서 몰래 동성에 간 거니?”“어제 막 도착했어요.”치민우가 헤헤거리고 웃었다.“먼저 와서 엄마 고향이 어떤지 보고 싶었어요. 제가 이쪽에서 먼저 싹 준비 해 놓으면 엄마랑 아빠가 오셨을 때 제가 마중 나갈 수 있잖아요. 아침에 외삼촌이랑 외숙모 면회 가서 할아버지 할머니 묘가 어디 있는지 물어봤어요. 이제 성묘하러 가려고요.”강신희는 듣더니 야단 치던 것도 잊고 잠시 말을 잇지 못하더니 물었다.“그래 삼촌이랑 외숙모는 다 괜찮으시더냐?”“아뇨. 너무 오래 갇혀있어서 늙으셨더라고요. 그래도 엄마랑 닮은 게 느껴졌어요.”치민우가 말을 이었다.“제가 혹시 몰라서 예전에 사셨다는 곳 주변에 가서 물어보니 그곳에 정말 강신희란 딸이 있었는데 20여 년 전에 외국에 나갔다가 변을 당했다고 하더라고요. 강태환에게는 딸이 둘 있었는데 하나는 강여름이고 하나는 강여경이라고 하더라고요. 강여름은 어려서부터 데리고 키웠고, 강여경은 어렸을 때 인신매매가 되었다가 나중에 되찾아 왔대요.”“여경이 말을 못 믿은 게냐?”강신희가 인상을 찡그렸다.“친자 감별은 네가 했잖니? 여경이가 내 친딸이라면서?”“알죠. 하지만 만의 하나라는 게 있잖아요.”치민우가 말을 이었다.“엄마! 동성이 미인이 나는 곳인가 봐요. 온지 하루도 안 돼서 거의 엄마 젊었을 때만큼이나 예쁜 사람을 봤어요. 제가 본 중에는 엄마 빼고는 진짜 제일 예쁜 사람인 것 같아요. 엄마도 미인이긴 하지만 이제 나이가…”“뭐라고! 이 녀석이 감히 네 엄마를 늙었다는 게냐? 어?”별안간 차진욱의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차민우는 부르르 떨었다. 옆에서 최고의 강신희 광팬인 아빠가 듣고 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제가 말이 헛 나왔어요. 그 여자가 엄마보다는 확실히 좀 못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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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7화

“엄마, 죄송해요. 이렇게 세월이 흘렀는데도 엄마를 해친 범인을 찾지 못했어요.”여름은 한숨을 쉬며 성묘를 마치고는 떠났다.여름이 가고 나서 30분쯤 지나 차민우가 도착했다.차민우는 타고난 초와 꽃 등을 보고는 흠칫했다.‘명절도 아닌데 누가 와서 할머니 할아버지께 성묘를 했나? 누구 다른 친척이 있었나?설마 강여름?하기만 강여름은 우리 할머니가 돌아가시게 만든 가해자잖아? 그런데 성묘를 온다고?소시오패스인가?’성묘를 마치고 차민우는 주변을 돌아보았다. 역시나 할머니 할아버지 묘 근처에 강신희의 묘가 있었다. 묘비에는 엄마의 젊은 시절 사진이 있었다.확실히 강여경과 닮은 느낌이었다.정말 엄마 이름은 강신희였다. 그러나 강신희가 죽지 않았으니 묘비는 필요 없다.보고 있자니 불길한 기분이 들어서 밤에 사람을 불러서 그 묘지를 없애 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오후 4시.강여름은 윤서네 집으로 갔다.윤서는 가족들에게 한창 우쭈쭈를 받는 중이었다. 반면 송영식에게는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여름아, 정말 너무 오랜만이다. 못 본 사이에 얼굴 더 좋아졌다. 얘.”윤서의 어머니 안선희가 여름의 손을 꼭 잡았다.“외국 나가 있는 동안 우리 윤서를 돌봐줘서 고맙다.”“그런 말씀 마세요. 윤서도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여름이 담담히 웃었다.“아쉽다, 애.”안선희가 문득 웃었다.“전에 네가 선우랑 헤어졌을 때 나는 혹시 널 내 며느리 삼을 수 있을까 싶어서 기대했었단다.”그 말을 들은 송영식은 귀가 쫑긋했다.‘하준이에게 새로운 연적이 생기는 건가?”임윤서가 눈을 굴렸다.“아, 됐어요. 우리 오빠는 여자한테 완전히 관심이 없다니까.”안선희가 한숨을 쉬었다.“하긴, 내가 걔한테 선을 그렇게 주선을 했는데 한 번을 안 보더라. 정말 걔가 남자를 좋아하는 게 아닌가 싶어.”여름이 위로했다.“아이고, 아직 인연을 못 만나 거죠.”“그렇겠지?”안선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 경비가 뛰어 들어왔다.“윤상원 대표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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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8화

윤상원이 꼴 보기 싫기는 했지만 회사나 망하게 하는 정도로 끝나겠거니 했는데 사람을 평생 감옥에서 지내게 만들다니 뜻밖이었다. 윤상원의 미래가 날아갈 판이니 그 집 부모로서는 당연히 다급할 판이었다.송영식은 모두를 한 번 훑어 보더니 망설이다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윤상원이 한 짓은 다들 아시죠? 삼촌은 이제 대통령에 바짝 다가섰는데 거기에 죽자 살자 달려들어 도발을 한 겁니다. 그래서 이번에 많이 화가 나셨습니다.”듣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안 그래도 송태구 의원은 거의 제왕이나 다름 없는 위치였다. 그런 사람을 건드렸으니….“들어오시라고 하세요.”윤서가 한참 만에야 입을 뗐다.곧 윤한중과 박수희가 들어왔다. 마침 윤서와 송영식이 자리에 있는 것을 보더니 매우 반색했다.“잘 지냈니?”윤한중은 임윤서와 송영식 앞에 다짜고짜 털썩 무릎을 꿇었다. “우리 아들이 어리석다. 제발 제 아들을 좀 살려다오. 우리 윤후의 자산은 모두 내놓아도 상관 없다. 자식이라고는 그거 하나뿐이다. 제발, 내가 이렇게 빈다, 윤서야.”“그래.”박수희도 울먹였다.“정말 상원이가 그렇게 황당한 짓을 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애가 홀린 게야. 윤서야, 상원이는 사실 늘 너를 마음에 담고 있…”송영식이 확 미간을 찌푸리더니 저도 모르게 나서서 말을 끊었다.“윤상원 주변 사람들은 왜 이렇게 꿇어 앉는 걸 좋아하지? 말을 안 들어주면 절대로 안 일어 나시겠다, 뭐 그런 건 아니겠죠? 아, 혹시 녹음기도 가져오신 거 아닙니까? 나중에 우리가 또 갑질을 했니 뭐니 하고 그러시면….”“아니오. 절대 그럴 일은 없어요.”윤한중과 박수희는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우리가 신아영도 아니고….”“강 회장, 그만 일어나요”임유환이 갑자기 끼어들었다.“그게….”박수희는 눈물 그렁그렁하며 한사코 일어나지 않으려고 했다. 윤한중이 한숨을 쉬며 박수희를 잡아 일으켰다.“임 회장, 솔직히 이번 일은 내가 전혀 몰랐습니다. 상원이가 그런 짓을 하려는 것을 알았더라면 반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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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9화

박수희는 윤한중에게 이끌려 꿈이라도 꾸는 듯한 걸음으로 윤서네 집에서 나갔다.박수희는 갑자기 크게 울음을 터트렸다.“아이고, 다 자업자득이지. 이럴 줄 알았으면 아영이네랑 그렇게 가까이 지내는 게 아니었는데. 상원이 회사에서 일하게 두지도 말았어야 해요.”“이제서 그런 소리 해 봐야 무슨 소용이 있어? 다 지가 택한 길인데. 공 의원 어떻게 됐는지 몰라요? 공 의원이 그나마 가장 강력한 송태구 의원의 적수였는데 이틀 만에 공 의원 쪽은 지금 난리가 나버렸다고.공 의원 쪽에 줄 대고 있던 정계 요원들은 다들 이런 저런 이유로 잡혀갔다드만. 송태구가 반격에 나선 게요. 눈에 거슬리는 상대는 이번 기회에 싹 쓸어버리려는 거야. 우리는 그나마 상원이 하나만 말려들어간 걸 다행으로 알아야지.”박수희는 아직도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대체 어떤 간 큰 녀석이 우리 상원이에게 송 의원네 집을 상대하라고 부추겼을까?”“다 지 팔자지, 뭐.”*******윤서네, 밤 8시.차가운 밤이었다.임유환이 말했다.“윤서는 피곤하면 방으로 가서 자거라. 송 대표는 1층 손님 방을 쓰게.”송영식은 흠칫해서 가만히 있다가 결국 목청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아버님, 저랑 윤서는 부부인데….”“자네들은 진짜 결혼한 게 아니라 그저 송 의원이 이번 위기를 넘을 수 있도록 협조 하느라고 가짜로 결혼한 거라고 우리 윤서가 그러던데. 그러니 한 방에서 잘 필요가 없다고.”임준서가 싸늘하게 말을 끊었다. 말인즉은, 함부로 윤서와 한 방에서 잘 생각은 꿈도 꾸지 말라는 소리였다.송영식은 완전히 어이가 없었다.‘보통 자식이 결혼하면 이혼은 바라지 않을 텐데?’“진짜 결혼 가짜 결혼이든 결혼은 결혼이죠. 이혼하지도 않았고 이혼할 생각도 없습니다. 말씀 드렸다시피 제가 그간 많이 잘못한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앞으로 전 윤서와 아이에게 온전한 가족을 만들어 줄 겁니다. 이혼하게 되면….”“이혼이 뭐? 우리는 윤서가 이혼을 해도 상관 없네. 딸 하나 데리고 사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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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0화

“당신이야 뭘 하든 내 알 바 아니지만 내 아기는 얘기가 다르지.”송영식이 무뚝뚝하게 답했다.“둘이 몰래 야식 먹으러 나가는 걸 내가 모를 줄 알고?”“어떻게 알았지?”윤서가 놀라서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송영식이 입꼬리를 올렸다.“오기 전에 하준이가 둘이 밤에 돌아다니면서 겁나게 먹을 거라고 잘 지켜보라고 얼마나 신신당부를 했는데.”여름과 윤서는 땀이 삐질 났다.당황한 둘의 얼굴을 본 송영식은 추측이 맞아 떨어진 것을 알고 바로 여름의 손에서 차 키를 가져갔다.“나는 가끔 야식 먹는 것까지 반대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따라가야겠어요. 어쨌든 오밤중에 다니다가 무슨 일이 생기면 내가 보호도 해줄 수 있고.”윤서는 송영식을 흘끗 쳐다보았다.“그러면 잘 할 수 있는 기회를 한번 주던지.”송영식이 모는 차는 곧 어느 거리에 도착했다.차는 두 사람이 자주 다니던 치킨 집 앞에 멈췄다.몇 년 만의 방문인데도 주인은 바로 두 사람을 알아보았다.“아이고, 이게 몇 년 만이여.”“저희가 외국 나가 있었거든요.”여름이 웃었다“장사는 여전히 잘 되네요.”“그럼, 그럼. 옆집까지 세 내서 가게를 확장했잖아.”주인은 송영식을 흘끗 보더니 여름에게 은근한 눈짓을 했다.“남자친구야?”다들 얼어붙자 이번에는 윤서에게 물었다.“자기는 왜 남친도 안 데리고 왔어?”여름과 윤서는 민망해졌다. 송영식은 눈치 빠르게 상황을 파악했다. 굳어진 얼굴로 윤서를 가리키며 말했다.“저는 이 사람 남편입니다.”이번에는 주인이 민망해했다.“아이고, 미안해요. 몇 년 동안 못 봐서 내가 몰라봤네. 그런데 남편이 전남친보다 훨씬 미남이여.”“괜찮아요.”윤서가 웃었다.“어여 앉어. 내가 서비스 잔뜩 넣어줄게.”주인이 자리에 앉으라고 했다..휘 둘러보니 사람이 꽉 차있었다. 결국 여름은 가장 구석진 테이블에 자리를 골랐다.“전에는 윤상원 녀석이랑 왔었나?”송영식이 냉랭하게 물었다.“응. 아주 오래 전에. 헤어지고 나서는 온 적이 없네.”윤서가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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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1화

검은 반팔 티를 입은 차민우는 짙은 속눈썹 아래 사람을 홀리는 파란 눈을 깜빡였다. 그 아래로는 사뭇 섹시한 목젖이 울렸다. 겨우 스물 남짓해 보이는 어린애가 숨 막히는 카리스마를 뿜어냈다.윤서는 완전히 넋이 나갔다.그렇게 매력적인 남자는 처음이었다.‘이건 뭐 완전히 그리스 조각상이잖아!’송영식, 최하준, 이주혁이 내뿜는 느낌과는 다른 것이 차민우는 딱 봐도 어린 것이 중후한 느낌은 아니었지만, 소년과 어른을 오가는 그 나이 대 남자의 묘한 매력이 있어서 늑대개? 대형견? 같다고 할만한 매력이 있었다.게다가 검은 머리 아래 반짝이는 푸른 눈은 사람을 빨아들이는 것만 같았다.갑자기 나타난 꼬맹이를 멍하니 바라보는 임윤서가 송영식의 눈에 들어왔다.어쩐지 갑자기 기분이 확 안 좋아졌다. 송영식이 별안간 임윤서의 발을 꾹 밟았다.“누구얏!”윤서가 바로 소리치며 벌떡 일어섰다.“미안, 실수!”송영식이 시침을 떼고 사과했다.“아우, 정말….”윤서가 막 뭐라고 하려는 찰라 베이스 저음의 목소리가 울렸다.“여기 두 분은 친구세요?”여름이 소개했다.“응. 내 친구랑…”“남사친!”윤서가 바로 말을 가로챘다.“……”‘내가 남편이라고 하면 죽나? 넌 배 속에 남사친의 아이를 가진 거냐고?’“친구분들도 아주 근사하신데요.”차민우가 초승달 눈을 하고 웃었다.“동성에 멋진 분들이 많다는 애기를 듣기는 했지만, 전혀 안 믿었는데, 이제는 믿을 수 있겠는데요.”“여기는 어쩐 일이야?”여름이 웃으며 은근슬쩍 화제를 돌렸다.“인터넷에서 치킨 맛있는 집을 찾았더니 여기가 추천으로 뜨더라고요. 그래서 내비 찍고 왔죠. 그런데 여기서 대협까지 딱 만난 거예요.”차민우가 기대에 차서 물었다.“합석해도 될까요?”“그래.”어쩐지 그 귀여운 얼굴을 보고 있자니 여름은 친숙한 기분이 들어서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다.“여기 메뉴 있다. 매운 것도 먹을 줄 아니?”“조금 매운 정도는 괜찮아요. 그런데 이 집은 뭐가 맛있는지 모르니까 추천해 주실래요?”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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