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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Chapter 1411 - Chapter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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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2화

“저는 차민우요.”“차 씨야?”여름이 놀랐다.“흔하지 않은 성이네?”“네, 아버지가 외국 분이라서요. 이번에 어머니 대신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묘소에 성묘하러 왔어요.”“그러면 곧 귀국하겠구나?”송영식이 불쑥 끼어들었다.“아니오. 엄마도 오실 거예요.”차민우가 웃었다.“여기 집을 한 채 사려고요. 엄마가 외국에서 너무 오래 계셔서 돌아와서 여기서 좀 지내고 싶어하시거든요. 한동안 여기랑 거기를 왔다 갔다 하면서 지내실 것 같아요.”송영식은 속으로 혀를 끌끌 찼다.‘끝장났네. 하준이 연적이 여기서 한동안 뭉개고 있을 모양인데?’주문한 음식이 하나하나 나왔다.차민우는 숯불치킨은 처음 보는지 신기해 했다.멍하니 보고만 있자 여름이 먹는 법을 가르쳐주었다.“젓가락질 할 줄 아나? 손에 묻는 게 싫으면 젓가락으로 먹어도 되고, 번거로우면 손으로 들고 먹어. 젓가락질이 힘들면 수저통에 포크 있을걸?”그렇게 말하면서 다리를 가져다가 살을 발라서 차민우의 앞접시에 놓아주었다.윤서와 송영식은 거의 턱이 떨어질 뻔했다.“고맙습니다.”차민우가 여름이 발라준 살을 먹어보니 너무나 맛있었다.곧 차민우도 치킨을 한 조각 가져다가 여름에게 발라주었다.“이제 저도 잘하죠? 저도 하나 발라 드릴게요.”“너나 먹으면 되지.”여름이 답했다.“왜요? 내가 해주는 게 싫어요?”실망한 듯 축 처진 차민우의 눈을 보고 있자니 여름은 심장이 녹아 내렸다.“아, 아니야. 고마워.”여름은 얼른 받아 먹었다.먹는 내내 송영식과 윤서는 마치 남의 데이트에 훼방꾼이 된 기분이었다.치킨을 먹고 나더니 차민우는 화장실을 다녀오겠다며 위층으로 올라갔다.윤서는 마침내 속에 있는 말을 쏟아놓을 수 있었다.“야, 너 어디서 저런 근사한 애를 만났냐? 완전 불공평하다. 왜 저런 절세의 미남은 다 너한테만 가냐? 둘이 얼마나 다정한지 눈꼴시어 못 봐주겠다, 증말.”“……”남편인 송영식은 듣자니 어이가 없어서 젓가락을 내려놓았다.‘뭐야, 난 이제 투명 인간 취급인가?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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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3화

차민우가 곧 돌아왔다.해외의 재미있는 이야기가 시작했는데 나이는 어리지만 경험이 꽤 풍부했다.마지막에는 주인에게 주사위가 있으면 달라고 해서 흔드는데 한번 흔들었다 하면 6이 줄줄 나왔다.“와, 정말 대단하다.”여름도 감탄했다. 윤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세상에 이 기술이면 라스베거스에 가서 수억 씩 쓸어 담을 수 있겠다.”윤서가 중얼거렸다.“그냥 주사위 굴리는 건 데, 뭘. 별 거 없어.”송영식이 툴툴거렸다.“그러면 6을 6개 만들어 봐. 아니면 기둥으로 쭉 세우는 걸 해 보던가. 맨 위에 6 만들고.”윤서가 반격했다.“……”이때 여름의 전화가 울렸다. 하준이었다.한창 열기가 올라서 시끄러웠던지라 여름은 자리를 옮겨 전화를 받았다.차민우가 여름의 뒷모습을 보자 송영식이 씩 웃었다.“지금 누구 전화 받는지 아나?”차민우의 기다란 눈썹이 끔뻑거렸다. 눈에 어두운 빛이 스쳤다.“남편이랑 애야.”그렇게 말하는 것과 동시에 윤서가 송영식을 흘겨보았다.그러나 송영식은 아랑곳 않고 말을 이었다.“애가 유치원 다닐 정도로 크다고.”차민우의 주먹에 힘이 꽉 들어갔다.한창 부풀었던 희망에 찬물이 확 끼얹어진 느낌이었다.‘맙소사, 하필이면 첫눈에 반한 사람이 남편과 아이가 있는 유부녀였다니….아니, 그런데 말이 안 되잖아? 저렇게 나이가 어려 보이는데?’차민우는 다시 여름 쪽을 바라보았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는 몰라도 입꼬리가 한창 사랑스럽게 올라가 있었다.차민우는 시선을 떨구더니 술잔을 들어 원샷을 해버렸다.반면에 송영식은 만족스러운 듯 입꼬리를 올렸다.‘하준아, 나에게 감사해라. 내가 네 연적을 싹이 나기도 전에 제거해 버렸다고.참 나, 이렇게 의리 있는 친구가 어디 있냐고?’여름이 돌아오자 차민우가 떠보듯 물었다.“결혼했어요?”여름은 흠칫했다. 곧 송영식이 무슨 소리를 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그러나 여름은 지금 양유진과 이혼도 못한 상태로 남자친구와 사귀는, 이를 테면 상당히 복잡한 상황이었다.“응.”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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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4화

‘대체 눈이 어떻게 된 거야?’“말을 왜 그렇게 못되게 해?”송영식은 폭발하기 일보직전이었다.“아저씨, 그냥 현실을 받아들여요. 나이가 어디 가나?”윤서가 유유히 덧붙였다.“그만, 사람 그만 놀려. 지금 운전 중인데 사고 나고 싶니?”폭발하려는 송영식을 보더니 여름이 한마디 했다.윤서는 결국 입을 다물고 한숨을 쉬었다.그러나 그 한숨이 말 열 마디 보다 더 송영식의 심장을 아프게 했다.여름에게 남자 친구가 있는 것 때문에 한숨을 쉬었는지, 자신이 결혼을 해서 마음에 드는 연하남을 만날 수 없어서 인지 알 수 없었다.******집에 도착하자 여름과 윤서는 2층으로 올라갔다.송영식은 뒤척이며 영 잠들지 못하다가 벌떡 일어나 앉아서 눈썹을 비춰보고, 입도 비춰보았다.결국은 참지 못하고 친구들 단톡방에 톡을 보냈다.-내 눈썹 너무 제멋대로 자라지 않았지? 입술 옹졸하게 생겼어? 애들아, 이 정도면 나도 잘 생긴 축 아니냐? 어? 우리 넷이 우리 나라에서 제일 잘 생긴 4인 아니었냐?이주혁- 너 약 먹을 때 된 것 같다.최하준- 취했냐? 왜 이 시간에 톡방에 주정이야?송영식은 당황했다.- 오늘 눈썹은 제 멋대로 뻗은 데다가 입술도 옹졸하게 생긴 어린 놈을 만났는데 아주 여자 둘이 그 녀석에게 푹 빠져서 정신을 못 차리는 거야.최하준- ??? 거짓말이면 죽을 줄 알아.이지훈- 몇 살인데? 머리에 피는 말랐냐?송영식- 스물 갓 넘은 녀석인 같은데, 윤서는 보자마자 그냥 막 턱이 떨어져서 입을 못 다물지, 강여름은 외국에서 왔다고 치킨 먹는 법까지 자세히 가르쳐 주더니 나중에는 막 발라주더라. 다 먹고 나니까 그 녀석을 호텔까지 태워주라고 그러더라니까.그렇게 털어놓으면 하준도 기분이 안 좋을 것이라 생각하니 어쩐지 속이 시원했다.최하준- 장난이지?이주혁- 오밤중에 하준이 잠 안 재우고 싶어서 그래?이지훈- 야야, 그만해라. 이러다가 나 한밤중에 하준이 데리러 공항 나가게 생겼다.송영식- 내가 왜 거짓말을 해? 야, 최하준 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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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5화

“자기야….”멍하니 있는 동안 하준이 여름의 코앞으로 다가오던 와락 품에 안아 들였다. 그리고는 자느라고 뻗친 여름의 머리를 꾹꾹 눌러 쓰다듬었다.여름은 최하준 특유의 시원한 냄새가 코에 들어오자 그제서야 정말 최하준이 동성에 왔다는 것이 실감났다.“최 회장이 6시 반에 왔더라.”임유환이 웃었다.“아마도 밤새 비행기를 타고 왔나 보다. 최 회장은 정말… 너랑 떨어져서는 하루도 못 사는가 보네?”임유환이 빤히 쳐다보자 여름의 얼굴이 화르륵 달아오르더니 얼른 하준을 밀어 떨어트렸다.하준의 얼굴이 싸늘해졌다.‘보자마자 날 와락 밀어내다니 정말 그 녀석보다 내가 못하다고 생각하는 거야?”“갑자기 여긴 무슨 일이야?’고개를 들어보니 하준의 눈 아래 다크 서클이 보였다. 저도 모르게 미간이 찌푸려졌다.“밤 새웠어? 왜 이렇게 다크 서클이 심해?”하준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다크 서클이 생겼는지도 모르고 있었는데 여름의 말을 듣고 나더니 입을 꾹 다물고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난 산책을 다녀올 테니 둘이 천천히 이야기 나누거라.”임유환은 둘을 당해하기 싫어서 슬쩍 뒷짐을 지고 나갔다.“식사 하시겠어요?”이모님이 웃으며 물었다.“네, 부탁 드릴게요.”여름이 끄덕였다.곧 이모님이 두부 된장 찌개와 계란찜, 호박 볶음, 콩나물 등 아침 식사를 차려 놓았다.여름은 하준에게 수저를 건넸다.“윤서네 부모님은 기저질환이 좀 있으셔서 찬이 좀 심심하고 채소 위주거든. 하지만 영양도 충분하고 몸에도 좋으니까 먹어.”하준은 수저도 받지 않고 꼼짝 않았다.“왜 그래?”여름은 마침내 하준이 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하준의 미간이 잔뜩 찌푸려져 있었다.“내가 나이 들어서 싫어?”“……”여름은 어리둥절했다.하준의 검은 눈에 원망이 가득했다.“오늘 만나서부터 지금까지 분위기도 그렇고, 이제는 다크 서클이 있다고 뭐라고 하고? 내가 예전처럼 잘생기지 않았다고 돌려 까는 거야? 이제는 건강 신경 쓰라는 말도 하고. 그래, 내가 자기보다 나이가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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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6화

“믿거나 말거나.”여름은 따뜻한 된장국을 떠 먹으며 속을 달래다가 불쑥 뱉었다.“대체 뭐 때문에 화가 났는지도 모르겠네. 나이가 그만큼 먹었으면 이제 유치함도 빠지고 성숙해져야 할 때가 아닌가? 어딜 봐서 나이 먹었다고 자꾸 툴툴거리는 거야? 나가면 사람들이 자기만 쳐다보는 거 몰라?”하준의 눈이 반짝거리고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러나 곧 애써 입꼬리를 눌렀다.“어쨌든 나는 연하남처럼 해사하고 에너지 넘치지는 않잖아? 재미도 없고 딱딱하고….”여름은 이마를 짚고 식은 땀을 흘렸다.“영식 씨가 뭐라고 했구나?”하준의 눈에 원망이 가득한 것이 보였다.“어제 연하남이랑 노니까 좋았어요? 최하준 선생은 생각도 안 나던가요?”여름은 하마터면 푸흡하고 뿜을 뻔했다.얼른 티슈를 뽑아 입을 가렸지만 어깨가 들썩거리는 것은 숨길 수 없었다.“아주 재미있으신가 봐요?”하준은 가만히 여름을 쳐다보았다..“그저께 밤에 제 이 얼굴을 보면서 너무 봐서 질렸다고 하셨죠?”“이 사람이 오늘 왜 이렇게 웃기지?”여름은 너무 웃어서 이제는 배가 아플 지경이었다. 잠시 숨을 고르더니 다가가서 하준의 얼굴을 두 손으로 잡고 이리저리 돌려보았다.“세상에, 이렇게 잘 생긴 얼굴을 두고 누가 질린대? 이 쭉 뻗은 눈썹이랑 콧대 높은 거 봐. 이 입술은…”여름이 일부러 손가락으로 입술을 부드럽게 스쳤다“키스할 때 얼마나 매혹적인데, 내가 다른 사람에게 정신을 팔 수가 있나? 연하남처럼 어린애가 당신이랑 비교가 되는 줄 알아? 유치하기나 하지. 난 성숙한 사람이 좋다고. 특히 난 이 옷 아래 있는 근육이 딱 마음에 들어. 너무 울룩불룩하지 않으면서 딱 보기 좋…”“그만!”하준은 강도를 높이는 여름의 낯 간지러운 칭송을 도저히 더 참을 수 없었다.‘입에서 흘러나오는 말도 므흣하지만 이 손길은 진짜 반칙이라고!’“그러면 이제 화 안 내는 거지?”여름이 빙그레 웃었다.“난 화내는 게 아니라 불안한 거라고. 당신 앞에서 예전처럼 자신이 없다니까. 하지만 지금 뽀뽀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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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7화

임준서도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했다.하준은 가만히 임준서의 얼굴을 뜯어보았다. 임윤서도 눈 코 입이 또렷해 시원스러운 얼굴이지만 오빠인 임준서도 만만치 않았다. 다만 피부가 검게 그을었다는 것이 달랐다.가만히 생각해 보니 문득 여름의 주위에는 미남이 끊임없이 등장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대표님은 우리 여름이랑 아신 지가 오래 되셨죠?”하준이 물었다.“10년 넘었죠. 우리 윤서랑 워낙 친해서 전에는 늘 우리 집에 와서 밥을 먹곤 했거든요.”임준서는 바로 하준의 의도를 파악했다. “하지만 그때는 여름이가 남친이 있어서 저를 윤서처럼 오빠로 대했고 저도 여름이를 동생으로 대했습니다.”하준도 알아들었다.“또 무슨 망상을 하는 거야?”여름이 하준을 흘겨 보았다.“제발 내 주변에 남자만 보면 안테나 좀 세우지 말아줄래?”“사랑하게 되면 다 그렇게 되는걸.”하준이 당연하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안녕히 주무셨습니까?”이때 1층 손님방 문이 열리더니 송영식이 아작 잠이 덜 깬 상대로 어슬렁어슬렁 나왔다. 그러나 거실에 있는 하준을 보더니 놀라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야. 너 정말 밤사이에 동성으로 온 거야?”하준이 싸늘한 눈으로 송영식을 보았다. 여름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아주 1등 꼬지름쟁이 나오시네.”“내가 뭘 꼬질렀다고.”송영식은 모른 척했다.“별 말 안 했는데. 어젯밤에 웬 아이돌 같은 애랑 같이 치킨 먹었는데, 애가 잘 생겼더라. 우리는 걔 보다 나이가 한참 많더라, 뭐 그런 얘기밖에 안 거든요.”“거 나이 많은 거에 나는 왜 집어 넣어?”하준이 담담히 말했다.“어허, 이거 너무하네. 우리 다 동갑이거든?”송영식이 툴툴거렸다.“어젯밤 그 녀석이 네 여자친구한테 반한 게 확실하다니까. 그래서 내가 남자친구랑 결혼도 했고 애도 있다고 했더니 그제서야 마음을 접던 걸.”“앞으로 그 녀석 만나게 되거든 가까이 하지 마. 절대 당신에게 다가올 기회도 주지 말라고.”하준이 인상을 썼다.“양유진처럼 멀쩡하게 생겨서 못된 녀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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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8화

“날 안 도와주면 누굴 도와주는데요?”윤서가 도발하듯 눈썹을 치켜 세웠다.“나는 우리 여름이랑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시간뿐 아니라 가장 힘들고 어려울 때도 곁을 지킨 사람이라고요.”“……”송영식이 유유히 말했다.“말로는 임윤서 못 이긴다니까.”여름은 속으로 웃었다. 막 입을 열려는 순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여보세요? 강여름 씨죠? 여기 공원묘지 관리소인데요. 저기… 어젯밤에 강여름 씨 가족의 묘가 파헤쳐졌습니다.”“뭐라고요? 누구 묘가요?”여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강신희 씨요.”관리자가 말을 이었다.“오늘 아침에 둘러보다가 묘다 파헤쳐진 것을 발견했습니다. 안은 텅 비었더라고요.”“바로 가겠습니다.”여름이 벌떡 일어났습니다.“왜 그래?”하준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여름을 쳐다보았다. 그렇게 화난 여름의 모습은 오랜만이었다.“엄마 무덤이 밤새 파헤쳐졌대.”여름이 주먹을 쥐었다.“누구야! 대체 누가 그렇게 무식한 짓을!”윤서도 화나서 소리쳤다.“같이 가자.”하준이 가볍게 여름의 어깨를 감쌌다.******1시간 뒤. 하준이 모는 차가 여름을 데리고 공원 묘지에 도착했다.여름은 강신희의 묘 앞에 도착해서 묘만 파헤쳐 진 것뿐 아니라 묘비도 훼손되어 바닥에 뒹구는 것을 발견했다. 이름도 알아볼 수 없을 지경이었다.게다가 훼손된 사진은 여름에게 어머니와 관련해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기억이었다. 여름은 눈시울을 붉혔다.“누구지? 대체 누가 이렇게 악랄한 짓을 한 거야? 남의 어머니 무덤을 이 지경으로 만들다니.”“혹시… 양유진이 아닐까?”하준이 물었다.“나도 모르겠어.”여름은 막연한 기분으로 고개를 저었다.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실제 시신이 안치된 묘가 아니라 그저 의관묘일 뿐이지만 묘를 훼손하는 일은 망자에 대한 모욕이었다.“저희가 가족분 묘 앞에서 아침에 이걸 발견했습니다.”관리인이 하얀 쪽지를 건넸다.열어 보니 위에 글자가 쓰여 있었다.“강여름, 내가 돌아왔다. 우리 사이에 쌓인 원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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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9화

하준은 미간을 찌푸렸다.모호하긴 해도 강여경에 관한 기억이 있기는 했다.아주 악랄한 여자라서 어디 먼 오지로 보내버렸는데 탈출했던 것이다.“자기야, 걱정하지 마. 내가 있으니까 이번에는 절대 살려두지 않을 거야.”하준이 단호하게 말했다.“아니. 강여경이 대놓고 돌아왔다고 이렇게 말을 남길 정도라면 그 동안 뭔가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져서 지금은 우리가 감히 상대할 수도 없는 인간이 되어서 돌아왔을 거야.”강여름이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어제 말했잖아. 우리 외삼촌이랑 외숙모가 출소한다고. 이제 알겠어. 강여경이 뒤에서 손을 쓴 거야.”하준이 깜짝 놀랐다.“수십 년 형을 받은 거 아니었나?”“그래. 살인에 재산을 가로챈 혐의로…. 그런데 벌써 나오네.”여름이 쓴웃음을 지었다.“이제 지금 강여경의 파워가 어느 정도 인지 알 수 있겠지?”“무슨 일이 벌어져도 내가 당신을 지켜줄게.”하준은 저도 모르게 여름을 꼭 안았다. 그제야 여름의 몸이 오들오들 떨리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다만 화가 나서인지 다른 이유인지는 알 수 없었다.“당신은 몰라. 강여경이나 백지안 같은 인간들은 죽여도 죽여도 계속 살아 기어 나오는 바퀴벌레 같은 존재야. 겉보기에는 내가 이기고 있는 것 같아도 사실 강여경에게는 늘 철저히 지고 있었다고.”여름이 분한 듯 말했다.강여경은 할머니도 살해하고, 죄를 쓰고 들어간 사람까지 몇 년 만에 빼냈다.백소영을 시신도 못 찾는 상대로 죽게 만들어 놓고 다시 돌아온 것이다.“난 내가 정말 하나도 쓸모 없는 인간인 것처럼 느껴져.”여름이 눈물을 흘렸다.“우리 엄마는 아무 것도 남긴 게 없이 오로지 이 무덤 하나뿐이었는데 그것마저 부숴버렸어. 당신은 추성호를 상대해야 하고, 나는 양유진을 상대해야 하지, 백지안은 또 언제 독수를 뻗칠지 모르지. 그런데 강여경까지 나타났어. 이 위기를 헤치고 나갈 수 있을까?”“자기야 그 동안 파도를 헤치고 비바람을 뚫고 왔지만 그래도 여기 이렇게 살아 있잖아? 우리가 다른 사람이 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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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0화

“대표님….”반듯하게 차려 입은 부하가 걸어 들어왔다.“시키신 일을 처리하고 왔습니다.”부하가 건네는 사진을 받아보니 어머니 묘비의 사진이었다.“멀쩡하게 산 사람에게 묘가 다 뭐야? 엄마를 저주하는 거냐고?”차민우가 유유히 말을 이었다.“아 참, 경고 쪽지는 거기 남겨두고 왔어?”“네. 아마도 공원묘지 쪽에서 강여름에게 연락했을 겁니다. 보면 바로 알겠죠.”“응, 찔리는 짓을 많이 했으니 지금쯤 완전 벌벌 떨고 있겠지. 그러니까 우리 가족은 건드리지 말았어야지. 넌 이제 죽는 수밖에 없어.”차민우가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눈에 서늘한 빛이 번뜩였다.“아, 우리 외삼촌이랑 외숙모 일은 어떻게 됐어?”“3일 뒤면 출소하십니다.”“좋아. 나중에 내가 직접 마중 나갈 거야.”차민우가 손을 휘휘 저었다.“네, 알겠습니다.”부하가 나가고 나서 얼마 안 있어 차민우의 비서가 다시 들어왔다.“말씀하신 강여름 관련 자료 가져왔습니다.”“줘 봐.”차민우가 느긋하게 손을 뻗었다.비서가 내미는 자료를 받아 열어 첫 페이지의 사진을 본 순간 차민우는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다가 술잔이 엎어지면서 갈색 카펫 위에 툭 떨어졌다.“아이고….”싸늘한 차민우의 얼굴에 경악한 표정이 뜬 것을 보고 비서는 어쩔 줄을 몰랐다.“어떻게 그 사람일 수가 있어?”차민우가 중얼거렸다.절대 잘못 알아봤을 리는 없다. 사진 속의 여자는 분명 서가을이었다. 어제 자신을 구해줬던 바로 그 대협이다.어젯밤 같이 치킨을 먹은 그 사람이었다.어쩐지 엄마랑 닮았다, 친숙한 느낌이 든다 싶었는데 우연이 아니었던 것이다.‘이제 보니 그 사람이 바로 외삼촌의 딸이었구나.바로 내 사촌 누나….나 참, 그 여자가 강여름일 줄이야?’강여경의 말에 따르면 강여름은 비열하고 교활하고 악독한 여자였다.그러나 자신이 강여름에게서 느낀 것은 선량함, 자상함, 따스함이었다.‘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위선을 잘 떨 수가 있는 거지?하지만 강여름은 내가 누군지도 모르고 어제도 완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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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1화

“그렇습니다.”비서가 끄덕였다.“하지만 네티즌 반응을 보면 대체로 강여름과 최하준을 응원하는 듯합니다. 가정폭력을 일삼는 못된 습관이 있어 양유진은 평판이 아주 형편 없습니다. 게다가 강여름을 속여서 결혼을 한 것이라고 하는데 온라인에는 워낙 가짜 뉴스가 많아서 우리 같은 외지인이 사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다소 어렵습니다.”“그건 그렇네. 두 가지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지.”차민우가 무표정하게 비서가 건넨 자료를 넘겼다.“하나는 양유진이 실제로 아주 저질이거나, 아니면 강여름이 교활하거나. 대놓고 바람을 피우고 싶어서 남편의 평판을 떨어트려 놓았을 수도 있어. 그러면 사람들은 당연히 바람이 나도 피해자로 생각되는 사람을 옹호할 수밖에 없거든.”비서가 차민우의 분석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두 번째 이유겠네요. 강여경 님께서 강여름은 아주 악독하다고 말씀하셨잖아요? 자기 할머니와 부모까지도 해칠 정도로.”차민우가 입을 꾹 다물었다.예전 같았으면 조금도 망설임 없이 그 말을 그대로 믿었을 것이다.‘강여름이 진짜 그렇게 나쁜 사람일까?정말 나쁜 인간이라면 어제는 왜 날 구해줬지?사람이 그렇게까지 가식을 떨 수 있나?’계속 서류를 넘겨보던 차민우는 깜짝 놀랐다.“강여름이 아직도 헤이즐의 수석 디자인 이사인가?”헤이즐은 회장은 만나본 적이 있는데 매우 능력있는 사람이었다. 니아만에서 가장 유명한 바도 헤이즐 회장이 직접 설계한 곳이었다.‘이거 뜻밖인데….정말 까도 까도 새로운 인간이군.’“작전 개시를 좀 늦춰.”차민우가 갑자기 파일을 덮었다.“내가 직접 나서겠다.”“네.”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사람 하나 해결하는 건 간단한 일인데 왜 차민우가 직접 나선다고 하는지 비서는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여름은 20분이나 기다려서야 겨우 교도소에 들어갈 수 있었다.곧 이정희가 나왔다.몇 년이나 못 본 사이에 이정희는 많이 늙었다. 피부와 몸매에 돈 깨나 쏟아 붓던 사람이었지만 쉰이 넘은 이정희는 이제 일흔은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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