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431 - 챕터 1440

1699 챕터

1432화

한병후는 주먹을 꽉 쥐었다.“추동현, 가라!”최란은 흠칫하더니 눈을 부릅뜨고 한병후를 쳐다보았다.“그러지 마….”“당신은 하준이의 엄마잖아. 당신을 죽게 내버려둘 수는 없어.”한병후가 손짓하며 경찰과 시선을 나누었다. 경찰은 곧 길을 열었다.추동현은 그렇게 최란을 압박한 채로 서서히 떠났다. 남은 납치범 둘이 함께 차에 올랐다.“이제 어떡하죠?”운전하던 녀석이 큰소리로 물었다.“내 돈하고 금이 모두 별장에 있다. 일단 별장에 들러야겠어.”추동현이 이를 물었다.“돈, 돈, 그저 돈밖에 모르는군.”최란이 비웃었다.“당신이 뭘 알아!”추동현이 버럭 했다.“돈 없이는 아무 데도 못 간다고.”최란은 기력이 쇠진해서 거의 기절할 지경이었다.차는 미친 듯이 비밀 별장으로 내달았다.추동현이 최란을 데리고 내리니 별장을 지키고 있던 전성이 바로 다려왔다.“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내가 자네에게 몇 억 줄 테니 날 여기서 벗어나게 해줘.”추동현은 전성이 최고의 솜씨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애초에 그걸 알고 있어서 죽어라 전성을 설득해 빼돌리려 해던 것이었다.전성이 도와주기만 한다면 분명 쉽게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전성의 동공이 흔들렸다.“하지만… 저는 아내와 아이가…”“날 빼내주기만 하면 그 다음에 자네는 돌아와도 돼. 자네는 내 사람이니까 진작부터 나와 한 배를 탄 거야. 내가 잡히면 자네도 감옥행이라고.”추동현이 경고했다.“…알겠습니다.”전성이 주먹을 꽉 쥐었다.“인질을 잘 지키고 있어. 난 올라가서 물건 좀 챙겨 올 테니까.”추동현은 최란을 납치범들에게 넘겨주고는 얼른 2층으로 올라갔다.“젠장, 이런 상황이 되니 우리도 경계를 하는구먼.”뱅크가 내뱉었다.“어쩔 수 없이. 숨겨둔 증권이랑 귀금속 따위를 우리가 가져갈까 봐 걱정 되는 거라고.”다른 납치범이 비웃었다.“저기,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전성이 물었다.“갑자기 경찰이…”뱅크가 막 입을 열었는데 가슴에 칼이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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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3화

추동현도 바보는 아니었다.하준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바로 알아들었다.“전성이 날 배신한 건가?”“말이 틀렸군요. 전성은 처음부터 내 사람이었습니다.”하준이 의자를 당겨다가 느긋하게 앉았다. 사뭇 상대의 고통을 즐기는 듯한 시선으로 추동현을 바라보았다.“대초에 민정화를 이용해 FTT의 신제품 데이터를 빼있을 때 민정화는 지룡의 썩은 멤버였죠. 당신 눈에 전성은 여자한테 눈이 빠져서 언제든 배신할 수도 있는 인간으로 보였을 겁니다. 민정화만 손에 넣으면 전성은 자동으로 따라올 줄 알았겠지.”흑심을 감추고 살아오기를 수십 년, 이제 승리가 눈앞에 있는데, 이런 상황을 맞고 보니 당황스럽지 않을 수가 없었다.“그렇게 자기 아이를 아끼는 전성이 왜 아이까지도 포기하는지 궁금하시겠죠.”하준이 무심하게 눈썹을 치켜세웠다.“민정화가 배신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한 번 배신한 자는 두 번도 배신하는 법이지요. 추성의 덕이랄까요? 추성의는 진작부터 민정화랑 얽혀있었습니다. 쯧쯧, 남의 아이를 가진 여자도 가만 두지 못하다니 정말…. 이제 추신의 각종 기밀과 범죄사실은 민정화가 다 내게 캐다 주었습니다.”추도현의 호흡이 가빠졌다. 우아해 보이는 얼굴에는 서서히 공포가 스며들었다.“살펴봤더니 추신은 정말 못된 짓을 너무 많이 했더군요. 그건 다 잘 알고 계시죠?”최하준이 느른하게 주머니에 손을 꽂고 일어섰다.“추신과 벨레스가 손을 잡고 투자회사를 세웠지만 추신은 뒤에서 가짜 장부를 조작하고 있었죠. 심지어 기시다와 손을 잡고 부당한 방법으로 벨레스 그룹을 잠식해서 그룹의 주가를 조종하고 있었죠. 그리고 우리 회사에서 빼낸 신제품 데이터는 랜들에 팔아 거액을 챙겼고요. 랜들은 외국 회사인데 그렇게 하셨다는 건 매우 의미심장하죠. 우리나라의 기업이 천신만고 끝에 개발한 기술을 외국 업체에 팔아 먹었다는 뜻이니 국가를 배신한 거나 다름 없는 거 아닙니까? 이제 그런 짓을 한 사람이 어떻게 될지는 제가 입 아프게 얘기할 필요 없겠죠.”추동현은 벌렁 뒤로 나자빠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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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4화

“그 아이가 살기를 바란다면 얌전히 감옥으로 들어가시죠. 모든 범죄 사실을 자백하면 당신 아들은 건드리지 않겠습니다.”하준이 추동현의 머리카락을 움켜잡아 얼굴을 들고 그 귀에 싸늘하게 경고했다.“아, 알겠다….”추동현이 절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아, 깜빡했는데, 암암리에 키우시던 조카 추성호가 Y국에 가디언 회장을 찾아가지 않았습니까? 아마도… 영원히 귀국하지 못할 겁니다.”하준이 무덤덤하게 말했다.추동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추성호는 혼신의 힘을 다해 키우던 후계자였다.하준이 싸늘하게 말을 이었다.“가디언 그룹의 배우 조종자가 바로 내 친부십니다. 당신이 외국에까지 킬러를 보내 죽이려고 했던 바로 그 한병후요.”추동현은 마침내 자신이 패인이 뭐였는지 알았다.이제야 어떻게 최하준이 그렇게 단시간에 다시 재기할 수 있었는지가 이해되었다.수십 년을 기획해 겨우 한 나라 최고의 거부가 되었는데 이렇게 금방 다시 최하준 부자에게 그 자리를 빼앗길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그리고 결국 자신은 감옥에 들어가게 되는 결말이라니….하준이 침실 문을 열었다. 그와 동시에 경찰이 우르르 들어와 추동현을 체포했다.하준은 천천히 1층으로 걸어 내려갔다.정원에 나가보니 한병후가 뒤돌아 서 있었다.“아버지, 마침내 할머니와 양하의 복수를 했습니다.”하준이 한병후의 곁으로 가 나지막이 속삭였다.“그래. 하지만 할머니와 양하가 다시 돌아오지는 않겠지.”한병후가 깊이 한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들어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강인해 보이기만 하던 한병후의 눈시울이 벌겋게 물들어 있었다.하준의 목젖이 힘겹게 꿀꺽하고 움직였다. 복수를 하고 났는데 뭐라고 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었다.“병원에 같이 어머니 병문안을 가시겠습니까? 꽤 심하게 부상을 입으신 것 같던데요.”하준이 물었다.“다녀오거라. 나는 별로 가고 싶지 않구나.”한병후는 주머니에 손을 꽂고는 걸어갔다. “아직도 어머니를 마음에 두고 계시잖아요? 그러니 오늘도 경찰과 함께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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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5화

새벽 6시.하준이 막 병원에 도착해 보니 최란은 이미 응급처치가 끝난 상태였다. 서로 앙숙 같던 여름과 최민 두 사람이 싸우지도 않고 사이 좋게 병실에 앉아 있었다.하준이 들어오자 최민이 다급히 물었다.“추동현은 잡았니?”“네.”하준이 고개를 끄덕였다.“너무 급작스럽게 벌어진 일이라 추신의 관련자도 모두 경찰에 잡혔습니다. 이번에 추동현의 납치건 뿐 아니라 그간 경쟁상대를 해쳐왔던 짓들이며 FTT의 신제품 데이터를 훔쳐낸 일이 모두 수면에 드러날 겁니다.”“너무 잘됐구나.”최민이 흥분했다.“훔쳐갔던 데이터는 랜들 쪽에서 되찾아올 수 있는 거니?”“그건 어렵습니다. 추신에서 랜들에 자기네 자료라고 했기 때문에 기껏해야 판매 중지 조치 정도를 얻어낼 수 있을 겁니다. 법적으로는 제재를 할 수 없다지만 이미 그 정도로도 큰 타격일 테고, 국제 사회에서 명성도 떨어져 재기하기 어려울 겁니다.”하준이 설명했다.최민이 끄덕였다.“아마도… 그렇게 하는 수밖에 없겠구나. 얘, 이번에 정말… 너무 잘해주었다. 솔직히 FTT가 그 지경이 되어서 나랑 네 삼촌은 다시는 FTT가 재기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사실 저도 연애하느라고 바빠서 회사 일은 거의 어머니께서 힘써주셨습니다.”하준이 병상에 누운 최란을 돌아보았다.최민은 깜짝 놀라더니 가만히 시선을 내리깔았다.전에는 그렇게 말 한 마디를 해도 신랄하게 하던 최민이었지만 집안에 이런저런 일을 겪으면서 스스로를 내정하게 되돌아보게 되었다.“하준아, 네 어머니가….”밖에서 최진이 뛰어들어오더니 산소호흡기를 꽂고 있는 최란을 보더니 순식간에 눈시울이 붉어졌다.“추동현은 체포되었습니다. 추성의가 전에 윤형이를 해쳤던 일에 대한 복수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하준이 최진을 보며 말을 이었다.“내내 저희 어머니를 원망하신 거 압니다. 어머니께서 애초에 추동현과 결혼해서 늑대를 끌어들인 게 아니라면 윤형이도 그렇게 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시죠? 어머니께서 이번에 추동현을 잡아 넣을 증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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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6화

최진은 눈이 충혈된 하준과 한 켠에 서서 아무 말이 없는 여름을 보더니 말했다.“여름이 데리고 가서 좀 쉬어라. 밤새 둘 다 고생했을 텐데 여기는 이제 나랑 이모에게 맡기고. 우리도 가족을 위해서 뭔가는 해야지.”하준은 살짝 망설였지만 여름은 이미 하준의 손을 잡아 끌어 당기고 있었다.“가자. 가서 좀 쉬고 오후에 다시 오면 되지.”“그래,”기왕 여름이 그렇게 말을 하니 하준도 여름과 함께 가기로 했다.“어머님은 오후나 저녁은 되어야 깨어나실 테니 여기 있어 봐야 소용 없어. 가서 좀 쉬어가 다른 일을 처리할 힘도 생기지.”여름이 따뜻하게 말을 건넸다.하준은 큰 손으로 여름의 손을 꼭 쥐고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안타깝게도, 양하는 이런 걸 하나도 못 보고 갔네.”짧은 한 마디였지만 여름은 어쩐지 씁쓸했다.최양하가 아니었다면 여름과 쌍둥이는 지금 살아 있지도 못했을 터였다.“추동현은 사형을 받을 거야.”한참 만에야 여름이 입을 열었다.“그 자가 저지른 짓을 보면 사형을 받고도 남지. 대체 나쁜 짓을 얼마나 더 많이 저질렀는지도 모르잖아.”하준이 미간을 찌푸렸다.“전에 양유진이 추동현을 위해서 일을 했으니 적잖이 범법을 저질렀을 거야. 일부러 추동현의 아들을 들먹이며 협박을 해 놓았으니 분명 양유진을 우리에게 내놓을 테지.”여름의 눈이 반짝 빛났다.“양유진이 체포되면 민관이의 복수도 되는 셈이야. 나는 바로 이혼할 수 있고.”“그럼. 지금의 양유진은 추신이라는 배를 잡아탔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야. 이제 추신이 무너졌으니 양유진의 좋은 날도 거이 끝난 거지.”하준이 여름의 허리를 와락 끌어안으며 웃었다.“강여경 쪽을 걱정했었지? 내가 곧 이전의 지위를 되찾으면 자기는 걱정할 거 하나도 없어. 이제부터는 내가 지켜줄게.”“당신이 예전의 지위를 찾고 나면 다시 꿀 빨려는 것들이 몰려들지 어떻게 알아? 당신 손에 아무것도 안 남았을 때도 들러붙는 맹지연 같은 애가 있었는데. 다시 제2의 백지안 같은 인간이 나타날지도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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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7화

하준의 동공이 화르륵하더니 입꼬리가 승천하더니 일부러 앞 단추를 풀어 쇄골을 드러냈다.“자, 집에 가서 날 당신에게 줄게.”“아, 몰라!”여름은 귀까지 빨개져서 하준을 흘겨보더니 하준의 가슴을 밀어냈다.“이게 다 당신 때문이잖아.”하준이 후다닥 따라가서 여름의 손을 잡았다.본가로 돌아가자 여울과 하늘이 바로 달려왔다.“어제 밤에 우리만 빼놓고 엄마 아빠만 어디 갔다 왔어요? 흥! 또 둘이서만 데이트했지?”“그런 게 아니야. 어젯밤에 할머니가 다치셔서 병원에서 간호하다가 왔어.”여름이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설명했다.“뭐라고? 할머니가 다쳤다고? 나도 할머니 보러 병원 갈래.”여울이 흥분해서 외치더니 마구 뛰쳐나갔다.“할머니가 왜 다치셨어요?”하늘은 역시 여울이보다는 침착했다.“나쁜 사람이 내내 아빠 회사를 곤란하게 했는데 어젯밤에 잡혔거든.”하준이 무릎을 꿇고 앉아서 부드럽게 설명했다.“오후에는 우리 둥이들 아빠랑 같이 할머니께 가보자. 며칠 지나면 둥이는 유치원도 갈 수 있을 거야.”“정말요?”하늘이와 여울이는 너무나 기뻤다. 매일 별장에서만 지내느라고 답답했던 것이다.“그럼, 정말이지. 일단 아빠 좀 쉬시게 해드리자. 어젯밤에 한 숨도 못 잤거든.”여름이 다정하게 아이들에게 말했다.“그럼 아빠는 얼른 쉬세요.”하늘이 공손하게 말했다.“엄마도 피곤하겠네요.”“가서 같이 한숨 자자.”하준이 여름의 허리를 안았다.여름은 아이들 앞에서 하준이 너무 애정 표현에 거침 없어 부끄러운 나머지 얼굴이 달아올랐다.그러나 하준은 여름이 입을 열 기회도 주지 않고 그대로 침실로 끌고 들어갔다.“백주 대낮에 같이 자면 좀 그렇지.”여름이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뭐가 좀 그래? 내가 무슨 짓이라도 할까 봐 그러는 거야?”하준이 일부러 사악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난 곤란하게 만들지 말라고. 힘이 하나도 없으니까.”“아우, 정말. 변태라니까!”여름이 하준의 허리를 확 꼬집었다.그러나 그렇게 힘을 꽉 준 게 아니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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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8화

하늘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거짓말. 엄마 아빠가 같이 자면 새 아기가 생기는 거랬어요.”“아기를 가지고 싶어?”여울이 당황해서 묻더니 곧 눈가가 빨개졌다.“나하고 하늘이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니었어? 새 아기는 싫어!”여름과 하준은 난처했다.“하늘이 잘 들어 봐. 아빠하고 엄마는 그냥 잠만 잔 거야.”간신히 해명하는 하준의 입가가 경련을 일으켰다.“너희 둘만으로도 충분히 방해되는데 훼방꾼을 또 만들 생각은 나도 없다고.”“우리가 왜 훼방꾼이야?”여울이 어리둥절해서 물었다.“우리가 너무 나부대서 귀찮다는 거야.”하늘이 말했다.“그래서 엄마 아빠가 둘이만 있는 걸 방해한다는 거지.”“너무 해!”여울이 분노했다.“우리는 아빠가 엄마를 뺏어 가도 용서해 줬는데, 인제 비켜, 비켜!”꼬맹이가 기어올라 두 사람 사이를 파고 들어 여름의 품에 들어갔다.“인제 실컷 잤잖아? 우리 언제 할머니 보러 가요?”시계를 보니 이미 오후 3시였다.“지금 가자.”******출발하려고 준비하는데 경찰에서 하준에게 전화를 했다. “추동현이 뭔가 새로운 죄를 자백한 모양이야. 경찰에서 한번 와달라는데. 당신이랑 아이들은 먼저 가. 내가 김 실장에게 데려다 주라고 할게.”여름은 고개를 끄덕였다.경찰서에 도착하자 사건 담담 형사가 하준에게 추동현의 자술서를 보여주었다.하준은 자술서를 보고 한참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추동현이 저지른 죄상이 생각보다 훨씬 많았다.추동현은 하준이 정말 자기 아이를 다치게 할까 봐 죄상을 낱낱이 밝혔던 것이다. “이제 추동현의 주변에 공범이 없었는지에 대해 심문을 좀 해주십시오.”하준이 말했다.“네, 그래야지요. 하지만 새벽에 체포할 때 부상을 심하게 입어서 지금은 심문을 견딜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 며칠 쉬었다가 심문을 이어갈 생각입니다.”“고맙습니다. 수고 하셨습니다.”하준은 자술서 사본을 받아 경찰서를 나왔다.차를 몰고 병원으로 가기는 했지만 최란의 병실 바로 가지 않고 이주혁이 사무실로 먼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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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9화

그 일은 여름이 전에 말한 적이 있었다.어느 정도는 믿을 만하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그 사실을 거부하고 있었다.일단 그 사실을 받아들이면 자신이 직접 백소영을 감옥으로 보내 형을 살게 만들었고 결국 사망에 이르게 만들었다는 뜻이었다.차라리 백소영이 살인을 저지른 악녀고 모든 것이 자업자득이라고, 자기가 저지른 죄값을 받아 죽은 것이라고 믿고 싶었다.그러나 지금 사건의 주모자가 자신이 저지른 짓이라고 자백한 것이다.‘크흡, 틀렸어. 완전히 잘못 생각했어.”“추동현이 왜 백소영에게 죄를 뒤집어 씌웠지? 그 둘은 아무 관계도 아니잖아?”한참 만에 이주혁이 잔뜩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소영이는… 희생양이었던 거야.”하준이 씁쓸하게 말을 이었다.“그때 백소영이랑 여름이, 윤서 씨가 가까이 지냈으니까. 우리는 백지안이랑 친해서 백소영을 아주 싫어했잖아. 그런 상황에서 백소영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면 우리와 여름이 사이에 갈등이 벌어질 수 있었지.”“여름이는 소영이가 무고하다고 확신하고 있었고 우리는 여름이가 소영이를 일방적으로 감싼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래서 결국은 나와 여름이 사이는 그때부터 악화하기 시작했잖아. 심지어 너도 여름이에게 부정적인 감정이 생겼고, 강여경은 나에게 약까지 써서 내 병세는 점점 저 심해졌지.”“추동현의 수법은 정말이지 너무 악랄하군.이주혁이 창 밖을 바라보았다. 동공 깊은 곳이 더할 나위 없이 차가웠다.이주혁은 자기 자신도 꽤나 매서운 인간이라고 생각할 정도였지만 무고한 사람을 모함해 죽일 정도는 아니었다.“그래. 그때 내가 여름이를 조금 더 믿었으면 좋았을걸. 여름이가 당시 우리가 지다빈이라고 알고 있던 강겨경과 강태환의 친자확인 검사과 친자로 확인되었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내가 믿지 않았거든.”그렇게 말하면서 하준이 자조적으로 웃었다.“백소영이 그렇게 되면서 간접적으로 백소영의 어머니와 아버지도 돌아가시게 되었고 결국 그 집안 식구들이 모두 세상을 떠나서 이제는 속죄하고 싶어도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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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0화

이주혁이 팔을 휘둘러 테이블의 커피잔이 바닥으로 떨어졌ㄷ.그렇게 해야 마음 속의 답답함이 좀 풀릴 것만 같았다.******하준은 최란이 병실로 향했다.최란은 깨어났지만 이상하리만치 가만히 있었다.“마침 잘 왔다. 내가 아무리 말을 걸어도 언니가 어쩐 일인 지 한 마디도 안 하는구나. 아무리 봐도 언니 같지 않아.”최민이 다가와서 소곤소곤했다.“설마 추동현에게 잡혔을 때 차라리 그대로…”“그런 거 아닙니다.”하준이 말을 끊었다. 병실에 있는 사람들을 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아무래도 양하가 추동현의 아들이 아니라 나랑 친형제라는 사실을 알게 돼서 그러실 거예요.”“뭐라고?”최민과 최진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양하가 추동현이 아들이 아니라니?”여름도 미간을 찌푸리고 최란을 흘끗 쳐다보았다. 그 사실을 여름과 하준은 진작 알고 있었지만 최란에게 너무 충격이 될까 봐 알리지 않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추동현이 직접 말한 듯했다.“걔가 추동현의 아들이 아니래.”마침내 최란이 입을 열었다. 잔뜩 눌린 목소리에 비애가 느껴졌다.“내가 내내 잘못 알고 있었던 거야.”“아니, 어떻게 그런 걸 착각할 수가 있냐?”최진이 깊이 한숨을 쉬었다.“엄마라는 사람이 애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른단 말이야?”그런 소리를 들어도 최란은 아무 느낌이 없었다. 그저 살아 있는 것 자체가 아무 의미가 없었다.“내내 내가 엄마로서 실패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보니 난 애초에 엄마가 될 자격이 없었던 거야. 20여 년 전에 이미 남자 하나에 완전히 당했던 거지.”최란은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울먹이더니 하준에게 말했다.“하준아, 정말 면목이 없구나. 양하에게도 너무나 미안하고. 추동현이 양하의 목숨을 빼앗았다니 난 정말 너무나 엄마로서 실격이야. 내가 어리석어서 양하가 그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게 만들었어. “그러면서 손수건을 대고 엉엉 울었다.최란은 강한 사람이라 추동현이 그렇게 가버렸을 때도 울지 않았었다.다들 순식간이 할 말을 잃고 말았다.“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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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1화

“이게… 어디서 났니?”최민이 얼른 가져가서 열어보더니 얼어붙었다. 위에 쓰인 이름이 여울이와 하늘이로 되어 있었던 것이다.“우리 FTT가 위기였을 때 산장을 팔았는데… 그때 아버지께서 몰래 낙찰을 받아 두셨던 거예요. 우리 집이 위기를 넘기고 나면 다시 저에게 돌려주려고 하셨답니다. 나중에 손주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여울이와 하늘이에게 주기로 하셨습니다.”하준이 말을 이었다.“일이 끝났으니 할머니 할아버지는 이제 다시 산장으로 돌아가셔도 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원래 살던 곳에서 사시는 게 좋겠죠. 고모랑 삼촌도 다시 원하시면 다시 들어가셔도 좋습니다. 집도 넓은데 삼촌과 고모도 다 함께 하시면 어르신들도 좋으시겠죠.”“네 아버지 시간 좋으실 때 같이 식사라도 한 끼 같이 하자꾸나.”최진이 적극적으로 말했다.“감사 인사는 해야지. 이번에 그 양반이 우리를 너무 많이 도와주셨구나.”“아마도 아버지는 저희 식구와 그렇게 만나고 싶어하지 않으실 것 같습니다.”잠시 입을 꾹 다무록 있던 하준이 말했다.“추동현이 협박해서 우리나라를 떠난 데다 나중에는 외국까지 킬러를 보내 쫓았고 그 바람에 할머니는 목숨까지 잃으셨습니다. 그 때문에 저희 집에 원망하는 마음이 더 강한 편입니다. 애초에 저희집에 데릴 사위로 들어오지 말 걸 그랬다고 생각하시거든요.”최진은 입을 꾹 다물었다.최란은 이불을 꼭 움켜쥐었다. 씁쓸한 말이었지만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면 자기라도 그런 마음이 들 것 같았다.저녁이 되자 여름과 하준은 아이들을 데리고 병원을 나왔다.차에 타자 여름이 가볍게 물었다“아까 경찰서 다녀왔잖아? 추동현이 뭔가 또 새로운 죄상이 나온 게 있대?”“아, 응.”하준의 눈이 반짝하더니 얼른 정면을 주시하며 답했다.“벨레스와 관련된 게 조금 있었어. 벨레스와 추신이 공동으로 투자회사를 설립했었잖아? 추신 쪽에서 계속 이중장부를 쓰고 주가를 조작했다고 하더라고. 투자사의 자금은 이미 동결되었지만 벨레스는 이중 장부나 주가 조작이랑은 관련이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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