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441 - 챕터 1450

1699 챕터

1442화

통화가 끝나가 하준이 돌아보았다.“난 회사로 돌아가 봐야 해. 오늘 밤에는 야근할 테니까, 당신은 내일 애들 데리고 예전 별장으로 들어가 있어. 거긴 크니까 애들 놀기도 좋을 거야.”“좋아, 좋아! 아빠, 나 가서 말 타고 돼요?”여울이가 신나서 하늘이에게 말했다.“있지, 거기 산장이 얼마나 큰지 알아? 놀이터도 있고, 승마장, 개울, 아, 과일도 되게 많아. 진짜 재밌어.”하늘이는 하준의 본가였던 산장을 가본 적이 없지만 여울이가 하는 말만 들어도 심장이 두근거렸다.“당신 가족이 들어가는 거야 상관 없겠지만 난… 아직 양유진하고 이혼도 안 했는데.”여름은 그 일을 마음에 두고 있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은 따지지 않는다지만 그래도 이렇게 하준과 붙어 있는 것이 역시 편안하지만은 않았다.“걱정하지 마. 추동현 사건은 분명 양유진에게까지 뻗칠 거라고.”하준이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이혼은 이제 시간 문제야.”“그래.”여름이 끄덕였다.지금 하준의 파워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여름도 굳게 믿었다.하준과 헤어지고 나서 여름은 아이들을 데리고 하준의 본가로 돌아갔다. 그때 육민관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고통스러운 목소리로 다급하게 말했다.“누님, 저랑 우형이에게 문제가 생겼습니다.”“어떻게 된 거야?”여름은 깜짝 놀랐다.“무슨 일이 생겼어?”며칠 동안 여러 가지 큰 사건이 빵빵 터지면서 여름은 자기가 민관과 우형을 동성 교도소 앞에 보내놨던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생각해 보니 오늘이 강태환 내외가 출소하는 날이었다.“저녁에 강태환 부부가 풀려나서 번호판이 없는 고급 차량이 두 사람을 데려 가더라고요. 저는 누님이 시키신 대로 우형이랑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미행하고 있었는데 30분쯤 따라가다 보니 우형이가 보이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인근을 한참 뒤지고 나서야 피투성이가 된 채로 골목에 버려진 우형이를 발견했습니다. 우형이를 구하려고 갔다가 저도 잠복하고 있던 놈들에게 당해서 좀 다쳤습니다. 다행히 제가 우형이를 데리고 인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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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3화

이 정도되자 여름은 골치가 아팠다.아직 손을 써보기도 전에 팔이 다 꺾여 버렸으니 장수고 병사고 다 잃은 셈이었다. 게다가 이쪽에서는 강여경 쪽의 상황은 하나도 파악하고 있지 못했다.‘어쩔 수 없지.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텨야 해.”******FTT 그룹.전성은 입구에서 1시간 째 기다리고 있었다.이제 정세는 완전히 하준에게 돌아섰다. 추신이 무너지면서 하준이 전광석화처럼 추신을 사들여 세계적으로도 주목을 받게 되었다.서른 남짓한 하준이 한 때 바닥을 치고 다시 엄청난 속도로 그룹을 살려낸 솜씨 때문이었다.세상은 상황에 따라 바뀌는 법인지라 저녁부터 오밤중까지 내로라 하는 사람들이 줄지어 하준을 찾아왔다. 그러나 대부분은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수였다.“회장님께서 들어오라십니다.”상혁이 문을 열었다.“고맙습니다.”전성이 꾸벅 인사를 하고 들어갔다.하준은 마지막 서류에 사인을 하고 옆으로 치우더니 고개를 들었다.“민정화 일로 왔겠지.”“저… 정화를 어떻게 처리하실 생각입니까?”전성은 뭔가를 말하려다 말고 물었다.“정화가 부회장님을 해쳤으니 아마도 저대로 두고 보시지는 않겠죠.”“자네는 아직도 정화를 데려가고 싶은가?”하준이 심드렁하게 물었다.“민정화는 해독제를 얻겠다고 완전히 추성의에게 가 있는데 아직도 포기하지 않았어?”“추성의와 바람이 났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부터 마음은 식었습니다.”전성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제가 신경 쓰는 쪽은 아이입니다.”“나는 한다면 하는 사람이지. 자네가 스파이로 들어가 있는 동안 나에게 중요한 정보를 주지 않았다면 여울이와 하늘이는 큰일을 당했을 거야.”하준이 만년필을 필통에 넣더니 다시 꺼내 손가락에 끼웠다.“출산 후에 민정화는 경찰에 넘기고 아이는 자네가 키우도록 해주겠네.”“감사합니다.”전성의 미간이 풀렸다. “회장님, 혹시 제가 지룡으로 돌아가도 되겠습니까? 당주가 되지 못한대도 상관 없습니다. 다시 회장님을 위해서 힘쓰고 싶습니다.”“됐네. 자네에게는 이미 약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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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4화

“네, 당장 가보겠습니다.”******다음 날 아침, 하준이 사무실 휴게실 침대에서 깨어났을 때 문 밖에서 갑자기 상혁의 목소리가 들렸다.“회장님은 지금 주무시고 계시…”“응, 알아요. 깨우지 않을게요.”명료한 목소리가 울리더니 문이 살살 열렸다. 곧 여름이 원오프숄더 원피스를 입고 들어왔다. 드러난 어깨는 우윳빛 어깨가 사뭇 고혹적이었다. 그 위로 보이는 여름의 얼굴에 평온하던 하준의 심장은 후끈 달아올랐다.“깼네.”눈이 마주치자 여름이 흠칫 놀랐다.“이렇게 일찍 어쩐 일이야?”하준이 흐트러진 머리를 빗어 넘겼다.“휴게실에 어디 미인이라도 숨겨 놓지 않았나… 보러 왔...”여름이 놀리듯 과장된 모습으로 이리저리 살폈다.그러나 미처 말을 마치기도 전에 하준의 팔에 당겨져 뜨거운 품에 안기고 말았다.“미녀? 있지. 바로 여기!”하준이 몸을 휘릭 돌려 여름을 침대에 눕히더니 거칠게 입을 맞췄다.여름이 힘껏 하준의 등을 때렸지만 하준은 신경도 쓰지 않고 더욱 뜨겁게 입을 맞췄다.“최하준, 아오, 정말. 문도 안 닫았는데.”여름이 다급히 하준의 등을 두드려댔다.하준은 여름을 안은 채 계속 키스를 퍼부으며 한 손으로 문을 닫더니 잠갔다.여름의 눈이 접시만해졌다.“난 아침 전해주러 온 건데….”“벌써 먹었는데. 아주 맛있어.”하준이 낮은 소리로 웃으며 잠긴 목소리로 답했다.여름은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한동안 너무 바빠서 두 사람만의 은밀한 시간을 가지지 못했으니 여름도 이해는 됐다.곧 일이 순조롭게 풀렸다.그러나 하준은 일상적인 방법으로는 여름을 만족시켜 줄 수 없었다.한참이 지나 하준은 샤워실로 들어갔다. 냉수 샤워를 틀어놓고 하준은 거세게 벽을 쳤다.“괜찮아. 곧 좋아질 거야.”가녀린 몸이 뒤에서 하준을 안았다.하준이 부르르 몸을 떨더니 돌아섰다. 역시 여름을 보니 호흡은 가빠졌지만 그저 쓴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이런 줄 알면서도 날 유혹하다니.”“말 안 해도 불편한 거 다 알아.”여름이 발그레한 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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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5화

“자살했다고요?”하준이 여름과 마주보았다 여름의 눈에 놀란 기색이 가득했다.“어떻게?”“벽에 머리를 박았습니다.”경찰이 낮은 소리로 답했다.“얼마나 세게 들이 박았는지 애초에 살겠다는 생각이 전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병원으로 이송 중에 숨을 거뒀습니다. 더 많은 정보를 캐낼 생각이었는데 이제는 방법이 없게 되었습니다.”“자살하기 전에 누군가가 방문하지 않았습니까?”하준이 핵심을 찔렀다.“있습니다. 애인인 하정현이 다녀갔습니다.”하준은 아무 말이 없었다. 대량 어떻게 된 일인지 알 것 같았다.“그 여자를 심문해 보려고 합니다.”경찰이 말했다.“알겠습니다.”휴대 전화를 내려 놓은 하준의 미간이 잔뜩 찌푸려졌다.여름은 다시 옷을 걸쳤다. 일이 이렇게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추동현이 사망했다면 양유진의 범죄사실을 밝힐 단서가 끓겨 버리겠네.”“다 내 잘못이야.하준의 얼굴이 싸늘해졌다.“누군가가 아이를 두고 추동현을 협박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생각했어야 하는 건데.”추동현 같은 사람은 딱히 협박할 거리가 없었다. 추동현의 유일한 약점이 아이였다.하준이 아이로 추동현을 협박해 죄상을 자백하게 하기는 했지만, 다른 사람도 아이를 두고 협박을 해 입을 다물게도 할 수 있었던 것이다.“당신은 그냥 말로만 해본 거지 진짜로 애한테 손 댈 생각은 없었던 거잖아. 하지만 양유진은 다르지. 그 작자는 인간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걸.”여름은 증오심에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당신도 양유진의 소행이라고 생각해?”하준이 여름을 바라보았다.“양유진이 아니면 달리 그렇게 돌아설만한 이익공통체가 없잖아.”여름인 낮은 소리로 말했다.“결국 추동현의 위치까지 갔다면 이윤에서 갈등을 일으킬만한 사람은 보통 사람이 아닐 거야.”하준은 아무 말 없이 여름이 긴 머리를 쓸었다. 좋았던 아침의 기분이 이렇게 망쳐진 것이 아쉬웠다.조만간 여름과 양유진을 이혼시켜줄 생각이었는데….“자기는 걱정하지 마. 주혁이를 통해서 압박해 보지. 양유진이 진영 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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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6화

여름은 바로 알아 듣고 흠칫했다. 귀까지 빨개진 채로 하준의 옆구리를 꼬집었다.“변태!”“아아! 아파. 항복!”하준은 얼른 여름을 품에 안고는 귀에 입을 맞췄다.“말해 줄 게 있어. 차윤을 지룡 당주에 임명했거든. 이제 앞으로 부탁할 일이 있으면 언제든 차 당주에게 말만 해. 육민관과 양우형이 부상을 당했으니 한동안은 움직이기 어려울 거 아냐? 게다가 난… 강여경이 당신 쪽 상황을 아주 상세하게 파악하고 있는 것 같아. 그러니 그 둘을 먼저 제거했겠지.”여름은 하준의 배려가 너무 고마웠다. 육민관과 양우형의 부상으로 곤란했는데 덕분에 여름은 당장의 긴급한 상황을 피할 수 있게 된 것이다.“차 실장이 지룡 당주가 될 줄은 몰랐네. 아직 어린데….”“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어리다고 무시하지 말라고. 그 친구가 나보다 현명하게 판단하는 거 자기도 다 봤잖아?”하준이 여름의 얼굴에 깃털 같은 키스를 했다.“나이는 어려도 당신에게 가장 충성스럽다고.”여름이 깜짝 놀랐다.“하지만 민정화가 백지안에게 너무 충성한다고 마음에 안 들어 했잖아?”“백지안은 백지안이고, 당신은 당신이지. 당신은 내 아들과 딸의 엄마잖아. 당신이 받아주기만 하면 난 당신을 내게 가장 중요한 위치에 두고 싶어.”하준이 서랍에서 금색 영패를 꺼내 여름의 손에 놓아주었다.“이건 지룡의 새 영패야. 지룡의 모든 인원을 동원할 수 있는 거야.”“이걸 나한테 왜 줘? 됐어.”여름이 거절했다.“가져 가. 영패가 없어도 내 말에는 복종이야.”하준이 여름을 사랑스럽다는 듯 꼭 안았다.“난 앞으로 지룡을 강화해서 당신과 내가 동등한 지위를 누리게 할거야.”여름은 감동해서 고개를 들어 하준의 입술에 뽀뽀를 쪽했다.“쭌, 우리 앞으로 잘 지내, 응?”“그래. 영원히 잘 지낼 거야.”하준이 여름의 옷을 챙겨 입히더니 여름을 안고 함게 밥을 먹으러 나갔다.조금 식었지만 그래도 여름이 해온 아침은 아주 맛있었다.하준이 도시락을 싹 먹어 치우자 여름이 가려고 했다.“애들 데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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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7화

“네. 옷을 안 가져 와서 몇 벌 살까 하고요.”차민우의 파란 두 눈에 사람을 매혹시키는 미소가 어렸다. “마침 잘 만났네요. 어드바이스 좀 해줄 수 있어요?”여름이 막 말하려는 찰나에 직원이 갈색 양복을 가져왔다.“말씀하신 게 이 세트 맞죠, 강 대표님?”“어… 네.”여름이 끄덕였다.“사이즈 하나만 더 큰 걸로 보여주시겠어요?”“네, 준비해 드리겠습니다.”직원이 다시 옷을 가지러 가면서 슬쩍 차민우를 훔쳐보았다.“왜 저 사람이 강 대표님이라고 불러요?”차민우가 의아하다는 듯 눈을 깜빡였다.“서 씨잖아요?”“미안. 실은 강 씨야.”여름이 어쩔 수 없이 웃었다. “강여름이라고 해.”“어?... 강여름 씨여구나. 와, 너무 하네. 난 솔직하게 내 이름 가르쳐 줬는데 누나는 나한테 가명이나 알려주고.”차민우가 부루퉁해서 말했다.다른 사람이었다면 여름이 상대도 안 했겠지만 차민우는 어쩐지 그 친근한 느낌 때문에 이상하게 화를 낼 수가 없었다.“미안해. 내가 반쯤 공인인데 별로 평판이 좋지 않아서…. 동성에서 만났을 때는 우연히 만났지 싶어서 다시는 만날 일이 없을 줄 알고 가명을 썼어.”“공인이라고요?”차민우가 눈을 깜빡였다.“배우에요? 가수?”“아니.여름이 고개를 저었다.“뭐랄까… 인플루언서 같은?”“아….”차민우가 알듯 모를 듯한 얼굴을 했다.“어쨌든 그러면 다시 알아가면 되죠. 여기 사는 거죠? 나도 이제 이쪽에서 살 건데. 잘 됐네요. 내가 서울에서 처음 사귄 친구네. 다시 만나서 반가워요.”그렇게 말하면서 차민우가 손을 내밀었다.여름도 손을 내밀어 악수했다.직원이 옷을 바꿔 들고 오자 여름이 말했다.“포장해 주시겠어요? 왼쪽의 그 카키색 정장도 산 세트 같은 사이즈로 부탁해요.”“남편 옷 사주는 거예요?”차민우가 질투심을 숨기고 물었다.여름이 입술을 깨물더니 솔직하게 말했다.“따지면 전 남편이고, 지금은 남자친구.”“하지만 친구분이 지난 번에 결혼했다고 그러던데?”“결혼은 했지. 그런데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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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8화

“내가 고르는 안목이 있다며?”여름은 어리둥절해 했다.“그리고 넌 아직 젊고 얼굴도 흰데 시커멓게 입을 이유가 없지. 어린애들은 환하게 입어야 예뻐.”그러더니 단숨에 열 몇 벌을 죽죽 골랐다.안 그래도 그 집은 차민우 나이 또래가 입기 좋은 옷이 많은 데다 줄무늬 셔츠는 청바지에 매치해 입기도 좋았고, 블루 셔츠는 베이지 칠부 바지와 매치하면 예쁠 것 같았다.동생이 있다면 그렇게 입혔을 것이다.차민우는 여름이 골라주는 옷이 평소 자기가 입던 스타일과 달라 당황했다.차민우는 블랙 의상을 좋아하지만 여름은 검은 색은 하나도 골라 주지 않았다.“어머나, 내가 너무 많이 고른 거 같네. 한 세트는 내가 사주…”“다 주세요.”차민우가 플레티넘 카드를 내밀었다. 여름은 깜짝 놀랐다. 전에 하준이 가진 것을 한번 본 적이 있었다. 이 옷가게는 굉장히 비싼 집인데 차민우는 그 많은 옷을 일반인은 발급받을 수도 없는 카드로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사버린 것이다.“집에 어른들께 전화는 한 통 드릴까? 이렇게 많은 옷을 사면 카드 값이….”“됐어요. 이 정도는 껌 값이죠.”차민우가 웃었다.“우리 집 어르신들이 얼마나 죽어라 돈을 벌어 놨는지 난 죽어라 써도 다 쓰지도 못하고 죽을 걸요.”“……”‘돈 자랑을 저렇게 한다고?’“아, 누나는 그래도 여기 사니까 괜찮은 단지나 별장촌 같은 데도 알겠네요? 내가 별장을 하나 살까하거든요. 부모님이 와서 잠깐 사실 거라서요.”그렇게 말하면서 여름을 가만히 들여다 보았다.“지금 제일 괜찮은 집은 아무래도 강변이지. 주변 환경도 괜찮고 강도 보이고….”잠깐 생각해보더니 여름이 답했다.“언제 시간 될 때 나랑 집 좀 보러 다녀줘요. 이쪽은 잘 몰라서.”차민우가 어깨를 으쓱하며 기대에 차서 여름을 바라보았다.“며칠은 애들 유치원 새로 보내는 일로 정신 없을 것 같은데….”“그러면 며칠 지나서 보면 되죠.”차민우가 시계를 봤다.“마침 밥시간인 것 같은데 내가 저녁 살게요.”“난…”“바빠요? 그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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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9화

“집에 가는 길인데, 당신은? 애들이랑 있어?”하준의 저음이 전화기 저쪽에서 들려왔다.“친구랑 밖에서 훠궈 먹고 있어.”여름이 고를 문지르며 답했다.“누구?”하준이 거칠게 물었다.“윤서 씨?”“아니, 회사에 같이 일하는 사람이야. 자기가 먼너 가서 애들이랑 놀아줘. 난 여기서 먹고 바로 갈게.”여름이 모호하게 둘러댔다. 일부러 거짓말 하려는 건 아니었지만 하준의 질투가 너무 강하니 살짝 넘어가고 싶었다.“회사 사람 누구? 남자야, 여자야?”“최하준, 적당히 하지? 여름은 화난 척했다.“뭘 그렇게 꼬치꼬치 캐물어? 날 의심하는 거야?“남자인지 여자인지 답하는 게 그렇게 어려워?”하준이 냉랭하게 물었다.“남자면 어쩔 건데? 뭐 이렇게 간섭이야? 어쨌든 친구랑 밥 먹어.”여름은 두 말 않고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렸다.맞은 편에 앉아 있던 차민우가 흥미롭다는 듯 여름을 바라보았다.“내가 회사 사람이 되었네요?”여름은 좀 민망했다.“어쩔 수 없었어. 남친이 내가 잘생긴 연하남이랑 밥 먹는 걸 알았다가는 엄청 질투할 거거든. 좀 그런 사람이야.”“그러면… 전에도 다른 잘생긴 연하남이랑 밥 먹은 적이 있나 봐요?”차민우의 동공 깊은 곳에서 어두운 빛이 반짝였따.“아니.”여름이 솔직히 답했다.“난 이성 친구가 딱히 없어. 네가 처음이라고 보면 돼. 너는 어쩐지 좀 친밀한 느낌이 들어서 말이야. 만약에 동생이 있다면 딱 너 같은 느낌을 것 같아.”차민우는 흠칫했다.여름이 웃었다.“아, 오해하지 마. 남동생이 없어. 부모님께서 나 하나만 낳으셨거든.”“부모님께서 아이를 더 안 낳으셨나요?”차민우는 일부러 물었다.여름은 딱히 자세히 이야기하기 싫어서 그저 고개를 저었다.“주문하자. 네가 먹고 싶은 거 골라 봐.”“전 이런 건 잘 모르니까, 골라 주세요.”차민우가 고개를 저었다.여름은 강요하지 않고 자기가 맛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약간 주문했다. 뜻밖에도 막상 음식이 나오자 차민우는 살짝 매워하는 것 외에는 너무 맛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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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0화

“어리다고요?”차민우가 당황했다.“보통이죠. 우리 아버지는 몇 년 전부터 저에게 사업을 떼어 주고 훈련 시키셨어요. 그래서 저는 학교를 다니면서 은행, 호텔 등을 경영했어요.”여름이 갑자기 창 밖을 보았다.“뭘 봐요?”어리둥절해진 차민우가 물었다.“네 허풍이 너무 세서 뭐 날아가는 거 없나 하고.”여름이 놀렸다.“……”차민우는 사실대로 말하고 이는데 여름은 그것을 허풍으로 받아들였던 것이다.“날 안 믿어요?”“내가 네 나이 때는 놀고 연애하느라고 바빴거든. 그런데 넌 고등학생 때부터 그렇게 큰 사업을 했다고? 그런 말을 어떻게 믿니?”여름이 고개를 저었다.“한창 나이인데 연애하고 놀아야지 무슨 돈을 번다고.”“그러면 여자를 소개해주시던지요.”차민우가 눈썹을 치켜세웠다.여름은 당황했다.“내 주변에는 다 내 또래 밖에 없어서 너한테 소개해줄 만한 사람은 없는데. 네가 스스로 찾아야지.”“하지만 난 연상이 취향인데.”차민우가 싱글싱글 웃으며 파란 눈으로 여름을 바라보았다.여름은 놀라서 또 사레들릴 뻔했다. 눈을 크게 떴다.“어허, 그만! 난 널 동생으로 생각해서 밥도 먹고 하는 거지, 만약 다른 생각을 품고 있다면 친구로도 지낼 수 없겠어.”차민우가 여름을 빤히 쳐다보더니 말을 이었다.“진지하게 생각해 봐요. 난 부자라고요. 돈이 얼마나 많은데.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여름이 인상을 팍 찡그렸다.“넌 네가 돈이 많으니까 내가 남자친구를 버리고 너랑 사귈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니?”“아니, 뭐 딱히 그런 건 아니지만….”차민우가 얼른 음료수를 집어 들어 눈에 드러나는 감정을 감추었다.사실 여름을 떠보는 중이었던 것이다.“어쩔 수 없네. 그런 생각이라면 우리는 이제 친구로도 지낼 수 없어.”여름은 그 말을 듣고 너무나 불쾌했고 차민우에게 실망했다.“돈으로 사랑을 사다니 얼마나 부끄럽니? 그리고 난 돈이 그렇게 부족한 사람도 아니거든.”“하지만 누구나 돈은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하잖아요? 인간의 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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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1화

그 얼굴을 자세히 보고 나서야 차민우는 강여름이 말했던 ‘내 남친 미모도 너에게 뒤지지 않아’가 무슨 뜻인지 알 듯했다.비서가 가져왔던 사진에서 최하준을 본 적이 있었다. 사진도 꽤 잘 나오긴 했지만 실물은 사진보다 훨씬 기품이 있었다.자기도 어지간히 미남이지만 나이에서 오는 연륜은 역시 어쩔 수 없었다. 세월이 빚어낸 무게감과 품위는 자신에게는 없는 것이었다.하준의 서늘한 시선이 담담히 차민우의 얼굴을 훑었다.‘눈이 파란 연하남이라….잠깐! 눈이 파란색이야?’하준은 지난 번에 동성에 갔을 때 송영식이 그 쪽에서 다문화 연하남과 여름이 같이 치킨을 먹었다고 했던 것이 생각났다.‘동성에서 여기까지 왔다고?’하준의 얼굴이 순식간에 얼음장처럼 싸늘해지더니 찔리는 듯한 여름의 얼굴로 시선이 향했다.“다문화 동료가 있었어? 아주 어리네, 응?”섹시한 끝음에 아는 사람만 하준이 화가 났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냉기가 묻어 있었다.여름은 머리털이 쭈뼛 섰다. 사실대로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실은 지난번에 동성에서 만났던 동생인데 서울 왔다가 오늘 우연히 만났어. 그래서 내가 밥 한 끼 사주려고 했지. 당신이 하도 오버를 하니까 쓸 데 없는 생각할까 봐 동료랑 먹는다고 그런 거야.”그러더니 여름은 얼른 하준의 손을 잡더니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차민우에게 소개했다.“아까 말했지? 내 남친도 잘생겼다고. 거짓말 아니지?”여름이 일부러 그러는 것을 알면서도 그 말을 들은 하준의 얼굴에서 화기가 조금 가셨다.그러나 다른 남자에게 자신이 잘생겼다고 하다니 안 그래도 가득한 미모부심에 조금은 위안이 되었다.물론 화가 안 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십중팔구는 돌아가서 한 소리할 참이었다.그러나 일단은 적이 있으니 여름이 자기 여친이라고 못 박아 두는 일이 급선무였다.“안녕하세요? 안 그래도 방금 여름 씨가 남친 얘기를 하더군요. 성숙한 매력이 있는 분이시라고.”차민우가 웃으며 손을 뻗었다.하준이 눈썹을 치켜 올렸다. 그러나 곧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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