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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2화

하준의 표정이 싸늘해졌다.분위기가 점점 이상해지자 여름이 얼른 끼어들었다.“자자, 다 먹었니? 그럼 우리…”“아직 다 안 먹었는데요.”차민우가 다시 젓가락을 들었다.‘우리 먼저 갈게’라고 하려던 여름은 다시 말을 삼겼다.“차 씨라고?”하준의 눈이 반짝했다.“어느 나라 사람이지?”“그건 뭐 하려고 묻죠?”차민우가 고기를 건지며 물었다.“니아만의 차씨 가문인가?”하준이 눈이 가늘어졌다.“니아만은 뭐고 차씨 가문은 또 뭐죠?”차민우는 어리둥절한 얼굴을 했다.“난 L국에서 왔는데요.”하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날카로운 시선이 차민우를 살폈다. 가만히 보니 차민우와 강여름은 다문화 가정의 남자와 아시아의 여자라는 차이에 분명 다른 얼굴인데도 불구하고 같이 놓고 보니 희한하게도 뭔가 분위기가 닮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뭘 그렇게 봐?”여름이 민망해서 물었다.“내가 너무 잘생겨서 그러겠죠.”차민우가 농담처럼 말했지만 속으로는 은근히 긴장하고 있었다.아무래도 하준이 뭔가를 알아냈다는 느낌이 들어 싸했다.“아무것도 아니야. 자기야, 나 배고픈데.”하준이 여름을 돌아보았다.“아직 저녁을 안 먹었거든,”“그러면 몇 접시 더 주문할까?”여름은 재료를 더 주문했다. 그러나 하준은 위가 약해서 버섯국물에만 재료를 넣어 먹었다.차민우가 의아해서 물었다.“매운 걸 못 먹어요?”“우리나라에도 매운 거 못 먹는 사람은 얼마든지 많아.”하준이 아무렇지 않게 답했다.“하지만 그러면 둘이 같이 먹어도 한 사람은 매운 걸 먹고 한 사람은 못 먹겠네요? 그게 뭐야?”하준이 인상을 찡그리자 여름이 얼른 나섰다.“사실은 나도 원래는 매운 거 많이 안 먹어. 매운 건 아주 가끔 먹는 거야. 매운 거 너무 많이 먹으면 위에 안 좋아.”하준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더니 여름의 뺨에 쪽 소리가 나게 입을 맞췄다.“뭐 하는 거야?”여름은 남 앞에서 하준이 오그라드는 짓을 하자 민망했다. “너무 사랑스러워서 참을 수가 없었어.”하준이 입꼬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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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3화

하준은 차민우의 뒷모습을 보면서 음험한 얼굴을 했다.“됐어. 이제 질투 그만!”여름이 하준의 얼굴을 잡아 돌렸다.“유치하다, 유치해! 애랑 꼭 그러고 싸워야겠어?”“여자를 임신시킬 수도 있는 남자가 애야?”하준은 조금도 질투를 감추지 않고 뱉었다.“날 또 속였어. 동성에서 쟤 다시는 만나지 말라고 말했을 때는 그러겠다더니, 바로 뒤돌아서 거짓말하고 둘이서 몰래 훠궈나 먹고 말이야.”“몰래 먹지 않았는데? 대놓고 먹었지.”여름이 입을 비죽 내밀었다.“쇼핑하다가 우연히 만났는데 처음 서울 와서 아는 사람도 없고 뭘 먹어야 좋을지 모르겠대서….”“아는 사람도 없고 뭘 먹어야 좋을지 모르기는?”하준이 비꼬았다.“언제부터 그렇게 인류애가 넘쳐나셨나? 애가 잘생겨서 그래?”“그런 거 아니라니까….”여름은 고개를 숙였다.“그냥 쟤를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친근감이 든다고. 전에 알았던 사람인 것처럼….”그러더니 하준이 화낼까 싶어서 얼른 덧붙였다.“어쨌든 좋아하는 건 아니니까 오해하지 말라고. 그냥 동생 같아서 그래. 내가 사랑하는 건 자기지.”“사랑한다고?”하준이 걸음을 멈추더니 여름을 빤히 바라보았다.“믿을 수 있게 증명해 봐.”“적당히 하지 그래? 내가 당신에게 얼마나 상처를 받았는데,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당신이랑 재결합을 하겠어?”너무 밑도 끝도 없이 난리를 치니 여름은 살짝 화가 나서 하준의 손을 뿌리치고 고개를 홱 돌려 버렸다.“나랑 재결합한 건 반은 애들 때문이잖아?”하준이 따라와 여름을 잡으며 질투심에 타올라 물었다.“애들이 아니면 나랑 재결합도 안 했을 거잖아.”여름은 흠칫해서 잠시 할 말을 잃었다.어쨌거나 하준이 주었던 상처는 씻을 수가 없었다. 특히나 소영의 죽음은 여름에게 내내 큰 죄책감을 안겨주게 된 것이 사실이었다.그런데도 여름은 하준과 재결합했다.양심을 져버리고라도 아이들을 위해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사실이었다.“뭐, 말 안 해도 돼. 다 아니까.”하준이 여름을 감아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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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4화

하준은 미안한 마음이 가득한 눈을 내리깔았다. 자신이 여름에게 준 상처는 조금도 낫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아까는 다시 자기를 잃을까 봐 조바심이 나서 화가 났던 거야. 내가 동료랑 밥 먹는다고 당신에게 거짓말을 했다가 들켰다고 생각해 봐. 게다가 당신은 모르는 어린 여자애랑 있었다면 당신은 기분이 어떨 것 같아?”여름은 입술을 깨물었다.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 보니 확실히 기분이 좋을 것 같지는 않았다.“미안해. 앞으로는… 절대 걔랑 따로 약속 잡지 않을게.”“꼭 그럴 필요까지는 없고.”하준이 여름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문득 웃었다.“동생 같은 아이라며? 그럼 내가 당신을 좀 더 믿어야지. 다음부터는 거짓말만 안 하면 돼.”“정말… 괜찮아?”여름은 흠칫했다.“딱 쟤 하나만. 더는 안 돼.”하준이 유유히 말했다.“걱정하지 마. 당신이 쟤를 만나는 데는 동의하지만 난 절대로 다른 여자랑 따로 밥 먹거나 약속 잡거나 그러지 않을 거야.”그 말을 들은 여름은 얼어붙었던 마음이 사르르 녹아서 발끝을 들고 하준의 목에 손을 걸더니 입술에 키스했다.“고마워. 걱정하지 마. 민우가 집 보러 갈 때만 한 번 도와줄게. 서울 쪽에는 아는 게 너무 없어서 그래. 또 밥 먹자고 하면 당신도 부를게. 당신이 못 간다면 나도 따로 식사는 하지 않을게.”“좋아.”여름의 입술이 남긴 달콤함을 되새기며 하준이 답했다.공공장소만 아니었으면 하준은 여름을 품에 안고 길고 긴 키스를 했을 것이다.“그 녀석이 서울에 집을 산다고?”“응, 부모님이 여기서 한동안 사실 건가 봐.”여름이 말했다.“혹시 뭐 하는 집안인지는 알아?”하준이 물었다.“은행한다던데 나도 잘은 몰라. 저렇게 어린 애가 무슨 은행을 하겠어?”여름은 잠깐 생각해 보더니 말했다.“아, 자기가 가지고 있는 플레티넘 카드, 민우도 가지고 있던데? 확실히 보통 애는 아닌 것 같기도?”하준이 눈썹을 치켜세웠다.“뭐라고? 플레티넘 카드는 L국에서 발행하는데 전세계 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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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5화

“당신하고 애들만 내 곁에 있어준다면 그런 건 난 아무래도 상관 없어.”하준이 웃었다.“자, 그런 생각은 이제 그만하고, 쇼핑이나 하러 들어가 볼까?”여름은 고개를 들어 무슨 가게인지를 보고는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여성 속옷을 파는 곳이었다.“당신이랑 같이 들어가긴 좀 그렇고, 저런 건 충분히…”“예쁜 게 더 있으면 좋잖아. 당신이 예쁜 거 입은 거 보고 싶어.”하준이 은근한 목소리로 여름의 귓가에 속삭였다. 좀 전의 무거웠던 분위기는 어느새 싹 사라져버렸다.그러나 두 사람은 차민우가 4층에서 가만히 둘의 이런 장면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은 몰랐다.차민우는 오늘 여름을 우연히 만난 척 과장하면서 일부러 플레티넘 카드를 보여준 것이었다. 돈과 권력을 탐하는 여자라면 반드시 넘어올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그러나 여름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심지어 일말의 여지마저도 먼저 차단해 버렸다.그러더니 최하준이 나타나고부터는 더 대놓고 애정을 과시했다.“회장님….”부하가 곁에 나타났다.“최하준이 내 신분을 의심하는 것 같다.”차민우가 낮은 소리로 뱉었다.부하가 깜짝 놀랐다.“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최하준은 우리와는 접점이 전혀 없는데요. 게다가 최하준 따위는 우리 CB그룹과 접점을 가지기에 한참 부족한데요.”“니아만의 차씨 집안이 아니냐고까지 묻던걸. 이상하네. 어떻게 우리에 대해서 들어봤을까?”차민우는 영 신경이 쓰였다.“그러면 이제 어떻게 할까요?”부하가 물었다.“아, 사모님께서는 최하준과 강여름은 간악한 것들이니 FTT까지 깨끗하게 날려버렸으면 하시던데요.”“최하준은 최근 재계 1위 자리를 탈환하면서 아주 탄탄한 입지를 만들었어. 싹 날려버리기는 그리 쉽지 않을 거야. 계획을 수정해야 해.”차민우가 아래 턱을 문질렀다.“대체 최하준의 뭐에 여자들이 끌리는 거야? 천하의 나쁜 놈인데.”“네, 확실히 검색해 보면 그런 쓰레기가 없던데요. 아무래도… 돈이 많아서가 아닐까요?”부하가 말을 이었다.“게다가 강여름은 최근에 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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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6화

“네.”전화를 끊고 나자 하준은 머리가 아팠다.이제 막 안정을 찾는가 싶었는데 여름의 어머니가 나타나서 자기와 여름이 사귀는 것을 반대하면 어쩌나 싶었다.*******월말아직 날이 밝지 않은 시간, 고성 세트장. 드라마 제작 스텝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다.구찬수 감독의 의 크랭크인 날이었다.배우가 도착하기 전에 스텝들이 소곤거렸다.“원연수랑 시아가 같은 작품에 출연할 줄이야.”“누가 아니래? 둘이 주연자리를 놓고 경쟁했다던데 결국은 원연수가 경쟁에 밀려서 조연을 맡은 거라더라.”“조연 캐릭터 빌런이라서 사랑 받기는 그른 역 아니냐? 원연숙 안 됐다. 사실 난 원연수가 주연에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쉿~. 조용히 해. 죽고 싶냐? 시아는 이 대표 부인이 될 거라고. 이 바닥에서는 시아한테 요만큼만 밉보였다가는 끝장이야.”“야, 시아 왔다. 개빨리 왔네.”누군가가 작은 소리로 일러주었다.다들 돌아보니 시아가 사극용 가채를 얹고 분장까지 마치고 들어왔다. 뒤로 매니저와 분장사, 의상담담 등이 줄줄이 따라왔다.“일찍 오셨네요.”스텝 중 한 명이 다가가서 말을 붙였다.“조금 빨리 와서 현장에 적응 좀 하면 촬영할 때 좀 나을 것 같아서요.”시아가 부드럽게 웃었다.“다들 일 보세요. 저는 신경 안 쓰셔도 돼요.”그러더니 대본을 들고 다시 점검했다.다들 시아의 뒷모습을 보며 소곤거렸다.“와, 난 뭐 갑질하러 온 줄 알았더니 생각보다 다정하네?”“게다가 부지런하잖아? 저 가채 얹고 분장하려면 꼭두새벽부터 샵 다녀왔겠는데?”“연기는 원연수에 한참 못 미치지만 저 정도 부지런하면, 뭐. 원연수는 아직 오지도 않았잖아.”“……”얼마 안 가서 구 감독도 도착했다. 시아가 대본을 읽고 있는 것을 보더니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처음에는 시아를 마뜩찮게 생각했지만 노력하는 모습을 보니 그래도 그릇은 만들면 되겠다 싶었다.배우들이 속속 들어오면서 곧 거의 모든 배우가 들어왔다. 그러나 원연수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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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7화

시아도 이주혁이 자기를 볼 왔다고는 생각지 않았다.두 사람 사이가 이렇게까지 망가지지 않았을 때도 시아가 드라마를 촬영한다고 일부러 들여다 보러 오거나 한 적이 없었다.‘오늘은 어쩐 일이람?’문득 얼마 전 원연수가 이주혁의 사무실에서 옷 매무새가 흐트러진 채로 뛰쳐나왔던 것이 생각났다. 당시 이주혁은 사무실에 앉아 있었고 굳이 정열로 이글거리는 얼굴을 감추지도 않았었다.시아는 심장이 욱신했다.그러나 얼굴에는 그런 속마음을 전혀 드러내지 않았다.본인이야 어떻게 생각하든 이주혁은 공식적으로 시아의 애인이었고 다른 사람 눈에는 시아를 보러 온 것으로 보일 터였다.“시아 씨를 보러 오셨나 보죠?”구 감독이 싱글싱글 웃으며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시아 씨가 새벽부터 와서 저랑 캐릭터 분석도 하고 첫날부터 아주 열심입니다.”시아는 일부러 겸양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감독님께서 이런 대작에 주연이라는 기회를 만들어 주시다니 영광입니다. 이 작품을 5~6년이나 준비하셨다던데 제가 걸림돌이 되지 않게 열심히 해야죠. 아무래도 부족한 점이 많을 테니 앞으로 감독님께서 많이 가르쳐 주세요.”“걱정하지 말아요. 열심히만 한다면 내가 아주 멋진 배우로 만들어 줄게요.”구 감독이 끄덕였다.깊이를 알 수 없는 이주혁의 동공에 의아한 빛이 스쳤다.낙하산으로 꽂아 넣은 시아에게 구 감독이 반감을 가지고 있으리라고 생각했는데 첫날부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다니 의외였던 것이다. 구 감독이 엄하다고 소문이 자자했는데 아무래도 시아가 일부러 잘 보이려고 꽤 노력한 듯했다.무심하게 시아를 쳐다보며 시크하게 웃는 모습을 보니 시아는 자기 속셈이 다 들킨 것 같아서 마음이 싸해서 얼른 화제를 바꿨다.“우리 언제부터 촬영을 시작하나요?”“좀 일찍 시작할까 싶었는데 조연이 늦는군요.”원연수의 지각을 생각하니 구 감독은 새삼 언짢아져서 이주혁에게 대놓고 불만을 토로했다.“저는 배우가 지각하는 걸 제일 싫어한다고 권 사장에게 한 마디 넣어주십시오. 촬영 첫날부터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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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8화

구 감독은 원연수를 보더니 콧방귀를 뀌었다.“오긴 왔군요. 30분 넘게 기다렸습니다.”“죄송합니다.”원연수의 얼굴이 무거워졌다. 분명 어젯밤에 통화할 때만 해도 구 감독은 목소리가 밝았었는데….“사정이 있었습니다.”“다음부터는 지각하지 않도록 조심해.”시아가 이주혁의 손을 잡고 말을 이었다.“이거 봐. 날 본다고 온 주혁 씨도 너보다 빨리 왔어. 어머, 너 왜 아직 메이크업도 안 했니?”원연수가 움찔했다.“그게…”“됐습니다. 우물쭈물하지 말고 빨리 가서 분장하고 의상 환복하세요. 원연수 씨 씬은 오후에 촬영하는 걸로 하죠.”구 감독은 원연수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차단하고는 씩씩거리며 가 버렸다.“빨리 가서 해. 감독님 화나셨나 봐.”시아가 재촉했다.원연수는 시아와 이주혁을 흘끗 쳐다봤다. 안 그래도 기분이 안 좋았는데 두 사람을 보니 짜증이 울컥 올라와서 쌩하니 가려고 했다.“거기 서.”이주혁의 저음이 원연수를 잡았다.“회사 대표를 봤으면 인사는 한 마디 해야지. 권 사장은 대체 소속 연예인 관리를 어떻게 하는 거야? 아무래도… 내가 예의부터 좀 가르쳐야겠구먼.”원연수는 두 눈을 꼭 감고 깊이 한숨을 쉬고는 돌아서서 가식적인 웃음을 지었다.“죄송합니다. 분장하러 가야 해서 서두르느라고 인사를 못 드렸습니다. 이해해 주십시오.”이주혁은 발그랗게 물든 원연수의 뺨을 보며 심드렁하게 입을 열었다. “앞으로는 지각하는 꼴은 보고 싶지 않군. 다시는 나와 바미 엔터에 먹칠하지 않았으면 좋겠어.”“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겁니다.”원연수는 사과를 하더니 돌아서 가버렸다.시아가 이주혁을 쳐다보니 이주혁은 멀어져 가는 원연수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에 잠긴 듯했다. 시아는 입술을 깨물고는 억지 웃음을 지었다.“주혁 씨, 이쪽은 자외선이 너무 강하니 저쪽으로 가서 앉아 있어요. 같이 점심 먹을 수 있게 최대한 빨리 촬영 끝내 볼게요.”“너랑 밥을 같이 먹다니, 있던 식욕도 다 죽겠다.”이주혁은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섰다.시아의 표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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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9화

“나중에 대표님이랑 결혼하시게 되면 청첩장 꼭 보내주세요.”메이크업 담당도 거들었다.“당연하죠.”시아가 고개를 들고 웃었다. 뒤에서는 몰라도 남들 앞에서는 당당한 이주혁 대표의 부인으로 보여야 했다.******좁은 분장실에서 매니저인 이나정이 분통을 터트렸다.“너무하네. 이렇게 좁은 분장실을 주다니. 탑 급 배우라고 다른 드라마 스텝들은 그저 떠받드느라 바빴는데.”“그만 해. 구 감독님 팀에는 웃돈을 얹어 주고라도 들어오려고 난리라고.”원연수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웃었다.“하지만 자기는 맡고 싶지도 않은 조연을 회사에서 떠넘겨서 하게 된 거잖아.”이나정이 씩씩거렸다.“이번 조연 캐릭터는 시아에게나 어울리는 역이었는데. 대체 걘 뭐가 그렇게 잘났어? 자기보다 예쁘길 하나, 연기를 잘 하나? 이 따위 대접 받으면서 조연 하느니 그냥 때려 치자.”원연수는 그냥 웃었다.“이 정도면 괜찮지. 전에 완전히 무명이었을 때 생각 안 나? 어딜 가도 구박 덩어리에 분장도 혼자서 알아서 다 하고, 어디 허름한 여관 같은 데 묵고 그랬잖아.”이나정이 입술을 깨물었다.“하지만 지금은 다르잖아? 지금 누가 일부러 너 엿 먹이고 있다니까? 왜 이 대표한테 말 안 했어? 야, 누가 늦고 싶어서 늦었냐고? 우리는 차 타고도 촬영장까지 40분이나 걸리는 어디 구석의 호텔에 처박아 놓고 말이야. 게다가 오는 길에 펑크는 또 뭐니? 택시도 안 잡혀서 생으로 뛰어 왔잖아.”원연수가 어쩔 수 없다는 얼굴을 했다.무슨 말을 하겠는가?안 봐도 시아가 벌인 짓이었다.십중팔구 지난 번에 사무실에서 민망한 일이 벌어지고 뛰쳐 나왔을 때 마주쳤을 때 이주혁과 자기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다고 생각하고 질투에 눈이 먼 것이다.이나정이 불만을 터트렸다.“그리고, 스텝은 왜 미리 메이크업 하고 오라고 전화 한 통화 없어? 게다가 메이크업 담당도 안 붙여주고, 이해할 수가 없네.”“이따가 분장팀에 얘기해 보자. 조용히 해. 누구 온다.”원연수가 주의를 주었다.곧 분장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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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0화

원연수는 인상을 찌푸렸다.‘대체 언제부터 저기 있었지?’“잘못 찾아오셨네요. 시아 분장실은 여기가 아닌데요.”“메이크업이랑 헤어 하는 솜씨가 꽤 좋은데 그래?”이주혁은 사실 원연수가 머리를 할 때부터 내내 분장실에 있었다.원연수가 능숙하게 뒷머리까지 만지는 걸 보니 뒤에도 눈이 달렸나 싶을 정도였다.‘원연수는 어떻게 해야 예쁘게 보일 수 있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어. 헤어 스타일만 간단히 만졌는데도 금방 미모를 돋보이게 만들어 버렸단 말이야.’원연수가 얹은 머리를 하고도 이렇게 아름답다니 의외였다.“어쩔 수 없죠. 누가 분장사를 매수해서 일부러 내 헤어라 메이크업을 다 망쳐놨으니 나도 자구책을 마련해야죠.”원연수가 마치 자기랑은 상관 없는 일이라는 듯 쌀쌀맞게 받아 쳤다.“시아가 한 짓이라고 말하고 싶은 건가?”조롱하는 눈으로 원연수를 빤히 바라보며 이주혁이 물었다.“나한테 이르는 거야?”원연수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대체 이주혁의 의도가 뭔지 알 수 없었다.‘시아를 탓한다고 마음에 안 든다는 거야?아니면 시아는 내 여자니까 함부로 욕하지 말라는 거야, 뭐야?’“알아서 생각하시죠. 어쨌든 난 내가 알아서 해결했으니까.”원연수가 일어섰다.“좀 나가 주실래요? 옷 갈아 입어야 하거든요.”“안 도와줘서 화 났나?”이주혁은 나가기는커녕 손으로 문을 막고 서서 즐기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아뇨. 제가 감히 대표님께 화를 낼 수나 있겠습니까?”원연수가 침착하게 말했다.“화는 나는데 꾹 참고 있다는 소리군.”이주혁이 원연수의 평온한 눈을 가만히 들여다 보았다.‘닮았어. 너무 닮았다고. 내 손으로 감옥에 보내 버린 그 여자랑 너무 닮았어.’대체 이주혁이 왜 이러는지 알 수 없어 원연수는 어이가 없었다.“대표님, 대체 왜 이러시는 건데요?”원연수는 너무 바빠서 이주혁이랑 지분거릴 정신이 없었다.이주혁이 느른하게 문에 기대어 섰다.“분장실이 너무 좁네.”원연수가 입술을 깨물었다.“드라마 팀에서 배정해 줬습니다만?”“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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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1화

“원연수, 고상한 척 그만하지.”이주혁이 냉랭하게 뱉었다.“네가 배민교랑 놀아났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인데.”그 말이 입에서 튀어나오는 순간 이주혁은 자기 자신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자기 말투가 워낙 신랄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나 독살스러운 말이 나올 줄은 몰랐다.올 때만 해도 모욕을 줄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러나 원연수의 반응을 보고 나니… 어쩐지 살짝 이성을 잃어버렸다.원연수의 동그란 눈이 커다래졌다.아마도 이주혁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주변의 공기가 그대로 얼어붙은 듯했다. 이주혁은 원연수가 어지간히 악에 받치겠거니 생각했다. 그러나 원연수는 턱을 치켜들고 눈썹을 올렸다.“뭐, 내가 대표님을 거절해서 가지고 놀 수가 없으니 아니꼬운가 봅니다?”이주혁의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몸을 꼿꼿이 하고 한걸음 한 걸음 다가갔다.“원연수, 지금 도발하는 건가?”“도발이라니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네요. 놀아난 게 아니라 잘못된 사랑을 했었다는 듯이 대표님 앞에서 울먹울먹 피해자 코스프레하고 싶은 생각은 없거든요.”원연수가 자조적으로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사실이 그렇다고 해도 대표님은 짠하게 생각하기는커녕 ‘지저분하게 놀던 게 열녀문 올리는 소리 하고 있네’라고 생각하실 거잖아요?”너무나 직설적인 화법이었다.이주혁은 경악한 나머지 족히 몇 초는 할 말을 잃었다. 한참 만에야 정신을 차리고 놀리듯 입을 열었다.“맞아. 안지 얼마 되지도 않는데 날 아주 잘 파악하고 있군.”“몇 번 말 섞어보니 대충 견적 나오던데요? 보통 이런 금수저들은 흑심 가득하지 않나요?”원연수는 빙글 돌아서더니 옷걸이에서 연두색 한복을 집어 들었다.“전 그런 데는 말려들어 가기 싫거든요. 저는 잠자리를 가지면 애정이 생겨나는 타입이라서요. 누구처럼 잠자리를 가지면 가질수록 질려하는 타입이 아니고요.”“정말… 남자를 잘 아는 것 같군 그래. 다 배민교를 사귀면서 체득하게 된 건가?”이주혁의 두 눈이 날카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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