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1460화

작가: 남천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원연수는 인상을 찌푸렸다.

‘대체 언제부터 저기 있었지?’

“잘못 찾아오셨네요. 시아 분장실은 여기가 아닌데요.”

“메이크업이랑 헤어 하는 솜씨가 꽤 좋은데 그래?”

이주혁은 사실 원연수가 머리를 할 때부터 내내 분장실에 있었다.

원연수가 능숙하게 뒷머리까지 만지는 걸 보니 뒤에도 눈이 달렸나 싶을 정도였다.

‘원연수는 어떻게 해야 예쁘게 보일 수 있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어. 헤어 스타일만 간단히 만졌는데도 금방 미모를 돋보이게 만들어 버렸단 말이야.’

원연수가 얹은 머리를 하고도 이렇게 아름답다니 의외였다.

“어쩔 수 없죠. 누가 분장사를 매수해서 일부러 내 헤어라 메이크업을 다 망쳐놨으니 나도 자구책을 마련해야죠.”

원연수가 마치 자기랑은 상관 없는 일이라는 듯 쌀쌀맞게 받아 쳤다.

“시아가 한 짓이라고 말하고 싶은 건가?”

조롱하는 눈으로 원연수를 빤히 바라보며 이주혁이 물었다.

“나한테 이르는 거야?”

원연수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대체 이주혁의 의도가 뭔지 알 수 없었다.

‘시아를 탓한다고 마음에 안 든다는 거야?

아니면 시아는 내 여자니까 함부로 욕하지 말라는 거야, 뭐야?’

“알아서 생각하시죠. 어쨌든 난 내가 알아서 해결했으니까.”

원연수가 일어섰다.

“좀 나가 주실래요? 옷 갈아 입어야 하거든요.”

“안 도와줘서 화 났나?”

이주혁은 나가기는커녕 손으로 문을 막고 서서 즐기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아뇨. 제가 감히 대표님께 화를 낼 수나 있겠습니까?”

원연수가 침착하게 말했다.

“화는 나는데 꾹 참고 있다는 소리군.”

이주혁이 원연수의 평온한 눈을 가만히 들여다 보았다.

‘닮았어. 너무 닮았다고. 내 손으로 감옥에 보내 버린 그 여자랑 너무 닮았어.’

대체 이주혁이 왜 이러는지 알 수 없어 원연수는 어이가 없었다.

“대표님, 대체 왜 이러시는 건데요?”

원연수는 너무 바빠서 이주혁이랑 지분거릴 정신이 없었다.

이주혁이 느른하게 문에 기대어 섰다.

“분장실이 너무 좁네.”

원연수가 입술을 깨물었다.

“드라마 팀에서 배정해 줬습니다만?”

“원연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1461화

    “원연수, 고상한 척 그만하지.”이주혁이 냉랭하게 뱉었다.“네가 배민교랑 놀아났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인데.”그 말이 입에서 튀어나오는 순간 이주혁은 자기 자신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자기 말투가 워낙 신랄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나 독살스러운 말이 나올 줄은 몰랐다.올 때만 해도 모욕을 줄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러나 원연수의 반응을 보고 나니… 어쩐지 살짝 이성을 잃어버렸다.원연수의 동그란 눈이 커다래졌다.아마도 이주혁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주변의 공기가 그대로 얼어붙은 듯했다. 이주혁은 원연수가 어지간히 악에 받치겠거니 생각했다. 그러나 원연수는 턱을 치켜들고 눈썹을 올렸다.“뭐, 내가 대표님을 거절해서 가지고 놀 수가 없으니 아니꼬운가 봅니다?”이주혁의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몸을 꼿꼿이 하고 한걸음 한 걸음 다가갔다.“원연수, 지금 도발하는 건가?”“도발이라니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네요. 놀아난 게 아니라 잘못된 사랑을 했었다는 듯이 대표님 앞에서 울먹울먹 피해자 코스프레하고 싶은 생각은 없거든요.”원연수가 자조적으로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사실이 그렇다고 해도 대표님은 짠하게 생각하기는커녕 ‘지저분하게 놀던 게 열녀문 올리는 소리 하고 있네’라고 생각하실 거잖아요?”너무나 직설적인 화법이었다.이주혁은 경악한 나머지 족히 몇 초는 할 말을 잃었다. 한참 만에야 정신을 차리고 놀리듯 입을 열었다.“맞아. 안지 얼마 되지도 않는데 날 아주 잘 파악하고 있군.”“몇 번 말 섞어보니 대충 견적 나오던데요? 보통 이런 금수저들은 흑심 가득하지 않나요?”원연수는 빙글 돌아서더니 옷걸이에서 연두색 한복을 집어 들었다.“전 그런 데는 말려들어 가기 싫거든요. 저는 잠자리를 가지면 애정이 생겨나는 타입이라서요. 누구처럼 잠자리를 가지면 가질수록 질려하는 타입이 아니고요.”“정말… 남자를 잘 아는 것 같군 그래. 다 배민교를 사귀면서 체득하게 된 건가?”이주혁의 두 눈이 날카롭게

  •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1462화

    ‘이렇게 재미있는 여자는 정말 오랜만이야.’“자기야, 문은 왜 닫았어?”이때 갑자기 밖에서 이나정의 목소리가 들렸다.“아, 짜증 나. 메이크업아티스트 찾으러 갔었는데 다들 바쁘대. 그래서 분장팀장한테 갔는데 자기들 다 바쁘고 우리가 너무 늦어서…”문이 벌컥 열렸다. 문을 열고 들어온 이나정은 칼같이 다려 입은 양복 차림의 남자를 보고 깜짝 놀라서 말을 더듬었다.“대… 대표님….”“응”이주혁이 매혹적인 저음으로 답하더니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이나정은 이주혁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눈을 휘둥그레 뜨고 원연수를 쳐다보았다.원연수는 머리에 쥐가 나는 것 같았다.“오해하지 말고…”“당연히 오해 안 하지. 오해할 게 뭐 있어? 늦었다고 이 대표가 와서 한 소리 하디?”이나정이 씩씩거리며 물었다.“그래서, 얘기는 잘했어?”“……”원연수는 고개를 숙이고 큭큭 웃었다.‘나 참, 나정 씨는 날 너무 잘 안단 말이야. 딱히 그 상황을 해명할 필요도 없었네.’“어머, 자기 머리 누가 한 거야? 예쁘네?”이나정이 갑자기 감탄했다.“너무 예쁘잖아.”“내가 했지.”원연수가 말했다.“잊어버렸어? 전에 스타일리스트 없을 때 내가 혼자 배웠잖아.”“어머, 생각난다. 그게 벌써 언제 적 얘기야? 아직까지 안 잊어버리고 있었나 보네.”이나정이 감탄했다.******원연수가 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한 씬은 이미 촬영이 끝났다.구 감독이 버럭 했다.“원연수 씨는 왜 아직도 안 나오나? 오전 내내 메이크업하고 옷 갈아입을 생각인가? 우리가 지금 원연수 씨 메이크업하라고 돈을 뿌려야 하냐고?”“원연수 씨 메이크업은 1시간 전에 제가 끝냈습니다.”스타일리스트가 말했다.“그런데 왜 아직도 꾸물거리고 있나? 이럴 거면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고 해.”구 감독은 이미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죄송합니다. 내일부터는 절대 늦지 않겠습니다.”원연수가 다가왔다. 환한 의상에 잘 올려 빗은 머리는 동그란 이마와 작은 얼굴을 잘 드러내 빛이 나는 듯했다. 많은 배우

  •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1463화

    조감독의 말인즉슨, 조연의 미모가 주연을 압도해 영화에서 표현하려는 주제를 흐트렸다는 뜻이였다.구 감독은 그 말을 들으니 더욱 기분이 언짢아졌다.“그래요, 지금 조연 캐릭터가 좀 그런 캐릭터죠. 원연수씨는 예쁘게 보이고 특징적인 캐릭터를 맡아서 눈에 띄고 싶다면 아무래도 작품을 잘못 찾아온 것 같군요. 아직 촬영 시작도 안 했으니 그만두고 싶다면 오늘 바로 떠나도 좋습니다. 다만 촬영팀이 시간을 끌어서 본 손해는 배상해야 할 겁니다.”“감독님, 연수 씨가 이런 큰 작품은 처음이라 잘 몰랐나 봐요.”시아가 얼른 나서서 말을 보탰다.“연수 씨, 스타일리스트 의견 따라주세요. 난 내일 말에서 떨어지는 씬이 있는데 감독님이 원래 이미지는 싹 포기하고 맨 얼굴로 찍자고 하시더라고. 감독님의 연기 지도는 이런 데서 빛나는 거니까, 감독님을 따르자고요.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사람이 발전도 하는 거니까.”구 감독이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시아가 그래도 분위기 파악도 잘 하고 이 대표 약혼녀라고 딱히 거들먹거리지도 않으면서 이렇게 적극적으로 협력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다들 바쁘니까 시간 낭비하지 맙시다.”남자 주인공인 강우진은 영화계의 황제다. 그러니 원연수처럼 이제 막 뜬 배우 따위에게 그렇게 큰 인내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옆에서 보고 있던 이나정은 다들 이구동성으로 원연수를 비난하는 꼴을 보고 울컥해서 나서려고 했다. 그러나 원연수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잘 봐주세요. 제가 아이라인이라도 그렸나요? 그냥 립글로즈 조금 바르고, 조금 더 사극에 어울리는 분위기를 내려고 눈썹을 정돈해서 그렸을 뿐입니다. 머리에 뭐 남들보다 특별한 가채를 얹지도 않았고요.”다들 깜짝 놀랐다. 다시 보니 정말 별다른 메이크업이 없었다.드라마를 찍으면서 이 정도로 메이크업을 얹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현장에 있던 배우들이 질투에 어린 시선을 보냈다.원연수가 휴대 전화를 꺼냈다.“아까 스타일리스트가 해줬을 때 모습입니다. 솔직히 제가 조연이지, 조연 할머

  •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1464화

    원연수는 평온한 얼굴로 줄줄 읊어댔다.구 감독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졌다. 직접 말하지 않았다면 원연수가 촬영장에서 30km나 떨어진 호텔에 묵었던 것도 고물차를 타고 오다 주간에 퍼졌다는 것도 몰랐을 거시다.게다가 제작팀에서 원연수에게 촬영 관련 내용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몰랐을 것이다.“원연수 씨 말이 사실인가?”구 감독의 날카로운 시선이 제작팀 스텝에게로 향했다.“전달을 안 했을 리가 있습니까?”제작팀의 오 팀장이 벌떡 일어섰다.“어제 원 배우님 매니저에게 문자를 보내라고 했는데요. 자기가 지각한 핑계를 저희에게 대는 겁니다. 그리고 본인이 시아 씨랑 같은 숙소에 있기 싫다고 해서 저희가 일부러 떨어진 곳에 배정한 거고요. 여기는 시골이라서 괜찮은 호텔이 많지 않습니다.”“나랑 같은 숙소에 있는 것도 싫었니?”시아는 깜짝 놀란 척했다.“왜? 내가 주인공이라서 불편하니…?”원연수는 시아 쪽은 쳐다보지도 않았다.‘직장에서도 연기를 해야 하는데 넌 평소에도 연기를 하면서 살다니 참 피곤하겠다.’“감독님, 시작해도 될까요?”구 감독은 원연수의 그런 모습을 보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솔직히 너무 성격이 드세다는 생각이 들었다.보통 그렇게 성격이 드센 사람은 통제가 힘들기 때문에 별로 선호하지 않았다.“나랑 촬영하면서 한 번에 OK 사인 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너무 자신하지 말아요.”원연수가 웃었다.“어쩔 수 없네요. 정말 그렇게 추리한 노인 분장을 하고 싶지는 않거든요. 그러니 실력으로 증명하는 수밖에 없죠. 하지만 제가 NG를 낸 게 아니라면 무효예요.”“당연하지.”구 감독이 끄덕이더니 시아를 한번 쳐다봤다.“준비합시다. 5번 씬.”시아는 당황했다.“그건 오후 4시에 찍기로 했잖아요?”“난이도를 높여서 누구누구의 기를 좀 꺾어놓으려고요.”구 감독이 담담히 말했다.시아는 은근히 쾌재를 불렀다. 5번 씬은 조연의 연기가 가장 까다로운 씬이면서 조연이 주연을 독살하려는 살기 가득한 장면이기 때문이었다.곧 촬

  •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1465화

    “미쳤어? 독을 탔지? 안 마실 거야!”시아가 외쳤다.“단아, 우리 친구였잖아? 우리 둘이 함께 세상에 이름을 날리는 사람이 되자고 했었잖아….”“이름은 날려야지. 언니 말고, 내가 날릴 거야. 난 이제 참을 만큼 참았어. 우리 둘이 함께 있으면 그분은 영원히 언니만 쳐다볼 거야. 그분 마음 속에, 그분 눈 속에는 오로지 언니뿐이니까.”내내 더없이 평온한 말투였지만 은은하게 풍겨 나오는 살기와 독기가 주변을 온통 압도했다.“언니, 죽어줘.”그러더니 갑자기 시아의 아래턱을 와락 움켜쥐었다.구 감독은 카메라 렌즈를 통해서 그 장면을 보고 있었다. 그 예쁘장하고 청순한 얼굴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와 광기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심지어 원연수는 소리를 지르지도 않았고 눈을 크게 뜨지도 않았다.마치… 천생 그렇게 사이코패스로 태어난 듯한 모습이었다.그에 비해 시아의 표정은 너무 과장되어 자연스럽지 않았다.비명, 눈 부릅뜨기 말고는 공포와 절망을 표현할 방법이 없는 것 같았다.시아의 연기가 완전히 원연수의 연기에 압도된 상황이었다.“강 배우, 들어가!”구 감동이 남자 주인공을 보고 말했다.강우진은 당황했다.“저는 6번 씬에 들어가는데요, 지금 바로 이어서 가나요?”“원연수의 연기 집중력을 어디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지 보자고.”구 감독이 말을 이었다.“저 감정선 그대로 받아줬으면 해.”강우진이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지금까지 인간적으로는 비호감이었지만 연기자로서 원연수의 연기는 경탄스러운 수준이었다.“멈춰라!”강우진이 뛰어 들어갔다.시아의 입에 막 약을 들이붓는 원연수를 보더니 믿을 수 없다는 듯 거칠게 잡아 끌어냈다.“뭘 먹이는 것이냐?”살기 등등하던 원연수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쩔 줄 몰라 하는 소녀의 가련한 얼굴로 변했다. “언니의 병세가 너무 심해서 약을 먹이고 있었습니다.”“……”천막 안. 이주혁이 마시던 커피는 이제 거의 끝나가는 참이었다. 한 모금을 꿀꺽 삼키고 나서 코에서 매혹적인 저음으로 감

  •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1466화

    그러더니 구 감독은 가버렸다.원연수도 자리를 떴다.다들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원연수의 뒷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진짜 구 감독에게서 한 큐에 OK 사인을 받는 배우를 처음 봤기 때문이었다.심지어 영화계의 황제라는 강우진이 갑자기 씬에 투입되었는데도 원연수는 일말의 동요하는 기색 없이 연기에만 집중했던 것이다. 그에 반해 여주라는 시아는 종이인형마냥 씬에 전혀 어우러지지 못했다.매니저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선 시아는 부드득 이를 갈았다. 원연수의 연기가 그 정도일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다.이번 작품에서 원연수를 내보내지 못하고 그대로 상영관에 걸려버리면 시아의 연기는 완전히 원연수의 연기에 압도당한 것을 모두에게 보일 판이었다.갑자기 뭔가가 뇌리를 팍 스쳤다.시아는 다급히 천막 쪽을 훑어보았다. 이주혁이 언제인지 모르게 자리를 떠서 보이지 않았다.안도의 한숨을 쉬던 시아는 방금 그 연기를 이주혁도 다 보았을 것이라는 데 생각이 미치자 다시 걱정이 와락 몰려왔다.*******이주혁이 차에 타자 기사가 물었다.“서울로 돌아갈까요?”“아니. 우선 어디 가서 점심이나 먹지.”이주혁은 두 눈을 감고 뒤로 기댔다.기사가 어느 식당으로 차를 몰았다. 식사가 끝나가 권현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금 뭐 하십니까?”“밥 먹는데, 무슨 일입니까?”이주혁이 심드렁하게 물었다.“큰일입니다. 방금 구 감독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상당히 곤란한 목소리였다.“원연수를 주연으로 할 수 없겠냐고 묻던데요. 저희 쪽에서만 동의하면 내년에 바미 엔터 소속 배우들을 대거 기용한 영화를 한 편 찍어주겠답니다. 출연할 배우는 저희가 정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요.”이주혁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그러나 바로 무슨 뜻인지 알아들었다.자신이 구 감독이라도 그런 제의를 할 것 같았다.원연수는 분장 등이 도움 없이 연기만으로 완벽하게 악녀 연기를 완성했다.이대로 촬영하다 보면 시아는 연기에서도 밀릴 뿐 아니라 미모에서도 압도당할 것이 뻔히 보였다.그러면 영화가 상영된

  •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1467화

    권현규가 이어서 말했다.“역시나 훌륭한 배우라는 건 경험을 통해서 길러지는 모양입니다. 아, 대표님께서 따로 말씀이 없으시면 제가… 시아를 불러들이면서 대표님 뜻이라고 전하겠습니다.”“나한테 뒤집어씌우겠다 이거군.”이주혁이 꼬집었다.“아니, 달리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다들 시아가 대표님 애인인 걸 아는데 제가 그렇게 말 안하고 누를 방법이 있겠습니까?”권현규가 민망한 듯 말했다.“아니면 직접 말씀하시겠습니까?”“됐습니다. 난 너무 직설적으로 말하는 타입이니까 빠지겠습니다.”이주혁은 그러고 전화를 끊었다.******촬영 현장. 원연수는 점심을 먹더니 느른하게 소파에 누워 쉬고 있었다.이나정이 다급하게 말했다.“지금 이러고 쉬고 있을 시간 없다니까? 곧 오후 촬영 시작이야. 자기가 오전에 연기로 눌러놨지만 구 감독이 시건방진 배우를 얼마나 싫어하는데.”“아니야. 내 생각인데… 오후에는 촬영 안 할 거야.”원연수가 천천히 생수를 들어 마시며 느긋하게 말했다.이나정이 흠칫했다.“왜?”원연수의 입술이 서서히 올라갔다.이때 누군가가 쾅 하고 분장실 문을 걷어찼다.화가 잔뜩 난 시아가 들어왔다.“원연수, 아주 수단이 보통이 아니네?”“무슨 말씀이신지?”원연수가 고개를 외로 꼬고 전혀 모르겠다는 얼굴로 물었다.“모르는 척하지 마!”시아가 외쳤다.“오전에 일부러 예쁘게 하고 나와서 투 샷 찍었지? 그러면서 연기며 미모며 ‘내가 이 정도다!’라고 과시해서 감독님이 아무래도 주연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하게 만든 거잖아! 회사에서 들어오래. 이 영화 주인공은 너라고!”이나정의 눈이 커지더니 원연수를 쳐다보았다. 그제야 아까 원연수가 오후에 촬영을 하지 않을 거라고 했는지 알았다.원연수는 피식 웃었다.“누가 자기더러 나보다 연기를 잘하지 말랬나, 나보다 예쁘지를 말랬나?”“이게…”시아가 눈을 희번득 뜨고 쳐다보더니 한참 만에야 싸늘하게 웃었다.“이번 작품에서 주연 자리 가져갔다고 너무 의기양양하지 말라고. 나는 엔터 산업을 꽉

  •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1468화

    밖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은 시아의 분노한 얼굴을 보고 시아의 화를 살까 겁이 나서 우르르 도망갔다.이나정은 뒷목을 잡고 원연수를 쳐다보았다.“저기요, 시아가 싫은 건 알겠는데 너무 하얗게 닦아세운 거 아니니? 나중에 이주혁 대표 사모가 될 걸고 권 사장도 함부로 못 하는데….”“괜찮아. 배우 못하면 자기랑 나랑 나가서 장사하자.”원연수는 너무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말했다.“난 원래 연기보다 사업 마인드가 더 강해.”이나정은 너무 어이가 없었다.“난 빼주셔. 네가 언제 사업을 해봤다고 그래? 게다가 이주혁 대표 쪽에서 사람 손보려고 들면 진짜 쉽지 않을걸.”“알아.”원연수가 웃었다. 어느 정도는 조롱하는 기색이 섞여 있었다.‘그건 내가 누구보다 잘 알지. 내가 바로 그거 때문에 죽은 사람이거든.”곧 구 감독이 긴급회의를 소집했다.“시아 씨는 연말에 결혼 준비로 바빠서 아무래도 촬영에 참여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래서 회사랑 상의를 한 끝에 주연을 원연수 씨로 교체하고 조연을 내일모레 새로 투입하기로 했으니 촬영은 며칠 쉽시다. 원연수 씨는 그동안 주연 대사 익혀주고.”“알겠습니다.”원연수는 놀란 모두의 시선을 받으며 새 대본을 받아 갔다.시아가 결혼 준비 때문에 바빠서 하차한다는 말은 아무도 믿지 않았다.‘원연수가 연기를 너무 잘하니까 결국은 탈탈 털릴까 봐 빠지는 거지. 아까 점심시간에도 그래서 싸운 거고.’그러나 다들 눈치껏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오후 촬영이 취소되었다.원연수는 그대로 호텔로 돌아갔다. 우선 샤워를 좀 하고 오후에는 서울로 돌아가 며칠 쉬다 올 생각이었다.목욕을 마친 원연수는 수건을 두르고 나왔다.그런데 욕실 문을 열고 나서서 나오다가 소파에 앉은 누군가의 모습을 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오전에 봤던 고급스러운 차림 그대로 이주혁이 모델처럼 앉아 있었다.세상에 노크도 없이 남의 방에 들어와 앉아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어떻게 들어오신 거죠?”원연수가 당황해서 물었다. 상황

최신 챕터

  •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1700화

    “잠깐.”하준이 다시 입을 열었다.“아니야. 난 갈게. 어쨌든 넌 이제 예전의 하준이가 아니잖아. 예전 친구 따위가 뭐 그렇게 중요하겠어.”송영식은 한숨을 쉬었다.“잡지 마라.”“너 잡는 거 아니거든.”하준은 어이가 없어 하며 송영식을 쳐다보았다. ‘나에게 저런 신경질적인 친구가 있었다고?’송영식은 잠시 매우 민망해졌다.“…나 간다?”“앉아 봐.”하준이 옆이 의자를 가리켰다.송영식은 그제야 휘적휘적 가서 앉았다. 저도 모르게 시선이 하준의 노트북으로 향했다.“FTT 자료 보고 있었네?”하준은 그에 답하지 않고 미간을 찡그리고 있더니 물었다.“나랑 강여름은 어떤 사이였어?”“어떨 것 같냐?”송영식이 고소해하며 눈썹을 치켜올렸다.“맞추면 여기 앉아서 얘기해 줄 거야?”하준이 냉랭하게 물었다.“말 하기 싫으면 말고. 물어볼 사람이 너밖에 없는 건 아니니까.”“내가 졌다.”송영식은 김이 빠졌다.“네가 느끼기에는 어떨 것 같은데?”하준이 미간을 찌푸렸다. 전에는 노트북도 핸드폰도 만질 줄 몰랐지만 오늘 아침에 핸드폰으로 몰래 뒤져보았다. 성인 남녀 사이에 키스를 한다는 것은 둘이 굉장히 친밀한 사이라는 뜻이었다. 게다가 자신과 여름이 나눈 것은 프렌치 키스라는 것까지 알아냈다.그런 것을 알아내고 나자 하준은 저도 모르게 얼굴이 뜨거워졌다.“뭐 응큼한 생각하고 있구나?”송영식이 큭큭 웃었다.하준이 송영식을 싸늘하게 흘겨 보았다.“내 여자인구인가? 하지만 결혼했다던데? 아이도 있고. 난… 강여름의 정부인가?”“… 컥컥. 대단하네. ‘정부’ 뭐 그런 단어까지 알아냈어?”송영식이 엄지를 치켜 세웠다.“하지만 그 단어가 딱 적당한 것 같다.”그 말이 맞다는 뜻이었다.하준의 얼굴이 어두워졌다.‘정말 내가 그렇게 내놓기도 부끄러운 정부야?’“그렇다고 화내지는 말고. 이 지경이 된 것도 다 네 인과응보라고.”송영식이 말을 이었다.“여울이하고 하늘이 아빠가 누군지는 아냐?”“내가 어떻게 알아?”하준은 짜증이 났다.

  •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1699화

    “요즘 쭌은 자신을 더 이상 두 살짜리 아기로 생각하지 않아. 쭌의 실제 나이는 나보다도 많다고 얘기해 줬거든. 요즘은 선생님들 모셔서 가르치는데 정말 빨리 배워. 앞으로 한 달 정도면 전에 배웠던 지식 수준은 따라잡을 것 같아.”“하지만… 그러면 뭐해? 너희들 사이에 있었던 애정 같은 건 다 잊었을 텐데.”윤서가 망설이면서 말했다.“널 잊어 버린 사람이 다시 널 사랑하게 만드는 게벌써 몇 번 째냐?”여름은 할 말을 잃었다. 다시 슬픈 기분이 되었다.‘그러네. 대체 이게 몇 번 째냐고….처음에 동성에서 만났을 때, 내가 죽을 힘을 다해서 최하준을 따라다닌 바람에 결국 최하준의 관심을 받는 데 성공했지.외국에 나갔다가 돌아와서도 온갖 수단을 써서 백지안 옆에 있던 최하준이 날 사랑하도록 만드는 데 성공했었고.그래, 매번 성공했어. 그래서 피곤했냐 하면, 그래. 정말 피곤했지.두 사람이 서로를 향하는 사랑은 나와는 거리가 멀었어.’“나도 모르겠어.”여름이 망연자실해서 말을 이었다.“전에는 기억에 착란을 일으켰던 거고 이번에는 완전히 어린애나 다름 없게 되어 버렸으니까. 애정 부분도 완전히 백지가 되어 버렸어. 사실 날 사랑하게 만드는 거야 어렵지 않지만, 인생은 길잖아.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이 들어. 다음에 또 이러지 않을까? 그 다음은? 내가 매번 이렇게 주동적으로 나서고 인내할 수 있을까? 내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나라고 무쇠로 만들어진 사람도 아니고, 나도 그냥 평범한 사람이라고.”“네 애정 문제에 있어서는 내가 뭐라고 한 적이 없지만, 너 이러는 거 보니까 나도 너무 마음이 아프다. 난… 최하준은 자기 자신도 지킬 줄 모르는 사람인 것 같아. 혹시나 이번에 다시 고백 받거든 이번에는 쉽게 넘어가지 마.”윤서가 말을 이었다.“본인이야 그러고 싹 다 까먹어도 별 문제 없겠지. 하지만 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날 그렇게 몇 번이고 잊어버린다면 그게 뭐 누구의 계략에 빠진 거든 뭐든 막 때려주고 싶을 것 같다. 아내랑 애가 있는

  •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1698화

    하마터면 윤서의 입술이 송영식의 코에 닿을 뻔했다. 순식간에 호흡이 엉키고 얼굴은 빨개졌다.“왜 이렇게 들이대?”“어떻게 사람이 말 한마디를 곱게 안 하냐?”송영식은 속상했다. 그런데 발그레해진 윤서의 얼굴을 보고 있으려니 마음이 이상하게 간질거렸다.요즘 윤서의 배가 점점 크게 부풀어 올랐다. 얼굴도 동그라니 뺨이 포동포동했다. 워낙 잘 먹여 놔서 피부도 촉촉해서 저도 모르게 한번 꼬집어 주고 싶었다.“좋은 말은 할 줄 알지만 당신한테는 안 쓸 거야.”윤서가 코웃음을 쳤다.“여름이가 장보러 간다니까 우린 좀 천천히 가자.”“마침 잘 됐네. 나도 올라가서 뭣 좀 해야 하거든.”송영식이 묘하게 웃더니 신이 나서 뛰어 올라갔다.송영식의 뒷모습을 보며 윤서는 어리둥절했다.*****1시간 뒤, 송영식이 차를 몰고 하준의 집으로 향했다.송영식의 집에서 하준은 집까지는 멀지 않아서 30분이면 닿았다.윤서는 하준의 집에는 처음이었다. 그렇게 어마어마한 집을 보니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여기 너무 큰 거 아니야? 너희 집에 대니까 우리 집 너무 초라하다.”송영식이 반박했다.“그집이 어디가 초라해?”“그러게. 그런 좋은 집을 두고.”여름이 웃으며 답했다.“같이 한 바퀴 돌까? 그러면서 과일도 좀 따고.”“그래.”윤서가 송영식을 돌아보았다.“따라오지 말고 하준 씨한테나 가 봐요.”“누가 따라간대? 자기가 무슨 인기 연예인인 줄 아나?”송영식이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흥, 앞으로는 절대로 나 따라다니지 말라고!”윤서가 싸늘하게 웃었다.송영식의 얼굴이 굳어졌다.“누가 따라다니고 싶어서 따라다니는 줄 아나? 워낙 덤벙대니가 아기 다칠까 봐 그러는 거지.”“고오맙네요. 백지안 때문에 밀치지 않아서. 내 아기는 누구보다 건강할 예정이거든요.”윤서가 비꼬았다.“대체 언제적 얘기를 아직까지…. 됐다. 내가 당신이랑 무슨 말을 하냐? 하준이한테나 가 봐야지.”송영식이 씩씩거리며 자리를 떴다.여름은 어이가 없었다.“너희 둘… 안

  •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1697화

    여름은 할 말을 잃었다. ‘아까부터 그거 때문에 의기소침한 거였어?’“그래. 완전히 탄복했지.”여름이 끄덕였다. 감탄한 것을 굳이 숨기고 싶지는 않았다.차진욱은 흑과 백을 넘나드는 사람이었지만, 여울이를 구해주고 나서부터는 내심 존경하는 마음이 커졌다.강신희에 대해서도 차진욱은 남편으로서 아껴주었다. 그러나 무조건적으로 하고 싶은 것을 모두 다 하도록 방임하는 것도 아니었다. 솔직히 차진욱이 자신의 능력을 완전히 발휘하여 처음부터 하준을 상대했다면 여름과 하준은 진작에 끝장이 났을 것이다.돈이 넘치는 사람은 쓸데없는 못된 버릇도 있기 마련인데 차진욱에게는 그런 결점도 딱히 없었다.강신희에 대해서도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아플 때도 결코 곁을 떠나지 않았다.여름은 강신희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런 사랑과 혼인 관계는 너무나 부러웠다.자신은 결혼 생활도 실패한 것 같았다. 하준은 차진욱처럼 아량이 넓고 포용력이 있지는 않았다. 오히려 백지안 같은 불여우에게 속아서 이용당하는 지경이었다.재결합한 뒤에는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둘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도 전에….여름은 슬픈 마음으로 하준을 돌아 보았다. 그런데 하준이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우울한 모습이었다.“걱정하지 마. 나도 그런 사람이 될 거야. 여름이가 감탄할 수 있는 그런 사람.”하준이 진지하게 주먹을 쥐었다. “열심히 공부해서 FTT를 되찾아 올 거야.”여름이 빙긋 웃었다.“난 차 회장님의 패기 넘치는 스타일에 감탄한 게 아니야. 쭌은 아직 잘 모르네.”“그럼 뭔데. 말해 봐봐. 나도 배우게.”하준이 다급히 물었다.“배워서 뭐 하게?”여름이 하준을 흘겨 보았다.“혼인 관계에 대한 지조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포용력에 감탄한 거야. 그런 걸 쭌이 배워서 어디에 써먹을 건데?”하준은 흠칫했다.혼인이니, 사랑하는 사람이니, 다 하준과는 너무 거리가 먼 이야기였다.하준은 마음이 괴로웠다. 어제 이전에는 들어본 적도 없는 말이었다. 사실 하준은 핸드폰에서 여름과 자신의 셀카

  •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1696화

    “이게…”“그리고, 월급 받는 전문 경영인 주제에 이사회의 결정을 듣지 않고 우리에게 반항한다? 그러면 우리는 당신이 회사를 침탈하려는 게 아닌가 의심할 수 밖에 없죠. 회사 중역은 죄다 당신이 심어놓은 사람이고 아무나 와서 기고 만장하단 말이야.”한마디 한마디 뼈가 시렸다. 맹원규의 안면 근육이 부르르 떨렸다. 하준은 그렇게 싸늘한 여름의 얼굴은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그런 모습마저도 너무 매력이 넘쳤다.맹원규가 싸늘하게 웃었다.“강여름 씨는 내 모가지를 쳐내고 내가 고용한 임원까지 싹 솎아내고 싶으신가 보군.”“그러면, 당신은 그만 두고 나갈 건가요?”여름이 비꼬았다.“당신 같은 사람은 철면피처럼 여기 어떻게든 붙어있을 걸.”맹원규는 화가 나서 주먹을 꽉 쥐었다.“절대로 안 비킬 줄 알았지.”여름이 말을 이었다.“하지만 내일부터는 최하준 씨가 회사에 와서 회장직을 수행할 겁니다. 당신은 직위 해제예요. 이사회의 절대적인 행사권 앞에서 당신은 일개 직원일 뿐이에요. 싫다고 말할 권리는 없습니다.”그렇게 말하더니 여름은 하준을 데리고 나갔다.막 문을 나서는데 안에서 뭔가를 부수는 소리가 들렸다.여름이 하준에게 눈짓을 했다.하준은 바로 알아듣고 주먹을 쥐고 돌아섰다.두 사람의 뒷모습을 노려보던 맹원규와 깨진 컵이 보였다.“어, 아주 잘나셨어?”하준이 눈썹을 치켜올렸다.“일개 직원이 이사 앞에서 컵을 깨고 눈을 부릅뜨다니?”“아닙니다. 제가 실수로 컵을 떨어트렸습니다.”맹원규가 뱉었다.“왜요? 내 안면 근육이 멋대로 수축하는 것도 안 됩니까?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직원이 오너보다 기고만장한 꼴을 다 보고. 당장 나가시오. 내일부터 출근하지 마.”하준은 냉엄하게 내뱉고는 여름을 데리고 나갔다.가면서 맹원규의 그 얼굴을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내일 맹원규가 꺼질까?”여름이 웃었다.“그렇게 쉽게 나가겠어?”“그런가…?”하준의 어깨가 쳐졌다.“안 나갈 거야. 배후에 양유진이 있을 테니까. 양유진이 놈에게

  •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1695화

    차진욱의 변호사가 나섰다.“미안하지만 강여경이 FTT를 구매하는데 사용한 자금은 모두 강신희 여사님의 계좌에서 나온 돈입니다. 계속해서 당신이 FTT 주식을 상속하겠다고 주장한다면 우리는 법원에 주식의 동결을 신청할 수 밖에 없습니다.”“당신은 그럴 권리가 없어!”강태환이 다급히 외쳤다.“돈은 내 동생이 준 거라고. 신희를 불러와.”“강신희는 지금 병으로 입원 중이고, 나는 배우자로서 부부 공동의 자산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있지.”차진욱이 몸을 앞으로 쑥 내밀었다.“그리고 난 당신들 셋이 사기범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 마침 강여경의 시신이 아직 냉동 보관 중이지? 그러면 이참에 DNA를 검출해서 친자확인을 해보자고. 난 재산도 되찾고 당신들을 사기로 고소도 해야겠어. 천문학적인 금액을 사기쳤지. 아주 전세계 최고 사기액일 거야.”“헛소리! 우리는 사기 같은 거 치지 않았어!”강태환은 온몸의 피가 거꾸로 도는 것 같았다.뭐라고 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었다. 눈앞이 캄캄했다. 사실 기절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호흡이 가빠진 척하며 휠체어에 쓰러졌다.이사회를 개최했던 맹원규는 후다닥 일어나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구급차 오고 있나? 회의실에 또 한 명이 기절했어. 같이 실어 보내지. 어서. 사람 죽게 생겼다고….”전화를 끊고 나가 회의실은 쥐 죽은 듯 고요해 졌다.맹원규가 차진욱을 보고 웃었다.“주식에 이렇게 큰 문제가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이번 회의는 취소하고 다음에 다시 논의하시죠. 아니면 두 분이 개인적으로 분쟁을 해결하시고 나서 다시 이야기 나누십시다.”차진욱의 날카로운 시선이 맹원규를 훑었다.“강여경이 어마어마한 연봉을 주고 당신을 불렀지? 그 돈도 내 아내의 자금이야.”맹원규의 얼굴이 굳어졌다.사실 강여경이 어마어마한 연봉을 주고 맹원규를 초빙한 것은 사실이었다.“내 아내의 자금을 날려가며 불러온 게 겨우 이따위 쓰레기라니?”차진욱은 경멸을 숨길 생각이 전혀 없었다.“제가 뭘 잘못한 거라도 있는지요?”맹원규가 깊

  •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1694화

    기다리지.”차진욱은 셔츠를 정리하고 다시 앉았다.강태환은 바들바들 떨었다. 기절했으면 싶었다. 이제 양유진이 실려나갔으니 혼자서 어떻게 차진욱을 감당하겠는가?차진욱이 손이라도 댄다면 자신도 양유진 꼴이 날 것은 불 보듯 뻔했다.피범벅이 된 양유진을 생각하니 두려워졌다.‘기절한 척할까? 그러면 맹원규가 회의를 취소하겠지?’그런 생각을 하는데 여름이 갑자기 다정하게 다가왔다.“왜 그러세요? 놀라서 기절할 것 같은 건 아니겠죠?”“……”“기절하시면 안 돼요.”여름이 다정하게 말했다.“아빠가 기절하면 강여경의 주식을 어떻게 상속받아요?”강태환은 환장할 지경이었다. “강여경의 주식?”차진욱이 결혼 반지를 만지작거리며 큭큭 웃었다.“그게 당신 차지가 되겠나? 범죄자 따위가 말이야.”차진욱의 말에 회의실은 묘한 정적에 빠져들었다.강태환은 얼굴이 시뻘게져서 간신히 입을 열었다.“난 강여경의 아버지요. 여경이가 죽었는데 자식이 없으니 우리나라 법에 따라 부모가 재산을 상속받는 거지.”“강여경의 부모인 건 확실하고?”차진욱이 싸늘한 눈으로 노려보았다.“얼마 전 동성에 갔을 때 분명 강여경의 부모는 따로 있다고 했던 것 같은데. 강여경의 친엄마는 내 아내 강신희라고 말이야.”강태환이 더듬더듬 말을 이었다.“그런가요? 내가 그런 소릴 했나? 어쨌든 법적으로는 걔가 내 딸이거든.”“그래?”차진욱이 옆에 있던 변호사에게 손짓했다.변호사가 바로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 건넸다.차진욱이 서류를 강태환에게 들이 밀었다.“그러면 잘 보시지. 소위 당신의 딸이 일전에 내 아내의 재산을 어마어마하게 썼거든. 당신네 나라 법에 따라 강여경이 쓴 돈은 우리 부부의 공동 재산이라서 내게도 그 돈을 추심할 권리가 있어. 강여경이 죽었으니 그러면 그 돈은 법적인 아버지에게서 돌려받아야겠군”“무, 무슨 근거로?”서류의 숫자를 본 강태환은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평생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는 금액이었다.“거 참 우습구먼. 당신 딸이 죽어서 딸이 남긴 주식

  •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1693화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와 아무 온도가 느껴지지 않는 차진욱이 눈동자를 보자 양유진은 저도 모르게 몸이 덜덜 떨렸다.양유진은 자신이 차진욱을 완전히 손에 넣었다고 생각했다. 차진욱은 아들이 하나뿐이다. 그것도 강신희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었다. 그러니 분명 매우 애지중지할 것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양유진은 차진욱이 잔인함을 과소평가한 것이었다.양유진은 너무 아파서 입술에 핏기가 완전히 가셨다. 이마에서는 땀이 송글송글 솟아났다. 고통에 가득 찬 눈에 독기가 서렸다.“계속해 보시지. 그 대가로 아들 시체를 받게 될 거야. 난 놈을 아무도 없는 곳에 숨겨뒀어. 누구도 찾을 수 없게.”“그러시겠지.”차진욱은 큭큭 웃으며 양유진을 놓아주었다. 위협에도 전혀 흔들림이 없는 얼굴이었다.“난 이래서 가식적인 인간이랑 말을 섞기가 싫다고. 인질을 잡았으면 잡은 거지 왜 나랑 쇼를 하겠다는 건지?”양유진은 당황해서 비척비척 뒤로 물러났다. 부러진 손을 잡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차진욱! 당장 내게 사과해! 사과하지 않으면 아들놈을 죽여 버리겠어. 네놈은 이제 대가 끊기게 될 거다.”몸을 빼자마자 다시 차진욱을 협박하다니 너무나 양유진다웠다.맥퀸이 분노했다.“도련님을 다치게 했다가는 네 집안이 쑥대밭이 될 줄 알아!”“우리 집안이 차민욱 만큼 가치가 있지는 않지.”양유진은 화가 난 맥퀸을 보더니 다시 목소리를 가다듬었다.“차진욱, 스스로 손가락을 자르면 내가 오늘 일은 없었던 걸로…”말을 마치기도 전에 차진욱은 양유진을 걷어차 날려버렸다.양유진은 바닥에 엎어졌다. 목구멍에서 선혈이 뿜어져 나왔다.차진욱이 다가가 양유진의 얼굴을 밟았다.“그래도 체면을 좀 차리게 해주려고 했더니 끝간 데를 모르고 까부는군. 내가 뭐라고 했는지 잊어버렸나? 내 아들이 팔 다리 잃는 것쯤은 신경 안 쓴다고 했지? 살아만 있으면 된다. 잘 들어. 민우의 목숨은 네가 살수 있는 조건이다. 멋대로 날 협박할 생각은 버려. 난 협박을 아주 싫어하는 사람이야.”양유진은 전혀

  •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1692화

    “난 사람으로서 못할 짓을 한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전세계의 낙후된 국가에 의료 환경을 제공하고자 애썼습니다. 하루하루 병에 침식되어 목숨을 잃는 사람들의 고통을 아십니까?”여름은 구역질이 올라왔다.양유진의 연기는 그야말로 아카데미 주연상 수상감이었다.자기 친조카도 살해할 정도로 잔인한 인간이 병으로 고통받는 인류를 구원할 구세주 같은 소리를 하고 있다니….“윽!”옆에서 듣던 하준이 먼저 반응했다.“구역질이 나는군. 당신네 약은 선진국에 팔자면 무시 당할 수준이니 제3세계 국가에 가서 돈을 버는 수밖에 없지. 가난한 나라지만 의약품은 필수니까. 당신은 죽음에 직면한 가난한 사람들을 착취하는 거야. 말로는 성인군자인 것처럼 굴지만 사람들이 다 바보인줄 아나?”차진욱은 하준의 말에 웃음이 터졌다.“그래. 내가 살면서 별별 사람을 다 만나 봤지만 너처럼 구역질 나는 인간은 참 드물지.”자존심이 센 양유진은 그런 모욕을 당하자 주먹을 부들부들 떨었다.차진욱이 천천히 일어서 양유진에게 다가갔다.강태환은 양유진과 같이 있다가 차진욱의 거대한 몸이 다가오자 극도로 두려움을 느꼈다.그러나 휠체어에 앉아 있어 마음대로 물러날 수도 없었다. 그저 손잡이만 꼭 잡을 뿐이었다.“왜 이러시죠? 여기는 FTT그룹이고, 우리나라입니다.”양유진이 낮은 소리로 경고했다.“내가 모른다더니? 이제는 내가 이 나라 사람이 아닌 것을 알게 되었나 보군, 그래?”차진욱은 느릿하게 소매 단추를 풀었다. 소매를 걷으니 그을린 팔뚝이 드러났다. 탄탄한 주먹만 봐도 머리털이 쭈뼛 서는 것 같았다.“누구 없나?”상황이 여의치 않아 보이자 맹원규가 냅다 사람을 불렀다.그러나 맥퀸이 맹원규의 팔을 잡고 다른 손으로는 머리를 테이블에 짓눌렀다.동시에 차진욱의 주먹이 양유진의 안면을 강타했다.180cm가 넘는 양유진의 몸이 그대로 벽까지 날아갔다. 입에서는 선혈이 흐르고 이빨도 몇 개가 부러졌다. 너무 아파서 말도 나오지 않았다.강태환은 완전히 넋이 나갔다.“머…멈춰요. 경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