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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Chapter 1471 - Chapter 1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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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2화

원연수니 머리가 창에서 떨어지더니 이주혁의 어깨에 와서 닿았다.이주혁이 기사를 흘끗 보았다. 기사는 어색하게 웃었다. 이미 이주혁과 오랜 세월을 함께한 사람이라 눈빛만 보고도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이주혁이 아무 감정 없이 그런 눈으로 여자를 보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았다.원래는 별 깊은 생각이 없었던 이주혁이었다.그러나 백소영과 한 남자를 공유할 생각이 없다는 말을 듣는 순간 원연수와 잠자리를 하겠다는 생각이 싹 사라졌다.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원연수는 백소영의 친구였다.그러나 그런 원연수가 자기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있다. 머리에서 백소영과 같은 샴푸향이 풍겼다.내내 소영이의 향기를 기억하고 있었다니 너무 이상했다.휴대 전화를 쥐고 있던 이주혁의 손에 힘이 꽉 들어갔다. 어쩐지 소영이를 떠올리기만 하면 심장이 아릿했다.요즘 그런 느낌이 더욱 강렬해지고 있었다.******차가 서는 느낌에 원연수는 깼다.몽롱한 눈을 뜨다가 자기가 웬 남자의 어깨에 안겨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개를 들어보니 웃는 듯 마는 듯한 이주혁의 눈이 보였다. “내 어깨가 쓸만했나?”원연수는 미간을 찌푸렸다. 거리를 둘 생각이었는데 어째서 이주혁에게 기대어 잤는지 알 수 없었다.“죄송합니다. 너무 잠이 푹 들어서….”“난 이제 어깨가 저린데.”이주혁이 눈썹을 치켜세웠다.“뭔가 보상해 줘야 하는 거 아닌가?”“열심히 일해서 회사에 돈을 많이 벌어드리겠습니다.”그렇게 말하더니 원연수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보니까 이미 자기네 단지에 들어와 있었다.‘대체 우리 집을 어떻게 알고?’생각해 보니 회사에 제출한 이력서에는 자기 주소가 쓰여 있을 테고 회사 대표라는 사람이 소속 연예인 주소 하나 알아내는 건 식은 죽 먹기였을 것이다.“돈?”이주혁의 입술이 굳어졌다.“난 돈은 넘쳐나는 사람인데.”“그러면 어쩔 수가 없네요.”원연수가 차 문을 열고 내리려고 했다.그때 손 하나가 와락 원연수의 손목을 힘껏 잡아당겼다. 전혀 대비가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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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3화

“아닌데요.”원연수가 있는대로 말하더니 잠시 침묵했다.“대표님이 싱글이었으면 그래도 뭔가가 아주 조금은 달랐을지 모르겠지만 곧 결혼하실 건데 이렇게 희롱을 하시면, 저 같은 멀쩡한 사람은 아마도….”“뭐?”뭔가 말하려다가 말려는 원연수를 보고는 이주혁이 마저 말하도록 부추겼다.“대표님을 지저분한 인간이라고 생각하겠죠.”원연수가 결국 말하고 말았다.“그런 짓은 상대의 반감만 산다고요. 하지만 막상 본인은 자기가 고단수라며 속으로 자화자찬하고 있겠죠.”이주혁의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 “아주 대단하군.”이주혁은 한 쪽 입꼬리를 올리더니 갑자기 원연수를 확 밀어냈다.“가!”원연수는 슈트케이스와 함께 나동그라졌다.그러나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리는 원연수를 보면서 이주혁은 주먹으로 좌석을 내려쳤다.그러더니 잠시 후 큭큭 낮은 소리로 웃었다.앞에 앉아 있던 기사는 소름이 돋았다.******100평이 넘는 펜트하우스로 돌아온 이주혁이 막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데 문 앞에 서 있는 시아가 보였다.이주혁을 보자마자 시아는 눈시울을 붉히며 달려들었다.“권 사장이 영화 촬영에서 빠지래요. 원연수가 주연을 맡게 되었다고….”“알아.”이주혁이 지문으로 문을 열었다.시아가 이주혁의 옷자락을 잡았다.“다들 내가 주혁 씨의 약혼녀인 것도 알고 여주인 것도 아는데 촬영을 하루만 하고 그만둔 걸 알게 되면 감독님이 내 연기에 실망해서 그런다고 생각하고 사람들이 비웃을 거예요. 곧 주혁 씨랑 결혼하게 되니 나만 망신인 게 아니라 주혁씨랑 주민 그룹 전체의 이미지에 영향을 미친다고요.”이주혁이 시아를 돌아보았다. 검은 두 눈은 여전히 너무나 매혹적이었다.시아를 보고 있자니 결국 원연수가 다시 떠올랐다. 맑고 싸늘한 원연수는 말을 날카롭게 해서 그렇지 가식이 없었다.“왜… 왜 그렇게 쳐다봐요?”이주혁이 너무 빤히 쳐다보니 데면데면해진 시아는 불안해졌다.“난 그냥 있는 얘기만 하는 거잖아요.”“너도 망신이 뭔지는 아는 구나? 별일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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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4화

엘리베이터를 타고 떠나는 시아의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할 수만 있다면 원연수라는 존재를 세상에서 지워버리고 싶었다. 그러니 당장은 이주혁과 결혼을 못 하게 될 것이 두려웠다.시아는 이주혁을 너무 사랑해서 아무리 주혁이 싸늘하고 박정하게 대해도 여전히 사랑하는 마음을 접을 수 없었다.원연수에 대해서는…..결혼하고 나서 천천히 해치워도 늦지 않을 것이다.시아는 입술을 깨물었다. 이때 휴대 전화가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다.짜증이 났지만, 습관적으로 일단 통화 버튼을 눌렀다. 안에서 째지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안녕! 시아야, 진짜 오랜만이다. 요즘 잘나가더라.? 곧 이주혁이랑 결혼한다며?”시아는 몸이 굳어졌다. 믿을 수가 없었다.“강… 강여경?”TH디자인이 망하고 강태환이 잡혀들어가면서 시아는 다시는 강여경을 볼 일이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자기 개인 전화로 전화가 걸려 온 것이었다.“어머, 내 목소리 안 잊어버렸네. 진작에 나는 잊었을 줄 알았더니?”강여경이 말했다.“……”시아는 미간을 찌푸렸다. 뭐라고 해야 좋을지 망설여졌다.예전에야 강여경이 충분이 이용 가치가 있기 때문에 가까이 지냈던 것이다. 그러나 몇 년을 사라졌던 강여경의 지금 상황이 어떤지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친한 척을 했다가 혹시라도 저쪽 사정이 너무 열악하면 시아가 곤란해질 수도 있다. “요즘 어떻게 지내? 너 백지안이라고 친하게 지내던 애가 최하준에게 버림받으면서 아주 사정이 안 좋아졌다며?”강여경이 가볍게 말했다.시아는 입이 벌어졌다.“그런 건 어떻게 알았어?”“내가 아는 게 좀 많지.”강여경이 웃었다.“강여름의 곡을 표절했다는 게 밝혀지고 나서는 너도 이주혁이랑 별로 안 좋지?”시아는 심장이 철렁해서 입을 꾹 다물었다.“뭐, 그런 재미없는 얘기는 그만두자.”강여경이 웃었다.“내가 곧 귀국하는데 서울 가면 잠깐 보자.”시아는 머리털이 쭈뼛 섰다.“서울로 오게? 여기 아직 최하준이랑 강여름이 살고 있는데….”“이번에 그 인간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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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5화

“야, 다른 데 힘을 못 써서 그러냐? 왜 공에 화풀이야?”송영식이 구시렁거렸다.이주혁은 싸늘한 얼굴로 아무 말이 없었다.송영식과 하준이 서로 시선을 맞추었다.“시아 때문에 뭐 기분 나쁜 일 있었어?”“걔가 언제는 날 기분 좋게 해주는 애냐?”이주혁이 심드렁하게 받았다.“……”송영식과 하준은 동시에 입을 다물었다.한참 만에야 송영식이 입을 열었다.“그러면 애인을 바꿔. 네가 무슨 열녀라고 시아만 바라보고 있냐? 네가 여자랑 안 놀아 본 것도 아니고. 너희는 연예계를 주무르는데 눈만 돌리면 미녀잖아. 네가 손만 뻗으면 되는 거 아니야?”하준도 고개를 끄덕였다.이주혁은 송영식이나 하준과는 달리 결혼에 있어서 두 사람처럼 순정을 바랄 수는 없었다. 애초에 결혼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큭큭큭….”이주혁의 목구명에서 낮은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듣는 사람은 소름이 쫙 끼치는 소리였다.“송영식이 헛기침을 하더니 말했다.“지난번에 같이 밥 먹었던… 그 누구냐 뭐 유명하다던 애 말이야.”“원연수.”하준이 거들었다.“아, 그래. 원연수. 걔도 꽤 예쁘던데. 윤서는 걔가 그렇게 예쁘다고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하던데.”송영식의 말을 듣더니 어쩐 일인지 이주혁의 얼굴은 더욱 어두워졌다. 심지어 주변 온도까지 내가는 듯했다.“저기…, 내가 뭐 말 잘못했냐?”“주혁이가 개를 별로 안 좋아하잖아. 주혁이 타입이 아니지.”하준이 말했다.“아, 맞다. 이 망할 놈의 기억력.”송영식이 자기 머리를 한 대 쳤다.이주혁의 태양혈이 불끈거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집에나 있을 걸 싶은 생각이 들었다. 두 녀석과 이야기하려니 괜히 더 열이 뻗쳤다.“아, 오늘 일부러 촬영장까지 다녀왔다며?”하준이 불현듯 물었다.“재미 하나도 없지?”이주혁이 입을 열었다.“저기… 너희들은 그런 여자 본 적 있냐? 그냥 보기만 해도 바로 마음이 동하는… 그런?”하준과 송영식은 동시에 묘한 시선을 던졌다.잠시 후 하준의 입꼬리가 올라갔다.“보통 여자를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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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6화

다음날.촬영이 없는 날이라 원연수는 눈이 떠질 때까지 잤다.일어나서 막 아침을 하고 있는데 전화가 걸려 왔다.“방금 경찰 쪽에서 알아낸 소식입니다. 추동현이 잡히고 나서 그때 화재 사고로 지다빈을 사망하게 한 사건을 누님에게 뒤집어씌웠다고 자백했답니다. 현재 경찰 쪽에서는 백소영의 죄명을 철회했답니다.”원연수는 계란 후라이를 하다가 그 말을 듣고는 한참 동안 꼼짝을 하지 않았다. 저쪽에서 다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듣고 계십니까?”“들었어요.”원연수가 다시 계란을 뒤집었다.“사람이 죽고 부모님도 다 돌아가셨는데 이제서 죄명을 철회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지?”건너편 사람은 아무 말이 없었다.“아니다. 고마워요. 이만….”원연수가 휴대 전화를 내려놓고 불을 껐다. 두 눈을 감았다.새로운 삶을 살게 되면서 이렇게 마음이 답답한 적이 없었다.시신은 이미 물속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텐데 이제서 무죄가 밝혀지다니….원연수는 손바닥을 싱크대에 대고 한참을 큭큭 웃었다. 웃다 보니 눈시울이 붉어졌다.‘그때 날 모함한 게 추동현이었구나. 대체 나랑 무슨 원한이 있어서 그런 거지?놈 때문에 멀쩡하던 우리 집은 산산히 부서지고 말았어.’더는 아침을 먹을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대로 있다가 점심때가 되어서 원연수는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막 1층에 도착했는데 누군가가 층계참에서 나왔다.“연수야….”그 모습을 보자 원연수는 혐오감에 쓰레기도 버리지 않고 그대로 돌아섰다. 그러나 곧 뒤에서 손이 뻗어 나왔다.“연수야, 아빠다.”원지균이 원연수의 손을 잡았다.“이거 놔요!”원연수가 차갑게 고개를 돌렸다.얼음장처럼 차가운 눈동자에 원지균은 봄을 부르르 떨었지만, 다시 결심을 굳혔다.“내가 아프다. 넌 이제 유명한 스타인데 그렇게 돈을 벌어서 다 뭐하니? 이 애비 병 치료 좀 도와다오.”“치료라고”원연수가 싸늘하게 웃었다.“무슨 병인데요? 진단서 있어요?”“그, 그게… 집에 있지. 깜빡하고 안 가져왔다.”원지균이 소리쳤다.“많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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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7화

“아, 알겠어요. 드릴게요.”원연수가 말을 끊었다.“빨리, 빨리.”원지균이 의기양양해서 웃었다. 매번 쓰는 수법이지만 매번 잘 먹혔다.“따라와요. 쓰레기 버리러 나온 거라 지갑은 놓고 왔어요.”원지균은 얼른 따라나섰다.이주혁은 주머니에 손을 꽂고 걸어오다가 원연수가 웬 중년 남자를 데리고 올라가는 모습을 보았다.이주혁의 눈이 가늘어지다가 얼른 따라붙었다. 그러나 한발 늦어서 원연수는 이미 사내를 데리고 집으로 올라가 버렸다.*******집에 들어가자 원연수는 문을 닫고 원지균에게 과도를 내주었다.“카드 가져올게요. 그동안 사과나 하나 깎아봐요.”“그래.”원지균은 돈만 준다면 사과가 아니라 사과 형님이라도 깎아 바칠 참이었다. 원연수가 2층에 갔다 오더니 지갑에서 카드를 한 장 꺼내서 원지균에게 내주었다.“안에 1억 들어있어요.”원지균은 눈을 반짝이며 얼른 사과와 과도를 치우고 카드를 주머니에 넣었다.“내가 널 낳기를 얼마나 잘 했…”말이 끝나기도 전에 원연수가 다리 후리기로 원지균을 자빠트렸다.“이게 애비를 쳐?”원지균은 머리끝까지 화가 나서 땅을 짚고 일어나려고 했다. 그러나 원연수가 갑자기 유리병을 집어 원지균의 머리 옆에 팍 내리쳤다.자기 얼굴에 유리 파편이 흩어지는 것을 느끼며 원지균은 놀라서 동공이 마구 흔들렸다.‘저 병이 얼굴을 찔러 들어오면….’원지균이 힘겹게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나 예쁘장한 원연수의 얼굴을 보고 나니 다시 발광이 시작되었다.“이게 감히 지 애비를….”말이 끝나기도 전에 원연수가 깨진 병을 잡아 원지균의 팔을 찔렀다. 원지균은 통증에 ‘으아아악!’ 소리를 질렀다. 죽어라고 반항해 보았지만 원연수는 그대로 팔을 그어버렸다. 다시 반항하려고 하자 나머지 팔도 그어버렸다.“이게 미쳤나? 어디, 죽여 봐라! 내가 오늘 여길 살아서 나가면 반드시 세상에 이 일을 알리고야 말 테다.”원지균이 고통에 몸무림쳤다.“결국은 죽여달라 이건가?”원연수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두 눈은 더할 나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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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8화

서른도 되지 않은 나이에 마음은 무쇠처럼 단단해져 버렸다.원연수는 허리를 숙이더니 주머니를 뒤져 휴대 전화를 꺼냈다. 녹음 어플이 돌아가고 있었다.원지균의 얼굴색이 삽시간에 변했다.“정말 좋은 아버지네. 딸을 보러 오면서 녹음을 하려고 하다니. 뭔가 꼬투리를 잡아 놨다가 나중에 내가 고분고분하지 않으면 인터넷에 흘리려고 했겠지.”원연수가 싸늘하게 웃더니 발로 걷어찼다.“휴대 전화는 압수! 잘 들어요. 오늘은 그냥 맛보기만 보여준 거야. 앞으로는 한 푼도 못 줘. 앞으로 한 번만 더 찾아왔다가는 그 귀한 아들 팔다리 다 잃게 될 줄 아시라고. 거짓말 같으면 한 번 해보셔. 나가!”원지균은 고개를 숙여 어두운 눈빛을 숨기고 절뚝거리며 문으로 걸어 나갔다.문이 열리자 커다란 몸집이 보였다.고상한 얼굴에 기품이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원지균의 눈이 번쩍했다.“저기, 연수 남친이구나? 저게 얼마나 악독한 년인지 아나? 내가 쟤 애비인데, 날 때리고 손을 다 꺾어 놨다고.”이주혁이 깊이를 알 수 없는 눈으로 원지균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분명 멀쩡히 걸어 들어가는 것을 보았는데 얼굴에는 긁힌 상처가 꽤 많았고 두 팔은 축 늘어져 있었다. 손은 얼룩덜룩 시퍼렇게 퉁퉁 부어있었다.깊은 눈에 묘한 어둠이 빛났다.“내가 한 말을 귓등으로 들었나 본데.”원연수가 다가오더니 화사하게 웃었다. 그러나 웃음은 화사한데 보는 사람에게는 위협적으로 보였다.그런 원연수의 모습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당신이 이랬나?”“그렇다니까, 쟤가 이래 놨다고.”원지균이 덜덜 떨며 고개를 끄덕였다.“저게 얼마나 악랄하다고. 내가 쟤 친아빠야. 그런데 아파서 돈 좀 달라고 했더니….”“아니, 그렇게 알아듣게 얘기를 해준 것 같은데 내가 한 말을 장난으로 알아들었나 보네?”원연수가 싸늘하게 웃으며 다가왔다. 원지균은 놀라서 더는 있지 못하고 엘리베이터도 못하고 계단으로 뛰어 내려갔다.원연수가 집으로 돌아갔다. 홱 문을 닫는데 이주혁이 얼른 한 손을 집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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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9화

“무슨 짓이야?”이주혁은 원연수가 과일이라고 깎아주려는 줄 알았다. 그런데 손에 장갑을 끼더니 자기 등을 세게 찔렀다. 순식간에 등이 새빨간 피로 물들었다.“미쳤어?”깜짝 놀란 이주혁이 외쳤다.원연수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장갑을 벗더니 경찰에 전화해서 힘이 하나도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여보세요, 경찰서죠. 누가 절 찔렀어요. 신고하고 싶어요.”이주혁은 경악한 얼굴로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었다.원연수가 휴대전화를 내려놓자 그제야 이주혁은 무슨 일인지 알게 되었다.“정말이지 정신 나갔군”“맞아요. 난 미쳤어요.”원연수가 돌아섰다. 얼굴에서 점점 더 핏기가 가셨다.“그까짓 돈 별거 아니지만, 저 인간에게는 한 푼도 주고 싶지 않아요. 왜? 싸질러 놓기만 했지 생활비를 한 푼 벌어왔나, 날 키워주기를 했나? 오히려 나랑 엄마는 저 인간의 화풀이 대상이었다고요. 때리고 싶으면 아무 때나 죽도록 패고, 커서 배우가 되었더니 득달같이 찾아와서는 돈을 달래. 자기뿐 아니라 자기 마누라에 애새끼 키울 돈까지 다 내놓으라는 거예요. 정말이지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이주혁의 입이 떡 벌어졌다. 처음으로 원연수의 눈에서 싸늘함과 광기를 보았다.“내가… 사실을 발설할 건 두렵지 않나?”“황금알을 낳는 원연수 배우를 일고 싶지 않으면 협조하시죠.”원연수가 힘없이 웃더니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품 안의 연수는 너무나 작고 연약하고 핏기가 하나도 없어서 당장이라도 죽을 것만 같았다.이주혁은 심장이 비틀리는 기분이었다. 닥치는 대로 응급 처치를 하고는 연수를 안고 내려갔다.곧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이주혁은 직접 가위를 들고 연수의 옷을 찢고는 치료를 시작했다.연수는 상처를 깊게 만들면서도 치명적이지 않은 곳을 정확하게 찔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한창 주가를 올리는 배우 원연수가 집에서 흉기에 찔렸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곧 언론의 관심을 받게 되었다. 30분도 안 돼서 병원 입구는 파파라치로 가득했고 기자들은 경찰서로 달려갔다.경찰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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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0화

곧 네티즌들은 원지균의 과거를 팠다. 원연수의 생부지만 어려서 도박과 술에 빠져 살던 인간이라는 사살이 알려졌다. 심지어 20여 년 전에 이웃에 살았던 사람은 원지균이 일도 안 하고 원연수 모녀를 하루가 멀다 하고 심하게 구타했던 사실을 잊지 않았다.나중에 원연수의 엄마는 참지 못하고 이혼한 뒤 연수를 데리고 이사를 갔다고 했다.원지균은 다른 사람과 결혼해 아이를 하나 낳았는데 세 식구가 죄 게을러서 원연수가 배우가 되기 전에는 온 가족이 지지리 궁상으로 살다가 원연수가 배우가 되더니 갑자기 집도 사고 아들에게는 회사를 차려주기까지 했다. 그러나 회사 사람 증언으로 그 아들이라는 자는 능력이 없어서 계속 사업은 망해가는 중이고 원연수를 등쳐먹을 생각뿐이었다고 한다.네티즌은 흥분했다.-원연수도 참 팔자가 저게 뭐냐? 저런 애비가 있다니 너무 안쓰러워.-와, 원지균이 재혼한 부인도 하루 종일 도박 밖에 안 한대. 셋이서 원연수가 벌어온 돈을 펑펑 쓰다가 돈이 떨어지면 또 원연수를 등쳐 먹으러 갔다더라.-아마 원연수도 돈을 주다 주다 못해서 못 준다고 해서 다투다가 원지균이 칼로 찌른 거지. 전처도 찌른 적이 있대. 저게 인간이냐?-원지균은 아들도 완전 쓰레기 같은 놈임. 허구한 날 스포츠카 끌고 나가서 잘난 척이나 하는데, 집이며 차며 죄다 원연수 돈으로 산 거였음. 원연수가 이제 돈을 못 주겠다고 하자 원지균이 애비도 부양하지 않는 불효막심한 인간이고 애비를 학대한다고 언론에 흘리겠다고 해서 원연수는 어쩔 수 없었던 거.-안 됐다. 원연수가 지금은 좀 회복이 됐나?-저런 인간은 평생 감옥에 처넣고 못 나오게 해야 함. 저런 게 무슨 애비 자격이 있어?“……”병원 복도에서 이주혁은 가운을 입고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원연수의 매니저인 조현희가 뛰어왔다. 이주혁을 보더니 깜짝 놀랐다.“대, 대표님….”물어보고 싶은 게 많았다. 왜 이주혁이 원연수의 집에 갔는지, 왜 원연수를 이주혁의 병원으로 데려 왔는지 등등….그나마 이주혁이 얽혀 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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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1화

병실.원연수가 마침내 깨어났다.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조현희와 이나정이었다. 조현희는 바쁜지 연수를 등지고 계속 통화 중이었다.“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지금 원연수 씨 상처가 너무 깊어서 다음 달까지는 움직일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혹시 시간이 급하시면 다른 배우로 교체하시거나 원연수 씨가 회복되면….”“깼구나. 진짜 얼마나 놀랐는지 죽는 줄 알았네.”이나정이 먼저 발견하고 눈을 반짝였다.조현희도 돌아보더니 몇 마디 더 하고 급히 전화를 끊었다. 원연수를 보더니 한숨을 쉬었다.“몸은 좀 어떠니? 이거 참 골치 아프게 되었어.”“죄송합니다, 팀장님.”원연수가 가느다란 소리로 사과했다.“영화 촬영은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아요. 이달에 광고 3개랑 이벤트 3곳은 참석할게요.”“광고랑 이벤트 쪽에서 미친 듯이 전화가 온다. 하나는 급하다고 해서 취소했는데 위약금이 장난이 아니야. 하나는 그래도 기다려 주겠다네.”조현희가 미간을 문질렀다.“구 감독님에게 진짜 너무 죄송스럽다, 얘. 내내 널 그렇게 잘 봐주셔서 이제 막 주연으로 발탁한 참인데.”원연수는 두 눈을 감았다. 를 찍을 수 없는 것은 정말 너무 안타깝다. 그러나 후회하지는 않는다. 어제 안 그래도 기분이 안 좋은데 원지균이 덤벼들었던 것이다. 어쨌거나 애진작부터 원지균을 해치우고 싶은 마음은 있었다.“하지만 담당의에게 물어보니까 상처가 그렇게 심한 거 아니래. 1달 정도 지나면 영화 촬영 정도는 할 수 있다네. 감독님이 일단 다른 씬을 먼저 찍으면서 기다려 주신대. 하지만 촬영장으로 돌아가면 밤샘 촬영을 해서라도 2달 안에 촬영은 끝내야 해. 그런데 와이어 씬이 많은데 너 몸이….”“괜찮아요”원연수가 끄덕였다.조현희는 기뻐하기는커녕 미간을 찌푸렸다.“상처가 간신히 촬영할 수준으로 아문다고 해도 와이어 달고 올라갔다가는 다시….”“상관없어요.”원연수가 말했다.“감독님께서 기다려 주시는 것만 해도 이미 절 충분히 존중해 주시는 거잖아요. 엄청난 영광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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