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감독의 말인즉슨, 조연의 미모가 주연을 압도해 영화에서 표현하려는 주제를 흐트렸다는 뜻이였다.구 감독은 그 말을 들으니 더욱 기분이 언짢아졌다.“그래요, 지금 조연 캐릭터가 좀 그런 캐릭터죠. 원연수씨는 예쁘게 보이고 특징적인 캐릭터를 맡아서 눈에 띄고 싶다면 아무래도 작품을 잘못 찾아온 것 같군요. 아직 촬영 시작도 안 했으니 그만두고 싶다면 오늘 바로 떠나도 좋습니다. 다만 촬영팀이 시간을 끌어서 본 손해는 배상해야 할 겁니다.”“감독님, 연수 씨가 이런 큰 작품은 처음이라 잘 몰랐나 봐요.”시아가 얼른 나서서 말을 보탰다.“연수 씨, 스타일리스트 의견 따라주세요. 난 내일 말에서 떨어지는 씬이 있는데 감독님이 원래 이미지는 싹 포기하고 맨 얼굴로 찍자고 하시더라고. 감독님의 연기 지도는 이런 데서 빛나는 거니까, 감독님을 따르자고요.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사람이 발전도 하는 거니까.”구 감독이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시아가 그래도 분위기 파악도 잘 하고 이 대표 약혼녀라고 딱히 거들먹거리지도 않으면서 이렇게 적극적으로 협력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다들 바쁘니까 시간 낭비하지 맙시다.”남자 주인공인 강우진은 영화계의 황제다. 그러니 원연수처럼 이제 막 뜬 배우 따위에게 그렇게 큰 인내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옆에서 보고 있던 이나정은 다들 이구동성으로 원연수를 비난하는 꼴을 보고 울컥해서 나서려고 했다. 그러나 원연수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잘 봐주세요. 제가 아이라인이라도 그렸나요? 그냥 립글로즈 조금 바르고, 조금 더 사극에 어울리는 분위기를 내려고 눈썹을 정돈해서 그렸을 뿐입니다. 머리에 뭐 남들보다 특별한 가채를 얹지도 않았고요.”다들 깜짝 놀랐다. 다시 보니 정말 별다른 메이크업이 없었다.드라마를 찍으면서 이 정도로 메이크업을 얹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현장에 있던 배우들이 질투에 어린 시선을 보냈다.원연수가 휴대 전화를 꺼냈다.“아까 스타일리스트가 해줬을 때 모습입니다. 솔직히 제가 조연이지, 조연 할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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