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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사위면 될까?의 모든 챕터: 챕터 971 - 챕터 980

3888 챕터

971장

블랙 티 레스토랑. 그랜드 하얏트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으로, 듣기로 한끼에 몇 천만 원이 넘는다고 한다.일반인들은 이 식당을 지나칠 자격도 없었다. 그러니 들어가서 식사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이때 슬기와 그 멋진 남자는 함께 블랙 티로 들어갔고 하현은 그 뒤를 이어 인상을 쓰며 빠른 걸음으로 따라 들어갔다. 입구에 도착했을 때 하현은 슬기가 홀 한 가운데로 걸어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블랙 티는 오늘 대절된 것이 분명했고, 홀 전체가 황궁처럼 꾸며져 있었다. 슬기 앞 쪽에 멀지 않은 곳에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부인이 있었고 중년 몇 명, 젊은 여인 몇 명이 있었다. 그리고 방금 슬기와 함께 온 멋진 남자가 그 노부인에게 인사를 하고는 바로 옆에 섰다. 참석한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슬기에게로 떨어졌는데 일부는 차가운 얼굴이었고, 일부는 비웃는 얼굴이었다. 하현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이렇게 보면 이 남자는 분명 슬기의 남자친구가 아닐 것이다. 그런데 눈앞의 이 상황은 도대체 무슨 상황이지?이때 슬기의 사촌 새 언니 주리아가 차갑게 말했다.“이슬기, 괜찮네! 연경 이씨 가문의 할머니가 연경에서부터 먼 길을 오셔서 3번이나 청했는데도 오지 않다니!”“허, 너 지금 강남에 와서 네 날개가 굳은 줄 안 거야? 연경 이씨 집안은 네 안중에도 없어?”그러자 옆에 있던 슬기의 사촌오빠 이안성도 차갑게 말했다.“이슬기! 너 이번에는 바쁘다는 핑계는 대지 마!”“내가 진작 알아봤는데 네가 지금 맡고 있는 천일그룹에 부회장이 한 명 더 생겼다며. 그 사람이야 말로 모든 일을 주관하는 사람이지!”“그런데 너는? 너는 하 세자 곁에 그렇게 오랫동안 있으면서도 결국은 비서일 뿐이잖아!”“당당한 이씨 집안 사람이 다른 사람 비서나 하고 있다니, 그만 둬! 거기다 그렇게 오랫동안 있으면서 직분도 없고! 너 연경 이씨 가문을 연경에서 웃음 거리로 만들려고 그러는 거야?”“이슬기, 너 잊지마! 강남 이씨 가문은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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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2장

계속 입을 열지 않던 슬기가 드디어 고개를 들고 이욱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저 시집 안가요.”이욱은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안성이 이때 쏘아 붙이며 말했다. “이슬기, 할머니 앞에서 네가 할 소리야?”“너는 이씨 가문의 방계일 뿐이야. 항성 이가 세자가 너를 싫어하는 것도 아니잖아. 이미 이렇게 운이 좋은데 네가 무슨 자격으로 거절을 하는 거야?” 주리아는 차가운 얼굴로 슬기에게 고함을 질렀다. “새 언니, 제 일은 제가 알아서 결정해요. 다른 사람이 말할 게 아니에요.”“퍽!”주리아는 한 발 앞으로 나가더니 슬기의 뺨을 갈기며 노호하며 말했다.“방자한 것! 네가 거역을 해! 설마 할머니 말도 듣지 않으려는 거야?”슬기가 얻어맞는 것을 보고 입구에 서 있던 하현은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가 없었다. 이때 하현이 험상궂은 표정으로 식당으로 들어서며 차갑게 말했다. “시집을 안가고 싶으면 안가도 돼! 왜냐면 슬기는 나 하현의 사람이니까!”“믿을 수가 없네. 아직도 강남에서 내 사람을 감히 못살게 구는 사람이 있다니?”슬기는 몸을 약간 떨며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하현을 쳐다보며 말했다. “하 회장님, 가세요. 여기는 회장님이 오실 곳이 아니에요. 연경 이씨 집안은 회장님도 건드릴 수 없어요.”슬기는 연경 이씨 집안이 하현에게 화를 낼까 봐 이 일에 대해 하현에게 말하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연경 이씨 집안은 대하 10대 최고 가문 중 하나로 재력과 권력 모두 비할 바가 안됐다. 하현이 천일그룹의 회장이고 하 세자라고 불린다고 해도 말이다. 슬기가 보기에 그는 여전히 연경 이씨 가문과 상대가 되지 않았다. 하현은 슬기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건드릴 수 있냐 없느냐가 중요한가? 가장 중요한 건 당신은 내 사람이고, 그게 누구든 네가 원치 않는 일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거야.”“나 하현이 만약 주변 사람조차 지켜내지 못한다면 나는 세자라는 호칭이 어울리지 않아.”“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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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3장

“작은 어머니, 이 일은 회장님과 아무 상관이 없어요. 놔주세요.”이때 슬기는 자기도 모르게 하현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가 다른 사람들에게 해를 입는 것을 원치않았다. 작은 어머니라고 불리는 이 중년 부인의 이름은 이여민으로 이슬기의 계모다. 그녀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그여민은 그의 명목상 육친이 되었다. 이때 이여민은 사정없이 욕설을 퍼부으며 말했다.“망할 년, 너는 아직도 내가 네 작은 어머니냐?” “왜 내가 네 내연남을 때리니 마음이 아파?”“너는 네 뻔뻔한 아비처럼 염치를 모르고 밖에서 사람들을 훔치고 다니는 구나!”말을 마치고 이여민은 또 하현을 노려보며 차갑게 말했다.“소위 세자라는 녀석이 감히 여자 뒤에 숨으려고? 역시 전설의 폐물답다!”하현은 이여민을 깊이 쳐다보고 나서 슬기를 그의 뒷 편에 두고는 속삭이며 말했다.“괜찮아. 이 일은 내가 해결하면 돼.”하현과 슬기 두 사람의 젊은 부부와 같은 모습을 보고 이여민은 화가나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좋아! 너희 이 뻔뻔한 놈들, 우리 앞에서 감히 지껄이다니. 너희들 우리를 죽은 사람으로 생각하는 거지?”주리아는 지금 냉담한 얼굴로 비꼬았다. 하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만약 당신들이 이슬기의 가족이 아닌데 이런 식으로 슬기에게 말을 했다면 당신들은 벌써 죽었어.”“허! 다른 재주는 하나도 없으면서 큰 소리 치는 거 하나는 정말 잘 하네! 나는 강남의 3분의 1이나 되는 땅에서 누가 감히 우리 연경 이씨 집안 사람들을 건드릴 수 있는지 한 번 보고 싶네!”“강남의 1인자 이준태도 우리 연경 이씨 집안에서는 중위권에 불과한데 너 소위 세자라는 놈은 뭐 하는 놈이야?”주리아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하현을 보며 빈정거렸다.“그만해.”바로 이때 홀 한복판에 앉아 손에 염주를 들고 있던 이씨 집안 할머니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그녀가 한 마디를 내뱉자 억척스러운 주리아나 꾀가 많은 이여민이나 지금 이 순간만큼은 모두 몸서리가 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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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4장

하현은 결코 앉지 않았다. 이욱도 개의치 않고 아무런 망설임 없이 차를 마시며 말했다. “할머니는 이런 성격이야. 마음에 들지 않은 사람은 상대도 안 하셔.”“슬기는 원래 할머니가 제일 좋아하던 손녀였는데, 당신 때문에 할머니는 이미 연경 상류층에서 웃음거리가 됐어. 당신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 건지 말해 봐.” 하현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나랑 슬기 사이는 결백해. 우리는……”하현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이욱은 오히려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하현, 다 같은 남자들인데 이런 일들을 그렇게 꼭 분명하게 말을 해야 하나?”“비서가 할 일이 있으면 일을 시키고, 할 일이 없으면 비서가 괜찮다는 말은 내가 한 말이 아니야.” 이욱의 말을 듣고 하현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됐다, 이것도 자업자득이다. 이슬기는 입을 벌렸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욱은 이어서 말했다.“기왕 너희 둘이 관계를 인정한 이상 너희들이 어떤 관계인지는 상관없어. 하지만 우리 연경 이씨 가문은 체면이 서야 하는 가문이야.”“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 건지 말해봐.”“네가 우리 이씨 가문에게 만족할 만한 해명을 한다면, 아마 앞으로 우리 이씨 가문이 너를 하늘로 끌어올려줄 수 있을 지도 모르잖아.”“그렇지 않으면 하 세자는 똑똑한 사람이니 최고의 가문에게 미움을 사면 어떤 결말을 맞게 될지 잘 알 거야.”이 말을 듣고 슬기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욱이 오빠, 정말 이건 오해에요. 저와 회장님 사이는 남녀관계의 선을 넘어본 적이 없어요.” “우리는 그냥 친한 상사와 부하 직원 사이일 뿐이에요.”“그런데 왜 이장성을 거절한 거야? 설마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결혼은 우리 책임이라는 걸 모르는 거야? 이씨 가문이 너한테 준 모든 건 다 받아 누리면서 이런 일을 거절할 자격이 있어?” 슬기는 침묵했다. 이것은 대 가문에게는 어쩔 수 없는 점이었다. 슬기의 표정을 보고 이욱은 한숨을 내쉬며 담담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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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5장

“슬기야, 하현은 야심이 너무 크다고 내가 진작에 말했었지.”“그런 사람은 남에게 굽히질 않아.” “그런 사람을 선택하면 평생 고생을 많이 할 수밖에 없어.”이준태는 하현을 매우 좋아했기에 감탄하는 얼굴이었다. 왜냐면 그는 하현의 정체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연경 이씨 가문이 하 세자의 신분을 무시하고는 있지만 그가 또 다른 신분으로 밝혀지면 연경 이씨 가문도 도망쳐 가야 할 판이다. 하지만 이준태는 오히려 자신의 손녀가 계속 하현과 엮이는 것을 전혀 원하지 않았다. “할아버지 말씀을 들어보면 할아버지가 선택한 사람은 이장성 이죠? 아니면 할아버지가 다른 사람을 마음에 들어 하면 그 사람이 거지라고 해도, 할아버지가 원하기만 하면 높은 사람으로 만들 수 있잖아요.”“그 사람만은! 왜 안돼요!”이슬기는 차갑게 말했다.“할아버지, 할아버지와 저 사이에 예전부터 약속했던 거 잊지 마세요. 지금 이렇게 말씀하시는 거는 약속을 깨는 거 아니에요?”완강한 슬기의 표정을 본 이준태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래, 어쨌든 보름간의 약속은 벌써 얼마 안 남았으니 그때 네가 그를 데리고 올 수 있는 지 두고 보자.”“네가 만약 할 수 있다면 그럼 나도 인정할게!”……남원 호텔 로얄 스위트룸. 이씨 집안 할머니는 부들 위에 반듯이 앉아 불경을 낭송하고 있었다. 그녀 앞에 멀지 않은 곳에서 이욱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그는 잠시도 웃음이 가시지를 않았다. 30분정도가 지나서야 눈을 뜬 할머니가 천천히 말했다. “일은 어떻게 됐어?”이욱은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벌써 할머니의 뜻을 전달했습니다.”“그런데 하현은 자부심이 강하고 지려고 하지를 않아서 첫 번째 조건은 영원히 들어주지 않을 것 같습니다.”“하지만 두 번째 조건은 손자가 이해가 안됩니다……”할머니는 담담하게 말했다.“뭐가 이해가 안 간다는 거야?”이욱은 조용히 말했다.“대하 10대 최고의 가문 중에 우리 이씨 가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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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6장

천일그룹, 회장 사무실. 슬기가 자리를 비워 회장 사무실이 텅 비어 있었다. 게다가 깨끗했던 책상 위에는 지금 서류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하현은 이 장면을 보면서 참지 못하고 쓴웃음을 지었다.이전에 그는 자신이 주인이다 보니 슬기가 자신을 위해 얼마나 많은 일들을 떠맡았었는지를 잘 몰랐었다. 슬기의 자리를 바라보며 하현은 중얼거리며 말했다.“걱정 마. 이 세상에서 아무도 어떤 식으로든 널 강요할 수 없어.”“항성 이씨 가문은 그럴 수 없어!”“연경 이씨 가문 역시 안돼.”30분 정도 지났을 때 회장 사무실에 노크 소리가 나더니 우윤식이 공손한 얼굴로 들어왔다.“잘 알아봤어?”하현이 말했다. 우윤식은 굳은 얼굴로 말했다. “세자, 잘 조사해 봤습니다. 근데 사람을 보내서 조사를 했기 때문에 우리가 했다고 아마 눈치챘을 것 같습니다.”“상관 없어. 자료 줘봐.”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우윤식에게 일을 맡겼을 때 그는 자신이 드러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상관없다. 곧 우윤식의 자료가 하현의 손에 들어왔고, 대하의 최고 기밀 자료들을 보면서 하현의 표정이 굳어졌다. 대하 10대 최고 가문 중 연경 이씨 집안은 10위였다. 하현은 한 때 대하의 10대 최고 가문들은 부와 영향력, 권력으로 정해지는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자료들을 보고 하현은 일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대하의 사령관을 제외하고 9명의 대 장로들이 있는데, 이 9명의 대 장로들은 각각 하나의 분야를 관장했다. 예를 들어 병부 대 장로는 대하 총 병부와 9대 병부를 관장했다. 병부의 진정한 일언천금이었다. 병부 대 장로의 가문은 10대 최고 가문 중 2위였다. 대하 사령관이 있는 가문은 10대 최고 가문의 머리였다. 이씨 가문이 10대 최고 가문 중 하나가 될 수 있었던 것은 9명의 대 장로 중 최하위에 있던 한 분이 연경 이씨 집안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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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7장

이날 밤, 이장성과 사람들에게 동시에 한 장의 편지가 배달되었다. 이장성은 이 붉은색의 편지를 한참 동안 들여다 보더니 비로소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멋진 하 세자, 역시 날뛰면서 횡포를 부리고 있구나. 나보고 취소하라고 강요를 하다니!”“아니, 단지 취소하라고 강요하는 것만이 아니라 우리 항성 이씨 가문 머리 꼭대기를 밟으려고 하고 있네. 그가 이럴 자격이 있어?”하은수는 맞은편에 앉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하 세자가 이번에 너무 충동적이었네.”“그가 소가와 홍인조를 해결하긴 했지만, 이 글은 나씨 집안을 비롯해서 3대 일류 가문을 우리 편으로 밀어낸 것이나 다름 없어.” “일이, 재미있어지네.”이장성이 담담하게 말했다.“당연히 재미있지. 나성곤과 사람들은 이미 대책을 의논하려고 나한테 연락이 왔어. 이번에 그들을 앞세우면 너랑 나 두 사람이 어부지리를 얻을 수 있을 거야!”말이 끝나자 이장성과 하은수 두 사람은 눈을 마주치며 깔깔거리고 웃었다. 원래 소씨 가문의 일로 다른 3대 일류 가문은 벌써 움츠러들어 있었고, 천일그룹을 감히 마주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하현이 지금 3대 일류 가문을 그들 곁으로 직접 밀어 넣고 있으니 정말 인생은 연극 같다. 이장성은 이어서 말했다.“자, 이 얘기는 잠시 접어두자. 내가 방금 대하 의학계의 태산북두 장북산 선생님이 3일뒤에 귀국하신다는 소식을 들었거든.” “뭐?” 장북산 선생님? 밖에서 들리는 소문에는 이미 세상을 떠났다고 하지 않았어? 어떻게 갑자기 나타난 거야?”침착하던 하은수는 이때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모두가 알다시피 장북산의 의술은 뛰어나 심지어 화타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소문에 의하면 그가 손을 내밀기만 하면 숨이 붙어 있는 사람은 살릴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장북산 선생은 5년전부터 자취를 감췄고 많은 거물들이 그의 행방을 수소문해 그에게 손을 써달라고 했지만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그런데 그가 지금 갑자기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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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8장

같은 시각, 남원 공항.사람들이 귀빈 통로를 빠져 나왔다. 맨 앞에 있는 사람은 설민혁과 설지연 두 사람이었다. 다만 과거에 날뛰던 두 사람은 지금은 오히려 하인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들 뒤로 자수 양복을 입고 차가운 기색을 띤 젊은 남자가 한 명 있었다. 이때 그가 담담하게 말했다.“설민혁, 설지연, 어르신이 너희들에게 기회를 안 줬다고 하지 마!”“이번에 너희들이 잘 하면 장북산 선생을 대구로 모시고, 정가는 너희들을 하인으로 삼을 거야!”“만약 잘 못하면 바로 꺼져버려! 우리 정가에는 개가 많거든. 한 두 마리가 모자라서 이러는 게 아니니까!” 설민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허리를 굽혔다.“정천 도련님, 안심하세요. 저희는 반드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남원은 저희 바닥이니 이번에 임무를 잘 완수하겠습니다.”설지연은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정천 도련님, 여행에 지치셨을 텐데 오늘 밤 제가 잘 모시겠습니다!”“퍽______”정천이 입을 열기도 전에 그의 곁에 있던 여비서가 앞으로 나와 설지연의 뺨을 때리며 차갑게 말했다.“너는 개 한 마리일 뿐인데 네가 그럴 자격이 있어?”“감히 그럴 리가요! 저는 자격이 없지요!”설지연은 감히 아무런 불평도 하지 못하고 웃는 낯으로 대하며 허리를 굽힐 뿐이었다. 설민혁과 눈이 마주쳤을 때 그녀의 눈빛에는 원망과 독기가 가득했다.하현, 설은아!너희들 생각도 못했을 거야!우리가 돌아왔다!너희를 밟아 죽일 수만 있다면 우리 둘은 남의 집 개가 되도 괜찮아!……대구 정가 외에도 크고 작은 많은 가문들이 남원에 왕림했다.도대체 누가 장북산 선생이 귀국한다는 소식을 퍼트렸는지 모르겠다. 지금 말할 수 있는 건 대하 상류층 전체가 이 소식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의학계의 태산북두는 줄곧 각 최고 가문의 귀빈으로, 듣기로 장북산 선생에게는 심지어 사령관이라도 깍듯하게 모셔야 한다고 한다. 이런 점에서 의학계에서 장북산 선생의 위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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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9장

“회장님, 누구를 데리러 가시게요? 왜 제일 망가진 차를 타고 가세요?”슬기는 영문을 모르는 얼굴이었다. 이런걸 요구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하현이 말했다.“넌 몰라. 그 사람은 아무일 없이 전쟁터로 달려가는 사람이야. 제일 좋아하는 게 낡아빠진 차야. 고급차를 몰고 가면 타려고 하지를 않아.”하현이 도대체 누구를 데리러 가는 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요청한 이상 슬기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곧, 10년 된 봉고차 한 대가 천일그룹 앞에 도착했다. 하현은 우윤식을 운전사로 부른 뒤 두 사람은 바람처럼 쏜살같이 남원 공항에 도착했다. 하지만 공항에 도착했을 때 우윤식도 눈 앞의 광경을 보고 놀랐다. 공항은 안의 3층, 밖의 3층으로 되어 있었는데, 얼마나 많은 고급차가 둘러싸여 있었는지 모른다. 무슨 마이바흐, 벤틀리, 롤스로이스 없는 게 없었다.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무슨 고급차 전시회인 줄 알았을 것이다. 하현과 우윤식이 낡은 봉고차를 몰고 오자 순간 그곳의 기사들에게 무시를 당했다. “이 사람 뭐야? 오늘 무슨 날인지 몰라?”“오늘은 장북산 선생님이 귀국하는 날이야. 대 가문들이 여기에 선생님을 뵈러 왔어. 선생님의 눈에 들려고 모두 집에서 제일 비싼 차를 몰로 왔다고.”“지금 뜻밖에도 봉고차를 몰고 온 사람이 있다니!”하현이 조수석에서 내려 낡아빠진 봉고차 앞에 ‘장북산 선생님, 남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라는 플랜카드를 내걸었을 때 누군가 그를 알아보았다. “허허허, 그 설씨 집안 데릴사위 하현 아니야? 작은 회사에서 부서진 봉고차를 가지고 와서 어르신을 모시겠다고? 장난해?”“하하하하, 웃겨 죽겠네. 어쩜 이렇게 멍청한 사람이 다 있냐?”“전에 사람들이 하현이 머리가 없는 데릴사위라고 할 때는 믿지 않았는데 지금은 믿기네!”“정말 직접 보니까 명성대로네!”곧 설은아의 남편이 봉고차를 몰고 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군중들 속에서 설민혁과 설지연은 정천과 함께 공항에 도착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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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0장

정천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내가 여기에 서 있는 이상 그 사람한테 무슨 기회가 있겠어?”대구 정가는 대하 10대 최고 가문 중 하나다. 비록 9위를 차지하기는 했지만 정천은 여기 있는 어중이 떠중이들 보다는 그가 높다고 생각했다. 설민혁은 이때 원한을 품은 얼굴로 말했다. “정천 도련님, 아니면 제가 사람을 데리고 가서 그 놈을 잡아올까요?”“급하지 않아. 지금 잘 하고 있어. 여자 일은 언제든지 할 수 있으니까.”정천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그는 이때 중요한 일과 그렇지 않은 일, 시급한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잘 가려냈다. 정천과 멀지 않은 곳에 구기승, 나성곤과 최준 세 사람이 나란히 서 있었다. 하현이 걸어오는 것을 보고 최준이 갑자기 인상을 쓰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 폐물 뭐 하러 온 거야? 망신살 뻗치게!”하현은 최가의 외손녀 사위인데 그가 이곳에 와서 망신을 당하면 분명 최가도 망신을 당할 것이다. 나성곤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최군, 너무 조급해 하지마. 이 외손녀 사위가 편파적이라 어르신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그렇게 되면 그 때 우리도 잘 봐줘야 돼!”이 말을 듣고 나성곤과 구기승은 웃음을 터뜨렸다. 오늘 그들 세 가문이 모인 목적은 간단했다. 바로 장북산 선생을 모시고 가는 것이다. 더 멀리에는 이준태와 공문수가 와 있었고, 안흥섭도 왔다. 요컨대 오늘 남원 공항에는 남원의 명망 있는 거물들이 모두 모였는데, 다른 곳에서 온 귀인들까지 하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모였는지는 더욱 미지수다.군중의 최전방에서 이장성은 뒷짐을 지고 서 있었고 표정은 냉담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쩌면 하현의 정체를 모를 수도 있지만, 그는 이분이 데릴사위처럼 간단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었다. 그는 아마 전설의 하 세자 일 것이다. 다만 이장성은 그 분에 대한 거리낌이 그다지 없었다. 왜냐하면 그는 항성 이씨 집안의 세자니까! 대하 10대 탑 클래스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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